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BOOK

체험을 바탕으로 쓴 공공미술 현장 기록지

이태호《미술, 세상을 바꾸다》 미술문화 2015

DF2B3415책 제목에 물음표를 달아본다. 미술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그러나 대부분 비아냥거림과 조소가 섞였거나 자조적으로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 “그래? 미술이 세상을 바꿀 수 있겠어?”라는.
이 책의 저자 이태호 경희대 교수도 그런 생각을 했었다는 바를 넌지시 풍겼다. 책 제목을 지을 때 단정적인 문체가 아닌 “미술이 세상을 바꾼다?”라는 의문형을 먼저 떠올렸다고. “미술이 사회에서 목소리를 내는 바가 정치권력에 비해 매우 미미하죠. 그러나 근본적으로 미술이 미술가 자신을 위한 것에만 머물러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 말은 어떻게 보면 미술이 어두컴컴한 작업실에서 치열한 고독함에 매몰돼던 개인화된 양상을 콕 찍어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 책은 작업실을 박차고 나온 작가들이 사회와 소통하려는 다양한 미술운동과 프로젝트를 팩트 위주로 전달하려 했다.
책은 크게 3부분으로 나뉜다. 파트 1은 ‘미술, 사람들과 함께하다’, 파트 2는 ‘미술, 세상에 맞서다’, 그리고 마지막 파트 3는 ‘미술, 그 시대정신’이다. 파트 1에는 미국 뉴욕에서 짐 허버드가 벌인 슈팅 백 프로젝트, 브라질의 무시무시한 우범지역인 파벨라 페인팅 프로젝트, 그리고 뱅크시, 팀 롤린스+K.O.S, 존 에이헌이 사우스 브롱스에서 벌였던 인체조각상 프로젝트, 그리고 마야 린의 <월남전 참전용사 기념비>가 소개됐다. 파트 2는 과거 적극적인 미술운동을 소개한다. 알프레도 자르, 예술노동자연합, 68혁명 포스터를 통한 프로파간다, 그리고 페미니즘 운동의 전설로 내려오는 게릴라 걸스까지 말이다. 이런 흐름에서 파트 3는 이 교수가 발언하고 싶은 내용을 담은바, 모더니즘에 반기를 들면서 공공미술이 출발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전제를 달았다. 이에 한국 공공미술의 상황 등을 내용에 실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사례는 이 교수가 미국 뉴저지 유학시절 실제로 겪고 목도한 사건에 바탕을 둔 것들이다. “포스트모더니즘 논쟁이 막 시작되던 시기(1986)에 유학을 가게 되었어요. 대학원 수업은 아티클을 읽고 토론하는 식이었지요. 그때 벌인 토론 주제는 대부분은 ‘모더니즘이란 무엇인가’였어요. 게릴라 걸스가 벌인 버스 광고 프로젝트인 <메트로폴리탄미술관에 들어가려면 여자는 옷을 벗어야 하는가?(Do women have to be naked to get into the Met. Museum?)>를 몰랐을 정도로 한국에서는 접하지 못한 내용이었지요.” 그래서 더욱 현지에서 벌어졌던 다양한 미술운동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지 모른다. “체험에서 비롯한, 그래서 내가 변화했던 것, 나의 변화를 통해 미술하는 사람이 구체적으로 변했으면 하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개인적인 것 말고 시대와 역사, 현실을 같이 고민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졌지요. 우리 미술인들은 개인의 현실에 매몰되는 경향이 지금도 유지되고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작가와 동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작품에 들어가야, 움직이고, 변화를 꾀할 수 있습니다.”
이 교수는 2000년 즈음 귀국했다. 유학 시절 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공공미술추진위원회가 벌인 공공미술프로젝트에서 낙산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다. 그러고 보니 이 책은 오히려 그때 발간되었으면 훌륭한 매뉴얼로서 기능하지 않았을까? “뉴욕 맨해튼에 배터리파크라고 있어요. 공공미술프로젝트를 통해 낙후지역이던 그곳이 뉴욕 최고의 명소로 변모했지요. 다양한 조형물이 세워지면서 말이죠.” 조소를 전공한 이 교수는 그곳에 세워진 기념비적 조형물에 큰 관심을 가졌다고, 그러나 낙산프로젝트에 임해서는 그러한 예를 그대로 들여오기보다는 우리식으로 변형하려 애썼다. “그래도 낙산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시행착오가 있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어요. 지속성과 작품의 보존에서 말이죠.” 솔직한 이 교수의 답변에 신뢰가 갔다. 그래서 이 책은 제도로서 미술이 이 땅에 어떻게 연착륙할 수 있는지를 몸소 증명하려 한 흔적의 결과로 보인다.
황석권 수석기자

이 태 호 Lee Taeho
이태호는 1951년 태어났다. 홍익대 조소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뉴저지 몽클레어주립대 대학원을 다녔다. 《계간미술》 기자를 거쳐 <아시아의 지금전>(2003), 부산비엔날레 ‘부산조각프로젝트’(2006), 공공미술 낙산프로젝트(2006), <Women Artists in Action전>(2007, 샌프란시스코) 등을 기획하고 감독직을 수행했다. 현재 경희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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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간다라미술
이주형 지음
간다라미술 권위자인 저자의 성과가 응축된 개설서가 12년 만에 개정판으로 출간됐다. 그간의 새로운 학설과 현지의 사회 지리적 변화를 반영해 추가보완된 도판으로 간다라미술을 접하고자 하는 독자에게 가깝게 다가선다.
사계절 440쪽·3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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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상하이에서 큐레이터로 살아가기
최란아 지음
상하이에서 큐레이터로 활동하며 미술 전시기획과 아트페어, 디자인 관련 경력을 쌓은 저자가 전하는 생생한 미술 현장 이야기를 담았다. 현재 상하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미술계 이모저모를 에세이 형식으로 읽기 쉽게 풀어나갔다.
학민사 288쪽·13,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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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미술의 집은 어디인가
김병수 지음
미술을 둘러싼 창작과 비평, 생산과 소비, 정치와 경제, 사회와 문화 등 미술의 저변을 이루는 요소들에 초점을 맞춰 시각미술을 해석하는 다양한 시각을 제공한다. 짧은 글 모음으로 다양한 시각을 집약적으로 전달한다.
신원 190쪽·12,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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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행복의 디자인
김지원 지음
디자인 저널리스트이자 디렉터로서 디자인과 삶의 연결고리를 찾기 위해 활발히 활동하는 저자의 디자인 에세이. 빠르게 변화하는 일상 속에서 우리 삶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디자인 용품과 이에 얽힌 이야기를 담았다.
지콜론북 308쪽·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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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권력에 맞선 상상력, 문화운동 연대기
양효실 지음
20세기 초중반부터 21세기까지, 프랑스에서 펼쳐진 국제상황주의와 한국의 두리반까지 세계 곳곳에서 일어난 대표적인 문화운동과 상상력과 연대라는 공통된 특징으로 권력에 맞서 싸운 대표적인 인물을 소개한다.
시대의창 376쪽·16,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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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옛 그림 읽어주는 아빠
장세현 지음
청소년을 위한 우리 옛 그림 입문서. 서양회화와 다른 해석 방식으로 우리 회화의 정신세계와 그림에 표현된 상징적 의미를 이해에 필요한 배경 지식과 함께 친절하게 설명한다. 45점의 도판이 함께 수록되어 있다.
학고재 175쪽·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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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툴루즈 로트레크의 파리
세라 스즈키 지음/강나은 엮음
툴루즈 로트레크 탄생 150주년을 맞아 뉴욕 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전시를 바탕으로 엮은 책. 그만의 관능적인 표현이 돋보이는 포스터와 석판화 등 전시에 공개한 185점의 작품이 해설과 함께 담겨 있다.
RHK 159쪽·4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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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서양미술의 뿌리 사랑, 비극, 문명의 신화
윤익영 지음
서양미술의 핵심 주제를 사랑 비극 문명의 신화에서 찾아 설명했다. 미술사적으로 가치 있는 240여 작품을 테마에 맞게 정리하고 그리스 로마 신들의 계보와 연결해 친근함을 더하며 작품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참터미디어 243쪽·2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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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미술출장
곽아람 지음
한 일간지에서 3년간 미술기자로 일했던 저자가 미술현장에서 직접 보고 듣고 느낀 바를 꼼꼼히 기록해 책에 담았다. 예술가들과의 인터뷰, 굵직한 전시를 취재한 경험뿐 아니라 취재 과정에 얽힌 에피소드가 포함되었다.
아트북스 328쪽·1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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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나, 찰스 사치, 아트홀릭
찰스 사치 지음/주연화 엮음
현대미술계의 최대 아트 컬렉터 중 하나인 찰스 사치가 자신을 둘러싼 질문에 대해 거침없이 답했다. 언론계 종사자와 비평가들이 던지는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책을 써 찰스 사치만의 재치 있는 말주변을 전한다.
오픈하우스 239쪽·1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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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더 아티스트
강희경 지음
오랜 기간 뉴욕 미술시장에서 아트 컨설턴트로 일하며 뉴욕에 기반을 둔 10명의 컬렉터를 인터뷰한 내용을 담은 《더 컬랙터스》를 출간한 저자가 이번에는 뉴욕 아티스트 10명의 작품과 작업실 그리고 그들의 일상을 상세하게 소개한다.
1984 202쪽·2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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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잃어버린 낙원, 원명원
왕롱주 지음/김승룡·이정선 옮김
중국 원림 예술의 최절정으로 손꼽히는 아름다운 정원 원명원을 다각도로 분석했다. 건축의 아름다움뿐 아니라 문헌자료를 통해 재구성한 원명원의 흥망성쇠의 역사를 통해 청나라의 정원을 정치적 장소로서 분석했다.
한숲 464쪽·1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