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hibition Focus] ARTSPECTRUM 2014

삼성미술관 Leeum이 2014년 첫 전시로 한국 현대미술의 신진작가를 소개하는 <아트스펙트럼 2014>를 연다. <아트스펙트럼전>은 유망 작가들을 발굴하여 한국 현대미술의 흐름을 짚어낸다는 취지로 2001년 격년제로 시작했다. 2006년 전시 이후 중단됐다가 2012년 재개돼 올해 5회째를 맞았다. 이번 전시는 리움 개관 10주년을 맞아 다각적인 시선을 반영하기 위해 리움의 큐레이터뿐 아니라 외부 평론가와 큐레이터가 작가 선정에 참여했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10인의 작가는 개인사부터 사회경제사까지 아우르는 주제와, 전시장 곳곳에서 일어나는 퍼포먼스에서부터 관객의 참여로 완성되는 작품까지 한국미술의 확장된 다양성을 담고 있다. 한편 리움은 올해부터 작가들의 창작의지를 고취시키는 취지에서 <아트스펙트럼 작가상>을 수여한다. 신선한 변화와 기발한 창의를 주도하는 작가 10인의 신작을 중심으로 한국미술의 잠재력을 살펴본다.

이야기의 힘, 노동의 진지함, 공감의 전달

진휘연  성신여대 교수

현대미술의 화두는 무엇일까? 단순하지만 비교적 분명한 변증법적 발전을 해오던 현대미술은 1990년대까지 다양한 주제들을 섭렵하면서 확장 또는 융합의 시도를 멈추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미학적 요구가 조금씩 뒤로 밀리면서 작가들은 개념에 몰입하였지만, 동시에 자본력과 결탁한 대규모 스펙터클이나 자극적 이미지를 통한 반(反)자연적이고도 충격적인 연출 경향도 강해졌다. 변화가 빚어내는 가변적이면서 혼재된 상황에서도 감동적이고 아름답고 신기하고 재미있는 볼거리를 요구하는 관객의 더욱 커져만 가는 요구에 맞서 젊은 작가가 선택할 수 있는 방향은 어떤 것일까?
올봄 삼성미술관 리움에서 열린 <아트스펙트럼 2014>는 형식적인 새로움이나 특별한 주제, 강렬한 개념 등은 눈에 띄지 않았다. 언뜻 이질적으로 보이는 작가 10명의 작품들은 그러나 개인의 수고, 그리고 그 뒤에 숨은 이야기와 장인정신을 강하게 드러내면서 단순하지 않은 의미들을 내포하고 있었다. 작가 개인이 던지는 크고 작은 이야기들 속에서 감상적 낭만적 기분으로 흐르지 않으면서도 관객과의 교감의 층위를 넓히는 작가들의 솜씨는 예사롭지 않아 보였고 그중 몇몇은 작품 구성이나 이야기의 힘, 모두 컸다.
이완은 직접 동남아시아를 돌면서 한 끼의 식사, 아침을 마련하는 과정을 통해 소비자와 생산자의 구분을 거부하고, 자신의 필요를 직접 채우는 생산/소비자로 변신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메이드 인>은, 캄보디아에서 쌀, 미얀마에서 금, 대만에서 설탕, 태국에서 실크 등을 제작하는 작가를 영상에 담고 그 결과물을 함께 전시했다. 그는 사탕수수밭에서 수수를 채취하고, 몇몇 과정을 거쳐 설탕을 만들고, 그것을 먹는다. 누에고치를 가져다가 삶고, 실을 뽑고, 직조해서 실크천을 만들며, 이후 그것으로 옷을 제조한다. 노천광산에서 돌덩이를 가져다가 정련하고 손톱 반 크기의 금덩이를 얻어낸다.
그의 작품은 아시아 경제와 산업화, 후기자본주의 사회와 개인의 삶에 대한 관찰이란 거창한 개념을 지향하지만, 그보다는 작가의 구체적인 노동의 가시화, 개인적 소용에 닿는 필요한 무엇을 완결하고 만들어가는 과정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돋보였다. 이완의 작품은 인간 노동의 가장 구체적이고 근원적 이유를 보여주었다. 일상적 소모품 뒤에 가려진 노동과 생산품으로부터 소외되는 생산자들의 모습을 거부하면서, 자본이나 제도적 관습에 의해 미술작품으로부터 소외되는 예술가의 현실을 새롭게 바라보는 작품의 층위는 다양했다.
숙련되지 않은 아마추어의 손놀림으로 아시아의 여러 지역을 다니며 이방인처럼 작업하는 작가는 21세기의 낮은 노마드의 모습을 드러내주었다. 전 지구적이라는 상향적이고 화려한 노마드가 아닌, 부가가치 낮은 산물이나 손이 많이 가는 작업 환경 안에서 떠도는 그의 모습은 노동의 현실과 지역적, 산업적 소외라는 사회적 문제를 부각해주었다. 우리가 소비하는 일상적 생필품에는 수많은 사람이 흘리는 땀과 시간의 흔적이 있지만, 모두 가려진 채 재화를 통해 그저 교환 대상으로 변화한다. 작가는 그 부분을 자신의 노동으로 끈질기게 파고들면서, 교환가치가 아닌 사용가치로서의 사물을 가시화하고, 자본의 논리로 확대되고 재생산되는 현재 미술의 재화적 존재의 모순을 함께 지적한다. 이 작품의 가장 강한 메시지인 ‘노동’은 예술의 근원적 발상, 실천 과정과도 닿아있기에 더욱 친밀함이 느껴졌다.
송호준은 작품과 작가의 경계가 모호한 지점을 가리킨다. 그는 공학 전공자로서 공개된 정보들을 모아서 인공위성을 만들고 직접 쏘아 올려서 우주 궤도진입에 성공한 특이한 이력의 주인공이다. 그의 작품 <인공위성 퀴즈 쇼: 통신 모듈편>은 이런 업적을 중심으로 인공위성에 관한 퀴즈쇼 형식을 취하고, 인공위성의 부품들, 정확한 답을 보낸 관객들에게 줄 상품, 그리고 질문에 대한 관객의 답지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이 작품의 본질은 인공위성도 퀴즈쇼도 아니었다.
송호준은 자살 방지책으로 죽음을 미리 경험하도록 돕는 <방사능 보석>을 제작한 바 있다. 그는 아마존 사이트에서 방사능 물질을 구입하고 완성된 목걸이를 이베이 사이트에서 판매했다. 그의 작품은 먼저 우리가 가상적으로 관계 맺고 있는 거창한 대상들, 즉 인공위성이나, 방사능 물질 등이 실은 우리 주변에 존재하고, 얼마든지 나와 구체적인 관련을 맺을 수 있음을 알려준다. 같은 맥락에서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는 데 필요할 것으로 여겨졌던 국가, 정보, 자본, 군사력, 기술력, 전문기구 등에 대한 믿음도 허구였음을 보여주고 있다.
더 많은 것이 가능하고 그것은 아직 타진되지 않았을 뿐임을 말하는 송호준은 제도적 통제나 능력의 한계로 인해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 도전적 사고가 부재했음을 강변한다. 이 점은 현대미술이 그토록 오랫동안 논의해오던 사고의 전환, 즉 허구적이고 가상적 믿음인 이데올로기의 파괴라는 논제와 일맥상통한다. 그의 작품은 상호성을 염두에 둔 관객 참여형태를 띠지만, 송호준이 도전한 진짜 참여만큼의 재미를 주지는 못한다. 그가 인공위성을 통해 우리에게 보여준 도전 정신은 현대사회의 지식의 권력화, 자본의 권력화, 통신의 권력화, 국가 및 제도의 권력화, 결과물로서의 정보의 독점화 등 여러 권력구조에 대한 전복이자 이 시대 우리를 둘러싼 관습적 사고에 대한 해체이다.

10人10色
그러나 이 모든 것보다도 더욱 놀라운 것은 몇 년에 걸쳐 직접 인공위성을 만들어낸 그의 수고로, 준비하고 제작하고 끈기 있게 완성해내는 모습이 바로 창조의 전형임을 기억할 때, 예술가를 코스프레(가장함)한다는 송호준은 잊혀진 예술가의 본질적 모습을 가장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하겠다.
박보나의 작품 <당신이 믿고 있는 것을 말해드립니다 2>는 매우 단순할 뿐 아니라, 약간 진부해보인다. 3명의 인물을 선택, 그들의 전문분야 – 개그, 연기, 노래 – 를 보여주고, 각각의 인터뷰 영상과 교차 편집했다. 이들이 몸담고 있는 분야는 경쟁이 매우 치열하고, 재능이 성공을 담보하지 못하는 곳이다. 현실의 벽에 부딪힌 젊은이들의 연기와 공연은 이런 현실을 더욱 안타깝게 만들었지만, 그렇다고 그들의 이야기가 특별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오늘날 한국의 대형 방송사들이 앞 다투어 만드는 여러 종류의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자주 등장하는 진부한 상황들, 어려운 현실에 대한 토로와 인간적 호소가 주를 이루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들의 이야기와 공연 장면은 전시장을 나와서도 계속 강렬하게 머릿속에 남았다. 3명이 보여주는 소위 ‘진정성’이 얼마나 강력할 수 있는지를 깊이 느끼게 되는 부분이다. 이런 면에서 박보나의 시나리오 구성과 편집력은 뛰어나다고 하겠다. 영상 속 3명이 모두 공연전문가란 점에서 높은 전달력과 표현력이 작품의 내용을 대신했고, 그들의 짧은 공연장면은 흡입력 있었으며, 상대적으로 그들의 인터뷰는 관객의 여러 정서에 강하게 어필했기 때문이다. 일상적이고 특별하지 않은 내용의 이 작품은 진부한 현실들, 즉 자본의 힘, 방송사와 거대 권력, 제도 안의 작은 개인들, 스타의 애매한 탄생 과정, 평가의 선정성과 우연의 개입 등의 반영에 끝나지 않고 결국 관객을 움직이는 것이 이야기의 힘이라는 점을 부각하는데 성공했다.
장현준의 <(  ) 수행>은 개념미술의 맥락하에 있다. 그의 설치+퍼포먼스+영상+관객참여형 작품은 지극히 반미학적이며, 어떤 것도 결정되어 있지 않은 열린 형식의 무대였기에 통합성이나 전달력이 느껴지지 않았다. 다만 이 작품 속에서 작가가 그의 부친이 만들고 디자인한 설치물을 통해 부친을 관찰하고 그와의 관계를 강화하려는 주관적 목적이 강하게 내재되어 있음을 알게 되면, 이런 산만함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김민애는 <블랙박스 조각> <플랫> <세 작가>란 제목을 붙인 3작품을 전시했는데, 공간 속의 사물과 건축적인 부속품들 간의 깨어진 틈, 오류와 착각, 환영 등을 기술적이고도 재치 있게 교합함으로써, 공간과 시각적 이미지, 그리고 언어 간의 겹침과 아이러니를 구현해냈다. 장소특정성에 기초해서 전시장의 엘리베이터나 벽, 공간의 특이함을 구성에 잘 이용한 작가는 전통적인 미술어법에 충실했다.
천영미의 <구름기둥 불기둥>이나 <완벽한 원> 등은 미술의 기본적인 솜씨 또는 수행력과 종교나 물리학, 그리고 예술적 상징성을 결합시켰다. 애니메이션과 드로잉의 화면이 만들어내는 모정과 비정한 사회의 이야기를 다룬 심래정의 작품에는 표현과 주제의 다이내믹한 에너지가 보였다. 성과 금기의 문제를 결합하고 섬세하면서도 경계가 모호한 방식의 주제와 표현을 보인 이은실의 작품은 매체와 주제 선택의 시너지가 돋보였다. 즉물적 사진이 보여주는 현실 너머의 공간감에 관한 상반된 깊이와 내용을 다룬 정희승, 전통화법을 대표하는 선원근법과 그리기의 전통을 21세기의 시각으로 재구성한 제니조 등, 10명의 작가는 모두 자신의 이야기를 다양한 방식과 흥미로운 시각으로 전달했다.
삼성미술관 리움이 개관 10주년을 맞았고, <아트스펙트럼전>은 올해로 4회째다. 스펙트럼전이 이제까지 미술계의 신인 등용문 역할을 했고 될성부른 나무를 잘 뽑았으며, 유명한 작가들이 이곳을 거쳐 갔다는 점을 성공 잣대로 내세워서는 안 될 것 같다. 오히려 작가들의 이후 입지보다는 오늘날 미술계의 스펙트럼을 넓히는 다양한 예술적 실천에 대한 수용이 계속되어야 한다. 알려진, 유명한, 인기 있는 작가가 되기보다는 그것과 반대되는 노선을 걷는 젊은 작가들, 그들의 작품이 비록 완성도가 떨어질지라도 굳어진 우리의 시선을 깨워준다면 <아트스펙트럼전>은 계속 의미 있는 위상을 갖게 될 것이다.
이번 전시에 등장한 작가들은 현실적인 문제부터 미술사의 주제까지 여러 소재를 다룬다. 디스플레이 방식이 달라서 서로 조금씩 충돌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들 작품이 미학적 가치관이나 개념 대신, 진솔한 이야기와 집약된 노동력을 보여줌으로써 오늘날 현실에서 권력이 되지는 못하지만, 가치 없다고 치부되지 않는 소중한 요소들을 은연중에 암시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그것을 발견하는 전시는 그래서 잔잔한 울림을 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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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애 (2)

에스컬레이터 밑에 있는 작품은 <블랙박스 조각>이고, 오른쪽 벽면의 작품은 <플랫>(위)과 <세 작가>(부분)다

KIM MINAE
김민애

1981년생. 서울대 조소과 동대학원 졸업
런던 로얄 컬리즈 오브 아트 조소과 석사 졸업

김민애는 자신의 개인적 경험을 기반으로 나-오브제-공간-그리고 문맥 사이의 관계 양상을 사회학적 관점에서 중재하는 독특한 조각, 설치를 선보여 온 작가다. 비록 임시적이고 장소제한적이라는 조건을 전제하지만, 작가가 제안하는 이 건축적 상황극에서는 억압되고 가려져 있던 존재들이 무대로 초대되고, 기능과 미학의 기존적인 위계와 선후관계가 무효화되며, 다양한 욕망과 목적이 충돌하며 발생하는 틈새와 역설적 상황이 있는 그대로 노출된다. ― 곽준영

 

이은실 (1)-1

<선을 넘는다. 얼마든지 넘을 수 없다> 장지에 수묵채색 244×720cm 2014

LEE EUNSIL
이은실

1983년생
서울대 동양화과 졸업 동대학원 수료

욕망과 억압의 자극적인 상황을 세필 묘사로 적나라하게 또는 불편하리만치 과장되게 묘사하는 이은실의 작품은 소리 없이 공격적이었고, 충분히 껄끄러웠다. … 성적 욕망과 보수적 가치가 충돌하는 이은실의 작업은 성적인 표현에 있어 운신의 폭이 좁았던 젊은 여성 작가가 사회에 날리는 화끈한 조롱이었다. ― 태현선

 

제니조 (1)

<원을 그리며 뒤로 달리기(말레비치를 따라)> 캔버스에 유채 각 160×180cm 2014

JENNY CHO
제니 조

1985년생
뉴욕대 순수미술과 졸업

내 작업에서는, 실제 촬영한 대상을 사진 부조로 재배치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개인되는 ‘시간성’과 ‘반복성’의 개념이 매우 중요하며, 이 과정을 통해 도출되는 페인팅에선 단순히 눈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을 재현해 내는 것뿐만 아니라, 시간과 공간의 한계를 넘어 의미로 다가오는 모든 것을 통합적 시지각으로 표현하고자 애썼다. 나는 이를 “인-비트윈(In-Between)”의 개념으로 제시하고자 한다.  ― 제니 조

 

송호준

<인공위성 퀴즈 쇼: 통신모듈 편> 설치 2014

SONG HOJUN
송호준

1978년생. 고려대 전기전자전파 공학부 졸업
KAIST 공학부 대학원 수료

송호준의 작업들이 흥미로운 점은 그가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테크놀로지를 현란하게 보여주지 않는 데 있다. 지금 우리 사회에 만연되어 있는 문화와 기술, 소비문화를 비틀어보게 하는 질문. 이는 분명, 미디어아트가 노리는 지점이 기술, 즉 테크놀로지에 한정되어 있지 않음에 대한 또 다른 반증이자, 송호준의 작업이 지향하고 있는 지점이고, 우리가 미디어아트에 대해서 한번쯤 다시 생각하게 되는 이유이다.  ― 신보슬

정희승 (2)

‘회전문이 있는 방’이라는 이름이 붙은 공간으로 <테이블-디드로=테이블>과 <회전문이 있는 방> 사진액자 <끝나지 않은 문장 1,2>

CHUNG HEESEUNG
정희승

1974년생. 홍익대 회화과 졸업
런던 컬리지 오브 커뮤니케이션 사진과 석사 졸업

정희승은 3차원의 현실 세계를 2차원의 이미지로 ‘실재와 매우 유사하게’ 재현하는 사진의 특성에 집중하여, 여기에서 파생되는 사진의 매체적 한계와 가능성을 탐구해왔다. … 그의 사진-설치에서 우리는 내러티브 대신 사진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작가의 반응을 발견하고, 그가 사진의 한계에 대해 탐구하며 역설적으로 그 지평을 넓혀가는 것을 목도할 수 있을 것이다. ― 이진아

 퍼포먼스, 혼합설치, 필름 2014

<( )/수행> 퍼포먼스, 혼합설치, 필름 2014

CHANG HYUNJOON
장현준

1982년생. 한예종 조형예술과 졸업
한예종 무용원 창작과 졸업

몸은 우리가 외부세계를 대면하고 수용하며 인식하고 겪는 모든 사건들의 시작이자 통로이다. 그 사건들 속에는 제도, 시스템, 구조뿐만 아니라 그 바깥도 포함되는 것 같다. … 상황과 협업은 즉흥을 차용함으로써 해소되는 것들이라고 말할 수 도 있을 것 같다. 현상과 현상의 만남으로 이루어지는 것들은 계획과 예측을 벗어나는 새로운 현상들을 수용 가능하게 해준다. ― 김장언

 건축재료 150×150×1000cm 2014

<구름기둥 불기둥> 건축재료 150×150×1000cm 2014

CHUN YOUNGMI
천영미

1978년생. 한예종 조형예술과 졸업
첼시 컬리지 오브 아트 앤 디자인 파인아트학과 졸업. 동대학원 석사 졸업

천영미의 작업에서 등장하는 알 수 없는 개인적 시선이나 3차원적인 오브제 설치에 담기는 이미지적 즐거움은 보는 사람에게 꽤 만족감을 주는 것이기도 하다. 작가에게 오브제가 등장하는 공간은 조각적인 물리적 관계에 대한 것이기 보다는 우화적 이미지를 만드는 오브제들 간의 은밀한 시적 대화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점 때문에 작업들은 일견 일상을 지시하는 듯 하면서도 비범하고 특수한 사건이 되는 어떤 특수한 상황으로 다가오게 된다. ― 김현진

 드로잉 애니메이션 1분23초 2013

<슬리핑 타임> 드로잉 애니메이션 1분23초 2013

SIM RAEJUNG
심래정

1983년생
서울과학기술대 조형예술과 동대학원 졸업

심래정의 작업에서 살인은 행위 자체에 의미가 있다기보다는 죽음이라는 사건이 내 주변에서 목격할 수 있는 여러 사건들 중의 하나이며, 아무 예고 없이 다가오는 일상에서 맞는 어이없는, 순간적인 일일 뿐이었다. 그러나, 작가는 작품을 통해 죽음이 단지 끝이 아니며 삶과 죽음은 끊임없이 수환하는 것임을 말하고 싶어한다. ― 우혜수
 

 전시장 가이드 퍼포먼스 2014

<당신이 믿고 있는 것을 말해드립니다 1> 전시장 가이드 퍼포먼스 2014

PARK BONA
박보나

1977년생. 서강대 영문·신문방송학과 졸업. 한예종 조형예술과 졸업
런던 골드스미스 컬리지 오브 아트 석사 졸업

박보나의 작업은 두 개의 리얼리티 사이를 횡단한다. 우선 우리가 겪고 살고 있는 수만 가지의 현실 가운데에서 ‘거래’에 의해 만들어지는 개인과 사회 간의 관계가 갖는 리얼리티와 예술의 장에서 전형화되고 형식화된 시스템으로 드러나는 리얼리티이다. 그의 작업은 매체나 형식에 의한 양식적 속성을 갖기보다는 작가 자신에게 주어진 조건 속에 내재하는 제도화된 구조를 작업으로 전유하여 실존적 현실이 드러나도록 유도한다. 이러한 접근은 리얼리티를 재현하는 방식이 아니라 리얼리티를 전유한다는 점에서 더욱 분명해진다. 정현

 

이완 (8)

<메이드 인 미얀마(금)> 전시장 전경 2014

 

LEE WAN
이 완

1979년생
동국대 조소과 졸업

이런 생산수단에 대한 관심이 시스템으로, 노동력에 대한 관심은 사람-개인과 집단-으로 향하게 되었다. 나는 구조가 개인과 집단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변화시키는지에 주목해왔다. 예를 들어 내가 가진 이념이나 성향들은 대부분 외부에서 온 것이다. 또 나는 한국에서 나고 자랐기 때문에 태어남과 동시에 한국 근현대사라는 역사적 인과에 투입되었다. 그 결과 어쩔 수 없이 나와 우리의 역사를 되돌아 보고, 나와 타인의 삶이 비슷하거나 다른 이유들을 찾기 위해 시스템을 탐색하는 것이다. ― 이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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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아트스펙트럼2014 작가상> 수상작가 이완

소비자이자 노동자인 우리의 조용한 저항

이완인물 (3)수상을 축하한다.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시상제에 대한 부담은 없었나. 작가로 활동한 지 10년 만에 첫 수상이라 그 자체가 영광스럽다. 작업의 완결이 아니라 연속선상에 있는 작품을 전시하는 것이기 때문인지 시상제도에 대한 부담이나 압박감은 전혀 없었다.
금, 밀, 실크 등의 전체 생산에 개인이 직접 참여한 모습을 담았다. 소비자와 노동자의 관계에 주목한 작업인데 그 작업의 전개과정이 마치 노동자의 노동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예술가와 노동자의 관계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예술이 노동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노동조건이 성립하려면 생산수단을 가진 자에게 내가 가진 근력과 시간을 제공하여 고용주와 노동자가 원하는 것을 서로 교환해야한다. 예술은 이와 다르다. 나의 모든 작업이 노동의 과정이지만 작품이 완성되었을 때 이는 하나의 ‘발표’가 되지 ‘노동의 결과물’로 교환되는 성질은 아니다.
<아트스펙트럼2014 작가상> 수상과 함께 2016년에 플라토에서 전시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많은 작가가 전시에 부담을 느끼는 공간이다. 아직 이르지만 구상한 전시내용이 있는가. 이전의 몇몇 작업과 <메이드 인> 시리즈 그리고 이후의 작업을 연결해서 완결은 아니지만 현재 구상하고 있는 전체 내 작업의 중간과정을 보여줄 것이다. <메이드 인> 시리즈는 내년쯤 완결해 선보일 것이다. 이전 작업의 경우 씨앗에서부터 나오는 상품이 가지는 역사적, 국제적 관계를 엮는 작업으로 <메이드 인> 작업과 연결된다. 플라토라는 공간이 어렵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어려운 것을 극복하는 자체가 나의 즐거움이다.
개인 삶에서 드러나는 신자유주의 사회 시스템에 따른 생산과 소비, 고용과 노동 등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 매니페스토를 꿈꾸는가. <메이드 인> 시리즈는 개인이 하는 무모한 행동을 보여준 것이다. 비효율의 극단을 실행에 옮긴 셈이다.
작년 8월부터 대만에서 2달, 태국에서 1달 반, 미얀마와 캄보디아에서는 합쳐서 1달 정도 생활했다. 순금 3g을 캐기 위해 떠난 미얀마의 경우, 도심에서 1000km 떨어진 금광에서 작업했다. 작업이 너무 고되서 돌아오는 버스에서 울기도 했다. 서울에서 약 15 만원으로 살 수 있는 양의 금을 위해 최대의 비효율적 과정을 거친 것이다. 이는 일종의 저항의 퍼포먼스였다. 저항인 동시에 현대 생산 시스템의 과정을 보여주는 행위다. 무엇이 올바른지를 이야기하기보다 사람들에게 이 현상과 과정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려 한다. 조용한 저항. 나는 아래에서 위로의 혁명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일관된 주제임에도 다양한 매체를 사용하고 있다. 작품의 형식을 결정하는 기준이 있는가. 형식은 내용(context)의 하위구조라고 생각한다. 음악, 영상, 다큐멘터리, 설치 등 구애하지 않고 주제를 전달하는 가장 효과적인 매체를 찾아서 취하고 있다. 형식은 작업에서 큰 의미를 갖지 않는다.
앞으로의 작업 계획이 궁금하다. 식민지시대 이후 정치·경제적 이데올로기가 급변해왔다. 최상의 효율성을 추구하며 케인스주의, 하이에크의 이론 그리고 새로운 이론이 필요한 시대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거대한 이데올로기가 개인을 지배하면서 개인은 소비자 혹은 노동자 중 하나가 될 뿐이다.
많은 부분을 놓치고, 무엇인가에 통제되어 살아간다. <메이드 인>이 아시아의 자본식민주의를 다뤘다면 앞으로는 금융을 주제로 작업하려고 한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제국주의 국가를 방문하여 <메이드 인>과 대척점에 있는 내용을 다루면서 두 시리즈의 대립을 보이고 싶다. 한국은 수출주도형 국가. 원자재를 수입해서 그것을 재가공하는 것이 한국의 특수성이다. 환율에 영향을 크게 받는 우리나라의 경제시장을 바라보며 금융에 대해서도 다뤄야 한다고 생각했다.
올해 8월 <메이드 인> 작업을 위해 중국과 인도네시아를 방문할 예정이고, 7월부터 12월까지 뉴욕 두산 레지던시에 참여한다.

임승현 기자

 비디오 13분 36초 2013

<메이드 인 미얀마(설탕, 설탕스푼, 설탕그릇)> 비디오 13분 36초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