SPECIAL FEATURE 이슬람문화의 이해

최영길 명지대 명예교수

우리는 지금 항공산업의 발달로 하루 정도면 세계 어느 나라든 못 갈 곳이 없을 정도로 지구촌 일일생활권 안에서 살고 있으며 초고속 정보통신망의 발달로 1분 이내에 세계 어느 누구와도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는 지구촌 한 가정, 한 가족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화와 종교라는 장벽이 때로는 부모와 자식, 형제와 형제간 갈등과 불화를 조성하고 나아가 지구촌 이곳저곳에서 마찰과 충돌 그리고 국가와 국가 간에 전쟁의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우리는 다행과 불행의 역사적 흐름 속에서 불교, 유교 그리고 기독교문화에 친숙해졌지만 14세기 이상의 역사와 전통을 갖고 있는 이슬람문화에 대해서는 너무도 모르고 있거나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이 많다. 이슬람세계의 미술도 마찬가지다. 동상이 우상 숭배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꾸란(코란)》*의 경고에 따라 조형 및 조각미술이 발달하지 못했다. 반면 우주에 관한 사색과 연구를 강조한 《꾸란》의 가르침에 따라 기하학적 미술과 꾸란 문구를 인용한 이슬람 서체미술의 발달은 다른 미술사에서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절정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이슬람미술은 여전히 생소하다.
인류 역사에 큰 영향을 끼친 유목민 출신의 두 인물이 있다. 가장 빠른 말을 타고 가장 짧은 기간에 가장 큰 제국을 건설한 초원의 유목민 칭기즈 칸과 가장 느린 낙타를 타고 가장 느린 속도로 가장 오랜 기간에 방대한 제국을 건설한 사막의 유목민 무함마드(우리에게는 마호메트로 알려져 있다)가 있다. 13세기 몽골에서 시작한 칭기즈 칸은 세계가 지켜본 가장 방대한 지역을 정복했으나 그 후예들은 지금의 몽골인들이 살고 있는 영토 외에는 별로 남겨놓은 것이 없다. 그러나 7세기 아라비아 반도에서 출발한 무함마드의 이슬람 회복운동은 그의 추종자에 의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브루나이 왕국을 포함한 서남아시아에서부터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파키스탄 등을 포함한 중앙아시아권,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터키 등을 포함한 중동권과 이집트, 리비아, 알제리, 수단 등을 포함한 아프리카 대륙 중・북부에 걸쳐 57개 국가에 달하는 이슬람문화권을 형성했고 전 세계에 18억 무슬림을 남겨놓았다.
우리는 이슬람문화에 대해서 너무나 모르고 있거나 잘못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미개문화 내지는 열등한 종교문화로 받아들이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서구 방송매체의 영향을 받아 이슬람문화를 테러문화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우리의 역사와 문화가 왜곡됨 없이 세계인에게 올바르게 이해되기를 바라는 것처럼, 전 세계 18억 무슬림도 자신들의 문화가 있는 그대로 이해되기를 바란다. 자기 나라의 자연환경과 역사 그리고 그 문화 속에서 생성된 문화적 가치관을 가지고 타문화를 평가하고 비난할 것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할 때 문명의 충돌, 특히 《성경》이 밑거름이 되어 발전해 온 서구문명과 《꾸란》이 바탕이 되어 성장해 온 이슬람문명의 충돌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18억 무슬림의 문화와 종교를 이해하고 그들의 실체를 인정할 때 그들도 우리의 문화와 종교를 이해하고 우리의 실체를 인정하면서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는 친구가 될 것이다. 우리가 그들의 친구가 되면 그들이 우리를 찾을 것이요 그들이 우리를 자신들의 세계로 부를 것이다.

이념과 사상
전 세계 거의 모든 문화가 생성과 소멸의 과정을 반복하면서 때로는 발전하고 때로는 퇴보 혹은 소멸했지만 이슬람문화는 14세기 동안 세계 정세와 과학문명의 발달에 따른 급속한 변화에도 아랑곳없이 그 정통성을 유지하면서 민족과 언어를 초월한 단일 공동체 문화로 자리 잡았다. 이슬람은 종교이기 전에 국가 또는 공동체의 체제를 유지시켜주는 자유민주주의나 사회주의 또는 공산주의와 같은 이념이요, 사상이면서 정치・경제・사회・문화・종교 등 다양한 상相을 가진 생활양식이요 생활문화이다.
이슬람은 존재와 소멸의 원인을 규명하는 과정에서 인간을 비롯해 지구・태양・우주 등 존재하는 모든 것은 우연偶然이나 어떤 물질의 진화進化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그것들을 존재케 한 원인자에 의해 존재하게 되었다는 창조론이 뒷받침된 정치사상이다. 민주주의를 정치사상으로 채택한 국가와 사회에서 민주주의를 부정하면 반체제 인사로서 제재를 받는 것처럼 이슬람사회도 그와 마찬가지다.

생활문화
이슬람사회는 《꾸란》의 가르침에 따라 동이 틀 무렵 드리는 아침예배로 하루를 시작한다. 예배의 첫 조건이 청결이어서 얼굴과 손발을 닦는다. 이슬람사회에서 세수는 우리의 일상적인 세수와 개념과 방법이 전혀 다르다. 우리의 세수 목적은 청결이요 세수 방법은 일상적인 관습이지만 그곳 사회에서의 세수는 신을 경배하기 위한 행위다. 세수를 하지 않고 드리는 예배는 신이 수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세수하는 목적이 우리와 다르듯 방법과 횟수도 다르다. 의무적으로 하루에 다섯 번 예배를 드려야하므로 세수도 다섯 번 해야 하며 닦는 방법도 무함마드의 전통에 따라 오른쪽부터 시작해서 왼쪽 순으로 최소한 세 번 이상 닦아야 한다.
화장실문화도 우리와 다르다. 우리 화장실에는 휴지통이 일반적으로 오른편에 있다. 오른손으로 휴지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슬람사회의 화장실에는 휴지통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휴지를 사용하지 않고 왼쪽 손으로 물을 사용하여 닦기 때문이다. 휴지 대신 주전자나 물을 받아 사용할 수 있는 용기 혹은 물 호스가 있다. 이러한 이유로 전통음식을 먹을 때는 오른손을 사용한다. 14세기 전부터 물을 사용하기 시작한 이슬람의 화장실문화가 서구의 수세식 화장실문화로 발전하고 변기 개발의 동기를 마련해주었다.
음식문화 역시 우리와 크게 다른 점이 있다. 피를 먹지 말라는 《꾸란》의 가르침에 따라 짐승을 도살하는 방법이 우리와 다르다. 피를 최대한 제거 하기 위해, 짐승을 죽인 다음 피를 받아내는 우리의 도살법과 다르게 짐승이 살아 있는 상태에서 짐승의 목, 즉 식도와 정맥을 단번에 절단하여 도살한다. 동물의 피가 식용으로 금지되어 있으니 우리가 즐겨 먹는 순대나 선지국이 없는 것은 당연하다. 이러한 이유로 이슬람 국가에 쇠고기라면이나 즉석 삼계탕, 쇠고기가 들어간 조미료 등 육식 동물의 고기가 들어간 식품을 수출하려면 반드시 이슬람 도살 방법대로 도살된 고기로 만들어진 식품이어야 한다.
돼지고기 역시 《꾸란》에서 식용을 금지한다. 그 결과 이슬람 사회에 돈육산업이 전무할 수밖에 없다. 돼지상像이 들어간 상품은 기능이나 디자인에 관계없이 이슬람사회에서는 환영받지 못한다.
술은 우리 일상생활에서 음료수로 여겨질 정도로 아주 큰 부분을 차지한다. 그러나 《꾸란》에 의해 술이 금지되는 이슬람사회에서는 술이 악의 근원으로 묘사된다. 그래서 그곳에는 주류 생산에서부터 그와 관련한 산업이 전무할 수밖에 없고 유흥업이 성황을 이룰 수 없으며 밤거리를 화려하게 장식하는 유흥업소의 네온사인 간판을 찾아보기 힘들다. 우리에게는 술과 관련한 다양한 문화와 사건사고가 있지만 그곳에는 술과 관련된 문화가 없을뿐더러 음주와 관련한 사건사고가 발생하지 않으니 음주운전 단속 경찰이 있을 필요가 없고 폭음으로 인한 술병환자가 없다.
공휴일과 명절도 우리와는 크게 다르다. 대다수 이슬람 국가에서 공휴일은 금요일이요, 이슬람 달력 라마단 한 달 동안의 단식을 종료하면서 다음 달 첫날부터 3일간이 우리의 추석명절 같은 것이요 이슬람 달력으로 12월 10일, 성경과 《꾸란》에 등장한 예언자 아브라함의 전통에 따라 가축을 도살하여 신의 제단에 바친 그날부터 3일간은 우리의 새해와 유사하다. 이슬람사회의 전통 생활문화에서는 양력에 의한 크리스마스와 신년의 기분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케르반 스페셜

아랍어 문화
아랍 출신의 무함마드가 이슬람 회복운동에 선봉적 역할을 하고 이슬람문화의 핵심이 아랍어로 기록된 《꾸란》을 일점・일획도 변질됨 없이 원본대로 보존하게 함으로써 《꾸란》의 언어인 아랍어가 인류 언어문화에서 가장 오랜 생명력을 갖게 되었다.
아라비아 반도의 메카에서 시작된 이슬람 회복운동은 메디나를 최초의 이슬람국가로 탄생시키고 아라비아 반도를 통일한 후 주변 국가로 퍼져나가면서 이슬람과 아랍어가 동시에 전파됐다. 이슬람이 전파된 곳에는 그 지역의 민족어가 차츰 사라지고 《꾸란》의 아랍어가 들어서기 시작했다. 《꾸란》을 아랍어로 읽고 암기하는 이슬람 신앙생활이 아랍어 전파에 절대적 역할을 했다. 아랍 무슬림은 《꾸란》을 아랍어 최대 걸작으로 간주한다. 아랍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22개 아랍국가가 생겨나고 《꾸란》의 아랍어가 표준어가 되면서 방대한 지역 간 이해할 수 없는 사투리로 인한 분열을 막는다. 《꾸란》의 본래 언어인 아랍어가 오늘날까지 살아있는 생활언어로 남아 18억 무슬림의 종교 및 신앙생활의 공통언어로 전파된 현상을 두고 몇몇 학자는 ‘《꾸란》의 기적’이라고 말한다.
18억 무슬림의 정신세계는 절대적으로 《꾸란》의 영향을 받고 있다. 매일 다섯 번의 예배를 통하여 적게는 27번, 많게는 80번까지 《꾸란》의 일부 구절을 암기하며, 특히 라마단 금식월에는 《꾸란》의 처음부터 끝까지 전 분량을 읽거나 암기한다. 남녀노소, 학생과 스승, 농민과 도시인, 일반인과 전문가, 교육을 전혀 받지 못한 문맹자와 최고의 학벌을 가진 지성인과 장님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604쪽에 달하는 책 한 권의 일부 또는 전 분량을 암기하고 암송하며 노래한다. 인류 역사 이래 책 한 권의 전 분량이 암기되는 유일한 책이다.

종교문화
종교로서의 이슬람은 유대교 및 기독교와 형제자매이다. 이 세 종교는 시발점이자 핵심인 존재론存在論에서 동일한 유신론有神論과 유일신唯一神 사상을 핵심 교리로 채택하고 있으며 모두 아담과 하와를 인류의 시조로 주장한다. 그러나 성경과 《꾸란》은 신이 금기한 열매를 맛본 아담과 하와의 사건에 대한 해석을 달리한다. 이 사건으로 인하여 아담과 하와가 죄의 구속을 받게 되었으며 죄가 원인이 되어 땅으로 추방되고 사망의 원인이 되었다고 하면서 인간의 원죄설原罪說을 주장하는 것이 성경의 핵심 내용이다. 《꾸란》에서는 아담과 하와가 신이 금기한 나무의 열매를 맛본 것은 사실이지만 고의적으로 신과의 약속을 위반한 것이 아니라 망각에 의한 실수였다고 말한다. 또한 아담과 하와는 죄의 구속을 받고 창조되었다는 근거가 없을 뿐 아니라 죄인이 들어갈 수 없는 천국에서 살았기 때문에 아담과 하와는 죄의 구속을 전혀 받을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아담과 하와가 땅으로 내려 온 것은 신을 대신하여 땅을 관리하고 다스리기 위한 신의 예정설에 따른 것으로 죄의 구속으로부터 완전히 해방된 인간의 원선설原善說을 제시한다.
예수와 무함마드의 조상은 아브라함의 가문에서 비롯되었다. 아브라함이 본처 사라의 몸에서 자식을 얻지 못하자 하갈을 두 번째 부인으로 맞아들여 이스마엘을 낳고 그가 무함마드의 선조가 되었으며 이스마엘이 9~11세가 되었을 때 아이를 갖지 못했던 사라의 몸에서 이삭이 태어나 예수의 선조가 된 것이다. 이스마엘과 이삭, 즉 배다른 이 두 자식을 중심으로 장자 상속권 문제와 신의 제단에 바쳐진 아들이 누구인지를 놓고 기독교와 이슬람은 서로 다른 견해를 주장함으로써 그에 따른 두 종교문화도 서로 다른 양상으로 발전했다. ●

*이슬람문화 용어사전에서는《코란》으로 표기했으나 필자의 서술방식을 살려 《꾸란》으로 적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