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FACE 2015 이은새

“이은새는 프레임(인식의 창) 밖에서 일어나는 현실적 풍경을 대하고 자신만의 감각적 레이어로 그 현상들을 쪼개어 파장이 증폭되는 순간들을 포착해낸다. 일상에서 다양한 층위로 몸을 이동하듯 일렁이는 현상을 목격한다. 다른 회화 작가들의 장면에서도 나타나는 현상이긴 하지만, 그런 상황을 만들어내는 풍경은 쉽게 번역될 수 없고 예측할 수도 없는 연속성을 띤다.”
– 이관훈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다방 큐레이터

불안정한 순간의 기록

작가 이은새의 회화는 뚜렷한 내러티브가 있는 것도 아니고 분명한 메시지를 내포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유난히 정체를 알 수 없는 형태, 균열을 일으키며 터져 나오는 것, 구멍이 뚫린 이미지가 자주 등장한다. 때로는 그림에 등장하는 사람들이 바닥에 무엇을 덮은 검은 천을 바라보거나 거대한 구덩이를 지켜본다. 어딘지 모르게 불안하고 무기력한 모습이다. 하지만 보는 이의 마음을 계속 비집고 들어오고, 때로는 가슴 깊숙한 어느 부분이 툭 터져버리게 만드는 힘이 있다.
이은새는 변화가 발생하는 불안정한 순간을 탐구한다. 자신의 실제 경험이나 신문기사, 인터넷 사진, 영화 등 다양한 이미지들이 분류되지 않은 채 작업의 원천이 된다. 하지만 그녀가 탐구하는 변화의 순간은 눈으로 지각할 수 있는 영역에 머무르지 않는다. 구체적인 의식보다는 현실 속에서 감각적으로 언뜻언뜻 인식하게 되는, 결코 이성적인 순간도 아니다. 이은새는 “변화가 일어나고 사건이 발생하는 순간은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모든 것이 흔들리고 뒤집힐 수 있는 파장이 일어난다”고 말한다. 이것은 대다수 심리적인 풍경에 가깝다. 일상에는 이러한 크고 작은 파장이 수없이 발생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변화에 곧 무뎌지고 파장이 자신에게 남긴 상처나 타인의 고통에 무심해진다.
작가는 이런 현실을 안타까워 한다. “요즘 제가 느끼는 세상은 엉터리로 둘러싸였지만 그것들이 단단한 벽처럼 굳어지고 있는 것 같아요. 그렇게 굳어진 상태에서 가끔 터져 나오는 부분들이 결국 금방 다시 굳어 단단해진다고 해도 그때의 작은 움직임을 의도적으로 의식하고 붙잡아두고 싶습니다.” 이은새는 무력함 때문에 모든 것을 놓아버리기보다는 그런 상태를 먼저 솔직하게 인정한다. 그리고 굳이 잡아내지 않으면 금방 잊히거나 아예 인식조차 할 수 없는 순간들을 계속해서 찾아내고 기록하는 것이 자신의 몫이라고 여긴다.
최근 그녀는 첫 번째 개인전을 야심차게 선보였다. 갤러리 조선에서 열린 <틈; 간섭; 목격자>(1.23~2.3)와 서교예술실험센터에서 개최한 <틈; 간섭; 목격자들>(2.1~13)이 그것. 전시 제목에서 미묘하게 드러나지만 작가는 다른 콘셉트로 두 개의 전시를 구성했다. 갤러리 조선에서 전시한 작품이 작가 자신이 일상 체험에서 발견한 이미지들을 파편적으로 보여준 것이라면 서교예술실험센터에 설치된 대형작품은 복수의 인물이 등장해 일종의 상황극을 보여준다. 변화하는 순간은 주체적인 관점에서 자발적으로 발생하기도 하지만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외부 힘에 의해 불쑥 나타나기도 한다. “저만의 시각에서 벗어나 그런 변화의 순간을 목격하는 사람들, 같이 경험하고 느끼는 사람들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여기에는 다양한 인물이 존재하고 그들의 역할이 고정되지 않고 유동적이죠.”
긴장된 순간, 어떤 사건들이 변화하는 순간을 담아낸 작업은 과도한 색상이나 반전된 색상을 통해 실제의 감각을 벗어나 다른 감각이 뒤섞여 나오는 시각적 뒤틀린 효과를 드러낸다. 그러다 보니 일상적인 색의 조합과는 거리가 멀다. 때로는 비슷한 이미지가 반복적으로 등장하는데 전혀 다른 색으로, 다른 분위기로 변주된다. 그 순간들이 매번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기 때문에 작가는 그에 대한 회화적인 표현 자체도 고정된 것이 아니라 변화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은새가 표현하는 세계는 불안정하고 무기력한 세계인 동시에 언제 어디서라도 변화할 수 있는 가능성의 세계이기도 하다. 중요한 것은 각자의 일상에서 정체를 알 수 없게 숨어있던 하나의 단서를 발견하는 것이다.
그녀는 지금까지 매체를 회화에 한정해 작업했지만 앞으로는 계속 변화하는 상황을 움직이는 조형물로 구현해보고 싶단다. 한 젊은 작가의 변화무쌍한 실험과 탐구가 기대된다.
이슬비 기자

이은새는 1987년 출생했다. 홍익대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전문사과정 조형예술학과를 졸업했다. <무겁고 깊고 검은>(이목화랑), <오늘의 살롱>(커먼센터), <Unfamiliar air>(스페이스BM) 등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캔버스에 유채193.9×260.6 2014

<떨어지는 물 앞의 사람들> 캔버스에 유채193.9×260.6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