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FEATURE the 56th Venice Biennale

자르디니공원 전경. 전면 조형물은 라크 미디어 컬렉티브(RAQS MEDIA COLLECTIVE)의 <Coronaton Park>(2015)

과거, 현재, 미래, 그리고 베니스 비엔날레

제56회 베니스 비엔날레가 5월 9일 개막, 자르디니공원과 아르세날레, 그리고 베니스 도시 곳곳을 수놓으며 11월 22일까지의 대장정에 돌입했다. 창립 120주년을 맞는 경사도 겹쳤다. 알려졌다시피 이번 베니스 비엔날레 총감독은 2008년 광주비엔날레 총감독을 맡아 한국과도 인연 깊은 오쿠이 엔위저(Okwui Enwezor). 그가 앞세운 전시 주제는 ‘모든 세계의 미래(All the World’s Futures)’다. 역사적인 프로젝트와 반역사적인 프로젝트를 동시에 탐색하는 구조를 바탕으로 본전시에 53개국 136명의 작가가 참여했고, 국가관 전시에는 89개국이 참여했다.
무엇보다 이번 비엔날레는 한국작가와 미술계 인사의 참여가 눈에 띈다. 본전시에는 김아영, 남화연, 임흥순 세 명의 작가가 초청되었으며, 특히 임흥순은 <위로공단>을 출품, 한국작가로서는 사상 최초로 본전시 ‘은사자상’을 수상해 주목 받았다. 국가관에는 문경원 전준호 작가가 참여 <축지법과 비행술(The Ways of Folding Space & Flying)>을 선보였는데, 한국관 개관 20주년을 맞아 건물의 내외관을 이용, 역사성과 장소성 모두를 살리는 작업을 구현했다. 또한 이용우 전 광주비엔날레 이사장이자 현 상하이 히말라야뮤지엄 관장은 비엔날레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병행전시(Collateral Events)로 열린 <단색화전> <Human Nature and Society(山水)전> <Jump into the Unknown전> <Frontiers Reimagined전>을 비롯, <개인적인 구축물전> <베니스, 이상과 현실 사이전> <채집된 풍경전> 등 한국작가가 참여한 전시도 다수 개막했다.
《월간미술》은 베니스를 직접 찾아 현장을 취재했다. 제56회 베니스 비엔날레의 생생한 전시장으로 여러분을 초대한다.
현지취재 이준희 편집장, 황석권 수석기자, 박홍순 사진기자

Giardini

자르디니 디 카스텔로공원은 국가관이 모여있는 곳이다. 1907년 벨기에관을 시작으로 현재 29개국 30개 전시관이 세워졌다. 한국관은 1995년 베니스 비엔날레 100주년이 되던 해, 이곳에 세워진 마지막 국가관으로 올해 개관 20주년을 맞이했다. 또한 센트럴파빌리온과 야외전시장에서도 본전시가 열린다.

센트럴

Padiglione Centrale
자르디니 센트럴파빌리온에는 본전시 참여작가 44명의 작품이 전시됐다. 글렌 리곤(Glenn Ligon) <Untitled(bruise/blues)> 네온 2014

프랑스 (3)

France
셀레스트 부르지에-무그노(Céleste Boursier-Mougenot) <Revolution> 2015 감지하기 힘든 식물의 느릿한 성장이 주는 놀라움이 구현됐다

독일 (2)

Germany
히토 스테예릴(Hito Steyerl) <Factory of the Sun> 2015 공상과학 영화 <Tron>을 연상시키는 공간과 비디오 게임의 한 장면 같은 영상설치 작품

노르웨이 (6)

Norway
카미유 노르멘트(Camille Norment) <Rapture>
하모니와 불협화음 사이의 긴장을 표현한 작품으로 깨어진 유리창과 사운드 설치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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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pan
지하루 시오타(Chiharu Shiota) <The Key in the Hand> 2015
기억과 일상에 관련한 물건을 전시장 가득 채우는 작업을 해 온 작가는 셀 수 없이 많은 기억의 층위를 열쇠로 상징해 표현했다

호주 (1)

Australia
피오나 홀(Fiona Hall) <All The King’s Men>군복 와이어 혼합재료 2014~2015
세계 정치상황, 경제문제 그리고 환경문제를 다루는 작가는 호주관을 인류생태학적 오브제의 박물관으로 호주관을 꾸몄다

미국 (2)

USA
존 조나스(John Jonas) <Mirrors> 2015
<They Come to Us Without a Word>로 명명된 미국관은 이번에 비엔날레 특별언급(Special Mention)상을 수상했다.
이 작품 외에 <Bees>, <Fish> 등 5개 방으로 구성된 작품으로 작가가 1960년대 이후 추구한 삶의 연속성 등을 다뤘다

스페인 (2)

Spain
페포 살라자(Pepo Salazar) <Untitled(La fiesta de los metales)> 2009
4명의 작가가 참여한 스페인관은 <The Subject>로 명명됐다. 참여작가 살라자는 복잡한 감수성을 요구하는 표현을 전개했다

러시아

Russia
이리나 나코바(Irina Nakhova) <The Green Pavilion> 2015
<The Green Pavilion>으로 명명된 러시아관은 45회 베니스 비엔날레 러시아관 참여작가인 슈세프와 카바코프의 <Red Pavilion>에서 영감을 받았다. 한편 러시아관에서는 우크라이나 작가들이 러시아의 크림반도 점령에 항의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폴란드

Poland
C.T. 야스퍼(Jasper) & 조안나 말리노브스카(Joanna Malinowska) <Halka/Haiti 18°48’05”N 72°23’01”W
1802년과 1803년 나폴레옹이 노예반란을 진압하라고 아이티에 파견한 폴란드군 일부는 오히려 반란군과 결탁했고 결국 아이티가 독립을 쟁취하자 그곳에 정착한다. 폴란드와 아이티 간 역사적 사건에서 모티프를 얻었다

네덜란드 (2)

Netherlands
헤르만 드 브리에(Herman de Vries) <To be All Ways to be> 2015
인간과 자연 그리고 예술이 서로 어떻게 연관을 맺고 있는지 보여주는 작가는 108파운드의 꽃, 타버린 나무토막, 농기구 등을 설치했다

이스라엘

Israel
트시비 게바(Tsibi Geva) <Archeology of the Present> 폐타이어 2015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분쟁을 주제로 삼은 작품은 아니지만 분쟁문제는 작가의 의식에 이미 깔려 있으며 작가의 경력이 그것을 말해준다” (Hadas Maor, 이스라엘관 큐레이터)

세르비아 (2)

Serbia
이반 그루바노프(Ivan Grubanov) <Untitled Dead Nations> 2015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동유럽 국가의 더럽혀지고 오염된 국기를 통해 집단적 기억의 개념을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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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
문경원 전준호 <축지법과 비행술(The Ways of Folding Space & Flying)> 7채널 영상설치 2015

한국관 (10)

축지법과 비행술 The Ways of Folding Space & Fly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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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om in

영상과 건축,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다

올해는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이 개관 20주년을 맞이한 뜻깊은 해다. 1995년 자르디니 공원에 한국관이 세워지는 것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국가관이 들어설 자리가 없어 당시에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5월 6일 기자간담회에서 만난 이숙경 큐레이터와 문경원 전준호 두 작가도 바로 이런 점을 의식해 작품을 제작했다고 밝혔다. 이 큐레이터의 설명이다. “출품작 <축지법과 비행술>은 한국관의 디테일을 그대로 재현한 세트에서 촬영된 것입니다. 실험실로 변한 한국관을 미래 주인공의 하루 일과가 벌어지는 장소로 설정했습니다.” 두 작가는 이를 바탕으로 작업의 내용과 형식에 접근했고 그것이 큐레이터와 논의한 주된 내용이었다. “우선 내용에서는 예술이 가진 역할과 기능에 대한 근원적인 접근과 시대성의 접목 그리고 베니스라는 현장성과의 연계에 대한 것이었고, 형식에서는 혼재된 시간과 사건의 파편을 다채널로 표현하되 한국관의 건축적 특징과 부합하는 설치 방식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관 전시가 비엔날레라는 큰 맥락에 어떻게 개입할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한국관의 건축적 특성을 ‘한계’가 아닌 ‘특수성’으로 보고 재해석하려 했다. 그래서 한국관의 유리벽이 화면으로 자연스럽게 활용된 것은 아닐까? 실제 현장에서는 외부에 길게 늘어선 관객들이 벽면 디스플레이를 통해 작업을 미리 한 번 만나고 입장해서 다시 만나는 경험을 하게 됐다. 자르디니에 늘어선 국가관 중, 이처럼 외부 벽면을 활용한 작품은 몇 군데 없었다.
<축지법과 비행술>은 영화 형식이지만 대사가 없다. 작가는 이 점을 광유전학(optogenetic)으로 풀어 작품에 담았다. “시각적 언어를 매개로 하는 미술 표현 방식에 적합한 의사 표현 수단이라 생각했습니다.” 따라서 작품 해석에 풍부한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사운드가 절제된 작품은 그만큼 관객 몰입도를 높인 효과를 낳았다. 관객들은 작가가 교묘하게 숨겨놓은 숨은 장치들을 숨죽이며 찾아내기에 열중하는 듯햇다. “각 채널의 사건들이 서로 싱크가 맞게 연결된다든지, 각 채널을 자세히 보면 다른 시간과 사건에서 그 시각적 장치들이 서로 궤를 같이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국가관이 모여있는 자르디니는 열기에 넘치면서도 각국을 대표한다는 점에서 묘한 경쟁심리가 흐르는 곳이다. 어떤 매체는 이곳을 ‘올림픽’에 빗대어 설명할 정도니 말이다. 그러나 이 큐레이터는 오히려 <축지법과 비행술>이 이러한 경쟁 구도와 경계를 없애는, 더 큰 국경 설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이 작품은 말미에 2015년 자르디니공원을 보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경쟁적인 구도로 보는 것은 사실 미술 및 문화사업을 통해 국가 브랜드를 고양하려는 여러 정부 기관의 입장”이라면서 이 큐레이터는 “미술의 영역에서는 별 의미가 없는 시각이라는 점 또한 인정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결국 미술 전문가들과 언론들이 비엔날레 주제전과 국가관들을 평가하는 잣대는 예술적인 것이지 국가적 경계에 대한 것은 아니죠”라는 견해를 밝혔다. 국가관이 한 국가 미술 전반을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 없다는 말이다. 이 경쟁구도는 매체에서 “한국관의 역할을 두고 간혹 국가적 긍지를 유지하는 문제와 예술적 경쟁력 확보”라는 두 사안을 구분하지 않고 뭉뚱그려 보도하는 데서 생긴 현상인 셈이다. 이 작업은 프레스 오픈 때 많은 관객을 불러들이며 ‘흥행’몰이를 이어갔다. 바로 옆 일본관과 독일관에서는 보지 못한 기다림의 행렬이 이어졌다. 이 큐레이터는 “런던 서펜타인 갤러리의 디렉터이자 비평가인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는 비디오아트의 선구자인 백남준 선생님이 보셨다면 정말 기뻐했겠다며 ‘영상작품의 진화된 단계를 보여주었다’고 호평했습니다. 이우환 작가 또한 ‘캄캄한 공간에 가두어 놓듯이 하고 보여주는 미디어 작품은 싫은데 이 작품은 정말 잘 구성되었다’고 격려해 줬어요”며 현지의 평가와 코멘트를 전했다.
전시에 참여한 세 사람의 이후 행보도 궁금했다. 먼저 이 큐레이터는 “이번 전시로 한국미술과 국제성에 대해 본격적으로 고민하게 됐습니다”며 “현재 벌어지는 미술의 동향들을 대하면서 어떤 대안들이 있을지 구체적으로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라고 밝혔다. 문경원 전준호 작가도 “그냥 하고 싶은 작업을 할 수 있어서 즐거웠고 보람되었습니다. 앞으로 8월 말 스위스 취리히 미그로스 현대미술관에서 저희 프로젝트 전시가 열리고, 독일의 ZKM과 프랑스 릴에서 단체전이 계획되어 있습니다. 더불어 문경원 작가는 일본 YCAM에서 열리는 개인전을 준비 중이고, 전준호 작가는 그 동안 썼던 글을 정리해 책을 펴내려 합니다”라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베니스=황석권 기자

한국관 (2)

왼쪽부터 전준호 이숙경(큐레이터) 문경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