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이상원 – THE MULTIPLE

이상원 – THE MULTIPLE
영은미술관 3.1 – 30

이상원은 2006년부터 일상에서 사람들이 여가 생활을 즐기는 모습을 표현 대상으로 삼아왔다. 그의 작업에서는 공원에서 걷고 뛰는 사람들, 스키를 타는 사람들, 수영을 하거나 스포츠 경기를 응원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지속적으로 보였다.
사람들이 즐기고 있는 여가활동의 종류는 다르지만 스키나 수영, 걷고 달리는 사람들은 지역이나 시간에 관계없이 서로 유사한 모습을 하고 있다. 이상원은 이러한 점에 주목하여 여러 사람이 취하는 공통된 자세와 행동을 패턴화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일정한 목적을 가지고 모여있는 군중의 모습으로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의 단편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 제목인 ‘multiple’은 이런 관점에서 서로 다른 인물의 집합을 보여주는 소재적 측면과 함께 최근 이상원이 집중하는 회화 매체에 대한 다양한 시도를 의미한다. 이상원의 초기 작업에서는 여가활동이 벌어지는 장소가 화면의 큰 부분을 구성하고 여가활동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을 한 화면에 담기 위해 주로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시점으로 화면을 구성하여 행위의 주체인 사람들은 아주 작게 표현되었다.
초기 작업들과 달리, 최근 작업에서는 인물의 행위 자체에 좀 더 주목해 행동양식의 공통점을 찾고 이를 회화적으로 실험하려는 의도가 드러난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 는 1년간 프랑스, 이탈리아, 한국의 다양한 장소와 여러 인종의 사람들이 여름 휴가를 즐기는 모습을 관찰한 작업이다. 조금씩 다른 모습을 수채화로 그린 작은 종이 작업 100여 장이 서로 조합되어 커다란 해변을 이룬다.
이 해변의 풍경은 하나씩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서로 다른 장소임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자연스럽게 하나로 구성된다. 그리고 해군 병사들이 모여있는 <사열>은 스티로폼으로 만든 형상을 나무판 위에 찍고 모자와 손 부분만을 덧칠한 방식으로 제작됨으로써, 인물의 개별적인 특징은 사라지고 해체되어 전체적인 하나의 풍경을 이루는 색과 형태로 재조합된다.
역시 인물들이 더욱 단순화되어 간략한 형태와 색채로만 표현되고 원근감 없이 화면의 모든 곳이 균일하게 채워지면서, 인물들의 모습과 행위는 회화적 실험의 구성요소로 변화하게 된다. 화면 안에서 이루어진 회화적 실험은 를 통해 보여주는 방식에 대한 실험으로 확장된다.
불꽃축제를 보기 위해 해변에 모인 사람들을 담은 이 작업은 거의 동일한 풍경을 서로 다른 방식으로 그린 4개의 작업을 같이 전시되어 이상원의 다양한 시도를 비교해 볼 수 있다. 특히 전체가 균일하게 표현된 화면을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도록 바닥의 낮은 좌대 위에 놓은 작업은 평면화된 화면을 그가 불꽃축제 현장에서 실제로 보았던 시점과 유사한 시점으로 보게 만들면서, 회화로 구성되기 이전에 그가 관찰했던 시점을 전시장 공간 속에 되살리고 있다.
그동안 이상원은 회화를 기반으로 하면서도 영상, 설치, 공연 등으로의 확장을 통해 다양한 회화적 가능성을 실험해왔다. 이번 전시는 이상원이 그간 지속해 왔던 다양한 회화적 실험의 양상을 보여주면서도 대상을 시각화하는 과정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자기언어를 구축해가고 있음을 살펴보게 한다. 

정진우・두산갤러리 큐레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