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book – 새로운 존재양식으로의 몸

후기구조주의와 포스트모더니즘은 현대미술을 설명하는 주요 이론으로 공공연히 인용되고 있다. 김원방은 포스트모더니즘 철학가들과 미술이론가들의 이론을 면밀히 분석하고 테크놀로지아트 혹은 뉴미디어아트에 적용하여 해석한 《 몸이 기계를 만나다》를 출간했다. 저자가 1997년부터 2013년까지 저술한 첨단미디어예술에 대한 기존의 논문들을 발췌하고 새로운 연구를 추가하여 엮은 책이다. 뉴미디어아트는 새로운 테크놀로지가 끊임없이 발전되어 적용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책을 출간할 때 그 리서치가 이미 과거가 되어 버리기 쉽다. 그러나 저자는 과거가 되어버린 이론이 아닌 동시대에 적용 가능한 이론을 강조한다. “이론이란 시간과 무관하게 적용될 수 있을 때에 붙일 수 있는 말이다”라며 리오타르, 라캉, 데리다, 바타이유 같은 후기구조주의 철학이론부터 로잘린드 크라우스, 디디 위베르만 같은 70~80년대 이후 후기모더니스트 미술이론가들의 이론을 뉴미디어아트에 적용한다. 그러나 단순히 이론가를 나열하기보다는 그들 이론의 “기술에 대한 철학적이며 미학적인 가능성”에 초점을 맞춰 새로운 적용을 보여준다.
저자는 첫 장에서 장 프랑수아 리오타르의 형상성의 개념을 설명하며 디지털 이미지가 고전적 언어학과 기호학이 가진 특징을 넘어선다고 말했다. 디지털 이미지의 액체성과 형상성에 대한 특징은 조르주 바타이유의 잔혹, 비정형, 위반 등을 다루는 4장과 이에 대한 논의를 연장시켜 상호작용예술과 인공생명예술에서의 재현의 문제를 다룬 5장에서 부연설명된다. “바타이유의 (반)미학과 이를 현대미술에 적용한 로잘린드 크라우스의 이론은 뉴미디어아트에 충분히 적용될 수 있다”며 바타이유의 이론을 소개했다. 바타이유는 기호의 해체학을 하는데 이는 고정된 기표 기의가 없고 끊임없이 와해되는 것을 의미한다. 바타이유는 이러한 “액체성”을 초현실주의에 적용하여 설명했다. 저자는 뉴미디어아트를 해석하는 것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이브 알랭 부아와 로잘린드 크라우스가 저술한《 비정형》은 이러한 설명을 뒷받침해주는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
한편 2장과 3장에서는 가상공간과 사이보그에 대해 논한다. 저자는 가상공간을 “실제로 전개되는 실제적 공간”으로 상정하며 최근에 갑자기 등장한 개념이 아니라고 말한다. “인터랙티브한 가상현실, 기계장치 및 혼성기계 등은 몸이 부재하다면 존재할 수 없다. 결국 몸에 의해서 점등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많은 매체와 이론가들은 기계에 대한 논의에서 몸을 배제했다. 이는 잘못된 착각을 줄 수 있다. 테크노페미니즘 입장에서는 “전통적인 여성의 영역을 배제하고 마치 기계가 몸에 대해 승리하고 종국에는 삭제하는 것을 이상향이라고 부추기는 군사산업적인 발상”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저자도 이에 동감하며 “테크놀로지는 신체 자체를 확장, 변화 새롭게 갱신한다”며 기계와 몸이 종합되어 공진화하는 상태에 대해 이야기한다. 결국 몸에 대한 보편항은 기계 존재 이전에도 존재했다. 그러므로 테크놀로지의 발달된 기계의 등장으로 몸에 대한 이론이 바뀐 것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포스트모더니즘, 해체주의적 접근으로 뉴미디어아트의 해석을 시도했지만 저자는 이것이 전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미디어아트는 후기모더니즘을 심화시키는 과정일 뿐 최종 종착점이 아니라”고 한다. 저자는 “현대미술은 ‘미’를 배제하고 미술의 논의를 진행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하며 .예술적 감각, 승화를 배제하고 개념주의와 탈승화를 강조한 포스트모더니즘 이론의 한계를 꼬집었다. 《몸이 기계를 만나다》에서 포스트모더니즘 이론을 접목한 뉴미디어아트 해석을 마치고 포스트모더니즘 이론을 부분적으로 흡수하되 그 한계에 대해서 연구하는 것이 저자의 다음 목표다.

임승현 기자

김원방은 1958년 출생했다. 파리 1대학에서 예술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1990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포스트모던미술평론, 미술평론, 미디어아트 이론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잔혹극 속의 현대미술: 몸과 권력 사이에서》가 있고 역서로 《기술매체시대의 텍스트와 미학》《동시대 한국미술의 지형》등이 있다. 이 외 다수의 논문과 평론이 있다. 2008년 <부산비엔날레> 예술감독을 지냈다. 현재 홍익대 미술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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