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ITIC 김윤호 ㎡

아뜰리에 에르메스 4.4~5.31

신혜영 미술비평
김윤호의 사진작업은 어쩌면 줄곧 ‘풍경’과 ‘사진’에 관한 것이었는지 모르겠다. 급속한 경제성장과 근대화로 인해 빚어진 도시 외곽의 불균형한 풍경을 담아낸 초기작들에 이어, 사진 매체의 본성과 그 관례적 사용을 다양한 이미지와 텍스트로 풀어낸 메타비평 작업들이 주를 이루어왔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풍경사진’에 대해 말한다.
김윤호의 신작 <㎡>는 자연을 담은 풍경사진 연작이다. 넓게 펼쳐진 대지와 멀리 보이는 하늘이 2:1의 황금률(golden rule)에 따라 안정적으로 구성된 각 사진은 원근법에 충실한 전형적인 풍경화/풍경사진과 크게 다르지 않다. 또한 선명한 람다프린트를 플렉시글라스에 압착해 완성한 매끈한 이미지는 별다른 보정이나 조작 없이도 세련되고 아름답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것들은 단순히 아름다운 자연을 찍은 풍경사진이 아니라, 작가가 의도적으로 포착한 농업용 토지와 그 주변 풍경에 관한 사진들이다. 게다가 대부분 경작 중이거나 수확을 앞둔 풍요로운 모습이기보다는, 휴지기이거나 방치된 모습이어서 전반적으로 그 느낌은 황량하고 쓸쓸하다. 오랜 시간 우리나라 농촌 곳곳을 돌아다니며 찍었을 김윤호의 이 사진들은 언뜻 미국 서부지역의 개발상을 기록한 19세기 지형학 사진이나 이후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양상으로 주변 풍경을 담아낸 1970년대 신지형학 사진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김윤호의 <㎡>는 (신)지형학 사진에서 한발 더 나아가 대지미술이나 개념미술 작가들처럼 자신의 의도에 따라 특정한 행위를 가한 뒤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다. 여기서 그 행위는 사진 이미지와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 임의의 방식으로 1㎡의 면적을 표시하는 것으로, 각 사진에는 반사된 거울이나 나뭇가지, 끄나풀, 막대 같은 주변 사물들로 작가가 표시한 유사한 형태의 흔적들이 발견된다. 더불어 결과물인 사진의 크기 역시 1㎡ 면적으로 일정하다. 이러한 장치들을 통해 작가는 – 논밭의 수확량을 기준으로 한 ‘마지기’나 ‘평’이 아닌 – 공시지가의 기준이 되는 ‘제곱미터(㎡)’를 강조함으로써, 농토마저 언제든지 다른 용도로 전환될 수 있는 우리나라의 난개발 현실을 암시한다. 무계획적인 도시 확산으로 수많은 농토가 이미 사라졌거나 앞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음을 자연스럽게 상기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의도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자 사진을 (수직으로) 걸지 않고 (수평으로) 눕힌 작가의 설치방식은 특히 흥미롭다. 개별 작품의 제목이기도 한 사진 속 농지의 공시지가를 좌대의 높이로 환산하여 그 위에 사진을 올려놓음으로써, 관객으로 하여금 스포트라이트가 비춰진 높고 낮은 사진-좌대를 돌아다니면서 이미지를 감상하는 동시에 지가를 가늠하게 한다. 그리고 본래 농토가 지닌 생산적 가치와 일치하지 않는 부동산 가치, 그리고 그러한 부동산 가치와 일치하지 않는 예술적(미학적) 가치를 경험하게 함으로써 이중적인 역설을 강조한다. 수확량이 많은 농토의 가격이 반드시 높지 않은 것처럼, 비싼 땅이 반드시 아름다운 풍경을 드러내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그는 우리에게 익숙한 ‘풍경사진’의 형식을 빌려 또 한 번 이 사회 이면의 불편한 ‘풍경’과 예술 매체로서의 ‘사진’의 가능성을 환기시킨다.

아뜰리에 에르메스에서 열린 김윤호 개인전 <㎡> 광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