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Two Drawing Project – 열림과 닫힘

Two Drawing Project  __  열림과 닫힘

갤러리 소소 5.13-6.15

오늘의 화가들에게 사는 일과 그리는 일은 대개 분리되어 있다. 미술과 인격은 분리되어도 상관없는 것처럼 여겨진 지 오래고, 무용(無用)을 기본으로 하는 예술이 실제의 삶과 맞닿는 일은 견우직녀의 만남처럼 어렵기만 하다. 삶을 예술처럼 살아가고, 예술을 삶처럼 만들 수 있다면 예술은 사라질 것인가? 김을의 말처럼 “그림이 필요 없는 아름다운 세상은 언제 오려나?”
‘서울 드로잉 클럽’이라는, 이름부터 좀 웃음이 나는 그룹의 전시회가 갤러리 소소에서 1, 2부에 걸쳐 진행되었다. 웬 일요화가회 같은 명칭을 가진 이 그룹의 멤버들은, 서로 제각각의 경향을 가진, 연령대도 차이가 나는 작가들이다. 이들은 그룹의 명칭과는 달리 모두 서울에 사는 것 같지도 않고, 전시도 서울 이외의 지역에서 더 많이 했던 것 같고, 드로잉에 대한 관점의 깊이와 넓이도 서로 큰 차이가 나는 것처럼 보인다.
모일 이유가 없을 것 같은 이들이 모여, 전시의 1부에는 각자의 드로잉에 대한 관심을 내보이는 작품을 선보였으며, 2부에서는 여덟 명 작가가 각자 제안서를 쓰고 각각의 제안들에 반응하여 작품을 제작해 전시하였다. <노자(老子)가 가르쳐준 드로잉>(김을), <뜻한 바 없이>(김태헌), <Nothing>(송민규), <그림일기>(이상홍), <사건의 드로잉>(홍원석), <이어달리기(이승현), <15분이 넘지 않게>(이주영), <귤 보고 그리기>(이해민선), 이렇게 여덟 작가의 제안서가 모두에게 발송되어 상대의 제안에 따라 드로잉을 했기 때문에, 하나의 명제에 8점의 작품이 엮여서 보여지는 방식인 것이다.
여덟 작가의 제안들은 제안자의 작품을 떠올리게 하고 예술관을 짐작하게 하기도 하며, 혹은 작품에 대한 자신의 고민과 짐을 상대의 손에 넘겨주는 것 같기도 하다. 이렇게 해서 결과적으로 나온 작품들은 대체로 각자의 원래 작풍의 바리에이션들이지만, 그럼에도 이들은 타인의 제안을 어떤 형태로든 자신의 삶 속으로 받아들이는 시간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그것이 15분이든, 7일간이든, 특정하게 소요되는 시간 속에서, 각자의 삶 속에서 서로를 만난 흔적들이 ‘드로잉’의 형식으로 드러나는데, 이 드로잉 작품들에서 작가들의 삶의 태도, 타인을 대하는 방식 등을 볼 수 있는 것이다.

이윤희・아트센터 화이트블럭 학예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