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방&리-Friendship is universal

방&리 __ Friendship is universal
대안공간 루프 3.28-4.29

각종 오브제들과 언어가 뒤섞인 방&리의 전시 작품들을 엮어주는 매체는 단연 ‘빛’이다. 전시장의 입구에서 관객의 발을 멈추게 하는 거대한 무대조명은 리드미컬한 음악처럼 전시장을 환하게 비추거나 어둡게 하는데, 밝혀지고 어두워지는 대상은 그 작품 앞에 서 있는 관객들이다. 작품이 말하고 관객이 듣는 고전적인 위치를 전복시키려는 듯 조명은 관객이 선 자리를 명료하거나 불명료하게 비춘다. 할로겐 조명들로 이루어진 이 작품의 제목은 <Bury your head in the sand like an ostrich>. 이 제목은 작가의 의도를 밝히기도, 숨기기도, 회피하기도 한다. 명령문으로 이루어진 제목의 작품 앞에서,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가 하는 각성이 일어날 지, 의미가 어긋나는 불편한 느낌을 감수할지는 개별적 시간 속에 있는 개별적 관객의 몫이다.
광섬유를 이용한 작업과 LED 조명을 이용한 그들의 작업은 대체로 언어를 이용한 메시지와 연결되어 있다. <Can’t take my eyes off you>, <Our daily bread>, <Friendship is universal>, <Cul-de-sac>, <Elephant in the living room> 등의 작업은, 빛을 기본으로 하는 뉴미디어를 이용해 실제 언어를 다양한 방식으로 형상화하고 있는데, 당혹스러운 점은 대개 언어를 이용한 작품들에서 볼 수 있는 딱 떨어지는 통쾌한 이유나 명확히 의도된 불일치감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문장과 ‘우리의 일용할 양식’의 관계, ‘너에게서 눈을 뗄 수 없다’는 문장과 동일한 작품에서 보이는 화면의 인터랙션, ‘elephant’와 ‘象’과 화면에서 보이는 흐린 영상들, 박제된 산양의 몸을 감싸고 있는 ‘죄’라는 글자의 네온 빛, ‘우정은 보편적이다’라는 문장에 연이은 ‘막다른 골목’에 이르면, 이 문장이나 단어들이 언어이기 때문에 명확하게 이해되어야 할 것 같은 기대를 지속적으로 저버리고 있음을 알게 된다.
많은 매체와 많은 언어, 그것들이 기존의 좌표를 잃고, 혹은 본래의 의무를 벗어나 겅중겅중 뛰어다니는 것 같은 혼란스러움은 이번 전시에서 보여준 거의 모든 작품에 내재되어 있다. 그것이 정서이든 메시지든, 그들은 수렴이 아닌 발산을 전략으로 택한 것처럼 보인다. 그들이 선택한 매체의 은유, 그들이 선택한 명료한 언어의 불명료성, 이러한 특성들이 차후의 작품들에서 전개되는 양상을 지켜보고자 한다.

이윤희・미술비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