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TOPIC CODY CHOI. Culture Cuts

세계적 미술관 중 하나인 쿤스트할레 뒤셀도르프(Kunsthalle Dusseldorf) 에서 한국인 작가 최초로 코디 최 개인전(5.9~8.2)이 열렸다. <Culture Cuts>로 명명된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80점의 작품을 전관에 걸쳐 3구역으로 나눠 선보였다. 이 전시를 통해 코디 최는 익숙하지 않은 시스템에 속해 있어 이방인 같은 삶을 살았던 자신의 자아와 그것을 바탕으로 한 콘셉트가 주를 이루는 그간의 작업 활동을 드러내 관람객을 만났다.

쿤스트할레 뒤셀도르프에 초대된 고뇌하는 이방인

최정미 미술사

국적 불문하고 작가들의 로망인 쿤스트할레 뒤셀도르프에서 <Culture Cuts>라는 타이틀로 코디 최 회고전(5.9~8.2)이 열린다. 쿤스트할레 뒤셀도르프는 역사상 처음으로 한국 작가 회고전을 열면서 대표작 외에 신작까지 포함하여 80점을 선보였다. 간간이 한국 작가를 소개하기는 했지만, 한 작가에게 미술관 전체를 내어주며 정성을 들인 것은 처음이다.
<CODY CHOI. Culture Cuts(CCCC)>, ‘C’가 네 번이다. ‘C’는 외국어나 라틴어에서 기원한 단어에서 주로 볼 수 있는 철자로 독어에 그다지 많이 사용되는 알파벳이 아니다. CODY CHOI라는 작가 이름도 익숙하지 않고 전시 제목에는 ‘C’가 많고, 어쨌든 문화이질감은 아니더라도, 현지인에게 다소 생소한 것은 사실이다. 뒤셀도르프 시민은 높은 밀집도의 미술관, 쿤스트 아카데미 등을 통해 현대미술에 비교적 잘 적응하는 편이다. 그런데도 지나가다 미술관 입구에 설치된, 시뻘건 벼슬과 육수의 수탉을 배경으로 두건을 쓴 젊은 동양 남자가 무슨 병을 들고 있는 거대한 포스터를 힐끗 때로는 유심히 쳐다보기도 한다. 이 젊은 남자가 들고 있는 병은 펩토비스몰이다. 독일에는 펩토비스몰 같은 위장질환용 만병통치약은 없으며 독일인에게는 그저 어떤 핑크와 노란색 병일 뿐이다. 관람객은 전시를 보며 포스터가 내포한 의미에 대한 궁금증이 다소 풀렸다는 듯 미소 짓거나, 더욱 미궁에 빠지거나, 아니면 전시작품 중의 하나인 <The Thinker>처럼 고뇌하는 표정을 짓기도 한다.
전시장은 크게 3곳으로 나뉘어 있다. 천장이 높고 가장 큰 전시장인 메인 전시실은 공간 규모에 맞게 조형물이나, 설치·평면작업이 잘 어울리는 장소이다. 메인전시실 옆 공간은 회화나 드로잉 등 평면작품이 주로 전시되며 소규모의 개인전이 열리기도 한다. 위층 공간은 자체 공간 외에 메인 전시실을 내려다볼 수 있어 두 전시공간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메인 전시실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관람객은 거울에 반사된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된다. 칸트, 후설, 하이데거 등 수많은 서양 철학자가 자기 반사(self-reflection)에 대하여 정의를 내리거나 명제를 확립하고자 했다. 코디 최는 이민자, 동양인 그리고 작가로서 그들 시스템에 자아를 끊임없이 투영, 반사한다. 그의 시도는 역반사로 인해 또 다른 질문을 던진다. 철학적 질문에 이어 전시실 중앙에는 오귀스트 로댕부터 게르하르트 리히터까지 서구의 내로라하는 작가들을 한곳에 모아놓은 듯한 착각이 들 정도의 작품들이 설치되어 있다.

Cody Choi Installationsansicht [6]

< Culture Cuts > 전시광경. < The Thinker >(사진 가운데) 화장지, 펩토비스몰, 나무 110×90×277.5cm(높이) Photo: Katja Ill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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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dy’s Legend vs. Freud’s Shit Box > 브론즈, 나무, 철 96.5×96.5×264.2cm 1994~1995 Courtesy of PKM Gallery Photo: Katja Illner

상호 몰이해의 증거
특히 강렬한 핑크의 <The Thinker>가 마법처럼 발길을 당긴다. 주위에는 비교적 작은 조형물들이 크레이트 위나 군용담요처럼 보이는 천 위에 무심한 듯, 작정한 듯 설치되어 있다. 전시 포스터로 사용된 <Golden boy poster>는 다른 작업들에 비하여 크기는 작지만, 넓고 높은 전시장에서 여전히 그 포스를 내뿜고 있다. 펩토비스몰로 시작된 빨간색, 핑크, 노란색은 <The Thinker>와 따듯한 나무 크레이트 색을 통해 그 정점을 이루는 듯 보인다. <The Thinker>를 둘러싼 벽에는 회화, 사진, 드로잉 등 다양한 미디어뿐만 아니라 내용적인 면에서도 서로 다른 예술언어를 사용하고 있어 쉽게 연결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전시작품의 핵심을 관통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은 아마도 작가가 도미 시절 겪은 문화 충격과 적응, 정체성의 혼란 등 과정에 있지 않나 싶다. 코디 최는 한 독일 방송사 인터뷰에서 “우리는 서로 잘 이해하지 못한다. 그냥 서로 알고 있을 뿐이다. 마치 많은 음식을 섭취할 수 있지만, 그 모든 것이 소화되지는 않는 것처럼 말이다”라고 밝혔다.
두 번째 전시실은 작가의 콘셉트가 극대화된 평면작품들이 설치되어 있다. 반 고흐의 <해바라기>, 마네의 <올랭피아>,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Abstraktes Bild> 를 연상하게 하는 작품들이 눈에 띈다. 2015년 초에 소더비 경매에서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Abstraktes Bild>가 41억 유로에 낙찰되었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래서일까, 피카소의 <우는 여자> 아래 찢어진 듯한 천에 ‘코니 아일랜드’라는 다소 냉소적인 문구가 더욱 마음에 와 닿는다. 다소 작은 벽에는 영어를 한국어로 풀어쓴 네온 사인 작품이 차가운 하얀색으로 발광하고 있다. 관장 그레고르 얀젠 씨는 필자에게 한국어 글귀가 무슨 뜻인지 알겠느냐고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물어보는데 네임택을 본 후에야 무슨 말인지 비로소 알게 되었다.
미술관 위층은 남근중심주의와 코디 최식 해체주의가 공존하는 공간으로 보인다. <Cody’s Legend vs. Freud’s Shit Box>는 작가가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 모습으로 서 있는데 왼쪽 발은 큰 그릇에 담겨 있다. 이 작품 아래에는 작가의 두상이 어린이용 의자인 듯 보이는 구조물 위에 얹혀 있다. 그레고르 얀젠 씨는 인터뷰 후 함께 전시장을 둘러보며 <Cody’s Legend vs. Freud’s Shit Box>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성경에 나오는 다비드와 골리앗에서는 다비드가 약자로 간주된다. 미켈란젤로를 통해 다비드는 근육질 남자가 되어버렸는데 코디가 뉴욕에 와서 보니 다비드는 동성연애자의 상징이었다. 서양에 와서 정체성의 혼돈을 겪는 작가의 모습이 다비드에서 엿보였을 것이다. 코디는 다비드와 골리앗에서 다비드 같은 존재였을 것이다.” <Ego Shop>은 나무상자 여러 개를 마치 탑처럼 쌓고 노란 운반용 벨트로 묶어 놓았다. 각기 다른 크기의 페니스와 고환의 단면 형태 혹은 작은 원형으로 상자에 구멍을 뚫었다. 묶어 놓은 형태도 남근을 연상하게 하고 그 팔루스에는 성기가 들어갈 수 있는 남자 성기 모양의 구멍이 나 있다. 그야말로 반복, 해체 그리고 분산의 연속이다.
《짝퉁: 중국식 해체론(Shanzhai: Dekonstruktion auf Chinesisch)》에서 한병철 교수는 중국에서 위조(Shanzhai)는 또 다른 창조행위로 분류된다고 기술하고 있다. 한 예로 독일 함부르크 민족박물관에서 진시황릉의 병마용 순회전이 열렸었다. 전시 기간 중 이 중 8점이 복제품(?)으로 확인됐다. 독일 입장에서는 짝퉁이고 중국은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진품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인에게는 전시된 병마용이 진품인 것이다. 한 현상에 대하여 다각도의 관점과 해석을 할 수 있다. 사회 전반에서 일어나는 현상, 특히 문화적 헤게모니, (탈)문화식민주의 현상과 괴리감에 대해 코디 최식 해체방법과 기호시스템을 이용하여 또 다른 질문을 제시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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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igh Heel Neurosis: Study of Female Energy Balance against Gravity > 나무 91.2×37.5×65(높이)cm 1994~1995 Courtesy of PKM Ga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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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코디의 작품세계 저변에는 심리학, 철학이 깔려있다”

코디 최와는 오래 알았나?
알고 지낸 지는 약 16년 정도 되었다. 그를 처음으로 알게 된 계기는 1996년 다이치 프로젝트(Jeffrey Deitch)에서 열린 그의 개인전 작은 도록을 통해서였다. 당시 코디는 뉴욕에서 활동하고 있었으며 스타였다. 그러다 나는 2000년 5월부터 9월까지 개최된 대형 국제 프로젝트인 컨티넨탈 시프트(Continental Shift)에 참여해 한국, 일본을 맡았었다. 이 프로젝트는 독일의 아흔, 벨기에, 네덜란드 그리고 남아메리카에서 개최되었으며 당시 25명 작가와 함께 코디도 초대했다. 당시 그는 데이터/디지털 베이스 페인팅을 주로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한독 국제교류 프로그램인 ‘트란스페어 한국 독일’ 때 한국을 수차례 방문했으며 이때 다시 만났다. 재밌던 것은 한국에 갔을 때 코디 최를 아느냐고 물어보면 사람들은 대부분 고개를 저었다. 그래서 이름을 보여주었더니 “아, 최현주!”라며 알아봤다.
전시를 결정한 주요 동기는 무엇인가?
언젠가 한국 작가와 개인전 혹은 회고전을 한번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당시 코디와 이불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이불은 유럽에서도 워낙 유명한 작가고 도록도 수두룩하다. 독일에서는 코디 최를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 난 항상 코디와 그의 작품세계에 대하여 믿는 부분이 있었고 관심도 많았다. 또한, 1983년 미국에 이민 후 1986년 예술 전공 그리고 한국, 뉴욕, 로스앤젤레스를 거친 점 등 그의 삶의 여정도 흥미로웠다. 코디는 미국에서 ‘아시아 남자(Der Asiate)’ 였고 귀국 후 한국에서는 ‘미국인’이었다. 이름도 ‘최현주’이자 ‘코디 최’다. 이민 전까지 그에게 금발여자는 텔레비전에 나오는 사람일 뿐이었다. 그런데 실제 미국에 가서 본 금발녀는 자존감이 상당해 보이는 데다 거구에 튼튼해 보였으며 음식도 그의 거의 두 배 정도 먹는 것을 보았다. 그러한 금발녀의 모습이 무서웠다고 한다. 그가 경험한 문화충격, 이방인, 정체성 찾기 등 공감이 가는 부분이 꽤 되었다. 회고전 기획에 약 2년이 걸렸으며, 본격적인 준비는 1년 전부터 했다. 마르셸 뒤샹, 미켈란젤로, 오귀스트 로댕 등 연관 작업이 많은데 난 게르하르트 리히터와의 연계성에 관심이 갔다. 게르하르트 리히터는 뒤셀도르프와 깊은 인연이 있으며 코디와 쿤스트할레 뒤셀도르프와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 약 20여 년 전 이우환 전이 열렸었으며 2012년에는 소규모의 구정아 개인전도 했으나 회고전은 없었다. 서울예술재단, PKM갤러리 등 한국 측에서 협조하고 경제적으로도 지원했다. 마이크 켈리 미술재단(Mike Kelley Foundation for the Arts)을 운영하는 로스앤젤레스에서 활동하는 큐레이터 존 웰치먼(John Welchman)은 작품 선정과 이해에 대하여 많은 도움을 줬다. 이 전시는 프랑스 마르세유에서도 열릴 예정이다.
코디 최의 작품세계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쿤스트할레 뒤셀도르프는 신진 작가보다는 가령 토마스 루프, 쑹둥처럼 커리어 중반에 들어섰거나, 뒤셀도르프 시에 잘 알려지지 않았거나 그리고 실험예술을 하는 작가들에게 주로 초점을 맞추고 있다. 코디는 이 두 가지 요소를 다 갖추고 있다. 그의 작품에는 소화, 배설, 성에 관련된 주제가 많다. “Liebe geht durch den Magen.”(직역: 사랑은 위장을 통한다/ 필자 은역: 사랑하는 사람이 만든 맛있는 음식은 사랑도 강하게 한다)는 독일 속담이 있다. 코디의 경우 음식뿐만 아니라 문화예술도 위장을 통한다(Kultur geht durch den Magen) 자기 아들 태변을 한국산 종이에 포장 후 2년 동안 땅에 묻었다. 배내똥은 발효, 숙성되었으며 작품으로 승화해 이번 전시에서도 볼 수 있다. 코디의 작품세계 저변에는 심리학, 철학이 깔려있다. 지그문드 프로이트, 프리드리히 니체, 마르틴 하이데거 같은 서양 석학들의 명제를 중앙 유럽적 시각이 아닌 외각에서 관찰하는 그의 관점은 매우 흥미롭다. 가령 화장지가 기본 재료인 <The Thinker>, 펩토비스몰을 들고 있는 <Golden boy poster> 등을 들을 수 있다. 탈식민주의 이론과 문화의 차이와 정체성에 대하여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던 마이크 켈리와 생각을 공유하게 된다. 코디에게 마이크 켈리는 멘토이자 친구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마이크 켈리 또한 뒤셀도르프에서는 그다지 알려지지 않았다. 어찌 되었든 코디는 마이크 켈리 작품과 공통점이 많다.
독일 현지 전시 반응은 어떤가?
언론 측 반응은 상당히 좋다. 코디 최는 독일에서 거의 알려지지 않은 작가다. 이 전시를 계기로 코디 최를 많이 알리고 싶다. 좋은 기사도 제법 많이 나오고 관람객들은 개념예술과 유머, 진실 등이 함축된 전시를 재밌어한다.
뒤셀도르프=최정미 통신원

DSC02566 jm그레고르 얀젠 쿤스트할레 뒤셀도르프 관장
그레고르 얀젠(Gregor Jansen, 1965)은 독일의 미술사가이자 큐레이터이다. RWTH 아헨에서 미술사, 건축사와 철학을 전공했으며 오이겐 쉐네벡(Eugen Schonebeck)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5년부터 2009년까지 카를 스루에 시 Museum fur Neue Kunst의 관장으로 재직했다. 1998년에 한국, 일본 단체전 <Continental Shift>를 독일, 벨기에 등지에 소개하기도 했다. 2002년에는 <미디어시티 서울> 공동 큐레이터였다. 2010년부터 쿤스트 할레 뒤셀도르프의 관장으로 재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