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IONAL NEWS

제주

하나의 뿌리를 공유하는 한·중 작가들의 만남
〈아리랑 랩소디〉 7.8~9.19 제주현대미술관

제주를 찾는 이가 연중 가장 많은 7월부터 9월까지, 한·중 국제현대미술교류전 〈아리랑 랩소디〉가 제주현대미술관에서 진행된다. 현재 제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 작가들과 중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재중동포 작가 15명이 참여해 5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한민족의 뿌리를 갖지만 중국에 흩어진 작가들을 모아 코리안 디아스포라의 삶과 정신을 탐색하고자 마련된 전시라는 점에서 기획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제1전시실과 제2전시실 그리고 특별전시실까지 총 3파트로 나뉜 이번 전시는 세대별로 한민족의 삶과 정신을 조망하였다. 원로작가를 중심으로 구성된 특별전시실에서는 황토색 폭풍이 몰아치는 듯한 변시지의 작품을 가장 먼저 마주할 수 있다. 이어 중국의 원로작가 리푸이, 크레파스를 이용해 제주 바위를 표현하는 한중옥, 익명의 군상을 다루는 박성진의 작품 등을 통해 ‘혼란과 고난’이라는 전시의 소주제를 읽어낼 수 있다.
‘치유와 사색’을 주제로 전시 중인 제1전시실에서는 한국민중미술의 대표적인 작가 강요배를 중심으로 강형구, 리구이난, 류펑즈, 리저후, 원청, 퍄오춘쯔 등의 작품을 통해 시대 흐름에 맞춰 변화된 작품세계를 엿볼 수 있다. 특히 독특한 전시 공간 때문에 생겨난 긴 벽면에 수직으로 걸린 류펑즈의 회화작업이 인상적이다. 계단을 내려가며 작품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색다른 재미를 주었다.
제2전시실로 오면 ‘환희와 희망’이라는 주제로 청년작가의 작업을 만날 수 있다. 제1전시실이 회화작업 위주로 구성됐기 때문인지 부지현, 이승수의 설치작업이 더욱 반갑게 느껴졌다. 이밖에 한국에서 열린 여러 전시를 통해 익숙한 진위와 퍄오광셰의 작품도 전시돼 있다.
지난해 같은 공간에서 열린 〈제주-아시안 현대미술 교류전: 아시아, 아시아를 이야기하다〉와 이번 〈아리랑 랩소디〉를 통해 제주현대미술관은 제주와 국제 미술 네트워크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또한 이번 전시는 중국 베이징의 마네미술관(10.22~11.20)과 주중한국문화원(10.22~11.04)에서도 진행되어 양국 교류의 의미를 더할 예정이다. 이렇게 다양한 교류전이 제주에서 열리고 있지만 단발적인 이벤트로만 끝나는 경우가 많다. 지속성 있는 교류를 이어감으로써 지역 작가에게는 자신의 작품을 국제적 흐름과 비교하며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관람객에게는 동시대미술의 현주소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승미 미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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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시립 고명근

고명근 〈 타이페이 10-5 〉디지털필름, 플라스틱 171×58×25cm 2014

포항

0과 1로 쌓아올린 산수화와 인물화
〈디지털 山水人전〉 7.14~10.2 포항시립미술관

지금 ‘스마트’란 말이 어디에나 붙는 것처럼 ‘디지털’이란 말이면 다 통하던 시기가 있었다. 1990년대 중반 니콜라스 네그로폰테(N. Negroponte)가 《디지털이다》를 발표한 후부터다. 여기에 많은 공학자와 경영학자가 찬동한 반면 일군의 인문학자와 사회학자는 이런 경향에 심드렁하게 반응했다. 기술과잉결정론에 의해 문화와 정치적인 측면을 고려하지 않은 탓에, 비판론자의 의견이 맞았다는 쪽으로 기우는 디지털 담론을 지금에 이르러 예술이 끌어들이는 건 몹시 순진해 보인다. 그렇다고 ‘디지털’을 빼고 이번 전시를 기획하는 것도 말이 안 된다. 디지털 기술로 구현하는 산수(山水)와 사람(人)을 주제로 하는 〈디지털 山水人전〉에는 현대미술 작가 7명이 참가했다.
뮌(Mioon)은 나무를 깎아 만든 인물 흉상 안에 30개의 소형 모니터를 집어넣어 각각의 화면에 짤막한 극영화를 연출했다. 나무로 제작한 조각과 미장센을 연출한 영상 때문에 이 작품 〈Lead Me to Your Door Menschenstrom〉은 디지털보다는 아날로그 예술에 가깝다. 커다란 두상을 표현한 김형기의 〈나는 빛이다〉는 형태의 표면에 수많은 LED판을 심어 놓아 미리 계산된 빛의 점멸을 보여준다.
〈into a time frame〉으로 대표되는 임창민의 작품은 풍경 사진 속에 또 다른 경관을 촬영한 동영상을 보여준다. 전반적으로 푸른 색조를 띤 이미지는 자연미와 인공미를 동시에 드러내며 정적인 느낌을 자아낸다. 독립된 암실에 프로젝터와 물과 거울을 합쳐 설치된 하광석의 〈Reality_Illusion〉은 실제보다 더 실제 같은 허구를 표현하여 아름다움의 역설을 꼬집는다.
커다란 판 위에 작은 놀이 블록을 점묘화 형식으로 나타내어 새로운 산수화를 완성한 황인기. 부조 혹은 환조의 입체 아크릴 조형에 촬영된 이미지 필름을 옮기는 고명근. 인공물을 세트로 연출해 사진을 찍은 뒤 다양한 이미지를 삽입한 〈倣옮겨진 산수유람기〉 연작처럼 독특한 동양화 기법으로 작업하는 임택. 광학기기나 컴퓨터가 사용되지 않은 이들 작업을 두고 한편으론 디지털 미술 혹은 미디어 아트로 분류하는 것에 대해 의아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들에게 기술은 창작 과정에 필수적이다. 따라서 〈디지털 山水人전〉은 아날로그 시대에 비해 그 역사가 턱없이 짧은 디지털 시대의 미술을 단순히 하나의 장르로 구분하지 않고 모든 창작에 공통적으로 적용 가능한 환경으로 바뀌었음을 증명하는 셈이다.
윤규홍 예술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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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2)

박주호 〈얼굴〉 캔버스에 유채 53×45.5cm 2014

부산

모여라 30대 작가들이여
〈8085 드로잉전〉 6.28~7.30 갤러리 아인

부산에서도 신진작가 발굴이 한창이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경기 침체 여파로 대안공간 및 소규모 공간은 폐관되었고, 미술계에 막 발을 들인 신진작가는 생계활동을 하거나 유학을 가야만 했다. 그러한 이유 때문에 어느 순간부터 부산 미술계에는 청년 미술인의 젊은 기운이 사라졌다.
갤러리 아인에서는 척박한 지역 미술판 안에서도 꾸준히 활동하고 있는 1980년대 출생 작가 8인(김혜진, 박주호, 박진성, 배남주, 신대준, 정문식, 정안용, 한충석)의 전시가 열렸다. 오랜 시간 정진해온 젊은 작가들의 다양한 드로잉과 회화작업을 만날 수 있는 자리였다.
옥상, 공사가 중단된 건물, 인적이 사라진 건물 등 특정한 장소를 드로잉하는 김해진, 아저씨 캐릭터로 현대인을 다양한 상황과 얼굴표정을 만들어내는 박진성, 연기(煙氣)의 유기적인 움직임에 관심을 가지고 그것을 새로운 이미지로 재해석하여 표현하는 정안용, 자연물이 가지고 있는 불확정적인 모습에 매력을 느껴 이를 표현하는 배남주 등 이들은 모두 대안공간과 젊은 작가 그룹전을 통해 소개된 바 있다. 앞으로도 세파에 휘발되지 않는 작가로 꾸준히 활동하길 기대한다.
김은경 예술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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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 (3)

이강원 〈심연(深淵)〉 2016

익산

지역미술 재정립의 필요성
익산예술의전당 〈전북지역 작가 재조명전〉, 세미나 개최

〈전북지역 작가 재조명: 미술가의 언어전〉(7.8~9.18, 익산예술의전당)은 창작 활동에 대한 조사를 바탕으로 재단법인 익산문화재단과 사단법인 한국미술평론가협회가 작가 추천과 인터뷰, 토론 등의 의견수렴을 거친 결과물이다. 이에 김수자 김상태 선기현 엄혁용 이강원 조헌이 출품했다. 1990년대 작가 활동을 시작한 이들로 익산을 주 근거지 삼아 다양한 모티프와 형식을 취하고 자유로운 내용 등으로 작업한 이들이다. 비평가가 작가의 작업실을 직접 방문하여 작업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그를 바탕으로 작가를 선정, 이후 전시와 세미나에 대한 계획을 수립한 점이 눈길을 끈다.
전시 개막과 함께 지역작가 재조명 세미나(오른쪽 사진)가 7월 8일 익산예술의전당 미술관 세미나실에서 열렸다. 전북 미술의 새로운 발전 가능성을 모색하고 현대미술의 실험성과 미래적 비전을 제시하기 위한 내용으로 구성됐다. 윤우학(한국미술평론가협회 고문)은 ‘현대미술 새삼스러운, 새로운 방향- 한국현대미술의 전개를 위해’, 최형순(한국미술평론가협회 주간)은 ‘전북 현대미술과 오늘의 작가들’, 김병수(미술비평)는 ‘지구/지역 시대의 지역과 미술’을 제목으로 발제했다.
황석권 수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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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김익모 〈daybreak 1621〉 목판 53×35cm 2016

광주

판화기법으로 탄생한 풍경화
〈김익모 개인전〉 6.29~7.7 515 갤러리

김익모(조선대 현대조형미디어과 교수)는 자연과 바다 등을 소재로 판화와 회화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업을 하며 독창적인 예술세계를 구축한 작가다. 10년여 만에 가진 개인전에서 작가는 세월의 두께가 느껴지는 근작을 선보였다. 남도 풍경을 사실적으로 표현한 구상회화의 주류에서 벗어나 과감히 추상 기법을 시도해온 그의 노력이 빛을 발한다. 〈daybreak〉, 〈landscape〉, 〈rabyrinth〉 연작은 지역 풍경과 정서를 초현실적으로 표현한 작품으로 방학을 이용해 틈틈이 작업해온 결과물이다. 〈daybreak 1621〉에서 김 작가는 풍경화의 수평 구도를 빌려와 선, 면, 색채로 다도해 풍경을 묘사했으며, 〈daybreak 1661〉에서는 캔버스 하단부를 푸른색으로 채우고 중앙 부분에 붉은색을 칠해 독특한 일몰 분위기를 연출했다. 사각형의 기하형태로 광주 도시를 표현한 〈rabyrinth〉도 인상적이다. 이외에도 남도, 안개, 비, 구름 낀 날, 해질녘 밤 도시 풍경을 그만의 독창적인 판화기법으로 선보였다.
“판화는 정성스레 깎은 만큼 좋은 작품이 찍혀 나오는 정직한 예술”이라고 말하는 김 작가는 작업 대부분을 1~2장 내외로만 찍어서 판화 자체의 매력을 보여주고자 했다.
김 작가는 제1회 한국현대판화공모전 우수상, 제2회 중국 국제판화비엔날레 문화건설부장관상, 제1회 광주시 미술대전 대상을 수상했다. 현재 한국미협, 한국현대판화가협회, 사)에뽀끄현대작가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박진현 《광주일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