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BOOK

에고(ego)의 상실을 가장한 한없는 나르시시즘

할 포스터 지음/김정혜 옮김 《콤플렉스》 현실문화 2014

얼마 전 ‘강적들’이라는 TV 프로그램에서 청와대 건축 구조에 대한 문제를 다뤘다.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본관과 비서동인 위민관이 직선거리로 500미터나 떨어져 있어 업무 소통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는 주장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막강한 권력을 가진 미국의 백악관조차 대통령 집무실과 비서실장실, 부통령실 및 내각회의실이 한데 모여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구조다. 대한민국이 대통령을 민주공화국의 선출직 공무원이 아닌 조선 시대 왕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증거다. 더군다나 청와대 본관은 콘크리트 구조물에 지붕만 한옥 양식으로 되어 있는 정체불명의 형태를 띠고 있다. 정통성에 대한 콤플렉스가 권위적이면서 키치적인 건축을 만들어낸 것이다. 청와대가 전통 계승 강박과 근대화 강박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한국 사회의 현실이 날것으로 반영된 결과물로 해석되는 이유다.
이런 생각을 하던 중 책장에 꽂혀 있던 책 한 권이 눈에 들어왔다. 《콤플렉스 complex》. 《실재의 귀환》으로 잘 알려진 할 포스터가 미술과 건축이 친연성을 뽐낸 지난 50년의 궤적을 살펴보는 책이다. 센세이셔널한 제목과는 달리 이 책은 예술계에 건축이 개입하는 방식과 예술이 건축에 개입하는 태도에 대해 섬세한 분석을 시도한다. 그래서 그는 ‘콤플렉스(complex)’라는 개념에 세 가지 의미를 부여한다. 첫째, 미술과 건축이 병치되고 결합되는 여러 조합의 경우를 가리킨다. 이는 사전적인 뜻에 충실한 해석인데, 사실 미술은 모던 시기를 제외하고는 언제나 건축과 운명을 같이했다. 건축사가 미술사의 한 부분임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될 것이다. 둘째, 문화를 경제로 전환하는 자본주의의 포섭력이 어떻게 미술과 건축의 조합을 매력적인 지점 혹은 디스플레이 장소로 재용도화하고 있는지를 지적하기 위해 콤플렉스를 사용한다. 여기서는 살짝 의심의 뉘앙스를 가지고 미술과 건축에 접근한다. 그는 ‘미술-건축 콤플렉스’가 ‘군산 복합체’처럼 불길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충분히 경계심을 가질만하다고 말한다. 예컨대 2016년 부산비엔날레가 개최된 F1963이라는 공간은 기업의 자본력과 예술 자본이 만나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미술을 통한 축제의 장이 펼쳐졌지만 F1963에서 단연 으뜸은 테라로사 카페였다는 사실은 할 포스터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흥미로운 사례다. 셋째는 우리가 상상하는 바로 그것, 장애나 증후를 가리킨다. 할 포스터는 여기에 대해 심각한 문제의식을 표명한다. 왜냐하면 오늘날 문화 활동에서 장애나 증후가 매우 내재적이고 자연스럽게 나타나기에 극복은 차치하고 있는 그대로 밝히기조차 어렵기 때문이다. 청와대의 건축구조가 정통성에 대한 강박장애를 쉽게 드러내는 것과 달리 미술과 건축의 만남은 형태와 공간을 새롭게 구성하고 흥미로운 경험을 제시한다는 장점이 있어 그 뒤에 숨은 강박 증후를 찾아내기란 쉽지 않다.
이러한 전제 아래 그는 지난 50년 동안 수많은 미술가가 회화, 조각, 영상을 건축 공간으로 확장하고 건축가들은 그만큼 시각예술과 관계를 맺어온 사실을 분석한다. 협업과 경쟁으로 나타나는 이 두 분야의 조우는 현재의 문화경제 지형에서 이미지 만들기와 공간 구성하기의 근간이 된다. 예술센터나 페스티벌 등을 통해 투자를 유치하려는 기업이나 도시를 브랜드화하려는 정부가 미술과 건축의 연계에 관심을 가지면서 여러 기관의 정체성과 욕망이 복잡하게 얽히게 된다. 더불어 미술과 건축이 만나는 지점은 흔히 신소재, 신기술, 뉴미디어에 주목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이 둘의 관계에 대한 연구가 시급하다고 그는 말한다.
사실 우리는 유휴공간 활용이라는 명분과 스펙터클을 은연중에 즐길 수 있다는 이유로 폐공장이나 창고 등을 개조한 미술 공간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유사한 이유로 건축적 요소와 미술적 요소가 뒤섞이는 공간에 흥미를 느낀다. 할 포스터는 이를 미학적 테크노의 숭고함으로 해석하고, 프로이트가 말한 ‘에고의 상실을 가장한 한없는 나르시시즘’과 유사하다고 분석한다. 소비자로서 우리가 유의해야 하는 부분이 바로 이것이라면, 생산자로서 유의해야 할 부분은 간학제성(間學際性)이다. 한때 도전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간학제성이 이제는 ‘새로운 자본주의 정신’으로 자리 잡아 상호 연결, 협력, 네트워크를 강제하는 규범이 되어버린 건 아닌지 의심하는 그의 말은 융합과 협력을 미덕으로 여기는 우리에게 많은 고민을 던져준다.
김재환 경남도립미술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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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1161선사 · 고대 회화
홍선표 지음
한국회화사가 탄생하고 본격적으로 형성되기 시작한 신석기, 청동기시대의 회화적 요소부터 삼국시대 고대국가들의 회화를 다룬 개관적 연구서이다. 지역별 · 시대별 변화 및 영향관계를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한국미술연구소 460쪽 · 3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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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1150생활예술
강윤주, 심보선 외 5인 지음
우리 생활 속에 녹아들어 삶을 풍부하게 해주는 자원으로서 예술을 ‘생활예술’이라는 키워드로 살펴본다. 학자 · 활동가 · 행정가 등 예술관련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생활예술 이론을 집대성하고 관련 사례들을 검토했다.
살림 432쪽 · 2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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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1146시네마 인문학
정장진 지음
문화평론가인 저자가 영화와 예술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영화 속 예술작품의 이야기를 다룬 책. 예술가들의 극적인 삶을 다룬 영화와 남다른 감각으로 예술작품을 영화에 녹여낸 감독들의 영화 21편을 소개한다.
동녘 262쪽 · 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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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1153성찰하는 티칭 아티스트
캐스린 도슨 외 1인 지음 / 김병주 옮김
문화예술교육에서 예술이 어떻게 활용되는지 교육자와 예술가의 중간 위치인 티칭아티스트(teaching artist) 개념을 중심으로 설명하는 책. 연극예술교육 분야에서 활동하는 티칭아티스트들의 사례 25가지를 소개한다.
한울 아카데미 408쪽 · 2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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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1159현대철학의 예술적 사용
홍명섭 지음
‘예술로서의 철학’과 ‘철학으로서의 예술’의 실천을 꿈꾸는 저자가 정년퇴임 후 교육현장에서 강의했던 내용을 정리한 책. 저자는 자신이 ‘사용’해본 현대철학을 바탕으로 ‘효과’를 본 예술적 사유를 소개한다.
아트북스 336쪽 · 2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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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1148이연식의 서양미술사 산책
이연식 지음
미술사 입문자를 위해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르네상스의 작품들부터 서양미술사를 시대순으로 살펴보는 책. 저자는 현대미술까지 순차적으로 소개한 뒤 행위예술에서 샤머니즘과의 연관성을 찾아 예술의 태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은행나무 288쪽 · 1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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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1163한국인이 캐낸 그리스문명
김승중 지음
토론토대학 고미술학과 교수이자 도기화(vase painting) 연구로 정평이 난 저자가 그리스문명을 재해석한 책. 그리스신화와 역사의 상호 관계, 그리스인 특유의 시간관을 중심으로 그리스예술과 문화를 설명한다.
통나무 392쪽 · 2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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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1155전진하는 페미니즘
낸시 프레이저 지음 / 임옥희 옮김
페미니스트 정치철학자인 저자가 1970년대 이후 페미니즘 운동의 발전 과정을 추적하고 향후를 전망한 책. 저자는 ‘사회주의 페미니즘’ 입장에서 기존 페미니즘 운동의 맹점을 지적하고 이로부터 페미니즘의 새로운 길을 모색한다.
돌베개 150쪽 · 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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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1142텍스트, 하이퍼텍스트, 하이퍼미디어
유현주 지음
매체 이론과 미학을 전공한 저자가 지난 30여 년 동안의 디지털 문학의 궤적을 짚어보고 향후를 조망한 책. 디지털 문학의 미래를 전망하는 저자의 시각은 디지털 시대의 생산자(창작자), 소비자(수용자)의 관계에 대한 성찰로 이어진다.
문학동네 168쪽 ·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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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1157미래를 위한 디자인
조원호 지음
디자인과 미학을 전공한 저자는 인류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디자인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세계 각지의 혁신적인 디자인 사례들을 통해 살펴본다. 저자는 지구 생태계와 인간의 건강한 공존을 돕는 디자인의 기능과 역할을 강조한다.
미술문화 260쪽 · 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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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1144북해에서의 항해
로절린드 크라우스 지음 / 김지훈 옮김
모더니즘적 매체로서 그 한계에 직면한 현대미술의 상황을 진단하고 이를 넘어서기 위한 방편을 제시한 책. 저자는 책과 동명의 작품으로부터 예술매체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고 ‘포스트 – 매체’ 담론을 펼친다.
현실문화A 136쪽 · 2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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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1165게이트웨이 미술사
데브라 J. 드위트 외 2인 지음 / 조주연 외 3인 옮김
미술의 요소와 원리, 매체, 주제라는 4개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구성한 미술 안내서. 시대순으로 미술사를 나열하는 설명에 그치지 않고 독자들이 키워드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미술을 이해하는 나름의 길을 찾도록 의도했다.
이봄 624쪽 · 5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