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 PEOPLE 심화진 성신여대 총장

“인문과 예술의 만남, 미술관이 된 캠퍼스”

대학 강의실이 미술관으로 탈바꿈했다. 의자와 책상이 줄지어 있고 그 앞에 권위적인 강단이 놓인 건조하고 딱딱한 분위기의 공간은 작가들의 그림과 함께 예술적 공간으로 변모해 생동하고 있다. 공부에 지친 학생들에게는 휴식의 시간을, 수업을 하는 교사에게는 사색의 공간을 제공한다. 성신여대 운정그린캠퍼스에 들어선 ‘성신캠퍼스 뮤지엄 군집미술관’은 교정에 문화 융성을 이끄는 예술적 감성의 옷을 입힌 공간으로 교육과 문화계 전반에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캠퍼스뮤지엄이란 생소한 프로젝트에 도전해 진두지휘한 이는 다름 아닌 이 대학의 심화진 총장이다. 심 총장은 평소 “교육에도 감성적 힐링이 필요하다”는 소신을 갖고 있었다. 마니프(MANIF) 조직위원회 김영석 대표와의 만남은 캠퍼스를 문화예술공간으로 가꿔 지성과 함께 감성을 고양시키고자 했던 결심에 도화선이 되었다. 강북구 미아동 운정그린캠퍼스는 2010년 건립 당시부터 문화예술 캠퍼스를 염두에 두고 설계됐다. 건물 중심을 관통하는 아트갤러리가 구겐하임 미술관을 떠올리는 것도 이러한 특징을 반영한 것이다. 캠퍼스를 미술전시장으로 꾸미려는 발상은 신선했다. 그러나 대학 구성원들에게 생소한 개념을 설득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심 총장은 지난 1년 2개월간 30여 차례의 운영위원회의를 진행하며 ‘캠퍼스뮤지엄’의 형태를 차근차근 잡아나갔다. 작가 선정단계부터 참여해 작가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작품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이후에도 작품이 걸리는 위치, 캡션의 위치에 이르기까지 애정을 갖고 관여해왔다. 작품 보존 관리에도 신경 썼다. 공조기 시스템 및 항온항습기 시설을 완비했고 햇빛에 작품 색이 변질되지 않도록 층마다 유리창에 UV필름을 부착했다. 캠퍼스는 그 자체로 전시 공간으로 손색이 없다. 그의 열정적 모습은 이러한 “강의실이 과연 전시공간 역할을 할 수 있을까” 회의하던 원로 작가들의 마음을 돌리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운영위원들이 적극 협조하고 작가들이 작품을 선뜻 기증하면서 일은 순조롭게 진행되기 시작했다. 이로써 1차 프로젝트로 구자승 김영재 류민자 유휴열 유희영 제정자 최예태 전뢰진 전준 최만린 민경갑 총 11인의 원로 작가가 각자의 이름을 딴 개인미술관을 강의실, 복도 로비 곳곳에 열게 되었다. 개인미술관을 갖게 된 11인의 작가에 대해서는 단순히 그림을 기증받아 전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작가별로 ‘디지털카탈로그 레조네’ 제작 지원, 지적재산권 보호 대행은 물론 사후 유가족에 대한 유·무형의 지원 방안 모색 등 미술관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갈 예정이다. 대학 측은 이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공간과 지원의 폭을 확대할 계획이다.
심화진 총장은 “이 프로젝트의 의미는 서울의 한 대학 캠퍼스가 뮤지엄으로 탈바꿈했다는 정도에 머물지 않는다. 대학이 사회공헌 그리고 예술·인문 정신 확산의 새로운 모델이 될 수 있다는 점에 진정한 의미가 있다고 본다. 앞으로 돈암동 수정캠퍼스, 더 나아가서는 성신학원 전체로 퍼졌으면 하는 소망이 있다. 또한 재학생만이 향유하는 문화에 그치지 않도록 지역주민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할 것이다”라며 포부를 밝혔다.
이러한 프로젝트를 감행할 수 있었던 것은 아무래도 심화진 총장 본인이 미술에 애정을 갖고 꾸준한 관심을 보여 왔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실제로 개관 이후 캠퍼스 뮤지엄을 찾은 문화·교육·정관계 인사들의 전시 도슨트 역할은 주로 심 총장의 몫이었다고 한다. 심 총장은 작은 체구지만 어떤 이보다 열정이 가득했다. 캠퍼스 곳곳을 걸으며 작품 하나하나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내는 심 총장의 눈에는 미술에 대한 애정이 가득했다. “이제 11곳의 미술관을 관리하는 관장이 된 셈이니까 더 열심히 미술을 공부하고 전시를 봐야겠다.” 심화진 총장/관장이 이끌어갈 새로운 형태의 미술관인 캠퍼스 뮤지엄이 성신여대 교정을 넘어 국내 미술계 안팎에 어떻게 번져나갈지 관심이 집중된다.
임승현 기자

심 화 진 Shim Whajin
1956년 태어났다. 성신여대 대학원 의류학 박사를 졸업하고 러시아 극동연방대 교육학 명예박사,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5기 KNA 과정을 수료했다. 1996년부터 2003년까지 성신여대 생활과학대학 의류학과 교수로 근무했고 2005년부터 2년간 학교법인 성신학원 제25・26대 이사장직을 수행했다. 현재 전쟁기념관 정책자문위원을 맡고 있으며 2007년부터 지금까지 성신여대 총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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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신여대 운정그린캠퍼스 복도에 위치한 ‘성신캠퍼스 뮤지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