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실에서·도움주신 분들

contents 2014.2. 편집실에서·도움주신 분들
어떤 희망
마감으로 한창 분주할 때, 사무실로 걸려온 전화를 건네받았다. 전화를 건 사람은 서울시 산하 某재단의 홍보담당직원. 젊은 목소리의 여성이었다. 전화를 건 목적은 3월에 개관하는 전시공간의 소식을 전하기 위해서였다. 자기네 전시를《 월간미술》 특집기사로 다뤄 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 그녀는 여기서 한술 더 떠 그 전시관련 이미지가 표지에 실리기를 ‘희망 한다’고 했다. 이 말을 듣는 순간 흠칫 놀랐다. 아니, 좀 황당했다. 지금껏 일해 오면서 이런 비슷한 상황을 가끔 경험했지만, 이번처럼 당당(?)하고 단도직입적으로 표지 게재를 요구하는 경우는 처음이었기에. 게다가 그녀는 ‘희망 한다’는 표현을 습관처럼 반복적으로 사용했다. 그 말투는 의례적이거나 사무적인 뉘앙스도 아니었고, 사뭇 간절함과 절실함이 배어 있는 것처럼 들리기도 했다. (꼭 그래서는 아니지만) 최대한 정중하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표지 선정은 편집부의 고유 권한이고, 아직 전시가 열리지도 않았으니 지금은 가타부타 어떤 결정도 내릴 수 없는 시점이다. 그리고 그때가 돼서 그 전시를 표지 후보로 고려해 볼 가능성은 열려 있지만, 그렇다고 그대의 ‘희망’이 꼭 실현된다고 장담할수도 없다”고.(이 대목에서 나도 얼떨결에 ‘희망’이라는 단어를 몇 번인가 내 뱉은 것 같다) 여기서 또 한 번의 반전. 이 얘기를 들은 상대는 추호의 망설임이나 추근거림 없이 알겠다며 전화를 뚝 끊어 버렸다. 헐~.
수화기를 내려놓고도 한참동안 ‘희망’을 말하던 그녀의 목소리가 귓전에 맴돌았다. 희망이 무너진 것은 그 쪽임에도 오히려 내가 안타까운 이유는 왜일까? 논리적 비약 혹은 일반화의 오류일는지는 몰라도, 이 시추에이션에서 요즘 젊은 세대의 세태를 보는 것 같아 뒷맛이 씁쓸하고 개운치 않았다. 희망이란 단어를 입 밖으로 가볍게 얘기하고, 그에 비례해 너무 쉽게 단념하고 포기하는 경향 말이다. 희망이란 가슴에 담는 것일텐데. 말나온 김에 표지를 빙자한 사족. 누군가는 이번호 표지작품을 보고 ‘망치’에 감정이입해 젊은 세대의
메시지를 감지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그것보다는 오히려 구멍이 숭숭 뚫린 ‘벽’이 마치 그들 같다는 생각을 끝내 떨쳐내지 못하겠다. 겉으론 번지르르하고 그럴듯해 보이지만 실상은 망치질 한방에 맥없이 구멍 뚫리고 마는 견고하지 못한 허당. 특집기사에 실린 작가 강홍구의 글처럼, 젊은 세대를 진단하는 나의 삐딱한 시선 또한 오진(誤診)이기를 희망한다. 진짜로.
편집장 이준희 dam2@unitel.co.kr

이부용
국립현대미술관
언론홍보 담당
모든 언론매체 미술담당 기자가 모두 고마워하는 인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미술관과 언론사를 잇는 통로 역할을 누구보다도 충실히 수행해 왔다. 특히 최근 7~8개월은 몸이 두개라도 모자를 만큼 과중된 업무를 헌신적으로 감당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서울관 때문에. 이건 기자라면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비정규 계약직 입사 4년차인 그는 ‘토사구팽(兎死狗烹)’ 당할 위기에 직면했다. 반면 정형민 관장은 연임됐다.


김지훈
중앙대 영화
미디어전공 교수
뉴욕대에서 영화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김교수는 영화연구, 미디어연구, 현대예술이론을 넘나들며 1960년대부터 포스트-시네마시대에 이르는 영화 및 무빙 이미지 예술의 미학, 역사, 문화적 함의를 풀어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월간미술》과는 지난해 12월호에 실린 <더그 에이트킨전>에 관한 원고로 첫 인연을 맺었다. 그의 첫 번째 저작인《 필름과 비디오, 디지털 사이(Between Film, Video, and the Digital)》가 2015년 출간될 예정이다.


홍원석
작가회화, 영상, 소셜 퍼포먼스, 커뮤니티아트 등 다방면으로 활발한 행보를 보여왔다. 평소 작가로서의 욕망과 자기고발, 자기성찰 사이에서 진동하며 기자에게 대단히 솔직한 고민을 털어놓았는데, 이번에는 승자독식의 사회,세대 간의 갈등, 예술 제도에 대한 성찰 등 동시대의 감수성으로 젊은 작가의 현실을 예민하게 포착한 글을 써주었다. 작업처럼 글 역시 그동안의 경험과 고민이 솔직하게 녹아들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