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FACE 2016 김선영

괜찮다, 괜찮다, 다 괜찮다

집중해 관찰하지 않아도 익숙한 주변 풍경이 ‘문득 발견’ 될 때가 있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 일상에 무심해지지만 때론 어쩌다 발견하는 변화에 유난을 떨기도 한다. 그러나 그 유난스러움은 이내 아무렇지도 않은 일상으로 돌아가버린다.
여기 김선영의 회화가 있다. 거기에는 그녀가 늦은 밤 귀가를 위해 걷는 길, 서너 정거장 남짓의 거리를 일부러 걸으며 발견한 풍경이 담겨있다. 특별히 별스러운 대상도 아니다. 공터에 아무렇게나 쌓아놓은 토사, 폐수영장, 빛이 바랜 회색 벽, 넝쿨 등이 보인다. 평소에는 그 존재조차 의식되지 않을 그것들이 작가의 관찰과 붓질을 거치자 이상하리만큼 큰 불안감을 표출한다. 불안을 야기하는 대상이 아닌데도 편하지 못한 감정을 드러내는 것, 그것이 김선영 작업의 특징인듯 하다. “불안과 불안정함은 누구나 감추려고 하는 것이지만 그것을 극복하면 어딘가로 나아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는 것 같아요.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단념으로 이어지기도 하죠.”
“나는 미완의 땅에서, 개척의 변두리에서, 현재로 가는 길목에서 나를 닮은 풍경을 만난다.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 없는 나의 감정, 나의 역할, 나의 자리를 낯선 땅으로부터 느낀다.”(작가노트 중)
작가와의 대화 중 가장 확신에 찬 말은 “저는 어떤 상황, 대상에 제 감정을 잘 이입시켜요”였다. 그렇다면 지금 그녀의 내면은 아무도 찾지 않는 폐허일 수도 있겠고, 어두운 밤일 수도 있겠다. 모두 그 세부가 잘 들여다보이지 않는 불확실성 가득한 대상이다. 그 불완전하고 어두운 공간의 작업실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자신에게서 측은함을 느꼈다는 작가다. “완전한 객관화는 불가능한 것 같아요. 그것은 또 다른 주관의 생성이 아닐까요?” 그렇다면 김 작가는 스스로 더 강해지거나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자신을 객관화하여 혹독하게 다그치기보다는 자기연민의 제스처를 취한 것이 아닐까? 집단에 의해 버려진 자신의 주관적 감정을 추스르고 싶은 것은 아닐까?
“몇 번의 휴학을 거치면서 작가로서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많았어요. 석사 청구전을 앞두고 고민이 극에 달했죠. 그 당시 6개월이 가장 힘든 시기였어요.” 그 직전 시기에 작가는 사실 사진을 긁어 표현한 작업을 선보였다. 다만 그 작업이 지속적으로 이루어 질 수 있을까 하는 회의가 일었다. 이는 지금의 작업으로 회귀하는 계기가 됐다. 어떤 포기는 다른 선택을 의미한다. 작가는 그러한 전환에 결코 긴 시간을 허비하지 않는다는 인상을 받았다.
최근 김선영은 파주 헤이리로 작업실을 옮겼다. 아트센터 화이트블럭 레지던시에 참여하고 있는 작가는 그곳에서 부유하는 자신을 확인하는 중이라고 했다. 어떤 지향점과 목표를 설정하기보다는 그저 괜찮다, 괜찮다고 스스로를 다독거릴지도 모르겠다. “고민이 없어지는 것이 고민”이라는 작가의 고백을 들어보니 꼭 그랬으면 좋겠다.
황석권 수석기자

김선영
1984년 태어났다. 성신여대 동양화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총 3회의 개인전을 열었으며 서울과 광주, 부산 등지에서 열린 다수의 기획전과 그룹전에 출품했다. ‘제7회 겸재 내일의 작가 대상’(겸재정선미술관, 2016)을 수상했다. 현재 파주 헤이리에서 작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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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자리> 종이에 채색 162×130cm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