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IONAL NEWS

전시2

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진행 중인 퍼포먼스 모습 아래 서울 이포갤러리에서 열린 〈동방으로부터〉 전시전경

전주

통일의 염원을 싣고 철의 실크로드로 달리다
‘동방으로부터’ 여정단 리포트 전 열려

지난해 광복 70주년을 맞아 10인의 예술가가 모여 문화 교류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남북통일을 염원하는 문화교류 프로젝트 철의 실크로드 ‘동방으로부터’〉(이하 ‘동방으로부터’)(단장 심홍재)를 진행했다. 그간의 과정을 정리하는 전시가 서울 이포갤러리(3.25~31)와 전주 남부시장 청년몰 청년회관(4.5~13)에서 연이어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는 ‘동방으로부터’ 여정단의 활동을 담은 영상과 각국 현지인들이 적은 평화통일 염원 메시지를 소개했다.
‘동방으로부터’ 여정단은 세계에서 가장 긴 유라시아철도를 이용해 국제 사회에 통일 염원의 메시지를 전한다는 목적으로 전주 지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퍼포먼스 작가 심재홍을 중심으로 한 10인의 국·내외 예술인으로 구성되었다. 이들은 지난해 9월 23일 전주 치명자산 천주교 성지에서 발대식을 갖고 11월 20일 부산을 출발하여 블라디보스토크 이르쿠츠크, 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 바르샤바, 프라하, 베를린, 암스테르담, 브뤼셀, 런던을 거쳐 스페인 마드리드와 포르투갈의 리스본까지 순회했다. 지난 1월 18일 서울역에서의 행사를 끝으로 48일간의 여정을 마무리지었다.
이들은 사전 제작한 통일 만장과 현수막을 설치해 세계 각국의 현지인이 한국의 분단 상황을 인식하도록 하고 바닥에 깔린 한지에 메시지를 적게 했다. 염원을 담은 한지를 태우는가 하면, 현지인들의 메시지를 담은 죽부인을 치켜세우는 플래시몹 등을 진행하였다.
행위예술가 심홍재 단장을 비롯해, 오광해(한국화가), 김석환(행위미술가, 화가), 김서연(사진가), 심인(스크립터), 김방진(루게릭 퍼커션)이 한국에서 출발했고 유지환(행위미술가, 화가), 조성백(행위미술가, 조각가), 전영지(무용가), 링천(행위미술가, 화가)이 파리에서 합류했다. 현재 ‘동방으로부터’ 여정단은 2017년 리스본에서 시작해 유럽을 거쳐 인도와 중국을 잇는 2차 여정을 기획하고있다.
최정환 미술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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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광주_rois Clarins
프랑스 화가의 ‘한국방문기’
한불 수교 130주년〈클로드 게나르가 그리는 한국이야기전〉열려

한불 수교 130주년을 맞아 전국에서 다양한 행사가 열리는 가운데 광주 프랑스문화원(원장 최승은)도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특히 올해는 광주 홀리데이인 호텔과 연계해 넓은 장소에서 행사를 진행해 화제를 모았다.
3월 1일부터 31일까지 한 달간 광주 프랑스문화원에서 열린 〈클로드 게나르가 그리는 한국이야기: 한국의 어제와 오늘을 알아보다전〉은 외국인 눈을 통해 우리 모습을 되돌아본 기회였다. 프랑스문화원 내부 벽에 내걸린 A4용지 크기 작품 50여 점은 프랑스 출신 화가 클로드 게나르(Claude Guenard)가 2014년과 2015년 두 차례 한국을 방문했을 때 부산, 광주 등을 돌며 만난 사람들을 그린 작품이다. 유니폼을 입은 회사 여직원, 미니스커트를 입은 젊은 여인, 시장 상인 등 작품을 살펴보면 그가 어디에서 어떤 사람을 만났는지 알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전시는 프랑스 화가의 ‘한국 방문기’인 셈이다. 재미있는 건 작품 소재가 모두 잡지이거나 광고용지라는 점이다. 지면 전체를 잉크로 덮지 않고 사인펜으로 쓱쓱 그리듯 가벼운 표현 기법을 사용한 게 특징이다. 그런 효과 덕분에 광고의 내용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대충 그린 것처럼 보이지만 한복 주름, 얼굴 표정 등 디테일이 살아있다. 마치 캐리커처를 보는 듯 부담 없이 감상할 수 있는 작품이다. 클로드 게나르는 화가이자 모험가로 불린다. 젊을 땐 링 위에서 복서로 활동하기도 했고 국립학교 교사로 재직했으며 아프리카에서 20여 년간 미술을 가르친 경력이 있다.
박진현 《광주일보》 기자

광복 이후 한국 조각의 영향력
〈故 김영중 조각가 특별전〉열려

광주_평화행진곡전남 장성 출신 고(故) 김영중 조각가(1926~2005)의 삶과 예술세계를 조명하는 특별전이 3월 5일 시작해 5월 1일까지 광주시립미술관에서 진행된다. ‘우호(又湖) 김영중-평화행진곡’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전시는 그의 대표작 70여 점과 설계도를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뜻깊은 자리다.
우선 전시실을 방문하면 높이 2m의 막대 모양 작품(작품명 미상·1985)이 관람객들을 맞는다. 추상적 요소가 강한 이 작품은 그가 추구했던 이상향을 보여준다. 마치 연기가 땅에서 하늘로 피어오르는 형상이다. 전시장은 ‘구상 인체조각’, ‘용접조각과 생명’, ‘가족과 공동체’, ‘비상’ 총 4가지 주제로 구성됐다. 초창기 작품이 주로 전시된 ‘구상 인체조각’에서는 전시 주제이기도 한 〈평화행진곡〉(사진)을 볼 수 있다. 나팔을 부는 여인을 형상화한 이 작품은 조각 특유의 딱딱함보다는 부드러운 조형미가 돋보인다. ‘용접조각과 생명’ 에 전시된 ‘기계주의와 인도주의’(1962)는 삭막해 보이는 작품을 새싹과 씨앗 모양의 조각으로 덧입혀 희망적인 메시지를 구현했다. 전시 동선을 따라 발걸음을 옮기다보면 김영중의 작품세계가 ‘가족과 공동체’로 넘어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전시장 한쪽 벽면을 따라 일렬로 나열한 높이 약 50cm 크기의 조각은 모자(母子) 또는 가족을 입체적으로 단순화한 형상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김영중 예술세계의 종착점은 ‘비상’ 섹션이다. 작가는 사람들이 현실의 고통을 넘어 희망을 잃지 않기를 꿈꿨다. 이번 전시에 출품된 〈불굴의 조각상〉(높이 1m)과 광주문예회관에 설치된 〈예술+행위+도약〉은 이런 그의 염원이 잘 드러나 있다.
전시를 기획한 광주시립미술관 학예사 홍윤리는 “김영중 선생은 광주비엔날레 창설 주역이라는 점에서 광주와 매우 인연이 깊다”며 “광복 이후 한국 조각예술을 대표한 한국 미술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고 말했다. 한편 김영중은 1948년 서울대 미술학부에 입학했으나 6·25전쟁으로 학업을 중단했으며 전후 홍익대에 편입해 김환기(회화), 윤효중(조각)을 사사했다.
박진현 《광주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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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임호  50.5×38cm 캔버스에 유채 1952

임호 <흑선> 50.5×38cm 캔버스에 유채 1952

부산 토박이 작가들의 ‘향토적 서정성’
〈부산 토박이. 토벽동인의 재발견전〉열려

부산시립미술관(관장 김영순) 소장품 기획전시 〈부산 토박이. 토벽동인의 재발견전〉이 1월 28일부터 4월 24일까지 계속된다. 이번 전시는 1953년 부산토박이들로 구성된 ‘토벽동인(土壁同人)’의 예술의식과 그들의 작품을 재조명하는 자리다. 195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토벽동인회의 작품 40여 점과 함께 작품을 설명하는 영상미디어로 구성됐다.
6·25전쟁 시기 임시수도였던 부산은 아이러니하게도 어느 시대에도 볼 수 없던 예술 활동의 부흥기를 맞았다. 전국에서 모여든 예술가들로 부산은 포화상태였으며, 참담한 피란생활 중에도 예술가들의 활발한 소통과 교유가 이뤄졌다. 이 시기 부산 토박이인 김경, 김종식, 김영교, 김윤민, 서성찬, 임호로 구성된 ‘토벽동인’이 결성된 것이다. 이들 대부분은 일본에서 유학하며 서구미술을 흡수함으로써 그들만의 미의식을 정립했다.
‘토벽동인’은 전쟁 발발로 타지에서 피란은 예술가들이 대거 유입되자 부산미술계가 위축됨을 느꼈다. 그리하여 이들은 현실 중심의 지역 풍토를 확실하게 인식하려는 목적으로 모임을 만들었다. 토벽이라는 이름도 ‘토박이’라는 의성어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전해진다. ‘토벽동인’ 소속 작가들의 작품이 공통된 방향성을 뚜렷이 드러내지는 않지만 대체로 현대적이면서도 토속적인 서정성과 순박함을 띤다. ‘토벽동인’의 활동은 이른바 ‘향토적 서정성’을 지향하며 서구에서 전래된 서양화를 한국적 풍토에 맞게 토착하려한 지역 최초의 시도로 평가된다. 그러나 그동안 이들의 활동과 예술의식을 지역에 한정 지어서만 평가한 점은 아쉽다. 이번 전시는 1950년대 ‘토벽동인’이 지역미술의 한계를 넘어 민족미술의 원형을 추구하는 큰 지향점을 두고 결성 및 활동했다는 점을 부각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김은경 독립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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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

대구 (2)

〈 dreaming book-바다 〉 종이 590×620×525cm 2016

읽을 수 없는 책, 사회를 담은 책
10회 맞은〈유리상자-아트스타전〉

대구 중구에 위치한 봉산문화회관(관장 김순희)은 자치 행정단위에서 설립하고 운영하는 수많은 시설 중 하나다. 하지만 이곳은 다른 지역 공공 아트센터와 비교할 때 공간과 프로그램에서 특별한 색깔을 유지하고 있다. 그 가운데에서도 사방이 투명한 유리로 지어진 전시실은 유리상자라는 별칭으로 불리며, 이 장소에서 벌어지는 기획전시는 매번 관심이 집중되었다. 〈유리상자-아트스타전〉으로 명명된 이 프로젝트는 1년에 한 번씩 공개 모집을 통해 전시 작가를 선정해왔다.
2007년에 시작해 올해로 10년을 맞았다. 10주년을 자축하는 동기에서 올해는 공모가 아닌 초대전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 2월 19일에 시작하여 4월 17일까지 이어지는 특별전시는 현대미술가 이지현의 〈dreaming book-바다〉다. 책이나 옷과 같은 기성품을 보풀과 구멍을 내고 해체하여 작품으로 만드는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이력에 특별히 기록될 만한 대규모 작업을 벌였다. 그는 자신이 임시로 거주하는 제주도 바닷가 작업실에서 수천 페이지 분량의 책을 한 장씩 뜯어서 패널과 비슷한 쓰임새로 이어 붙여 책 형태와는 전혀 다른 입체 조각을 완성했다. 그것은 실제 크기의 배가 되어서 천장에 매달렸다. 전시 공간 바닥은 섬과 섬 사이에 파도가 넘실대듯 높낮이를 달리한 설치물이 펼쳐졌다. 전시 표제가 그대로 가리키듯, 종이책으로 만들어진 몽환적인 바다가 유리상자를 채웠다.
책은 사람들이 그 속에 담긴 정보를 읽고 보관하는 기능을 가진다. 그러나 이지현의 책은 읽을 수 없게끔 변형을 가하여 책과 종이 그 자체의 물질성을 더 강조한다. 원래 효용이 상실된 부분을 미적인 의미로 보충하는 이 과정은 어떤 책을 원 재료로 사용했는지에 따라서 다양한 해석을 낳는다. 하나의 텍스트로서의 책이 사회 현실과 예술의 역사에 비친 콘텍스트를 이끌어내는 셈이다. 그러나 이 설치작은 알 듯 말 듯한 암호로 가득 찬 개념미술이라기보다 정보의 바다를 헤치고 다니는 우리의 모습을 상징하는 볼거리란 점에서 공공 미술관의 기획으로 합당한 의도를 지니고 있다.
윤규홍 예술사회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