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BOOK

가장 일상적인 것이 가장 공적인 것이다

양효실《권력에 맞선 상상력, 문화운동 연대기》시대의창 2015

양효실 (1)국제상황주의, 68혁명, 네그리튀드, 누벨바그, 히피, 펑크, 레게, 치카노, 행동주의, 여성주의, 두리반. 이름은 낯익을 수 있지만 정작 각각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낯선 이가 많다. 이러한 다양한 움직임이 ‘문화운동’이란 이름하에 한 권의 책으로 묶였다.《권력에 맞선 상상력, 문화운동 연대기》는 20세기 초중반부터 21세기까지, 프랑스 영국 미국 멕시코를 넘어 한국에 이르기까지 길고 넓은 스펙트럼 속에서 벌어진 문화다원주의의 구체적인 사례를 소개한다. 저자는 서문에서 “상투적인 말하기와 이미지에 도사린 자신들에 대한 편견을 깨기 위해, 더 이상 그 편견 안에 숨어 살기를 거부하고 길거리에 나선 소수자들의 집단적인 문화운동”에 대한 글이라고 이 책을 소개한다. 1930년대에 일어난 포스트식민주의의 초기 맹아적 단계를 보여주는 흑인 정체성 운동인 네그리튀드를 제외하고 68혁명, 펑크, 힙합, 개념미술 등에 이론적인 영향을 준 국제상황주의에서 시작해 각각의 문화운동이 연대기 순으로 정리되어 있다. 또한 인물 및 행동을 친절하게 명시해 두었다. 이 책에 등장하는 문화운동은 그들이 처한 상황에 따라 장소, 인종, 사건 등이 각기 다르다. 적에 대항하는 억압받는 ‘우리’를 보여주는 저마다의 저항 논의는 굉장히 다채롭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연대로 묶여있으며 파편적이고 일시적이었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리더가 없는 것을 넘어 지도자가 생기려는 순간에 해체하려 하고 싸워야 할 어젠다가 있으면 오히려 친체제적인 이들로 비판하는 등 우발적이고 해체적이다.
문화운동은 “‘문화를 바꾸는 것이 곧 정치적인 혁명보다 급진적일 수 있다’는 신좌파의 상상력에서 사용하는 일종의 관용어”라고 한다. 결국 문화혁명인 셈이다. 저자는 20년 가까이 대학에서 수업을 진행하며 주로 언급됐던 예시를 중심으로 글의 토대를 잡았다. 그는 학생들과 호흡하며 최근 젊은 세대의 깊은 불안과 심해져가는 우울감을 목도했다. 그는 일련의 문화운동이 젊은이들의 삶에 보다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어떤 이야기를 던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아마 책을 저술하는 과정에 저자가 “감동을 받았기 때문”에 확신할 수 있었을 것이다. 감동 포인트에 대해 “각 운동은 억압에 저항하기 위해 핍박받는 소수자들이 스스로 구현해낸 민주적인 형식을 띈다”며 “자유 평등 해방 등의 구호를 외치는 것이 아니라 이를 형식으로 보여줌으로써 이들 운동은 의미를 지닌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막상 과거의 운동이 현재에 어떤 의미를 지닐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예를 들어 1969년 열린 우드스탁 페스티벌은 뉴욕에서 3일간 열린 히피들의 음악 축제다. “개인 내면의 해방을 통해 세계의 변혁을 꿈꾸던” 히피들의 축제. 짧은 시간을 공유한 그들의 감각적 체험이 과연 지금의 우리에게 얼마나 폭발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까? 혹자는 이 책에 나열된 과거의 문화운동이 “광장에 있었던 세대에게 전하는 노스탤지어에 지나지 않는 것 아니냐”는 비판적 언급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세계 곳곳에서 수많은 문화운동이 ‘우연’에 의해 일어나고 사라지고 있다. 과연 지금의 문화운동 흐름이 과거와 크게 변화했는지는 의문이다. 저자는 지금도 펑크적인 문화형식에 관심을 갖고 다양한 문화운동을 살펴보고 있다. 저자는 이번 책에서 소규모 그룹을 살펴보았다면, 다음 책은 작가 개개인에 담긴 ‘소수자로서의 표현’에 주목할 생각이다.
책의 구성, 앞으로의 계획 등을 묻자 저자는 호탕하게 웃으며 “우연”을 강조했다. 우연의 상황 속에서 일어나는 파편의 조각을 예리한 눈으로 조사하고 기록하는 인문학자인 저자가 앞으로 보여줄 ‘우연’의 장소는 과연 어디일까. 저자의 글쓰기는 또 하나의 운동의 디딤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임승현 기자

양 효 실 Yang Hyosil
1966년에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불어교육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미학과에서 <보들레르의 모더니티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대학교, 단국대학교 등에서 현대예술, 여성주의 대중문화를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주요 미술관을 소개한 《세계의 미술관》을 비롯해, 주디스 버틀러의 《불확실한 삶》, 《윤리적 폭력 비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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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2848청화백자, 불화와 만나다
강우방 지음
도자 표면의 무늬를 단순한 ‘장식’으로 인식하던 편견을 깨고 도자와 불화에 동일하게 나타나는 무늬를 찾아 분석했다. ‘영기문’의 개념을 이끌어내어 폭넓은 의미의 미술사를 제시한다. 저자가 직접 그린 채색분석이 이해를 돕는다.
글항아리 134쪽·1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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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2867조선 시대의 삶, 풍속화로 만나다
윤진영 지음
조선 시대 선조들의 예술 문화를 소개하는‘아름답다! 우리 옛그림 시리즈’의 네 번째 책이다. 조선시대 관료의 생활상부터 조선 후기 풍속화에 등장하는 해학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서민들의 모습까지 살펴본다.
다섯수레 176쪽·19,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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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2856무엇이 예술인가
아서 단토 지음/김한영 엮음
현대미술은 정말 이해하기 어려운 것일까? 앤디 워홀의 오브제 <브릴로 상자>가 예술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한 물음에서 시작한 미학서다. 각주와 텍스트로만 이뤄진 원서와 달리 다채로운 도판을 수록해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은행나무 248쪽·1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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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2858창을 순례하다
도쿄공업대 쓰카모토 요시하루 연구실 외 지음/이정환 옮김
저자가 학생들과 함께 28개국을 답사하며 139개 장소의 창문을 선정하여 그와 관련된 이야기를 풀어낸다. 각 지역의 기후와 풍토 관습 문화적 깊이를 창문을 통해 이해할 수 있다.
푸른숲 360쪽·2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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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2841순수예술의 발명
래리 샤이너 지음/조주연 옮김
예술의 관념이 변해온 역사를 고찰함으로써 18세기 예술에서 일어난 예술의 분리와 이에 대한 극복방안을 모색해본다. 기존 번역본에서 누락된 부분을 보완하고 각주와 참고 자료의 최소화하여 읽기 쉽게 번역을 다듬었다.
인간의기쁨 527쪽·2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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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2850미감
이주은, 이준 지음
스토리텔링 창작 요리로 유명한 셰프와 미술사가가 만나 요리에 담긴 철학과 그림에 담긴 삶의 이야기를 나누는 형식의 글이다. 익히 알려진 식탁그림과 그 안에서 나눴을 법한 감각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예경 304쪽·16,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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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2853일본으로 떠나는 서양미술 기행
노유니아 지음
모네, 르누아르, 고흐 등 인상파 작가의 그림을 볼 수 있는 ‘도쿄 국립서양미술관’, 고갱, 마티스, 세잔 등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소도시 구라시키의 ‘오하라미술관’ 등 일본에 있는 서양 미술관을 풍부한 사진과 함께 소개하는 책이다.
미래의창 256쪽·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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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2846B컷
김태형, 김형균, 박진범, 송윤형, 엄혜리, 이경란, 정은경 지음
현재 활발히 활동하는 북디자이너 7인의 작업 중 채택되지 못한 ‘B컷’을 공개한다. 이미 출간된 책과 비교하면서 볼 수 있고 각 디자이너가 북디자인계에 입문하게 된 계기와 철학뿐 아니라 업계의 문제점까지 지적한다.
달 416쪽·3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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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2837인도세밀화
왕용 지음/이재연 옮김
종교 세밀화, 무갈제국의 세밀화가 나오기까지의 역사적 변천사, 라지푸트 세밀화 등 인도 세밀화를 국내에 본격적으로 소개하는 최초의 책. 세밀화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화파와 작가에 따른 특성을 분석했다.
다른생각 372쪽·3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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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2863박수근 아내의 일기
김복순 지음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박수근의 인생을 함께한 아내가 들려주는 박수근의 이야기이다. 아내의 회고를 통해 그의 그림을 다방면으로 해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더불어 소설가 박완서와 미술평론가 유홍준의 해석을 수록했다.
현실문화 248쪽·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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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2844바티칸 미술관에서 꼭 봐야 할 그림
김영숙 지음
빠듯한 일정으로 미술관을 방문한 여행자를 위해 바티칸 미술관에서 놓쳐서는 안 될 주요작품 100점을 골라 설명한다. 12세기부터 바로크시대에 이르는 회화를 통해 미술사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휴머니스트 238쪽·1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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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2861세상의 모든 교양, 미술이 묻고 고전이 답하다
박홍순 지음
철학·문화·사회·경제 분야의 고전 18권 중 핵심 내용을 18명의 화가가 그린 54점의 그림과 함께 설명하여 독자의 이해를 이끌어낸다. 미술 작품을 각 장의 도입부로 삼아 딱딱하고 어려운 개념을 그림을 통해 알기 쉽게 풀어낸다.
비아북 480쪽·18,000원

ART JOURNAL

광복 70년, 이쾌대를 기억하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열린〈거장 이쾌대, 해방의 대서사전〉

`20세기 한국근대사의 역동을 화폭에 담아낸 표현주의의 대가, 이쾌대(李快大, 1913~1965)의 대규모 회고전, 〈거장 이쾌대, 해방의 대서사전〉이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7월 22일부터 11월 1일까지 계속된다. 이쾌대는 암울한 시대의 인물상을 사실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평가되는 작가다. 그는 고대유물에 대한 엽서를 수집했을 만큼 우리 역사와 민속에 관심을 보였다. 동시에 거제포로수용소에서 만난 이주영에게 그림을 가르치기 위해 《미술해부학》(1951년 추정)을 제작할 만큼 서양 데생과 해부학에 대한 이해도 뛰어났다. 우리의 전통과 서양화를 융합해 표현하기 위한 그의 고민과 노력은 다수의 인물 작업에서 드러난다. 또한 신미술가협회, 조선미술문화협회 등 미술단체를 결성하고, 성북회화연구소를 여는 등 새로운 국가에서 미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적극적으로 모색했다.
이번 전시는 휘문고보 시절부터 제국미술학교 재학 시절, 신미술가협회를 중심으로 활동하던 시기, 해방 이후 리얼리즘 미술을 구축하기까지 이쾌대의 작업을 시대 순으로 나눠 보여준다. 〈두루마기 입은 자화상〉 〈군상〉같이 잘 알려진 작품뿐 아니라 17세 때 그린 수채화부터 월북 직전 포로수용소에서 남긴 드로잉 등 그의 작업 변화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특히 유족이 비공개로 소장하던 드로잉 300여 점 중 엄선한 150점, 이쾌대가 그린 잡지 표지 및 삽화, 앨범과 스크랩북, 서신 등 새롭게 공개되는 작품과 오랜 리서치를 통한 아카이브자료가 다수 포함되어 주목된다. 이쾌대의 삶과 예술세계를 가까이서 지켜본 김창열, 심죽자, 김숙진, 전뢰진 등 그의 제자 인터뷰 영상을 통해 생생한 기억의 조각을 전달한다. 이쾌대는 1953년 월북 이후 1988년 월북화가에 대한 해금이 단행되기 전까지 공식적으로 이름을 거론할 수 없는 ‘감춰진 작가’였다. 1991년 신세계미술관에서 열린 〈월북 작가 이쾌대전〉이 월북 이후 그의 작품이 국내 대중에게 공개된 첫 전시다. 유족이 다락방에 보관하던 작품을 수복 전문가를 통해 복원해 선보인 전시로 큰 의미가 있다. 그러나 감정 및 분류에 오류가 있었다. 이후 이쾌대의 작업은 다수의 전시를 통해 관객과 조우했지만 그의 전 작업을 재분류하고 아카이브를 보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오랜 기간의 리서치에도 불구하고 월북과 이후의 행적은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월북 이후의 작품을 만나볼 수 없다는 점은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2013년 대구미술관에서 열린 이쾌대 탄생 100주년 기념학술대회를 비롯하여 이번 전시까지 근래에 이쾌대에 대한 연구는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 이번 대규모 회고전과 이에 맞춰 발간한 도록은 그의 회화세계에 대한 편견 없는 이해와 심도 있는 해석을 확대시킬 수 있는 연구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임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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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현 (2)

갈대발이 그려낸 시원한 그늘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 2015〉열려

7월 1일부터 9월 30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과 뉴욕현대미술관(MOMA-PS1), 현대카드가 공동 주최하는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18_젊은 건축가 프로그램 2015〉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다. SoA(이치훈, 강예린)의 〈지붕감각〉이 최종 선정되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마당에 설치됐다. 갈대발을 사용해 대형 지붕을 형상화한 작품으로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발 소리와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냈다. 이 외에도 최종후보군에 오른 국형걸, 네임리스건축(나은중, 유소래), 씨티알플롯(오상훈, 주순탁), 건축사사무소 노션(김민석, 박현진)+빅터 장의 작품과 국내에서 1차로 추천받은 건축가들과 2015년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 국제 파트너 기관들의 우승작 및 최종후보작을 전시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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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서 만나는 간송 컬랙션
간송미술관 분관 건립 움직임

대구에 간송미술관 분관이 세워질 전망이다. 1938년 간송미술관이 설립된 이후 처음으로 진행되는 분관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 7월 초 간송미술관 공식 운영주체인 간송미술문화재단과 대구시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전인건 재단 사무국장과 권영진 대구시장이 만난 자리에서 양측은 미술관 분관을 상설 전시관 형식으로 운영하며, 대구시는 가능한한 이른 시간 내에 건물이 들어설 땅을 찾아서 결정한다는 내용에 대해 협의했다.
간송미술관 분관 설립 필요성은 이미 오래전부터 꾸준히 제기되어 왔으며, 대구에 시설이 들어설 가능성은 작년 초반부터 이야기가 오고간 것으로 전해진다. 간송미술재단은 서울과 부산 등 다른 지역에도 상설 전시공간을 물색해왔다. 대구시는 간송미술관의 문화적 위상에 맞추어 분관 일대를 문화 명소로 조성할 계획임을 밝혔다.
미술관 분관의 부지로 주목받는 곳은 대구에 설립을 추진하다 무산된 ‘이우환과 친구들 미술관(가칭)’의 건립 예정지이다. 현재 대구문화예술회관이 있는 두류공원 일대의 빈터에 대구시가 도로와 전력 등 주변 기간시설을 지원하고, 재단은 건물을 짓는 식으로 역할을 분담할 것으로 예상된다. 완공과 개관까지 앞으로 5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간송미술관 분관 유치에 관한 정당성 문제와 재원 마련이 모두 해결되었다고 하더라도, 남은 과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훈민정음 해례본과 신윤복의 미인도 등 문화재 1000여 점을 보유한 간송미술관이 상대적으로 많지 않은 소장 작품을 가지고 한정된 콘텐츠를 새로운 곳에 어떤 방식으로 공개할 것인지 결정할 일이 남았다. 또한 분관을 단순한 전시공간으로 운영할 것인지 아니면 학예연구를 분담할 것인지에 관한 입장도 결정된 바 없다. 둘 중 어느 쪽이 되더라도 구성원 선발과 조직 배치에서 예컨대 공공기관 지방이전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를 그대로 드러낼 공산도 크다. 한국의 정체성을 살릴 미술관 건축 설계는 이 문제들에 비하면 차라리 낙관적으로 내다볼 사안이다.
대구=윤규홍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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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2)예술의 사회적 역할을 이야기하다
마리아 린드, 제11회 광주비엔날레 예술총감독 선정

마리아 린드(Maria Lind) 스웨덴 스톡홀롬 텐스타 쿤스트홀 (Tensta Konsthall) 디렉터가 제11회 광주비엔날레 예술총감독으로 선임됐다. 광주비엔날레재단은 6월 30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마리아 린드는 제도권에서 선보이는 전시와 차별화된 기획력을 바탕으로 예술과 사회의 매개자 역할을 탐구해온 측면에서 창설 20주년을 넘어선 광주비엔날레의 새로운 비전과 당면 과제에 부합한 총감독”이라고 선임 배경을 설명했다. 스웨덴 출신의 마리아 린드는 그동안 예술의 사회적 역할을 반영한 프로젝트를 진행해왔으며, 소외된 지역과 공간이 문화를 통해 활성화되고 외부 세계와 연계되는 시민 참여형 전시를 주로 선보였다. 2011년부터 마리아 린드가 몸담고 있는 스톡홀롬 텐스타 쿤스트홀이 예술의 사회적 역할을 탐색해 온 북유럽의 주요 문화 거점 공간이라는 점도 주목된다. 또한 그는 지난 2010년 국립아시아 문화전당 국제 워크숍에 발제자로 참여했고, 2013년 광주비엔날레 국제큐레이터 코스 지도 교수를 맡는 등 광주와 인연도 남다르다.
기자회견에서 마리아 린드는 “전 세계에 있는 200여 개 비엔날레 중 가장 중요하고 흥미로운 광주비엔날레 예술총감독으로 선정돼 영광스럽고 기쁘다”며 “광주비엔날레는 5·18광주민주화 운동의 살아있는 기념비적 예술 행사이고, 다른 비엔날레와 달리 지역과 밀착해 있으면서 지역의 특성을 풍부하게 갖고 있어 특별한 의미를 갖는 행사”라고 말했다. 한편 제11회 광주비엔날레는 내년 9월 2일부터 11월 6일까지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일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광주=박진현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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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J Paik Venice'95 @300전위예술가이자 백남준의 아내 영면하다
구보타 시게코 별세

고 백남준의 부인이자 전위예술가인 구보타 시게코(久保田成子)가 지난 7월 23일 저녁 미국 뉴욕에서 별세했다. 향년 78세.
구보타는 백남준의 부인이기 이전에 플럭서스 운동에 참여한 비중있는 작가로서 평가 받는다. 그의 대표작 다리 사이에 붓을 꽂고 그린 <버자이너(vagina) 페인팅>은 뉴욕 전위예술계에 충격을 안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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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2)

라마 사이몬의 전시 개막 퍼포먼스

근대등록문화재, 창작의 산실이 되다
〈수리(水利) 수리(修理) 현대미술전〉열려

(재)익산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익산창작 스튜디오가 〈수리(水利) 수리(修理) 현대미술전〉 (7.8~24)을 익산창작 스튜디오 전관과 익산문화재단 3층, 근대등록문화재 181호 창고 등에서 진행했다. 〈수리(水利) 수리(修理) 현대미술전〉은 근대등록문화재 건축물의 고유성을 살려 예술적 공간개념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전시로 기획됐다.
8명의 입주 작가와 6명의 초대작가는 건물의 특징과 공간의 관계성에 주목한 작품을 선보였다. 입주 작가 최희승, 이진우, 남진우는 작가 주변에서 비롯되는 일상적 관계와 환경을 자신의 스튜디오를 중심으로 만들고 그 공간에서 작품을 발표했다. 강성은, 김진숙은 본인의 스튜디오 주변에서 관찰되는 도시와 내면의 풍경을 평면작품으로 표현하였다. 정세영은 일제강점기 쌀을 저장하던 익산문화재단 창고건물에서 퍼포먼스를 통해 신체와 건물의 관계성을 표현했고, 김혜림은 태피스트리(Tapestry) 작업을 건물벽면에 선보였다. 임노아를 비롯해 초대작가 여상희, 한석경, 이자연은 기억에 관한 모티프를 통해 건물 내 유휴공간을 수리하여 전혀 다른 공간을 보여주는 작업을 선보였다. 주동섭은 컴퓨터 부품을 활용해 영상투사장치를 만들어 낡은 건물의 시간성을 표현했고, 건축가 최무규는 드로잉 형식의 가상 도면을 통해 건물의 역사성을 기록했다.
익산의 구도심 지역인 평화동에 위치한 익산창작스튜디오는 근대등록문화재로 지정된 (재)익산문화재단 건물이 함께 위치해 있어 시대적 장소성과 흔적을 간직하고 있다. 일제강점기 때 쌀 수탈의 역사를 보여주는 대표적 표상으로서 현재 (재)익산문화재단이 사용하는 건물은 1930년대 세워졌다. 한동안 폐건물로 방치돼 있다가 2011년 창작공간으로 탈바꿈했다. 현재 익산창작 스튜디오에는 11명의 국내외 입주작가가 거주하며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전시명 ‘수리(水利) 수리(修理)’는 당시 익옥수리조합을 통해 곡식을 수거하고 저수지 축조 등의 역할을 했던 수리(水利)조합과 일제강점기 수탈의 역사를 나타낸다. 아울러 오랫동안 폐건축물로 방치되었던 건물과 작가의 작업환경 변화라는 측면의 수리(修理)가 지역문화 혁신과 연계되리라는 의도를 함의하고 있다.
전주=최정환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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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1)

interview

“한국과 아시아 쌍방향 문화교류를 이끌겠다”
이계우 한세예스24 문화재단 이사장

베트남의 전통회화의 현재를 보여주는 전시 〈Aura of Vietnam〉이 지난 7월 16일부터 20일까지 가나인사아트센터에서 열렸다. 현재 베트남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작가 14인의 작품 41점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이번 전시를 기획 및 주최한 ‘한세예스24문화재단’은 이 전시를 시작으로 아시아지역과의 국제문화교류전을 계속해나간다는 포부를 밝혔다. 한세예스24문화재단 이계우 이사장 (사진 가운데)을 만나 전시와 재단에 대해 물었다.

‘한세예스24 문화재단’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부탁한다.
김동녕 한세예스24홀딩스 회장이 한세실업 주식 20만주를 사재 출연하여 2014년 2월 이사진을 구성하고 4월 출범한 문화재단이다. 한국과 경제적 관계를 맺고 있는 해외 협력 국가의 역사와 사회, 예술 철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상호 교류하며 이를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세워졌다. 특히 유럽 미주에 비해 지리적으로 가까운데로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아시아 문화를 알리는 가교역할을 하고 싶다.
재단에서 선보이는 첫 전시로 베트남미술을 선택했다. 그 이유가 궁금하다.
김동녕 회장의 제안이 우선됐다. 한세실업은 2000년에 베트남에 진출했다. 그렇기 때문에 오래전부터 현지 문화에 관심을 갖고 있었으며 특히 ‘라케웨어’라는 전통적이며 독특한 베트남 회화의 면모를 선보이고자 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베트남 현지 갤러리 및 문화단체와 교류하며 전시를 준비했다. 하노이의 아트터널 갤러리와 연계하여 라케웨어로 활발히 활동하는 중견작가 14인의 작품을 전시하게 되었다. 베트남미술을 대대적으로 알리는 첫 전시이기 때문에 신진작가보다는 안정적인 회화세계를 구축해온 작가들을 중심으로 전시를 꾸렸다.
베트남미술의 특징인 ‘라커웨어’에 대한 간단한 설명 부탁한다.
베트남 궁중에서 전해오던 미술기법으로 제작기간만 5개월 이상이 소요된다. 우리나라의 나전칠기를 떠올릴 수 있다. 라커웨어는 옻에 색과 질감을 입혀 여러 층으로 쌓는다. 작가는 사포질을 통해 옻의 두께를 조절하며 회화적 표현을 완성한다. 습윤한 기후의 베트남에서 ‘라커웨어’는 습도를 통해 옻을 굳히기 때문에 환경에 맞아떨어지는 전통회화가 될 수 있었다.
쌍방향적 문화교류를 표방한다고 했다. 한국문화를 해외에 알릴 전시 계획도 있는가.
한류 열풍으로 한국문화가 아시아 각국에 소개된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그들의 문화가 국내에 덜 알려졌다. 우선 아시아 국가의 문화를 국내에 소개하는 데 중점을 둘 계획이다. 굳이 전시 형태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직간접적 소개가 가능하다고 본다. 이번 전시를 위해 지난 6월 베트남에서 진행한 사전 기자간담회가 그 예다. 우리 미술을 소개한 것은 아니지만 한세예스24문화재단이라는 한국의 민간단체가 베트남미술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린 샘이다. 지금껏 정부 주도로 이뤄지던 문화교류 행사를 민간단체가 진행한 것에 대해 현지에서 큰 관심을 가졌다. 이런 직간접적인 문화 교류가 문화를 넘어 경제 전반까지 뻗어나가는 길이 되길 바란다.
임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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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프 (4)

아시아 대학생, 청년작가 미술축제
〈2015 아시아프〉개막

국내 최대 규모의 아시아 대학생, 청년작가 미술축제인 가 문화역서울 284에서 7월 7일 개막했다. 올해로 8회째를 맞은 이 전시는 1부(7.7~ 19), 2부(7.21~8.2일)로 나눠 진행된다. 총 450명의 청년작가 작품 1000여 점을 선보였다. 올해는 31세 이상 작가들의 작품을 만나 볼 수 있는 특별기획전 〈Hidden Artist 100〉을 신설해 전시 영역을 확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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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_손몽주

송도의 추억을 끌어내다
손몽주 개인전 열려

손몽주의 개인전 〈My Encounter site: 송도 엔카운터〉가 7월 8일 개막해 8월 23일까지 송도 미부아트센터에서 계속된다. 손몽주는 30여년 전 부산 ‘송도’ 지역에 관련한 개인의 기억을 바탕으로 이번 전시를 준비했다. 전시는 신작 영상설치로 이루어졌다. 여러 개의 스테인리스 봉이 천장에서 비 쏟아지듯 내리며, 그 사이로 송도의 현재와 과거 풍경을 담은 영상이 어렴풋이 보이는 이 작품은 1980년대에 ‘송도’라는 지역에 얽힌 작가의 개인적인 추억이 담겨있다. 송도는 1910년 초반 부산 최초로 개발된 해수욕장이었고 한때는 일본인들의 고급 별장이 들어선 지역이었고 1970~1980년대 까지만 하더라도 부산에서 가장 붐비던 피서지였다. 그러나 도시개발에 따라 송도해수욕장이 있는 서구는 부산의 중심지에서 멀어졌다. 현재는 광안대교가 부산의 아이콘이 됐다. 작가는 부산의 원도심 지역인 서구 암남동, 영도가 바라다보이는 송도 해수욕장과 고신대병원 아래 지역을 영상으로 기록하며 도시의 일부분을 다시 찾고 더듬어가는 과정을 관객에게 보여주고자 한다. 빠르게 진행되는 도시 재개발로 특정 장소와 개인의 오랜 유대는 끊기고 기억으로만 남을 위기에 처했다. 작가의 의도대로 ‘비정형의 비탈길’이라도 한 번쯤 더듬어서 찾아가보는 건 어떨까?
부산=김은경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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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경

report

“동아시아 예술지정학을 다시 주목하다”

1960~1970년대 한국의 실험예술이 홍콩에 이어 일본 도쿄 모리미술관에 드디어 상륙했다. 〈거대한 초승달, 1960년대 예술과 동요-일본, 한국, 대만〉(4.25~7.5)이라는 제목의 아카이브 전시가 그것이다. 첫 번째 기획전은 2013~2014년 홍콩의 대안공간 파라사이트(Para Site)에서 열렸고, 이번 순회 전시는 모리미술관 측이 한국예술연구소KARI의 보강된 아카이브 자료를 받아 한층 확장해 열리게 된 것이다. 이 전시의 역사적 중요성은 필자가 한국 측 발표자로 참가했던 홍콩의 파라사이트와 아시아 아트 아카이브(Asia Art Archive) 공동 주최 토론 세미나와 모리미술관에서 열린 토론 발표회에서도 여실히 확인할 수 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과 동아시아의 예술지정학이 식민주의 예술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꽤 익숙하나, 1960~1970년대 동아시아의 새로운 문화예술 국면에 대한 조망은 이제 출발선에 서 있다. 최근에 구타이나 모노하 등과 같이 일본의 1960~ 1970년대를 주시하는 전시가 학술 연구를 바탕으로 세계 도처에서 열리고 있으나, 일본과 한국, 대만을 동시에 읽어냄으로써 당시 동아시아의 새로운 양상을 가늠하는 시도는 이번 순회 전시에서 비로소 본격화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거대한 초승달〉이라는 전시 제목은 냉전시대에 일본, 한국, 대만을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들의 위치가 사회주의 이데올로기를 저지하는 미국 중심 자본주의의 지정학적 저지선으로서 초승달 모양을 띤다는 데서 비롯되었다. 그리고 정치/사회적 의미를 넘어서서 그 초승달이 어떤 예술 문화적 맥락을 형성하는지를 조망하는 지점까지 나아간 이 전시는 1960년대에 세 나라가 각기 상이한 정치/경제/사회적 상황에 어떻게 반응했는지, 보수적인 제도권 관료주의 미술계와는 어떤 관계였는지를 주목하는 것이다.
놀랍게도 그것은 한국의 실험미술을 포함하여 세 나라 모두 반예술 행동주의자들에 의한 퍼포먼스, 인스털레이션과 사진 그리고 실험적인 연극과 영화 분야에서 두드러졌다. 일본의 경우 오노 요코의 〈컷 피스〉, ‘하이레드센터’의 〈오차노미즈의 낙하〉나 〈수도권청소정리운동〉 그리고 가토 요시히로(加藤好弘)와 이와타 신이치로(岩田伸一)가 이끌던 ‘제로 지켄(ゼロ次元)’ 그룹의 긴자 퍼포먼스, 〈이나바의 흰 토끼〉 등이 조망되었고, 한국의 경우 〈비닐 우산과 촛불 해프닝〉과 〈한강변의 타살〉, 〈투명풍선과 누드〉 그리고 1969년 실험영화 〈1/24초의 의미〉 등과 타임 라인으로서 한국의 사회현상 아카이브로 구성되었다. 대만의 경우, ‘극장’의 연극 〈셴즈(先知)〉, 장 자오탕(張照堂)의 〈반차오(板橋)〉, 1971년 ‘현대 음악무용미술 페스티벌’에서 6명의 작가가 시, 음악, 무용과 시각예술을 통해 서구의 음악과 소리를 동양의 전통극과 결합했던 시도들과 1966년 ‘에콜 드 타이베이’ 선언 그리고 황화청(黃華成)이 ‘타이베이화파 가을전’에서 발표한 설치작품 등이 소개되었다. 이제 한국에서 열릴 〈거대한 초승달〉 순회전을 기대하며, 전시로 확장되는 아카이브 자료 연구의 중요성을 다시금 강조하고 싶다.
김미경 한국예술연구소 KARI 대표/강남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