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조해영 – CINNABAR GREEN DEEP

조해영 – CINNABAR GREEN DEEP
갤러리 비케이 2.18 – 3.23

조해영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전시장에 들어서면 풍경이 연상되는 초록색(전시제목도 cinnabar green deep)을 변주한 작품들이 펼쳐져 있다. 좀 더 유심히 보면 이 초록색의 화면들은 몇 가지로 나눠지는 다른 질감과 표면을 가지고 있다. 유사한 소재를 다루고 있으며, 거의 같은 시기에 제작한 작품이지만, 조금은 이질적이고 다른 분위기의 화면을 보여주는 이유에 대해 작가는 자신이 채집한 각각의 풍경을 충실히 표현하기 위해서였다고 말한다.
작가가 풍경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는 낯선 공간으로 거처를 옮기면서 자신과 외부환경이 서로 확신할 수 없는 관계에 놓여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당혹스러운 경험을 하게 된 것에서 비롯되었다. 그 상황을 받아들이면서 자신의 지각이나 판단이 매우 불완전한 수단으로 전락해버린 기분이 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작가는 분명히 거기에 있었지만, 좀처럼 확신할 수 없는 대상으로써 ‘장소’를 선택하게 되었다.
작가가 이러한 장소를 다루는 방식을 보면 일견 풍경처럼 보이지만, 어떤 장소 일부분을 절취하여 그 표면을 다루고자 했음을 알 수 있다. 이것은 작가가 선택한 대상이 실재하는 장소이지만 어떤 시간과 공간을 연상시키거나 인식시킬 수 있는 구체적인 정보나 상황을 담지 못하게 하려고 선택한 방법이다. 즉 공간적 특성이 드러날 만큼 화면의 프레임이 충분히 넓지 않게 구획을 정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잔디 운동장의 일부만을 잘라 내어 격자만이 보이도록 하고, 그 부분조차 도식적인 이미지로 공간이 풍기는 개성을 지워 흐릿하게 한다.
이미지의 경계면을 잘라 대상을 다루게 되면 구체성을 인식할 수 없게 되고 답답함과 낯섦으로 장소의 표면이 화면 속에서 드러나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화면은 결국 색면으로 재구성되고 표면이 강조되면서 패턴화되고 추상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작가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그 어디에라도 있을 것 같지만 생경한 풍경(의 표면)으로 재구성하고자 한다. 그렇지만 이것을 보는 사람들은 각각의 기억 속 장면으로 다시 화면을 유추하게 된다. 그것은 아마도 화면의 바깥으로 밀려나간 숨은 장소의 기억과 서사가 추상화된 표면을 통해 주관적인 시선을 주고받도록 하기 때문일 것이다. 

임종은・아트센터 화이트 블럭 큐레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