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FACE 2016 채온

“저는 노력하는 사람입니다”

캔버스 위를 지나간 붓놀림에서 무심한 듯 무심하지 않은 섬세함이 느껴지고 한편으론 어린아이의 장난 같은 천진난만함이 묻어난다. 그렇다고 마냥 가벼워 보이는 그림은 아니다. 그건 아마도 작가 채온의 작업이 오랜 시간 품어온 막연한 두려움을 용기로 맞바꾼 결과물이기 때문일 것이다. 작가노트에 여러 번 등장하는 ‘두려움’이라는 단어에 대해 그는 구체적으로 설명하기 어렵다고 했으나 “그림을 그리고 나면 내면에 쌓아 두었던 부정적인 감정들이 해소”된다고 말한다. 그리는 행위가 그에게는 두려움을 극복해가는 과정인 것이다.
요즘 젊은 작가들이 영상, 미디어, 설치작업으로 기우는 경향이 뚜렷한 가운데 그는 회화를 본인에게 가장 적합한 매체로 꼽는다. 이는 자신의 내면 풍경을 표현하는 그의 작업 태도와 일맥상통한 점이기도 하다. “확장이란 개념이 반드시 매체를 통해 이뤄지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회화 안에서도 그것을 충분히 보여줄 수 있다고 봅니다”라는 그의 말에서 시류에 편승하지 않는 고집이 느껴졌다.
투박한 붓 터치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화면은 작가가 얼마나 재빠르게 형상을 그렸는지 짐작게 한다. 그는 그림에 손을 대면 댈수록 맨 처음 느낀 감정으로부터 멀어지는 것 같다고 말한다. 이러한 즉흥성은 그가 작업의 소재를 선택할 때에도 발휘되며 작품의 주제도 공론화된 사회, 정치 얘기가 아닌 개인적인 경험과 기억에서 찾는다. 예를 들어 인물을 그려야겠다고 생각하면 그를 스쳐간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을 캔버스에 옮긴다. 〈강한 사람〉, 〈두 얼굴〉, 〈보통 여자〉 등 제목은 완성된 형상을 보고 떠오른 것으로 정한다. 때로는 오랜 투병 생활 끝에 돌아가신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그림을 그리기도 한다. 〈내가 그린 꽃1〉이 그것이다. 어떻게 보면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으나 이 부분이 오히려 누군가와 깊이 교감하는 접점이 된다. 따라서 그에게 제목은 작품을 마주한 찰나의 순간을 기록한 일기인 셈이다.
하지만 특정한 대상 없이 형상을 그리고, 세상일에 크게 동요하지 않는 그를 ‘현실에 무관심한 사람’이라고 한다면 다소 성급한 판단일 듯싶다. 오히려 기자가 만난 작가는 주변 환경과 사람에 관심이 많아 보였다.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를 되새기게 하는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을 읽고 많은 영감을 받았다는 언급에서 그의 그림이 채도가 낮은 색상으로 그려졌음에도 왠지 모를 따스한 느낌을 주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작품을 보고 난 후 주변의 호응이 작업을 하게 되는 원동력이라고 말하는 그의 모습에서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이 전해졌다. “노력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긍정적인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래서 전시 제목이 〈노력하는 사람〉입니다.” 그의 말을 듣자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가 떠올랐다. 모든 것은 오로지 마음이 지어내는 것이라는. 마음을 다듬는 자기 훈련과정을 거친 뒤 그가 어떤 작업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곽세원 기자

채온
1985년 태어났다. 한남대학교 조형예술대를 졸업했다. 2013년 산토리니 서울에서 열린 〈프로젝트 스페이스전〉을 포함해 5차례 개인전을 열었으며 대구미술광장 창작스튜디오, 가창창작스튜디오 입주작가로 활동했다. 2015년 서울예술재단 포트폴리오 박람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표갤러리에서 열린 개인전 〈Endeavorer전〉 전시광경

표갤러리에서 열린 개인전 〈Endeavorer전〉 전시광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