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배종헌-별 헤는 밤

배종헌-별 헤는 밤
갤러리 분도 2.12~3.8

이거 참. 별이라니. 도대체 언제였던가. 우두커니 별을 올려다보며 하염없이 시간을 보내던 그때가 말이다. 솔직히 말하겠다. 나는 여전히 종종 그렇게 한다. 다만 나는 내가 가끔 밤하늘을 올려다본다는 사실을 숨길뿐이다. 나는 소년이 아니니까. 별을 꿈꾸기보다 안정된 삶을 감당해야하는 어른이어야 하니까 말이다. 대구에서 배종헌이 별을 말하고 있다.
그는 갑자기 소년이라도 되어버린 걸까? 시선을 떨구고 어눌한 어조로 천천히 무언가 말을 할 때 배종헌은 영락없는 소년이다. 소년의 감성으로 바라본 별은 어떠할까. 여기서 갑자기 그는 훌쩍 커버린다. 그는 증거를 수집하는 감식가의 냉정한 시선으로 우리에게 과연 별이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를 되묻고, 그것을 시각화한다. 그는 미학적 인류학자가 되어 별의 사회적 활용을 이야기한다. 그가 담담하게 털어 놓은 천공(天空)의 이야기는 자못 충격적이다. 우리는 모두 스스로 별이 되고자 욕망하고 있던 것이다. 그 욕망은 끊임없이 부추겨지고, 그럴수록 그 욕망의 실현은 멀어진다. 정작 충격적인 것은 별 헤는 소년의 감성으로 세상을 가로지르는 인류학자로서 배종헌이 들이대는 증거물들이다.
별의 욕망과 그 욕망의 불가능한 실현 사이의 간극을 도처에서 출현한 수많은 별이 메우고 있는 것이다. 이미 수많은 별이 하늘에서 내려와 아주 익숙하고 구체적인 일상의 사물들로 육화되어 있다(<운석> ). 세개의 별(삼성)이 울리는 알람이 아침을 깨운다. 일곱 개의 별(칠성사이다)이 목마름을 채운다. 별 관(冠)을 쓴 초록의 여신(스타벅스)이 감성을 달래주고, 삿포로에 취해 잠이 든다. 이미 거대한 별들이 하늘을 날고(보잉), 별이 빛나는 은행(국민은행)에서 재산을 불린다. 또 별이 되고픈 아이들을 응원하며 별이 되지 못한 좌절을 보상받는다(K팝스타). 오리온의 성좌는 이미 혀 위에서 달콤하게 녹아든다. 그런데 더 이상한 것은 배종헌이 끌어모은 별의 증거들이 하찮은 쓰레기 더미의 몰골로 나타난다는 점이다. 그것들은 별에 대한 욕망을 실현하지 못한다. 별이 될 수 없으므로 더 별을 소비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 쓰레기 더미들은 착취당한 욕망의 흔적일 뿐이다. 배종헌은 지극히 실증주의적인 태도로서 우리 사회에서 별이 활용되는 방식들에 접근한다. 그렇다고 배종헌이 별이 오늘날 소비자본주의 시대 이윤추구의 수단일 뿐이라는 뻔한 결론에 도달하는 것만은 아니다. 배종헌의 작업에서 읽어야 할 것은 자신의 예술을 성찰하는 방식이다. 예술은 별이 되려는 욕망을 실현하는 궁극적 형태였다. 반 고흐는 평생의 가난과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별이 되었다. 배종헌이 에어캡(뽁뽁이) 속에 별사탕을 끼워넣는 하찮은 방식을 취하는 이유는 별이 되려는 자신의 욕망과 투쟁하려 하기 때문이다().
그에게 <별 헤는 밤>이란 별에 대한 욕망과 이윤을 맞바꾸는 동시대 자본주의 체제를 미학적으로 탐험하고, 그 속에서 자신의 예술을 재규정하는 시간이다. 그의 성찰이 그리는 궤적이 어떠할까를 예상하기란 쉽지 않다. 그 또한 이미 예술계에서 별이 되기를 강요받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그가 만들어가는 길 위에서 한 발 한 발 자신의 걸음을 의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김동일・대구가톨릭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