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길초실 – Kiss & Fly

길초실  __  Kiss & Fly

원앤제이갤러리 9.2~10.4

미술은 근대의 발명품이다. 우리는 메리 앤 스타니스제프스키의 말처럼 근대 이전의 사람들이 생산한 뛰어난 건물들과 사물들을 ‘미술’이라는 제도 안에 차용하여 변형한 것을 미술품이라 부른다. 이는 액자틀 안에 있는 것을 회화로 보이게 만들고, 좌대 위에 있는 것을 조각으로 보이게 만든다. 길초실은 미술 제도의 경계나 관행 탐구에 천착해 왔다. 그의 작품은 조각이 아닌 조각이며, 회화가 아닌 회화가 된다. 이 지점에서 논리적 해설을 요구하는 관객은 갈피를 잃는다.
한국에서의 첫 개인전인 <Kiss&Fly>에서 작가는 일상의 오브제들이 갖는 내적 흔적들을 차용하여 전시 공간이라는 물리적 상황 안에 재배치한다. 3개 층으로 이루어진 갤러리 공간에 헬륨가스를 채운 주황색 라텍스 풍선이 떠 있고, 구릿빛 동전들과 주황색 장미 꽃잎들은 바닥에 흩뿌려져 있다. 계단에는 다양한 형태의 작은 개구리 인형들이 걸터앉아 있다. 수수께끼를 내듯 배치된 오브제들과 함께 작가는 하나의 자작시를 적어 놓는다. 고양이와 개구리, 헬리콥터, 축구 경기, 마이클 잭슨이 일정한 논리적 연결 고리 없이 언급되며, 이 시는 ‘우리, 다시 무모해져 볼까 / 오 복숭아 복숭아 복숭아’로 끝이 난다.
올해 4월, 길초실은 <한 시간 전시One Hour Long Exhibition>라는 퍼포먼스를 행하였다. 관객은 한 시간 동안 설치, 전시, 철수까지 시작과 완료를 모두 진행하는 압축된 전시의 전 과정을 경험하였다. 미리 짜인 극본이나 리허설 없이 일련의 자연스러운 행동들로 구성된 이 프로젝트는 전시라는 관행의 과정을 한 시간 동안 노출한다. 2009년 작품 <The breathtaking>에서 반짝이는 풍선 모양의 붉은 유리 호리병을 놓는다. 이 반짝이는 병 안에는 계룡산에 거주하는 무당들의 입김이 담겨있다. 보이지 않는 믿음과 상상력의 지점들을 환기시킨다는 점에서 예술가와 주술사가 유사하다고 말하는 길초실은, 주술사들의 에너지를 모아 자신의 미술작품으로 전환한다.
마르셀 뒤샹이 미술전시장에 변기를 전시했을 때, 우리는 이 변기를  ‘조각’으로 본다. 보는 행위는 사회적, 문화적 과정이며, 인간의 시각 경험은 무수히 복합된 다수의 현실일 뿐이다. 길초실은 사물을 보는 방식에 대한 놀이를 하며, 이를 자신의 ‘미술작품’으로 이름 짓는다. 장소나 물건의 흔적 혹은 역사를 작업에 활용하거나 보이지 않는 요소인 에너지, 공기, 기, 사운드 등을 매개로 하는 그의 작업은 너무도 기묘한 풍경이라 선뜻 판독되지 않는다. 그 조직은 파편화되어 있으며, 단절되어 있기 때문이다. 길초실은 물체나 풍경 같은 사물이 갖는 내적인 힘을 발견하며 이를 연결시켜 새로운 내러티브를 만든다. 이미지는 자유 연상 작용으로 또 다른 이미지를 불러온다. 이미지와 현실의 일치 여부는 이성이나 논리에 의해 검증되지 않는다. 길초실의 작업은 현실에 대한 해설이 아닌 은유이다. 작가가 만들어 내는 세계에서 일상의 오브제는 미술작품이 되고 미술전시가 된다. 작가에게  전시장은 일상 속 존재들이 새로운 역할극을 펼치는 극장이다. 작가는 관객이 미술을 제 일상으로부터 분리하는 걸 허용하지 않고 관객 스스로의 상상력을 요구한다. 또한 작가는 관객에게 미술의 존재 가치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던진다.
양지윤·코너아트스페이스 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