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윤성지 – 신자유주의, 위험한 정신-YOUR SPIRIT

윤성지 – 신자유주의, 위험한 정신-YOUR SPIRIT

오픈스페이스 배 6.28~7.16
스페이스 K 서울 8.14~9.19

오픈스페이스 배에서 열린 윤성지의 개인전 <신자유주의>에서는 신자유주의에 대한 작가의 시선이 은유와 상징으로 표현됐다. 직접적인 접근보다는 압축된 언어와 공간구성으로 말이다. 전시장 공간 사방에 각목으로 만든 벽면을 설치하고 벽면에는 ‘Neoliberalism’과 ‘신자유주의’라고 적힌 텍스트가 프린팅 되어 있다. 그렇게 만들어진 좁은 통로를 지나면 여러 개의 스포트라이트가 메인 공간의 뒤편 벽을 비추고 있다.
보편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사회시스템이란 정치, 경제, 문화 등 다양한 요소가 적층되어 꼭지점으로 갈수록 오므라드는 피라미드 형태의 구조다. 하지만 작가는 지금의 시스템을 좀 더 섬뜩한 구조로 파악하고 있는 듯하다. 그것은 안과 밖이 훤히, 너무나 잘 보이는 단순한 구조이며, 각목으로 설치된 벽면만이 존재하는 것이다. 룰은 단순하다. 안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벽을 허물지 말아야 된다. 드나듦은 언제나 자유롭다. 일단 안으로 들어가 그곳에 소속되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전시장에서 보이듯 그 안과 밖은 모호하고 어둡다. 한 줄기 빛도 비치지 않는다. 따라서 어디에 소속되어 있다는 것은 사실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그렇다면 안을 좀 더 안전하고 안락한 공간으로 의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좁디좁은 복도를 지나며 항상 내부를 힐끗 쳐다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스포트라이트와 벽면 사이에 존재하는 그 무엇, 혹은 누구, 즉 시스템을 만들고 조종하는 존재에 대한 정보의 부재에서 연유한다. 구호처럼 적힌 ‘신자유주의’의 기치는 안과 밖에 소속된 그 누구도 제시한 적이 없으며, 그들이 존재하기에 자연스럽게 마련된 것도 아니다. 후면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보이지 않는 존재가 만든 체계다. 그래서 이 작품은 공포감에 가까운 느낌을 준다.
그런데 스페이스 K에서 열린 윤성지의 또 하나의 개인전은 그간 펼쳐왔던 작업의 맥락을 대부분 호출했다. 전시장을 가득 메운 핑크 컬러와 그것의 오브제 설치는 작가가 이전 작업에 자주 사용하던 것이다. 텍스트를 구현한 프레임, 오브제도 그의 전시장을 찾은 이들이 한 번은 봤음직한 것들이다. 그런데 작가의 이러한 구성은 필연이 아니었으나 필연이 되어버린 형국이다. 굳이 그러한 컬러와 형태, 구성을 띠고 그곳에서 관람객을 만날 이유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다만 의식과 무의식 사이의 경계에서 그는 선택했다. 사실 경계면에서 선택의 문제를 놓고 벌이는 작가의 줄타기는 이전 그의 작업을 관통하는 중요한 태도다. 이미지와 텍스트, 오브제와 공간, 그리고 오브제와 텍스트 등 작업의 요소 사이에서 이해와 몰이해의 혼돈의 장을 펼쳐놓은 것이다. 그래서 의미는 사라진다. 아니 작가는 처음부터 의미 따위는 염두에 두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 이미 너무 많은 의미에 둘러싸여 사는 우리는 의미파악의 강요에 시달리고 있다. 그러고 보니 스페이스K에서 열린 윤성지 개인전의 타이틀이 ‘위험한 정신_Your spirit’이었다.
황석권・본지 수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