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LETTER

06월 표지

진정성의 승리

“ … “그만 찍고 밥 먹어! 그게 밥이 나오냐, 떡이 나오냐! 미대 6년 넘게 다녔으면 됐지. 쯧쯧…, 에그! 저놈은 도움이 안 돼!”. 비디오 작업에서 부모님이 촬영을 하고 있는 내게 이야기하는 내용이다. 물론 싫거나 미워서 하는 말씀은 아니다. 미술을 하는 내게 있어 이러한 현실은 사회의 계급과 국가권력이 생활세계에 어떻게 교차되는 지를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노동자계급으로 살아가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삶을 통해 나와 가족, 나와 미술, 나와 사회와의 상관관계를 생각해 보며 그러한 일상의 과정 속에서 또 다른 ‘삶의 방식’을 보여주고자 했다. …”
– 2001년 대안공간 풀에서 열린 임흥순의 첫번째 개인전 <답십리 우성연립 지하 101호> 《작업노트》에서

그렇다, 임흥순은 이런 작가다. 15년 전이나 지금이나 한결같다. 그는 ‘예술(가)의 사회적 역할과 실천’이라는 화두를 끈질기게 잡고 있다. 《작업노트》에서 밝힌 것처럼 ‘나와 가족, 나와 미술, 나와 사회의 상관관계’에 대해 스스로 질문하고 그 답을 찾아오고 있다. 그러면서 형식과 내용 모든 면에서 서서히 진화해 왔다. 초기 페인팅 작업부터 단편 비디오 영상작업을 거쳐 최근에 다큐멘터리 장편영화로까지 형식은 확장됐고, (특히 2000년대 중반까지 활동했던 프로젝트 소그룹 ‘믹스 라이스’ 시절은 오늘의 임흥순을 있게 한 중요한 변곡점이라고 생각된다.) 내용은 자신의 부모님을 비롯한 가족 이야기로 시작해 이주 노동자와 제주 4·3, 그리고 아시아 여성노동자의 현실까지 한층 폭넓어 졌다. 이런 그가 이번 <제56회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한국작가 최초로 은사자상을 수상했다. <위로 공단>은 런닝타임이 95분이나 되는 장편 다큐멘터리 영화다. 애초에 비엔날레 출품을 위해 제작된 작품이 아니다. 그러니 수상에 대한 기대도 없었으리라.
반면 한국관 사정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7채널 영상 설치 작품 <축지법과 비행술>은 화려하고 쌈빡하다. 처음부터 작정하고 이번 베니스 비엔날레를 목표로 만들어 졌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를 필두로 대기업과 각 분야 전문가에게 후원과 지원도 받았다. 사정이 이러하니, (일부 국내 미술관계자 사이에서) 국가관 황금사자상 수상을 은근히 기대하는 분위기가 없지 않았다. 올해는 한국관 개관 20주년이 되는 해고, 커미셔너나 작가 모두 나름 국제적인 인지도가 있는 인물이며, 여기에 유명 여배우가 출연했고, 전문적인 촬영장비가 동원돼 만들어진 작품이었기에 내심 기대감이 컸던 것 같다. 그러나 막상 <축지법과 비행술>에 대한 평가와 반응은 (물론 호불호가 갈리지만) 썩 호의적이지만은 않은 것 같다. 아무튼 <축지법과 비행술>과 <위로공단>은 여러 면에서 다르다. 마치 국가대표 축구팀이나 프로야구 같은 인기종목과 필드하키나 럭비 같은 비인기 종목의 차이라고나 할까? 누군가는 임흥순의 수상에 오버하며 호들갑떨기도 했고, 또 누군가는 ‘개천에서 용 났다’며 비아냥거리기도 하더라. 거두절미하고, 나는 임흥순의 이번 수상을 ‘진정성의 승리’라고 대변하련다.
P.S. 지난달 사무실에 붙어있던 시간은 고작 며칠. 연이은 출장으로 오랫동안 자리를 비웠다. 여러 가지가 걱정되고 불안했지만 어쩔 수 없이 마감 직전에야 복귀했다. “그런 우려는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장기간 편집장 부재 상황에도 불구하고 그 빈자리가 무색할 정도로 기자들은 모든 일을 알아서 착착 해내면서 제몫을 톡톡히 해냈다”고 말하고 싶지만 그럴 순 없다. 왜냐구? 만약 진짜 그랬다면 “편집장이 없어도 우리끼리 알아서 잘 돌아가니 그 놈에 편집장 있으나마나다” 뭐 대충 이런 얘기일 테니까. ‘헉~!’ 소리가 절로난다. 다행히도 속 깊은(?) 우리 기자들은 이번 기회에 편집장이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을 만큼, 딱 그만큼 분량의 일거리를 남겨놓고 기다리고 있더라. 하여튼 고맙다!
편집장 이준희 dam2@unitel.co.kr

CONTRIBUTORS

유진상유진상 계원예대 교수

굵직한 해외 미술이벤트 현장에서 만나는 우리 미술인이 그렇게 반가울 수 없는 건 기자만의 생각일까? 특히 유진상 교수처럼 원고를 청탁할 수 있는 필자라면야 더더욱 그렇다. 현지에서 바로 진행된 원고청탁에 주저함 없이 응한 유 교수. 다양한 국내외 반응과 레퍼런스를 살펴보느라 마감일정을 살짝~ 넘겼으나 그만큼 고민의 깊이를 더한 원고를 생산하기 위함이리라. 그 고민의 흔적은 특집에서 살펴보시길.

함영준 (1)함영준 일민미술관 책임 큐레이터 커먼센터 멤버

한창 준비 중인 전시 내용을 정리해달라는 청탁에도 흔쾌히 응해준 너무나 감사한 필자이자 동시에 이번호 마감기간 물에 빠진 휴대폰으로 기자를 마음 졸이게 한 장본인. 시대의 변화를 세심한 관찰력으로 읽어내 미술을 이해하는 ‘힙(Hip)’한 큐레이터. 2013년 영등포에 위치한 ‘커먼센터’를 개관하고 직접 기획한 〈오늘의 살롱〉, 〈스트레이트〉 등은 그만의 감각을 잘 보여준 대표적인 전시다. 올해부터 일민미술관 책임큐레이터로도 근무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