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리뷰] 최수정_확산희곡-돌의 노래

contents 2014.2. review | 최수정_확산희곡-돌의 노래
갤러리와 극장이 오늘날처럼 가까워진 적은 없었다. 모더니즘의 정점에서만 하더라도, ‘연극성(theatricality)’은 “미술의 가장 노골적인 적”(마이클 프리드)이 아니었던가. 미니멀리즘이 ‘매체’에 대한 성찰을 공간의 맥락으로 우아하게 확산시키고 있을 때에도 ‘오브제’의 배척적인 순혈주의는 성역으로 남아 있으려 했다. 오브제 중심의 잉여가치를 배제하겠다던 관계미술이 미술 ‘시장’을 장악한 지도 오래된 지금에 와서 돌이켜 보면 꽤나 아득한 외침이다.

그러고보면 21세기가 15년이나 깊어진 이 시점에 연극 무대에 캔버스를 대놓고 걸어놓는 행위가 그리 도발적이거나 이단적으로 다가올 근거는 별로 없다. 문제는 그러한 행위가 어떤 문제의식을 촉발시키고 미술의 (이미 사라진) 경계를 어떻게 재설정하는가가 될 것이다. 회화와 연극이 계속 변화하고 있다면, 그 관계의 변화는 더욱 역동적일 수밖에 없으리라.

최수정은 ‘오브제’를 무대 위에 걸었다. 모두 5점의 그림. 그리고 무대조명을 비췄다. 배우를 대체하겠다는 듯이. (아니, 배우는 관람객이 맡는다. 우리는 ‘관람객’의 역할을 맡으며 무대에 오른다.) 그림 속 이미지는 (프리드가 원했던 그대로) 시간을 망각하고 얼어붙어 있다. 실어증 환자처럼. 무대공포증에 점령당한 배우처럼. 이 잔혹하리만큼 강렬한 스폿조명은 회화의 무엇을 ‘재조명’하는 걸까.

<확산희곡–돌의 노래>가 전시된 삼일로창고극장은 살아서 꿈틀거린다. 아니 그렇게 느껴진다. 그렇게 느껴지는 것은 그림이 죽은 척하기 때문이다. 비디오벽화 속의 원숭이의 시선, 의례적인 안부인사(“늘 생각하고 있습니다. 요즘 근황은 어떠십니까?”)를 발산하는 무심한 LED전광판, 같은 인사말을 모르스 부호로 전환한 다섯 가지 버전의 “돌의 노래”, 그리고 그 소리에 변죽을 맞추며 객석에서 번쩍거리는 섬광, 분장실의 헤드폰을 통해 새어나오는 누군가의 반복적인 귓속말 등 작고 규칙적인 ‘움직임’들로써 극장은 유기체적인 순환을 거듭하고 있다. 그림들만이 ‘돌처럼’ 굳어 있다. 극장의 다른 모든 것이 살아있음을 역설하겠다는 듯이. 그 묵묵함은 (프리드가 말한) ‘오브제의 숭고미’를 과묵하게 수호하려는 비장함인가. 모더니즘의 순수성에 대한 향수인가. 아니면, 회화와 연극의 물질적 조우의 불가능에 대한 냉소인가. 어쨌건 간에, 말없는 그림 위에서 스포트라이트의 화려함은 시체애호증적 집착
을 닮아간다.

그 아집스러운 부동성에도 불구하고 그림이 이 ‘확산된 희곡’ 그러니까 ‘아직 연출/완성되지 않은 연극’의 ‘주인공’임에는 틀림없다. 각 그림은 작가가 일상에서 수집한 기억의 조각들에 대한 짧은 인용구들로 가득 차 있다. (다분히 ‘연극적’ 징표인) 마스크라는 모티프로 엮이는 단상들이다. 배우의 분신임을 자처하는 마스크들은 그림을 독자적인 소우주로 편성한다. 극장 여기저기 ‘설치’된 비디오나 오디오 따위의 기계적 기호들이 한결같이 관객의 관심을 구하며 말을 걸고 있지만, 그림들은 과묵하게 관객의 응시를 초대한다. 모든 기계적 단상들이 정해진 시간의 궤적을 따라 순환하고 있다면, 그림들만큼은 그들의 세계가 관객각자가 스스로에게 용인하는 시간에 따라 펼쳐지도록 유연하게 방치되어 있다. (2층에 과거의 공연사진들과 짝을 이뤄 주석처럼 전시되는 돌들이 그러하듯) 그림은 시간의 기록이다. 관객의 신체를 매개로 다시 선형적으로 풀어헤쳐지는 시간. ‘화가’ 최수정은 이 상호모순적인 두층위의 시간을 ‘희곡’으로 각색한 게다. 관람객은 그림을 (객석 뒤쪽으로부터) 원경으로 바라보기도 하고, 소소한 디테일에 이끌려 눈을 캔버스에 밀착시키기도 한다. 시간은 공간으로 환산되는 것이다. 기계적 기호들을 ‘감상’하는 관람자의 위치가 시시각각 변할 수 있다면, 그림들만큼은 시선의 위치를 정확하게 지정한다. 회화적 현실의 가시성을 정확한 산술성으로써 안무한다. ‘확산희곡’은 결국 그림과 신체의 역동적이고 가변적인 관계를 변형시키는 일종의 연산 프로그램인 셈이다. 어쩌면 ‘전시’되는 것은 캔버스를 초월하는 회화의 확장된 사유 영역을 재고하는 ‘작품’이 아닌, 회화의 환원적 물성을 소환하는 ‘연극적’ 제스처다. 회화의 의롭고도 외로운 독백이랄까. 자기노출이자 자기연민이기도 한 자기성찰. 30년 전 바로 이 극장에서 공명했던 빨간 피터의 소외된 외침처럼.

서현석・연세대대학원 교수

<광물회화(Mineral Painting)> 캔버스에 혼합재료 130×130cm(각) 2013

[전시리뷰] 사진과 사회: 소셜아트

contents 2014.2. review | 사진과 사회: 소셜아트
롤랑 바르트는《 카메라 루시다》에서 “사진은 침묵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진과 사회전>의 사진들은 대체로 침묵과는 거리가 멀다. 네 개의 전시장을 채운 26인의 작품 150여 점과 37인의 팀 프로젝트의 사진작업들에는 이 전시의 담론인 ‘소셜아트’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아우성으로 가득하다. 이러한 목소리를 끌어내는 네 개의 프레임은 ‘비판, 행동, 공동체, 공공’이다. 먼저 ‘비판’이란 부제가 달린 전시공간에서 관객이 만나게 되는 첫 작품은 백승우의 <아카이브 프로젝트>이다. 현실의 시공을 자르고 붙인 듯 조합된 백승우의 허구적 건축물 사진은 이전시 전체가 이 땅의 정치적 이데올로기가 만드는 ‘초현실주의적’ 풍경을 수집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일상적 풍경의 내면을 꿰뚫는 카메라의 시선은 집요하고 긴장감을 유발한다. 후쿠시마의 바다 앞에서, 카메라가 시선을 던져야 할 길을 찾는 박진영의 <카메라의 길>은, 우리의 의식에 휘두르는 마치 쓰나미와 같은 폭력적 이데올로기의 쇠망치를 ‘쇠못’으로 가두고픈 박불똥의 <길>로 이어진다. 이는 폭력을 폭력으로 제어하고자 하는 것이라기보다 어쩌면 자기 치유를 위한 동종요법과 같은 시어로 읽힌다. 아도르노를 따라 말하자면, 현실의 고통을 모방하는 ‘어둠의 미메시스’야말로창으로 상처를 치유하는 동종요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사진이 걷는 ‘길’은 현실 비판적이면서도 이처럼 자기 상처를 드러내 치유하고자 하는 측면이 있다.

이때 상처의 노출은 보는 이의 시선에서 곧 비판의 언어로 전유될 수 있다. 장지아의 ‘서서 오줌 누는 여성’의 사진 또한 남근 중심적 폭력과 가부장제 이데올로기가 금기한 것들에 대한 조소이면서, 그만큼 여성에 대한 사회의 통념이 만든 상처를 노출시킨다. 마찬가지로, 오형근의 카메라에 포착된, 꽃 같은 나이에 징집된 한국 남성들도 남근 중심 이데올로기의 희생자들일 수 있다.

어떤 사진들은 이러한 ‘비판’을 ‘행동’으로, 참여와 개입의 ‘새로운 퍼블릭아트’로, 즉 사회적 실천으로 옮기고자 한다. 이 때문에 이러한 행동주의 예술에 선 사진은 침묵하기가 어렵다.

보는 이의 시선을 명료하게 찌르는 ‘푼크툼’을 파생시키도 전에 충분히 의미가 전달될 만큼의 정보와 주장으로 보는 이의 호기심을 채워주고 마는 즉, ‘스투디움’이 가득한 사진 속에서 행동주의 예술가들의 성마른 외침이 넘친다. “모래강 내성천을 함께 지켜요”(리슨투더시티)의 사진과 “표현의 자유”(이윤엽)의 목판, 여성그룹 입김의 시위적 퍼포먼스사진, 이하의 정치인들에 대한 풍자적 몽타주사진들, 공공예술의 프로젝트보고서 성격의 사진들은 ‘행동’의 프레임 안에서 오직 한 가지 목소리를 낸다. ‘비판’의 장에서 보였던 예술의 아우라와 다의성은 이 ‘행동’의 장에서는 사라지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한편 어떤 공동체의 장소특정적인 사진작업들은 조금 다른 목소리를 낸다. 지워지고 소외되고 상처받은 역사의 기억을 불러와 어루만지는 ‘공동체’의 프레임에 와서, 사진의 목소리는 낮아지고 조용해졌다. 그중에서도 재일조선인 김인숙이 유치원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 다닌 13년간의 오사카조선학교시절에 대한 사진과, 지금은 폐쇄된 이강우의 정선탄광촌 사진은 오래전 그 장소를 거닐고 그곳의 물건들을 마음에 담아둔 이 작가들의 ‘지속된 기억’의 편린들을 나누게 한다.

개인의 역사와 공동체의 역사가 오버랩되는 역사적 궤적의 어딘가에서 그들이 본 어떤 ‘소중한 것’이 거기 있다. 그 사진들은 묘하게도 허구와 현실의 중간에서 부유하는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그럼으로써 소외된 공동체의 아픔에 우리 자신의 감정의 빛깔을 덧입히게 만든다. “아무것도 말하지 않을 것, 눈을 감을 것, 하찮은 세부로 하여금, 홀로, 감정적 의식을 향해 거슬러 올라가도록 내버려둘”(롤랑 바르트) 침묵 가운데 듣는 예술의 음성과 함께 말이다.

유현주・미학, 미술평론

왼쪽·박진영 <시리즈 사진의길 카메라들 14.7m>(사진 왼쪽) c-print 220×180cm
오른쪽·입김< 아방궁종묘점거프로젝트-거리행진>(사진 왼쪽 벽면) 2000

[전시리뷰] 박경률_너는 아무것도 아니야 / 가능성의 릴레이

contents 2014.2. review | 박경률_너는 아무것도 아니야 / 가능성의 릴레이
박경률의 <너는 아무것도 아니야>는 프로젝트 성격을 띤 전시로 먼저 용산구 치매센터에서 치매 노인 3명과 함께 실행(인터뷰/4주간 24회, 드로잉)한 <가능성의 릴레이>(2013.11.2~29)와 연결된 구성을 보인다. 전체적으로는 치매환자인 친할머니의 인터뷰 영상과 치매 노인 3명의 인터뷰를 각색하여 노인 배우의 연기를 통해 제작한 페이크 다큐멘터리 영상, 그리고 그 노인들과 함께 얘기하며 풀어낸 드로잉들과 그 얘기들을 토대로 작가의 상상력을 더한 단편 소설(<고요한 소녀>, 세 개의 거울액자 속에 새김), 또한 이러한 경험과 자신의 기억을 의식과 무의식 관계 속에서 배설한 낱개의 드로잉 및 서술된 드로잉들로 구성되었다.
여기서 작가는 의식과 무의식에 관한, 즉 ‘무의식적으로 그린다?’라는 의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그 화두를 프로젝트로 증명해보이려고 했다. 작가가 자율이라는 프레임 속에서 어떤 대상을 ‘채우고-지우기’를 반복하며 그 사이에서 일어나는 상상, 현상, 사건, 기억, 번안, 편견 등을 자신의 언어로 전환하여 콜라주하거나 스토리화하는 과정을 겪는다고 가정한다면, 그 화두도 이러한 되새김질 현상을 시도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동안 그는 자신의 주변에서 부딪히는 일상의 사건들과 잠재된 기억들을 자신만의 여과장치를 통해 걸러서 해체시키는 일련의 드로잉들을 페인팅으로 구조화하는 작업을 했었다. 반면, 이번 전시에서는 결과에 집착하지 않고 과정에 불과했던 드로잉들을 전면에 부각시키면서 자신의 언어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지를 실험하며 유연한 태도로 접근하고 있다.
작가는 어떤 측면에서는 아무것도 아닐 수 있거나 너무도 일반적 의
미인 ‘무의식’을 화두로 삼아 치매 환자분들을 만나고 대화한다. 그 과정이 다시 자신을 들여다보며(거울 현상) 이미 형성되었거나 무의식을
경험하는 태도로 자신의 언어를 해체하는 자각현상과 같은 의미로 다
가왔다.
무의식의 태도로 접근한다는 자체가 자신의 정체성을 내어놓고 다시 시험받는, 그래서 역으로 영역화된 페인팅을 유연하게 해체시켜’연약한 드로잉’이라고 명명한 것이 아닐까.(큰 작품의 드로잉은 여느작가들의 드로잉에 비해 구조적이다.) 그렇다면, 이번 전시는 언어의 환영체가 구축되어 관객들로 하여금 일방적으로 감상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아닌, 언어와 이미지 사이를 열어놓고 탐색하는 드로잉적인 사유의 태도로 접근하게 하여 보는 이들과 묵언의 대화를 나누며 호흡을 유도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를 상징하는 것이 <고요한 소녀> 작품이다.
자기언어를 구축해간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결과적으로 박경률 작가의 프로젝트를 통한 시각적 행위는 끊임없는 화두로 시작되었고, 이어서 나와 사회의 관계 속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예견치 못한 내러티브적인 얘기들을 들춰내어 이미지효과를 떠나 메시지 전달로서 신선한 충격을 던져주었다. 이로써 그가 앞으로 유형과 무형, 사람과 사람, 글과 이미지, 책 속의 앞뒤 간지 등의 수많은 ‘사이 공간’에까지 사유를 넓혀갈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그 이유는 객체와 주체 사이의 이분법적 구별을 거부하는 정서적 흐름이 그의 인문학적 태도에 기인하며, 동시에 주체의 인식에 따라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그의 이면과 저변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그러하기에 가능한 시도들이었고, 하나의 매체에만 국한되지 않는 다차원적 성향을 지녔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이관훈·Project Space 사루비아다방 큐레이터

왼쪽·<고요한 소녀>(가운데 액자 작업) 혼합재료 70×53(각, 총3점) 2013
오른쪽·<연약한 드로잉 No.650-미래와 할머니와 복잡함에 대한 1차원적 반응들>(부분) 240×650cm 2013

[전시리뷰] 유비호_Belief in Art

contents 2014.2. review | 유비호_Belief in Art
그는 무엇을 보았을까? <신념의 선, 2013>의 영상에서 사람은 그저 하나의 점에 불과하고 대지와 지평선만이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목적지는 그곳에서 자신이 정해놓은 하나의 선(線)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어디에 서 있든 그곳에서 보면 광활한 대지와 지평선만 보일 것이다. 자신이 정해놓은 선이 사라지는 순간 우리는 무슨 생각을 할까? 그것은 그 순간 하나의 사치일지도 모른다. 그 순간은 생각이 정지하고 목적지도 사라지며 방향 감각 또한 사라지는 것이다. 아니 그것은 또한 시간의 의미를 상실하는 순간일지도 모른다. 목적지가 사라지는 것은 미래가 사라지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미래가 사라지는 것은 과거가 사라지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목적지가 사라질 때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고자 했던 과거의 모든 노력은 한순간 주마등 같이 스쳐가며, 허탈함과 공허함만이 밀려올 것이다.
자신이 정해놓은 선이 사라지면, 과거와 미래가 사라지고 몸뚱이 하나만 남아있는 현재의 자신을 보게 된다. 자신이 정해놓은 선은 남자에게만 해당되는 것일까? 목적지가 정해지는 순간 우리는 주변의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는다. 그저 주변의 모든 사람을 자신의 목적지로 가기 위한 하나의 징검다리로 볼 뿐이다.
예술은 정해진 선이 있을까? 예술의 정의는 각자 자신들이 정해놓은 선만 있을 뿐 그것은 <신념의 선>의 영상에서 보듯이 대지나 지평선과는 상관없다. 아니 그보다 예술은 어떤 목적을 지녀야 하는 것인가? 예술 또한 어떤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면, 우리는 무엇을 통해 현재의 자신을 보고, 주변의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을까?
유비호의 <신념의 선>의 영상은 광활하고 무한한 공간 앞에서 겪게 되는 방향성의 상실에 관한 이야기이지만 그것은 예술에 어떤 정해진 목적지가 있는 것과 같이 나아갔던 작가 자신의 개인적인 성찰을 이야기하는 고백록과도 같을 지 모른다. 그리고 그러한 정해진 선이 사라지고 광활하고 무한한 공간에 선 순간 또다시 <긴 슬픔 공허한 숨>(2007)의 영상에서 느꼈던, 자신만이 혼자 이 세상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듯한 작고 왜소한 마음이 또다시 밀려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위안의 숲>(2013)의 영상은 자신이 <신념의 선>(2013)과 <긴 슬픔 공허한>(2007)의 영상에서 느낀 것과 같은 마음을 느끼는 사람들을 위안하는 것이자 또한 자신을 위안하기 위한 작은 몸부림과도 같다. 나무는 사람들처럼 어떤 정해진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지도 않으며, 사람들을 하나의 징검다리로 이용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수용하기 때문이다.
유비호의 <Belief in Art> 전시는 정해진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다가 방향성을 상실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예술이 어떤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는 것인가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을 던지는 것이며, 우리는 누구를 위해 목적지를 정해 나아가고 있는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기도 한 것이다.
조관용・《미술과 담론》 편집장

<위안의 숲_겨울(남)>(벽면 왼쪽 사진) <<위안의 숲_겨울(여)>(벽면 오른쪽 사진) 120×180cm(각)2 013

[전시리뷰] 한국화의 반란

contents 2014.2. review | 한국화의 반란

위·이동협 <닮아도>(사진 오른쪽) 종이에 먹, 물감 33×25cm(각) 2005
아래·진현미 <겹-0103>(사진 앞) 투명필름, 한지에 먹 400×320×300cm 2012
안국주 <우리 엄마는 어디있어? 8>(사진 맨 왼쪽) 혼합재료 130×194cm 2013
사진・박홍순
‘한국화의 반란’이라는 자극적 제목만큼이나 놀라움을 주는 것은 미술관이 들어선 노원구 중계동의 풍경이다. 그곳은 아파트가 많은 정도가 아니라, 아파트만으로 이루어진 동네 같았다. 도미노 게임처럼 끝도 없이 펼쳐진 시멘트 블록은 진정 ‘현대적’ 도시 그 자체로 다가온다. 아파트 사이로 물질적, 정신적 차원의 대량 소비를 소화할 수 있는 대형 마트들과 극장들이 보이고, 고층 건물이 품고 있는 작은 공원 속에 자리한 미술관은 무슨 전시를 해도 최소한의 흥행은 보장받을 것 같은 흐뭇한 믿음을 준다. 한국 사회에서 예술의 전반적인 타자화에도 불구하고, 시민의 문화 향수권 확대라는 계몽주의적 모토로 탄생한 근대적 제도가 예술의 힘을 사회에 알리는 전초기지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과거나 현재의 자리(place)인 땅보다 미래의 공간(space)인 허공에 더 많은 사람이 살고 있으며, 칸막이 쳐진 단편들을 잇는 것은 자연발생적 구조가 아니라 어느 날 동시에 시행된 공시적 구조로서의 산물이다. 현대는 옳고 그름이나 미적 취향의 문제를 떠나 우리의 삶의 구조적 차원에서부터 자리를 잡았다. 미술관을 향해 최소한 몇 분간이라도 걸어가 본 관객은 전통에 관계된다고 믿어지는 한국화가 반란을 일으킬 수밖에 없는 필연성을 온몸으로 깨달을 것이다. 동시에 체계는 체계 자체를 유지시키려는 관성이 있기에, 대학에 한국화과라는 전공과목이 건재하는 한그 위기라는 것도 때 되면 나타났다 사라지는 담론 소비의 일환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벽지를 닮은 한국적 모더니즘이 미학적이거나 사회적인 담론의 우위 이전에, 막 생겨나기 시작한 아파트의 하얀 벽면들을 채우기에 적절했기에 유예없는 시장의 선점이 가능했다는 점을 기억한다면, 한국화 역시 현대에 대한 나름의 상황파악을 통한 특단의 조처가 필요한 것이다.
12명의 젊은 한국화과 출신자가 참여한 이 전시가 ‘반란’에 값하는 도발이나 대안을 가지고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 그러나 그들의 작품에서 우리를 전면적으로 규정짓는 현대의 증후가 보인다는 점은 확실하다. 그 증후 중의 하나가 단편화이다. 완전하다고 믿어지는 원형적(전형적) 모델로서 간주된 전통, 그 유기적 총체성은 해체되었고, 단편들은 결핍 또는 충만의 기호로 나타난다. 여러 방식으로 구현된 30여 점의 작품을 묶어낼 수 있는 ‘동양화의 새로운 실험’은 어떤 전체로부터 분리되어 나온 단편들이 조합되는 방식을 말한다. 한지 위에 고서 콜라주, 수묵과 아크릴채색으로 그려진 권인경의 풍경화는 서로 다른 기원을 가진 것들이 충돌하는 현대의 풍경이다. 짧은 시간 압축 성장한 우리의 근대화는 긍정적인 의미든 부정적인 의미든 이질적 코드의 공존을 낳았던 것이다. 입체로 구현된 이정배의 산수는 전통의 바탕인 자연의 현 상황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그의 작품에서 자연은 깊은 뿌리를 가지는 온전한 전체, 또는 본질이 아니라 단편의 조합이다. 사진이나 플라스틱 모형으로 축소된 자연은 탈색되어 있고 잘려나갔으며, 인간이라는 이물질에 의해 오염되고 잠식된다. 어수선하게 가지를 뻗는 식물로 대변되는 빈약한 토양의 산물, 그리고 포획을 위해 걸쳐놓은 막과 망들은 자연을 착취하고 소유하려는 인간의 과도한 욕망을 알려준다. 그러나 단편은 나형민의 풍경에서 천상의 도시 같은 충만함으로 떠오른다. 그는 평범한 동네 한켠을 잘라내 뭉게구름 있는 푸른 하늘 위에 붕 띄워놓았다. 그곳으로부터의 낙하도 아찔하면서 신나는 놀이로 나타난다. 한지에 토분채색으로 담백하게 그려진 그의 풍경에서 단편화는 박탈감보다는 해방감을 낳는다. 근대도시가 소외와 자유를 동시에 낳았듯이 말이다.
전통, 풍경, 인물 등이 짙은 안개 속 모호한 분위기에 잠겨 있는 안국주나 이은실의 작품은 단편화의 이면이다. 전체로부터 떨어져 나온 단편은 수수께끼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단편의 비의적 속성을 극대화한 그들의 작품은 은은하면서도 자극적이다. 전통적 산수화에 포함된 이상향적 가치는 단편의 모서리를 최대한 둥글려서 통합된 가상을 창출하려 한다. 일월도처럼 해와 달이 동시에 떠있는 이용석의 풍경은 이국적 동식물로 가득한 이 시대의 이상향이다. 열대의 섬이 떠오르는 풍경은 전통사회에서는 흔하지 않았던 관광의 산물이다. 관광은 전통뿐 아니라 현대예술을 대체하는 문화소비 품목으로 자리 잡았다. 수십 장의 겹쳐진 투명 필름으로 만들어진 진현미의 산수풍경은 단편을 전체로 종합하기 위한 장치가 독특하다. 아마도 현대의 대표적인 문화예술로 자리 잡은 시간예술(영화)을 공간화한다면 이런 모습이 될 것이다. 일상의 대소사를 기록하는 기념사진의 틀을 빌린 변윤희의 인물화, 그리고 같은 크기의 화선지에 수백 명의 인물을 그린 이동협의 작품은 시공간의 박편인 사진을 활용한다. 기계로 수집된 박편들은 기계적으로 재배열된다. 단편화된 인간은 사물과 구별되기 힘들다. 서민정은 안팎이 불분명한 공간에 고립된 인간인지 인형인지 알 수 없는 인물을 그린다. 단편화된 인간에게 몸의 온전한 경계를 기대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지요상은 두개골 안에 있어야 할 뇌를 몸 안팎을 넘나드는 머리카락으로 가득 펼쳐놓았다. 중력에 순응하는 검은 선의 다발들이 하얀 벽 위에서 변화무쌍하게 유영하는 권기범의 작품은 단편의 확대를 꾀한다. 그는 바닥에 놓고 그리는 한국화의 전통을 순순히 따르지만, 그것을 일으켜 세우고 확장하며 벽체라는 물질과 결합했을 때의 기념비적 효과를
노린다.
이선영・미술비평

권기범 <JUMBLE PAINTING 09_GRAVITY TS (Tube)> 혼합재료 380×3100cm 2009

[화제의 전시] 애니미즘들을 다시 움직이기

contents 2014.2. exhibition topic | 애니미즘들을 다시 움직이기
50여 점의 필름, 비디오 및 각종 사진과 회화자료들을 포괄하는 방대한 그룹전 <애니미즘전>의 테마는 제목이 시사하듯 ‘움직임’이다.
처음으로 떠오르는 움직임은 민속학과 신화학에서 말하는 애니미즘이 뜻하는 움직임, 즉 자연과 문명의 사물들에 깃들어 있는 영혼의 움직임이다. 그러나 애니미즘과 동일한 어원을 갖는 ‘애니메이션(animation)’이라는 기법에 착안해보면 운동의 외연은 확장된다. 사물과 인간의 운동은 그 자체로는 파악되지 않는다. 운동은 재현되고 나아가 생산된다. 시각매체의 역사는 움직이는 것과 움직이지 않는 것을 구분하고, 운동을 가시화하고, 정지된 것에 운동을 불어넣은 과정들의 역사다. 이렇게 보면 ‘애니메이션’은 셀(cel)이나 인형 등의 재료에 근거한 특정한 무빙 이미지 예술의 장르적 경계를 넘어선다. 대신 ‘애니메이션’은 움직임에 매혹되어 그 찰나적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고안된 회화와 사진의 기법들, 기계적 자동장치를 이용해 정지 이미지를 운동의 환영으로 변환시키는 영화의 본성, 그리고 전자적 신호와 컴퓨터 알고리즘이라는 새로운 자동장치들이 생산하는 포스트-영화시대의 다양한 운동들을 포괄한다. <애니미즘전>은 이러한 미디어들을 아우르는 운동의 역사에 대한 조망이다. 나아가 이 전시는 이러한 운동들이 서구적 근대성의 다양한 국면과 맺어
온 관계의 계보들을 비선형적으로 배치한다. 그 관계들이란 근대성이 형성하고 지탱해 온 다양한 구분을 말한다. 식민주의와 과학적 이성의 양날개를 달고 비행한 서구적 근대성은 주체와 객체, 자연과 문화, 인간과 비인간, 문명과 야만, 이성과 맹신 사이에 명징한 경계선을 그어왔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미디어 이미지들이 구현해 온 애니미즘은 19세기 이후 사회와 주체성의 생산을 지탱해 온 이러한 경계선을 드러내는 동시에 이를 문제 삼는다. <애니미즘전>은 애니미즘의 이러한 이중성에 대한 전시다. 기획자인 안젤름 프랑케가 말하듯 이는 “애니미즘을 보여주기 위한 전시이자 이를 파괴하기 위한 전시다.” 비록 프랑케가 “이 전시는 과학적 상상력과 예술 형태들로 표현된 애니미즘에 대한 것이며 민속학이나 신화학에서 말하는 애니미즘에 국한되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이 전시 관람자들을 일차적으로 유인하는 작품들은 마술적 믿음, 토착적 신앙, 이국적이고 원시적인 문화, 영혼이 스며든 사물, 생명으로 충만한 자연 등을 소재로 한 것들이다. 이 모든 것은 근대적 세계관이 전근대적인 것의 이름으로 배제하거나 대상화한 타자들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애니미즘은 근대성의 이원론적 위계들이 설정한 타자들의 귀환이다. 시
각미디어는 이러한 귀환에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시각미디어가 세계와 주체 사이에 자리 잡으며 운동을 생산할 때, 그 운동은 주체와 객체, 영혼과 사물, 자연과 문명의 은밀한 소통 그 자체를 체현하는 매개물이 되기 때문이다(그래서 Medium이라는 단어는 ‘매체’와 ‘영매’를 모두 뜻한다). 이에 화답하듯 <애니미즘전>의 몇몇 작품은 애니미즘적 주체와 인식, 현상들을 전근대적 타자들로 규정하는 근대적 지식과 지각의 체계를 노출하거나, 그러한 체계를 넘어서 애니미즘의 역동성을 담아내고 탐구하기 위한 시각미디어의 대안적
사용법들(즉 시각미디어를 일종의 영매처럼 활용하는 방법들)을 보여준다.
수잔 슈플리의 <태양도 거짓말을 할 수 있는가(Can the Sun Lie?,2013)>는 태양의 위치 변화와 기후 사이의 상관관계에 대한 에스키 모들의 세계관이 지구온난화에 대한 오늘날의 과학적 지식체계에서 기각되는 과정을 민속지적 영상과 디지털 데이터 영상, 사진 이미지의 병치를 통해 다층적으로 분석한 에세이 다큐멘터리다. 다큐멘터리의 다양한 양식들은 타자성의 불가해한 매혹들이 지배하는 세계를 드러내는 데 유용하게 사용돼왔다. 범신론적 믿음이 지배하는 나바호족의 세계를 포착한 <용감무쌍한 그림자들 (Intrepid Shadows, 알 클라(Al Clah), 1966/69)>에서 자유분방하게 가속화된 탈중심적 카메라는 보이지 않는 영혼이 자연을 변화시키고 무생물(정체불명의 금속 고리)을 활성화시키는 과정 자체를 체현함으로써 민속학적 다큐멘터리의 관찰자적 거리두기를 극복한다. 자크라왈 닐탐롱(Jakrawal Nilthamrong)의 <비현실의 숲(Unreal
Forest, 2010)>
은 잠비아 현지 제작진과 함께 한 제작 과정을 그대로 노출하는 반영적 양식을 통해 영적 세계의 경계에 대한 질문을 허구와 현실의 경계에 대한 질문으로 연장시킨다. 다큐멘터리 양식들의 반대편에는 애니미즘의 역량을 빌려 이미지와 시각적 지각의 경계를 확장한 실험영화들이 있다. 일본 아방가르드 영화의 중요 인물인 쿠사마 야요이(Yayoi Kusama)는 16mm영화 <쿠사마의 자
기-삭제(Kusama’s Self-Obliteration, 1967)>에서 불연속적 편집과 자유분방한 카메라워크를 통해 일본 전통신앙의 정령적 존재와 서구 사이키델릭 문화 사이의 현란한 소통을 추구한다. 서구적 정신주의와 토착적 애니미즘 사이의 결연은 초기 수작업 추상 애니메이션의 선구자 렌 라이(Len Lye)에게서도 드러난다. 그의 첫 작품 <투살리바(Tusaliva, 1929)>는 추상회화의 기하학적 형태들을 사모아족의 원시적 형상들로 역동적으로 변형시키는 자동기법(automatism)
의 모범 사례다.
습득영상, 사진적 이미지의 유령성
애니미즘을 다루는 이러한 다양한 방식들은 시각미디어 자체를 구성하는 유령성(spectrality)의 존재를 암시한다. 사진과 영화가 특히 유령적이다. 롤랑 바르트가 말하듯 사진이 관람자의 감각에 호소하는 내밀한 지점은 과거에 존재했으나 현재는 부재한 대상과 사건의 흔적이기 때문이다. 익숙하고도 낯선 (그리고 현전과 부재가 공존하는) 과거의 흔적이 가진 유령성은 영화를 통해 새로운 차원을 얻는다. 영화 이미지의 자동운동은 셀룰로이드를 이루는 무수한 프레임 사이의 빈 공간, 그리고 프레임이 본원적으로 가진 사진적 이미지의 정지 상태에서 비롯된 환영적 운동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사진과 영화는 자크 데리다가 《에코그라피》에서 말한 유령의 논리, “볼 수 있
는 것과 볼 수 없는 것을 초과하는” 유령의 논리에 사로잡혀 있다.
습득영상(found footage) 제작은 바로 이러한 사진과 영화의 유령성을 탐구한다. 기존에 만들어진 이미지의 전유와 변형, 재배열로 이루어진 작품을 뜻하는 습득영상은 2차대전 후 실험영화를 통해 풍부히 발전했으며 1990년대 이후 영화적 비디오 설치작품(cinematic video installation)의 한 경향으로 자리 잡앗다. 습득영상 제작에서 사진적 이미지의 유령성을 드러내기 위해 사용하는 기법은 일종의 비정상적 운동들, 정지와 감속의 운동들이다. 이 운동들은 지속적으로 교체되는 영화 이미지의 흐름들을 일시적으로 지연시킴으로써 이미지의 형식적, 수사적 전략들을 드러내고 이미
지에 기입된 과거의 흔적들을 관람자의 현재에 강렬하게 남기기 때
문이다. 1960년대 후반부터 습득영상 실험영화를 지속적으로 탐구
해 온 켄 제이콥스(Ken Jacobs)의 <자본주의: 노예(Capitalism:Slavery, 2007)>는 19세기 미국 목화농장 노동자들의 입체사진 이미지를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통해 살아 움직이게 한다. 미세하게 다른 두 개의 이미지를 번갈아 보여주는 디지털 자동기법은 원래의 입체사진이 잠재적인 수준으로 나타냈던 3차원적 몰입의 황홀경을 현실화한다. 이 황홀경의 환영적인 면모는 이미지들 사이의 간극에서 비롯되는 플리커 효과(flicker effect)들로 인해 지속적으로 해체된다. 그러나 이러한 해체적인 충동은 식민자본주의가 노동자들을 착취하면서 그들의 육체에 부과한 피로의 제스처들을 강렬하게 확대하기도 한다. <자본주의: 노예>에서 정지를 수반한 역설적인 애니미즘은 이탈리아 습득영상 제작의 거장들인 여반트 기니키안과 안젤라 리치 루치(Yervant Gianikian & Angela Ricci Lucchi) 가 사용하는 감속의 기법과 호응한다. <다이아나의 거울(Diana’s Looking Glass, 1996)>은 로마 남부의 신비스러운 한 호수가 무솔리니의 제국주의적 파시즘에 의해 개발되는 과정에 대한 기록영상들을 소재로 삼는다. 호수에 가라앉은 것으로 추정된 로마 시기의 거대한 배를 끌어올리기 위해 동원된 노동자들의 지친 눈빛과 몸짓들은 슬로 모션으로 관람자에게 다가온다. 이 두 편의 습득영상 작품은 과거의 파편들이 현재의 인식과 만나는 깨달음의 불꽃을 지피고 사진적 이미지의 본원적인 유령성에 도달하기 위해 기존의 이미지들에 새로운 운동을 부여한다. 여기서 애니미즘은 다시 움직인다(re-animated).
시각미디어가 근대 이후부터 구현한 다양한 형태의 애니미즘들
은 주체의 경험과 정서, 사유를 재현하고 조직해왔다. 이러한 과정은 기술이 근대성의 지식체계 및 제도들이 이루는 네트워크 내에서 작동해왔음을 말해준다. 전시의 참고자료로 제시된 샤르코의 히스테리 환자들에 대한 사진, 메스머의 전기최면 시술에 대한 드로잉, 그리고 에티인 쥘르-마레가 움직이는 물체와 활동하는 육체의 운동을 과학적으로 탐구하기 위해 개발한 연속사진(chronophotography)은 시각미디어들이 인간의 지각과 생리적, 심리적 과정들을 형성한 사회적 장치(apparatus)로 기능을 했음을 말해준다. 이 모든 사례에서 운동은 주체의 내적 자아 안에 있는 불가해한 신경생리적 차원과 무의식의 지대들을 가시화하고(샤르코, 메스머), 주체의 외적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분석하는 데 복무했기 때문이다 (마레). 사진과 영화에 드러나는 다양한 애니미즘들에서 찾아볼 수 있는 생체권력(biopower)의 작동양식은 전자적 신호, 컴퓨터 재현체계 및 인터페이스가 비물질노동(immaterial labor)을 활성화함으로써 사용자의 지각과 정서를 규정하는 오늘날의 미디어 경관에도 적용된다(그래서 이 전시에 비물질노동 개념을 제안한 이탈리아 철학자 마우리치오 라자라토(Maurizio Lazzarato)가 참여한 것은 당연한 귀결로 보인다).
전시장의 3층에서 찾아볼 수 있는 두 개의 작품은 미디어 애니미즘이 주체성을 형성하는 과정에 대한 비판적 논증들을 펼치는 비디오 에세이의 형태를 취한다. 하룬 파로키(Harun Farocki)의 <평행(Parallel, 2012)>은 오늘날 현실을 사진적 이미지와 가깝게 시뮬레이션하는 컴퓨터 게임의 풍경 이미지들(바람, 바다, 나무)을 탐구하고 그것들을 카메라의 기록에 근거한 영화적 풍경의 이미지들과 대비시킨다. 이러한 대비 전략을 통해 파로키는 컴퓨터 이미지의 하이퍼리얼리즘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두 가지 방식으로 유도한다. 하나는 컴퓨터 이미지가 현실로부터 추상화된 수학적 기호들의 알고리즘적 연산에 근거한다는 점, 다른 하나는 바로 이러한 이유로 인해 컴퓨터 이미지는 아무리 모방적이라도 물리적 현실로부터 일정 부분 추상화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재현과 시각적 인식에 대한 비판적인 계보학적 탐색은 톰 홀러트(Tom Holert)의 <광택의 노동(The Labours of Shine, 2012)>에서 다른 방향으로 전개된다. 대중영화의 매혹적인 스타 이미지와 광택을 내는 구두닦이의 노동 과정에 대한 습득영상, 그리고 브랑쿠시의 광나는 청동 조각상을 병치시킨 이 작품은 겉으로는 무관해 보이는 예술과 노동, 대중문화 사이의 연결고리를 광택이 가진 의미에서 찾아낸다. 광택은 빛의 물리학을 넘어 일상적 대상을 예술작품으로 변환시키고, 재화에 교환가치를 부여하며, 이미지에 물신적 아름다움을 부여하는 미학적, 정치적 현상인 것이다. 이 두 작품이 공통적으로 채택하는 2채널 비디오는 시간적인 순차성에 근거한 영화적 몽타주를 공간적인 동시성으로 치환한다. 이러한 공간적 몽타주는 멀리 떨어진 이미지들을 새로운 맥락과 의미망에 배치한다는 점에서 다시 움직이기(re-animation)의 또 다른 양식이다. ●

애덤 아비카이넨 <천연자원 관리국의 범죄현장 조사서>(오른쪽) 2013과 임흥순 〈비념〉(왼쪽) 2012

당신이 기획한 전시는 최근 비엔날레, 대규모 미술 행사를 중심으로 스펙터클한 작품 선정과 디스플레이를 추구하는 전시공학과는 동떨어져 보인다. 특히 이번 전시는 상당히 많은 양의 아카이브와 텍스트로 구성되어 관람객이 그것을 자세히 살펴봐야 흐름을 이해할 수 있다. 당신이 의도한 전시 디스플레이의 방향에 대해 설명해달라.이번 전시는 예술을 통해 개념, 상상력 및 미디어 테크놀로지 사이의 관계를 이해하고, 모더니티의 논리와 증상에 대한 연구에 관해 관객들의 관심을 유도하려는 것이 목적이다. 보는 것과 생각하는 것을 연결하기 위해서 무엇보다 이 전시는 매우 넓은 의미에서 미디어의 역사에 관한 전시이다. 또한 전시라는 매체, 형태 그리고 전시의 역사가 삶 또는 살아있음과 관련된다는 것에 대한 연구이자 반영을 의미한다. 난 항상 ‘애니미즘’이라는 용어 자체를 어떻게 이해하든 회화나 도자기처럼 전시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제의적인 춤과 박물관 전시 사이의 간극을 떠올린다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스펙터클한 전시와 자본주의 문화는 이 간극을 위장한다. 그러한 전시는 모든 애니메이션(animation, 생명력을 불러일으키는 효과)이 전시될 수 있고 소비될 수 있다고 말하지만 그것은 진실이 아니다. 애니미즘은 매우 복잡한 것이어서 우리가 일반적으로 ‘문화’라고 부르는 것을 통해 신중하게 획득되고 유지되어야 하지만, 실제로도 매우 큰 개념이다.
이 전시는 관객이 기대하는 바와 다르게 애니미즘이 아니라 뮤지엄과 죽은 물질의 관계에서 출발한다. 박물관과 모더니티의 관계는 애니미즘 파괴의 역사이다. 뮤지엄에 대한 소외 효과를 만들려고 한 것이다. 하지만 뮤지엄은 무엇을 보고 물건을 신중하게 연구하기에 더없이 좋은 장소이다. 전시장 입구에 설치된 지미 더럼(Jimmie Durham)의 작품인 유리 진열장 속의 돌들은 관객들이 보기에 유머러스할 것이다. 우리는 자연사 박물관에서 나비를 고정시켜 놓듯이 애니미즘을 고정시킬 수 없다. 애니미즘은 항상 영적인 것의 과정과 관련 있으며, 믿음 또는 절대적인 지식 또는 진리와 같은 독단적인 유형과는 관련이 없다. 애니미즘은 마음의 상태에 관한 것, 살아있게 혹은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문제를 전시에서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가? 구조적인
상상력을 주장함으로써 변증법의 형태를 통해서 가능하다. 이번 전시에서
박물관 진열용 유리 케이스 다음으로 중요한 요소는 영화와 영화의 역사를
소개한 것이다.
<애니미즘전>은 순회하면서 작업이 추가되거나 빠지기도 하는데, 이번 전시에는 한국 작가들의 작업이 몇 점 추가됐다. 이들 작업에서 보이는 애니미즘적 요소에 관해 어떻게 느꼈는지, 그리고 나라별로 당신이 전시에서
강조하고자 하는 점 중 달라진 것이 있다면?

애니미즘은 모더니티의 역사와 같은 ‘보편적인 역사’의 부정적인 면과 유사한 지점이 있다. 국가마다 다른 문맥이 있지만 그것은 진정한 글로벌 차원에서 고려되어야 한다. 유럽에서는 무엇보다 애니미즘을 과학과 이성에 반대되는 허구, 미신 등의 개념으로 느끼고 생각하는 식민주의적 사고의 단계에서 벗어나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이러한 오류에 빠지지 않고 애니미즘을 말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한 도전이었다. 그리고 어떤 지역에서는 역사적 과정이 이 전시의 맥락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중국의 선전(深圳)같은 도시에서는 제국주의, 국수주의적 전통, 급속한 근대화와 같은 20세기 충격으로 기억에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기 때문에 혼동 과정 없이 ‘모더니티’와 ‘애니미즘’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이 대단히 어려웠다. 한국에서는 ‘토속신앙’ 문화는 수백 년에 걸쳐 제국과 가부장적인 문화에 대한 잠재적인 저항을 유지하고 있다.
이 전시는 애니미즘의 ‘귀환’ 그 자체에 관심을 둔 것 같지는 않다.

이번 전시는 애니미즘의 파괴에 대해서는 절대적으로 비판적이지만 애니미즘의 ‘귀환’에 관해서는 회의적이다. 근대 국가와 자본주의의 조건하에서 이 귀환은 본질과 전통의 귀환으로 오인되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종종 문제를 일으키는데 근대 국가의 논리 자체가 이러한 선택을 하기 때문이다. 내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안티-애니미즘도 결국은 애니미즘의 한 형태로 애니미즘 외부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가 애니미즘의 다양한 형태와 이와 관련된 힘, 집합체, 그리고 이야기들의 관계를 새롭게 이해할 수 있음을 제안하는 것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상상력을 실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역사적인 전시를 뮤지엄 속에
서 구현하는 일을 예술가들과 함께 지속적으로 하고 싶다. 그리고 웃음에
관한 장기적인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있다.
이슬비 기자

지미 더햄 〈롯의 아내도 이해했으니, 과거를 회상하기만 하면 화석화와 퇴적작용이 일어날거야〉 돌 종이 칼 스푼 접시 1998

[재즈의 초상] 마일스의 마지막 연대기를 여는 자화상

contents 2014.2. portrait in jazz 9 | 마일스의 마지막 연대기를 여는 자화상
황덕호│재즈 칼럼니스트
마일스 데이비스(Miles Davis)는 1952년, 그러니까 그의 나이 26세 때를 회고하면서 당시 “나도 이제 늙은이가 된 것이 아닌가?”하고 느꼈다고 했다. 그만큼 당시 뉴욕의 재즈동네는 치열한 경쟁의 격전장이었다. 하루가 멀다고 탁월한 기량의 신예들이 쏟아져 나왔으며 사조는 빠르게 변해갔다. 여기에 당시 미국의 예술계에 범람했던 약물은 재즈 음악인들을 깊은 수렁에 빠뜨리고 있었다. 마일스의 선배 혹은 동료였던 찰리 파커(Charlie Parker)와 버드 파월(Bud Powell)은 이미 헤로인 중독으로 젊은 나이에 전성기에서 가파르게 내려오고 있었으니까.
그런 와중에서도 마일스는 당시 가장 창의적인 젊은 연주자였고 끊임없이 지속되었던 그의 혁신적인 아이디어는 재즈의 변천사 그 자체였다. 이미 1940년대 후반 9중주 편성으로 쿨 사운드의 원형을 만들어냈던 그는 1955년 그가 구사하는 트럼펫의 시적인 절제미와 논리적이면서도 들끓는 에너지를 지닌 존 콜트레인(John Coltrane)의 테너 색소폰을 대칭시킨 자신의 첫 5중주단을 결성했고 이후에 피아니스트 빌 에번스(Bill Evans)와 교감을 통해 모드(mode)를 통한 즉흥연주를 추구했다. 1960년대 중반 웨인 쇼터(Wayne Shorter), 허비 핸콕(Herbie Hancock), 론 카터(Ron Carter), 토니 윌리엄스(Tony
Williams)와 가장 진취적인 즉흥연주의 5중주단을 결성했던 그는 1960년대 말 전기 사운드와 록 비트를 전폭적으로 끌어들인 퓨전 사운드로 재즈의 방향을 급선회시켰다. 그는 좋았던 과거 시절에 대한 회상에 빠지는 것을 싫어했으며 늘 최전선에 있기를 원했고 그래서 새롭고 젊은 음악에 탐닉했다
하지만 1975년, 마흔 아홉의 나이에 그는 자신이 이미 중년을 훌쩍 넘겼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실감했다. 젊은 음악팬들은 자신보다 허비 핸콕의 음악에 더 열광한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했으며 재즈계의 경쟁에서 늘 앞서가야 한다는, 더 나아가서는 록과 소울의 태풍 속에서 재즈 음악인으로서 생존해야 한다는 압박감은 그로 하여금 점차 더 알코올과 약물에 의존하도록 만들었다. 위궤양과 폐렴, 불면증 여기에 엉덩이뼈의 습관적인 탈골은 중년의 마일스를 위기 상태로 몰고 갔으며 전처 아이린은 자녀 양육 문제로 마일스에게 거액의 소송을 제기했다. 1975년 여름 순회공연 중 마일스는 결국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음악 활동을 멈추겠다고 선언했다. 당시 그는 자신이 음악을 다시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아무런 확신이 없었다.
은퇴 시기 마일스의 삶은 더 깊은 어둠으로 빠져들었다. 기존의 거의 모든 사람들과의 연락을 끊었으며 알코올과 약물에 대한 의존, 무절제한 성생활은 더욱 심각해졌다. 그러던 중에 시슬리 타이슨(Cicely Tyson)이라는 새로운 여인이 마일스를 돌보기 시작했다. 그녀는 마일스의 모든 악습을 끊게 만들었고 그에게 그림을 그려보라고 권유했다. 음악계로 복귀하기 전 마일스는 하루 종일 즉흥적인 스케치에 탐닉했으며 시슬리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림은 내 인생의 마지막 중독이야.”
그러한 칩거에도 불구하고 재즈계가 마일스를 그냥 놔둘 리 없었다. 1978년부터 컬럼비아 레코드의 재즈 부서장 조지 버틀러(George Butler)는 마일스를 끈질기게, 하지만 조심스럽게 설득했고 결국 심신의 병마에서 벗어난 마일스는 6년의 공백을 깨고 1981년 음악계에 복귀했다. 당시 마일스는 탁월한 드러머 앨 포스터(Al Foster)와 기민하게 반응하는 퍼커셔니스트 미노 시넬루(Mino Cinelu)를 통해 입체적인 리듬파트를 만들었고 그 위에 악곡 전체를 역동적으로 해석해 내는 베이시스트 마커스 밀러(Marcus Miller), 여기에 깊은 블루스를 연주할 줄 아는 두 기타리스트 존 스코필드(John Scofield)와 마이크 스턴(Mike Stern)을 배치함으로써 그의 음악인생의 마지막 장(章)을 향한 시동을 걸었다. 비록 음반에서는 그 존재감이 축소되었지만 늘 그렇듯이 그의 트럼펫과 대조를 이룰 수 있는 탁월한 색소포니스트 빌 에번스(피아니스트와는 동명이인)가 필요했던 것도 빼놓을 수 없다. 그리고 복귀 후 세 번째 음반인 <스타피플>은 어두운 터널을 뚫고 나온 그의 흔적을 보여주려는 것처럼 거칠게 스케치한 그의 그림이 자화상처럼 표지를 장식했다. 열거한 이름들에서 알 수 있듯이 당시 마일스 밴드의 멤버들은 현재 재즈계의 중심인물로 활동하고 있으며 당연히 이 천재가 남긴 유산 속에서 보물을 찾아내고자 고군 분투 중이다. ●

아트북

contents 2014.2. ART BOOK
사물판독기
정준모 지음
우리의 전통미술과 서구의 근대미술이 만나 새로운 변화의 흐름을 보여주기 시작한 1900년부터 1960년 사이의 미술에 주목한다. 도판 108점을 시대의 맥락 안에서 해석하며 우리 민족의 정체성이 어떻게 발현되어 조형화되는지를 살핀다.

컬처북스 304쪽·30,000원

아돌프로스의
건축예술
아돌프 로스 지음 / 오공훈 옮김
오스트리아의 건축가 아돌프로스의 에세이를 모은 책. 건축뿐만 아니라 창작 분야에 두루 적용되는 글을 통해 보이는 것에만 중점을 둔 창작이 아니라 사람의 기억과 마음에서 우러난 보편성을 담은 창작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를 마련한다

안그라픽스 184쪽·15,000원
사회참여예술이란
무엇인가
파블로 엘게라 지음 / 고기탁 옮김
예술가가 관객과 소통하고 서로의 벽을 허무는 예술 활동으로 사회참여예술을 제시하는 책. 저자는 교육 방법론부터 구체적이고 다양한 실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무분별한 수용이 아닌 비판적인 토대위에서 예술 행위를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열린책들 144쪽·11,000원

예술을 경영하라
윌리엄 번스 지음 / 송성완 옮김
예술 현장의 다양한 사례를 모은 예술경영 입문서. 총 14장으로 구성되어 예술 현장에서 필요한 실무사례들을 다각도로 설명한다. 예술조직 경영의 기초가 되는 핵심적인 경영학 원칙과 현장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사례와 참고 자료들을 담았다.

알에이치코리아 720쪽·28,000원

피렌체의
빛나는 순간
성제환 지음
르네상스를 이끈 예술인과 그들의 예술작품을 후원한 상인들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명화의 이면에 숨은 메시지를 통해 시대정신을 살펴보고 예술품을 단순한 심미적인 요소가 아닌 사회, 정치, 경제를 총망라하는 집합체로서 다시 해석한다.


문학동네 380쪽·19,800원

북경예술 견문록
김도연 지음
중국 현대미술 전문가 김도연이 중국 현대미술사를 통해 중국의 현대사와 오늘을 들려준다. 중국현대미술에 대한 개괄적 설명과 함께 베이징의 대표적인 예술구 798과 차오창디를 소개하고 베이징에서 만난 12명의 예술가 인터뷰로 구성되어있다.


생각을 담는 집 398쪽·20,000원

화첩기행
전 5권
김병종 지음
인문학적 정신을 기반으로 한 예술기행 산문집.1999년 첫선을 보인『 화첩기행』 3권,『 김병종의 모노레터』,『 김병종의 라틴화첩기행』을 지역별・주제별로 분류, 전면 개정해 4권으로 묶어 전 5권으로 새롭게 출간했다.

문학동네 전 5권·5권 세트 74,000원

샤먼 / 리얼리즘
김종길 지음
2000년대 이후 현장에서 기획되고 전시된 미술작품, 현장미술을 중심으로 한 비평들을 모았다. 비평적 사유의 사리를 샤머니즘으로 표현하며 예술과 행동에 대한 사유 혹은 실천 자체를 리얼리즘으로 이해하며 비평과 예술의 관계를 새로이 살핀다.

삶이 보이는 창 520쪽·28,000원

한국 근대판화사
홍선웅 지음
조선 후기부터 6.25전쟁 직전까지 회화적으로,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는 판화 작품을 소개한다. 작가들이 어떤 목적을 가지고 어떤 방식으로 작업했으며, 어느 매체에 실려 대중에게 전달되었는지 작품의 이미지를 제시하며 상세하게 설명한다.

미술문화 288쪽·18,000원
펠트공예
이재범, 한상미 지음
전통공예에서 새롭게 변화, 발전해 현대공예로 자리 잡은 펠트공예를 소개한다. 펠트라는 재료의 속성부터 펠트공예에 필요한 재료, 도구들을 설명하고 초급, 중급, 고급과정의 기법을 사진과 함께 설명해 펠트공예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했다.


미진사 200쪽·18,000원

상처는 있다
상처는 없다
강혁 지음
회화, 영상, 설치 등 장르 간의 경계 탐구와 형식 실험을 하는 작가 강혁의 영상설치 작품집. 저자는 오늘날 인류가 안고 있는 소모적 대립의식과 물질적 병리 현상에 대한 치유 또는 대안으로 순리적 가치형성 및 현실인식의 담론을 형성한다.


다빈치기프트 192쪽·20,000원

알파벳
캘리그래피
김희용, 박병훈 지음
점차 저변이 확대되고 있는 캘리그래피의 세계를 알파벳 캘리그래피를 중심으로 소개한다. 역사적인 서체 이야기부터 다양한 펜과 잉크 등의 도구들, 세계적인 캘리그래피 작가들의 작품세계 등을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홍디자인 152쪽·20,000원

“폭풍이 우리 머리 위를 후려치며 지나간다. 회색과 노란색이 섞인 우박처럼 쏟아지는 포탄 파편에 맞은 사람은 어린애처럼
째지는 듯한 비명을 낸다. 그리고 밤마다 갈기갈기 찢긴 생명들은 힘들게 침묵 속에서 신음을 토한다. (중략) 온 전선이 쥐 죽은 듯
조용하고 평온하던 10월 어느 날 파울 보이머는 전사하고 말았다. 그러나 보고서에는 이날 <서부전선 이상 없음>이라고만 적혀
있을 따름이었다. 그는 엎드린 채 마치 자고 있는 듯이 땅에 쓰러져 있었다. 오랫동안 고통을 느끼며 죽은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그는 그렇게 된 것이 마음에 든 듯 무척이나 태연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 리히 레마르크《 서부전선 이상 없다》 ●

 

아트저널

contents 2014.2. Art journal

오는 2015년 광주에 문을 여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하 문화전당)의 5개원 예술감독이 모두 선정돼 본격적인 개관 작업에 들어갔다. 아시아문화개발원에 따르면 최근 황지우 한국예술학교 극작과 교수, 김선정 큐레이터(<2012광주비엔날레> 공동예술감독)을 각각 민주평화교류원과 아시아문화정보원 예술감독으로 선정했다. 김혁진 모든학교체험학습연구소 연구위원은 어린이문화원 예술감독을 맡게 됐다. 황지우 교수는 민주평화교류원의 개관 콘텐츠를 마련했고, 김선정 큐레이터는 <2012광주비엔날레>를 치른 경험이 있다. 김혁진 연구위원은 현재 여성가족부 청소년프로그램 평가위원을 맡는 등 청소년 문화프로그램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기존에 선임된 이영철 문화창조원 예술감독, 김성희 공연예술감독과 함께 아시아문화전당 5개원의 운영 프로그램을 짜고 전시 기획안 등을 마련한다.
예술감독 선임이 마무리되면서 문화전당5개원의 개관준비 작업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이들 감독은 문화전당 개관 콘텐츠를 구체화하고 올해부터 시작될 개관 준비작업을 진행한다. 문화전당은 문화창조원, 아시아예술극장, 문화정보원, 어린이문화원, 민주평화교류원 등 5개원으로 구성돼 있으며, 그 규모는 부지면적 12만8621㎡(3만8908평), 연면적 17만8199㎡(5만3905평)에 달한다. 연면적으로는 국내 최대인 국립중앙박물관(13만7289.66㎡)보다 넓다.
문화전당은 오는 10월 전체 공정을 마무리 짓고 2015년 7월 개관을 위한 시운전에 돌입한다. 지난 2005년 착공된 지 9년 만에 완공되는 문화전당은 광주의 도시 체질을 바꾸는 첫걸음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 공간이 미래의 블루칩으로 통하는 문화산업 거점이자 아시아인의 교류의 장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아시아를 비롯한 해외 작가들이 문화전당에 머물며 창작하고, 문화 전문가들이 모여 영화·드라마, 애니메이션 등 문화콘텐츠를 생산하고 광주에 문화산업이 뿌리내리도록 하는 게 문화전당의 기본 운영원리다.

광주 = 박진현 통신원

서울 시내 한복판에 SF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는 건물이 들어서 화제를 모은 가운데 정체불명의 이 건축물이 베일을 벗고 마침내 속살을 드러냈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파크(DDP)가 그것. 서울디자인재단(이사장 백종원)은 오는 3월 21일 DDP 공식 개관에 앞서 건물 내외부를 언론에 공개했다. 현재 내부가 텅 빈 상태로 세계적인 건축가 자하 하디드가 설계한 건물을 그 자체로 온전히 감상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였다. DDP는 대지면적 6만2692㎡, 연면적 8만6574㎡에 지하 3층, 지상 4층의 규모로 알림터, 배움터, 살림터 등 5개 시설과 15개 공간으로 구성됐다.
세계 최대의 비정형 건축물이라는 평가를 받는 DDP는 항공기, 선박 설계 때 사용하는 3D설계기법을 도입해 외부는 각기 다른 4만5133장의 알루미늄 패널로 마감했고, 내부 공간은 곡면의 하얀 벽체로 이루어져 있다. 하지만 일반 건물과는 달리 곡선과 좌표를 중심으로 설계・시공되어 층수 개념이 불분명하고 동선이 복잡해 내외부가 미로처럼 연결되어 있어 길 안내 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며 이것이 과연 전체 건축물과 어떻게 조화를 이룰지는 의문이 들었다.
총사업비로 4840억 원이 투입된 이 건물은 앞으로 공간 유지비용에만 1년에 수십억 이상이 들 것으로 추산된다. 재단 측은 별도의 세금투입 없이 재정자립이 가능한 효율적 공간으로 운영하겠다고 밝혔지만 앞으로 어떤 프로그램으로 운영하느냐가 관건이다. DDP는 대규모 공간과 파티션, 음향 장치 등, 최첨단 설비를 갖춰 기존 대관시설보다 효율적인 진행이 가능하다. 하지만 공간이 그 자체로 압도적이기 때문에 전시를 위한 공간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3월 21일 개관에 맞춰 <간송미술관 명품전>과 런던디자인 뮤지엄과 연계된 <스포츠와 디자인전> <자하 하디드 특별전> 등 다양한 디자인 콘텐츠가 준비 중이다. 또한 패션문화 비즈니스 사업인 제28회 서울패션위크가 개관에 맞춰 열릴 예정이다.

한국 최초의 미술교과서는 1907년 대한제국기 학부에서 발행한 <도화임본(圖畵臨本)>이다. 이 책에는 근대국가를 상징하는 ‘태극’문양이 수록되어 있다. 그러나 3년 뒤인 1910년 강제한일합병 이후 조선총독부에서 발행된
<정정 도화임본>에는 기존의 교과서 내용은 그대로 사용됐지만 ‘태극’ 삽화가 ‘국기(國旗)’라는 명칭의 일장기로 바뀌었다. 한국전쟁 와중이던 1952년에 발행된 <도화공부 초등미술4>에서는 피난민의 모습, 시가전을 벌이거나 강을 건너 돌진하는 군인들의 모습이 등장한다. 이처럼 한국 근현대시기의 대표적인 미술교과서는 단순한 교육자료가 아니라, 당대의 굴곡진 정치, 사회, 문화적 상황을 반영하면서도 다각적인 방법으로 당대의 시각체계와 시대적 의미가 조망되고 해석될 수 있는 시각자료이다.
<한국근현대미술교과서전>이 1월 9일부터 4월 30일까지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에는 일제강점기 한국과 일본의 교과서, 광복과 사회적 격동기인 1950~1960년대, 1970~2000년대에 이르는 한국 근현대미술 주요 교과서 210여 점이 소개된다. 미술교과서를 통해 한국에서 근대적 미술교육이 어떻게 형성되고 변화되어 현재에 이르게 되었는지, 큰 흐름을 개관하고자 기획되었다. 또한 교과서 주요 삽화이미지를 추출해 시대별 흐름에 따른 삽화 이미지의 변화상황을 비교할 수 있다.


경남대학교 미술교육과 윤복희 명예교수가 경남도립미술관 관장에 선임되었다. 윤 관장은 “일제강점기나 6・25 전쟁 당시 피난 온 미술가들이
남긴 흔적과 작품이 있어 높은 미술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 것”을 경남지역 미술의 특징으로 꼽았다. 앞으로 미술관의 방향에 대해서는 지역 출신 작가들의 작품을 수집하여 소장품을 강화하는 것과 우포늪, 주남저수지 등 생
태환경에 대한 부분을 부각시킨 전시를 단계적으로 기획할 것이라 밝혔다. 또한 도민들의 관심을 불러 모을 블록버스터급 전시 유치와 함께 지역과 소통하며 역사적으로 검증하면서 지역을 살릴 수 있는 미술관의 역할을 중요하게 꼽았다. 윤 관장은 대한민국미술대전, 경남도전, 목우미술대전 등 여러 대회의 심사위원을 맡아왔으며 경남대 미술교육과 교수, 미술교육학과장, 사범대학장 등을 역임했다. 윤 관장의 임기는 1월 1일부터 2년간이다.

대전 원도심 한복판에서 생태미술의 지속가능성에 관한 연구를 반영한 전시가 열려 화제다. 2013년 12월 18일부터 1월 4일까지 대전 스페이스 씨에서 열린 <지속가능한 도시-꽃전>이 그것. 그동안 생태나 환경 문제를 이슈로 접근한 전시는 제법 있었지만 예술의 소재가 아닌 인간의 실존적 문제로 접근한 전시는 매우 드물다. 아직 ‘생태미학’이라는 개념조차 정립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이 문제를 예술을 넘어 지속가능한 삶과 직결된 중대한 영역으로 사유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 전시는 2013년 3월에 개시한 ‘생태미학예술연구소’의 연구 성과를 반영한 것으로 미술사학자, 평론가, 작가로 구성된 회원과 생태 문제를 모티프로 작업하는 작가들이 참여했다. 전시기획은 아도르노 미학 전공자인 유현주 생태미학예술연구소장이 맡았다. 김민정(오른쪽 사진) 김인 문재선 송미숙 예미 이원경(왼쪽) 인사 빙클러 등 7인의 작가는 과거의 전통적인 삶보다 더욱 불안하고 원자화된 도시 내부의 삶을 추적해 나가면서, 자본주의 경제성장 이데올로기에 맞물린 도시생태 환경을 비판적으로 조망한다.
이번 전시는 문화 예술의 절대적 수혜지인 서울과 수도권을 벗어나 지역 차원에서 도시재생운동이 활성화된 대전을 중심으로 생태예술의 담론이 형성되고, 이에 대한 연구의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유 소장은 “앞으로 회원과 생태 예술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들과 함께 세미나를 비롯한 다양한 연구를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연구 성과물을 전시 등 다양한 방식으로 발표해 더 많은 사람과 생태예술의 중요성을 공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교동아트미술관과 교동아트스튜디오에서 부부작가 이승희, 장문갑 개인전이 각각 2013년 12월 31일부터 1월 5일까지 열렸다. 장문갑(위)은 ‘기억-자연’이라는 주제로 변화무쌍한 자연의 생명력을 표현했다. 노란색으로 물든 가을의 은행나무, 길가의 코스모스, 시냇물 아래 보이는 바위와 이끼,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은 고목의 투박한 가지들, 단풍이 남아있는 초겨울 설산 등 작가 자신이 경험하고 관찰한 자연의 소소한 이미지를 그리고 있다. 작가는 이를 통해 자연의 변화와 순환, 자연과 인간의 상생에 대해 담담하게 말하고 있다. 아울러 계절의 변화에 따른 자연의 다양한 표정과 생명력에서 기운을 받아 적극적으로 살아가는 작가 자신을 비롯한 주변 삶의 모습을 긍정하고 있다. 목포 앞바다 신안군 자은도에서 자란 작가는 그곳의 풍광과 자연의 변화에 대한 성장기 기억이 현재의 작업에 커다란 모티프가 되었다고 한다. 장문갑은 원광대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서울과 전주에서 세 번의 개인전을 열었다. 현재는 시대미술문화연구회원과 한국 문화예술진흥원 예술강사로 활동 중이다.
교동아트미술관에서 열린 이승희(아래)의 열 번째 개인전 <초대>는 작가 자신의 집으로 관람객을 초대하는 형식으로 꾸며졌다. 작품 사이사이 공간에 라인 테이프를 이용해 테이블, 문, 조명등, 소파, 창문, 화분 등의 이미지를 표현했다. 씨실과 날실의 교차흔적이 고스란히 드러난 천 위에 여러 가지 자연의 이미지를 수놓는 형식의 수채화를 통해 작가는 “편안함 속에서 자연을 바느질한 것 같은 작품을 마치 우리 집에 걸어둔 그림처럼 감상하도록 의도했다”고 한다. 서로 엮이며 살아가는 우리의 삶을 여성 특유의 시선으로 표현했다. 이승희는 동의대 미술학과를 졸업했다. 여덟번의 개인전을 열었으며, 대한민국 수채화작가협회, 여류구상작가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전주 = 최정환 통신원

KOTRA 오픈갤러리의 개관 1주년 기념 전시가 2013년 12월 12일 개막해 2월 2일까지 <Homecoming Party>라는 부제 아래 계속된다. 이번 전시는 개관전이었던 오픈마인드전을 새롭게 구성했다.
오픈갤러리는 2012년 12월 5일 개관 이후 문화경영의 기치를 내걸고 중소기업과 예술의 접목을 꾀하고 있다. 또한 장애미술인의 작품을 전시하여 사회와의 만남을 시도하고 <변신은 무죄>라는 타이틀로 대학생을 선발해 전시를 여는 등 미술 인재 육성에도 나서고 있다. 전시기획 총괄을 맡은 한젬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바로 이곳이 창조경제가 이루어지고 있는 현장”이라고 갤러리를 소개하며 “예술을 통한 기업의 발전에 특화된 갤러리로서 전진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동시대 한국미술계에 미술상이 범람하는 가운데 젊은 작가들을 지원하는 ‘송은미술대상’이 올해로 13회를 맞았다.
총 503명의 지원자를 대상으로, 예선과 본선심사가 진행됐고, 여기서 선정된 강서경, 김지은, 박혜수, 차혜림 4명의 수상가 선보인 전시를 바탕으로 최종 심사한 결과 박혜수(위 사진)가 대상 수상자로 결정됐다. 대상 수상자는 상금 2000만원과 함께 향후 송은아트스페이스에서의 개인전 개최 기회를 지원받는다.
이화여대와 동 대학원에서 조소를 전공한 박혜수는 이번 전시에서 모두가 지향하는 보편 가치이자 자기합리화를 위한 주관적인 기준이 되는 ‘보통’의 이중성에 주목해 이에 적용되는 잣대와 가치관들을 시각화하고 관람객 스스로가 생각하는 보통의 의미에 의문을 제기하도록 유도했다.
심사위원단은 “박혜수의 전시장에는 언어와 기호를 중심으로 새롭게 엮인 우주가 펼쳐져 있다”며 “익숙한 관념의 의미를 숫자와 통계를 통해 묻는 행위는 현실에 대한 역설적 은유가 될 수 있다”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우수상에는 강서경(회화설치, 가운데 왼쪽), 김지은(설치, 오른쪽), 차혜림(회화설치,아래)가 선정됐고 각각 상금 1000만원을 받는다. 수상전은 2월 15일까지 송은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린다. 송은미술대상은 (재)송은문화재단 이사장인 유상덕 ㈜삼탄 회장이 젊은 작가들을 육성하기 위해 2001년에 제정한 상이다. 지금까지 송은미술대상 수상자로 김연규 박찬용 이계원 최은경 김희정 노준 정상현 권준호 뮌 김주리 한경우 최선 등이 있다.

제25회 부산청년미술상 수상자로 작가 서평주가 선정됐다. 서평주는 부산에서 거주하면서 주로 신문 속의 텍스트와 이미지를 재구성하여 희화화하고 사회 구조를 비판하는 작업을 해왔다.
부산청년미술상은 1989년 지역 미술인을 발굴 지원할 목적으로 부산공간화랑(대표 신옥진)의 발의에 의해 제정된 상으로 만 35세 이하로 부산에 거주하며 전년도에 개인전을 연 작가 중 지역 미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작가를 선정해 시상한다.
1985년생인 서평주는 부산대 서양화과와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대안공간 반디, 오픈스페이스 배 등지에서 개인전을 열었으며 단체전으로는 <일상의 정치>(대전창작센터), <페허프로젝트>(경남도립미술관), <젊은시각 새로운시선>(부산시립미술관), <악동들 지금, 여기>(경기도미술관) 등에 참여했다.
부산 청년미술상시상식은 2월 5일 부산 공간화랑 해운대점에서 열린다.

부산 = 김은경 통신원

소나무를 그리는 작가 하판덕의 개인전이 1월 8일부터 14일까지 갤러리 각에서 열렸다. 이번 전시는 생의 가치에 주목하는 작가의 20번째 개인전이다. 작가는 여러 작가가 다루는 소나무라는 모티프를 차별성 있게 다루기 위해 나무껍질을 자개장처럼 빛을 머금게 표현했다. 또 소나무의 윗부분을 자르고 중간부분을 확대 강조하여 나무껍질의 질감을 살리려했다. 미술평론가 김복영은 그의 작품에 대해 “솔직하나 유치한 민화의 형식을 차용하는 것”으로 요약했다.
하판덕은 1963년 경남 의령 출신으로 홍익대학교 서양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현재 호서대학교 예체능대학 애니메이션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중앙일보사, 삼성문화재단, 외교통상부 등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으며 중앙미술대전 <우수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다.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가 선정하는 예술문화상 지역부문에 서양화가 조규일이 선정되었다. 이 상은 매년 예술문화 발전에 기여한 공적이 큰 예술인에게 수여한다. 지역부문대상에 선정된 조규일은 자신의 작품과 소장품 등을 보성군에 기부해 우리나라 최초의 군립미술관인 보성군립백민미술관을 건립하는 데 공헌했을 뿐 아니라 30여 년 넘게 후학양성에 노력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매일 붓을 드는 그는 “작품 활동을 꾸준히 한 것밖에 없는데 상을 준다니 너무 고맙고, 감사하다”며 “손과 발이 움직이는 날까지 작품을 그려, 많은 작품을 미술관에 남기고 싶다”고 말했다. 조규일은 대한민국미술대전, 전남미술대전, 광주미술대전 등 각종 공모전 심사위원장과 운영위원을 역임했다.
한국사립미술관협회 회장 이명옥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지원하는 ‘2013 꿈다락토요문화학교-청소년을 위한 진로탐색 동절기 프로그램’인 ‘미술관 JOB GO, 꿈 JOB GO!’가 1월 11일 서울 사비나미술관과 광주 무등현대미술관을 시작으로 2월 22일까지 5개 사립미술관(서울 사비나미술관, 경기 영은미술관, 충청 신미술관, 광주 무등현대미술관, 경상 대산미술관)에서 매주 토요일(설연휴 제외)에 진행된다. 또한 회원미술관인 김재관 쉐마미술관 관장과 이원호 모란미술관 큐레이터가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표창 수상자로 결정됐다.
한국박물관협회 회장 전보삼
전국 박물관・미술관인 및 문화예술 관계자의 친목 도모를 위한 신년교례회를 1월 13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최하였다. 이번 행사에는 김종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 김동호 대통령 직속 문화융성위원회 위원장, 박인숙 국회교문위원, 김영나 국립중앙박물관장, 나선화 문화재청장,김종규 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 등 문화예술계 인사 250여 명이 참석하였다. 참석자들은 오은경 세종대 교수의 축하무대를 감상한 후,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한국의 도교문화-행복으로 가는 길’을 자유 관람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국큐레이터협회 회장 윤범모
1월 18일에 문화역서울 284에서 임원회의를 열어 대구미술관 인사파행 문제를 비롯한 현안 사업들과 2014년 협회주요사업 등을 논의했으며 임원 구성을 마무리했다. 새 임원 명단은 다음과 같다. 명예회장 박래경, 회장 윤범모, 부회장 이원복, 박천남, 고문 김종규, 자문 김달진 김영순 류병학 이인범 정준모 최은주 교류협력위원장 김선정 교육위원장 김종길 뉴미디어아트위원장 조선령 소장품위원장 장엽 전시위원장 서진석 정책위원장 김준기 학술위원장 강수정 홍보위원장 전승보 사무처 간사 서지형 1월 25일에 아트선재센터에서 ‘월례포럼 20140125: 이인범’을 개최했다.
한국미술평론가협회 회장 윤익영
2013년 총회를 통해 윤익영 회장의 2014년 연임을 확정했으며 임원진의 개편이 이뤄졌다. 부회장에는 김영호 중앙대학교 교수, 한국미술평론가협회가 계간으로 발간하는 <미
술평단> 주간으로는 최형순 전북도립미술관 학예실장, 총무로는 김진엽 성남아트센터 전시부장, 감사로는 임재광 공주대 교수가 선출되었다. 학술분과위원장에는 정연심 홍익대학교 교수, 기획분과위원장에는 김병수 전임 한국미술평론가협회 총무, 국제분과위원장에는 이수균 대구미술관 학예실장이 선출되어 2014년 1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활동한다.
한국아트아카이브협회 회장 김달진
1월 22일, 17명의 회원이 참석한 가운데 19차 모임을 한국미술정보센터에서 가졌다. 뮤지엄아카이브 연합전 기획안과 2014년 분과별 활동계획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2014년 분과별 활동 계획에서는 학술분과는 아트아카이브 관련 외국 학술서적 번역과 학술심포지엄 개최를 목표로 활동하기로 하였으며, 미술관 아카이브분과는 회원들의 모기관을 순차적으로 방문하며 생산기록및 관리기록 목록을 작성해 현재의 관리상황을 확인하고 기관기록 관리를 저해하는 요인과 그 해결방안을 논의해가기로 하였다.
한국미술협회 이사장 조강훈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에서 열리는 <대한민국미술대전 문인화부문초대작가전>(4.15~4.18)의 출품작을 3월 5일까지 접수 한다.
또 같은 곳에서 열리는 <대한민국미술대전 서예부문 초대작가전>(4.9~4.14)에 출품하고자 하는 회원은 3월 7일까지 작품을 보내야 한다.
김영순 미술평론가
가나가와국제교류재단이 주최하는 제6회 21세기 뮤지엄 서미트에 한국대표로 참석하여 ‘장소의 문화정치: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 대해 발표한다. 이번 회담은 일본 쇼난코쿠사이무라센터에서 2월 8일과 9일 양일간 ‘뮤지엄이 사회를 바꾼다-문화에 의한 새로운 커뮤니티만들기’라는 주제로 열린다.
김현진 전 일민미술관 학예실장
아르코 미술관 관장으로 선임되었다.
김홍희 서울시립미술관 관장
서울시립미술관장의 임기가 2016년 1월까지로 연장됐다.
대학미술협의회 회장 윤동천
<시대정신과 동양회화의 표현의식>이란 전시에 맞춰 학술심포지엄을 개최한다. 전시는 한원미술관에서 1부(2.5~11)와 2부(2.13~19)로 나눠열리고 학술대회 세미나는 2월 13일 한원미술관에서 ‘현대동양화(한국화)의 정체성과 동시대성’을 주제로 열린다. 리코멘터리는 3월 10일 홍익대학교에서 진행한다.
쌤소나이트코리아 한국지사장 최원식
2011년부터 유명 작가와 손잡고 진행하던 콜라보레이션을 2014년 디자인 이노베이션이라는 모토 아래 신진작가 공모 방식으로 바꾼다. 작품 접수기간은 1월 24일부터 2월 23일까지다. 이번 공모 당선자에게 후원금과 KIAF에 작품을 전시할 기회가 주어진다.
월간《 미술세계》 대표이사 백용현
인사동에 갤러리 미술세계를 오픈했다 .
한국공예디자인진흥원 원장 최정철
<한국의 공예-전통과 현대의 울림>(1.17~2.16) 전시가 인도 레드포트(Red Fort) 내의 쿼터가드갤러리(Quarter Guard Gallery)에서 열렸다. 이에 앞서 2013년 10월 4일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장에 최정철이 임명된 바 있다.
한광호 한빛문화재단 창립자
1월 23일 별세했다. 향년 91세.

《월간미술》은 독자의 의견을 수렴해 편집에 반영하고자 모니터 요원을 모집
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적극적인 참여 부탁드립니다.모집기간 2월 25일까지
지원자격 《월간미술》독자면 누구나 가능, 인터넷 홈페이지, 카페, 블로그 운영자 우대
활동내용 본지 구독 후 서평 및 의견 제시/기사 개선사항 및
아이디어 제안/ 동종 타사 잡지와 비교 후 장단점 제안
제출서류 이력서
접수방법 우편접수 또는 e-mail(drizzlesb@gmail.com)
(153-711)서울시 금천구 가산동 319 호서대벤처타워 10층 1008호
《월간미술》모니터 요원 담당자 앞

※모니터 요원으로 선발된 분께는 《월간미술》1년 구독권을 증정합니다.

[현장] 미리보는 2014년 주요전시

contents 2014.2. sight & issue | 미리보는 2014년 주요전시
임승현│기자
2013년 11월 한국미술계의 숙원사업이던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하 서울관)이 개관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개관 이후 서울관은 줄곧 전시에 대한 논평보다는 학예사 인사, 편향된 작가선정 등의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많은 이의 우려와 격려 속에 개관전을 진행 중인 서울관의 행보는 앞으로도 귀추가 주목된다. 그리고 2014년은 2년에 한 번 찾아오는 비엔날레의 해다. 올 가을 대한민국은 미술로 인해 들썩일 것이다. 광주, 부산을 비롯하여 서울에서도 굵직한 비엔날레가 열린다. 비엔날레 뿐 아니라 올해는 미술관의 기념전 계획도 즐비하다. 개관 10주년을 맞이한 삼성미술관 리움을 비롯해 예술원 60주년을 다루는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과, 박이소 작고 10년을 기념하는 아트선재센터의 전시가 미술팬과의 만남을 기다리고 있다. 다채로운 전시로 온전한 축제의 잔치가 열릴지 아니면 오합지졸의 장이 열릴지 2014년 주요 미술관과 갤러리의 전시계획을 살펴보자.
먼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 정형민관장의 연임이 확정된 가운데 앞으로의 전시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현재 발표된 일정에 따르면 <자이트가이스트-시대정신>에 뒤이어 5월부터 새로운 소장품 기획전을 순차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이와 더불어 이란 출신의 작가 겸 영화감독인 쉬린 네샤트의 대형 회고전과 <아시아 여성 미디어 작가전>, 덴마크 디어 아티스트 <제스퍼 저스트전> 등 다수의 미디어 전시가 예정되어 있다. 이어서 10월에는 독일 바우하우스재단과 공동 주최로 바우하우스의 업적을 조망하는 전시가 열려 다양한 장르의 미술을 포섭하려 한다. 과천관은 해마다 계획하는 <올해의 작가상>과 <젊은 모색>을 비롯해 <한국현대미술작가 시리즈>를 연다. 덕수궁관은 <예술원 60주년전> <조르조 모란디전>등을 선보인다. 한편 서울시립미술관도 김홍희 관장의 연임이 결정되어 미술관의 전시를 다양화할 시도를 한다. 서소문본관은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작가전>(6.17~8.10)을 통해 문화적 교차점을 제시하고, 겨울에는 <글로벌 아프리카전>(12.16~2015.2.23)을 개최해 상대적으로 국내에 소개가 미흡한 아프리카의 미술을 다뤄 ‘포스트뮤지엄’으로서의 비전을 보여주려 한다. 생활미술관으로 전환한 남서울미술관은 도자조각가 <여선구 개인전>(3.18~5.25)과 전통 종이공예를 현대적으로 발전시킨 <지승공예전>(11.18~2015.1.25)을 통해 대중과의 소통을 꾀한다. 지난해 문을 연 북서울미술관은 지역과의 소통을 추구하는 전시와 사진전을 지속적으로 개최한다. 10월 7일부터 12월까지 열리는 사진작가 변순철의 전시는 장수TV프로그램인 ‘전국노래자랑’에 등장하는 인물사진을 선보일 예정이다.

정연두 <Six Points>싱글채널 비디오 프로젝션 28:44 min 2010ⓒ 정연두 아래·김인배
<무제> 혼합매체 50cm 2013
이제 지역미술관의 전시를 알아보자. 지난해 <쿠사마 야요이전>으로 약 33만의 관객을 모으며 지역미술관의 가능성을 보여준 대구미술관은 6월 중순부터 9월 중순까지 중국 아방가르드의 대표 작가인 장 샤오강 회고전과 9월말에서 내년 1월 중순까지 예정된 왕칭쑹과 정연두의 사진전을 준비하고 있다. 광주시립미술관은 광주비엔날레 20주년을 맞이하여 <달콤한 이슬, 1980 그 후>(8.1~11.9)를 열어 우리의 현대사를 미술로 해석하고 ‘광주정신’을 탐색한다. 대전시립미술관은 소장품전을 비롯해 신진작가의 작품을 발굴하고 소개하는 전시와 함께 국내 최초로 미국 필립스문화재단 컬렉션을 소개하는 특별전 <피카소와 친구들>(5.23~8.24)로 관객을 찾아간다.
한국의 대표적인 사립미술관인 삼성미술관 리움은 올해 개관 10주년을 맞이한다. 이에 따라 3월23일까지 진행되는 <히로시 스기모토전>이후 두 개의 대규모 전시를 계획 중이다. 그중 하나는 격년으로 개최하는 한국의 젊은 작가를 소개하는 전시 <아트스펙트럼>(5.1~6.30)이다. 올해는 특별히 리움 학예팀과 외부 큐레이터 및 평론가들과 협업하여 10명의 작가를 선정하여 전시한다. 또 다른 전시는 <교감>(8.28~12.28)이다. 이 전시는 고대와 현대, 동양과 서양미술을 막라한 소장품을 재구성하여 미술의 시대, 장르, 지역을 초월한 소통의 장을 마련한다. 비슷한 시기 플라토에서는 중견 작가 7인이 각각 신진작가 7팀을 추천하여 그들과 1대1로 팀을 이룬 전시를 한다. 전시 타이틀은 <스펙트럼-스펙트럼>(7.24~10.12). 미술로 세대 간의 소통을 보여준다는 취지의 전시이다. 이에 앞서 플라토에서는 정연두의 초기작부터 최근작을 모두 만날 수 있는 <정연두 개인전>(3.13~6.18)이 열린다. 이번 전시는 걸그룹 크레용팝을 소재로 한 <팝저씨>를 포함한 신작이 출품되어 대중의 관심을 끌 것으로 보인다.
2014년 전시 동향 중 하나는 미디어아트 전시가 많이 예정되어 있다는 것. 새로움을 찾기 위한 미디어아트 전시에서 식상함을 맛본 관객이라면 올해 예정된 전시는 주목해도 좋을 듯하다. 우선 백남준아트센터에서 열리는 <굿모닝 미스터 오웰 30주년전>(7.17~2015.1.18)은 같은 제목으로 진행됐던 백남준의 첫 번째 위성 프로젝트를 기념한 전시로 생전에 백남준이 꿈꾸던 네트워크를 통한 소통을 인터넷시대의 모습으로 구현함과 동시에 그 대척점에 서는 다른 관점을 비교해 보여줄 것이다. 그리고 부부작가로 활발하게 활동 중인 미디어아티스트 그룹 뮌의 국내 미술관 첫 개인전이 코리아나에서 열리는데 극장과 무대 형식을 중심으로 한 설치와 영상작업을 보여준다고 한다. 일민미술관은 <SeMA 비엔날레:미디어시티 서울> 기간에 맞춰 한국미술의 지금을 살펴 볼 수 있는 젊은 작가 전시인 <프로젝트139>(9.4~11월 말)를 개최하고 서울대미술관은 10월에서 12월 사이에 스위스 취리히 공과대학과 공동기획으로 유럽 디지털아트를 소개하는 <Hybrid Media Art전>을 연다.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미디어 작가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기회다. 실험적인 전시를 주로 보여준 아트선재센터는 이번달부터 미술관과 갤러리가 문을 닫는 시간인 오후 6시에서 8시 사이에 관객을 맞이하는 이색전시를 선보인다. (2.15~3.30)을 타이틀로 한 이번 전시는 그간 전시장으로 사용된 적이 없거나 공개되지 않았던 건물 내외의 공간을 활용한다. 그리고 박이소의 작고 10주기를 맞아 그의 작업을 살펴보는 <박이소 개인전>(4.19~6.1)도 열린다. 박이소의 드로잉을 통해 그의 생각과 개념, 작업 과정을 살펴볼 수 있는 전시일 것이다

왼쪽·구현모 설치 전경 오른쪽·뮌 <Auditorium> 설치 2014
올해 새롭게 개관을 준비 중인 미술관과 갤러리도 있다. 세계적 명성을 얻고있는 건축가 자하 하디드의 설계로 기대를 모은 동대문 디자인플라자 내의 디자인박물관은 3월 21일부터 간송미술관 소장품을 전시한다.《 훈민정음 혜례본》을 포함한 80여 점의 작품을 연중 전시해 그간 1년에 두 번씩 간송미술관 앞에 길게 줄 서 몇 시간씩 전시를 기다리던 팬들을 설레게 한다. 아라리오갤러리는 <한·중·일 만화소설전>(1.7~2.20)을 마지막으로 청담동 공간을 정리하고 3월부터 소격동에 새로운 공간을 오픈한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바로 옆에 새로운 공간을 마련한 아라리오갤러리가 어떤 전시를 선보일지 기대가 된다.
이밖에 주요 갤러리에서는 해외 유명 작가와 국내 작가의 선 굵은 개인전과 다양한 그룹전이 준비되어 있다. 현대갤러리는 1월에서 2월 사이 김환기, 박수근, 이중섭, 장욱진, 이우환, 김종학 등 한국근현대미술의 대표작가 그룹전을 열고, 6월에서 7월사이는 LA에서 활동하는 작가를 소개하는 <Reading Los Angeles>를 개최한다. PKM갤러리에서는 구현모, 함진의 개인전이 열리고, 국제갤러리에서는 줄리안 오피, 로니 혼, 빌 비올라 등의 유명 외국작가와 국내의 인기작가 김홍석 이광호의 개인전이 열린다. 부산의 조현화랑은 지난해 플라토에서 인기를 모았던 무라카미 다카시와 함께 카이카이 키키(kaikai kiki) 그룹 일원으로 유명한 아야 다카노(Aya Takano)의 개인전을 기획해 눈길을 끈다. 마지막으로 파주 헤이리에 위치한 화이트블럭은 2월경 갤러리에서 미술관으로 새단장한다. 2014년 새로 입주한 스튜디오 작가들에 대한 꾸준한 지원과 서용선, 전수천 등의 개인전이 예정되어 있다.●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 프로젝트아카이브 전경

미술시장의 글로벌라이제이션(globalisation)과 함께 우후죽순으로 생긴
비엔날레에 대해 세계적으로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제도권 미술의 대안으
로 시작한 비엔날레가 미술 권력의 또 다른 장이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지 오래다. 전문가들은 비엔날레의 새로운 모색을 꿈꾼다.
그 나물에 그 밥인 전시에 지친 미술애호가에게 올해 국내 비엔날레는 무엇
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인가.
우선 국내 비엔날레 중 최대 규모인 <광주비엔날레>를 살펴보자. 올해로
20주년이자 제10회를 맞는 광주비엔날레는 <터전을 불태우라(Burning
Down the House)>를 주제로 9월 5일부터 11월 9일까지 열린다. 1980
년대 초반 활동하던 진보주의 그룹 토킹 헤즈(Talking Heads)의 노래제목
에서 착안한 제목으로 창조적 파괴를 통한 역사의 재구성을 보여줄 예정이
다. 특히 불 지르기(Burning)는 파괴와 재생의 역사 속 예술의 변증법을
추적하고 역동성과 변화를 꾀하는 두 가지 의미를 내포한다. 이번 전시감
독을 맡은 제시카 모건(Jessica Morgan)의 기획이 기대된다. 그녀는 런
던 테이트 모던의 큐레이터로 혁신적인 전시를 보여온 바 있다. 테이트 모
던에서 열린 티노 세갈 전시를 기획해 현대미술의 담론을 경제학으로 확장
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협력 큐레이터로 파토스 우스텍(Fatos
Ustek)과 에밀리아노 발데스(Emiliano Valdes)가 참여하며, 테레사 키틀
러(Teresa Kittler)가 보조 큐레이터를 맡았다.
한편 <미디어시티서울>은 정식명칭을 울>(9.2~11.23) 로 변경했다. 이 행사는 2000년 <미디어시티>라는 명칭
으로 개막하여 2년마다 개최된 국내 최대 규모의 미디어아트 전시다. 특히
이번에는 지난해 가을부터 본격적인 프리비엔날레 행사를 통해 관객과의
소통을 시도하고 있다. 미술의 식민주의를 비판하는 알랭 바디우, 세실 빈터를 초대한 강연, 아시아 고딕을 주제로 한 워크숍 등을 통해 비엔날레에
대한 기대와 관심을 고조시키고 있다. 전시감독은 미디어아트 작가이자 영
화감독인 박찬경이 맡는다. 아직 전시 제목이 정해지지 않았으나 아시아의
‘귀신 정치학(hauntology)’을 주제로 삼고 이번 비엔날레를 통해 지배적
역사서술에서 누락된 고독한 유령을 소환해 인류학적 공동체 상상을 복원
하고 식민 혹은 제국에 맞서는 새로운 지혜를 구하고자 한다.
감독 선임 문제로 논란의 도마에 올랐던 부산비엔날레는 프랑스의 평론가
이자 매그미술관 재단 이사장인 올리비에 캐플랑(Olivier Kaeppelin)을
전시감독으로 최종 선정하고 전시 준비에 박차를 가한다. 당초 논란이 되
었던 공동감독 기획은 한국인 큐레이터 1~2인을 초대하는 것으로 대체되
었다. 이러한 기획자 구성에 대해서 부산비엔날레 측은 ‘서구 편향이 되는
것을 지양하고 균형 있는 작가 초청을 위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 작
가를 선정하여 올리비에 감독의 기획안에 부합시키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
라’ 했다. 하지만 1월 28일 현재 전시주제는 커녕 한국인 큐레이터로 누가
참여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안을 제시하지 못한 상태다. 개막 일정은 다
가오지만 무엇 하나 제대로 결정된 것 없이 파행을 거듭하여 우려의 목소리
가 높다.
위의 세 행사를 마주하기 전에 우리를 찾아오는 프로젝트가 있다. 올해로
제4회를 맞이하는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이하 APAP)이다. APAP는 ‘퍼
블릭 스토리’라는 제목으로 3월 28일부터 6월 8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
는 2005년 이후 지금까지의 진행되었던 일정을 돌아보며 화자의 관점에
서 현대미술과 대중이 교차하는 요소를 부각시켜 ‘모두를 향한 지식’, ‘각자
를 위한 이야기’, ‘서로를 위한 듣기’로 나눠 APAP의 이야기를 화자의 관점
에서 엮어갈 예정이다. 또한 알바로시자가 설계한 안양파빌리온을 재개관
하여 전시장소로 활용된다. 이번 전시의 예술감독을 맡은 백지숙 감독의
스토리는 과연 무엇일지 그 스토리를 통해 어떤 경험을 불러일으킬지 기대
된다.

임승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