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

최정화, 아무나 아무거나 아무렇게나 2 (2004)

위 장용근 <도시채집-간판> 잉크젯프린트 100×150cm 2004 아래 최정화 <아무나 아무거나 아무렇게나> 2004

도시의 풍경에서 가장 많이 만날 수 있는 간판을 비롯한 홍보물들. 이들은 모두 익숙해진 우리 삶의 한 부분으로 자리했다. 《월간미술》은 이를 매개로 한 작업을 통해 우리 삶의 풍경을 인문학적 시각으로 풀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예일대 동아시아학센터에서 도시건축미술에 대해 연구하는 필자는 일상성에 대해 비판적으로 접근하는 것에 또 하나의 의문부호를 던지고 있다. 눈에 띄는 차이를 발견하기 힘든 일상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간판, 한국의 일상으로 들어오다

백승한 예일대 동아시아학센터 연구원

한국 도시의 길거리를 다니다 보면 흔히 접하게 되는 수많은 간판, 네온사인, LED 스크린, 전단지, 현수막, 포스터 및 각종 거리광고물들을 한곳에 모으면 어떤 시지각적 효과를 가져올까? 그리고 그렇게 조합된 광고물 이미지들을 가지고, 이제는 진부한 듯한 한국 도시의 ‘일상’이라는 화두를 다시 한 번 꺼낼 수 있을까? 사진작가 장용근과 작가 최정화는, 이처럼 간판으로 비롯되는 21세기 한국의 특수하면서 보편적인 도시와 일상에 대해 각자의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장용근의 <간판>(2004)은 수많은 간판 및 가로경관 이미지들로 구성된 포토 콜라주 작품이며, 최정화의 <아무나 아무거나 아무렇게나>(2004)는 작가가 직접 모은 ‘불법’ 현수막들을 대학로에 위치한 아르코미술관 외벽에 한시적으로 전시한 설치작품이다. 비록 표현 매체와 작업 방식은 상이하지만, 두 작가의 작품은 한국 도시경관의 특징적인 요소들 중 하나인 거리광고물을 주요 소재로 한다는 점에서 맥락을 같이한다. 21세기 도시풍경, 일상생활, 그리고 한국 현대미술의 접점에 대해 탐구하는 연재의 첫 에세이로서, 필자는 두 작가의 작품을 함께 읽음으로써 간판으로 뒤덮인 한국 도시공간에서 펼쳐지는 차이와 반복, 역동성과 다양성, 그리고 일회성과 특이성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대구에 오랫동안 거주해온 작가가 직접 도시 곳곳을 답사하면서 찍은 가로경관 사진들로 구성된 장용근의 <간판>은 가로 1.5m와 세로 1m의 직사각형 프레임 속에 100장이 훨씬 넘는 도시풍경 사진이 들어있다. 간판으로 뒤덮인 한국 도시경관의 혼란스럽고 무정부주의적인 특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장용근의 작품은 ‘대명보청기’, ‘한일사진관’, ‘롯데관광’, ‘주주뱅크’ 와 같이 거리를 걷다가 흔히 접할 수 있는 동네 구석구석에 설치된 간판들에 새겨진 일상적 언어들로 구성되어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도시공간에 친밀함을 느끼게 한다. 한편, 빈 공간 없이 현란한 간판 이미지들과 메시지들로 빼곡히 채워진 직사각형 화면은 한국의 도시공간이 철저히 자본의 논리에 의해 작동되는 과도한 소비의 공간임을 암시한다.
도시에 대한 깊은 애착과 동시에 상업화된 도시공간의 경험에서 비롯되는 소외감이라는 양가적 감정이 묻어나는 작가의 <도시채집> 시리즈 간판은, 종종 비평가들에 의해 “욕망의 이미지”, “비일상”과 “값싼 키치”의 공간, “일탈의 이미지” 혹은 “무감각한 도시의 이미지”를 반영하는 작품으로 논의되어 왔다. 이러한 견해들의 이면에는 간판을 아름다운 도시미관을 해치는 “시각공해”, 순수한 건축입면을 침해하는 저속한 표피적 장식, 도시경험의 역동성과 진동이 증발한 공허한 기표, “사회적 권력의 표상”, 특수성과 지역성이 희미해진 “포괄적인 도시”, “부드러운 공해”, “환각의 미학” 등의 개념을 통해 이해하고자 하는, 후기 자본주의 체제 내 스펙터클 사회에서의 소비문화와 도시소외 현상에 대한 뿌리깊은 비판적 담론들이 존재한다.1 하지만 장용근의 작품이 만약 소비문화로 점철되어 소외감을 불러일으키는 ‘비일상’의 공간을 표상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보다 의미있는 ‘일상’의 공간이 과연 어딘가에 따로 존재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면, 거꾸로 생각해서 온갖 종류의 간판언어들과 이미지들로 혼란스럽게 도배된 한국의 도시공간이, 비록 이상적이지는 않을지언정, 한국의 도시상황 속에서 불가피한 일상 공간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작품을 자세히 보면, 언뜻 무감각하게 반복되는 듯한 도시경관이 사실은 주어진 상업적 환경 내에서 다양하고 복잡한 방식들로 표현되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에서 간판이 종종 소규모 간판업체에 의해 비교적 획일적인 방법으로 제작되는 한편, 장용근의 작품에서 나타나는 간판 이미지들은 각기 다른 활자체, 평면 구성, 색채, 리듬 등에 의한 상업경관의 다양성과 복잡성을 풍부하게 보여준다. 활자체와 색채를 이용한 간판언어의 부분적 강조, 한글이나 영어나 한자와 같은 언어의 취사선택, 그리고 문자와 이미지를 조합하는 다양한 방식 등은 손님의 눈길을 끌기 위한 진부하고 기계적인 광고전략 이상이 아닐 수 있지만, 동시에 다양한 업종과 사업규모에 따른 상인 각각의 미적 취향과 도시공동체에서 개인의 윤리성이 파편적인 형태로 여실히 반영되는 핵심적 경관 요소들이다. ‘롯데관광’과 같은 여행사 간판은 여타 장식없이 직사각형 간판 위에 업체 상호와 규격화된 상징을 비교적 평이하게 새겨놓은 한편, ‘시집못간 암퇘지’와 같은 동네 고깃집 간판은 미묘한 성적 뉘앙스를 재치있게 간판 언어로 표현하여 지나가는 행인의 눈길을 단번에 끌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 이처럼 간판이 각기 다른 디자인과 언어표현을 통해 구성된다는 측면은 너무도 당연한 사실이지만, 바로 그 지점을 통해서만이 한국의 일상 도시공간을 특징짓는 개별성과 특이성, 그리고 정서성과 도시의 역동성을 파악할 수 있다.
간판이 광고 전달의 수단인 한편 각 상인의 미적 취향과 정서성이 투영되는 접점이라는 사실은 철학자 루드비히 비트겐슈타인이 말하는 일상생활의 다양성 논의와 맞닿아 있다. 비트겐슈타인이 그의 저서 《철학적 탐구》 (1953)에서 “하지만 얼마나 많은 종류의 문장이 존재하는가?”라는 스스로 던지는 질문에 대해 “수많은 종류가 있다”고 답할 때, 그는 단순히 문장의 개수에 대해 논의하기보다는, 개인의 즉각적인 생각과 감정을 문장의 형식을 통해 표현할 수 있는 다수성과 예측 불가능성, 즉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일상의 다채로운 “삶의 형태(forms of life)”에 대한 철학적 탐구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다.2 그리고 비트겐슈타인은 하나의 독립된 단어가 단순히 명사인지, 동사인지, 혹은 평문인지, 명령문, 혹은 감탄문인지 구분하기 힘든 모호성은 그 단어의 사전적이고 규범적 의미보다는 일상 생활의 맥락에서만이 충분히 이해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장용근의 작품에서 나타나는 겉보기에 균질화된 간판언어들은 한국 도시공간의 일상성을 탐구케 한다는 점에서 단순한 정보 전달 이상의 함의가 있다. 가령 그의 작품에 드러나는 ‘피카소 미용실’ 간판이 “(바로 그) 피카소(!) 미용실(이구나!)” 유의 감탄문을 지칭하는 것인지, 아니면 “(여기는) 피카소 미용실(입니다)”라는 평이한 문장의 축약형인지는 근본적으로 규정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그리고, 그러한 간판을 마주하는 불특정 다수의 해독 방식은 간판을 디자인하고 제작하는 사람들의 입장과는 근본적으로 같을 수 없기에, 겉으로 보기에 진부한 간판의 디자인이나 언어표현은 항상 여러 주체에 의해 생성되는 임의성과 애매성, 그리고 즉각성과 창의성을 포괄한다.
장용근의 작품은 시각적 스펙터클을 넘어서 끊임없이 사라져가는 일상 도시 경험의 순간성과 특이성을 반영하며, 그가 현지답사를 통해 순간순간 맞닥뜨리는 다양한 도시 경험의 시공간적 층위들을 2차원 평면에 압축적으로 투영시킨다. 장용근은 대체로 건물 외벽에 빛이 균일하게 투영된 정적이고 기하학적으로 안정된 순간들에 집중하는 한편, 바람에 펄럭이는 현수막이라든지 인접 간판에 의해 생성되는 그림자와 같은 일시적이고 가변적인 순간들 역시 놓치지 않는다. 이는 작가가 그림자나 바람과 같은 환경적 조건들을 건물의 자율적 입면구성을 방해하는 요소이기보다는, 일상 도시공간의 감각적이고 교감적인 차원을 경험하게 하는 중요한 부분으로 인식하였음을 나타낸다. 이처럼 장용근의 관심이 상업 도시경관이 체험되는 다양한 도시적 상황들에 있다는 점은 도시 경험과 근대성에 대한 논의에서도 중요한 부분이며, 이는 독일의 문예학자 발터 벤야민이 도시를 읽은 방식과도 밀접하게 연관된다. 영화감독 앨리스 아놀드가 자신의 다큐멘터리 영화 (2012)에서 언급하듯, 벤야민이 읽고자 한 도시 경험의 순간성과 특이성은 간판이 전달하는 ‘메시지’ 자체에 있기보다는, 가령 비가 오는 날에 간판이 아스팔트 바닥 물웅덩이에 반사되어 다가오는 ‘형식’, 혹은 미술사가 아론 비니거가 벤야민의 언어를 빌려서 말하는 “세속적 불빛(profane illumination)”에 있다.3
이러한 점에서, 장용근의 작품은 간판으로 점철된 한국의 도시풍경을 온전히 부정적으로만 바라보기보다는 일상생활의 역동성, 특이성, 차이와 반복, 유머, 정서성, 그리고 규율성을 그만의 미묘한 방식으로 담아내서, 보는 이로 하여금 한국 도시일상의 다층적 차원을 생각하도록 촉발하는 듯하다. ‘간판’이라는 제목의 본 작품은 따라서 분리 가능한 개별 사물로서의 간판을 지칭하기보다는, 간판과 같은 일상적 거리경관의 요소로서 특징지워지는 한국 도시공간에서 일상의 의미에 대해 편견없이 다시 한번 생각할 계기를 마련해준다. 장용근의 작품은 한국 간판경관이 아름답거나 아니거나, 혹은 상인들끼리의 과도한 경쟁이 도시의 미관과 공공성을 해치거나 아니거나의 미적이고 윤리적인 판단 문제에 대한 해답을 즉각적으로 제공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의 작품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간판으로 도배된 한국 도시 일상의 가치에 대한 미적이고 윤리적인 차원에 대한 성급한 가치판단을 긍정적인 측면에서 보류하게 하며, 그를 통해 사소하지만 경이롭고, 최정화 작가가 말하는 소비문화로 점철된 한국 도시 일상의 “눈이 부시게 하찮은” 순간들을 환기시켜 준다.

도시 일상 생활의 미묘한 차이와 반복
스스로를 “사물에 중독된 페티시스트”라고 소개하는 작가 최정화는, <아무나 아무거나 아무렇게나>를 완성하기 위해 버려졌거나 철거된 불법 현수막들을 시청이나 구청 등을 방문하여 직접 수집하였다. 그리고 그렇게 수집한 불법 현수막들을 한국 근대건축의 거장 김수근의 대표작 중 하나인 아르코미술관(1979) 외벽에 설치하였다. 붉은 벽돌의 외장재와 여러 개의 기하학적 매스의 유기적이고 리듬감 있는 접합이 특징이며, 또한 건축역사가 정인하의 표현에 의하면 “에워싸여져 있지만 끊임없이 연결되는 [내부] 공간” 디자인이 두드러지는 김수근의 시적인 건축작품은, 소위 한국의 팝아티스트 혹은 키치아티스트로 대변되는 작가 최정화에 의해, 비록 한시적이지만, 향락적이고 과도한 축제의 공간으로 탈바꿈하였다.4 다소 도발적이고 긴 작품 제목이 암시하듯, 최정화는 누구나 (아무나) 주변에서 발견할 수 있는 사물을 가지고 (아무거나), 일상생활 속에서 보고 느끼는 순간들을 작품이라는 형식을 빌려 갤러리 밖을 벗어나 비교적 자유롭게 (아무렇게나) 표현할 수 있음을 몸소 실천하여, 자칫 저급하고 저속한 상업광고로 여겨질 수 있는 현수막이 또한 예술적 표현의 수단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작품에서 최정화는 뮤지컬 공연, 아이돌 콘서트, 지역축제, 옷가게 창고 정리, 세계문화유산 선정, 대리운전, 신간 잡지, 불법주차단속 등의 다양한 홍보와 광고 현수막들을 한 공간에 모음으로써, 그가 한 인터뷰에서 말하였듯이, 한국식의 “바글바글”한 도시문화와 “알록달록”한 색채감을 시각적으로 공간적으로 표현한다. 마치 부처님 오신 날 사찰 내 공중에 매달려 있는 알록달록한 연등들과 그 밑에 주렁주렁 달려 있는 무수히 많은 기도 쪽지를 연상시키는 그의 설치작품은, 김수근 건축의 표면을 거의, 그러나 (가령 크리스토와 장 클라우드가 (1975, 베를린에 설치)를 통해 보여준 것과는 달리) 건물의 표면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완전히 뒤덮지는 않는다. 따라서, 그의 설치작품은 거장의 건축작품인 아르코미술관과, 공연장과 상점들로 둘러싸인 일상적 공간인 마로니에 공원의 역동적인 도시 분위기를 여러 개의 흩뜨러진 현수막들을 통해 느슨하게 연결시키는 듯하다.
최정화의 설치작품에 같은 종류의 현수막들이 반복적으로, 그러나 서로 다른 배열과 접합방식 등을 통해 나타나는 점은, 자본주의 체제 내에서의 경험적 다양성 측면, 다시 말하면 대량 생산 시스템에 의해 작동되는 도시공간의 일상적 경험을 통해 펼쳐지는 차이와 반복의 미묘한 관계에 대해 생각할 여지를 던져준다. 가령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에스티 로더 마스카라’ 광고 현수막은 적어도(필자가 관찰할 수 있는 한) 네 번 이상 반복된다. 그중 세 개는 같은 배열방향, 즉 광고문구가 시작하는 현수막의 왼쪽 부분이 아래로 내려오도록 설치되어있는 반면, 네 번째 현수막은 그 왼쪽 시작 부분이 위로 향해 있어서 보는 이의 시점에서 현수막이 180도 틀어지는 결과를 만들어낸다. 그런가 하면 뮤지컬 ‘여름밤의 꿈’을 홍보하는 현수막은 두 개가 같은 방향으로 나란히 붙어있지만 미묘하게 다른 높이로 배열되어 있다. 그리고 각 현수막은 다른 면들에 인접한 현수막들의 각기 다른 색깔, 위치 및 문자 등으로 인해, 그리고 현수막 바로 밑에 위치한 전봇대 전깃줄과 가로수 등의 환경적의 영향을 받음으로써 반복보다는 차이의 효과가 더 크게 다가온다.
이처럼 최정화의 작품에 나타나는, 언뜻 사소해 보이는, 차이와 반복의 시각적 효과는 신유물론자 제인 베넷이 “동일성은 왜곡을 통해 반복된다”라는 주장을 통해 제기하는 문화산업 체제 내에서의 경험의 불확정성을 반영한다.5 테오도르 아도르노와 막스 호르크하이머의 기념비적 에세이 <문화산업>(1944)을 비판적으로 재해석하는 베넷은, 그들이 1)대량생산 체제가 빈틈없이 완벽하다고 과장하는 경향이 있으며, 2)만약 그렇다 하더라도 그렇게 생산된 제품 혹은 도시의 하부구조는 개개인의 고유한 방식으로 경험된다고 주장한다. 반복되는 공장라인의 제품 생산구조나 거리의 대형 스크린이나 TV화면에서 반복되는 광고 이미지는 각 에이전트의 제작이나 홍보 시스템에 따라 기계적이고 전략적으로 작동할 지언정 (그마저 베넷은 우연성과 불확정성이 존재한다고 주장하지만), 그러한 제품을 소비하거나 이미지를 경험하는 불특정 다수의 사람은 광고의 메시지나 제품의 완전성과는 별도로, 각자의 삶의 궤적 안에서 선택과 소비를 자기 생활의 범주 안으로 끌어들인다고 볼 수 있다.
사실 최정화의 화려한 현수막 작품이 아도르노와 호르크하이머가 우려했던 것처럼 시각적 스펙터클에 위압감을 느끼고 수동적 관찰자/소비자가 되었는지, 아니면 그러한 스펙터클을 자기화하였거나 단순히 무시하고 스쳐지나갔는지 등은 신중하게 생각해 볼 부분이다. 가령, 본 작품에 대한 몇 장의 기록 사진은 화려하고 다채로운 입면의 구성과는 상반되는 당시 마로니에 공원의 차분한 일상의 모습들을 보여준다: 무심한 듯 그의 작품을 쳐다보는 남녀 한 쌍의 연인, 작품을 등지고 (작품의 시야를 너무도 대담하고 극적으로 가리는) 새빨간 파라솔 밑에서 호떡과 쥐포 등의 간이음식 장사를 하는 아저씨, 그 옆에서 일회용 컵에 담긴 다방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사람, 그리고 작품 앞 도로 아스팔트 바닥에 큼직하게 새겨진 “일방통행 차 없는 거리” 안내글자 등….
흥미롭게도, 이러한 기록 사진들은 작품의 화려함보다는 그 주변의 평온하고 심지어 무료해 보이는 일상생활의 흔적을 여실히 보여준다. 사실 길거리에 예술작품이 있다고 해서 모두가 감탄하며 경이로운 시선으로 바라볼 이유는 없지 않은가? 어쩌면 로버트 무질이 말한 것처럼 도시 곳곳에 설치된 기념비들은 그 거대함에도 불구하고 바쁜 일상 생활 내에서 종종 무심히 지나치는 경우가 많을 뿐만 아니라, 도시학자 제인 제이콥스의 주장처럼 도시는 마치 갤러리에서 관객들이 팔짱을 끼고 주의깊게 바라보는 예술작품이 될 수 없다.6 무심함이 최정화의 설치작품을 대하는 하나의 태도가 될 수 있다면, 현수막에서 뿜어져나오는 시각적 현란함이 온전히 보는 이를 현혹게 하여 궁극적으로 자율성을 잃게 한다는 아도르노식의 문화산업에 대한 비판은, 조금 더 열린 시각으로 재고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다음 호에서는 지금까지 논의한 한국의 도시와 일상에 대한 관심을 지속시키는 한편, 간판으로 점철된 한국 도시경관의 역동성과 다양성을 작동하는 주체는 누구인지, 그리고 그러한 주체(들)의 개입에 의해 펼쳐지는 힘의 관계성은 무엇인지를 비디오 작가 박준범의 작품 (2004)를 통해 이야기고자 한다.●

1 Theodor Adorno and Max Horkheimer, , 《Dialectic of Enlightenment》, translated by John Cumming(New York: Herder and Herder, 1972): p.162-163; Michel Serres, 《Malfeasance: Appropriation through Pollution?》 Translated by Anne-Marie Feenberg-Dibon(Stanford: Stanford University Press, 2011): p.41; Jean Baudrillard, 《Simulacra and Simulation》, translated by Sheila Faria Glaser(Ann Arbor: The University of Michigan Press, 1994): p.90; Neil Leach, 《The Anesthetics of Architecture》(Cambridge: The MIT Press, 2000): p.46-47; Rem Koolhaas, in 《S, M, L, XL》, edited by Rem Koolhaas and Bruce Mau(New York: The Monacelli Press, 1995): p.1250-51
2 Ludwig Wittgenstein, 《Philosophical Investigations》, translated by G. E. M. Anscombe(Malden: Blackwell Publishing, 2001): p.23.
3 Alice Arnold, (58 min, Icarus films, 2012); Walter Benjamin, , 《Reflection: Essays, Aphorisms, Autobiographical Writings》, edited by Peter Demetz and translated by Edmund Jephcott(New York: Schocken Books, 1978): p.87; Aron Vinegar, 《I am a Monument: On Learning from Las Vegas》(Cambridge: The MIT Press, 2008): p.31.
4 Jung In-ha, 《Architecture and Urbanism in Modern Korea》(Honolulu: University of Hawai’i Press, 2013): p.92
5 Jane Bennett, 《The Enchantment of Modern Life: Attachments, Crossings, and Ethics》(Princeton: Princeton University Press, 2001): p.126
6 Robert Musil, , 《Posthumous Papers of a Living Author》, translated by Peter Wortsman(New York: Penguin Books, 1995): p.62; Jane Jacobs, T《he Death and Life of Great American Cities》(New York: Vintage Books, 1992): p.372

ART BOOK

동양예술에 담긴 인문사상의 핵심

주량즈 지음《인문정신으로 동양예술을 탐하다》 알마 2015

유교문화권이자 한자문화권에 속하는 우리에게 ‘동양’은 아이러니하게도 ‘낡음’과 ‘낯선’ 것인 오늘이다. 소개할 주량즈(朱良志)의 《인문정신으로 동양예술을 탐하다》는 동양의 철학에서 파생된 예술, 그 예술 속에 담긴 미학의 단초들을 살펴볼 수 있는 책이다. 불편한 한자들을 헤치며 책을 읽는 동안 ‘동양’의 개념이 얼마나 창조적이며, 현대적인 동시에 예술을 설명하기에 적합한 개념인지 깨달으며 더 이상 낡은 것이 아닌 더 알아야 할 ‘동양’으로 치환됨을 느낄 수 있게 된다.
애초에 동양에서는 삶과 철학, 그리고 예술이 크게 분리되지 않는다. “분산되어 있고 자유로워서, 마치 꽃을 앞에 두고 달을 감상한다든지 화로 앞에 앉아 차를 맛보는 것과 같은 식이다. 세 마디나 두 구절의 짧은 말 대부분은 지혜가 번뜩이고 한가로이 술잔을 기울이는 가운데 종종 정곡을 찌른다. 이러한 이론은 예술을 논하는 것이자 인생을 논하는 것이고, 이론이자 예술이기도 하다.”
저자는 동양예술의 본질을 몇 가지 요소로 정리하면서 동양예술과 중국예술을 혼용하여 표현하고 있는데 이것은 본고 서두에 언급한 한자문화권이자 유교문화권의 기초 철학이 중국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1강 ‘향기를 듣다’는 형신(形神)-형태와 정신에 관한 이야기다. 동양 예술은 기본적으로 형식미 자체에 머물지 않고, 그 너머를 추구한다. “그림을 그릴 때 겉모습만 비슷하게 그릴 수 있다면 어린아이의 수준과 다를 것이 없고, 시를 지을 때 문자의 뜻에만 머문다면 뛰어난 시인이 아니다. 그림은 정신을 그려내야 하고 시는 언어 너머에 있는 의미를 머금어야 한다.” 작가적 개념과 사유를 충분히 거친 창작이 더욱 의미있고, 가치있다는 현대적 미학 개념과 결코 다르지 않다. 2강 ‘춤을 보다’는 동정(動靜)-예술 작품에 있어 움직임과 고요함을 말한다. 단언하는 것에 신중하고 변화하는 것에 대한 넓은 시야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현대시각예술에서 식물성과 공존하는 동물성, 경계를 무너뜨리며 ‘이것도 되고 저것에도 해당하는’ 작품들과 비슷한 맥락이다. 3강 ‘굽이진 길 곡경’은 함축(含蓄)에 대한 설명이다. 산도 물도 제방도 회랑도 굽이지고 곳곳에 굽이진 풍경이다. 조원가가 이렇게 굽이지게 하는 것은 굽이진 물에서 푸른 바다의 광대함을 보고, 굽이진 회랑에서 구름까지 이어지는 느낌을 받고, 굽이진 난간에서 짙고 옅은(黑白) 자태가 가늘고 부드럽게 드러나고, 작은 돌의 굽이짐에서 천지를 하나로 관통하는 기세가 드러나도록 하기 위해서다. 4강 ‘작은 꽃 미화’는 이소견대(以小見大)-작은 것으로 큰 것을 표현한다는 독특한 동양식 표현이다. 이는 작은 꽃과 작은 돌에도 우주가 담겨있다는 뜻이며, “겨자씨 안에 수미산을 들인다(芥子納須彌)”는 관점이다. 5강 ‘마른 나무 고수’는 중국예술의 최고 개념을 드러내는 단어다. 즉, 대교약졸(大巧若拙)이란 표현의 함축어로 노자가 말한바 최고의 기교는 서툰 것처럼 보인다고 하는, 예술에서만 다룰 수 있는 치명적 명제다. 비슷한 명제인 6강 ‘텅 빈 산 공산’은 동양사상에서 현대예술에 가장 많이 인용되는 허실(虛實)의 문제다. 허와 실 모두 존재하는 것이며, 실이 있기 위해선 반드시 허가 받침이 되어야 하는 추상적인 명제의 구체화다. 서양에선 유사한 개념이 없으며 동양의 특유한 사상으로 현대미술을 비롯 예술을 설명할 때 비워져야 채울 수 있다는 개념만큼 창작 작품을 설명하기 좋은 명제도 드물다.
저자는 7강의 ‘차가운 달’과 8강의 ‘부드러운 바람’을 통해 동양예술을 탐닉하는 방식의 취미 부분을 다루었고, 9강의 ‘지혜의 검’에서 깨달음의 문제를 이야기한다. 10강의 마무리 지점에서 다루는 ‘조각배’는 하나의 상징물로 예술가의 마음을 담은 표현이다. “조각배는 예술가의 마음을 소풍 보내어 이상적인 세계로 향하게 하는데, 그곳이 바로 예술가의 정신이 머무는 곳이다… 예술은 기술이 아니라 마음을 평온하게 해주는 도구다.”라는 문장으로 예술에 있어 작가 정신의 깊은 부분을 다시 한 번 짚어주며 책을 맺는다.
이 책에 사용된 많은 단어나 문장의 공통점은 서로 다른 대척점이 아니라 각각 상대되는 개념이 있어 서로를 더욱 돋보이게 하거나(대대(待對)), 결국 모두 다를 뿐 틀린 개념이 아닌 것들이 조화롭게 공존하며 나름의 아름다움을 말하고(화해(和諧)), 생사(生死)를 나누지 않고 큰 자연의 틀에 넣고 보는 직관과 관통의 개념이 녹아있다. 무엇도 선명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엇도 틀린 것은 아니다. 이것은 한자의 숨은 괄호를 미처 새로운 현대어로 조어(造語)하지 못한 우리의 숙제일 뿐이다.
김최은영 미학

[separator][/separator]

DF2B3206세상을 바꾼 미술
정연심 지음
시대의 철학 종교 사회가 반영되는 미술작품과 예술가의 긴밀한 관계를 조명하면서 미술을 통해 세계사를 읽어낸다. 종교, 권력, 테크놀로지, 여성 등 굵직한 주제로 나눠 인류 문명의 중요한 요소를 미술로 짚어본다.
다른 184쪽·13,000원

[separator][/separator]

DF2B3217화가 반 고흐 이전의 판 호흐
스티븐 네이페·그레고리 화이트 스미스 지음/최준영 옮김
대중적인 사랑을 받는 반 고흐의 일생을 《잭슨 폴록: 미국의 전설》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전기 전문 작가가 공동 집필했다. 반 고흐를 둘러싼 예술적 신화를 걷어내고 새로운 해석을 이끌어냈다는 평을 받는다.
민음사 972쪽·45,000원

[separator][/separator]

DF2B3213리 컬렉션
이종선 지음
국내 국보급 문화재를 소장한 ‘삼성가의 컬렉션’을 주도하고 박물관 건립과 성장을 함께했던 저자가 지난 20년간의 수집 과정과 뒷이야기를 담았다. 문화재의 발굴부터 복원 연구 전시에 이르기까지의 숨은 이야기가 펼쳐진다.
김영사 320쪽·18,000원

[separator][/separator]

DF2B3220교회예술과 건축(외 2권)
헤더 손턱 맥레이 지음/최지원 옮김
〈세계 종교예술과 건축〉 시리즈 1권으로 그리스도교 회화와 건축 등을 도상학과 상징주의 관점에서 해석했다. 이 시리즈로 다른 저자들의 《이슬람 예술과 건축》, 《불교 예술과 건축》이 함께 출간되어 다양한 종교예술을 살펴볼 수 있다.
시그마북스 224쪽·15,000원

[separator][/separator]

DF2B3210사람을 사랑한 시대의 예술, 조선 후기 초상화
이태호 지음
초판본의 오류를 수정하고, 상태가 좋지 않던 도판들을 전면 교체해 재편집했다. 카메라 옵스쿠라가 조선 후기 초상화에 미친 영향을 살펴보고 초상화의 사실적 표현과 아름다움을 다루고 있다.
마로니에북스 424쪽·23,000원

 

[separator][/separator]

DF2B3207디자인 미학
제인 포지 지음/조원호 옮김
전통적 미학의 범위를 디자인으로 포용해 디자인의 미학적 위치를 살펴본다. 예술작품과 디자인의 차이를 분명히 나누며 기능적인 물건에 투영되는 미적 호기심을 살펴보면서 ‘미적’이란 말의 의미를 분석한다.
미술문화 304쪽·20,000원

[separator][/separator]

DF2B3214문화예술교육은 왜 중요한가
존 소렐 외 2인 지음/오수원 옮김
토니 블레어 정부부터 현재 데이비드 캐머런 정부까지 약 15년간 영국의 문화예술 교육을 이끈 세 전문가의 기록을 한 권의 책으로 묶었다. 정부와 민간, 지역 단위 교육정책이 추구하는 문화예술 교육의 청사진을 담았다.
열린책들 160쪽·12,000원

[separator][/separator]

DF2B3215스스로 조직하기
줄리 아울트 외 지음/박가희, 전효경, 조은비 옮김
2013년 오픈 에디션즈에서 출판한 《Self-Organised》 번역서. 북남미, 유럽, 아프리카 등에서 활동하는 동시대 시각예술가들의 경험과 담론적 연구를 바탕으로 ‘자기조직화(self-organised)’에 관한 해석과 시선을 담았다.
미디어 버스 232쪽·18,000원

[separator][/separator]

DF2B3218미술 철학사(전 3권)
이광래 지음
르네상스 이후부터 미술의 종말을 말하는 지금까지의 미술사를 철학적 문제의식을 지닌 미술가들을 중심으로 정리했다. 8400매에 달하는 원고에 1년 6개월간의 편집 과정을 거쳐 정리했으며 미술 철학사의 계보를 저술했다.
미메시스 992·832·832쪽·28,000원(각)

[separator][/separator]

DF2B3212고딕건축과 스콜라철학
에르빈 파노프스키 지음/김율 옮김
도상해석학자로 잘 알려진 저자가 “고딕건축 양식이 스콜라철학에 영향을 받았다”는 명제를 각종 사료를 통해 증명한 기념비적인 책으로 현대의 역사·사회학에 영향을 미치며 미술사의 학문적 지형을 넓힌 것으로 의미 있다.
한길사 252쪽·22,000원

[separator][/separator]

DF2B3216모마 마시터피스
앤 템킨 엮음/강나은 옮김
뉴욕 현대미술관(이하 MoMA)의 3번째 아트북 시리즈로 대중적인 작품부터 생소한 작품까지 4000점 넘는 회화와 조소 컬랙션 중 217점을 소개하고 MoMA 컬렉션의 역사와 작품 보존 등에 대한 설명을 덧붙였다.
RHK 248쪽·50,000원

[separator][/separator]

DF2B3211동물원이 된 미술관
니콜레 체프터 지음/오공훈 옮김
상류층의 재테크 수단, 시대풍조에 순응하는 미술가와 비평가 등 돈과 권력에 얽매인 현대미술의 모습을 파헤친다. 독일 미술잡지의 편집장이 현장에서 느끼고 경험한 내용을 바탕으로 ‘미술 증오’에 대해 설명한다.
자음과모음 208쪽·12,000원

ART JOURNAL

올해의 작가를 알립니다
김을 믹스라이스(조지은+양철모) 백승우 함경아〈올해의 작가상 2016〉후보로 선정

한국현대미술의 가능성과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작가를 후원하기 위해 제정된 〈올해의 작가상 2016〉 후보 작가 라인업이 공개됐다. 김을, 믹스라이스(조지은+양철모), 백승우, 함경아(사진 왼쪽부터)가 최종 4명(팀)으로 선정됐다. 선정위원으로는 바르토메우 마리 국립현대미술관 관장, 2015 이스탄불 비엔날레 예술감독을 역임한 캐를린 크리스토브 바카르기에브, 도쿄국립근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인 미카 구라야와 <2016 부산비엔날레> 감독을 맡은 윤재갑이 참여했다. 선정된 후보 작가 4명(팀)은 미술관과 협업으로 프로젝트를 준비해 8월 31일부터 12월 25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개최하는 〈올해의 작가상 2016전〉에서 신작을 선보일 예정이다. 작품 제작을 위해 각 4,000만 원의 창작후원금이 지원된다. 또한 SBS에서 수상 작가를 조망하는 다큐멘터리를 제작, 방영할 계획이다. 전시 기간 중 진행되는 2차 심사를 통해 ‘2016 올해의 작가’ 최종 수상 작가를 선정하고, 1,000만 원의 후원금을 추가 지원할 예정이다.
한편 국립현대미술관과 SBS문화재단은 올해부터‘올해의 작가상 해외 활동기금 제도’를 운영한다. 올해의 작가상 역대 참여 작가를 대상으로 해외 활동을 후원하기 위한 이 제도를 통해 향후 4년간 작가가 계획한 해외 주요 프로젝트를 심사해 각 2000만원의 작품 제작지원금을 후원한다. 2015년 12월 개최된 첫 번째 ‘해외활동기금’ 심사에서는 문경원+전준호, 이수경, 임민욱(이상 2012년 후원작가), 조해준, 함양아(이상 2013년 후원작가) 작가의 해외 프로젝트 후원이 확정되었다.

[section_title][/section_title]

전주뉴스 (2)

미술인들의 창작과 교류의 산실을 열다
전북도립미술관 창작스튜디오 개관

전북도립미술관(관장 장석원)은 완주군 상관면에 창작스튜디오 공간을 마련하고 2월 4일 현판식을 개최했다. 전북도립미술관 창작스튜디오(전북 완주군 상관면 신리로 49번지)는 1,583m2 대지에 연면적 723m2의 2층 건물로 완주군으로부터 5년간 무상 임차해 사용하게 된다. 과거 상관면사무소 건물을 리모델링하여 작년 12월에 공사를 마쳤다. 7개의 작업 스튜디오와 사무실, 식당, 전시 및 세미나를 위한 다목적 룸, 식당, 샤워실, 창고 등을 갖추고 있어 입주 미술가들이 작업에 전념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들과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데에도 큰 보탬이 될 전망이다. 전북도립 미술관은 공모와 자체심사 방식으로 4인의 입주작가(김진숙 강성은 최지연 박성수)를 선정했다. 또한 대만의 관두레지던시, 인도네시아의 루앙 게릴라, 중국 청두의 블루루프미술관 등과 연계한 아시아 각국 미술가들의 입주가 예정되어 있다. 창작스튜디오 개관과 더불어 〈전북청년 2015-16전〉도 개최되었다. 〈전북청년 2015전〉에 참여했던 김병철, 김성민, 이주리, 탁소연과 〈전북청년 2016전〉 전시작가로 선정된 박성수, 박재연, 박종찬, 홍남기 총 8명의 작품이 2월 26일까지 선보였다.
전주=최정환 통신원

[section_title][/section_title]

글로벌 아트 마켓으로 나아가기
해외 미술시장 전문가 초청 특강 열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2015년 미술품 해외시장 개척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진행하는 <글로벌 아트마켓 프로젝트>를 지난 2월 26일 대학로 예술가의 집에서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그동안 부산 대구 전주 등에서 열린 릴레이 워크숍에 이은 마지막 프로그램으로 진행되었다. ‘국제 미술시장의 흐름과 국내 아트페어 및 갤러리의 전략 모색’이라는 주제하에 해외 미술 시장 전문가를 초청해 특강을 진행한 것이다. 이번 특강은 오클랜드와 홍콩에 기반을 둔 미술시장 전문 매체 《오쿨라》의 공동설립자 사이먼 피셔(Simon Fisher)(사진 오른쪽)와 아트바젤 홍콩의 전신인 아트 HK, 아트 센트럴 홍콩, 아트 13 런던 등을 비롯 유수의 아트페어를 공동 설립한 팀 에첼스(Tim Etchells)를 초대해 현장 경험과 국제 네트워크 구축 방법을 들었다. 한편 오는 4월, 미술품 해외시장 개척 지원사업의 취지, 의의, 진행 과정과 5개 심포지엄에서 오고 간 주요 내용을 정리한 자료집은 온라인으로 무료 배포할 예정이다.

[section_title][/section_title]

부산_은주

부산_이윤주

마지막이 된〈부산청년미술상〉수상전
〈이윤주 은주 2인전〉열려

<부산청년미술상> 수상자인 이윤주와 은주 두 여성 작가의 공동전시가 2월 6일 해운대 공간화랑에서 막을 내렸다. 이번 전시에서 은주는 부조리한 현실과 예술의 상황이 지어내는 문제적 지점을 날카롭게 해부하고 분석하면서, 그 분석의 방식인 예술의 형식 자체마저도 해체하는 작업을 선보였다. 이윤주는 역사와 시간, 기억의 문제를 사적 사진과 역사적 사진을 직접 인용하여 환기했다. 역사와 현실의 시공간적 마찰을 개인적 시선으로 변주하는 동시에 공통의 삶으로 탈환하고 재배치하고자 했다.
은주는 1988년 부산에서 태어나 부산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했고, 이윤주는 1980년 부산에서 태어나 이화여대와 이화여대 대학원에서 회화를 전공했다. 한편 26회째 지속되어왔던 <부산청년미술상>은 이윤주와 은주의 전시로 막을 내린다. 이 상은 부산 공간화랑에서 주관하여 부산에 거주하는 만 35세 이하 작가 가운데 전년도 개인전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작가를 선정해 시상하고 다음 해 개인전을 열 수 있도록 후원하며 지금까지 수많은 작가를 배출했다.
부산=김은경 통신원

[section_title][/section_title]

대구뉴스-박철호 (2)

천 위에 새겨진 흐린 기억의 이미지
박철호 개인전〈순환-깃〉열려

서양화가 박철호의 개인전 <순환-깃>이 봉산문화회관 기억공작소 기획으로 열렸다. 지난 1월 15일부터 오는 3월 13일까지 두 달간 진행되며 리넨 위에 작가가 판화 기법으로 찍어 새겼거나, 붓으로 그려 넣은 이미지를 공간 벽면에 설치한 새로운 시도의 전시다. 각각의 천에는 기본적으로 새와 그 깃의 모양이 다채롭게 표현되어 있고, 이 그림 천들이 엷은 회색과 붉은색의 조합으로 공간을 나눈다. 작가는 또 다른 벽면 어귀에 1999년 작품 <절망과 희망 (Despair&Hope)>을 걸었다. 이 작품을 포함한 <새> 연작은 작가가 뉴욕에서 활동을 하던 1990년대 말, 작업실 창 너머로 본 비둘기들에서 시작되었다.
옆 건물 창틀에 앉아 젖은 깃을 움직이던 비둘기에 감정 이입된 작가는 그 모습에서 용기와 희망을 찾을 수 있었다고 한다. 비둘기는 작가에게 절망으로부터 희망을, 순간으로부터 영원을 찾아 붙들어 맬 수 있는 매개가 되었다.
시간이 흐른 지금, 작가는 <순환-깃전>을 통하여 흐릿해진 당시의 이미지를 천에 새겨 넣고 겹치고 이어 붙여 커다란 볼거리로 펼쳐내었다. 그림은 액자나 완벽한 고정 장치 없이 벽면에 느슨히 붙어서, 빛과 공기 흐름에 따라 미세하게 요동하는 식으로 작가의 기억을 재현한다. 이 광경은 보는 이에 따라서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겠으나 현대판화의 선두주자 박철호의 기교와 전망, 그리고 회고적 의식이 담긴 결과 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대구=윤규홍 통신원

[section_title][/section_title]

부산비엔날레_시떼 데자르 외관_Cité internationale des arts - Marais © A. Poupel

파리와 부산의 만남
부산비엔날레 시테 데자르 파견 프로젝트 시작

(사)부산비엔날레 조직위(이하 조직위, 집행 위원장 임동락)가 2월 15일 프랑스 파리의 시테 데자르에 부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젊은 예술가 김종권, 최한진 2명을 파견했다.
두 작가는 조직위가 지난 1월 만 40세 미만의 부산 지역 작가대상으로 자체 선정한 파일럿팀으로, 2월 15일부터 4월 3일까지 45일간 프랑스 파리 시테 데자르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김종권(1983년생)은 집의 구조와 인간의 욕망에 대한 작업을, 최한진(1981년생)은 기술의 발달, 사이보그(cyborg)에 대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조직위는 국내 작가의 해외 진출 교두보 역할을 하고자 했던 부산비엔날레의 초심에 다시 불을 지피기 위하여 이번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비롯 다양한 중장기적 국제 교류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조직위는 앞으로 비엔날레라는 전시를 넘어 국내 작가를 양성하고 해외 예술 기관들과의 협력 관계를 통해 문화적인 자산을 창출해나갈 계획이다. 향후 진행될 시테 데자르 파견 프로젝트에 대한 공모를 비롯한 세부 진행 사항은 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 공식 홈페이지 (www.busanbiennale.org)를 통해 지속적으로 공지될 예정이다.

[section_title][/section_title]

책누끼그림책으로 태어난 윤석남의 회화
《다정해서 다정한 다정씨》출간

조각과 설치, 회화를 넘나들며 한국의 여성상을 고찰해온 작가 윤석남의 드로잉 32점이 담긴 그림책이 출간됐다.
이 책은 40이라는 늦은 나이에 작가로 데뷔해 현재까지 왕성한 활동을 펼치는 윤석남의 삶이 녹아있는 자전적인 글과 그림으로 구성되어 있다. 드로잉을 그림책으로 옮기면서 작품성을 유지하면서도 그림책만의 독특한 매체적 특징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2015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 〈2015 SeMA Green: 윤석남-심장전〉을 관람한 그림책 작가 한성옥이 책의 기획과 구성을 담당했다.

[section_title][/section_title]

미래 작가를 응원합니다
〈2015 미래작가상전〉 열려

2015년 8월 전국 대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미래작가상 공모에 선발된 김영경 이택우 홍지윤이 6개월간의 튜터링 과정을 마치고 3월 9일부터 4월 3일까지 캐논갤러리에서 전시를 연다. 이번 전시는 박건희문화재단과 캐논코리아컨슈머이미징이 주최 및 주관했으며 튜터로는 구본창(마스터 튜터), 구성연, 변순철, 정희승이 참여했다.

[section_title][/section_title]

브랜드의 가치를 재고하기
〈락 더 브랜드전〉 열려

3월 2일부터 9일까지 인사동 한국미술센터에서 한국창의뮤지움연구소가 주최하는 전시 <락 더 브랜드>가 열린다. 이번 전시는 브랜드의 가치관을 생각해보고 현대 생활문화에서 새롭게 인식되는 브랜드와 소비문화를 돌아볼 예정이다. 이번 전시에는 이현아 박재연 홍경태 등 19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section_title][/section_title]

갤러리 탐방 재능문화센터(JCC)

jcc (6)“전시기반의 교육기관을 향하여”

2015년 10월 혜화로터리 부근에 노출 콘크리트로 절제된 공간을 구현해내는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건물이 들어섰다. 수직 수평의 조합으로 기하학적인 아름다움을 자아내는 이 건축물은 2015년 새로 문을 연 재능문화재단의 복합문화 공간인 재능문화센터 (이하 JCC)(관장 안순모, 센터장 김정화)다. 지하 1~2층에는 콘서트홀이 있고, 지상 1층부터 4층까지 전시장이 이어진다. 설계 당시부터 용도에 맞게 지은 공연장과 달리 전시장은 완공 이후에야 용도가 정해졌다고 한다. 상황이 그러하다보니 건물 자체의 미적 취향에 눌려 전시 구현에 어려움이 많다. 안도 다다오 건축의 특징이기도 한 노출 콘크리트는 콘크리트 판을 만들 때 거푸집이 벌어지지 않도록 조인다고 한다. 이때 사용한 나사못으로 인해 구멍(콘)이 생기는데 이 콘은 건물 전체를 장식하는 하나의 패턴이 된다. 전시·공연·아카데미를 아우르는 JCC에서 전시를 담당하는 전시 기획실장 채영(사진)은 “미술작품을 벽면에 걸거나 조명등을 추가적으로 설치하기에 쉬운 구조는 아니어서 전시의 어려운 점이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고안해낸 방법이 각 콘에 네임태그를 만들어 나사처럼 끼우는 방식이다. 벽에 손상을 최소화하면서도 작품에 대한 설명과 건축물의 특징을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작품과 네임태그 사이에 거리가 있어 관람에 다소 불편하지만 건축을 최대한 살리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JCC의 첫 개관전은 <길 위의 공간>(2015.10.27~2.28)이다. 많은 예술가가 머문 혜화동의 지역적 특징과 새로운 문화공간인 JCC를 상호 “공간을 넘어서는 또 하나의 다른 공간”으로 해석하는 전시였다.
안도 다다오의 건물과 작가들의 작업 간 공통된 맥락을 이끌어낸 작가 9팀(금민정, 김종구, 김용관, 박여주, 신승백+김용훈, 양주혜, 이해민선, 정현, 프랑수아 패로딘)은 건물의 내·외부를 넘나들며 작품을 선보였다. 삼면에 창을 둔 4층 공간은 외부 경관을 내부로 끌어들이는 차경(借景을) 취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그곳에 작품을 설치한 작가 김종구는 안도 다다오가 자연을 추상하여 차경을 도입했듯 외부에 보이는 산수 실경과 쇳가루 풍경을 배치해 중의적으로 안도 다다오의 건축관과 자신의 작업관 사이의 교차점을 찾아갔다. 이뿐만 아니라 복도, 계단, 공연장 앞 벽까지 작업을 설치해 공간의 예술성에 대한 인식을 세우기 위해 노력했다. 건축의 가치를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이 공간의 궁극적인 목표는 교육기관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전시와 공연 연계교육을 넘어 스스로 주도적인 학습을 할 수 있는 디지털교육을 접할 수 있도록 디지털 리소스를 축적해 나갈 예정이다. 4월 초에 예정된 두 번째 전시는 장욱진, 이대원 등 혜화동에 거주했던 예술가를 중심으로 우리 근현대사 속 혜화동의 위치를 탐색해 나갈 예정이다. www.jeijcc.org
임승현 기자

jcc (7)

2016년 3월 제374호

특집

숨 쉬는 도시, 도시재생을 생각한다
영국의 지리학자 데이비드 하비는 “도시는 온갖 유형, 온갖 계급의 사람들이 서로 싫어하고 적대하면서도, 하나로 뒤섞여 끊임없이 변화하고 이동하는 삶을 살아가며 공유재(또는 공동적인 것)를 생산하는 장”이라고 말한다. 도시는 살아 숨 쉬는 생명체와 같다. 거미줄처럼 얽히고설키는 이 공간은 사람들의 숨결이 모여 새로운 생명을 부여받는 유기체적 생태학의 보고다. 그러니 건물 하나를 부수고 재건하거나 기존의 시간을 흔적 없이 지우고 새로운 옷을 입히는 일은 공간에 대한 이해와 맥락을 무시하는 행동이 될 수 있다. 고속 성장하는 경제에 따른 무분별한 재개발 및 재건축 속에서 소중한 것들이 사라졌다. 재개발의 폐단을 넘어 ‘도시재생’은 옛것의 가치를 보존하고 기억하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서구권을 중심으로 일어난 도시재생이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다시 주목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를 시사하듯 2015년 영국의 한 젊은 건축가 그룹이 쇠락한 마을에 새로운 생명을 불러일으킨 ‘그랜비 주거 프로젝트(Granby)’를 통해<2015 터너 프라이즈(Turner Prize)〉를 수상했다. 이를 기회로《월간미술》은 도시재생 속에 미술의 방향과 위치를 고민해본다. 모든 사람은 땅 위에 거주함으로써 존재하기에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의 생명을 불러일으키는 정책에서 누구도 배제될 수 없다. 도시재생의 의미는 무엇이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 안에서 우리의 삶 속에 파고들어 이를 표현하는 미술은 어디에 자리하고 있으며 역할을 확장해 나갈 수 있는지 가늠해본다.

편집장 브리핑 54

모니터 광장 56

칼럼 58
미술시장 실태조사, 국내 미술시장의 현주소를 담다 |조소현

기자의 시각 60

핫 아트 스페이스 66

이태호 교수의 진경산수화 톺아보기6   70
서울이 아름답다 한강 동호, 조선의 인재를 건지다 |이태호

특집  숨 쉬는 도시, 도시재생을 생각한다  76
도시재생이란 무엇인가 | 유현준
도시재생의 역사와 나아갈 방향 |이우종
어셈블: 사회적 실천으로서의 예술 |이숙경
경제 신화도시‘선전’에서 부흥한 도시건축비엔날레 |심소미
유휴공간의 재발견, 도시 재생의 새로운 기회가 되다 |김연진

스페셜 아티스트 106
신학철  신의 소리, 넋이 하는 말 |김종길

작가 리뷰 114
정정엽 경험하는 그림의 정치 |김강

화제의 전시 120
<리얼리즘의 복권展>  리얼리즘의 복권? 시장의 호출과 시대 요구의 틈새 |김미정

전시 초점 126
<서울 바벨展>  미술관에 입성한 신생공간의 딜레마 |신현진

월드 리포트 132
<1960년대 이후 독일의 미술展>  독일 현대미술을 정의하다 |박진아

월드 토픽 138
<사이먼 후지와라展>  보이지 않는 것들을 비추는 거울 |마정연

월드 토픽 144
<제1회 아시아비엔날레/ 제5회 광저우트리엔날레>  아시아비엔날레가 의미하는 것 | 이슬비

크리틱 148
백현진·주도양·이주리·노순택

리뷰 152

월드 프리뷰 154

프리뷰 158

전시표 163

독자선물 167

최예선의 달콤한 작업실6 168
저장강박증자의 물건 버리기 |최예선

논단 170
간판, 한국의 일상으로 들어오다 |백승한

아트북 174

아트저널 176

편제 180

[separator][/separator]

Editor’s Briefing 54

Monitor’s Letters 56

Column 58
The Survey on the Art Market|Cho Sohyun

editor’s view 60

Hot Art Space 66

LEE TAEHO’S JINKYUNGSANSU SKETCH6  70
Seoul is Beautiful_Dockseodang-Gyehoedo|Lee Taeho

SPECIAL FEATURE 76
Not Urban Redevelopment, But Urban Regeneration
Yoo Hyunjoon, Lee Woojong, Lee Sookkyung, Sim Somi, Kim Younjin

Special Artist 106
Shin Hakchul |Gim Jonggil

Artist Review 114
Jung Jungyeob|Kim Kang

Exhibition Topic 120
<Reinstatement of Realism>  | Kim Mijung

Exhibition Focus 126
<Seoul Babel> | Shin Hyunjin

World Report 132
<German Art Since 1960> |Park Jina

World topic 138
<Simon Fujiwara> | Ma Jungyeon

World topic 144
<The 1st Asia Biennial/ The 5th Guangzhou Triennial>  | Lee Seulbi

Critic 148

Review 152

Preview of Overseas 154

Preview 158

Exhibition guide 163

readers gift 167

Choi Yesun’s Sweet Workroom6 168

Article 170
Sign | Paek Seunghan

art book 174

art journal 176

Credit 1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