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Report] Simultaneous Echoes

hola! 부에노스아이레스

한국의 젊은 세대 미디어아티스트 10명이 참여한 전시 <동시적 울림(Simultaneous Echos)전>이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7월 23일부터 9월 30일까지 열린다. 이 전시의 무대인 포르타밧미술관은 아르헨티나 4대 미술관으로 손꼽히는 유명 사립미술관이다. 부에노스아이레스 현지 취재를 통해 이번 전시의 이모저모를 소개한다.

이준희  본지 편집장

전 세계를 뜨겁게 달궜던 브라질 월드컵의 열기가 식어가는 즈음에도, 아르헨티나 사람들은 월드컵 준우승의 아쉬움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지구 반대편 남반구에 위치한 부에노스아이레스는 서울과 정확히 12시간 시차가 난다. 따라서 우리나라와는 낮과 밤이 반대고 계절 또한 반대다. ‘남미의 파리’라는 표현이 무색하지 않을 만큼 부에노스아이레스는 도시 전체가 전형적인 유럽 도시의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오래된 유럽식 건물과 잘 정돈된 공원은 영락없는 유럽 한복판 풍경이다. 최근 아르헨티나 정부에서 디폴트(default, 채무불이행)를 선언하는 등 경제적으로 불안한 상태지만 거리나 식당에서 마주친 시민들은 전혀 개의치 않는 눈치였다. 부에노스아이레스 고급 주택가에 위치한 한국대사관 외벽엔 때마침 한국을 방문중인 프란치스코 교황의 인자한 얼굴이 그려진 대형 현수막이 내걸렸다. 부에노스아이레스 사람들은 하나같이 교황이 아르헨티나 사람임을 자랑스러워 했다. 현수막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는 그들의 모습에선 오히려 여유와 풍요로움이 느껴졌다. 이처럼 아르헨티나는 국민 대부분이 백인이고 스페인어를 사용한다. 여느 남미 국가와 달리 원주민의 모습을 거의 찾을 수 없다. 그래설까? 그들은 문화적인 자존감과 우월의식이 넘쳐났다. 그 이면엔 침략과 점령을 통한 식민지배라는 어두운 역사의 그림자가 감춰져 있음은 물론이다.
아르헨티나에서도 최근 몇 년 사이 한류 바람이 확산되고 있다. 그 중심엔 이른바 ‘K-Pop’이라고 불리는 젊은이들의 한국 대중가요가 있다. 한국영화나 드라마 그리고 클래식 연주자에 대한 관심도 크다. 이런 분위기에 발맞춰 미술이나 현대무용 같은 순수예술 분야 교류도 점차 확대되어가는 추세다. 이와같은 문화외교의 중심에 중남미 대륙에서 유일하게 아르헨티나에 있는 중남미한국문화원(원장 이종률)의 역할이 컸다. 한국의 젊은 미디어아티스트 10명의 작품이 출품된 이번 전시 또한 중남미한국문화원에서 추진하는 문화사업 ‘K-컬처 4중주(팝, 영화, 클래식, 아트)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성사된 것이다.
예술매체이론 박사인 경일대 사진영상과 손영실 교수가 기획한 <동시적 울림전>이 열린 포르타밧미술관은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가장 근래 개발된 신도시 지역에 있다. 마치 바다처럼 넓은 강변에 위치한 미술관은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여느 오래된 건물과 달리 현대적이다. 미술관 설계는 아르헨티나 출신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건축가 라파엘 비뇰리가 했다. 서울 종로2가 사거리에 있는 삼성 종로타워와 도쿄아트페어가 열리는 도쿄 국제포럼 빌딩이 그의 작품이다. 그것들과 비교해 포르티밧 미술관은 규모는 크지 않지만 비뇰리 특유의 건축적 감각이 물씬 풍긴다. 2008년 개관한 포르티밧 미술관의 역사 또한 흥미롭다. 미술관의 정식 명칭은 ‘COLECCION DE ARTE AMALIA LACROOZE DE FORTABAT’. 즉 ‘아말리아 라크루제 드 포르타밧의 컬렉션을 모아 놓은 미술관’이란 뜻이다. 건물은 지하 2층 지상 3층 규모.  1층은 카페와 아트숍 등이 있고,  2층과 3층에서 기획전시가 열린다. 이번 전시도 3층 공간을 활용했다. 지상층보다 훨씬 넓은 지하 전시장에서 컬렉션이 상설전시된다. 지하 1층 상설전의 첫 작품은 앤디 워홀의 실크스크린 작품 <Portrait of Mrs. Amalia Lacroze de Fortabat>(1980)이다. 앤디 워홀 특유의 색채로 표현된 아말리아 포르타밧 여사가  이 미술관을 만든 주인공이다. 바로 옆에 걸린 흑백 인물사진을 보면 상당한 미인임을 알 수 있다. 재밌는 사실은 아말리아 여사의 성(姓)이 원래는  포르타밧이 아니었다는 것. 유부녀인 아말리아를 보고 한눈에 반한 아르헨티나의 부호이자 시멘트 사업가였던 포르타밧(Retrato del senor Alfred Fortabat, 1919~1994)의 끈질긴 구애로 결국 아말리아는 원래 남편과 이혼하고 그와 재혼했다고 한다. 이렇게 드라마틱하게 포르타밧과 재혼한 아말리아는 포르타밧이 죽은 후에도 시멘트 사업을 더욱 번창시켰고, 그러면서 수준 높은 미술작품을 수집해 미술관까지 건립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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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빈 <임상빈> 싱글채널비디오 음향 11분 35초 2013

 

백남준의 후예들
한편 이번 전시를 기획한 손영실 교수는 올해가 백남준 인공위성 프로젝트 <굿모닝, 미스터 오웰> 30주년 되는 해임을 전면에 내세웠다. 백남준의 인지도는 남미에서도 매우 높다. 아르헨티나에 잘 알려지지 않은 한국의 젊은 미디어아티스트를 소개하면서 그들을 ‘백남준의 후예’로 각인시킨 기획자의 전략은 매우 효과적이었다. 백남준의 명성과 맞물려 최첨단 디지털 산업이 발달한 한국에서 온 젊은 작가들이 다양한 형식의 미디어아트 작품을 선보인다는 점은 현지 미술계로부터 관심과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다. 참여작가 류호열, 뮌(김민선+최문선), 박준범, 오용석, 유비호, 이예승, 이이남, 이종석, 임상빈, 한경우는 2000년대 이후 활발한 활동을 펼쳐온 한국 3세대 미디어아티스트로 구분지울 수 있다. 디지털 환경에 기반을 둔 영상과 음향, 설치 등 다양한 표현매체를 다루는 이들의 작품은 개인의 내밀한 감수성 문제부터 사회·정치적 이슈에 이르기까지 폭넓다. 손영실 교수는 “정치/문화/사회적 정체성이 재편되고 전이되면서 급격한 변모를 거쳐 온 한국 현대사회 속에서 사회와 개인, 예술과 삶, 기술과 예술이라는 이항대립적 관계에서 파생된 현상을 동시대의 시각으로 진단하고자 이와 같은 전시주제를 설정했다”고 밝혔다. 출품작가 가운데 뮌, 이예승, 이종석이 손영실 교수와 함께 부에노스아이레스를 직접 방문해 현장에서 작품을 설치하고 워크숍에 참여했다. 부부 작가 뮌은 올봄 코리아나미술관 개인전 <기억극장>에서 선보여 큰 호응을 받은 미니어처 권투 링 모양의 작품 <앙상블-Ethics Business>과 영상 <Set(American wooden house)>를 독립된 전시공간에 설치했다. 이예승은 오브제와 그것에 비친 그림자를 이용한 설치작업 <Cave into the cave : A wild rumor)> 새 버전과 관람객 소리에 반응해서 점멸하는 전구 작품을 전시장 곳곳에 설치했다. 그리고 나뭇잎이 떨어지는 장면을 느린 카메라 워크로 섬세하게 표현한 류호열은 소형 모니터를 이용함으로써 관람객의 집중도를 높였다. 이 밖에도 임상빈은 자신의 이름을 호명하는 사운드와 입모양 영상작품을 출품했고, 나머지 작가의 작품은 삼성전자 현지법인으로부터 협찬 받은 TV모니터를 통해 디지털 영상을 상영하는 방식으로 공개됐다. 이틀 동안 두 차례 전시장을 방문했을 때,  한결같이 많은 관람객이 이이남의 작품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고 오랫동안 감상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이미 여러 전시를 통해 국제적으로 이름을 알리기도 했거니와 작품이미지가 전시 팜플렛과 포스터 이미지로 사용된 점을 감안하더라도, 동서양의 명화 이미지를 차용해 디지털로 번안한 이이남의 작품이 서양인에게 큰 관심을 받고 있음을 확인하는 기회가 됐다.
전시를 함께 관람한 중남미한국문화원 이종률 원장은 미술에 문외한이라며 겸손해하면서도 “한국은 1979년 <한국미술 5천년전> 이후로 대규모 해외전시를 찾아보기 어려운 반면, 일본은 2차 세계대전 이후 공식 해외 전시가 60여 회 열렸고, 1994년에는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에서 <1945년 이후 일본미술:하늘을 향한 비명>이라는 큰 규모의 전시가 열린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대미술 경우에도 비엔날레를 통해 외국 작가를 초청하는 사례는 많지만, 한국 작가를 외국에 적극 소개하는 사례는 상대적으로 미흡하다”고 예리하게 지적했다. 이에 기자는 한국 현대미술을 외국에 프로모션하기 위한 세계화 사업의 일환으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주관했던 전시 <박하사탕전>이 지난 2007년과 2008년에 걸쳐 4개월 동안 칠레와 아르헨티나를 순회한 적이 있노라 궁색하게 변명 아닌 변명으로 댓구했다. 그런가 하면 현지에서 만난 이민 2세 출신 작가 조용화 씨는 “국적으로는 아르헨티나 사람이지만 나의 뿌리는 한국” 이라며 “자랑스럽고 뿌듯하다. 앞으로도 한국미술의 발전을 기대하며 관심 갖고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그의 바람대로 남미뿐 아니라 그동안 서구 일부 국가에 편향된 미술교류의 통로를 보다 다각화하고 넓힐 필요성을 절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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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승 Cave into the cave : A wild rumor 가변크기 설치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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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영실<동시적 울림전>을 기획한 경일대 사진영상학과 손영실 교수

“첨단기술과 문화가 결합한 국가 이미지를 심어줬다”

아르헨티나에서 전시를 개최하게 된 계기는? 오래전부터 한국의 미디어아트 작업을 해외에 선보일 기회를 찾고 있었다. 그러던 중에 아르헨티나 중남미한국문화원이 2013~2014년 중점사업 분야를 한국미술 전시로 지정한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됐다. 1년 넘게 여러 차례 전시기획안을 아르헨티나 주요 미술관에 제출했고, 이런 과정을 거쳐 올해 초 전시가 결정됐다.
현지 관객의 반응은? 아르헨티나 주요 신문기자들은 물론이고 미술 관계자들의 관심이 뜨거웠다. 특히 개막식에 참석한 사람들은  백남준에 대한 기억 속에서 이번 전시를 마주하는 것 같았다. 왜냐면 그들은 백남준과 인연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백남준 이후 한국의 미디어아트가 어떤 양상으로 발전했는지, 그리고 한국의 젊은 미디어작가들의 모습을 백남준과 비교해보려는 듯 작품을 유심히 살펴보고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전시를 준비하며 아쉬웠거나 어려웠던 점은? 한국과 물리적으로 먼 남미라는 점이 가장 큰 장애였다. 작품 운송이 쉽지 않은 환경에 대해서 다양한 사례를 통해 이미 알고 있었으나, 전시 기획의 첫 단계에서부터 작품 운송 문제는 크나큰 걸림돌이 되었다. 이런 이유로 모니터 기반의 싱글채널 작업이 상대적으로 많이 소개됐다. 일부 설치작업은 작가가 현지에서 직접 설치했는데, 공간의 제약으로 인해 좀 더 역동적으로 보일 수 없었던 점은 여전히 아쉬움으로 남는다.
백남준의 <굿모닝 미스터 오웰> 30주년을 전시 주제의 모티프로 설정한 점은 다분히 전략적으로 보인다. 아르헨티나를 비롯한 남미 국가에서 백남준의 명성과 인지도는 어느 정도인가? 이번 전시는 백남준과 젊은 미디어아티스트의 미디어아트에 관한 시선과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 차이와 간극을 드러냄과 동시에 급격하게 개인화한 미디어의 변용에 대한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하고자 했다.
특히 전시 기간 중에 ‘한국 현대 미디어아트와 백남준의 유산들’이라는 주제의 워크숍이 포르타밧미술관 세미나실에서 열렸다. 2시간가량 진행된 워크숍에서 ‘한국 미디어아트의 역사와 특성’을 주제로 발제를 하고, 참여 작가의 작품을 보다 자세히 소개했다. 이 자리에는 부에노스아이레스대학 호르헤 라 페를라 교수 등 아르헨티나 미술계에서 영향력 있는 전문가들이 여럿 참여했다. 그들은 한국의 미디어아트를 여전히 생소하게 받아들였지만, 백남준에 대해서는 뜨거운 관심을 표출했다.
이번 전시가 향후 전시기획을 추진하는 데 좋은 경험이 되겠다. 앞으로의 계획은? 전시 개막 직후 현지 관계자로부터 남미 순회전 제안을 받았다. 현재로서는 실행 여부를 좀 더 차분히 고민해보려 한다. 앞으로 한국 미디어아트의 담론을 확산시키고 동시에 작가들의 해외 진출을 위한 플랫폼을 제공할 수 있는 전시를 준비할 계획이다. 우선 내년에 프랑스에서 개최할 예정인 전시기획안 확정 작업을 서두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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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호열 LCD, 싱글채널비디오, 플렉시글라스 17×34×5cm 3분 2013

 

 

[Review] 김기라 – The Last Leaf

김기라 – The Last Leaf

페리지갤러리 5.30~7.31

후기자본주의에 대한 비판과 이데올로기에서 비롯되는 갈등 등 현대사회가 지니고 있는 문제를 다양한 예술적 표현양식으로 다루는 김기라 작가의 개인전 <마지막 잎새>가 페리지갤러리에서 열렸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우리에게 공동선이라는 것이 존재하는가?” 그리고 “우리는 이 사회를 어떻게 바라보고 행동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작가는 현대사회에 대해 치밀하게 조사하고 연구하며, 때로는 인류학적으로 다양한 문명권과 종교에서 만들어낸 방대한 이미지를 수집하는 등 현재 일어나는 사건과 삶의 관계에 대한 고민을 풀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이번 전시의 두 가지 질문에는 현대사회라는 거대 담론을 바탕으로 하면서, 현재 우리나라가 겪고 있는 분단 현실의 문제를 풀고자 하는 의지가 담겨 있다. 따라서 이산가족이나 북한, 강정마을이나 노조의 투쟁 등 우리나라가 당면한 현실과 실제로 일어나는 구체적인 사건을 다루고 있다.
전시장이 있는 건물의 로비는 온통 붉은색이다. 유리로 마감된 건물 외벽을 붉은색으로 처리하여 밖에서 보면 안이 그렇고, 안에서 보면 밖이 그렇다. 색 중에서 붉음은 맥락에 따라 특별한 의미를 지니지만, 공산주의와 자본주의라는 두 축의 이데올로기로 인해 분단 상황에 처한 우리나라에서는 그 의미가 더 강하다. 작가는 붉은 필터를 통해 우리 사회가 주입한 이념과 사상으로 인해 상대를 편견을 갖고 바라볼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말하고 있다. 하나의 주장이 선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반대편을 악으로 표현해야 한다. 우리는 붉게 처리한 유리벽으로 인해 자본주의가 배척하는 붉음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이를 인지할수록 상대편만을 붉게 보려는 심리가 작동하게 된다. 따라서 작품 제목에 사용된 ‘검열’은 단지 사회만이 아니라 개별자가 자신의 사회에서 배척되지 않기 위해 스스로 자행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로비에 설치된 <ON-NO_양면의 대립>도 같은 의미에서 볼 수 있다. 허용하고 금지하는 기준은 사실 관점에 따라 오락가락한다. ‘O’와 ‘N’의 단조로운 조합은 메시지가 명확함에도 관객의 심리에 혼동을 가져온다. 사회에서 일어나는 갈등은 관점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지 객관적 기준에 기반을 둔 것은 아니다. 엄청난 폭력으로 귀결되는 대립이나 갈등은 단지 어디에 서있고, 어떻게 보느냐의 문제일 뿐이다. 그렇기에 우리가 맹신하는 기준은 사실 실체없는 ‘망령(specter)’이고, 우리나라로 치면 북한을 적대시하는 이데올로기이다. 냉면을 먹으면서 갑자기 생각난 평양이라는 단어의 가벼움, 그래서 그는 그곳에 편지를 보낸다. “밥 잘 챙겨 먹으라”는 그의 독백은 이념을 넘어 인간적인 관심을 담고 있다. 서로에게 숨을 불어넣고, 눈을 가리고 헤매기도 하며, 다른 색의 끈으로 이어진 두 사람의 움직임 등 영상에서 보여주는 갈등과 화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런데, 왜 우리는 이념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의지하고, 그 안에서 상대를 바라보려는 것인가. <이념의 무게_마지막 잎새>는 이산가족의 상봉을 재현하고 있다. 검은 배경에 그들의 대화만이 흐른다. 이념을 넘은 인간관계의 회복은 개별자가 자신의 기준과 의지를 갖고서 서로를 만나고자 할 때 가능한 것이다. 이것이 이번 전시에 작가가 강조하고 싶은 메시지라는 생각을 해본다.
박순영・서울시립미술관 큐레이터

 

[Review] 황용진 – Pieces and Parts

황용진 – Pieces and Parts

일우스페이스 7.10~9.24

중견작가 황용진은 인간, 동물, 자연과 같은 주변을 관찰하고 언어와 기호를 활용하여 고유의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익숙한 주제를 실험적이고 다양한 기법으로 보여주는 그의 회화는 전통적인 기법을 충실히 따르는가 하면 때로 팝아트 기법을 따르면서 변화를 거듭해왔다.
회고전 형식의 이번 전시회에서는 작가의 대학시절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30년에 걸쳐 다방면의 실험을 거듭해온 그의 회화, 에칭, 네온사인, 실크스크린 등 다양한 작업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 한 작가의 작업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다양한 소재와 기법으로 펼쳐지는 파노라마는 오랜 세월 자기세계를 모색해온 그가 얼마나 치열하게 작업을 이어왔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1980년대 명암과 색채 대비를 강조하고 화면을 분할하여 색면으로 처리하면서 종이를 붙이거나 뜯어내는 방식으로 불안과 긴장을 유발하던 ‘인간시리즈’에서 생물학적 형상이 강조된 초현실적 이미지로, 나아가 1990년대 접어들어선 점차 단순화되고 간접적인 표현으로 상징화되었다. ‘동물시리즈’를 거쳐 ‘풍경시리즈’에 이르는 과정에서 작가는 점차 삶의 애증 대신 생명의 순수성에 몰두해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의 이와 같은 다양한 시도를 단번에 보이도록 부각시켰다. 이 전시는 한 작가의 작업을 주제별로 혹은 연대기 순으로 보여주는 일반적인 회고전의 면모를 벗어나 수업기 이래 30년간의 화업에서 21점을 선별해 한 벽면에 전시하고, 다른 벽면에는 ‘풍경시리즈’ 중에서 13점을 선별하여 마주보게 전시해 동시에 보여주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벽면의 한 편에서 반대편 모서리 바닥에서 천장에 이르는 벽 전체를 활용하여 서로 다른 시기와 주제의 작품들을 혼합 배치한 방식은 작가의 작업을 오랜 기간 가까이서 지켜본 기획자가 권하는 황용진 작업읽기이기도하다. 관람객은 이로 인해 철판을 잘라 붙인다거나 물감을 칠하고 나서 긁어내거나, 화면 위에 반투명 왁스로 덧칠하는 등의 작가가 시도해 온 다양한 기법과 소와 말 등의 동물이나 인물의 형상과 풍경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다.  작가의 작업을 한 점 한 점 바라다보는 대신 다른 시기에 다른 기법으로 제작된 작품을 한꺼번에 감상하도록 유도하는 이 방식은 작품 간의 대화를 읽어내고 작가의 작업을 새롭게 해석하게 하려는 것이다. 익히 알고 있던 작가의 전 시기 작업을 새롭고 다이내믹한  방식으로 해석하게 하는 것은 삶과 인간이라는 주제로 출발한 작가가 추구해온 생명력을 또다시 작품에 불어넣음으로써 그 의미를 무한히 확장시키는 방식이기도 하다.
시대를 뛰어넘어 주제와 장르를 가르지 않고 온전히 작품에 몰입하게 하고 풍부하게 생산해내는 전시, 작가의 과거와 현재를 다시금 읽게 하고 그 가운데 역동적인 미래를 기대하게 하는, 원숙한 작업세계 못지않게 기획력이 돋보이는 전시회이다.
박영란・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관

[Review] 석성석 – Fare・Well Noise

석성석 – Fare・Well Noise

트렁크갤러리 8.7~31

소격동 트렁크갤러리 2층의 큰 테이블 위에는 각양각색의 LCD 모니터, 구형 포터블 브라운관 TV들이 길가의 돌탑들처럼 쌓여 있다. 그 사이로 증폭기와 분배기들이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고 각각 연결된 장치들의 화면에는 동일한 이미지들이 떠있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동일하지 않다. 원본 이미지를 내보내는 UHF 전파로 송신장치는 수신장치들 아래, 위에 샌드위치처럼 끼어 있다. 언뜻 과거 청계천 세운상가 주변에 즐비하던 TV가게 내부를 떠올리게 하는 작은 방송국을 여기에 구현해놓았다. 2012년 말 지상파 방송이 디지털 방송으로 대전환한 이후 더는 구경하기도 힘든 아날로그 방송 시대의 한 장면이다.
이 장치들은 모두 1번부터 26번까지 일련의 번호 순서가 매겨진 잡음기계라 부른다. 그리고 벽면을 향해서 비스듬히 놓인 프로젝터가 뿌리는, 길쭉하게 늘어진 의미를 알 수 없는 영상 역시 같은 정보원으로부터 수신된 또 하나의 변주이다. 작가가 이미 송신 과정에 개입할 때 교란된 원본은 송신장치의 전파를 타고 각 수신장치에 입력되어 이미지와 함께, 그것을 잠식해가는 백색잡음을 재생한다. 거기에 재생 화면을 피드백하는 8밀리 비디오카메라가 마치 거울 속의 거울처럼 다른 송신장치로 입력한 화면을 다시 유선 전송하고 있다. 이 일련의 과정을 통해 노이즈는 점점 증가하고 브라운관 주사선의 신호를 휘어지게 하여 원래 정보의 데이터를 교란시키고 있다. 우리는 이 작은 방을 가득 메운 혼잡한 아날로그와 초기 디지털 기술이 혼재된 시스템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나는 전파 생태계 내지는, 백색잡음 생태계로 부르려고 한다.
모든 통신에는 필연적으로 잡음이 발생한다. 정보 엔트로피가 증가한다는 것이다. 정보이론의 창시자 클로드 섀넌은 이미 전송 과정의 신호가 변하거나 왜곡시키는 노이즈를 지적하고 있다. 그는 컴퓨터 개발이 한창이던 1940년대에 ‘잉여성’과 ‘노이즈’, 그리고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개념을 통해 정보를 다시 물질과 연결하였다. 그는 이미 관념이나 추상이 아닌 구체적인 정보와 공학적으로 대면하고 있었다.
석성석은 섀넌의 선구적인 정보이론, 정보의 엔트로피, 신호간섭효과를 설명하는 샘플링이론을 매체예술의 관점에서 적절하게 설명해주는 좋은 표본처럼 보인다. 수적 재현에 관한 설명은 여기서는 건너뛰자. 하지만 여전히 아날로그 방식의 기술이 훨씬 풍부한 데이터를 저장한다고 믿는 사람이라면, 디지털 기술의 초창기 시절에 다음 단계로 넘어오면서 필연적으로 분절되는 데이터의 간격 사이에서 소실된, 섀넌이 ‘잉여성’라고 부르는 나머지에 대해 애석해 한다. 석성석 역시 디지털 기술로 이행하면서 아날로그 신호의 선적 파형은 작은 점들로 분절된 점에 착안하고 있다. 분절된 신호 사이의 간극이 노이즈가 되었다는 그의 언급은 기계, 기술 발전의 과도적 단계에서 과거와 현재의 단절을 강요하는 매체를 비판하고 과잉 시스템을 탈맥락화함을써 키틀러와 같은 기술결정론의 환원적 입장에 대한 저항 내지는 비판적인 태도로 읽힌다.
최흥철・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Review] 윤성지 – 신자유주의, 위험한 정신-YOUR SPIRIT

윤성지 – 신자유주의, 위험한 정신-YOUR SPIRIT

오픈스페이스 배 6.28~7.16
스페이스 K 서울 8.14~9.19

오픈스페이스 배에서 열린 윤성지의 개인전 <신자유주의>에서는 신자유주의에 대한 작가의 시선이 은유와 상징으로 표현됐다. 직접적인 접근보다는 압축된 언어와 공간구성으로 말이다. 전시장 공간 사방에 각목으로 만든 벽면을 설치하고 벽면에는 ‘Neoliberalism’과 ‘신자유주의’라고 적힌 텍스트가 프린팅 되어 있다. 그렇게 만들어진 좁은 통로를 지나면 여러 개의 스포트라이트가 메인 공간의 뒤편 벽을 비추고 있다.
보편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사회시스템이란 정치, 경제, 문화 등 다양한 요소가 적층되어 꼭지점으로 갈수록 오므라드는 피라미드 형태의 구조다. 하지만 작가는 지금의 시스템을 좀 더 섬뜩한 구조로 파악하고 있는 듯하다. 그것은 안과 밖이 훤히, 너무나 잘 보이는 단순한 구조이며, 각목으로 설치된 벽면만이 존재하는 것이다. 룰은 단순하다. 안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벽을 허물지 말아야 된다. 드나듦은 언제나 자유롭다. 일단 안으로 들어가 그곳에 소속되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전시장에서 보이듯 그 안과 밖은 모호하고 어둡다. 한 줄기 빛도 비치지 않는다. 따라서 어디에 소속되어 있다는 것은 사실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그렇다면 안을 좀 더 안전하고 안락한 공간으로 의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좁디좁은 복도를 지나며 항상 내부를 힐끗 쳐다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스포트라이트와 벽면 사이에 존재하는 그 무엇, 혹은 누구, 즉 시스템을 만들고 조종하는 존재에 대한 정보의 부재에서 연유한다. 구호처럼 적힌 ‘신자유주의’의 기치는 안과 밖에 소속된 그 누구도 제시한 적이 없으며, 그들이 존재하기에 자연스럽게 마련된 것도 아니다. 후면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보이지 않는 존재가 만든 체계다. 그래서 이 작품은 공포감에 가까운 느낌을 준다.
그런데 스페이스 K에서 열린 윤성지의 또 하나의 개인전은 그간 펼쳐왔던 작업의 맥락을 대부분 호출했다. 전시장을 가득 메운 핑크 컬러와 그것의 오브제 설치는 작가가 이전 작업에 자주 사용하던 것이다. 텍스트를 구현한 프레임, 오브제도 그의 전시장을 찾은 이들이 한 번은 봤음직한 것들이다. 그런데 작가의 이러한 구성은 필연이 아니었으나 필연이 되어버린 형국이다. 굳이 그러한 컬러와 형태, 구성을 띠고 그곳에서 관람객을 만날 이유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다만 의식과 무의식 사이의 경계에서 그는 선택했다. 사실 경계면에서 선택의 문제를 놓고 벌이는 작가의 줄타기는 이전 그의 작업을 관통하는 중요한 태도다. 이미지와 텍스트, 오브제와 공간, 그리고 오브제와 텍스트 등 작업의 요소 사이에서 이해와 몰이해의 혼돈의 장을 펼쳐놓은 것이다. 그래서 의미는 사라진다. 아니 작가는 처음부터 의미 따위는 염두에 두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 이미 너무 많은 의미에 둘러싸여 사는 우리는 의미파악의 강요에 시달리고 있다. 그러고 보니 스페이스K에서 열린 윤성지 개인전의 타이틀이 ‘위험한 정신_Your spirit’이었다.
황석권・본지 수석기자

 

[Review] 김기수 – 대단지 입구

김기수 – 대단지 입구

아트스페이스 풀 8.1~9.6

김기수의 근작 회화들은 어떤 과거의 이미지를 내 눈앞에 가져다 놓는다. 그가 그린 낡은 건물, 황량한 길을 내달리는 버스, 탁자 위에 놓인 주스, 참외, 기념사진 같은 이미지들은 내 기억 메커니즘을 활성화시킨다. 나는 그런 이미지들과 더불어 과거로 돌아간다. 그러나 이렇게 과거로 돌아가는 일은 대부분 유쾌하지 않다. 그 버스는 내게 고된 일과를 마치고 땀에 젖은 몸을 이끌고 부대로 귀환하던 20대 초반의 고단한 하루를 상기시키고 그 노르스름한 주스는 공부해야 하는 아들을 붙잡고 놀고 있는 아들 친구에게 어떤 어머니가 선사한 최소한의 성의를 떠올리게 한다. 여기에는 아련하고 그리운 추억, 복고적 향수 따위가 들어설 틈이 없다. 그래서 나는 거기에 몰입할 수 없다.
아닌 게 아니라 이 근작 회화들의 전시에 그는 ‘대단지 입구’라는 제목을 붙였다. 그리고 그 ‘대단지’는 지금의 서울시(수도권) 형성 과정에서 벌어졌던 어떤 사건 또는 아픈 상처-광주 대단지 사건-와 연관된 것이다. 강홍구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 전시는 “성남-광주 대단지 사건이 일어난 지역에서 태어나고 성장한 원주민의 후손이 가질 법한 트라우마”에 관한 것이다. 그러니 지금 내 앞에 있는 낡은 사진같은 빛바랜, 흐릿한, 푸르스름하고 노르스름한 이미지들은 사라졌다고 믿지만 어떤 계기가 주어지면-내가 원하지 않는데도- 득달같이 나를 덮쳐오는 아픈 상처에 관계된 것이다. 다시 강홍구를 인용하면 지금 김기수의 정체성은 “자신도 모르게 상처받은 자의 그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그의 이미지는 잊으려야 잊을 수 없는 것, 사라졌다고 믿지만 시시때때로 출몰하는 유령 같은 것이다.  그런데 내가 보기에 김기수의 근작들은 봉합된 상처들을 헤집고 “잊지 말자 대단지” 식으로 말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그의 근작들에서 대단지는 과거에 비해서(그는 과거에 사진과 영상, 설치 등으로 대단지를 다룬 적이 있다) 상당히 추상화되었다. 불분명한 문맥 속에 흐릿하게 제시된 이미지들은 롤랑 바르트식으로 말하면 “나를 꿰뚫기 위해 오는” 화살 끝을 무디게 한다. 이것은 그가 자신의 매체로 택한 회화의 특성과 관계가 있어 보인다. 회화는 순간에 관여하는 사진과 달리 시간(의 흐름)을 끌어들이기 마련이다. 순차적으로 가해진 붓질은 생생한 사물 또는 대상의 완벽한 유사물-사진과의 마주침이 가했던 충격을 완화시킨다. 게다가 회화의 이미지는 속성상 ‘코드 없는 메시지’인 사진과는 달리 코드가 부여된 이미지-환영이다. 그렇게 본다면 김기수의 근작 회화들은 환영을 통해 유령을 소환하는 작업 같은 것으로 보일 수 있다.
어쩌면 이것은 과거 주로 사진과 더불어 작업했던 김기수가 지금 회화로 ‘돌아선’ 이유에 대한 하나의 답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는 외상적 기억을 활성화하거나, 충격을 주기보다는-회화로써- 외상과 더불어 살아가는 방식을 숙고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한 숙고에는 직접적이기보다는 간접적인(매개적인) 회화가 좀 더 어울릴 것이다. 물론 그러한 숙고는 외상을 장악할 수 없다. 김기수 자신은 이러한 작업을 ‘자각몽(lucid dreaming)’으로 비유한다. 자각몽 속에서는 깨어있는 자아가 꿈꾸는 자아를 바라본다. 여기서 두 자아는 서로를 완벽하게 제어할 수 없다. 이것은 내 마음대로 제어할 수 없는 외상과 더불어 사는 삶의 한 모델일 수 있다. 이 작가가 자신의 작품들에 붙인 ‘스텔스’라는 표제는 또 어떤가. 스텔스는 있는 것을 없는 것처럼 만드는 기술이다. 그런가 하면 그것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어떤 비행체를 지칭하기도 한다. 외상과 부대끼며 사는 회화-삶에 그런대로 어울리는 표제가 아닌가.
홍지석・단국대 연구교수

[Review] 배종헌&양정욱-Bookmaking Project 2014

배종헌&양정욱-Bookmaking Project 2014

닻프레스갤러리 7.2~8.10
닻미술관 8.23~9.28

전혀 다른 두 사람의 만남은 그들을 둘러싼 공기를 변화시킨다. 소리 없이 팽팽한 긴장이 흐르기도 하고, 말없는 눈빛에 적의가 담기기도 하며, 작은 움직임에도 서로를 향한 세심한 배려가 느껴지기도 한다. 전혀 다른 두 작품의 만남도 그들을 둘러싼 공기를 변화시킨다. 배종헌과 양정욱의 작품은, 각자의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서도 때때로 상대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진지하고 조용한 두 사람의 만남 같다.
배종헌과 양정욱의 2인전은 닻프레스갤러리에서 지속해오던 북메이킹 프로젝트와 전시를 결합한 결과물이다. 그래서 전시 작품 가운데 두 작가의 책이 놓이는데, 이 책은 기존의 전시들에서 볼 수 있는 도록  개념이 아니라, 미술작품과 다른 형식의 또 다른 작품이다. 물론 두 작가의 드로잉과 글을 담은 이 책들은, 전시장에 놓인 작품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배종헌의 작품들은 그 스스로 만들어낸 별에 관한 긴 이야기와 관계된 것들이다. 어느 날 하늘에서 별이 사라지게 된 계기, 그런데 세상을 둘러보니 온 천지에 별들이 있고(벨큐브나 스타벅스의 로고 같은 인공물들), 그런 인공의 별들에 둘러싸여 별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는 그의 이야기는, 드로잉과 텍스트로, 사진으로, 영상으로, 설치작품으로 만들어져 각각의 완결성을 가지고 있지만 서로 이어진 별자리와 같은 하나의 세계를 구성한다.
양정욱은 움직이는 조각을 만들어내는데, 이 작품들의 형태는 모두 제각각이지만 어딘지 사람을 닮아 있다. 물론 그 조각적 형태가 사람을 닮지는 않았지만, 그 움직임은 연약한 사람의 마음이 흔들리는 모습을 시각화한 것처럼 보인다. 순간적으로 지나가는 예민한 감정을 표현하는 듯한 그 반복적인 움직임들은, 거의 소설이라 불러도 좋을, 작가가 만들어낸 이야기와 연관되어 있다. 이 이야기는 회사와 같은 일상을 배경으로 하여 몇몇 인물과 소소한 사건들이 등장하지만, 키네틱 작품으로 구현되는 것은 인물과 사건이 아니라 그 사이에서 스쳐 지나가는 감정들의 모양인 것 같다.
이번 전시에서 보인 두 작가의 작품은 문학적 서사와 미술의 고전적 관계를 다시 숙고하게 할 뿐 아니라, 형태를 가진 ‘책’이라는 존재가 문학과 미술과 그리고 우리의 삶과 맺는 관계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문학과 책이 가져왔던 당연한 관계, 한 권의 책이 조형적 고려를 통해 특정한 형태로 만들어져 온 역사, 그리고 그 책이 우리의 손으로 들어와 열어 보여주는 세계, 책이 보여주는 세계를 통해 스스로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인간의 삶… 등을 생각해보면, 책은 단지 정보를 담아 대량으로 복제되어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할만으로 단순하게 설명할 수 없는, 문학과 미술과 세계가 만나는 접점이 되어 왔다.
형태를 가진 책이 없어질 것이라는 소문이 흉흉하게 퍼지고 있는 지금, 배종헌 양정욱 두 작가와 닻프레스(이곳은 갤러리뿐 아니라 수제 책을 소량 제작하는 스튜디오이다)는, 작가의 텍스트와 미술작품, 그리고 그 자체로 형태이면서 내용인 책을 통해, 문학만으로 볼 수 없고 미술만으로도 볼 수 없는, 통합적인 아름다움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이윤희・아트센터 화이트블럭 학예실장

 

[Review] 최치원 : 풍류(風流)탄생

최치원 : 풍류(風流)탄생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7.30~9.14

이번 전시는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에서 21세기 인문정신의 재발견을 위해 기획한 첫 번째 전시다. 그렇게 1000년의 시공을 뛰어넘어 최치원이 현재 위로 호출되었다. 최치원은 신라 당시 이른 나이에 중국에 유학해 이름을 떨치다가 국내에 귀국한 이후에는 지리산 가야산 등지를 주유산하하다가 빈 신발만 남긴 채 홀연히 사라졌다고 한다. 그리고 그렇게 신선이 되었다고 전해지며, 이후 신발은 신선을 상징하게 되었다. 전시를 위해 시서화 장르를 뛰어넘어 활동하는  작가들이 초대되었고, 여기에 영상설치와 춤이 가세했다. 작가들은 중국 유학 당시 최치원의 행적을 찾아서, 그리고 귀국 이후 최치원이 주유산하한 지리산 가야산 등지를 답사하면서 최치원의 인문정신을 되불러냈고, 그렇게 되불러낸 인문정신을 저마다의 작업에 담아냈다.
그렇다면 왜 최치원인가. 최치원은 무(巫俗)를 바탕으로 유(儒敎), 불(佛敎), 도(道敎) 삼교(三敎)가 회통하는 우리 문화의 전형을 풍류     (風流)로 처음 정의내린 인물로 알려져 있다. 전통적인 종교에 외래 종교를 흡수 통합한 예로 볼 수 있겠다. 보기에 따라선 무속으로 대변되는 종교, 유교로 대변되는 도덕과 윤리 내지는 정치철학, 불교로 대변되는 철학, 그리고 도교로 대변되는 예술의 결합을 시도했다고 할 수도 있겠다. 견지에 따라선 주관정신에 종교를, 객관정신에 예술을, 절대정신에 철학을 결부시켜 정신의 현상학을 전개한 헤겔과도 비교해볼 수 있겠다. 종교가 지배적인 시대적 배경에서 삶의 다양한 루트와 채널을 종교에 버무려내, 종교와 인문정신의 등치를 시도했다고 볼 수 있겠고, 종교를 매개로 한 인문정신의 승화를 꾀한 경우로 볼 수 있겠다.
문제는 이런 통합의 정신을 풍류의 개념으로 정의했다는 것이다. 풍류란 바람처럼 흐른다는 말이고, 바람처럼 벽이 없고 경계가 없다는 말이고, 바람처럼 거침이 없다는 말이고, 바람처럼 정처가 없이 떠돈다는 말이다. 흐르는 것은 바람 말고도 또 있다. 물이 그렇다. 그래서 흔히 바람과 물은 자유정신과 예술혼의 귀감을 상징한다. 그 상징적 의미 혹은 보다 적극적으론 실천논리로 치자면 세속적인 지식이 갈라놓은 구별과 분별 너머로 흐르고, 그 경계와 벽 위로 범람하는 가벼운 정신이며 떠도는 정신, 부유하는 정신을 상징한다. 그 정신은 하릴없이 거니는 것을 의미하는 소요와 무목적적인, 그래서 그 자체가 이미 목적인 여기(餘技)를 하부개념으로서 아우른다. 특히 여기와 관련해선 전통적인 사대부 문인화가 바로 이 여기에 그 논리적 근거를 두고 있고, 서양의 논리로 치자면 아마추어 정신이며 딜레당트 개념이 여기에 해당한다.
무슨 말인가. 즉 풍류는 지금 여기서 무슨 의미를 가질 수가 있는가. 풍류의 정신은 한마디로 삶의 다양한 채널과 루트로부터 유래한 이질적인 지점들을 하나로 통합하고 융합하고 통섭해 들이는 깔때기의 논리에 비유하고 정의할 수 있겠다. 그리고 정처가 없이 흐른다는 점에서 보면 유목주의와도 통한다. 최치원의 풍류는 1000년 전에 이미 이런 통합과 융합 그리고 통섭의 논리를, 그리고 유목주의의 실천논리를 선취했던 것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 하나를 지적하자면, 이런 통섭이며 융합의 논리가 자칫 차이에 대한 억압의 논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겉으로는 차이를 인정하면서 속으로는 차이를 지우는, 말하자면 무늬만 차이를 양산하는 기제로서 작동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아마도 풍류와 더불어서 부는 바람은 이런 우려마저 휩쓸어가는 바람일 것이다.
이런 전시가, 말하자면 풍류의 정신을 현재에 계승한 전시가 서예박물관에서 열렸다. 과거로부터 출처를 얻어왔다는 점에서 예사롭고(혹은 박물관답고), 과거를 현재로 되불러온 것 아님 과거를 되불러와 현재를 조망한 것이란 점에서 예사롭지가 않다(혹은 미술관답다). 보통 박물관은 박물관으로서의 몫이 있고, 미술관은 미술관 나름의 됨됨이가 있다. 그러나 이건 선입관에 지나지 않는다. 과장해서 말하자면 박물관을 과거의 무덤으로 내몰고, 미술관을 현재에 붙박아 두는  생각이며 기획에 지나지 않는다. 과거는 물론이거니와 심지어 미래마저 앞당겨 포개져 있는 것이 현재임을 인정하고, 그렇게 다층적이고 다공적인 현실인식을 되새길 일이다.
나아가 박물관은 시간의 아우라를 고스란히 간직하는, 그런 시간의 집이다. 그 집에 현재가 탑재될 때, 어쩌면 미술관 전시가 간과하고 있을 어떤 미학적 공백을 채워줄지도 모를 일이며, 실제로 이번 전시는 그 일을 성공적으로 실현하고 있거나 최소한 예시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여기에 전시는 시서화가 결국 하나의 뿌리에서 연유했다는 사실을 재확인시켜주는 한편, 풍류의 인문학적 정신을 통해 이미 1000년 전에 동시대적 담론의 중추를 담지하고 있었음을 설득력 있게 전해주고 있다.
고충환・미술비평

[Preview] 9월

코드 액트

코리아나미술관 9.5~11.15

퍼포먼스 영상에 주목해 온 코리아나미술관의 국제 기획전. 드로잉, 오브제, 설치, 미디어 테크놀로지, 사운드, 텍스트 등 다양한 매체와 연계된 퍼포먼스와 그 의미 작용을 조명하는 전시이다. 신체 자체를 넘어 외부 미디엄과 연계된 제스처와 행위가 역사와 삶의 문맥에서 어떠한 다양한 코드를 함의할 수 있는지, 그리고 이러한 행위가 기존의 일상적이고 관습화된 코드를 어떻게 전복할 수 있는지에 주목한다. 조안 조나스, 윌리엄 켄트리지, 캐서린 설리반, 욘 복 등 퍼포먼스, 드로잉, 설치, 영화 분야를 넘나들며 작업하는 국내외 작가 10명이 참여하여 10여 점의 퍼포먼스 영상작품을 선보인다. 특히 드로잉의 행위 자체가 퍼포먼스로 전이되고 오브제나 미디어 테크놀로지에 의해 원래 신체의 맥락들이 재번역되는 과정을 통해 퍼포밍하는 신체는 외부 미디엄에 의해 번역되고 ‘대안적 신체’로 전이되는 것을 보여준다. 정금형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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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허수영_양산동09_캔버스에 유채_291x182cm_2013

시대의 눈-회화 : Multi-Painting

OCI미술관 9.12~10.31

다원주의 시대 멀티미디어 환경을 공유하는 회화의 현실을 살펴보는 전시. 인간과 함께 해 온 가장 오래된 예술 매체인 회화가 우리 시대의 문화환경 특성이 회화에서 ‘다층적, 다면적’으로 발화되는 양상을 함의하는 ‘멀티’로서 거듭나는 현대 사회에서의 모습에 주목한다. 우리의 사고방식 체계와 대상을 바라보는 시각에 많은 변화를 일으킨 TV, 컴퓨터, 스마트폰 등과 같은 멀티미디어를 통한 정보의 습득과 재생산과 함께 쏟아지는 이미지들 속에서 회화의 위치를 살펴보기위해 기획되었다. 멀티미디어 환경에 친화적인 세대로서 회화라는 전통적 매체를 기본 토양으로 삼는 강서경 공시네 박미나 박진아 배윤환 안두진 정수진 차혜림 허수영 9명의 작가의 ‘Multi-Painting’현상을 관통하는 회화적 발언을 살펴보고 자기 부정과 정체성의 재정립을 무수히 반복하는 회화의 현주소를 확인해 본다.허수영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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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리지아 파페

역병의 해 일지

아르코미술관 8.31~11.16

아시아 지역 42명의 작가가 국가의 특수한 역사적 상황, 사회적 맥락에 대한 성찰에서 시작하여, 도시를 둘러싼 전염병과 관련하여 사회가 가지고 있는 집단적인 공포, 아시아의 국가주의적 긴장 등의 문제를 돌아본다.  리지아 파페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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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_달을_그리는_법_2014_lights,_stainless_steel_mirrors,_wooden_table,_stones_dimensions_variable

안규철

하이트컬렉션 8.29~12.13

일상의 오브제와 언어를 중심으로 다양한 작업을 해온 안규철의 개인전. 이번 전시에서는 타일, 벽돌, 구슬, 손수건 등의 오브제들을 사용해 실패의 과정에 존재하는 노동과 시간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보이며 결과만을 좇는 지금의 현상을 되돌아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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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안토니 문타다스

안토니 문타다스

토탈미술관 8.25~10.19

초기 개념미술과 미디어아트의 개척자 안토니 문타다스의 첫 번째 한국 개인전. 건축가, 리서처, 큐레이터들과 함께 조사한 다양한 자료를 바탕으로 이미지와 코드를 연관시키는 과정에서 빚어지는 유사점과 차이점, 충돌의 지점들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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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색화의 예술

국제갤러리 8.28~10.19

한국미술의 대표적인 성과인 단색화와 이 흐름을 이끌었던 거장들의 작품을 재조명한다. 서구식으로 재편되던 당대 사회상과 급변하는 정치적 상황 속에서도 예술정신을 지키고자 했던 단색화운동의 면면을 미술사적 맥락에서 살펴본다. 정창섭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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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전준호

전준호

갤러리 현대 8.29~9.28

한국의 정치적, 사회적 현실을 특유의 시선으로 재해석한 영상 및 설치작품으로 미술계의 큰 주목을 받아온 전준호의 개인전. 다양한 매체를 이용해 만들어내는 이미지들과 대한민국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통해 인간사의 보편적인 공감을 이끌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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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김성환

김성환

아트선재센터 8.30~11.30

비디오, 드로잉, 설치, 퍼포먼스 등을 전시 공간 속에서 유기적으로 결합, 재구성하는 김성환의 작업세계를 소개한다. 특히 작가가 런던 테이트 모던의 ‘탱크스’ 개관전 첫 번째 커미션 작가로 선정되어 제작한 <Temper Clay>를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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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신상호2

신상호

금호미술관 8.29~9.28

전통도자에 대한 현대적 해석을 지속해 온 신상호의 개인전. 도자, 조각, 회화를 바탕으로 작가가 영감을 획득하는 대상과 과정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는 이번 전시는 금호미술관을 비롯해 이화익갤러리와 예화랑에서 각각 9.18~10.5, 9.12~10.18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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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최정화

최정화

문화역서울 284 9.4~10.19

<총천연색>이라는 타이틀로 꾸며지는 최정화의 개인전. 한국 근대화를 상징하는 대량생산과 과잉소비 등의 키워드로 작업 활동을 지속하는 작가는 사람들이 쉽게 모였다 흩어지는 문화역서울 284라는 공간에서 그 덧없음, 공허함의 감정을 극대화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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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리안

스테판 보르다리에

리안갤러리 서울 8.6~9.20

프랑스 파리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스테판 보르다리에의 개인전. 2008년 리안갤러리 대구에서 국내 첫 개인전을 연 이래 8년 만에 선보이는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회화 특유의 색과 화면의 질’ 에 집중한 다양한 사이즈의 최근작 13점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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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이중섭, 황소, 1953, 종이에 에나멜과 유채, 35.5x52cm

황소걸음

서울미술관 8.5~9.21

서울미술관이 개관 2주년 기념 소장품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서울미술관의 대표 소장품을 선보이는 특별 전시로, 한국의 미술 현장에서 지속적으로 전진할 서울미술관의 전망을 엿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전시가 될 것이다.이중섭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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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이형구

이형구

갤러리 스케이프 9.2~10.19

예술적 상상력과 과학적 지식을 동원하여 신체의 변형과 왜곡, 확장을 실험적으로 선보여온 이형구의 개인전. 이번 전시는 지식의 체계를 바탕으로 확장된 시지각을 선보이는 납판작업, 조각, 설치, 드로잉에 걸친 20여 점의 신작으로 구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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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수보드

수보드 굽타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9.1~10.5

작가가 인도에 거주하며 경험한 삶과 애환, 일상과 문화 속에 녹아든 역사와 종교의 흔적들이 현대미술로 치환되는 과정을 공개한다. 30여 점의 음식 페인팅 등을 전시함으로써 음식문화에 녹아있는 정치, 종교, 사회적 이데올로기들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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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오인환

오인환

갤러리 팩토리&윌링앤딜링 9.4~24

작가는 물리적으로 떨어져있는 두 장소 ‘윌링앤딜링’과 ‘갤러리 팩토리’의 내부를 감시카메라를 이용해 상호연결한다. 이는 모니터를 매개로한 감상방식과 전시장에서의 실제와 다른 경험을 제공하며 개인의 다양한 사각지대에 대해 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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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적 부록

갤러리 잔다리 9.18~10.8

설치작가 이부록, 소설가 김연수, 그래픽디자이너 안지미의 협업 전시. 세 예술가는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서 영감을 받아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2014년 서울에서 우리가 유토피아를 건설하고 있는지 디스토피아를 표류하고 있는지 질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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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권오상 이걸로!!

권오상

페리지갤러리 9.12~11.8

사진이미지를 이용한 조각 작업을 진행하는 권오상의 개인전.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실제 사물의 이미지를 차용한 <Mass Patterns>와 자신의 기존 작업에서 가지고 온 이미지를 재구성한 <New Structure>시리즈를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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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마류밍

마류밍

학고재갤러리 9.2~10.5

퍼포먼스와 회화를 긴밀하게 연결한 작업을 통해 중국 현대미술을 알리는 마류밍의 개인전. 이번 전시를 통해 관람객은 마류밍의 초기 퍼포먼스 작업을 기록한 영상과 사진, 여기에서 파생된 최근 회화와 조각작업들을 한눈에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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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이연희

류연희&이민정

누크갤러리 9.12~10.11

일상적인 것들을 소재로 추상적인 형태를 만들어가는 류연희와 인체를 조형언어의 근거로 삼아 작업하는 이민정의 2인전. 전혀 다른 매체로 추상의 형태를 만들어 가는 두 작가의 만남은 뜻밖에도 예술세계의 조화로움을 이끌어낸다. 이민정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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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박지나. 빗방울은 물이 없는 곳에서 생겨났다 2013 피그먼트 프린트, 150x100cm

박지나

대안공간 스페이스22 9.22~10.11

평소 시 쓰기로 단련된 독창적 사고와 실험정신을 바탕으로 사진과 조각, 설치작업을 하며 시적인 이미지를 펼쳐내는 박지나의 개인전. 이번 전시는 스페이스22의 신진작가 지원전시로 2012년부터 현재까지, 작가의 작업세계를 엿볼 수 있도록 구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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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베르나르

베르나르 프리츠

부산 조현화랑 9.19~10.19

규칙성과 질서 그리고 우연성에 따라 만들어지는 과정을 지향하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추상회화 작가인 베르나르 프리츠의 개인전.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신작 15점은 레진의 두터운 층과 아크릴 물감의 부드럽고 형태 변화가 용이한 성질이 공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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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김남진

김남진

부산 미광화랑 9.20~30

작가 김남진의 28회째 개인전. 이번 전시는 “숲-히말리야시다”, “The Actress”, “정물시리즈” 3개의 섹션으로 구성된다. 인물과 정물, 그리고 풍경 등  다양한 소재로 나누어져 있으나 작품 하나하나 저변에는 세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사유가 공통적으로 깔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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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전은희

 

전은희

서울시청하늘광장갤러리 8.20~10.19

사람과 사물의 공존이 장소의 진정성을 부여한다고 생각하는 전은희의 개인전. 이번 전시에서는 서울이라는 거대 도시 속의 사라진 장소와 살아갈 장소의 문패로 보여지는 사람과 사물들의 존재를 장소가 가진 감정으로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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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이희상작업사진

이희상

가나인사아트센터 9.24~30

열쇠가 있는 방이란 주제로 열리는 이번 전시는 목재를 이용한 조형물과 반복적 사각패턴위에 시계와 열쇠를 접목시킨 작업으로 키는 하나의 생명으로서의 의미를 가지며 작가는 현대사회 속에서 인간의 생명과 소통의 의미를 재해석 해보고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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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장현주, So Happy, mixed media on canvas, 130x130, 2014

장현주

갤러리 가비 9.17~10.4

동시다발적인 감정에서 형성되는 이미지가 연결고리를 생성해가며 어우러지는 형상을 구현하는 장현주의 개인전. 작가는 ‘마치 쇼핑카트에 물건을 담듯 그리고 싶은 이미지를 골라 마구 뒤섞는’ 단계를 통해 부조화 속의 조화를 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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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류예지

류예지

갤러리 가이아 9.3~9

류예지는 자신을 태우며 무언가를 돕는 존재인 ‘성냥’의 이미지를 통하여 지치고 바쁜 현대인의 삶에 다가가고자 한다. 파스텔톤의 색채와 강렬한 원색의 조화를 통하여 심리적 안정감과 사유의 멈춤을 위한 작은 충격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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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김재범

잔상의 기억

가일미술관 8.1~9.28

김재범 뮌 박주욱 방혜자 서윤희 송영욱 조습 7명의 작가가 인간의 트라우마에 대하여 집중한다. 작가들은 단순히 자신들의 상처를 이야기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인간 공동이 함께 겪는 사회적 트라우마를 도출해서 이미지로 담아낸다. 김재범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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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glakscjd

히만청

갤러리em 8.21~9.27

싱가포르 작가 히만청의 한국에서 갖는 첫 개인전이자 제10회 광주비엔날레에서 선보일 작업의 연장선상에 놓인 전시. 작가는 퍼포먼스와 텍스트, 순수예술과 디자인, 이미지와 텍스트 사이의 경계에서 둘 사이의 관계를 끊임없이 재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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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4499067

전중관

갤러리 GMA 9.17~23

살아오면서 잊고 있었던 유년시절의 아련한 진실, 각종 부조리에 찌든 현실에서 한순간 조용히 눈감고 바닥까지 내려가 잊었던 진실을 화면에 표현한다. 작가는 사회의 어두운 면을 순수하고 즐거운 모습으로 역설적으로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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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박재동_-금보성아트센터_30

김선화&박재동

갤러리 마레 9.1~20

자연의 아름다운 풍경을 섬세하게 표현하는 김선화와 우리들의 소소한 이야기를 손바닥 크기의 화폭에 담아내는 박재동의 2인전. 이 부부가 서로 다른 방식으로 빚어낸 이 시대 소소한 일상과 풍경 이야기를 한자리에서 선보인다.  박재동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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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이태량

이태량

갤러리 그림손 9.10~23

회화에 기반을 두고 영상, 설치 및 공공미술에까지 폭넓은 예술적 실험을 이어온 이태량의 개인전. 언어와 사고에서 비롯한 회화의 확장을 추구하는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지금까지 견지해온 개념을 넘어 새롭게 시도하는 영상, 설치물 연작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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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유현미 - 복사본

유현미

갤러리 분도 9.12~10.18

사진, 조각, 회화, 영화, 출판까지 아우르는 유현미의 작업세계를 면밀히 살펴본다. 이번 전시에는 회화적 구도와 색감을 취해 회화와 사진의 경계를 생각하게 하는 작가의 대표작을 포함하여 모두 20여 점의 작품이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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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김종훈

김종훈

서촌재 9.1~10.15

투박하고 소담한 도자작업을 지속하고 있는 김종훈의 개인전. 작가는 소소한 일상에서 아름다움을 찾으며 그를 바탕으로 소박한 멋을 담는 도자기를 만들어낸다. 이것은 작가의 아름다움에 대한 갈증의 해소이자 일상의 공감을 담는 그릇으로 거듭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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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백현옥

백현옥

세종갤러리 9.16~28

자연물 속에서 발견한 색과 조형성을 바탕으로 디자인의 패턴요소를 재해석하는 최준영의 개인전. 작가는 꽃과 나무를 소재로 친근감 있는 조형작품을 제작 추구하며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패턴 제작에 역점을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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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김아영

김아영

갤러리 파비욘드 8.19~9.20

현대사회의 시대정신을 반영하고 전통적인 가치를 이어받은 이 시대의 한국현대미술을 릴레이 형식으로 소개하는 K-ART전. 이번에는 김아영 작가의 작품을 통해 예술이 한국에서 어떻게 수렴되어 다시 세계로 향해 나가는지를 모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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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김영우_월간미술_9월_프리뷰

김영우

에이블서울갤러리 8.27~9.9

다양한 삶의 모습을 포착해 표현하는 김영우의 개인전. 현실을 다양한 각도로 받아들이는 표정이나 눈빛, 행동들을 통해 삶의 소중함과 생명의 존귀함을 이야기한다. 작가는 물질과 자본, 이념이 전부가 아니며 개개인이 현대사회의 주인공임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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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박동균

박동균

가나인사아트센터 9.10~15

먹과 화선지만의 독특한 물성을 이용한 수묵의 추상성과 현대적인 표현을 모색하는 박동균의 개인전. 각기 다른 먹빛과 형상, 그리고 시간성을 담고 있는 먹조각들을 겹겹이 붙이는 작업을 통해 한국화의 현대적 조형 공간을 구축하고 새로운 변화를 시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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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이희돈

제16회 2014 현대미술 12인전

예일화랑 9.12~21

제16회를 맞이하는 예일화랑의 가을 정기 기획전으로 서양화, 한국화, 조각 등 3개 장르에서 역량있는 작가 12인의 작품 24점을 선보인다. 전시 작가는 오세영 이희돈 김수남 한춘희 조홍근 박상수 문홍규 박미레 한경옥 이종혁 장국보 이현희이다.  이희돈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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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박용일

박용일

갤러리 이즈 9.17~23

He-story라는 타이틀로 열리는 박용일 개인전. 재개발 지역 풍경을 주제로 작업해온 작가는 거기살던 사람들 저마다의 숱한 사연을 간직한 장소이지만 이미 사라졌거나 사라질 풍경, 실재하지만 실재하지 않는 장소를 보따리에 담아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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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윤수보

윤수보&정춘표

갤러리 조이 9.12~10.3

여체의 곡선을 사랑의 생명체로 표현하는 정춘표와 원색의 자연을 그리는 윤수보의 작품이 조화롭게 펼쳐지는 2인전. 조각과 회화를 넘나들며 표현되는 꿈과 자유, 사랑, 싱그러운 자연과의 교감은 우리의 마음을 푸근하고 따뜻하게 한다. 윤수보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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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김두하

김두하

청도 bk갤러리 8.1~9.30

<보통소녀>는 2013년 말부터 기획된 ‘일반인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20~30대 여성의 신체를 기록하는 작업. 일반인 여성들은 <보통소녀>를 통해 사회가 규정한 ‘얌전한 여성’ 이라는 역할에서 벗어나 자신을 드러내고자 하는 본연의 욕구를 발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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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장용주

장용주

아트링크 9.11~21

전문적으로 임모화를 그려오던 장용주의 개인전. 이번전시에서 작가는 아크릴 표면에 전동드릴로 흠집을 내는 스크래치 기법과 에폭시패널 스크래치 기법의 작품을 선보이며 전통으로 단련된 작가가 현대의 기법을 통해 시간의 층위를 전한다.

 

 

 

 

[New Face 2014] 이미래

物性 고민의 실험장

작가 이미래의 작업은 물리적 공정에 의해 시작되고 결정된다. 그녀는 사전에 스토리를 면밀히 짜고 리서치를 기본으로 하는 방식을 취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사회에 대한 거대담론을 논하거나, 인간내면의 감정을 드라마틱하게 표출하는 형식을 띠지도 않는다. 다만 작업의 공정에서 발생하는 충돌에 천착한다. 그는 자신의 ‘정신성이 순수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나 자신을 믿지 않는다’고 스스로 평하지만 그의 작업은 물성 자체에 대한 당위성을 찾아 꾸밈없이 순수하게 나아간다. 작가는 각 작업 본연의 기능을 극대화할 뿐 그 이상의 방향성을 제시하거나,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재료와 형태 자체가 가진 본질이 각각의 작업에서 그대로 드러나며 이들은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현재 인사미술공간에서 진행 중인 이미래의 세 번째 개인전 <낭만쟁취>(8.14~9.14)는 작업 간 유기적 관계가 돋보인다. <수석장>은 이번 전시에 선보인 <청개구리 엄마무덤> 작업 과정에 발생한 시멘트 폐기물들을 모아 조각으로 만든 것, 길거리에서 줍거나 혹은 지인에게서 받은 크고 작은 물체들을 마치 전시장에 진열하듯 정돈해 두었다. 이전 작업인 <일본식 꽃꽂이>에서 선보인 이미지와 함께 다양한 조각이 나열되어 있다. 본래 작업실에서 물성실험을 즐겨 하며 사이즈, 부피, 탄성을 고려해 이리저리 배열하고 배합해 보던 작가의 습관이 반영된 작품이다. 죽어있는 매체들이 모여 있는 쇼케이스와 같은 수석장은 나란히 배열된 그녀의 조각을 연상케 한다.
반면 함께 전시된 <청개구리 엄마무덤>과 <청개구리 엄마무덤을 위한 비, 천둥, 번개 구조물>에선 이미래의 이미지에 대한 또 다른 고민을 엿볼 수 있다. 이 작업은 우화의 신파적 이야기 전개과정, 거친 날것의 재료와 단순한 움직임 장치 그리고 치밀하게 짜인 각 작업 간의 구성이 혼재되어 있다. 사실 <청개구리 엄마무덤>은 올해 초 서교예술실험센터에서 연 전시 <앞에서 본 누락>(2.19~3.9)에서 선보인바 있는 동명의 작품에 다양한 요소를 더해 복합적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천둥 효과에 육중한 무게를 주기 위해 시멘트 틀을 제작하여 볼링공을 굴리는 것이 눈에 띄는 변화다. 또 한 가지 변화는 웹투니스트 이자혜의 단편만화 <금덤판>을 협업형식으로 제작해 함께 설치한 점이다. 자신의 작업에 동시대 사회적 연결고리를 더하고 싶었던 작가는 이야기 전달에 가장 적합한 매체로 만화를 선택했다. 이와 같이 그녀의 작업은 면밀하고 명백하게 그 역할과 기능을 갖는다. 그리고 이들은 이전작업 혹은 함께 설치되는 작업 간 ‘얼기설기’ 엮어져서 서로 유동한다. 그렇지만 “청소를 하는 기분으로 정리정돈을 하면서 평면적이고 담백한 마음으로 작업을 한다”는 작가의 말처럼 그녀의 작업은 시각적으로 다분히 정제되어 있다.  작가 이미래의 작업은 이제 시작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여러 함의가 담긴 행복이란 단어에 뒤엉킨 무수한 이해관계의 조합 속에서 ‘낭만’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그는 단순하지만 이 시대에 참으로 얻기 힘든 낭만을 마치 작업이 가진 그 속성과 일치한다고 보았다. 이에 무한히 새로운 조형을 만들어내고,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근래의 조각이 디자인에 가까운 디스플레이를 하는 경향이 있다고 짚으며, “오랜 기간 지켜볼 수 있을 만큼 조형적 의미가 깊은, 고전주의적 숭고미를 느낄 수 있는 스펙터클한 작업을 해보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조각을 다루는 젊은 작가의 고민이 여실히 드러난다. 그녀가 포착할 물성의 조형적 변주가 기대된다.

임승현 기자

이미래는1988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울대 미대 조소과를 전공하고 영상연합매체를 복수 전공했다. 2013년 <문래3가에서 빛으로 가는 길>을 시작으로 3번의 개인전을 열었다. 그 외에 2011년부터 지금까지 10회의 그룹전 및 프로젝트 결과전에 참여했다.

이미래

<청개구리 엄마 무덤> 시멘트, 볼링공, 워터펌프, 스트로보, 마이크 대, 믹서,헤드폰 외 가변설치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