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FACE 2016 윤대희

숨겨진 불안

사전적으로 ‘편안하지 않음’을 뜻하는 ‘불안(不安)’은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안고 가는 숙명 같은 것일까?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우리는 항상 불안감에 사로잡혀 하루하루를 살고 있음을 부인하기 힘들다. 그만큼 불안은 일상적이다. 누구는 불안으로 인한 심적 부담으로 많이 힘들어 하는 반면, 누구는 그것을 삶의 동력으로 전환하여 적당한 긴장감을 즐기기도 한다.
윤대희는 작가노트를 통해 밝혔듯 불안을 캔버스에 옮기는 작가다. 그렇다면 그는 앞서 이야기한 불안을 대하는 유형 중 후자에 속하는 것은 아닐까? “불안이 가장 일상적이며 가장 밀접한 감정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그것에 대해 생각나는 대로 기록하고 드로잉했죠. 그러면서 불안감이 삶에 생산적 기능을 하고 있지는 않은가 생각하게 됐어요.” 그러나 윤 작가의 작업은 불안 그 자체가 아닌 작가와 관계 맺는 어떤 것에 대한 이야기다.
그런데 윤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불안을 느끼기에 이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내면의 감정을 작업으로 표현할 때 처음에는 불안을 해소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기도 했었죠. 그러나 현재는 개인과 외부의 관계가 지속된다면 그 속에서는 불안을 해소하고 다른 불안을 다시 만들어내는 과정을 반복하는 셈이죠.” 그렇다면 작가에게 불안을 야기하는 것은 무엇일까 궁금해졌다. “직업적 역할(작가), 가족으로서의 역할(아들) 혹은 이성관계 등에서 역할이 많이 없어진 것입니다.” 이것은 그의 작업에서 점점 더 많은 등장인물과 상황을 보이는 것으로 드러나게 됐다. 그렇다면 그의 작업에 등장하는 인물은 작가 자신일 수도 있고, 자신의 심리를 드러내는 것일 수도 있고, 그가 만난 ‘그 누구’일 수도 있다. 윤 작가는 이에 동의하며 작업이 내러티브를 함유하면서 지금의 인물 형태로 표현되었다고 설명했다.
윤 작가의 캔버스에 등장하는 인물은 콩테의 단일한 색상과 거친 표현으로 이뤄지기도 하고, 마치 낙서화에 등장하는 누구 같기도 하다.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형상이지만, 심리를 드러내는 것이라면 오히려 더 극명하게 다가온다. 윤 작가는 재료에 의한 차이를 부정했다. “큰 화면에 작업을 하기 전에 드로잉 해놨던 것들을 조합해서 하나의 화면을 다시 구성하는데 그 과정에서 완성될 작업의 분위기를 상상해 재료를 선택합니다.”
몇 차례의 투병 시기를 거쳤다고 고백한 윤 작가는 당시 사회활동과 타인과 관계 맺음에 제약받는 것이 심적으로 큰 부담이었다고 한다. 물론 그런 경험이 지금 작업의 계기가 됐다. 현재 인천아트플랫폼 레지던시프로그램 입주작가인 그는 8월에 열리는 개인전 준비로 여념이 없다.
그와 헤어진 뒤 생각해보니, 인터뷰하면서 윤 작가가 불안해 한다는 느낌을 전혀 받지 않았다. 그가 애써 숨긴 것인지 알 수 없다.
황석권 수석기자

자라난다자라난다자라난다_171x306cm_charcoal on paper_2014

<자라난다자라난다자라난다> 종이에 목탄 171×306cm 2014

윤대희
1985년 태어났다. 인천대 조형예술학부(서양화 전공)와 동 대학원 미술학과를 졸업했다. 2014년부터 2회의 개인전을 열었다. 또한 서울과 인천, 의정부 등지에서 열린 기획전과 그룹전에 출품했다. 현재 인천아트플랫폼 7기 입주작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