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Artist-Dana Ramon Kapelian

다나인물 (5)

다나 레이몽 카펠리앙

“나는 이방인이었기에 여성들이 어떠한 규범에도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대답할 수 있는 질문들을 마음껏 할 수 있었다. 한국은 빠른 속도로 개방의 문을 열고 있다. … 변화는 불가피하지만 변화의 속도가 불안해 여성들이 자신의 새로운 사회적 역할과 위치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빨라 급변하는 사회의 요구에 대항하고 적응할 시간이 없는 것이다.”
– 다나 레이몽 카펠리앙

한국여성을 통한 역사읽기

한국 여성 60명과의 인터뷰를 진행하고 사진을 찍어 책으로 엮었다. 어떻게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는가 한국에 오기 전부터 한국에 관한 책을 여러 권 읽었다. 한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서서히 알아가며 한국인의 삶이 도전적이고 저항적인 시간을 보냈을 것이라 느껴졌다. 매우 미래지향적인 방향성을 제시하면서 동시에 전통문화와 모더니즘적 요소가 뒤섞여 있는 한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특히 한국여성의 삶이 궁금했다.
왜 여성에 초점을 맞춘 작업을 결정했는가 내가 여성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여성의 삶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나는 각각의 여성들의 삶을 통해 한국의 역사를 이해하려고 했다. 일제강점기를 겪은 1927년생 할머니부터, 6·25전쟁, 군부독재를 지나온 세대, 그리고 10대 소녀까지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처음엔 그들이 겪은 거시적이고 역사적인 사건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듣고 이후에는 개인적 삶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면서 한국사회의 거시적인 흐름과 동시에 현재를 살아가는 여성들의 모습을 알 수 있었다.
인터뷰를 통해 본 한국 여성과 유럽 여성의 삶에서 가장 다른 점은 무엇인가 여성들 사이엔 지역을 막론하고 공통된 삶의 공감대가 있다. 문화적으로 다른 면을 꼽자면 결혼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들 수 있다.
‘사랑 없는 결혼생활’이라는 말을 사회적인 코드로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는 한국여성들의 대화는 충격적이었다. 내가 만난 한 20대 후반의 이혼여성은 인터뷰 후에 책에 사진이 노출되는것을 꺼렸다. 사회적 시선 때문에 직장동료와 주변인들에게 이혼사실을 숨기고 있다고 했다. 유럽 사회는 결혼과 이혼에 대해 한국보다 자유롭고 개방적이다.
인터뷰이를 어떻게 선정했는가 다양한 매체의 기사를 읽어가며 사람들을 찾았다. 그리고 한 사람을 인터뷰하면 그가 다른 이를 소개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인터뷰를 이어갔다. 인터뷰이를 선정할 때 최대한 사회, 경제적 계층과 연령이 다양하게 포진되도록 신경썼다. 60명의 여성이 한국 여성 전부를 대변할 수는 없지만 최대한 다각도의 모습을 보여주고 이해하려 했다. 한국인 남성과 결혼한 외국인 여성, 한국에서 평생을 산 미국인 수녀 등도 포함했다. 나에게 그들 역시 한국인이고 한국사회의 일부다. 비록 내가 한국어를 잘못해서 부끄럽지만 한국은 이미 나의 일부이다.
책의 출간에 맞춰 전시 계획은 없는가 처음부터 책 출간을 염두해 두고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인터뷰를 한 몇몇 사람의 사진을 벽에 걸고 소수의 관람객에게만 작업을 보이는 방식을 지양한다. 책을 출간하면 보다 많은 사람이 내 작업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예술가에게 국적이란 어떤 의미라고 생각하는가 역사적인 이유 때문에 한국이 닫혀있는 경향을 띠게 됐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 자유롭고 개방적인 사고와 시스템의 유연함은 중요한 부분이다. 세계적인 도시에 비해 서울은 거주하는 외국인의 비율이 매우 낮은 편이다. 하지만 한국인은 결단하면 빠르게 실행에 옮기지 않는가. 지금도 변해가고 있고 곧 바뀔 것이라 생각한다. ●

다나 레이몽 카펠리앙은 1963년 이스라엘 하이파에서 태어났다. 1986년부터 1988년까지 메리트 장학금과 소벨 장학금을 받아 샌프란시스코 아트 인스티튜트에서 공부했다. 1989년부터 20년간 파리에 머물며 프랑스, 독일, 브라질 등지에서 수차례의 개인전과 단체전을 열었다. 2010년부터 한국에 거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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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한국의 여성들: 전통에서 자아의 재발견으로》에 인터뷰와 함께 게재된 사진. 사진 속 인물은 가수 최은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