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문화예술 예산을 삭감할 것이 아니라 문화도 복지라는 마인드가 필요하다

백남준아트센터는 2014년 10월 28일 홈페이지 센터소식란을 통해 ‘11월 17일부터 2015년 1월 28일까지 전시교체 및 전시장 공사를 위해 전시장을 부분 운영하고 휴관한다’고 공지했다. 이 공지에 따라 1984년 새해 첫날 백남준이 인공위성을 이용해 중계한 <굿모닝 미스터 오웰> 30주년을 기념하여 7월 17일부터 11월 16일까지 개최한 <굿모닝미스터오웰2014>를 개편하여 1층에서만 연장 운영하고 2층은 휴관하고 있다. 결국 백남준아트센터 1층과 2층에서 열리던 전시는 <굿모닝미스터오웰2014 하이라이트>란 이름으로 축소돼 1층에서만 연장 전시하게 된 셈이다. 이 사실은 첫째, 백남준아트센터가 새로운 기획전을 꾸릴 여건이 조성되지 않아 전시를 연장해야 하는 형편이며 둘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2층을 비워야 하는 어려움에 처해 있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백남준아트센터가 그동안 보여준 기획 역량을 고려할 때 새로운 기획전을 준비하지 못하고 기존 전시를 축소하여 연장할 수밖에 없었음은 백남준아트센터가 현재 심각한 재정난을 겪고 있음을 말해준다. 실제로 11월 19일자 온라인판《 아시아경제》 기사에 따르면 작년 대비 올해 경기도미술관의 예산은 9억2,250만 원에서 2억6,000만 원, 실학박물관은 8억5,000만 원에서 1억9,992만 원, 백남준아트센터는 5억1,600만 원에서 2억3,120만 원으로 거의 대부분 50% 이상 삭감되었고, 백남준아트센터는 예산이 없어서 2층 전시공간을 폐쇄하는 등 공간 축소를 진행한다고 한다.
경기도박물관, 경기도미술관, 경기창작센터, 백남준아트센터는 실학박물관, 경기도어린이박물관, 전곡선사박물관 등과 함께 경기문화재단에 소속돼 있다. 비영리 공익 재단이자 대한민국 최초의 문화재단으로 1997년에 설립된 경기문화재단은 2001년 1,000억 원의 기금을 조성하고 2002년부터 사무총장 직제를 폐지하는 대신 대표이사 체제로 변경했다. 2005년 경기도 산하기관으로 편입된 경기문화재단은 2008년 3월 1일 도내 박물관과 미술관의 통합을 단행하고, 그해 8월 백남준아트센터가 개관했다.
문제는 경기문화재단이 경기도로부터 받은 출연금으로 운영되는 것에서 비롯됐다. 경기도의 문화재단에 대한 출연금은 2008년 이후 계속 삭감됐다. 즉 2008년 286억 원이던 출연금이 2009년에는 250억 원으로 줄었으며, 2010년에는 687억 원이 책정됐으나, 대부분 어린이박물관과 전곡선사박물관 건립비로 배정된 것이었기 때문에 실제 운영예산은 200억 원대였다. 2012년 218억 원이던 출연금은 2013년 111억 원으로 줄었다. 경기도가 문화재단에 대한 출연금을 계속 줄여야 했던 배경에는 문화예술을 위한 가용예산을 줄여야 하는 속사정이 있었다. 즉 지난 이명박정부가 추진한 4대강 사업에 지자체가 매칭펀드를 조성해야 했으며, 현 정부에서도 급식, 보육 등의 복지예산을 지자체에 떠넘기면서 이쪽으로 예산을 집중 배정하다보니 애꿎은 문화예산을 줄여야 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2008년 도립박물관과 미술관이 문화재단에 통합된 이후 경기문화재단은 도립이면서도 민영화하였고, 경기도로부터 받은 출연금을 각 소속기관에 분배하면서 예산 기근 현상이 나타났다.
그러다보니 운영예산의 거의 90%를 출연금에 의존하는 경기도미술관이나 백남준아트센터의 운영 악화는 예견된 사태였다. 결국 경기도박물관이나 경기도미술관의 소장품 구입예산이 몇 년째 전액 삭감된 상황이며 백남준아트센터는 기획전시의 축소연장과 2층 전시장을 폐쇄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이런 사태는 경기문화재단에 대한 경기도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행정감사에서 ‘재단 사무처 및 산하기관의 출연금 대비 사업비가 매년 감소하여 사업을 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는 지적’에서도 확인된다. 경기도내 박물관과 미술관의 재정 악화는 경기도의 출연금에 의존한 채 경영에 소홀했던 경기문화재단의 책임이 크다고 할 수 있다.
경기문화재단도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문화예술 기부 캠페인인 ‘문화이음’ 선포식 개최, 재계 인사를 주축으로 한 문화예술기부후원회 ‘문화이음 소사이어티’를 발족하는가 하면 재능기부를 유도하고, 기부문화 확산을 위한 인문학강좌, 콘서트 등을 개최했다. 이 문화이음 사업으로 문화재단이 2013년 8억 원의 기금을 확보했다고 하지만 경기도의 출연금이 점진적으로 삭감되고, 증액 가능성이 거의 없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더 일찍부터 기금 확보를 위한 노력을 기울였어야 했다. 이런 점은 문화재단 소속 각 기관에도 해당한다. 매년 출연금이 삭감되는 현실을 직시하고 자구책을 마련했어야 했다. 각 기관장이 높은 전문성 못지않게 예술경영에 대한 비전을 갖고 기금 확보를 위해 노력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나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먼저 문화예술 예산부터 삭감하는 관행을 고치지 않으면 ‘문화의 시대’란 허망한 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다. 가난을 문화예술의 미덕으로 여기거나 문화예술이 행정의 장식쯤으로 치부된다면 기껏 지어놓은 문화예술기관이 겪어야 할 어려움은 지속될 것이며, 그만큼 문화발전도 기대할 수 없고 사람들이 누려야 할 문화권리도 정체될 수밖에 없다. 문화예술도 복지 차원에서 다루어야 한다. 급식과 보육은 당장 시급한 것이지만 정상적인 문화예술 급식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 가까운 장래에 문화예술의 빈곤 현상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장 급한 불부터 끄고 보자는 심정으로 문화예술 예산부터 삭감하는 것에서 손 쉬운 대안을 찾을 것이 아니라 문화예술을 복지로 보고 적정한 예산을 편성하는 마인드가 필요한 시점이다.
최태만・국민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