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이탈리아 젊은 작가 – We Have Never Been Modern

이탈리아 젊은 작가  __  We Have Never Been Modern

송은아트스페이스 5.8~8.9

이탈리아 젊은 작가전은 2012년 스위스를 시작으로, 매해 한 나라의 젊은 작가들을 소개하는 프로젝트이다. 단순 소개에 머무르지 않고 각각의 주제를 가진다. 작가 22명의 작품 24점을 아우르는 키워드는 논쟁적인 전시의 부제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탈리아 하면 아직도 고풍스러운 이미지가 있는데, 모더니티를 문제 삼은 것은 다소간 의외이다. 그러나 역사학자 R. 코젤렉이《  지나간 미래》에서 말하듯이, 르네상스 시대에 인문주의자들이 고대의 전범으로 돌아가면서 그 사이의 ‘야만적 시대’는 하나의 기간이 되었고, ‘새로운 시대’는 마침내 ‘중세’에 대해 새롭게 파악되는 하나의 기간을 뜻하게 된 것에서 근대가 설정되었음을 염두에 둔다면, 어느 나라보다 일찍 근대를 맞은 이탈리아의 자의식을 엿볼 수 있다. 근대는 가히 고대적 질서를 떠올릴 만큼 강고하게 자리 잡았다. 근대적 진보는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선형적 질서로 강요되었고, 미리 규정된 목표에 이르기 위한 최적의 방법을 의미하는 합리주의는 개별적 특수성과 무관하게 모두 따라야 하는 원리가 되었다. 예술은 ‘새로움’으로 치장된 근대적 질서를 일찍이 내면화했지만, 모더니티라는 거대한 동일성의 질서에서 주변화되기 마련이었다. 20세기의 이탈리아에서 근대란 후발자본주의의 성급함에서 비롯된 독재 및 세계전쟁과 밀접했으며, 그러한 역사적 경험으로부터 근대에 대한 비판적인 관점이 생겨났을 것이다. 그래서 이탈리아 현대미술은 앞으로의 진격을 명령하는 전위주의에 대해 ‘트랜스 아방가르드’로 반응한 바 있다. 어떤 목적을 향한 전위의 계몽적이고 예언자적 태도는 전복되고, 전 방위적인 유목 및 횡단이 고무되었다. 이 전시의 어리둥절할 만큼의 다양성은 근대라는 본질화된 가치로부터 멀어지려는 확산의 움직임을 나타낸다. 전시는 5개의 섹션으로 나뉘어 있다. ‘모더니티 철회하기’에서는 매체의 순수성과 자율성으로 진화해온 모더니즘의 미학적 이데올로기에 대해 혼성으로 대응한다. ‘다수의 세계’와 ‘평행 우주’에서는 중심/주변, 전체/부분 간의 질서를 통해 유례없는 한 줄 서기를 가능케 한 위계적 질서를 해체하려 한다. ‘자연의 법칙’은 도구적 이성으로 전락한 근대의 합리적 이성에 의해 억압된 자연을 복귀시키며, ‘현재에 대하여 생각하기’는 새로움과 진보라는 근대에 독단적으로 설정된 시간 질서에서 과도기로만 간주되었던 현재를 다시 본다. 근대에 대한 자의식이 잘 드러난 작품으로는 생활필수품이 비치되어 있는 박스형 건축구조물을 설치한 F. 아레나의 작품이 있다. 그것은 근대에 대해 근원적인 회의를 불러일으키게 한 획일적 주거환경을 떠올린다. A. 타디엘로의 악기처럼 생긴 구조물은 엄청난 강도의 소리를 방출하는 무기이기도 한데, 그것은 근대에 설정된 예술과 진격의 관계를 풍자한다. R. 오를란도가 손글씨로 쓴 <개인적인 것은 정치적인 것이다>는 근대에서 배제되었던 타자의 가치를 1970년대 페미니즘의 구호를 인용하여 표현한다. 돌아가신 어머니의 앨범에 분장한 자신을 끼워 넣은 M. 리치의 위조 사진들은 현실과 허구가 어느 때보다도 가까워진 포스트모던 세계를 반영한다.

이선영・미술비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