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 People] 큐레이터 JEAN-LOUIS FROMENT

달콤한 덫에 사로잡히다

<문화 샤넬전>을 진두지휘한 큐레이터, 장 루이 프로망이 한국을 찾았다.  그는 2007년 모스크바의 푸슈킨 미술관을 시작으로 2011년 상하이, 베이징 그리고 2013년 광저우와 파리를 거쳐  8월 20일부터 10월 5일까지 서울에서 열리는 <문화 샤넬전>을 기획한  인물이다.  올해로 6번째 전시를 기획하다 보니  그는 누구보다 샤넬을 깊이 연구하고 탐구한 명실공히 샤넬의 삶과 역사에 정통한 전문가다.   지금까지 이어진 <문화 샤넬전>은 가브리엘 샤넬이라는 인물을 보여주는 거대한 주제는 일맥상통하지만 그 소주제와 전시에서 보여주는 자료들은 전시가 열리는 도시마다 다르게 꾸며졌다. 동대문디자인 플라자(이하 DDP)에서 열리는 <문화 샤넬: 장소의 정신전>은 샤넬에게 의미가 깊은 장소 10곳을 선정해서 샤넬의 패션, 주얼리, 시계, 향수 등의 창작품들과 함께 500점 이상의 다양한 사진, 책, 예술작품 등을 선보이는 기존 전시의 확장판이라고 볼 수 있다.  인물보다 장소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샤넬을 중심으로 한 당시 미술가와 문학가들의 유럽 문화계 네트워크를 한눈에 살펴 볼 수 있다.  장소를 테마로 정한 것에 대해 장루이 프로망은 “샤넬 브랜드에서 생산하는 제품들은 아직까지 이 장소들로부터 영향을 받고 그 장소성이 깃들어 있기때문”이라고 답했다. 장소성을 보여주는 전시이기에 전시장소 를 신경써서 선택했다.  DDP를 선정한 이유에 대해서 “자신만의 개성이 뚜렷한 여성 건축가, 자하 하디드가 건축한 DDP는 건축가의 선정부터 개관 이후까지 논란이 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비록 DDP가 다양한 시각으로 읽힐 수 있지만 경계를 무너뜨리고 혁신적인 시각문화를 창출한 건축가 자하 하디드는 샤넬의 정신과 맞닿아 있다”고 언급했다.
미지의 세계로 들어가는 듯한 독특한 공간의 문을 열고 전시장에 입장하면 무척이나 어둡다. 그곳에는 노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투명한 유리 쇼케이스들이 반듯이 정렬되어 있다. 서랍장 같은 쇼케이스에 놓인 그림 및 사진자료는 대부분 누워있다. 오브제와 관람객 간의 거리를 줄이려는 시도다. 그래서일까. 넓은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전시는 은밀하게 펼쳐진다. 장 루이 프로망은“보물상자 속의 보물을 발견하는 듯한 느낌을 주고자 했다. 또한 샤넬이 살던 공간의 내부 조명이 황도 빛이 나는 따뜻한 조명이이서 그 느낌을 살리고자했다”고 설명했다.
장 루이 프로망은 <문화 샤넬전> 외에도 <장 누벨의 건축전> <르 몽드 장 폴 고티에전> 등 패션과 건축을 다루는 매체 간 크로스오버를 시도하는 전시를 꾸준히 기획해왔다. 이에 대해 그는 “모든 예술가는 자기 안에 상반되는 생각들을 갖고 있다”며 “여러 형식을 연결시켜 관람객이 하나의 인물, 사물을 다층적으로 이해하고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나 함께하는 장르들에 정당성이 늘 확보돼야 한다”며 크로스오버 전시의 의미를 설명했다. 샤넬에 빠져 살면서 향후 프로젝트를 계획하기 힘들다는 그는 주변에서 “샤넬 전시를 진행하면 달콤한 덫에 빠질 것”이라던 말을 절실히 느끼고 즐기고 있다. 임승현 기자

장 루이 프로망은 보르도 현대미술관의 설립자로 관장을 지냈다. 다수의 국제 전시와 대학 강의 및 출판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는 기획자다. 1990년과 1994년 베니스비엔날레 프랑스 파빌리온 큐레이터를 역임했다. 바르셀로나 카이사(CAÏXA) 컬렉션, 바르셀로나 현대미술관(MACBA) 고문을 지냈다. 2000년대 이후에는 <르 몽드 장 폴 고티에전>, <패션의 열정 – 패션의 100년전>, <장 누벨의 건축전> 등 패션 또는 건축 관련 전시를 기획하고 있다. 2007년부터는 <문화샤넬전>으로 총 6회의 전시를 기획했다.

 

Culture CHANEL_Exhibition_12-2

DDP 전시장 전경(사진제공 CHAN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