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실에서·도움주신 분들

隔世之感

#1. 평소 영화나 TV를 즐기는 편이 아니다. 재미가 없다. 몰입도 안 된다. 어린 애들이 떼로 나와서 춤추는 쇼는 정신이 없고 드라마는 현실성이 없어 마땅찮다. 게다가 TV 화면이 너무 선명한 탓에 과하게 덕지덕지 화장을 한 배우 얼굴 보는 것도 부담스럽다. 엉성한 세트나 엉뚱한 소품 등 눈에 걸리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렇더라도 그러려니 하고 그냥 보면 그만일 텐데 그게 잘 안 된다. 시시콜콜 트집을 잡고 깐족거리며 불평불만을 내뱉고 만다. 그러면 뭐든지 하나를 보면 초집중해서 보는 마누라가 참다못해 소리를 꽥지른다. “제발 좀 입 닥치고 보던지 아니면 꺼져버려”라고. 깨갱, 내가 생각해도 욕먹어 싸다.
#2. 이번 달부터 <아트스타 코리아>라는 프로가 케이블 채널에서 방영된단다. ‘아트 서바이벌’을 표방한 이 프로그램에 서울시립미술관까지 적극 동참하기로 했단다. 이래저래 한동안 화제가 될 듯하다. 사실 몇 달 전부터 이 프로에 직간접으로 관여한 여러 사람을 만나 얘기를 들었다. 의견이 분분했다. 그러니 나까지 이러쿵저러쿵 맞장구 치고 싶지는 않다. 다만 화면에 등장할 ‘아티스트’나 ‘멘토’, ‘심사위원’들 보다 궁금한 게 따로 있다.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제작한 프로듀서와 (방송)작가, 그리고 적지 않은 돈을 투자한 ‘보이지 않는 손’의 머릿속 꿍꿍이가 무엇인지 궁금하단 말이다. 과연 그들은 한국/현대/미술/계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을까? 미술/작가란 존재를 어떻게 생각할까? 미술마저 거대자본을 등에 없고 대중 홀리기에 혈안이 된 엔터테인먼트 사업의 노리개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미술-작가를 소재로 실험하는 그 의도가 탐탁지 않고 불편하다
#3. 나는 2003년 1월호에 ‘비평가 44인이 선정한 우리가 주목해야할 젊은작가’라는 특집을 만들었었다. 당시 이 기사 때문에 온라인 게시판에서 정말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었다. 지금 생각하면 헛웃음이 나올 일이지만, 핵심은 크게 두 가지. 하나는 “미술이 <가요 Top 10>이냐? 어떻게 잡지에서 작가들 순위를 매겨서 줄을 세우느냐!’였고, 또 하나는 ‘작가가 무슨 연예인이냐? 왜 작품보다 작가 얼굴사진을 더 크게 나오냐!’ 였다. 심지어 어떤 작가(누굴까요?)는《 월간미술》 불매운동을 주장하기도 했다. 옛말치고 틀린 것 하나도 없다.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더니 세상 참 많이 변했다. 이젠 작가들이 제 발로 방송카메라 앞에서 포즈 취하고 심사를 받겠다고 나서는 세상이 됐으니 말이다.
#4. 격세지감의 현장 하나 더.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열린 <박노해 사진전>. “전쟁 같은 밤일을 마치고 난/새벽 쓰린 가슴 위로/차거운 소주를 붓는다/…” 던 얼굴 없는 시인이 35㎜ ‘라이카’ 카메라를 목에 걸고 나타났다. 30년 만이다. 벽에 걸린 사진보다 전시장 분위기가 더욱 감동적이었다. 이제부터 그를 ‘박기평’이란 진짜 이름으로 불러주련다.

편집장 이준희 dam2@unite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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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이정 미술비평

반이정
미술비평

미술판에서 뿐만 아니라 대중적으로 이름이 널리 알려진 평론가이자 파워 블로거(blog.naver.com/dogstylist)다. 그만큼 관심사와 활동범위가 다양하고 폭넓다. 현대미술부터 영화나 대중문화, 시사정치 그리고 자전거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종횡무진이다. 2013년 3월호부터 시작한 ‘반이정의 9809 레슨 ‘연재를 이번호에 마감한다. 횟수로는 12회였지만 연재 기간은 꼬박 2년이 걸렸다. 최근이 연재를 바탕으로 강연회도 열였다. 앞으로 단행본을 낼 계획이라고.[/one_sixth][one_sixth]

김남수 안무비평가

김남수
안무비평가

이번 특집 기사의 기획 단계에서 그를 정식으로 처음 만났는데 다양한 분야의 참고 자료를 망라하는 박식함으로 기자를 한 번 놀라게 하더니 엄청난 양의 원고로 두 번 놀라게 했다. 이영철 관장의 제안으로 백남준아트센터 학예사로 근무하면서 신화, 샤먼문화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다고. 현재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아시아예술극장 드라마투르그로 재직 중이다. 연출을 도와 공연을 만드는 전반적인 일에 참견하는 자라고 추가 설명을 보내왔다.[/one_sixth][one_sixth]

임금님 올댓시네마 과장

임금님
올댓시네마 과장

영화 <만신>을 감독한 작가 박찬경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영화 스틸 컷을 얻는 과정에서 적극적인 도움을 주었다. 특히 이번 호 표지를 장식한 박 감독의 인물사진을 고화질로 구하기 위한 기자의 등쌀에도 평정심을 잃지 않고 시종일관 친절하게 대하는 고귀한 자태를 보여주었다. 동국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2010년 영화 홍보 마케팅 전문회사인 올댓시네마에 입사해 <더 울버린> ,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26년>, <소원> 등에 참여했다.[/one_six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