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3

엄기향

이공갤러리 2.26~3.4

시간의 흐름에 때라 대상에 대한 시각이 변화함을 고궁의 나무를 통해 전하는 엄기향의 개인전.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지난 시절을 지나온 경북궁의 나무를 통해 시간의 허무함과 권력, 세월의 무상함을 간결한 드로잉을 통해 전한다.

[section_title][/section_title]

25

브린 데이비스

트렁크갤러리 2.5~3.3

서양화의 과학적 접근방법과 대비되는 동양화의 여백의 미와 수묵화의 직관성에 매혹 됐다는 작가 브린 데이비스의 사진전. 작가는 이 같은 접근방식을 통해 서양적이고 남성적 형태언어로, 여성적인 동양풍경을 포착해 명상세계를 표현한다.
[section_title][/section_title]

26

서윤희

쉐마미술관 1.15~2.24

2009년부터 지금까지 기억의 간격이라는 커다란 테마 아래 종이의 얼룩과 번짐을 이용하여 독특한 작품세계를 보여준 서윤희의 개인전. 작가는 ‘기억의 간격’의 작업을 위해 청주 벌랏마을에서 진행된 기억의 간격위에 보여 줄 예정이다.
[section_title][/section_title]

30

양태근

성남아트센터 2.24~3.5

사라질 수밖에 없는 인간과 자연에 애도를 표하며 공존의 가치를 향하는 양태근의 개인전. 작가는 자연 존중의 철학과 인간과 자연의 대등한 관계를 지향하는 ‘생태학적 인식’을 작업의 바탕으로 하며 자연파괴를 반성하고 에코토피아를 꿈꾼다.
[section_title][/section_title]

27

송영은

삼진미술관 2014.12.12~2.28

캔버스의 중첩과 화면 위 색채중첩을 통해 다층적인 조형성을 꾀하는 송영은의 개인전. 작가는 소재의 특성을 강조하여 시각예술의 본질에 다가서려는 노력과 이러한 구성적 화면 구축을 통해 회화의 구조적 양식화에 근접하고자 한다.
[section_title][/section_title]

민경숙

민경숙

갤러리 수 2.4~10

작가는 어떤 대상을 자신만의 시각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에 대한 반성으로 가장 순수하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였던 아이의 마음을 꿈꾼다. 이번 전시인 <兒里의 하늘과 바람…>에서 순수한 아이의 시각으로 바라본 자연을 전한다.
[section_title][/section_title]

정영진

정영진

갤러리 파비욘드 2.16~3.3

정영진은 벽에서 벽으로 연결되는 가는 실로 현대인의 인연의 끈을 설명한다. 견고한 벽을 타고 연결된 가는 실은 고독한 현대인의 위태로운 삶 속에서 그나마 지탱할 수 있는 부분을 상징하며 어떻게든 서로 연결되어있는 인연의 모습을 형상화한다.
[section_title][/section_title]

오이량_Existence-heart_II_80x80cm_Etching_2010

오이량

에스플러스 갤러리 부산점 1.6~2.22

존재의 근원에 대한 고민을 주제로 평면에 입체감을 부여하는 오이량 작가의 37번째 개인전. 고요하게 자신의 내면에 집중하면서도 관객과의 소통을 시도하는 오이량의 작업은 존재에 대한 다양한 형태적 해석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section_title][/section_title]

허은주_소리-하모니1_116.8X91cm_혼합재료

허은주

허은주갤러리 2.3~16

소리를 시각화하는 허은주의 16번째 개인전. 작가는 자연의 소리든 악기의 소리든 그 소리는 마치 우리 삶의 축소판 같은 지혜를 담고 있다고 느끼며 소리의 하모니를 주제로 사실적인 이미지들을 거의 배제하고 소리 그 자체에 더 집중하였다.
[section_title][/section_title]

28

의식주(衣食住)…예술로 말하다

아트스페이스J 2.24~3.31

인간의 삶의 기본조건인 의식주를 통해 예술에 가까이 다가려는 취지의 두 번째 전시. 이번 전시에서는 먹거리를 소재로 사진 작업을 해오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들을 통해 ‘일상의 식재료’가 현대미술 속에서 ‘예술의 주재료’가 될 수 있는지를 살펴본다.
김광수작
[section_title][/section_title]

29

최혜심

가나아트스페이스 2.25~3.5

사랑이라는 감정의 모습을 한글 단어의 모습과 연결지어 그 뜻과 감정을 더욱 깊게 이해하도록하는 최혜심의 개인전.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언어의 상징성과 의외성에 주목하여 가장 아름다운 글자를 분해하고 재조합 하는 방식으로 세상의 감정을 비추어본다.
[section_title][/section_title]

미광 이규옥_장락무극_66x94.5cm_종이위에_수~

멋과 풍류-3인묵향

미광화랑 2.7~3.6

설 명절을 전후하여 부산, 경남에서 활동하던 작고작가 3인의 대표작 40여점을 선보인다. 연로 하신 분들에겐 향수를 잘 달래주고 젊은이들에겐 교육적 측면에서 “멋과 풍류”를 알릴 지난시절의 작품들을 돌아보며 온고지신으로 삼고자한다.
이규옥작
[section_title][/section_title]

김종인bottle1 (1)

김종인

갤러리 세인 2.27~3.13

병이라는 오브제를 통해 심미적, 기능성, 그리고 촉각성까지 연결되는 개념으로 보고즐기고 사용하는 도자기를 보여주는 도예가 김종인의 개인전.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도자기의 미적기능에 활용성을 더한 다변용된 도자기를 선보인다.

NEW FACE 2015 최현석

“최현석의 독특한 기록화 작품들은 기존의 심화된 전반적인 문제들을 수면에 드러내기 위해, 다각적 시선과 사실적 연출로서 당시 사건을 동시 다발적으로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 김유연 독립큐레이터

권력과 관습을 전복하는 기록화

최현석의 회화는 눈길을 끄는 힘이 있다. 전통 기록화를 닮은 독특한 작품 형식 때문만은 아니다. 그는 기록화, 민화, 고지도의 다양한 패턴, 다원적 시점을 능수능란하게 활용하며 화폭에 동시대 이슈를 자유분방하게 담아낸다. 요즘 작가들이 사진, 영상 등의 매체에 의존하는 것에 비해 그는 선조들이 그린 그림에서 흥미로운 요소들을 발견하고 독자적인 길을 개척한다. 그의 작품에는 따로 사인이 필요 없다.
최현석의 작업에서 흥미로운 점은 전통 기록화 고유의 권력적 속성을 전복한다는 것이다. 그는 “전통 기록화는 권력자들이 당대의 영광을 영원히 기억하도록 기록으로 남긴 욕망의 산물”이라고 말한다. 학부시절 그는 박물관에서 기록화를 처음 접하고 감응과 동시에 불편함을 느꼈다고 한다. 전통 기록화는 일반적으로 값비싼 종이나 비단에 그려진 것이지만 그는 천연 직물 중에서 가장 저렴한 재료인 마직물을 선택했다.
작품의 주제도 부조리한 현실에서 시작한다는 점에서 권력을 정당화하는 전통 기록화와 대척점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천안함 사건을 그리기 시작해 초기에는 구제역, 국립현대미술관 화재 등 동시대 사건에 집중했다. 최근에는 미디어에 노출된 장면이라도 자신만의 관점을 확보한 상황을 그리거나 장례식, 결혼식, 종갓집, 예비군 훈련 등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일상에서 관습을 내면화하는 불편한 지점을 그린다. 하지만 그는 작업을 통해 개인의 목소리를 내기보다 하나의 사건 혹은 풍경을 관조하는 방식을 택한다. 현실의 모순 그 자체를 직시하고 있는 그대로 자연스럽게 화폭에 옮기는 것이다. 이때 작가는 사건이나 풍경을 입체적으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주변의 구체적인 상황도 동시에 바라보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그의 그림이 내포하는 상황은 상당히 복합적이고, 화폭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각양각색이다.
예를 들어 장례식장을 그려야겠다고 생각하면 집중해서 머릿속으로 떠올린 장례식 장면을 그림으로 옮긴다. 고인은 아직 관에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그의 영정 앞에서 사람들은 절을 하고, 조의금을 모으는 상자에는 자물쇠가 잠가져 있다. 사람들 대부분은 고인의 죽음을 애도하기보다는 준비된 음식을 먹기 바쁘다. 어떤 이는 식장에 화환을 누가 보냈는지 명단을 정리하고 식장 한 켠에서 화투를 치는 사람들은 ‘호상好喪’이라고 외친다. 작가는 그림을 다 그리고 나면 말로 표현할 수 없었던 불편한 지점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고 말한다. 그는 완성된 작품에 ‘장례호상도’라는 제목을 붙였다. 사람들은 쉽게 ‘호상’이라는 단어를 쓰지만 그는 참 잔인한 말이라고 말한다. 이처럼 작가는 작품 제목을 마지막에 정하는데 이것이 작업의 직설적인 힌트라고 넌지시 말한다.
기록화의 힘은 전달력이다. 작가가 생각한 지점을 관람객도 가장 근접하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기록화는 매력적인 도구이다. 그는 작가가 왜 이 장면을 기록했는지 관객이 의문을 가지고,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기를 바란다. 그의 작품에서 인물들은 얼굴 표현이 없는데 특정인물로 간주하는 순간 사람들은 자신의 삶과 구분 짓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 사람들이 주제를 공유하고 함께 진지하게 생각해보기를 제안한다.
작품의 주제는 비판적이고 무겁지만 최현석의 작품은 밝고 화사하다. 그래서 블랙코미디에 가깝다. 그는 불편한 내용을 불편하게 그리기 싫다고 말한다. 그리고 “현실의 문제를 당장 해소할 수는 없지만 반성을 통해 더 나은 미래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예술의 반성적 원리는 작가 자신에게도 해당된다. “제가 비판적으로 그린 그림을 내가 어느 순간 그대로 한다면 그 그림은 거짓말이 되고 말죠. 갈수록 더 신중하게 작업하고 내 그림에 책임감을 지려고 합니다.”
앞으로 작가는 보다 다양한 주제를 기록화 형식으로 선보일 것이며 틈틈이 영상, 입체작업 등의 실험도 병행할 생각이다.
이슬비 기자

DF2B3765최현석은 1986년 출생했다. 서원대학교 미술학과와 중앙대 대학원 한국화학과를 졸업했다. 2012년 아트스페이스 에이치에서 열린 <기록정신-현실을 직시하다전>을 시작으로 2회의 개인전을 열었다.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OCI미술관 창작스튜디오 입주작가로 활동했다.

NEW FACE 2015 이병찬

“신경질적이던 행태는 차분해졌고, 위태롭던 움직임은 무게감을 찾아간다. 이것으로 미루어 볼 때 현재 괴물의 성장이 거칠 것 없이 힘차고 작가 또한 열등감이 아닌 건강한 감정을 괴물에 투사한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 김소영 큐레이터

 비정상 생태계에 숨을 불어넣다

거대한 괴기 생명체가 전시장에 나타났다. 형형색색의 몸체가 스스로 빛을 발하다가 이내 암흑 속으로 사라진다. 들숨날숨에 따라 몸체를 팽창했다 수축하기를 반복하며 제자리에서 사부작사부작 움직인다. 영화 ‘아바타’의 ‘나비족’이 뛰어나니던 곳에서나 봄직한 형상의 이 생명체는 그야말로 기기묘묘하다.
작가 이병찬은 현대사회 시스템을 비꼬는 논리로 작가만의 생태계를 표현하는 작업을 선보인다. 그리고 생태계를 표현하는 수단으로 그곳에서 살아가는 괴기 도시생명체를 창조했다. 작가가 바라본 현대 사회 구조는 모순적이고 비정상적이었다. 송도신도시 개발이 한창이던 시기에 그곳을 자주 오가던 작가는 오로지 개발논리에 따라 건설되는 기형적인 도시의 모습을 목도했다. 인간에 의해 철저히 구획되고 계획된 도시는 인위적인 자연과 거주공간을 ‘(부)자연스레’ 병치한 모습이었다. 길가에는 곳곳에 부동산 투자 유치 현수막이 걸렸다. 오롯이 소비에만 초점이 맞춰진 세상으로 비춰졌다. 현대인의 끊임없는 소비 패턴은 늘 채워지지 않는 물질적 탐욕을 반영한다. 소비하고 소진하는 행위는 무한히 순환한다. 작가는 대학시절 주변에 버려진 오브제를 주워 작업을 진행하곤 했다. 누군가 버린 물건은 작품으로 변주되어 소비되었다. 때로는 그가 버린 오브제를 다른이가 작업 재료로 사용하기도 했다. 이병찬에게 물건의 소비는 순환구조로 비쳤다.
작가의 판타지로 만들어진 생명체는 독특한 소재로 눈길을 끈다. 물건을 담는 비닐봉지는 소비된 물건을 운반하는 데 긴요하게 사용된다. 그러나 비닐봉지에 담긴 상품이 빠져나오는 순간 봉지는 거침없이 구겨지며 그 존재의 의미를 상실한다. 반면 비닐봉지는 불필요한 것을 담아 버리는 용도로도 쓰인다. 그러다보니 비닐봉지는 버려지는 것들의 총체적 메타포라 할 수 있다. 작가는 쉽게 용도폐기되는 비닐을 마치 실크천에 바느질을 하듯 한 땀 한 땀 수작업으로 이어 붙인다. 도시 생명체를 제작하는 데 필요한 것은 비닐과 작가의 손, 그리고 라이터다. 작가는 라이터 불로 비닐을 부분적으로 녹여 용접한다. 그 후 에어모터로 비닐의 끝부분까지 바람을 불어넣고 움직임을 부여한다. 재료의 특성상 작업을 수정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에 작업에 들어가는 시간과 공력이 만만치 않다.
초반에 비닐 작업은 다채로운 색보다는 단색을 사용했다. 또한 새로운 생명체의 모습보다는 개, 늑대나 사슴 등 실존하는 동물의 형상을 본따 작업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작가는 소비사회의 구조가 점차 악화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다보니 작가가 구현하는 생태계도 극단적으로 변했고 생명체의 형상도 점차 괴기스럽게 표현되었다.
그러나 그로테스크한 모습으로 보는 이에게 위압감을, 혹은 불편한 감정을 줄 수도 있는 이 비닐 생명체는 전시 종료와 함께 돌아가던 모터가 정지되는 순간, 한줌의 비닐봉지로 압축된다. 마치 물건을 뺀 봉지가 처참히 뭉개지듯 바람을 빼는 순간 생명체는 힘을 잃는다.
작가는 “판타지 속 생태계를 표현한다”면서 동시에“창조자적 입장으로 서있기를 거부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괴기스러운 생명체가 자신의 눈에는 전혀 무서워 보이지 않다”고 덧붙였다. ‘특이한 짓’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20대 후반의 평범한 남자가 생각하는 세상을 미술로서 표현했을 뿐이라고 전했다. 작업을 하는 작가도, 그리고 이를 바라보는 우리도 소비사회의 일원이다. 작가가 제3의 생명체를 탄생시키기 보다 그 자신과 우리 시대의 인물을 형상화했다는 의미로 읽힌다. 작가의 작품을 마주한 관객은 괴기스러운 세상에서 무지막지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자신의 자화상을 떠올릴 수 있지 않을까.
임승현 기자

이병찬 인물 (3)이병찬은 1987년 태어났다. 인천가톨릭대 환경조각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도시환경조각과를 수료했다. 2010년 AG갤러리에서 열린 첫 개인전을 포함해 5회의 개인전을 열었으며 다수의 단체전에 참가했다. 경남도립미술관에서 1월 29일부터 5월 13일까지 열리는 〈사물이색전〉에 참여한다.

NEW FACE 2015 김진희

“카메라를 든 김진희가 그녀의 이 시간여행을 동반한다. 미세한 물방울들처럼 솟아나는 속삭임에 따스하고 연한 빛을 비춰준다. 사랑의 행위 후 그녀들에게 남아 있던 말 없는 어떤 시선, 그 잔여에 빛이 가 닿는다. 그렇게 우리는 그녀들의 몸에 채 새겨지지 않은, 혹은 거칠게 새겨진 이야기들과 조우하게 되었다.”

– 김영옥 여성학자, 이미지비평가

 그녀들의 상처, 그리고 남은 이야기

김진희는 이번 송은아트센터 전시 <이름 없는 여성, She>(2014.12.12~1.21)에 <She>와 <April> 연작을 출품했다. <She> 연작이 20대 여성 초상사진을 통해 그들의 불안감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면 <April> 연작은 풍경사진에 자수를 넣어 불안을 봉합하고 상처를 치유하려는 의지를 담았다.
작가의 <She> 연작은 텍스트로 감지되는 직접적인 표현 이면에 숨은 어떤 이야기와 분위기 등을 프레임에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관객은 작가의 사진 앞에서 대상이 숨겨놓은 이야기를 궁금해 한다. “제 생각에 인물 사진은 그 어떤 사진보다 강한 힘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물 내면의 다양한 감정과 이야기는 한 장의 사진으로 담아내기엔 그 크기가 너무 큽니다. 그럼에도 제가 계속 인물 사진을 찍는 이유는 무질서의 공식이 인물 안에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인물 사진을 찍는 작가의 고단함과 그래서 더 하고 싶은 심정이 담긴 답변이다. 실제 그의 프레임에 등장하는 인물이 큰 용기(?)를 내준 지척 간의 인물이지만 그들을 온전히 이해하기란 불가능하며, 그래서 작업의 고단함이 느껴진다.
이번 전시와 더불어 이전 작업인 <Wisper(ing)> 연작을 보면 김진희의 작업은 매우 솔직한 작업이다. 특히 젊은 여성을 등장시킨 <Wisper(ing)>과 <She> 연작은 공허하고 불안함 가득한 얼굴로 카메라를 응시하거나 아니면 그것을 외면하는 20대 여성의 모습이 자수로 이뤄진 레터링과 함께 프레임에 담겨있다. 그 불안함의 근원은 무엇일까? 그것은 프레임이 담지 않은 대상의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일 것이다. “인물의 상처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고 말하는 순간부터 솔직한 작업이라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타인인 제가 그들의 상처를 다 이해할 수 없었다는 고백이 담겨 있는 작업이기도 합니다. 치유의 행위는 반드시 상처를 동반한다는 점에서 인물들의 불안함을 프레임에 담고자 했습니다.”
초기작과 이번 전시의 차이점은 텍스트가 전면에 등장한다는 데 있다. 초기작의 은밀함이 이번 전시에서는 보다 직접적으로 제시된 것으로 보였다. 철저한 타인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자신을 포함한 많은 여성이 사회나, 남성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지점에서 성을 느끼고 경험하고 있음을 말하고자 했다고.
그 과정에서 자수는 작가가 선택한 일종의 치유 방식이라고 고백했다. 자수를 위해 사진에 구멍을 내는 행위가 상처를 내는 것인 셈. 그래서 작업은 결코 지워지지 않을 상처의 흉터를 남기는 과정이다. 같은 여성이지만 결코 이해할 수 없는 한 개인이 삶에서 받은 상처는 아물긴 해도 그 흉터는 남기 마련이다. 이 작업은 최근 작가를 둘러싼 어떤 사건이나 상황이 계기가 된 듯한 인상을 풍겼다. “아무래도, 세월호 사건입니다. <April> 연작이 세월호 사건이 일어난 진도에 가서 보고 느낀 것들을 모티프로 하게 된 작업이고, 인물의 상처를 더 용기있게 바라보고자 생각했던 시점도 세월호 사고 이후입니다.”
작가의 초기 연작 <Wisper(ing)>은 20대 여성의 성(性)에 대한 이야기다. 분명 어떤 내러티브를 갖고 있음을 짐작게 하지만 그것을 속단하기가 조심스럽다. “제 삶의 이야기예요. 보시다시피 설명할 수 없는 무게감이 작업으로부터 느껴지지요. 불특정다수의 20대 여성을 만나 그녀들의 성에 관련된 경험이나 생각, 느낌들을 듣고 그것들을 나의 시선으로 재구성했어요.” 과정이 결코 쉽지 않았단다. 무엇보다 대상으로서 그들의 마음을 여는 작업이 가장 어려웠을 터이다. 그래서 그들과의 대화는 눈물과 웃음 범벅이 되었다. “그렇지만 그녀들이 저를 만나기 꺼려 할수록, 제게 자신의 이야기하는 걸 꺼려 할수록, 카메라 앞에 설 자신이 없을수록 나는 이 작업을 놓을 수가 없어요.”
마지막 질문을 좀 엉뚱하게 해봤다. 스스로를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아직 잘모르겠습니다. 시간이 좀 더 지나야 제대로 대답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지금 드릴 수 있는 답변은, “김진희는 사진을 주 매체로 작업하는 여성 작가이다” 정도?”

황석권 수석기자

IMG_0055김진희는 1985년에 태어났다.
중앙대학교 사진학과, 동 대학원을 중퇴했다. 서울과 도쿄에서 4회의 개인전을 열었다. 또한 한국을 비롯 일본, 중국 등지에서 열린 그룹전에 출품했다. 아이포스 사진비평상(2011)을 수상했다. 현재 서울에서 작업하고 있다.

ART BOOK 논픽션과 픽션이 오가는 고구려 벽화고분 이야기

전호태 (1) 전호태 《비밀의 문 환문총》김영사 2014

“1988년 어느 여름날 대학 선배로부터 건네받은 이 책은 환문총의 벽화가 왜 두 번 그려졌는지에 대한 비밀을 파헤치는 중요한 서적이다.” 연구서를 발견한 국립박물관 미술부의 학예사 한인규의 증언이다. 그러나 한인규는 저자의 페르소나 정도로 보이는 허구의 인물이다. 환문총이 실존하는 고구려 벽화고분이며 기존의 벽화 위에 다시 벽화를 그렸다는 것만이 사실이다.《 비밀의 문 환문총》은 고구려 벽화고분 전문가 전호태가 30년 이상 연구한 자료를 기반으로 환문총을 색다르게 해석한 서적이다 . 그러나 그는 자신의 연구 총체를 학술 용어를 나열하거나 연구서 방식으로 서술하지 않았다. 이 책은 다큐멘터리와 스토리텔링 사이에서 오묘한 줄타기를 한다. 저자의 표현대로라면 ‘다큐텔링’이다. 최근 방송과 서점가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팩션faction과 유사하다. 환문총은 생활풍습을 그린 기존의 벽화 위에 단순한 동심원문을 그린 미스테리한 고구려벽화고분이다. 그러나 논문으로 쓰기에는 사료가 부족해 늘 수수깨끼의 단편들로만 남아있었다. 결국 저자는 자료와 고증을 바탕으로 친허구의 인물을 등장시켜 친근한 접근을 시도해 오히려 높은 관심과 설득력을 이끌어냈다.
이 책은 일제강점기에 직접 고분을 발굴 및 조사한 일본 관학자와 그곳에 있었던 조선인의 에피소드부터 불교에 귀의한 소그드족 청년 호자의 전법여행 여정을 통해 서역과 고구려, 신라의 불교문화를 소개한다. 또한 고구려 대귀족의 세계관의 변화, 신라와의 전투 이후 평양성이 함락된 상황에서 국내성 일대 고구려인의 삶까지 시공간을 옮겨가며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러한 글쓰기는 철저한 연구가 기반이 되지 않으면 하기 힘든 시도다. 저자는 “연구서와는 다른 소설식 어법 사용이 익숙지 않아 고생했다. 아직 다듬어야 할 부분이 있다. ‘다큐텔링’은 연구서를 쓰는 것보다 훨씬 많은 생각을 녹일 수 있다”며 새로운 장르 글쓰기의 고충을 털어놓으면서 동시에 글이 지닌 전문성도 강조했다. 이번 책은 지난 10년간 저자가 대중과 전문가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는 다양한 글쓰기를 꾸준히 했기에 가능했다. 고구려 벽화고분, 나아가서는 고구려사를 쓰면서 어린이, 청소년, 비전문가, 전문가 등 독자의 눈높이에 맞춰 접근해왔다. 학술 연구서 저술도 중요하지만 대중의 관심도 함께 나아가야 학술 분야 연구에도 힘이 실릴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사실 많은 이가 고구려에 어렴풋한 역사적 자부심을 갖지만 고구려에 관한 연구는 백제와 신라에 대한 연구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저자가 처음 고구려 벽화고분 연구를 결심하던 때 주변인들 대부분이 만류했다. 그러나 전호태는 문헌사 및 양식사 위주의 기존 연구방식보다 지성사적인 방법론을 취하며 이를 평생의 과제로 삼았다. 연구 초기에는 자료가 불온서적으로 취급되어 읽지 못하거나, 유적을 보지 못하는 등의 한계가 있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그는 일제강점기에 쓰인 연구서에 실린 고구려벽화고분의 이미지와 내용을 표로 정리해 완벽히 암기했다. 보지 않은 것을 상세히 묘사하는 그의 역사적 상상력은 그곳에서부터 시작됐다. 2004년 연구차 북한을 방문했을때, 일본을 통해 저자의 연구서를 읽은 북한의 고구려벽화고분 연구자들이 그의 생생한 상황 묘사에 나이 지긋한 노교수로 착각했다고 한 에피소드는 그의 사실적이고 실감나는 묘사력을 알게해 준다.
안타깝게도 저자가 연구를 시작하던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고구려사 연구는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 연구비·취직·실견 불가라는 3불不의 상황이 연속되고 있다. 저자는 지금까지의 연구를 바탕으로 고구려사가 좀 더 폭넓은 지성사적방식으로 확장되기를 바란다. ‘다큐텔링’의 새로운 글쓰기 방식은 대중의 관심과 인식을 고취시킬 수 있는 디딤돌이 될 것이다.
임승현 기자

전 호 태 Jeon Hotae
1959년 태어났다. 서울대 국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 문화재청 문화재 전문위원, 미국 UC버클리대 및 하버드대 방문교수를 엮임했다. 《고분벽화로 본 고구려 이야기》 《살아있는 우리 역사, 문화유산의 세계》 를 포함 다수의 저서가 있다. 2001년 제 41회 백상출판문화상 인문과학부문 저작상을 수상했다. 현재는 울산대 박물관장 및 역사문화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separator][/separator]

1.간송미술간송미술36:회화
백인산 지음
국보급 문화재를 다수 소장한 간송미술관의 작품 중 조선시대의 문화를 잘 나타내는 대표적인 회화 36점을 묶어 우리 문화와 역사를 살펴본다. 저자의 차분한 해설로 우리 그림에 나타난 이야기를 읽어가며 우리 문화재의 진정한 가치를 알아본다.
컬처그라퍼 308쪽·20,000원
[separator][/separator]
2. 아나키와 예술아나키와 예술
앨러니 앤틀리프 지음/신혜경 옮김

행동주의 예술비평가인 저자가 예술사에서 아나키즘에 대해 집중 고찰한 책. 1860년대부터 20세기 후반에 이르기까지의 역사와 철학, 사회·정치적인 굵직한 사건을 중심으로 아나키즘 예술가들이 그 과정에 어떻게 개입했는지를 흥미롭게 설명한다.
이학사 297쪽·18,000원
[separator][/separator]
7아트마켓 바이블
이지영 지음

예술품 어드바이저이자 큐레이터인 저자가 미술시장에 대한 원론적인 질문에 명쾌한 답을 제시한다. 저자의 생생한 경험담과 풍부한 사례 그리고 친절한 참고도판을 통해 미술시장 시스템, 각 나라의 미술시장 특징과 흐름 등을 설명한다.
미진사 328쪽·20,000원
[separator][/separator]
10예술,철학을 만나다
장병희 지음

근현대 철학자들의 시선으로 예술을 감상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문학작품과 한국 영화부터 할리우드 영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예술작품을 데카르트, 헤겔, 프로이트, 데리다 등 철학자들의 시선으로 접근해 미학적 의미를 고찰해 본다.
까치 320쪽·18,000원
[separator][/separator]
2철학을 담은 그림
채운 지음

유명 작가의 작품을 장자와 니체를 넘나드는 폭넓은 경구를 인용하여 설명한다. 작품을 통해 저자는 피로에 지친 이들에게 진정한 삶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일상적인 이야기와 그림에 대한 상세한 해석은 독자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
청림출판 312쪽·13,800원
[separator][/separator]
5프라도 미술관에서 꼭 봐야 할 그림 100
김영숙 지음

짧은 여행에서 미술관을 들를 때, 중요한 작품만은 놓치지 않고 감상하려는 이들을 위한 명화 안내서. 실제 미술관의 관람동선을 따라 중요한 작품을 짧게 설명해 부담없이 읽을 수 있다. 간략한 스페인사 소개를 곁들여 배경 이해를 돕는다.
휴머니스트 220쪽·15,000원
[separator][/separator]
8한의사는 무당이 아니다
이하림 지음

미술사와 한의학을 전공한 저자가 한의사가 갖춰야 하는 마음가짐에 초점을 맞추며 한의학이 비과학적이라는 비판에 대해 반론을 제기한다. 또한 신체, 질병 등의 묘사가 나타난 미술 작품을 소개해 치료의 역사를 인문학적으로 폭넓게 접근했다.
H하우스 392쪽·15,000원
[separator][/separator]
11그들은 그 집에서 무슨 꿈을 꾸었을까
노은주·임형남 지음

고궁, 사찰, 가옥 등의 전통건축을 건축가 부부의 눈으로 소개한다. 우리 전통건축에 나타난 시대적인 의미와 공간적 가치에 대해 단편적인 정보 나열을 지양하고 자연과 공간의 배치, 공간의 의미를 해박한 인문학적 내용을 기반으로 설명한다.
지식너머 312쪽·14,000원
[separator][/separator]
3디자인의 역사
케롯&페터 피엘 지음/이경창·조순익 옮김

디자인의 기원부터 양식, 운동, 학파를 연대순으로 소개하면서 디자이너들의 개별 작품도 살펴본다. 시대를 대표하는 역사적 사건과 디자인의 양식적 주제를 궤도를 같이해 해석했다. 간략한 설명과 풍부한 도판은 디자인의 변화를 이해하기 쉽게 돕는다.
시공문화사 512쪽·45,000원
[separator][/separator]
6박물관 경영과 마케팅
이보아 지음
저자가 오랜 기간 박물관 현장에서 체득한 경험과 학문적 이론을 바탕으로 박물관의 정의, 유형, 역할, 경영과 마케팅 등을 설명한다. 박물관의 기초 이론부터 최근의 경영사례와 전략 등을 다각도로 접근해 분석한 전문 박물관 경영 연구서다.
김영사 340쪽·18,000원
[separator][/separator]
9창조도시 요코하마와 뱅크아트1929
최선 지음

저자가 2011년 일본 요코하마의 <뱅크아트1929 레지던시>에 참여할 당시 만난 일본 작가와 그곳의 전시 공간을 소개한다. 또한 요코하마의 문화예술 정책인 〈창조도시 요코하마〉와 그 핵심기관인 〈뱅크아트 1929〉에 대한 개괄적인 설명을 담았다.
수르 200쪽·15,000원
[separator][/separator]
12스몰 토크:뉴욕에서의 대화
맹지영・유J 지음

서울과 뉴욕의 미술계를 경험한 큐레이터와 아트 디렉터인 두 저자가 두 도시의 미술 현장을 소개한다. 가벼운 대화를 나누는 형식을 취해 예술에 대한 심리적 거리감을 좁히고 이야기 주제를 미술관 갤러리뿐 아니라 일상 속의 공간으로 넓힌다.
북노마드 256쪽·15,000원

ART JOURNAL

연대하는 삶의 새로운 방식을 제시하다
두산 큐레이터 워크샵 기획전〈다른 방식의 O(Another O)〉열려

젊은 기획자들의 시각이 드러나는 〈다른 방식의 ○(Another ○)전〉이 1월 14일부터 2월 14일까지 두산갤러리에서 계속된다. 이 전시는 신진기획자 양성프로그램인 ‘두산 큐레이터 워크숍’에 참여한 김소영 박보람 박은지가 기획했다. 이들은 대안적인 공동체의 모습을 예술에서 찾고자 한다. 이번 전시 제목의 주어격인 원문자‘○’에서 기성세대의 언어를 대체하고자 한 기획자들의 고민이 읽힌다. 보는 이에 따라 다르게 발음되고 해석되는 부호‘○’를 사용해 새로운 관계 모색을 표현한 것이다. 3인의 기획자는 개인의 능력을 향상시켜서 남보다 앞서 나아가는 것을 목표로 살아온 세대다. 그런 무한경쟁 속에서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은 불안한 내일을 헤쳐 나가는 방법으로 ‘함께하는 삶’의 필요성을 느꼈다.
전시에 참여한 오디너리피플, 장서영, 장파, 최윤석, 한받 작가는 더불어 사는 삶을 다양한 시각으로 보여준다. 오디너리피플은 전시참여 작가, 기획자 그리고 외부 필진이 참여한 작품(<탁구공>)을 선보여 새로운 방식의 연계를 제시했다. <탁구공>은 각자가 생각하는 3단어를 표현한 텍스트, 영상, 페인팅을 통해 일종의 ‘작업 끝말잇기’를 하는 형식이다. 프로젝트의 전 과정을 블로그(takgoogong.tumblr.com)에 공개함으로써 참여자와 관람자의 연결 폭을 무한히 확장했다. 반면 사운드작업을 진행하는 자칭 ‘민중 엔터테이너’ 한받은 오프라인(전시장과 길거리)에서 관람객과 관계를 형성한다. 전시장에서 ‘구루부 구루마-언익스펙티드 리얼라이제이션’ 공연을 선보이는가 하면, 1월 23, 24일 이틀간 지원자를 모집해 ‘구루부-패션투어(‘미쓰-매치’전략을 중심으로 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작가는 시장이 만들어낸 유행에 따라 패션을 소비하는 행태를 벗어나 주체적인 옷 입기를 제안했다. 참가자들은 버려진 옷가지 중에서 맘에 드는 것을 골라 스스로 코디하고 두산갤러리부터 황학동까지 거리 행진을 했다. 또 다른 참여 작가 최윤석은 일상의 오브제를 활용한 드로잉, 비디오, 사운드, 퍼포먼스를 통해 공감각적 소통을 시도했다. 한편 참여작가 외에도 신보성 이창석이 결성한 팀 ‘힐긋’이 전시공간 디자인에 참여해 공간에 분절을 배제한 공동 구역을 모색해 눈길을 끌었다.
기획자 3인은 전시 기획의도에서 작가의 독특한 방식에 따라 기존의 틀을 탈피하여 공존의 새로운 양상과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고 했다. 전시 메시지의 초점을 ‘틀을 깬 공동체’에 맞췄지만 기존 예술에서 표현된 공동체의 틀을 변주한 데 머문 듯 보이는 형식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럼에도 오늘을 살아가는 젊은 기획자와 작가들의 세상에 대한 목소리는 분명하게 드러났다. ‘두산 큐레이터 워크숍’은 매년 40세 이하 큐레이터 3명을 선정해 양성하는 프로그램이다. 선정된 기획자는 1년간 강의, 세미나,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현대미술의 이론과 현장을 익힌다. 큐레이터로서의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도와 한국 현대미술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키겠다는 취지다.
[section_title][/section_title]

전주
자신과 타인의 관계를 성찰하다
인물 중심〈꽃미:사람 사이전〉

서신갤러리(관장 박혜경)에서 〈꽃미:사람 사이전〉(이하 꽃미전)(2014.12.27~2.28)이 열리고 있다. 꽃미전은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여는 전시로 올해로 열한 번째를 맞는다.
이번 전시 부제는 ‘사람 사이’로 인물 작업을 주로 하는 8인의 회화와 조각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김성민은 남자누드를 통해 작가를 비롯한 동시대인의 실존과 고독을 이야기한다. 조헌은 주변 인물의 미화되지 않은 일상을 진지한 시선으로 표현했으며, 윤철규는 소박한 자신의 삶 속에서 만나는 지인들의 모습을 작가 특유의 긍정과 애정 어린 시선으로 담아낸다. 박시완은 기억에 근거한 인물의 모습을 거친 붓의 스트로크를 살려 형태를 깨뜨리고 심상에 집중하는 작업을 선보인다. 양순실은 얼굴 없는 마네킹이 되어버린 여인의 이야기를 잔잔히 들려준다. 이주리는 자신을 드러내지 못하고 뒤엉킨 남성누드 이미지를 통해 현대인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박성수는 평범한 여성 모델의 이미지를 통해 오늘날 우리가 이야기하는 아름다움이란 어떤 것인지를 자문한다. 윤길현은 투박하지만 사랑스러운 순정파 남자를 익살스럽고 유머러스함을 담아내고 있다. 강민지 큐레이터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8인의 작가와 관객, 나아가 자신과 타인의 관계를 성찰하는 시간을 마련하고 싶었다”고 이야기한다.
전주=최정환 통신원
[section_title][/section_title]

광주디자인비엔날레
변모하는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새로운 추진사업단이 주관, 예산은 줄어

광주디자인비엔날레가 새로운 ‘주인’을 맞는다. 1회부터 행사를 주관해오던 광주비엔날레재단 대신 별도로 꾸려지는 추진사업단이 주관하게 된다. 또 예산이 대폭 줄어들면서 행사 기간과 규모도 축소된다. 최근 광주시에 따르면 올해부터 광주디자인센터 내에 별도의 사업단을 신설하고 경험이 풍부한 광주비엔날레재단 인력 등 전문가를 파견하는 형식으로 꾸려진 별도의 추진사업단이 광주디자인비엔날레를 진행한다.
지난 2005년 첫 행사를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모두 5차례의 행사를 치른 광주디자인 비엔날레는 그동안 ‘예술’과 ‘산업’ 사이에서 정체성이 모호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또 최근 개혁 작업에 들어간 광주비엔날레재단과 광주비엔날레 혁신위원회에서도 재단 경영 효율화를 위해 광주시 위탁 사업인 광주디자인비엔날레를 포기해야 한다는 의견이 수차 제기됐다.
특히 매회 20억 원의 국비를 지원하는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지역 경제와 연관되는 실질적인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는 광주디자인비엔날레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임에 따라 별도의 조직으로 행사를 추진, 광주디자인비엔날레 본연의 정체성을 찾겠다는 것이 광주시의 생각이다. 기존 50억 원(국비 20억 원, 시비 20억 원, 민자 10억 원)이던 예산이 내년부터는 23억 원(국비 9억 원, 시비 9억 원, 민자 5억 원)으로 축소됨에 따라 행사 규모가 대폭 줄어드는 것은 우려되는 부분이다. 광주시는 남은 예산 22억 원(국비 11억 원, 시비 11억 원)은 광주디자인비엔날레와 별개인 디자인 개발 사업비로 사용할 계획이다.
광주=박진현 통신원
[section_title][/section_title]

부산
부산비엔날레가 걸어갈 방향
‘부산비엔날레 개선방안 공개토론회’ 개최

(사)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에서는 지난 1월 10일 부산디자인센터에서 ‘부산비엔날레 개선방안 공개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공개토론회에서는 지난해 발족한 ‘제도개선 위원회’에서 논의된 내용들을 바탕으로 부산비엔날레의 새로운 목표와 과제를 담은 비엔날레 선언문 제정, 부산비엔날레 전용관 건립·운영, 학술위원회 등 각종 위원회 활성화, 부산비엔날레 재단법인 전환 문제 등이 논의됐다. 또한 이사회, 운영위원장, 전시감독 등에 관한 규정을 분명히 하자는 구체적인 개선안도 제시됐다. 기조발제는 제도개선위원회 책임연구원으로 참여한 전승보 세종문화회관 예술감독이 맡았으며, 미술평론가 임근준이 진행한 토론에는 서상호 오픈스페이스 배 대표, 우석봉 부산발전연구원 문화관광정책연구원, 안원현 신라대 교수, 최태만 국민대 교수 등이 참여했다. 부산=김은경 통신원
[section_title][/section_title]

송은
일상과 예술의 구분을 뛰어넘다
전소정, 제14회 송은미술대상 수상

송은미술재단은 1월 9일 제14회 송은미술대상에 미디어아티스트 전소정이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이에 앞서 2014년 12월 12일부터 1월 31일까지 송은아트센터에서 예선과 본선심사를 통해 최종 결정된 대상 및 우수상 수상 작가 4인(도수진, 전소정, 조소희, 이진주(사진 왼쪽부터))의 전시가 열렸다. 대상 수상자에게는 상금 2,000만원과 향후 송은아트스페이스에서의 개인전 개최 기회가 주어진다. 우수상에 선정된 3인은 각각 상금 1,000만원을 받았다. 또한 수상자 모두에게 ‘송은 아트스페이스-델피나 레지던시’의 지원자격이 부여된다.
[section_title][/section_title]

대구_정미옥

대구_임현락

동양화와 서양화의 선이 교차하다
임현락 정미옥 2인전〈Seeing & Being〉

스페이스K 대구에서 열린 2인전 〈Seeing & Being〉(2014.12.11~1.30)은 임현락과 정미옥, 두 현대 미술가가 펼쳐 온 작업의 현재를 들여다보는 기회가 되었다. 한국화가 임현락은 장지와 먹을 주로 쓰며 평면회화와 공간 설치를 완성했으며, 서양화가 정미옥은 캔버스 위에 페인팅 작업을 선보였다. 두 작가는 모두 붓을 이용하여 선을 표현하고 있음에도, 선에 관한 개념은 한국화와 서양화의 접근 방식에서 다른 점을 보여준다.
정미옥의 ‘Seeing’은 우리가 회화를 바라보는 원리에 대한 해석이다. 착시효과에 기댄 옵아트는 정미옥이 일관되게 선보여 온 작품을 설명하는 특징이었다. 전체적으로는 선이 눈에 띄지만, 여기에는 색의 명도와 채도가 연출하는 미묘한 변화를 패턴 속에서 반복되게 표현하는 과정이 작업이다. 작가는 이전에 주로 시도하던 스크린 프린트 방식의 판화 대신 아크릴 물감을 캔버스에 바른 연작 <Accumulation>(오른쪽)을 선보였다.
한편, 임현락은 ‘Being’을 통해 생명에 대한 본인의 성찰을 드러냈다. 도시의 회색 건조물 틈 사이에 뿌리를 내리고 싹을 틔우는 들풀을 보는 그의 시선은 한낱 잡초로부터 모든 생명체의 존속 의지를 읽고 있다. <바람> <호흡 ‘1초’>(왼쪽)와 같은 제목은 순간을 작품 속에 잡아내는 과정을 담고 있다. 수묵화와 설치작업이 율동하며 공간을 채운 임현락의 작업은 같은 전시 공간을 나누어 쓰는 정미옥의 작품 배치와 대비를 이뤘다.
현직 대학교수라는 공통점을 가진 정미옥, 임현락은 현대미술의 영역 내에서 가능한 철학을 각자의 작업에서 용이하게 해석할 여지를 만들어왔다는 점도 공유한다. 많은 선을 반복해서 쌓거나 내리면서 작업을 완성한 이번 전시는 외형적으로 전시 공간의 해석에서 완성도를 높였다. 한 가지 구상을 환류적으로 제안한다면, 두 작가가 지닌 공통점이나 차이점을 교차하여 평가하는 일일 것이다. 예컨대 서양화가 정미옥의 작업에 동양철학의 전일적인 시각을 적용하고, 한국화가 임현락의 작품 해석에 서양철학의 방법론을 적용하는 시도가 그것이다.대구=윤규홍 통신원

[section_title][/section_title]

룩스 (3)
갤러리 탐방
“사진전문 갤러리를 넘어 새로운 방향성을 갖는다”

사진전문 갤러리로 알려진 갤러리 룩스가 옥인동으로 이전해 새롭게 문을 열었다. 2014년 3월 전시를 마지막으로 인사동에 있던 전시공간을 닫은지 약 9개월 만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갤러리 룩스는 시간이 갈수록 관광지화되는 인사동을 벗어나 작품에만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전시공간을 구축하기위해 옥인동으로 이전을 결정했다. 옥인동은 효자동에서 살짝 벗어난 동네라 아직까지 미술 갤러리가 모여있는 곳은 아니다. 미술 불모지에 전시장을 이전한 것만으로도 어려운 결정이었을 텐데 건물을 신축하는 결단을 내렸다. 현재 1층은 카페, 지하 1층은 소규모 공연장이 들어설 예정이다. 갤러리는 2,3층에 자리 잡았다. 심혜인 갤러리 룩스 대표는 “공연장이 들어서면 갤러리와의 다양한 협업이 일어날 것으로 기대된다”며 앞으로 갤러리 룩스의 전시가 다변화될 가능성을 내비쳤다. 사진전문 갤러리라는 꼬리표를 떼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셈이다. 사진을 다루지 않겠다기보다 다양한 장르의 현대미술을 아우르겠다는 뜻이다. 심 대표는 “현대미술에서 더 이상 장르를 내세운 갤러리는 무의미하다고 판단했다”며 “이전을 계기로 전시의 변화를 뚜렷이 보이려 한다”고 밝혔다. ‘사진전문 갤러리’ 보다는 ‘현대미술 갤러리’로 불리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러나 사진에 대한 그녀의 열정이 식은 것은 아니다. 갤러리 룩스의 이전 재개관 첫 전시 역시 사진전이다. 〈장면의 탄생〉은 1부(〈장면의 탄생: 모서리를 걷는 사진들〉, 1.22~2.21)와 2부(〈의문의 태도를 지닌 사진들〉 2.25~3.24)로 나뉘어 진행된다. 첫 번째 전시는 권오상, 김도균, 박승훈 등 8명의 작가들이 참여했다.
또 한 가지 변화로는 전시 기간의 유연성과 대관전의 지양을 들 수 있다. 단독 건물에 갤러리가 들어서면서 전시 스케쥴을 유동적으로 조정할 수 있게 되었다. 현재 전시당 한 달 정도의 전시기간을 예상하고 있다. 또 대관전을 배제하고 갤러리의 기획전만으로 전시를 꾸려나갈 생각이다. 경제적으로도 큰 도전이다. 아트 컨설팅, 미술품 대여 사업도 차츰 확대해 갤러리의 역할을 다변화할 것이다. 물론 일관된 부분도 있다. 2008년부터 매년 진행해온 신진작가 지원 프로그램이다. 2014년은 갤러리 이전 때문에 작가선정 기한을 놓쳐 2015년 선정된 작가는 없다. 그러나 올해부터 심사방식에 약간의 변화를 주어 지원전시를 이어갈 생각이다.
인왕산 아래 자리 잡은 전시공간은 고요하고 안정적이지만 전시장 내부가 다소 협소해 보이는 점이 아쉽다. 그러나 공간보다 전시기획이 중요하다. 새로운 얼굴로 찾아온 만큼 앞으로 사진과 타 장르 간의 조화를 이뤄가며 만들어갈 갤러리 룩스만의 색깔이 주목된다.
문의 www.gallerylux.net 02-720-8488
임승현 기자

Editor’s Letter

창작과 비평의 조화

이번 호부터 책의 형식, 즉 디자인을 살짝 바꿨다. 우선 본문 글씨 크기를 조금 키웠다. 때문에 각 꼭지별로 글 분량이 약간씩 줄어들었다. 글씨가 너무 작다는 의견을 종종 들었던 탓도 있고, 글 쓰는 필자나 읽는 독자 모두에게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고 싶은 마음 또한 없지 않았다. 그렇다고 내용마저 느슨해지지는 않았다. 필자 섭외부터 사진하나 선택까지 더욱 심사숙고했다. 이 밖에도 눈에 잘 띄지 않는 구석구석에서 변화를 시도했다. 이 모든 게 결국 책의 가독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다. 어떤 평가와 반응이 있을지 자못 궁금하다.
그리고 예전 ‘리뷰’ 꼭지에 ‘크리틱’이라는 새 이름을 붙였다. 대신 ‘리뷰’는 ‘크리틱’과 ‘프리뷰’ 사이에 사진 한 컷으로 간략히 처리했다. 부언하자면 ‘크리틱’ 꼭지는 여기에 선정된 작가/전시 보다 이론가/비평가에게 방점을 찍고자 하는 의도에서 개발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비평’의 기능과 위상을 더욱 강화하고자 함이다. 지금까지 ‘리뷰’는 해당 전시의 이해당사자, 즉 작가 개인이나 전시기획자 혹은 갤러리나 미술관 관계자 위주였던 게 사실이다. 그래서 거기에 선정된 것만으로 뭔가 특별한 대접(?)을 받거나 마치 좋은 전시로 공인받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앞으로 ‘크리틱’은 선정된 전시보다 글 내용과 필자에 권위가 실릴 것이다. 어떤 전시가 됐던 날카로운 분석과 냉철한 비판을 수용할 것이다. 이른바 ‘주례사 비평’을 지양하겠다는 말이다. 아무래도 이번이 처음이라 그 성과가 단박에 드러나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도 회를 거듭할수록 꼭지의 성격이 차츰 부각될 것으로 기대한다.
창작하는 작가도 그렇지만 특히 미술이론을 전공한 사람은 몇 배 더 먹고살기 힘든 게 현실이다. 교수나 학예원구원 같은 안정된 직업이 없으면 더욱 그렇다. 그러니 세컨드 잡 없이 오직 전업 글쟁이로만 생계를 유지하기란 불가능하다. 이런 가운데 《월간미술》은 지금까지 단 한차례 지연이나 누락 없이 모든 필자에게 소정의 원고료를 제때 지불해왔다. 이건 자화자찬이 아니다. 너무나 기본이고 당연하며 심지어 윤리적인 문제라서 하는 말이다. 하지만 제작환경이 열악한 여타 미술잡지사는 꼭 그렇지 못한 걸로 알고 있다. 안타깝다. 이처럼 대부분 미술이론가의 원고료 수입은 불안정하다. 게다가 너무 헐값이다. 조속히 정상적으로 현실화되어야 한다. 그럴 때 비로소 창작과 비평의 조화가 이뤄지고 궁극엔 우리 미술 판의 생태계가 건강해질 것이다.
편집장 이준희 dam2@unitel.co.kr

[bold_title]contributors[/bold_title]

MM_CT이태호
명지대 교수, 문화예술대학원장
테마기획 <공재 윤두서>의 기획 단계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 국립광주박물관에서 열린 동명의 전시를 제안한 주역이다. 2014년 12월 24일 진행된 ‘공재 윤두서에 대한 모든 것’ 제하의 강연은 인산인해였다는 후문. 특별히 《월간미술》을 위해 새롭게 발굴한 윤두서 일가의 작업을 소개해 주었다. 한 편의 글에 아쉬움이 남는 독자에게 반가운 소식이 있다. 진경산수화에 등장한 실경을 직접 답사한 연재글을 《월간미술》을 통해 곧 만날 수 있다.

 

[separator][/separator]
IMG_0727김준기
대전시립미술관 학예연구실장
2012년에 이어 올해에도 예술과 과학의 접점을 탐구하는 비엔날레급 행사 <프로젝트대전 2014>를 진두지휘했다. 미술전문지 《가나아트》 기자로 미술계에 입성해 사비나미술관, 부산시립미술관 등에서 일했다. 민중미술, 분단미술, 공공미술, 액티비즘 등을 주제로 공공영역에서 예술적 실천을 위한 다수의 전시기획과 미술 평론활동을 선보였다. 2007년 석남미술상 젊은 이론가상을 수상했다.

 

[separator][/separator]

임근혜임근혜
서울시립미술관 전시과장
작가 리경의 일본 개인전 소식과 <아프리카 나우>에 대한 주요 정보를 제공해 줬다. 홍익대 예술학과를 졸업하고 런던대학교 골드스미스 칼리지에서 큐레이터십 석사 학위를 받고 돌아와 2009년 영국 현대미술을 다룬 《창조의 제국》(지안출판사)를 냈고 3년 후에 개정판을 출간했다. 다시 유학길에 올라 영국 레스터대학 박물관학과에서 ‘한국의 문화정책과 미술관 운영’을 주제로 박사논문을 썼다.

 

[separator][/separator]

Column

대학미술교육의 가능성을 말하다

지난 12월 6일 서울 서초동 한원미술관에서 대학미술협의회 주최로 학술토론회가 열렸다. 4시간에 걸쳐 난상토론 형식으로 진행된 이날의 주제는 ‘미술대학과 대학미술교육의 문제점 및 개선방안’이었다. 사회자 김노암(문화역서울 284 예술감독)의 진행으로 김태호(서울여대 교수), 임근준(미술평론가), 류장복(작가), 강영민(작가)이 참여해 허심탄회하고 진지한, 그리고 때로는 격론에 가까운 토론을 벌였다. 주제 자체가 별로 새로울 것 없는 해묵은 난제였기에 자칫 잘못하면 미술대학 성토대회로 끝나지 않을까 염려스러웠다. 그럼에도 현황의 문제점을 다시금 진단하고, 보다 나은 대안을 모색하는 노력을 게을리 할 수 없기에 애써 마련한 토론회였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참여자들은 상황에 대한 진단과 해결 방안에 서로 크고 작은 온도의 편차를 보였다. 결과적으로 ‘난상토론’의 기대감에 걸맞은 토론회가 되었다.
이날 청중은 그리 많지 않았다. 물론 주최 측의 홍보와 독려 부족이 가장 큰 원인이겠으나 개인 작업을 주로 하는 미술인의 성향도 한몫했다. 장르의 속성상 공동작업을 하는 연극, 영화, 무용과 달리 개개인이 개별적으로 대응, 대처하는 것이 미술계가 대물림한 일처리 방식이 아닌가 싶다. 참고로 아주 드물게 전국의 미술대학 구성원들이 함께 한 사례가 있다. 2007년 7월 6일 고등학교 내신에 음악, 미술, 체육을 제외하겠다는 교육부 정책에 반대하기 위한 광화문 집회. 이는 미술대학에 재직하는 전임교원들이 유사 이래 가장 많이 모인 사건이었다. 그리고 2011년 3월 18일 최초의 미술대학이 설립된 지 65년 만에 교육정책 및 교육환경 개선을 기치로 비로소 출범한 <전국 미술・디자인계열 대학장협의회>가 있다. 실상은 취업률을 전제로 한 ‘대학평가 반대’가 당시 가장 중요한 구심점이었다. 이처럼 시급한 현안에만 마지못해 대응하는 안이한 상황인식과 대처, 그리고 전반적인 무관심이야말로 대학미술교육에서 가장 크고 시급한 선결과제 중 하나이다.
이날 토론에는 교육의 이념, 목표부터 교과과정의 운용, 학생 선발을 위한 입시제도 등 교육 내용에 해당하는 부분부터, 실기공간과 설비, 장학제도, 졸업 후 진로 등 교육환경과 여건에 해당하는 부분까지 두루 상정되었다. 그중 특히 현행 입시제도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되었다. 수험생의 ‘창의성’과 ‘개성’ 파악이라는 미명아래 검증되지 않은 시험을 위한 시험, 본유의 자질보다는 아이디어 파악에 그치는 시험이 무수히 자행되어, 오히려 사교육을 조장하는 풍조를 나았다는 비판이 대저 주류를 이루었다. 대안으로는 지나치게 복잡하고 세분화된 실기시험을 지양할 것. 기초실기능력에 대한 보다 명확한 개념을 설정할 것. 이에 따라 가급적 단순하고 평이한 방식으로 기본적인 소양을 평가할 수 있도록 하자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아울러 국·영·수 중심의 입시체계에 눌려 고사하다시피한 중등교육과정의 미술교육을 정상화하는 일, 즉 ‘창의성 교육’으로서의 ‘미술 공교육 활성화’야말로 대학미술교육만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문화를 일구는 데 크게 기여할 것임을 몇몇 토론자가 역설했다. 또 이를 위한 가장 실질적인 대책으로 일반 대학의 내신에도 미술교과를 일정부분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 그림을 그리는데, 미술대학 진학을 결정하는 순간부터 자신과는 무관한 내용을 그리도록 강요받는 게 현행 입시제도의 단적인 폐해이다. 대다수 학생이 대학에 입학한 후에도 입시준비를 통해 잘못 형성된 사고와 태도, 습관 등을 교정하느라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현실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이는 지극히 비생산적이고 전근대적인 양태이며, 우리나라의 대학미술교육은 물론 전반적인 시각예술 발전에 가장 크고 오래된 걸림돌이라는 점에 참석자 모두 동의했다.
또 다른 쟁점들도 대두되었는바, 그중 하나가 미술대학 무용론이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는 오히려 미술 현장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젊은 작가나 외부 강사들을 주축으로 하는 소규모 교육프로그램과 중견 작가 스튜디오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도제식 교육의 활성화 방안이 거론되었다. 아울러 참석자들은 미술대학 자체의 교육환경 개선을 위한 능동적인 노력도 중요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교육정책의 막강한 영향력과 그에 대응하는 대학 구성원들의 사전 준비와 결집의 필요성에도 공감대를 이루었다. 무엇보다도 정책을 입안하는 기관에 미술전문인력이 배제되어 있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이어서 대학 관계자들에게 이러한 문제점들에 대처하고 구체적 해결방안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이번 토론회는 대학미술교육의 문제점들에 대한 명확한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차원에는 이르지 못했으나, 미술계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문제의식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이에 대한 지속적인 성찰과 문제제기의 필요성을 절감하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대학미술교육의 연장선상에서 미술 현장에 대한 실질적이고, 생산적이며, 지속가능한 개입과 실천을 위한 ‘미술인 협동조합’을 결성해야 하며, 한걸음 더 나아가 시민사회 문화 활동의 일환으로서 미술교육의 가능성에 대한 추후 논의를 다짐하며 마무리되었다.
윤동천 서울대 교수, 대학미술협의회 회장

Hot People 이대형 현대자동차 아트디렉터

대기업 아트마케팅의 첨병

미술에서 주목받으려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그렇고 그런’ 아이디어에서 벗어나야 한다. 다양성을 하나로 응축할 수 있는 힘을 구축해야 한다. 무엇보다 도전해야 한다. 큐레이터 이대형은 끈질기게 위험요소를 무릅쓰고서라도 과감하게 일을 ‘저지르는’ 배짱 좋은 큐레이터다. 이대형은 아트사이드의 큐레이터로서 미술계에 발을 들이면서 국내에 중국현대미술 작가를 다수 소개했다. 이른바 ‘아시아통’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후 다양한 전시기획 경력을 쌓던 그는 유학을 떠났다. 그러나 그곳에서 쏟는 관심은 중국, 일본미술에 국한되었다. 그때 “한국 작가들을 소개하는 데 올인해야겠다는 확신을 가졌다”고 한다. 그의 관심은 한국현대미술이라는 일관된 지점을 지니지만 이를 보이는 큐레이팅 방식은 끊임없이 변모해왔다.
미술시장이 한창 호황을 누리던 2007년, 그는 특정 작가들만을 주목하는 일방향적 시장 프레임에서 벗어난 전시를 구상했다. 2008년 이대형이 기획한 <블루닷아시아>는 신진 작가를 발굴하면서 “큐레이터의 눈을 통해서 작품을 봐야 합니다”는 귀에 쏙 박히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다. 전시는 성공적이었다. 젊은 작가들에 대한 투자가 급증했다. <블루닷아시아> 이후 진행한 은 한국미술을 국제적으로 알린 대표적 전시로 손꼽힌다.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로 초래된 금융위기 이후 예산이 80% 가량 축소된 상황에서 런던의 사치갤러리에서 진행한 대규모 프로젝트였다. 경제 난항 속 수많은 위험요소를 안고도 그는 전시를 강행했다. 강단 있는 기획력으로 25만 명이라는 어마어마한 관람객을 이끌어냈다. 이에 전시는 2010년 <코리안 아이-환상적인 일상>으로 이어졌다. 2012년에는 사치 갤러리에서 직접 작가를 선택하는 방식으로 동명의 전시가 이뤄졌다. 이후 이대형은 서구와 한국현대미술의 고리를 넘어서 세대 간, 장르 간 교류에 초점을 맞춘 <코리안 투모로우>, 한국 여성작가의 범주화를 거부하는 <코리안 우먼 노마딕 코드> 등 다채로운 기획을 꾸준히 했다.
현재 현대자동차 아트디렉터로서 그의 업무는 지금까지 걸어온 길의 연속이다. 해외 큐레이터, 장르, 세대 간 협업을 꾀하던 그는 다양한 장르의 문화예술과 기업이 두루 협업할 수 있는 환경에 서있다. 현대자동차는 정의선 부회장이 2011년 브랜드 슬로건을 ‘모던 프리미엄’으로 내세우면서 중장기적으로 다양한 문화 사업에 투자해왔다. 마케팅팀이 오랜기간 다져온 문화 융성의 토양위에 그가 함께하게 된것이다. 이대형은 마케팅 사업부 조원홍 전무 이하 다양한 인력과 함께 큐레이팅 환경을 조성하며 방향을 잡는 역할을 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2013년부터 10년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을 후원한다. <올해의 작가상> <젊은 모색> 의 틈바구니 속에서 비교적 지원이 뜸한 중진작가를 중점적으로 지원한다. 그 첫 번째 작가로 이불의 전시(2014.9.30~3.1)가 열리고 있다. 이 외에도 올해 국내외적으로 계획된 프로젝트 중 눈여겨볼 만한 것들이 있다. 우선, 2025년까지 10년간 진행할 테이트 모던 미술관 터바인홀의 전시가 있다. 또한 미국의 한 미술관과 10년간 파트너십 체결했으며, 전 세계 수억 명의 뷰어를 지닌 미디어 회사와의 아트티비 프로그램을 계획 중이다. 이 프로그램은 약 30분간 세계를 대표하는 문화예술계 종사자들을 심층인터뷰 하는 방식으로 구성된다. 작가 하나하나의 소개보다 플랫폼 자체를 구축해 토양을 다져야 작가, 큐레이터 등이 발굴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 비롯됐다. 결국 미술계에 또 하나의 마케팅 플랫폼을 열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이대형은 “현 시점에서 큐레이팅은 이질적인 요소들의 방정식을 만들고, 그 사이의 연결성을 구축해 나가는 방향으로 확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금 그는 새로운 환경에서 또 다른 방정식을 풀어가고 있다. 맥락을 이해하고, 판을 분석하는 안목이 큐레이터로서 그가 새로운 방식을 확장해 나갈 수 있는 힘이 아닐까.
임승현 기자

외관

강남 도산대로에 위치한 현대모터스튜디오 외관. 3층에서 5층에 이르는 쇼윈도에 ‘카 로테이터’에 매달린 자동차가 설치되어 있다. 문화예술공간 역할을 전면에 내세운 국내 최초 자동차 브랜드 체험관이다.

이 대 형 Lee Daehyung
1974년 태어났다. 홍익대 예술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컬럼비아 대학에서 큐레이토리얼 스터디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2001년 아트사이드에서 열린 <5인의 중국 아방가르드 작가들전>을 시작으로 지난 13년간 서울을 넘어 런던, 뉴욕, 베이징 등에서 열린 다수의 미술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큐레이팅 회사인 Hzone을 설립했고, <코리안 아이>와 등의 굵직한 전시를 기획했다. 현재 현대자동차 아트디렉터로 활동하며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과 테이트모던의 파트너십 프로그램을 성사시켰다.

 

CURATOR’S VOICE

생각하는 손 〈고 김근태 3주기 추모전〉DDP 갤러리 문 2014.12.4~21
미술을 통해 무엇을 어떻게 ‘추모’할 수 있을까?
한 인물이 아니라 그가 전하고 싶었던 것, 자신의 육신을 돌보지 않고 꼭 이루려 했던 것, 그가 더 많은 이들과 공감하려고 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고민했다. 우리는 그의 ‘따뜻한 시장경제’라는 화두에 공감했다. 김근태 서재공간을 통해, 서른 개가 넘는 기술자격증으로 상징되는 노동현장의 청년 김근태가 ‘따뜻한 시장경제론’으로 나아가는 발자취를 되짚어 봄과 동시에, 미술인들은 이를 화두로 우리시대의 노동문제를 작품으로 풀어냈다. 이를 통해 현대문명이 잃어버린 ‘생각하는 손’의 부활을 꿈꿨다.
작가들을 초대할 때, 2가지 기준이 있었다. 하나는 고 김근태선생과 생전에 친했던 미술가들 보다는 잘 몰랐지만 김근태 정신을 공유할 수 있는 작가들과 함께 하고자 하였다. 김근태 정신의 확장에 대해 고민했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의 화두와 관련되어 ‘노동’ 문제에 대하여 지속적인 작업을 하고 있는 미술가들과 함께 하고자 하였다. 특히 현재 각각의 현장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생각하는 손’들과 같이 하고 싶었다. 돌아가신 과거의 고 김근태선생이 아닌 지금 현장에서 김근태의 정신이 여전히 유효한가 묻고 싶었다.
김진송, 박서원, 배윤호, 심은식, 안지미, 옥인콜렉티브, 이부록, 리무부아키텍쳐, 이윤엽, 임민욱, 전소정, 정정엽, 콜트콜텍기타노동자밴드, 이렇게 많은 작가들이 함께 해주셨다. ‘생각하는 손’이라는 화두가 함축하고 있듯이, 이번 기획에서는 미술 장르 간의 차별적 가치를 주지는 않았다. 영상 및 설치 작가, 화가뿐만 아니라 목수 김씨가 초대되었고, 이번 전시 도록을 디자인 한 안지미, 전시 관련 시각디자인을 총괄한 박서원은, 갤러리 안에 전시된 다른 작가들과 나란히 참여작가로 소개되었다.
참여 작가들도 장르를 넘나들었다. 리무부아키텍쳐는 재활용된 나무들도 ‘근태가 살던 방’을 꾸몄다. 유품들이 낱개의 자료로 존재하다, 이 공간에 놓여짐으로써 김근태로 부활하는 과정을 체험할 수 있었다. ‘파견 미술가’ 이윤엽은 노동 운동의 현장에서 노동자들과 함께 ‘생각하는 손’으로의 부활을 꿈꾼다.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콜트콜텍기타노동자밴드(이하 콜밴)’, 에서도 이윤엽의 손은 어김없이 등장한다. 생각하는 손을 지닌 노동자들도 당당히 예술가로서 초대되었다. ‘노동자가 예술가’, ‘노동이 예술’이라는 개념이 싹트고 있는 콜밴은, 농성 도구로 구축된 설치작품을 통해 자신들이 ‘생각하는 손’으로 변모되어가는 과정의 역사를 보여주었다. 희망지킴이의 <쌍용차 해고노동자 자동차를 만들다, H-20000 프로젝트>도 전시되었다. H는 Heart를, 20000은 자동차란 이만개의 부품이 조립되는 고도로 정교한 과정임을 상징한다. 전시 오픈날에는 코란도를 만들었던 쌍용자동차의 이창근실장이 예술가로서 무대에 올라 노동자이자 장인이었던 자신들이 코란도를 만드는 과정은 ‘생각하는 손’이 부활하는 과정이었음을 이야기하였다.
옥인콜렉티브의 작품에서 드러나는 ‘콜밴’의 상처들, 배윤호가 기러기 아빠와 주말 부부들에게 보내는 화두. 가족을 위해 떠나지만 결국 정주하지 못하고 쓰러져 죽을 우리 세대들에게 보내는 화두의 쓸쓸함에 대하여, 임민욱, 정정엽은 ‘이들의 상처를 어떻하지?’ 되묻게 하였다. 정정엽은 <생각하는 손>이 꿈꾸는 세상은 연약한 것, 소심하고 섬세한 것, 소수의 생명이 함께 노래하는 세상임을 이야기 하였고, 임민욱은 추모전 개막 퍼포먼스를 통해 김근태의 마음을 담아냈다.
이번 기획을 준비하며 계속된 질문은 ‘애도’를 표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미술을 통해 무엇을 어떻게 ‘추모’할 수 있을까? 였다. 말이 가장 위로가 된다고 하지만, 말로 해도 다 설명되지 않는 것, 다 말할 수 없는 것, 말로는 정의내릴 수 없는 것을 미술로는 보여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이미지로 세상을 설명하는 방식은 관람객들에게 이야기를 각인시키는 것이 아니라 관객들의 고민과 고뇌에 우리가 보여주는 이미지가 섞여서 또 다른 열린 시각들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래서 다양한 성향의 매체가 이번 전시를 각자의 시선으로 읽어내고, 다양한 연령의 관객들이 찾아온 전시장 풍경이 기획자들을 행복하게 했다.
박계리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