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GHT & ISSUE Art|Basel Hong Kong|March|15-17|2015

〈아트바젤 홍콩〉의 변화와 한국미술의 붐

아시아 아트페어 시장은 <아트바젤홍콩(Art Basel Hong Kong)>과 각국의 토종 아트페어로 크게 나뉜다. 45년 역사의 <스위스 아트바젤>을 기반으로 한 <아트바젤 홍콩>은 6월에 열리는 스위스 바젤의 285개 화랑, 12월에 열리는 미국 마이애미의 267개 화랑과 강한 네트워크가 형성돼 있는 아트페어계의 실력자다. 한국의 <KIAF>, 싱가포르의 <Art Stage Singapore>, 대만의 <Art Taipei>, 중국의 <Art Beijing>, 일본의 <Art Fair Tokyo>, 인도의 <Art India> 등 아시아 각국을 대표하는 국제 아트페어와 격차는 크지만 경쟁상대다.
233개 화랑이 참가한 <아트바젤 홍콩 2015>는 마케팅과 홍보는 기본이고 스폰서팀과 VIP 및 고객 담당팀을 별도로 운영하는 경영 중심의 아트페어이다. 메인 전시인 <갤러리(Galleries)>, 큐레이팅 프로젝트 형식인 <인사이트(Insights)>, 신진 아티스트의 쇼케이스인 <디스커버리(Discoveries)>로 나누어 참가 화랑을 경쟁시키는 식으로 심사를 강화한다. 2015년의 참가 화랑수는 233개로 2014년 245개보다 12개 줄었다.
2014년 가을 아시아 디렉터를 교체한 이후 2015년 페어는 VIP 프리뷰를 금요일과 토요일 첫 이틀에 집중시켜 VIP 위주의 판매 전략을 폈고, 일반고객 공개기간은 하루 줄인 일요일부터 3일간 진행하는 것으로 바꿨다. VIP 오픈 첫날부터 판매경쟁이 치열했다. 화이트 큐브는 2시간 만에 2억3400만 홍콩달러(340억 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렸고, 뉴욕의 굿맨갤러리, 가고시안갤러리 등도 1~2시간 만에 수십억 원어치를 팔았다. 대만의 티나 켕 갤러리는 자오우키의 <1980년> 3부작을 국제 컬렉터에게 미화 3000만 달러(337억 원)에 판매했다.
<아트바젤>은 전략적으로 기관 관계자를 대거 초청한다. 개인과 기업의 개별 수요 외에 공적 수요자인 미술관과 기관의 대표, 이사, 큐레이터, 재단 및 후원자들을 초청해 작품을 구입하게 한다. 2014년 스위스 바젤에 70개 기관의 관계자들이 초청되었고, 미국 마이애미에는 160개, 그리고 이번 홍콩페어에도 삼성 리움미술관을 비롯한 26개 기관의 관계자를 초청했다.
한국 갤러리는 총 9개가 참가했다. 국제갤러리/티나킴갤러리, PKM갤러리, 아라리오갤러리, 학고재갤러리, 원앤제이갤러리, 갤러리 스케이프가 메인 전시 격인 <갤러리>에 참가했고, <인사이트>에 리안갤러리, 갤러리 인, 갤러리 EM이 참가했다. 갤러리 특별전인 <인카운터> 코너에서도 국제갤러리의 이우환, 아라리오갤러리의 탈루 L.N, 리안갤러리의 DZINE, 원앤제이갤러리의 김태윤의 전시가 열렸다. 국제갤러리의 이우환 박서보 하종현 이불, PKM갤러리의 윤형근 코디최, 학고재갤러리의 정상화 이우환 백남준 등 출품한 한국 대표작가와 단색화 작가의 작품이 좋은 판매실적을 올렸고, 아라리오갤러리의 강형구 회화작품과 리안갤러리의 김승주 조각작품은 높은 인기도 만큼 세일이 잘 되었다.
메인 아트페어 옆 위성 아트페어인 <아트 센트럴>은 한국의 갤러리 현대와 카이스갤러리가 참여해 현대의 단색화와 카이스갤러리의 전속작가 작품의 판매실적이 좋았다. 경매회사 소더비의 한국 단색화와 일본 구타이로 꾸민 <아시아 아방가르드전>은 프라이빗 세일로 빅히트를 기록했으며, 크리스티의 소규모 경매도 활발했다. 한국의 K옥션은 홍콩에서의 첫 단독경매를 실시해 56점 출품에 50점 낙찰로 89.3%의 높은 낙찰률을 보였고, 71억 원에 달하는 판매고를 올렸다. 단색화 21점이 모두 추정가를 뛰어넘으며 낙찰경쟁이 치열했다. 김환기의 추상화 작품이 수수료 포함 8억3302만 원에 팔렸고, 이우환과 쿠사마 야요이 등의 작품도 낙찰되었다.
홍콩 미술시장은 서비스 산업과 금융산업을 바탕으로 성장한 자본력, 영국적 관습과 문화의 영향, 백만장자와 억만장자들의 미술품 소비와 투자, 매일 열리는 쇼와 컨벤션에 참가하는 이동인구, 홍콩정부의 낮은 세금과 관세 정책, 그리고 영업과 금융의 자유로 인해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홍콩에서 처음으로 단색화를 중심으로 한국 미술 붐이 일기 시작했다. 대우 받기 시작한 우리 미술의 기반 다지기와 포스트 단색화 전략을 구상하는 철저한 준비가 요구된다.
홍콩=서진수 강남대 경제학과 교수, 미술시장연구소 소장

갤러리 인 부스의 김명범의 설치작품 〈무제〉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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