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 PEOPLE 표미선 재단법인 서울예술재단 이사장

작가에게는 창작의 동기부여를, 후원자에게는 자부심을

6년을 짊어진 한국화랑협회 회장직을 내려놓았다. 그간의 부담과 고단함을 달랠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그러나 표미선 표갤러리 대표는 바로 ‘(재)서울예술재단’을 설립하고 곧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간다. “문화예술 창작자와 수요자(후원자)들의 구체화된 커뮤니케이션 공간으로 새로운 문화/예술시장의 플랫폼을 형성한다”는 것을 재단 설립의 최우선 목표로 삼았다는 표 이사장을 성곡미술관 바로 옆 ‘서울예술재단 PLUS’에서 만났다.
“제가 화랑을 34년간 운영했습니다. 그간의 성과와 미술계 현황을 돌아보니 글로벌한 시대에 전시 이외 뭔가 다른 미술 움직임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표 이사장이 구상하는 예술재단 운영의 프로세스는 다음과 같다. 서울예술재단의 첫 번째 행사인 ‘포트폴리오 박람회’를 통해 신진작가군을 선발한 뒤, 그들을 후원할 후원자들을 온·오프라인을 통해 모집한다. 이들은 월 일정금액을 후원금 명목으로 내게 된다. 이 후원금을 바탕으로 서울예술재단 소속 작가의 작품을 후원자가 원할 경우 작품을 대여한다는 것이다. 작가에게는 후원금의 50%를 창작활동비용으로 지급하고 나머지 50%는 작품 훼손에 대비하는 보험료와 기타 창고 운영이나, 재단 운영비 등으로 사용하게 된다. 물론 후원자가 구매를 원할 경우 재단은 작가와 후원자를 매개하는 플랫폼 역할도 하게 된다. 이러한 프로세스는 단지 의욕이나 소명의식만 앞서서 되는 것이 아니다. 재단 운영의 법률적 뒷받침과 작품 훼손에 대비한 보험 가입 등이 담보되어야 한다.
“우선 매월 소액(1만 원)을 후원할 수 있는 후원자를 모집할 겁니다. 현재 1만 명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만, 궁극적으로 많은 국민이 참여하게 할 겁니다. 그들에게 “당신이 패트런이예요, 당신이 메디치예요”라는 의식을 심어줘 예술 후원자로서 자부심을 갖게 하고 싶어요. 그런데 운영 계획에 있어서 봉착한 큰 문제는 바로 작품의 관리를 보장할 수 있는 보험 문제였어요. 바로 이점을 해결한 것이 큰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표 이사장은 재단 설립을 준비하면서 이상하리만큼 주변의 도움과 성원이 답지했다고 전했다. 국내 유수 법률회사는 공익 부서를 통해 재단 정관을 작성하는 데 도움을 주었고, 보험회사는 작품 대여의 발목을 잡았던 보험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제시했다고. 물론 표 이사장 사재도 만만치 않게 들어갔다. 10억 원의 재단 출연금은 그간 개인 컬렉션으로 소장했던 작품을 시장에 내놓아 마련했다.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이제 4월 7일 재단 운영의 공식돌입과 함께 ‘포트폴리오 박람회’를 열 예정이다. 심사위원단의 포트폴리오 리뷰를 거쳐 평면과 입체 분야 각 1명을 최우수상 수상자로 선정해 각각 1000만 원을 수여하고, 우수상 총 20명을 선정해 국내외 전시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작품 공모에 참여할 ‘新진작가’는 포트폴리오를 출품할 수 있다. “처음부터 그 수를 다 채울 수는 없겠지만 해마다 행사를 열어 500명 작가 참여를 목표로 하고 있어요. 후원자는 물론 기업화랑, 화랑, 미술관 등도 그들의 작품을 보고 빌려갈 수 있습니다.” 표 이사장은 특히 ‘커뮤니케이션’을 강조했다. 그 중심점은 ‘서울예술재단 PLUS’가 될 것이다. 표 이사장은 “여기에서 후원자는 작가의 작품과 자료를 열람하고 작가는 후원자를 직접 만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한 “이러한 소통은 신진기획자, 비평가에게도 열려있다”고 문호를 대대적으로 열 것임을 천명했다.
화랑협회 운영에서 쌓은 노하우가 재단 운영에도 분명 녹아들 것이다. “화랑 대표로서 할 수 없었던 일을 재단을 운영하면서 맘껏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표 이사장의 이 말에는 제대로 해내겠다는 의욕이 가득 차 있었다. 표 이사장의 이 실험이 어떻게 진행될지, 새로운 대안을 마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황석권 수석기자

표 미 선 Pyo Misun
1949년 태어났다. 영남대 응용미술과를 졸업했다. 1981년 표갤러리를 개관하고 현재까지 대표직을 맡고 있다. 한국화랑협회 재무이사(1989), 국제담당이사(1991), 부회장(2003), 한국미술품 감정위원회 위원(2006~2008), 그리고 한국화랑협회 회장(2009~2015) 등을 역임했다. 또한 베이징(2005)과 L.A.(2008)에 표갤러리 분관을 열었다. 현재 강남문화재단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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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예술재단 사무소로 쓰일 ‘서울예술재단 PLUS’ 전경. 사무공간 외에 작가와 후원자를 매개하고 작품을 직접 만나는 전시 공간으로도 사용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