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Book] 현대미술과의 소통을 위한 도구 만들기

 

《대중문화와 미술-수백 개의 마릴린 먼로와 수천 개의 모나리자》 유현주 지음 미진사 2014

DF2B0574현대미술의 개념에 다가가는 과정은 다양한 레퍼런스를 요구한다. 이는 현대미술이 단지 미술사의 흐름을 따라 전개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인식의 토대 위에서 해석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상으로서의 현대미술은 그 자체의 기술을 이해하기 보다는 그것을 읽어내는 방식과 도구를 요구한다.
그런 점에서 유현주의《대중문화와 미술》은 모더니즘적 인식론에 기반을 둔 현대미술의 탄생부터 포스트모더니즘 시대의 현대미술 전개에 이르는 과정을 다양한 인식의 툴과 함께 보여주고 있다.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첫째 서설부문에서는 아도르노와 벤야민의 ‘특정한 관점’을 앞세워 이 책의 전체적인 시각 틀을 제시하고, 둘째 본문에서는 본격적인 모더니즘의 전개를 미니멀로 매조지된 미술사조와 극단적인 대중매체인 만화, 그리고 사진 등에서 설명한다. 마지막으로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의 대립항을 제시한다.
흡사 인상주의 이후 현대미술사와 미학사를 요약, 정리한 듯한 인상을 받게 된다. 그래서 책의 성격은 “현대미술이론을 항해할 수 있는 내비게이터”라는 필자의 말로 요약된다. “책의 후기에 썼듯이, 처음엔 학생들을 위한 강의록으로 시작했습니다. 책을 쓸 때 가급적 누구에게나 쉽게 읽혀야 한다는 원칙을 세웠고, 전공 학생들도 듣는 만큼, 그들의 지적 욕구도 채워야 한다는 생각에, 난이도를 적절하게 조절하는 것이 큰 부담이었습니다.” 개론서 역할을 하는 변변한 미술이론서 하나 없는 우리의 현실이 뼈아프다. 이러한 현실은 대중이 현대미술을 비판적으로 수용하는 기회를 앗아가는 결과를 초래했다. “비판적이란 것은, 반드시 부정적인 의미만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현대미술이 사진, 비디오, 영화, 컴퓨터, 인터넷 등 다양한 대중매체를 사용하지만 그러한 사용 자체가 미술의 다양한 형식과 새로운 미적 체험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이 책은 벤야민의 매체 수용적 태도와 마셜 맥루한의 매체이론을 빌려 긍정적인 시각을 은연중에 내비치고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입장의 대척점도 들었다. “그러나 아도르노의 시각에서는, 대중매체인 라디오, 사진, 영화 등과 같은 매체가 재현하는 현실(문화)에 대해 예술이 비판적으로 접근하지 않는다면, 그것이야말로 현실을 수동적으로 재생산하는 것이 되는 것이죠. 아도르노와 보드리야르의 매체 비판적 시각은 그런 점에서 짝을 이루는 면이 있습니다. 어느 한쪽의 견해에 치우치기보다는, 대체로 이들의 대립적 관점을 함께 열어 놓은 채, 매체(대중매체) 그리고 매체에 반영된 대중문화 및 그러한 문화를 반영하는 동시대미술의 진행 경로를 그리고자 했다고 할까요.”
이 책에서 말하고 있듯 현재 미술은 하나의 틀로 규정되지 않는 비정형적인 ‘무엇’이다. 그래서 미술사나 미학을 공부하겠다는 이들도 다양한 레퍼런스를 접해야 한다. “워홀의 <브릴로 상자>가 어떻게 미술작품인지를 해석하기 위해 레디메이드로부터 내려오는 미술사의 계보만 필요한 것이 아니죠. 작가의 사유도 문화적 산물로, 사회구조의 텍스트로 놓고 본다면, 작가의 의도로만 작품해석을 하는 고전적 방식을 넘어서겠지요.” 이 말은 미술작품이 놓이는 시대와 문화적 상황을 살펴야 한다는 뜻이다.
새로울 것도 없는 이야기지만 현대미술에서 일상성에 대한 담론은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경향은 언뜻 ‘관성’으로 보이기도 해 허무하기까지 하다. 이러한 미술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보드리야르가《소비의 사회》에서 언급하지만, 현대예술에서 일상성이 강화되는 한편 예술이 주는 일루전은 줄어드는 것에 당혹감을 느끼기 때문일 것입니다.” 대중은 다양한 일상의 재료나 신체, 대지, 심지어 텍스트가 소재나 주제가 되고, 미술관의 제도와 정치적 성격을 벗겨내려는 예술가의 태도에 적잖이 당황스러움을 느낀다. “피에르 만조니의 <예술가의 배설물>을 보고 무엇을 느끼라는 것인가? 이런 질문들을 받을 때, 저는 미술계에 몸담은 사람들과 대중의 간극을 많이 느낍니다. 예술의 이러한 변화에 대해, 즉 예술 저변에 깔린 시대적 환경에 따른 미술의 변화에 대해 뭔가 얘기해줄 필요가 있는 것이지요.” 즉, 대중이 현대미술을 이해하고자 하는 욕구를 미술이 해소해줘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여전히 대중은 현대미술이 ‘거만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비전공자들은 어떤 경우 이론가들의 글을 통해 오히려 난해함이 더 증폭되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전공자를 위한 글이나 논문도 물론 있어야 하지만, 비전공자나 대중을 위한, 즉 소통의 어휘도 당연히 필요하죠.” 일상을 예술로, 예술을 일상으로 가져와도 대중에겐 어렵게 느껴질 수 있음을 늘 염두에 두자는 의미다.
필자는 ‘생태미학’, ‘생태예술’이라는 주제에 큰 관심을 갖고 있고 이를 토대로 전시 <지속가능한 도시-꽃>(스페이스 씨, 2013.12.18.~31)을 기획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를 발전시켜 ‘지속가능성’에 대해 더 심도 있게 파헤쳐볼 생각이다. “그것은 또한 실존을 규정하는 환경을 설정하는 정치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예술이 삶을 변화시킬 것이라고 확언하기 어렵지만, 요셉 보이스의 ‘사회적 조각’과 같은 맥락에서 일정 부분 예술계에서도 불가피하게 관심을 가질 분야라고 봅니다.”
현재 ‘문학과 미술의 통섭’에 대한 저술을 계획하고 있다는 필자는 상호 작품을 매개로 문학가와 미술가가 토론하는 인상의 문체로 쓰고 싶다고.“예컨대 19세기 시 한 편에서 인상주의 그림에서 읽힌 사회의 인상학을 끌어내고, 다시 그것이 우리 사회의 모습을 반추하는 인문학적 사유가 된다면 흥미롭지 않을까요. 그 외에도 저는 생태예술 혹은 미학과 관련된 책을 번역하고자 합니다.”

황석권 수석기자

유현주는 1968년 대전에서 태어났다. 홍익대 대학원에서 미학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공저로 《열린미학의 지평》(사문난적, 2008), 《폭력 이미지 재난》(앨피, 2012)이 있다. 현재 생태미학예술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한남대, 상명대 등에서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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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0936손의 흔적

유이화 지음
돌과 바람과 나무를 담은 건축으로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표현한 재일교포 건축가 이타미 준의 건축 사상과 철학을 담았다. 그의 딸인 저자가 이타미 준의 건축 작품 사진, 드로잉, 스케치, 에세이를 모아 낸 작품집으로 주목 받는다.
미세움 240쪽·19,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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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0932인도미술사
왕용 지음/이재연 옮김
<세계의 미술>시리즈 5번째로 중국인민대학출판사에서 출간된 책을 완역했다. 방대한 인도미술사를 형성 초기부터 무갈 왕조가 멸망한 근대까지 편년사적으로 다루었다. 430여 컷의 컬러 도판과 본격적으로 소개된 세밀화는 책의 완성도를 높인다.
다른생각 752쪽·6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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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0929빈센트 반 고흐, 내 영혼의 자서전

민길호 지음

빈센트 반 고흐의 삶과 작품세계를 살펴 본 책이 디자인을 전면 교체하고 도판을 보완한 개정판이다. 네덜란드에서 보낸 유년시절부터 파리, 아를 등 고흐의 인생에 주요한 지역을 중심으로 소설적 전기가 생생하게 이어진다.
학고재 400쪽·19,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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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0926값비싼 잡동사니는 어떻게 ?

이지희 지음

세계에서 인구 대비 박물관이 가장 많은 나라 영국의 박물관으로 독자를 초대한다.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브리티시 뮤지엄부터 웰컴 컬렉션, 커티 삭 등 다소 낯설지만 특징 있는 미술관까지 영국 곳곳에 숨어있는 보물창고를 한 권의 책으로 묶었다.
예경 368쪽·2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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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0921루시언 프로이드

조디 그레이그 지음/권영진 옮김
2013년 최고 경매가를 기록해 주목을 받은 20세기를 대표하는 사실주의 작가 루시언 프로이드의 생애를 다룬 책. 사생활이 철저히 베일에 가려진 것으로 유명한 그를 생전에 직접 인터뷰한 저자의 글은 정교하고 정확한 자료로서도 큰 의미를 갖는다.
다빈치 400쪽·2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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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0924건축 이전의 건축, 공동성

김광현 지음
건축계를 향한 독설과 비판을 서슴지 않는 저자가 지난 40년간 한국 건축계에서 활동하면서 지켜본 현장에 대한 생각을 글로 풀어냈다. 사람과 사회의 관계에 있어 건축의 태도와 역할을 날카로운 시선으로 살펴본다.
공간서가 432쪽·2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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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0937일러스트 최초의 인간
알베르 카뮈 지음/김화영 옮김
알베르 카뮈가 죽기 전 마지막으로 쓴 글로 사후 30년 만에 출간되어 지금까지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는 소설. 출간 20주년을 기념해 재출간된 이 책은 특별히 세계적인 일러스트레이터 호세 뮤노스의 흑백 일러스트가 더해져 글의 무게감을 더했다.
미메시스 400쪽·14,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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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0934무지개에는 왜 갈색이 없을까?

주드 스튜어트 지음/배은경 옮김

색은 각 문화권마다 공동의 상징을 지닌다. 저자는 다양한 분야의 학문을 적용해 색이 가진 의미, 역사뿐 아니라 색과 관련된 흥미로운 사연을 소개한다. 무지개 색을 포함 12가지 색으로 구성된 각 챕터는 우리가 모르던 색의 세계로 우리를 초대한다.
아트북스 204쪽·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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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0928박물관의 탄생
도미니크 풀로 지음/김한결 옮김
박물관과 문화유산 분야를 오랜 기간 연구해 국제적으로 권위를 인정받은 저자가 박물관의 정의와 그 탄생 지점부터 지금까지 흘러온 변화의 양상을 원론적으로 설명하고 더불어 궁금증을 자아내는 기발한 의견까지 제시한다.
돌베개 296쪽·1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