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 Art Space

contents 2014.2. Hot Art Space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 3층의 프로젝트 갤러리에서 <태도가 형식이 될 때>라는 제목의 전시가 2013년 12월 24일 개막해 2월2일까지 진행된다. 이번 전시는 대중매체와 함께 성장해온 동시대 작가들의 회화를 대하는 태도에
대한 고민과 제시를 다룬다. 김하영 신창용 이현진 조문기 홍승표가 참여하여 자본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욕망을 그들의 시각으로 풀어간다.

중견 서양화가 황승호의 개인전이 2013년 12월 20일부터 29일까지 갤러리압생트에서 열렸다. <愛, 사랑하고 있다>라는 타이틀로 열린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포르노그래피의 스틸컷을 연상시키는 도상을 표현한 회화작품을 선보였다. “에로틱한 것은 신성(divinity)을 폭로하고 숨어있는 욕망을 드러낸다”고 말하는 작가의 그림에 등장하는 인간의 육체는 감각만 남은 단순한 고깃덩어리처럼 보인다. 이는 곧 동시대 이미지의 특징을 연구하며 우리가 사는 시대의 정신을 파악하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박수근 탄생 100주년 기념전>이 1월 17일부터 3월 16일까지 가나인사아트센터에서 역대 최대 규모로 열린다. 이번 전시는 박수근의 유화 90여 점, 수채화, 드로잉 등 총 120점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기회다. 또한 김달진 미술연구소에서 소장 중인 박수근 관련 아카이브 자료와 양구군립박수근미술관에서 제공하는 다큐멘터리 영상이 함께 전시된다.

헤이리에 위치한 화이트블럭에서 1기 입주작가 결과보고전이 <The End is Near>라는 제목으로 1월 17일부터 2월 23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는 김태은
지현아 표영실 한지석 총 4명의 입주작가가 1년 6개월에 걸쳐 작업한 미디어 콜라주 회화 설치 등 다양한 작업을 선보인다.

1월 9일부터 30일까지 양구군립박수근미술관에서 물을 그리는 작가 권혁의 개인전이 열렸다. <NATURE DMZ>란 제목의 이번 전시는 DMZ(비무장지대)라는 특정한 장소에서 자연으로 시각을 넓혀 물과 하늘을 드로잉과 실 스티치를 겸한
페인팅, 설치작업 등으로 보여주었다.

<김환기, 영원을 노래하다전>이 2013년 9월 28일부터 1월 26일까지 환기미술관(관장 박미정)에서 열렸다. 이 전시는 지난해 봄에 열렸던 탄신 100주년 기념전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에 이어진 것으로 김환기가 생전에 언급했던 “예술에는 노래가 담겨 있어야 한다”던 시정신(詩精神)으로 일관된 대표적인 유화작품과 오브제, 과슈, 드로잉 등 120여 점이 전시됐다. 한편 《김환기 총서-카탈로그 레조네》가 발간될 예정이다.

<시간의 현상이 기록된 캡슐>이라는 부제가 달린 박능생의 개인전이 1월 6일부터 28일까지 이랜드스페이스에 열렸다. 일상에서 만나는 도시의 상가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어떻게 변했는지 흘러내리는 물감으로 표현하고 있다. 또한 오래된 것과 새 것은 각각 상가의 벽면이나 간판 등으로 환원되어 과거부터 현재까지 축적되고 현현되는 시간을 상징하고 있다.

심철웅의 개인전 <명명(命名)할 수 없는 성벽>은 서울의 특정한 장소와 공간이 품은 역사와 시간을 고찰한 보고서라 할 수 있다. 2013년 12월 23일 개막해 1월 27일까지 KDB대우증권 WM Class 역삼역 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린 전시에서 작가는 특히 한양성곽을 중심으로 주제를 풀어냈다. 기억은 사라졌으나
실체는 존재하는 역설적 상황은 ‘의식의 부재, 부재의 인식’이라는 순환적 담론의 시작점이라 할 수 있다.

조환의 주된 소재는 철판이다. 그 철판을 먹으로, 그리고 전시장의 벽면을 화선지 삼아 글을 쓰고 소나무와 대나무 그리고 꽃과 가지를 그려냈다. 조환의 개인전이 1월 8일부터 2월 9일까지 학고재갤러리에서 열린다. 관람객은 작가가 완완히 구축한 형상이 제한된 공간을 벗어나 무한히 힘을 발휘하는 과정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경기도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시각예술분야 유망작가 9인(김시하, 인세인박, 박형근, 이아람, 조습, 전진경, 차승언, 홍남기, 홍원석)의 신작 100여점을 소개하는 <생생화화(生生化化)전>이 2013년 12월 27일 개막해 3월 31일까지 경기도미술관에서 계속된다. 이번 전시는 특정 계층을 위한 예술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예술(Art for all)’을 지향하며 문화를 사랑하는 모든 이의 공진화를 바라는 내용을 전한다.

뉴욕과 서울을 오가며 활발히 작업하는 임연진의 개인전 <방 안에 고래가 있다>가 1월 10일부터 2월 1일까지 압구정에 위치한 코너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린다. 정부 붕괴와 암울함, 여성과 아이들의 인권, 환경오염 같은 거시적인 문제가 일상생활에 치여 간과되고 공론화되지 못하는 현상을 지적하며 불편한 진실에 대한 사회적 무관심을 보여준다.

하태범이 무용가와의 협업프로젝트를 선보였다. 서울시 창작공간 홍은예술창작센터 갤러리 H에서 열린 하태범 개인전 <대화법 프로젝트-시각예술가와 무용수의 협업>(2013.12.20~1.11)이 바로 그것. 이번 프로젝트의 주된 내용은 작가가 같은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한 무용가와 협업의 방법을 논의하는 것이었다. 5개월에 걸쳐 진행된 이 프로젝트는 협업이라는 대전제하에 벌어지는 소통과 반목의 양상을 보여줬다.

김아타의 사진작업 전반을 조망하게 될 <RE-ATTA전>의 제1부 <Part Ⅰ: On-Air Project>가 313아트프로젝트에서 1월 9일부터 2월 7일까지 열린다. 이 전시는 앞으로 2년간 3부에 거쳐 진행될 예정이다. 이번에 열린 제1부는 김아타의 대표 작업 연작인 ‘On-Air 프로젝트’의 완결편으로 <8 hour>, <인달라(Indala)>,
<아이스 모놀로그Ic(e Monologue)> 연작이 선보였다. 또한 이번 전시는 2008년 이후 6년 만에 여는 개인전이라 그 의미를 더하고 있다.

마치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한 사진작업을 선보이는 이정진의 개인전 <THING>이 1월 15일부터 2월 16일까지 신세계갤러리 본점 신관에서 열린다. 이정진은 한지에 유제를 도포하여 인화하는 작업으로 동양적인 정신세계를
구현해 이미 국제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작가는 미국 아퍼처(Aperture)에서 사진집을 발간했고, 지난해 동강사진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여성문제에 천착한 작업을 선보인 사진작가 백지순이 세 번째 연작의 주제로 택한 것은 종부(宗婦)이다. 1월 14일부터 26일까지 류가헌에서 열린 <종부전>은 부계사회 하 종부들의 모습을 기념사진 형식으로 표현한 작품이 선보였다. 작가는 종부들의 희생하는 삶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이들이 문중의 또
하나의 중심축으로서 사라져가는 전통을 떠받드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음을 표현하고 있다.

중국 청년작가의 예술창작과 그 창작환경에 대해 연구하는 독립큐레이터 샤옌궈가 기획한 <일이삼사오: 중국 청년작가 그룹전>이 청담동 JJ 중정갤러리에서 1월 7일부터 2월 7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는 베이징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중국의 30~40대 작가 8인의 회화를 소개하며 중국 현대미술에 나타나는 표현의 다양성을 제시한다.

동시대 젊은이의 초상을 진솔하게 담아낸다는 평가를 받는 라이언 맥긴리(Ryan McGinley, 1977~)의 국내 첫 개인전이 대림미술관에서 2013년 11월 7일 개막해 2월 23일까지 계속된다. 그의 작업은 불안에 짓눌린 것이 아니라 그것을 넘어 환희와 희망에 가득한 표정의 청춘 남녀를
전면에 등장시켜 순수한 인간의 자유를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차별점을 갖고 있다. 대표작인 ‘로드 트립(Road Trip)’, ‘애니멀(Animal)’, 그리고 흑백 초상화 연작 등을 만나볼 수 있는 기회.

[컬럼] 아시아 현대예술의 허브 도시로 거듭나는 광주

contents 2014.2. 컬럼 | 아시아 현대예술의 허브 도시로 거듭나는 광주
아시아 현대예술의 허브 도시로 거듭나는 광주

후기자본주의로 대표되는 경제 패러다임의 변화 이후 서구 중심적 경제주의에서 벗어나 아시아권을 중심으로 한 다변적 경제지구가 활성화되었다. 이는 국가별 주요 도시 개발로 인한 메가폴리스(megapolis)의 개념을 뛰어넘는 각
도시 간 네트워크를 중점으로 한 메갈로폴리스(megalopolis)로의 이행을 가져왔다. 이와 같은 경제 패러다임의 변화는 세계 예술지구(藝術地區)의 변화와도 맞물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2000년대부터 서구 주도의 미술사적 흐름
에서 탈피하고 자립함과 동시에 도시 간 교류를 통해 아시아의 정체성을 확인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촉발되기에 이르렀다. 또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형성함으로써 아시아 예술의 허브로 거듭나고자 2003년 ‘홍콩 인비트윈 콘퍼런스
(HK Inbetween Conference)’, 2009년 ‘요코하마 아트이니셔티브 콘퍼런스(Yokohama Art Initiative Conference)’, 2011년 뉴 뮤지엄의 ‘뮤지엄 애즈 허브(Museum as Hub)’ 등이 출현하기에 이르렀다.
이와 같은 세계미술계의 변화 속에서 한국에서도 이러한 흐름을 선도하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 아시아문화중심 도시추진단이 주최하고 루프가 주관하는 ‘아시아창작공간네트워크’가 2011년부터 광주에서 지속되고 있다. 아시
아 창작공간 간 교류협력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2011년도에 기획・진행된 바 있는 ‘아시아창작공간네트워크 – 아시아 아트 모빌리티’의 경우, 아시아 11개국 23개 공간이 참여해, 각 공간에 대한 소개와 그 활동에 대한 논의가 주로 이루어졌다. 하지만 유사한 역사의 사건을 겪어내며 공고해진 새로운 아시아성에 대한 이해와 그 안에서 발생한 모종의 차이들을 수용하고, 궁극적으로 서로의 다양성이나 각 나라의 예술계 상황에 대한 충분한 소통이 이루어지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었다.
이에 따라 2012년 11개국 29개 공간이 참여한 아시아창작공간네트워크에서는 공간과 그 아이덴티티에 대한 이해를 넘어서는 또 다른 차원의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더불어 새로운 ‘아시아성’을 연구하며, 새로운 ‘예술의 공공적
기능’을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하고자 했다. 그리고 2013년도에는 기존의 11개국에서 15개국으로 네트워크 협의체가 확대 구성되었으며, 협의체 구성원 간 새로운 예술적 담론 형성을 위한 공동 협업 프로젝트 개발을 논의하였다.
아시아 각국의 주요 창작공간이 참여하는 전례 없던 아카이브 전시회 개최를 통해 21세기 문화 예술계 안에서 태동하는 예술 지식과 예술 기록물의 중요성을 재조명했다. 또한 아시아 각국의 지역적 특성을 공유함과 동시에, 새롭고
지속적인 프로젝트 개발, 기획 협의를 하고 있다.
현재 이와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올해 가을 광주광역시에 개관하는 ‘아시아 문화전당’ Pre-개관전시 콘텐츠 주제협의 및 도출을 위한 준비가 한창 진행 중이다. 주제는 크게 ‘아시아의 민주주의와 공공예술’ 그리고 ’21세기 현대예
술의 아시아성’이다. 이런 큰 틀 아래 아시아 각국의 서로 다른 역사를 통해 성장한 다양한 형태의 민주주의적 관점을 한자리에서 살펴보는 장을 마련, 과거의 획일성을 탈피하고 현대 민주주의의 다양한 정체성을 모색하고자 함이
다. 또한 아시아 국가들 간의 직접적인 예술 교류를 확대하여, 아시아 특유의 예술적 정체성 확인에 기여하고자 한다. 나아가 아시아 미술의 과거와 현재를 연결함으로써, 아직 충분히 서술되 지않고 공백으로 남아 있는 아시아 근대미술사를 채워 넣으며 새로운 역사적 시각을 정립할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아시아 국가들의 문화적 자립성과 주체성이 점차 확립, 강화되는 현상은 아시
아 각국에서 지속적으로 벌어질 것이다. 변화에 뒤처지고 종속되기보다는 패러다임을 이끌어나가는 진정한 아시아 현대미술을 선도하는 허브로 대표되기 위해서는 한국이 이와 같이 아시아 중심으로 재편되는 21세기 현대미술계의 흐름을 민감하게 지각하고 대처해야 한다. 아시아 문화예술의 중심지로 우뚝 선 광주시는 한반도의 역사 속에서 어느 지역보다 공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하였다. 또한 오래전부터 ‘예향의 도시’로 불리며, 우리의 예술 발전에 중추적인 역할을 해오기도 했다. ‘아시아창작공간네트워크’는 이러한 광주의 지역적 특성을 반영하고, 녹여내어 진정한 의미의 글로컬리즘을 완성하고자 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서진석・대안공간 루프 디렉터

열혈 독자

contents 2014.2. 열혈 독자
신도들과 함께 보는 《월간미술》

원욱스님
반야사 주지

이번 호 ‘열혈 독자’ 코너를 위해 만난 원욱스님은 최근 다녀온 일본 이야기로 취재일행을 맞이했다. 1월호 본지에 실린 히로시 스기모토의 전시를 일본에서 보게 되서 반가웠다했다. 그러면서 바쁜 일정으로 아직 이번 호를 다 읽지 못했다며 미안함을 내비치기도 했다. 하지만 맛과 향이 은은한 뽕잎차(茶)를 함께 마시며 몇 마디가 오고가자 이내 여유를 되찾았다. 36년 전,
속세 나이로 20세에 출가한 원욱스님은 현재 서울 목동에 자리 잡은 반야사의 주지다. 13년 전 이곳에 터를 잡은 반야사는 비구사찰(比丘寺刹)로 조계종에 속해 있다. 원욱스님은 미술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누군가 고향을 물으면 ‘박수근의 고향 양구’라고 소개한다고. “아버지께서 그림을 무척 좋아하셨어요. 특히 김환기 작품을 무척 좋아하신 것으로 기억합니다. 전시와 관련한 도록과 사진 등 자료를 구해서 보여주시곤 했어요. 또한 아버님지와 서울로 나들이를 가면 덕수궁미술관을 종종 들르곤 했지요.” 출가 후, 불교미술에 관심을 갖게 됐고 이 관심은 미술 전반으로 확대됐다. “불교미술이 융성한 고려시대의 불화는 사실 몽골의 침략으로 피폐해졌을 때도 제작됐어요. 그러니깐 당시 그려진 불화는 고려인의 유일한 안식처였던 셈이지요.” 이렇게 미술은 시대의 역사는 물론 정서까지 담는다. 스님은 그러한 불교미술을 바라보는 당대 속세인의 시선이 늘 궁금했다면서 미술에 대해 깊게 관심을 기울인 이유를 설명했다. 원욱스님의 이러한 미술 애호는 사찰 곳곳에서도 발견됐다. 인터뷰가 진행된 접견실에는 현대미술풍의 탱화가 걸려있고, 사찰의 계단벽까지 작품으로 빼곡했다. “지금까지 모은 작품이 약 30여 점 됩니다. 마치 전시회를 열 듯 작품을 바꿔가면서 선보이고 있어요. 때로는 신도가 제작한 작업을 걸기도 합니다.”
본지를 통해 우리 근대 서양화의 흐름을 살펴보고 싶다는 주문을 한 원욱스님은 본지를 소장하기보다 읽고 싶은 이에게 기꺼이 나눠준다고. 예술로 인한 감흥은 나누면 배가 되기 때문이다. 부디 원욱스님의 미술을 통한 포교활동
(?)에 본지가 자그마한 힘이 되길.

황석권 수석기자
일상의 마시멜로우

김갑영
주부

한 달에 한 번 독자 김갑영은 마법에 빠진다.《 월간미술》을 펼치는 순간 누군가의 아내로, 어머니로, 며느리로 살던 그녀는 온전히 자기만의 시간을 갖는다. 그녀는 “미술작품을 보고, 미술잡지를 읽는 시간은 달콤한 디저트를 먹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미술을 만나는 동안 모든 것에서 벗어나 힐링의 시간을 갖는다.
《 월간미술》을 구독한 지 벌써 7년째. 미술에 관심을 키워가며 미술잡지를 통해 인식의 지평을 넓히고자 했던 그녀는 한 아트페어의 미디어부스에서 본지와 첫연을 맺었다. 이후 매년 자신의 관심사를 기억하고 그에 해당하는 전시 티켓이나 도록을 챙겨주던 담당직원의 배려에 지금까지 정기구독을 이어왔다. 구독하면서 분명 아쉬운 점도 있었을터. 김 씨는 전문잡지다보니 지면의 글이 난해한 면이 있다고 말하며 “폭넓은 문화 전반의 기사도 간간이 볼 수 있으면 여유 있는 구성이 될 것 같다”는 의견을 말했다. 더불어 한국 미술계의 새로운 얼굴과 해외미술의 소식을 접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반면《 월간미술》이 현대미술 뿐 아니라 고미술에 대한 관심을 꾸준히 보여주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했다.
그녀는 예술의전당에서 진행하는 전시장 투어 프로그램에 8년 가까이 참여하고 있다. 매달 한 번씩 전문가의 설명을 들으며 전시를 관람하다보니 미술에 대한 학문적 관심이 생겨 문화센터 미술 관련 강의도 찾아듣지만 취미 이상
전문가이하 커리큘럼으로 짜인 교육기관이 드물다며 아쉬워했다. 아무래도 그녀가 10여 년간 대학에서 생물학을 가르친 경험이 자연히 미술 교육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진 듯 하다. 그녀는 강의 당시,《 미켈란젤로미술의 비밀》이란
책을 접하고 바티칸 성당 천장화에 나타난 군상과 인체해부를 접목한 교습으로 학생들의 흥미를 유발했다.
이제 그녀는 가정주부로서 기업인 대상 일색인 대학 산하 문화강좌나 전문가 양성을 위한 대학원이 아닌 공부할 수 있는 곳을 찾는다. 꼼꼼한 성격을 살려 문화재복원을 배워볼까 생각해본 적이 있다며 수줍게 미소 짓는 그녀의 입
가에서 행복함이 느껴졌다. 그녀에게 미술은 분명 힐링 그 이상이다.

임승현 기자

모니터 광장

contents 2014.2. 모니터 광장
문화재 환수-뜨거움과 차가움으로
몇 년 전, 대한민국 국보 1호 숭례문이 한 취객의 방화에 맥없이 훼손되었다. 온 국민의 가슴을 아리게 했던 그 일이,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된다던 그 일이 또다시 일어나고야 말았다. 사리사욕으로 복원된 불완전한 국보 숭례문. 그것을 복원하는 데 수천 시간과 천문학적인 세금이 다시금 들어야 한단다. 이 어이없는 뉴스에서 문화재에 대한 우리의 인식의 위치를 읽을 수 있다. 우리는 자부할 만한 역사와 문화재를 지녔음에도 지켜내질 못했다. 안타깝다. 36년 식민지 시대와 한국전쟁으로 먹고사는 문제가 급급했던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우리 스스로 잃어버린 얼을 되찾아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이번《 겸재정선화첩》이 우리 곁으로 돌아오게 된 과정은 좋은 미담이다. 어느 학생의 끈질긴 연구, 한 한국신부와 독일 신부의 우정. 한 화첩을 사이에 두고 훈훈한 이야기가 피어난다. 그것은 정치, 외교, 학술의 협업으로 이루어낸 값진 성과이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도 우리 모두의 뜨거운 관심이 있어야한다. 가슴은 뜨겁게, 머리는 차갑게. 또다시 숭례문 사건과 같은 참혹한 결과가 나오지 않기를 바라며. 고궁박물관으로 달려가 겸재정선의 화첩을 만나봐야겠다.
권은영
소통에 대한 의문과 제언
본인의 지난 모니터글에 원고에 쓰지 않았던 표현이 들어가 의도치않은 해석이 가능한 서두가 된 데 유감이었다. 실은 분량상 짧더라도 모니터글은 무진 고심과 과감함이 요구되는 일이다. 잔뼈 굵은 전문인과 언론인의 글을 여러 구독자를 대표해 평하고, 그것이 바로 그 해당매체에 영구히 게재된다는 것은 영광인 동시에 책임이 무거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심혈을 기울이지만 필요 이상 수정된 바가 보이고 웬일로 정렬이 맞지 않았던 지난 지면이었다. 한편, 열혈 독자를 인터뷰하는 코너가 신설되어 소통의 의지가 보였는데 개선안에 우호적인 데 앞서 몇 가지 의문과 제언이 있다. 독자 의견의 활용을 매체 스스로 얼마나 기대하고 귀 기울이는가? 그간 제출했던 아이디어에 피드백이 없었으므로 모르겠다. 터놓고 말하는 통로가 되기에 ‘monitor’s letters’ 같은 지면은 제약이 따를수밖에 없다. 또한《 월간미술》이 생각하는 독자층-전문가와 대중,대중이라면 어떤?- 포지셔닝이 궁금하다. 특집기사의 구성면에서나 마케팅 면에서나《 월간미술》은 전문성과 대중성을 오가는
경우가 있었다. 기사가 너무 전문적이라 어렵다 해야 할지 보편정보라 희귀성이 없다 해야 할지 모니터 역시 엇갈리고는 했다. 마지막으로 기고자의 다층다양에 쇄신의 필요를 느끼지 않는지 묻고 싶다. 자사 비평을 지면상에 수렴했던 결단과 과정에 점검이 있기를 애독자로서 바란다.
오정은
풍성한 새해를 맞이하기 위한 고민들을 담아
개인적으로 2014년《 월간미술》의 첫 권은 진정으로 풍성한 새해을 맞이하기 위한 고민을 엿볼 수 있었던 호라고 생각한다. 우선 국외문화재 환수관련 특집은 기사의 구성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히 정보를 얻을 뿐 아니라 관련된 문제에 대한 다각적 접근을 통해 지난 환수사례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앞으로의 과제까지도 생각해보도록 구성되어 있어 인상깊었다. 단순 정보뿐 아니라 생각과 관심을 이끌어내는《 월간미술》 특유의 시선이 돋보였다.
또한 개인적으로 ‘Devoted Reader’란이 흥미로웠다. 모니터 요원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는, 오랜 기간 《 월간미술》을 사랑해 온 사람들의 인터뷰를 통해《 월간미술》에 바라는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려 한 점은 독자와의 소통에 귀 기울이는 긍정적인 변화를 느끼게 하는 부분이었다. 더불어 같은《 월간미술》 독자로서 간접적 소통을 할 수 있다는 점도 흥미로웠다. 지면이 풍요로워졌다는 느낌을 받는 것이 나뿐만은 아니었으리라 생각한다. 저번 달에 이어지는 서울관 개관전 관련 기사에서는 호를 넘어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집중적인 면모를 볼 수 있었고, 해외미술시장과 국내 미술계 전시소식에 관해서도 훨씬 다채롭고 풍부한 정보와 시선을 엿볼 수 있는 기사들이 눈에 들어왔다. 야심차게 풍성한 내용으로 시작한 1월호를 통해 앞으로의 《 월간미술》을 기대해 본다. 
강한라
소통은 발전의 초석
이번 달부터《 월간미술》엔 ‘Devoted Reader’가 신설되었다. ‘Monitor’s Letters’가 매 달의 지면에 대해 간단한 코멘트를 남기는 근시안적인 접근이라면 는 오랫동안 《 월간미술》을 읽어온 애독자를 인터뷰하는 형식으로, 좀 더 넓은 범위이자 원시안적인 시각으로《 월간미술》을 바라볼 수 있는 꼭지라고 하겠다. 이는 매달 취재를 하고 기사를 작성하는 본연의 임무에만 머무르지 않고 독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적극적 방법으로 듣겠다는 입장으로 해석된다. 소통은 발전의 초석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 ‘Devoted Reader’ 꼭지의 활약이 기대된다. 이번달 ‘Devoted Reader’ 꼭지 인터뷰에 응해주신 두 분의 이야기를 읽으며 흥미로웠던 점은 한 분은 일반인과 좀 더 폭넓게 소통하는 《 월간미술》이 되길 요청했고, 다른 한 분은 전문성을 띤 지면이 줄어드는 점을 아쉬워 했다는 점이다. 독자층이 두꺼운만큼 다양한, 어떤 면에선 상반된 의견들이 제시된다는 점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부분이었다. 이 안에서《 월간미술》은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까? 물론
소통을 한다고 무조건 수용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모두의 입맛을 맞출 수는 없겠지만, 일단 독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 월간미술》에 응원을 보낸다.
신지현

편집실에서·도움주신 분들

contents 2014.2. 편집실에서·도움주신 분들
어떤 희망
마감으로 한창 분주할 때, 사무실로 걸려온 전화를 건네받았다. 전화를 건 사람은 서울시 산하 某재단의 홍보담당직원. 젊은 목소리의 여성이었다. 전화를 건 목적은 3월에 개관하는 전시공간의 소식을 전하기 위해서였다. 자기네 전시를《 월간미술》 특집기사로 다뤄 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 그녀는 여기서 한술 더 떠 그 전시관련 이미지가 표지에 실리기를 ‘희망 한다’고 했다. 이 말을 듣는 순간 흠칫 놀랐다. 아니, 좀 황당했다. 지금껏 일해 오면서 이런 비슷한 상황을 가끔 경험했지만, 이번처럼 당당(?)하고 단도직입적으로 표지 게재를 요구하는 경우는 처음이었기에. 게다가 그녀는 ‘희망 한다’는 표현을 습관처럼 반복적으로 사용했다. 그 말투는 의례적이거나 사무적인 뉘앙스도 아니었고, 사뭇 간절함과 절실함이 배어 있는 것처럼 들리기도 했다. (꼭 그래서는 아니지만) 최대한 정중하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표지 선정은 편집부의 고유 권한이고, 아직 전시가 열리지도 않았으니 지금은 가타부타 어떤 결정도 내릴 수 없는 시점이다. 그리고 그때가 돼서 그 전시를 표지 후보로 고려해 볼 가능성은 열려 있지만, 그렇다고 그대의 ‘희망’이 꼭 실현된다고 장담할수도 없다”고.(이 대목에서 나도 얼떨결에 ‘희망’이라는 단어를 몇 번인가 내 뱉은 것 같다) 여기서 또 한 번의 반전. 이 얘기를 들은 상대는 추호의 망설임이나 추근거림 없이 알겠다며 전화를 뚝 끊어 버렸다. 헐~.
수화기를 내려놓고도 한참동안 ‘희망’을 말하던 그녀의 목소리가 귓전에 맴돌았다. 희망이 무너진 것은 그 쪽임에도 오히려 내가 안타까운 이유는 왜일까? 논리적 비약 혹은 일반화의 오류일는지는 몰라도, 이 시추에이션에서 요즘 젊은 세대의 세태를 보는 것 같아 뒷맛이 씁쓸하고 개운치 않았다. 희망이란 단어를 입 밖으로 가볍게 얘기하고, 그에 비례해 너무 쉽게 단념하고 포기하는 경향 말이다. 희망이란 가슴에 담는 것일텐데. 말나온 김에 표지를 빙자한 사족. 누군가는 이번호 표지작품을 보고 ‘망치’에 감정이입해 젊은 세대의
메시지를 감지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그것보다는 오히려 구멍이 숭숭 뚫린 ‘벽’이 마치 그들 같다는 생각을 끝내 떨쳐내지 못하겠다. 겉으론 번지르르하고 그럴듯해 보이지만 실상은 망치질 한방에 맥없이 구멍 뚫리고 마는 견고하지 못한 허당. 특집기사에 실린 작가 강홍구의 글처럼, 젊은 세대를 진단하는 나의 삐딱한 시선 또한 오진(誤診)이기를 희망한다. 진짜로.
편집장 이준희 dam2@unitel.co.kr

이부용
국립현대미술관
언론홍보 담당
모든 언론매체 미술담당 기자가 모두 고마워하는 인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미술관과 언론사를 잇는 통로 역할을 누구보다도 충실히 수행해 왔다. 특히 최근 7~8개월은 몸이 두개라도 모자를 만큼 과중된 업무를 헌신적으로 감당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서울관 때문에. 이건 기자라면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비정규 계약직 입사 4년차인 그는 ‘토사구팽(兎死狗烹)’ 당할 위기에 직면했다. 반면 정형민 관장은 연임됐다.


김지훈
중앙대 영화
미디어전공 교수
뉴욕대에서 영화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김교수는 영화연구, 미디어연구, 현대예술이론을 넘나들며 1960년대부터 포스트-시네마시대에 이르는 영화 및 무빙 이미지 예술의 미학, 역사, 문화적 함의를 풀어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월간미술》과는 지난해 12월호에 실린 <더그 에이트킨전>에 관한 원고로 첫 인연을 맺었다. 그의 첫 번째 저작인《 필름과 비디오, 디지털 사이(Between Film, Video, and the Digital)》가 2015년 출간될 예정이다.


홍원석
작가회화, 영상, 소셜 퍼포먼스, 커뮤니티아트 등 다방면으로 활발한 행보를 보여왔다. 평소 작가로서의 욕망과 자기고발, 자기성찰 사이에서 진동하며 기자에게 대단히 솔직한 고민을 털어놓았는데, 이번에는 승자독식의 사회,세대 간의 갈등, 예술 제도에 대한 성찰 등 동시대의 감수성으로 젊은 작가의 현실을 예민하게 포착한 글을 써주었다. 작업처럼 글 역시 그동안의 경험과 고민이 솔직하게 녹아들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