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IONAL NEWS

광주

미시적 일상으로의 초대
〈The Room; 사색의 공유〉 1.20~3.1 롯데갤러리

농익은 기교와 필력으로 한국화의 현대적 해석을 시도하는 두 여성 작가의 전시가 한창이다. 전시는 개인의 감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심리적 공간으로 ‘방(Room)’을 설정하고 이를 맘껏 엿볼 수 있도록 펼쳐놓았다. 응집된 내면의 세계를 현실 속 이미지들로 조합하거나 섬세한 감성과 관찰력으로 자연스러운 일상의 모습을 포착한 작품으로 이루어졌다. 권인경은 동양화의 부감법을 활용하거나 수묵화 표현기법을 적절히 차용하여 독특한 구도의 화면을 구성했다. 기억된 이미지의 파편인 고서를 콜라주한 화면 중심부를 향해 켜켜이 포개어 자신만의 내면의 요새(fortress)를 견고하게 구축하였다. 임남진은 사적인 공간에서 반복되는 일상적 보편성에 주목했다. 침실을 점령한 널브러진 술병과 빨래건조대, 텅 빈 식탁에 홀로 앉아 조촐한 식사를 하는 어느 중년 남성의 뒷모습 등 애처로운 도시인의 자화상을 화면에 담았다. 작품을 보며 괜스레 부끄러워진 이유는 일주일째 방치된 내 방 침실과 식탁에서 혼밥을 즐기는 내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일까.
이부용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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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제주의 과거와 현재의 교차지점에 대한 탐색
〈라이브쇼 – 개○예정 편〉 2016.12.30~2.24 제주시 관덕로 14

제주_옥인콜렉티브 워크숍

옥인콜렉티브〈제주 개더링 – 제주와 떡국〉프로그램 현장

제주에서는 지역 밀착형 리서치와 커뮤니티 아트를 기반으로 제주 원도심을 재탐색하는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제주종합문화예술센터(가칭) 개관 사전 팝업 프로젝트이기도 한 〈라이브쇼 – 개○예정 편〉은 제주 원도심의 장소성과 역사성, 그리고 지역 주민들의 삶을 연결 짓는 과정에서 예술을 경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했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권혜원, 박금옥, 세시간 여행사(윤세라, 이예지), 옥인콜렉티브(김화용, 이정민, 진시우+ 객원 아티스트 박주애), 이원호, 조윤득, 진나래, 최정수 등 총 8팀이 참여하였다. 이들은 제주종합문화예술센터가 제주대학병원 건물을 개조해 사용한다는 사실에 착안하여 이전의 흔적들을 기록하거나 성곽길을 답사하면서 현황을 리서치하고 원도심에서 만나는 사람들을 인터뷰하는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마련하였다. 이외에도 리서치, 워크숍, 좌담회, 상영회, 퍼포먼스 등을 통해 제주 원도심의 역사적, 사회적, 문화적 지층을 지역 사회와 함께 탐색한다. 또한 원도심 내에 유휴공간(제주시 관덕로 14)을 커뮤니티 룸으로 개방해 언제든 지역 주민들이 프로젝트를 참관하거나 참여할 수 있게 만들었다. 결과물뿐 아니라 과정도 함께 공유하는 형태로 같은 공간에서 2월 17일부터 24일까지 전시될 예정이다.
예술가와 지역 주민이 제주의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지점을 함께 탐색한다는 점에서 이번 프로젝트가 더욱 의미 있으며 개관을 앞둔 센터의 방향성과 역할을 알리는 예고편이기도 하다. 원도심 내 문화예술 거점공간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센터의 역할을 기대해 본다. 이승미 미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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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창 앞에 낭만이 가득하다
〈낭만창전(浪漫窓前)〉 1.9~2.25 경북대학교미술관

대구_.STUDIO1750

경북대학교미술관은 2017년 첫 전시로 〈낭만창전(浪漫窓前)〉을 개최한다. ‘창 앞에 낭만이 가득하다’는 의미의 조어(造語)를 제목으로 내세운 이 전시는 자연을 즐기며 자연의 이치로 만물을 만들어 기른다는 ‘화육(化育)’을 주제로 감상적이고 이상적으로 사물을 대하는 낭만적 태도 또는 분위기를 작품으로써 보여준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16명(팀)의 작가는 회화, 조각, 설치, 영상 등 32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권기수는 “그림 그리는 일은 흰 바탕의 뒤에 행한다”는 공자의 ‘회사후소(繪事後素)’에서 영감을 받아 기존 작품을 지우개로 지우거나 낙서하는 과정을 통해 내면의 본질을 담아냈다. 신성환은 “하늘은 검고 땅은 누렇다”는 뜻의 ‘천지현황(天地玄黃)’을 머리는 하늘에 두고 육체는 땅(현실)에서 살아야 하는 인간의 실존으로 해석하여 삶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작품에 담는다. 무나씨의 4연작은 사과 씨앗이 싹을 틔우고 사과나무가 되는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씨앗에 담긴 우주의 섭리와 자연의 순환을 말한다. 박방영은 ‘꽃의 기운이 천지에 가득하다(화기천지(花氣天地))’는 작품 제목처럼 자연의 강한 생명력과 에너지를 표현한다. 전시를 기획한 이남미 큐레이터는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이 동양의 자연사상을 바탕으로 우주와 자연을 담아내는가 하면 낭만에 젖어 음유하기도 한다고 말한다. 익숙하고 일상적인 소재 ‘자연’이 낭만이라는 감성의 옷을 입고 관람객의 마음을 감싸 안는다. 이민정 미술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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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아름다운 순간에 대한 어떤 통찰
〈아름다운 순간〉 2016.12.13~2.19 대전시립미술관

권여현 〈원숭이소나무〉캔버스에 유채 181×227cm 2010

권여현 〈원숭이소나무〉캔버스에 유채 181×227cm 2010

아름답다고 느끼는 ‘순간’은 사람마다 다 다르다. 아름다움 자체는 개념화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순간’을 포착하는 시선 끝에서 피어나는 아름다움은 공감할 수 있다. 대전시립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아름다운 순간〉은 양민하, 김세일, 권여현, 윤종석, 백한승, 복진오, 이민혁, 차이밍량 등 총 8인의 작업을 통해 자본주의 사회의 촘촘한 시스템 망 사이로 빠져나오는 아름다움의 ‘순간’을 통찰한다. 전시는 3가지 섹션으로 구성된다.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아름다움의 이상은 무엇인가’ ‘아름다움은 구원에 이를 수 있는가’. 예컨대 김세일의 조각 〈하늘〉에서 우리는 철선 구조물 사이에 갇힌 새를 통해 무한히 펼쳐져야 할 하늘을 연상하며 ‘아름다움의 실체적 조건’으로서의 공간을 앙망하게 된다. 윤종석의 얼굴작업은 주사기로 쏘아 두꺼운 층을 이루는 인물-풍경이다. 이는 순간의 기억이 켜켜이 쌓인 풍경으로, 기억을 통해 ‘아름다움의 이상’에 접근함을 이야기한다. 차이밍량의 영상작업 〈Beautiful 2012, Walker〉는 삶과 죽음, 행복과 불행 사이에서 아름다움을 고찰한다. 홍콩 도심의 빠른 리듬 사이로 먹을거리가 들어 있는 봉지를 든 채 천천히 걷는 승려의 걸음을 대비시키는 영상에서 속도의 간극을, 그리고 삶의 덧없음 사이를 비집고 나오는 어떤 아름다움 혹은 비애미가 느껴진다.
유현주 미술평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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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막연한 나누기(÷)
〈2016 안녕, 예술가전 [+,-](더하기, 빼기)〉 오픈스페이스 배 2016.12.16~1.31

사진 오른쪽 이한솔 〈~를 위한 잔상〉혼합재료 가변설치 2016

사진 오른쪽 이한솔 〈~를 위한 잔상〉혼합재료 가변설치 2016

어떤 현상에 대한 반성 혹은 비평의 편에 서서 이뤄지는 모임은 언제나 흥미로워 보인다. 2015년 첫 시작을 알린 〈안녕, 예술가〉는 부산에서 활동하는 ‘젊은 작가’들이 모여 오픈스페이스 배의 지원을 받아 작업하는 모임이다. 비슷한 주제로 고민하는 작가들이 서로를 동료로서, 예술가로서 지원하고 지역 미술계가 안고 있는 공공의 문제를 가시화해 비평의 기능을 하고자 하는 프로젝트형 그룹이라고 할 수 있다. 그간 총 2번의 〈돗자리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이는 부산시립미술관 잔디밭이나 부산비엔날레 전시장 앞 공터에서 일시적인 담론 공간을 생성해 각각의 제도권 미술이 지닌 문제를 직접 언술하는 퍼포먼스였다.
〈2016 안녕, 예술가전 [+,-](더하기, 빼기)〉는 지난 2016년 한 해의 행적을 소개하고 〈안녕, 예술가〉라는 청년 작가 모임이 각 멤버에게 미친 영향을 작업 형태로 드러내는 전시였다. 역사적으로 볼 때 예술에 대한 새로운 사유는 대체로 ‘운동’의 성격을 띠었다. 당대를 지배하는 주류의 사유를 전복하고, 또 다른 사유에 다시 전복당하는 흐름 자체만으로 결과 여부를 떠나 의미가 있었다. 그러나 지난
3년 여 동안 한국에서 소위 ‘청년’ 예술가가 주축이 되어 내놓은 발언들은 이와 거리가 먼 것처럼 보인다. 매체나 미적 사유에 대한 새로운 언어를 가진, 급진적인 정치 감성을 가진 존재로서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대상이 모호한 비판이라던가 물리적 생존에 대한 연민에만 치우쳐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게다가 그 막연함이 작업의 주제가 되었을 때 우리는 과연 무엇을 재사유할 수 있을까?
박수지 독립큐레이터, 《비아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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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제주 어멍, 바당의 딸
유네스코 인류문화유산 등재기념 ? 〈제주해녀문화 특별전〉 2016.12.6~3.31

전주_제주해녀문화전 전시장

인류의 무형유산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은 ‘제주해녀문화’를 종합적으로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 전시가 국립무형유산원에서 열리고 있다. 제주해녀의 역사, 제주해녀의 물옷과 물질도구, 제주 해녀의 뭍의 일과 살림, 신앙, 예술로 화한 해녀의 삶, 해녀공동체, 출가해녀와 해녀노래 등의 이야기가 100여 점에 달하는 유물과 미술작품, 다양한 영상과 체험품 등으로 표현됐다. 그중에는 제주도 해녀박물관 소장품 80여 점이 함께 전시되어 해녀의 물질을 위한 의복과 도구를 비롯해 해녀들의 삶 전반을 육지 사람들에게 선보이는 기회가 되었다.
이번 특별전은 제주 해녀를 소재로 활동한 대표적 작가 장리석의 작품과 수년에 걸쳐 제주 해녀와 호흡하며 그들의 삶을 카메라에 담아낸 김흥구·김형선·김다운의 사진도 전시되어 현대미술의 어법으로 표현된 제주해녀문화를 감상할 수 있다. 이밖에 관객 참여형 영상작업 〈디지털 해녀바당〉, 어린이 불턱 체험공간, 도서관이 운영되며 전시 기간에는 제주해녀를 소재로 한 영화가 상영된다.
양승수 소리문화의전당 문화부장

최예선의 달콤한 작업실 15

가로등이라는 심장

작업실 대문 밖은 내가 다녀본 것 중 가장 좁은 골목이었다. 찻길과 이어지는 통과도로였기에 이 외진 골목길을 오가는 행인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밤이 되면 말 그대로 쓸쓸한 골목길일 뿐이다. 길목에서 환한 빛을 뿌리는 가로등이 없었다면 골목길이 있는 줄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검은 바다에 홀로 서있는 등대를 만난 것 같다. 길 찾는 모든 이에게 공평한 빛을 주는 자비로운 존재. 이것이 인간애의 근본이 아닐까? 옅게 어스름이 내릴 즈음 가로등이 느슨하게 불을 밝힌다. 맑은 보라색이었다가 노르스름한 따뜻한 색이었다가 쨍한 흰색이 된다. 밤이 몰려와 세계가 검푸른 빛으로 물들어갈수록 불빛은 반대로 더 밝아져 심야가 되면 그 아래 지나는 사물에 진한 그림자를 만들어준다.

가로등은 전신주를 겸하고 있어 온갖 전선들이 뒤섞여 있다. 전선으로 티비 신호가 흐르거나 인터넷 광케이블을 탄 데이터들의 01010101…. 신호 혹은 거친 쇳소리가 흐른다. 작업실로 들어오는 인터넷 선도 저들 중 하나에 길게 연결한 것이다. 제멋대로 엮이고 감긴 전선들이 가로등으로 밀집된 모양새가 꼭 이 동네 집들에서 펼쳐지는 고만고만한 삶들 같다. 사람이 사는 집은 무조건 검은 선으로 이어져 있고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선의 흐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취향과 일상을 감싼 검은 선들이 수렴되는 가로등은 운명을 관장하는 어떤 존재일 지도 모른다. 이따금 깜빡이거나 불안한 소리도 내는 노란 가로등. 그 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누가 어떻게 알까.

가로등에서 밤이 밀려오는 소리가 들린다.

출렁이는 밤 그림자가 밀려오기 전 하늘은 가장 아름다운 장엄을 보여준다. 진한 주황빛이 엷은 하늘색과 뒤섞이며 화려한 군무를 보여준 뒤 희뿌연 살구색으로 가라앉은 후 검은 청색이 불투명하게 덮인다. 낮의 일상이 무너지고 밤의 혼돈이 거대한 세계를 형성하는 이 경계의 시간에, 기다렸다는 듯이 가로등이 켜진다. 경계의 시간을 지나면 검은 바다가 등장한다. 휘슬러가 수많은 녹턴에서 보여준 초록과 검정과 은색과 푸른색, 그리고 드러나지 않은 수많은 색채들이 덩어리가 되어 밀려온다. 그 풍경은 깊고 얕음이, 멀고 가까움이 없어 무한하고 무한하다. 무중력의 회색지대 같은 그곳을 제임스 터렐의 작품에서도 경험한 바 있다. 어둠에 익숙해져야만 서서히 드러나는 공간이 있었고, 보이지 않아서 무언가를 보게 했다. 어둠은 우주를 품고 있는 것일까? 그 우주는 인간 내면의 총합일까? 우주의 먼지, 그 빛나는 입자들을 온몸으로 맞이하듯 밤을 바라본다.

하늘에서 쏟아지는 수억 개의 빛이 왜 저 가로등만큼도 밝지 못할까? 가로등은 밤과 나를 분리한다. 나는 어둠과 어둡지 않음의 경계에서 머뭇거리고 있는 존재다. 나는 바라보고, 나는 회의하고, 나는 침묵한다. 회의주의자에게 밤이란 스스로 경계의 존재임을 알게 하는 폐허의 시간이자, 어둠 속에 숨어 혼자 언어를 벼리는 환각의 시간이다.

인생을 절반쯤 산 인간에게 밤은 기묘한 서러움으로 다가온다. 흐릿한 멜랑콜리아. 인생은 행복과 기쁨을 찾아 헤매는 데 절반을 쓰고 나면, 나머지 절반은 슬픔을 규명하고 감내하며 보내는 게 아닌가 싶다. 언젠가는 내면이 단단해져서 만성적인 회의주의에서 벗어날 시간이 올 거라고 믿었다. 때가 되면, 느긋하고 유순하게 가던 길을 가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다. 경계에 서있는 자의 외로움이 걷힐 거라고. 결국 내게 다가온 깨달음이란 내가 원래 그런 사람이었단 것이었다. 주저하고 회의하는,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는, 쉽게 넘을 수 있는 금 앞에서 넘지 말아야 할 이유 백 가지를 대는, 어느 한쪽으로 기우는 것을 용납할 수 없는, 대세에 따르지 않는. 공중곡예사인 필립프티(그가 금을 얼마나 좋아했냐면, 뉴욕 쌍둥이 타워-가 여전히 건재하던 시절 – 꼭대기에 올라 건물 사이에 줄을 걸고 그 줄 위를 걸었다)처럼 말이다.

밤이 오고 가로등이 켜진다. 거대한 멜랑콜리아를 견디는 붉은 심장이, 어제처럼 오늘도. ●

HOT ART SPACE

요세프 쿠델카 개인전
2016.12.17~4.15 한미사진미술관

집시 시리즈로 한국에서 첫 개인전을 가진 요세프 쿠델카. 12월 16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집시〉 시리즈가 한국에서는 첫 전시이면서 내 삶에서는 마지막 전시”라며 이번 전시에 대한 각별한 마음을 드러냈다. 전시된 〈집시〉 111점은 모두 그가 직접 선별한 사진이며 디스플레이 순서에도 그의 의견이 반영됐다. 작품 설명을 부탁하는 기자들 질문에 쿠델카는 “I have never explained the pictures”라는 짧은 답변으로 응답했다. 작가의 말보다 각자의 스토리를 담아 관람하길 권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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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중2

김근중 개인전
2016.12.14~1.8 통인옥션갤러리/통인화랑

〈Natural Being〉. 작가 개인전의 부제다. 예술가는 존재하는 순간부터 온갖 압박을 받는다. 그것은 사명과 임무를 강요하며 작가는 그것에 충실하게 따라왔다. 작가는 모란을 매개로 작업하던 이전의 양상을 과감히 벗어던지고 강렬한 컬러와 형태를 벗어던진 새로운 실험을 시작한 듯하다. 말 그대로 ‘자연스러운 존재’가 되고 싶었던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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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익 (2)

정소연 개인전
2016.11.24~2016.12.14 이화익갤러리

강렬한 파란 하늘이 사실적으로 그려져 있지만 그 아래 자리 잡은 마을은 마치 가상의 건축물과 같다. 이러한 대비는 실재와 가상을 한 캔버스에 존치하게 하여 자연과 의도된 풍경으로 파생된다. 또한 실재하는 장소와 그의 모형을 각각의 독립된 캔버스에 옮겨 관람객이 직접 비교하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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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황

주황 개인전
2016.12.1~1.22 플랫폼-엘

작업에 페미니즘 시각을 드러내는 작가의 이번 개인전은 〈온전한 초상/Her Portrait〉로 명명됐다. 일반인을 섭외해 마치 화장품 광고 사진처럼 표현한 프레임을 통해 지금 시대 여성의 정체성에 질문을 던진다. 또한 공항에서 만난 여성을 대상으로 한 〈Departure〉 연작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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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영

김덕영 개인전
2016.12.21~ 온그라운드 프로젝트 스페이스

2016년 12월에 개관한 건축 전문 갤러리에서 열리는 작가의 개인전은 〈Return to Wave〉로 명명됐다. 새롭게 선보인 벽면설치작업은 파도가 밀려왔다 쓸려가는 것처럼 이면의 힘이 작용한 과정의 흔적으로서 형태가 사라지면서 벌어지는 힘의 균형을 보여주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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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밀푀

동백꽃 밀푀유
2016.12.9~2.12 아르코미술관

한국과 타이완 큐레이터의 협력 기획전. 각자의 지역을 방문한 큐레이터들은 차이와 동일성을 확인하는 과정을 거쳐 이번 전시를 마련했다. 이에 식민지배와 전후 사회변동(조주리), 한국 사회의 일면(김현주), 그리고 한국과 대만의 현대사를 되짚는(왕영린) 내용으로 꾸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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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다이스

홍범 개인전
2016.12.8~2.11 파라다이스 집

특정 공간에 대한 기억을 되짚고 그것을 복구하려는 내용으로 꾸며진 전시다. 〈홍범.ZIP-오래된 외면〉을 부제로 하는 이 전시에는 그 기억의 복구를 위한 설치, 드로잉, 사운드 등의 방식이 동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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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댓게이츠

올게이츠
2016.12.10~18 인천 중구 신포로 일대

‘2016 인천 청년예술제’의 하나로 열린 이 전시는 인천예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젊은 작가들이 기획했다. 수도권으로 묶여 고유의 정체성을 찾기 힘들었던 인천의 미술은 나름대로 그 속살을 채워가고 있는 느낌이다. 그것을 직접적으로 드러내기보다는 행위와 과정으로 보여준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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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미술관

山水, 풍경으로부터
2016.11.29~1.31 단원미술관

안산에 자리한 단원미술관이 마련한 겨울기획전. 12명의 젊은 작가가 한국의 산수를 다양한 재료와 매체로 재해석한 작업을 선보였다. 전통 기법부터 영상 미디어작업까지 선보이며 산수 표현의 외연을 넓혔다.

HOT PEOPLE 윤난지

미술사의 길로 들어선 일이 지금껏 해온 수많은 선택 가운데 가장 잘 한 선택이었다고 말하는 윤난지 교수. 알고 싶은 의욕과 배움의 나눔을 통해 더 많은 배움을 얻고자 시작한 ‘읽기모임’이 2012년 ‘현대미술포럼’으로 명칭을 바꿔 활동 범위를 점차 확장해온 지 어느덧 5년여가 흘렀다. 대안적 연구공동체의 모델로 떠오른 이 모임의 중심에는 20여 년간 모임을 이끌어온 그가 있었다. 그의 연구실을 방문해 미술사학자이자 교육자로서 견해를 들어보았다.

연구공동체의 대안을 제시한 미술사학자

지난 12월 14일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에서 〈1990년대 이후, 동시대미술 읽기〉 제하의 학술심포지엄이 개최됐습니다. 대표로 계시는 현대미술포럼을 내걸고 마련한 첫 번째 외부행사였는데요. 개최 소감 간략하게 부탁드립니다.

우선 매우 기쁩니다. 우리 ‘읽기모임’이 한국미술사를 만들어가는 현장에서 쓰일 수도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준 자리였어요. 그동안 저희는 주로 출판 작업을 해 왔고 이렇게 전시와 연계된 미술현장의 행사에 참여한 것은 처음입니다. 당일 행사장에 와주신 많은 분께도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어요.

심포지엄을 준비하게 된 과정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저희는 2년쯤 전부터 동시대 한국미술을 10개 주제로 나누어 공부하고 토론하는 모임을 가져왔어요. 그러다 김홍희 서울시립미술관장과 우연히 만난 자리에서 저희와 같은 주제의 전시를 열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대화 과정에서 〈X: 1990년대 한국미술전〉의 부대 심포지엄을 공동주관하자는 논의가 이루어지게 되었지요. 그동안 우리가 공부해온 10개의 주제 중 시립미술관 전시와 부합하는 4편의 글을 전시 큐레이터들과 함께 선정하였고, 전시를 기획한 시립미술관 여경환 선생의 글을 합쳐 총 5편의 글이 발표되었습니다. 하지만 본래 책 출간을 목표로 공부해왔기 때문에 최종 목표는 책을 내는 것입니다.

수요일 오후 1시에 포럼이 열린 탓에 현장에 오지 못한 다수의 지인이 당일 배포된 책자를 구입하고 싶다고 했어요. 대략 1200부를 찍었다고 들었는데요. 그 책이 모두 소진됐으니 많은 분이 다녀간 듯합니다. 이처럼 소박한 공부 모임이 공적인 심포지엄 행사로 개최될 수 있었던 건 아무래도 오랫동안 함께 해온 읽기모임 회원들이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 모임을 시작하게 된 계기와 과정 등을 들려주세요.

《모더니즘 이후 미술의 화두》 서문을 쓴 당시에도 이 모임이 언제 시작되었는지를 더듬어 보았는데요. 기억이 잘 나지 않을 정도로 별 큰 목표 없이 자연스럽게 모인 모임이죠. 아마 1995년 여름경에 시작했던 거 같아요. 제가 1991년 박사학위를 받고 이듬해에 교수가 됐죠. 그리고 학생들을 가르치다보니 당대 미술에 관한 이론들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거슬러 올라가면 1980년대 중엽부터이지만 1990년대 당시에도 우리 미술계에서는 포스트모더니즘이란 말이 회자되고 있었어요. 이것에 대해 알고 싶은데 관련 자료는 대부분 외국 문헌이었어요. 그래서 그것들을 그야말로 ‘읽기’ 위해서 모이기 시작했어요. 외국 문헌을 선정하여 한 달에 한 번씩 만나 각자 번역한 내용을 다 함께 공부했죠. 규모도 크지 않았어요. 5~6명 정도로 작게 시작했는데 원하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모이다보니 이렇게 커졌어요. 처음에는 주로 동료 연구자들이었는데 이제는 대부분이 제자들이지요. 공부한 자료들이 점차 쌓이니까 번역한 수고가 좀 아깝더군요. 그래서 아예 주요 포스트모던 이론들을 제가 선별해서, 각자 맡은 글의 전문(全文)을 번역해 와 소리 내어 읽고 다 같이 틀린 것을 바로잡아 주며 토론하는 식으로 진행하여 출판까지 하게 되었어요. 첫 번째 책이 《모더니즘 이후 미술의 화두》라는 이름으로 1999년 9월에 출판되었고 이후 《전시의 담론》, 《페미니즘과 미술》 그리고 2016년에 나온 《공공미술》까지 총 4권이 출판됐습니다. 4권의 번역 작업에 총 21년이 걸렸네요. 모두 저와 읽기모임 참여자들의 관심사가 자연스럽게 반영된 결과물이지요. 모두가 책임감을 갖고 번역, 토론, 교열 과정을 여러 차례 가졌어요. 전 바로 그 부분에 읽기모임의 가장 큰 의미를 두고 싶어요. 첫 번째 책은 모두 6쇄를 찍었으니 미술이론서로는 괜찮은 반응이지요. 물론 여기엔 《화두》 시리즈를 출간해주신 출판사 눈빛의 도움도 컸습니다. 저희를 믿고 재론 없이 모든 책을 내주셨거든요. 그런데 번역이란 작업은 너무나 어렵고 힘든 과정이라 아직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자인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시리즈라 할 수 있는 ‘읽기’ 제하의 책이 나오게 된 과정도 설명 부탁드려요.

최근 몇 년간 회원들의 글을 모아 편집하는 일을 진행했는데, 지금까지 3권의 책이 나왔어요. 《추상미술 읽기》, 《현대조각 읽기》, 《한국현대미술 읽기》 등입니다. 그 후속으로 지금은 동시대 한국미술의 현장을 주제로 앤솔로지를 진행하고 있지요. 최근 20~30년 동안의 한국미술을 역사적으로 기록하자는 취지에서 시작한 작업이에요. 그런데 일을 진행하다보니 동시대미술을 기록하는 일의 중요성을 더욱 절감하게 되더군요.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잘 보존돼 있는 자료를 찾기가 쉽지 않았거든요. 이번 전시를 진행한 여경환 선생도 그런 고충을 말씀하셨어요. 시간이 더 가기 전에 부지런히 자료를 보존하고 해석하는 작업이 이뤄져야 합니다. 물론 한 시대 미술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역사적 거리가 확보되었을 때 그러한 해석이 수정될 수 있는 여지는 전제로 하고요.

선생님께서 해주신 말을 종합해보면, 읽기모임이 선생님께는 각별한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맞아요. 이 모임이 지속된 지도 벌써 20여 년입니다. 읽기모임의 가장 큰 의미는 무엇보다 배움을 나눈다는 데 있을 것 같아요. 긴 과정을 함께하며 서로 많은 것을 배웠으니까요. 특히 배움은 나눌수록 커진다는 당연한 사실을 확인해 온 과정이지요. 이 모임은 일종의 대안적인 연구모임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정관도, 규칙도 없이 편안하게 토요일 오전 10시 반에 오고 싶은 사람들만 제 연구실로 모이지요. 발표자는 ‘숙제’를 해 가지고 오고. 매우 느슨하고 유동적인 모임이지요. 2~3명이 올 때도, 20여 명이 모일 때도 있습니다. 사실 정확히 누가 회원인지 아닌지도 모릅니다. 대화 주제도 공부와 일상을 왔다 갔다 하지요. 천천히 걸어왔는데 책 출판과 학술 발표 등의 결실로 이어질 수 있었던 것은 오히려 이러한 느슨함 혹은 유연성에서 비롯된 것 같아요. ‘사적이자 공적인 혹은 그 어느 것으로도 규정할 수 없는’, 그런 의미에서 매우 여성적인, 이것이 우리 모임의 성격을 말해주는 것 같네요. 얼마 전 공적인 면모를 갖추기 위해 현대미술포럼이라는 이름을 지었지만 아직도 우리들은 읽기모임이라고 불러요.

그렇다면, 이제 1990년대 한국미술계에 불었던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해 얘기를 나눠봐야 할 듯싶은데요. 이번 심포지엄에서 논의한 시기 역시 1990년대이기도 하고요. 언어로써 1990년대에 의미를 부여하는 일련의 동향을 선생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번 심포지엄을 준비하면서 미술사, 나아가 우리 역사에서 1990년대가 어떤 시대였는지 되돌아볼 수 있었어요. 우선 이번 시립미술관 전시를 통해 1990년대가 ‘전시’란 형태로 구현됐다는 사실 자체가 의미 있다고 봅니다. 그것은 결국 1990년대 미술에 ‘역사적인 의미’를 부여한다는 것이지요. 당시 자료나 작품을 가능한 한 수집하고 복원하고자 한 노력을 높이 평가하고 싶어요. 이러한 시도는 사실 1990년대 당대에도, 또한 시간이 너무 많이 지나가버려도 할 수 없는 작업이지요. 지금이 가장 적절한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그 시대를 볼 수 있는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시야가 확보되었다는 의미에서이지요.

사실 1980년대 후반에 태어난 제게 1990년대는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아직 형성되지 않았던 때였습니다. 그래서 선생님께서는 그 시기를 보다 객관적으로 생생하게 기억하고 계실 듯합니다.

되돌아보면 1990년대는 한국현대미술의 전환점 같은 시대였어요. 무엇보다도 모든 종류의 경계가 허물어지기 시작한 때였다고 볼 수 있지요. 그 이전에는 사회적 발언의 미술, 순수 미학을 추구하는 추상미술 등이 동시대에 대립하거나 시대를 바꿔 출현했는데, 1990년대에는 많은 작가가 추상과 구상을 넘나드는 양식을 보이거나 형상을, 때로는 정치적인 메시지를 작품에 담고자 했고 대중문화에서 차용한 도상을 사용하기도 했어요. 페미니즘 전시들이 열린 것도, 뉴미디어 아트가 본격적으로 수용된 것도 이 시기입니다. 그야말로 다양한 가치들이 혼입하고 공존하는 시대였지요. 우리가 당시 읽은 글들이 우리 미술 현장에도 적용될 수 있겠다는 것을 실감한 시기였지요.

그렇다면, 선생님께서는 1990년대 사회를 어떻게 기억하고 계시나요.

그 당시에 요즘 보는 ‘카페’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어요. 근대기의 다방을 대신하는 공간인데, 다방과는 달리 그 공간에는 젊은이들이 모였지요. 최정화의 카페 공간 같은 소위 ‘폐허 디자인’이 시작된 것도 이때로 기억됩니다. 근대의 잔재가 새로운 미학적 의미를 부여받으며 재탄생하는 공간,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공간, 이런 특성이 카페나 그 시기 새롭게 등장한 대안공간에서 볼 수 있는 특성이었지요. 이런 공간적 특성이 보여주는 것처럼, 이 시기에는 사회적으로도 세대 간의 교차가 활발히 이루어지기 시작했지요. X세대, 오렌지족 같은 용어가 일반화했듯이 젊은 세대가 문화를 이끌게 되었을 뿐 아니라 기성세대도 그들의 감각을 공유하기 시작한 시대이지요.

1990년대만의 시대정신이 있다면요?

‘1990년대 이후’라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고 봅니다. 그리고 ‘시대정신(zeitgeist)’이란 말은 이 시기에 맞지 않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매우 ‘모던한’ 어휘이기 때문이지요. 이 시기에는 오히려 ‘시대감각’이라는 말이 적절하다고 봐요. 표피적이고 빠르게 변화하는, 그리고 다양성이 용인되는 감각 그 자체, 그것이 1990년대 이후를 특징 짓는다고 생각해요. 동시대의 세계적인 문화현상을 공유하면서도 우리만의 독특한 문화적 정서들이 혼존하는 현장, 그것이 1990년대 이후 한국의 모습이지요.

다시 선생님과 읽기모임으로 돌아와서 이야기를 나눠 보겠습니다. 읽기모임의 모든 활동에서 선생님은 주축이셨습니다. 대학원 수업, 과제 평가, 논문 세미나 등의 학교 활동과 책 집필, 그 밖의 연구 활동들을 가능하게 한 원동력은 무엇일까요?

원동력 같은 건 없어요.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이 무언가를 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냥 꾸준히 일을 해온 것뿐입니다. 무엇이든 시작하면 그만둘 용기를 못내는, 일종의 결정 장애 때문이지요. 공부하는 사람들은 다 느끼는 것이겠지만 몰두하는 시간만큼은 너무나 마음이 평안하지요. 저는 그게 행복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해주세요.

가까운 계획은 읽기모임 회원들과 지금 진행하고 있는 동시대 한국현대미술에 관한 책 출판을 마무리짓는 것이에요. 그 후에는 1970~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 후속연구를 진행해볼까 구상 중입니다. 그러나, 읽기모임도 그 시작처럼 자연스럽게 해체될지도 모르지요. 그러면 못하는 거고요. 또 개인적으로는, 제가 2018년 2학기를 끝으로 26년간의 교수직을 은퇴합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수업하고 논문지도하면서 잘 마무리할 수 있기를 바라요. 은퇴 후에도 당분간은 공부를 계속하긴 할 거 같아요. 조금은 여유롭게. 또 현재 제가 쓰고 있는 한국현대미술사 책을 잘 마무리하고 싶습니다. 1990년대 중엽부터 틈틈이 써온 글을 보완하는 중이에요. 그렇게 저는 한국현대미술사에 대한 공부를 하는 것으로 연구 인생을 마감할 듯싶어요. 멀리 돌아 가장 가까운 내 나라 미술로 돌아온 셈이지요. 민족주의적인 사명감에서가 아니라 가장 잘 볼 수 있는 것을 보자는 생각에서지요. 아무래도 외국의 사례들은 제가 살아온 시대와 사회가 아니기 때문에 제게는 매우 버추얼(virtual)한 것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어느 순간 들었어요.

미술사학자, 교육자로서 후배와 제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요.

일단 미술사는 ‘바쁜 공부’입니다. 책만 읽어서는 안 되고 직접 전시장을 다니면서 작품을 보는 것이 필수적이지요. 전 세계를 여행해야 하는 공부에요. 또한 현대미술사의 경우 작가도 만나야 하고, 글도 논문 뿐 아니라 비평문 등 다양한 글을 써야 하지요. 이러한 바쁨을 기꺼이 받아들여야하는 공부라고 생각합니다. 또 한 가지, 제가 자주 하는 말인데, ‘미술사도 사람의 일’이라는 것입니다. 작품 속에서 혹은 연구의 현장에서 우리는 ‘사람’을 만나고 또한 사람에 대해 배우게 됩니다. 그것이 미술사 공부입니다. 미술사가 ‘인문학의 꽃’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아름다운 작품을 연구해서이기도 하지만, 사람을 공부하는, ‘따뜻한’ 학문이기 때문이지요. 간혹 학생들에게서 미술사가 너무 어렵다는 고민을 듣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미술사를 공부하게 된 것이 얼마나 가슴 뛰는 일인지를 먼저 느껴보라고 말합니다. 어떻게 잘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기보다 얼마나 잘한 일인지를 생각하다보면 어느새 잘하게 될 것이라고요.
진행ㆍ정리 = 곽세원 기자

HP_윤난지 (5)

《모더니즘 이후 미술의 화두》(눈빛)는 윤난지 교수가 읽기모임을 통해 번역한 글을 주제별로 엮은 책으로, 총 4권이 나왔다. 1960~1990년대에 논의된 미술계의 다양한 담론을 다룬다.

윤 난 지 Yun Nanji
1953년 출생했다. 1976년 이화여자대학교 문리대학 사회학과를 졸업한 후 1979년 동 대학원 사회학과에서, 1984년 미술사학과에서 석사학위를, 1991년 동 대학원 미술사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까지 저서 6권, 번역서 3권, 편저 7권 등 총 16권의 책을 발간하였고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2000년 석주미술상 평론부문과 2007년 석남미술이론상을 수상했다. 현재 이화여대 미술사학과 교수, 현대미술포럼 대표로 있다.

REGIONAL NEWS

광주

젊음의 열기가 만드는 빛의 조화
〈빛 2016〉 2016.11.30~2.26 광주시립미술관

사진, 조각, 설치, 회화, 영상 등 시각예술 장르를 망라한 작가들의 작품세계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가 있다. 전국 시·도립미술관 큐레이터와 평론가들의 추천 및 심사과정을 거쳐 선별된 김인숙, 김화람, 이승수, 정광희, 홍원석 총 5명의 작가는 독특한 시각과 주제의식이 돋보이는 작업으로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재일교포 3세 김인숙은 한국과 일본의 경계에 서있는 교포들이 겪는 정체성의 아노미를 사진기로 포착했다. 김화람은 금속성 철판에 새겨진 텍스트 사이로 빛을 투과시켜 몽환적인 환영의 공간을 선보인다. 제주도 출신의 이승수는 돌과 구리를 이용한 공간 설치작업을 진행했는데, 구리선의 감각적인 조각 사이로 채워지는 그림자의 음영이 독특하다. 정광희는 서예와 한국화를 접목한 수묵 설치 작업을 통해 동양화의 현대적 접근방식을 고민했다. 홍원석은 흔들리는 택시 안에서 바라본 불안한 시선으로 아버지와의 추억을 따라가며 애잔한 그리움의 정서를 영상에 담았다. 작가마다 전시공간이 독립돼 있어 각각의 고유한 색감이 잘 드러나 지루하지 않은 동시에 저마다의 개성이 어우러져 발산되는 통일성을 찾을 수 있다. 지난 16년간 청년작가 지원에 그 누구보다 앞장서온 하정웅 광주시립미술관 명예관장의 뜻과 같이 젊음의 열기를 발산하는 작가가 늘어나 그들이 만들어가는 빛의 조화를 자주 접할 수 있었으면 한다.
이부용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문화사업부 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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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제주의 감귤농원에서 만나보는 백남준
〈백남준 언플러그드〉 2016.11.12~2.28 중선농원 갤러리2

제주
작가 백남준 작고 10주년을 기리는 전시가 제주 중선농원 갤러리2에서 열리고 있다. 감귤 창고를 개조한 전시공간에는 비디오 조각부터 드로잉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의 작품이 관객을 맞이하고 백남준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회화작품 〈노(魯)〉와 드로잉 작업 〈무제〉는 백남준의 중학교 동창인 공로명(동아시아재단 이사장)의 소장품으로, 백남준이 고마움의 표시로 선물한 것이기도 하다. 크고 화려한 그림보다 편지 같은 소박함이 느껴지고 백남준의 인간미가 담겨 있어 더욱 눈길을 끌었다. 전시장 오른편에는 가부좌를 틀고 있는 부처를 형상화한 〈블루 붓다〉가 있는데, 네온사인과 TV로 형상화한 부처는 기계와 인간, 육체와 정신, 동양과 서양, 물질과 비물질 사이에 위치하며 한쪽으로 치우치거나 선뜻 결정하기 힘든 어떤 교차 지점을 시사한다. 이 작품은 1994년 백남준과의 만남을 시작으로 뉴욕 구겐하임 전시의 보증인이자 컬렉터로서 인연을 이어간 김수경 문인의 소장품이다. 새장 안에 소형 모니터, 무전기, 청자 그릇이 있는 〈케이지 5〉는 목기 컬렉터로 알려진 작가 김종학의 소장품이다. 안에 담긴 TV와 청자에서 현대와 전통, 김종학과 백남준의 관계와 유사한 느낌을 받을 수 있으며, TV 화면에 나타나는 존 케이지의 모습에서는 그가 백남준의 작업세계 확립에 얼마나 큰 영향을 줬으며 그 의미가 어떠한지 가늠하게 한다.
언플러그드는 ‘전기를 연결하지 않은 상태’를 말한다. 이번 전시는 결과물이라 할 수 있는 작품뿐 아니라 작품에 전원이 들어오기 전까지의 과정, 즉 언플러그드된 백남준의 작품에 보다 집중한다. 작품을 구상하고 이를 위해 소통한 흔적, 그리고 그와 교감하고 교류한 지원자와 동료 또한 작품 너머에 있었음을 알게 된다.
이승미 미술사

김화람 작업 설치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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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미술 언어로 만나는 동학(東學)
〈동학(東學)〉 2016.12.9~2.5 전북도립미술관

송만규_新全州和約 - 평화통일이다_장지에 수묵채색_세로 280센치, 가로 1,030센치_2016

송만규 〈 新全州和約-평화통일이다 〉 장지에 수묵 채색 280×1030cm 2016

예술을 통해 다시 한 번 그 정신을 이끌어내는 전시가 〈동학〉이란 이름으로 전북도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전북에서 발생한 동학농민혁명과 그 모태가 된 동학의 역사적, 사회적, 종교적 의미를 살펴보는 자리다. 단지 이미지를 재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역사적 사실을 파악하고자 관계자들은 전시에 앞서 현장을 답사했고 신영우 충북대 명예교수와 소설가 이광재의 특강도 진행됐다. 이번 전시는 이러한 과정을 거쳐 새롭게 제작된 작품과 동학에 관련된 기존 작품을 합하여 총 70점의 작품으로 꾸며졌다. 전시에 참여한 19명의 작가는 상상력을 입힌 작품으로 오늘의 문제 혹은 민주주의의 가치, 정권의 부패와 이에 대한 척결 등 동학의 정신을 환기하고 있다. 외세 일본군에 맞서는 민중의 힘을 동학으로 보여주는 여러 회화작품부터 전봉준 묘지를 만들고 이에 참배하는 관객이 그 흙을 한 봉투씩 가져가게 하는 박문종의 설치작업 〈전봉준지묘〉, 최제우의 얼굴이 가끔씩 서양 사람의 얼굴로 바뀌는 영상작업을 통해 서구 열강에 맞선 동학의 의미를 이야기하는 박경종의 〈동학〉, 그리고 동학농민들과 일본 제국주의 군대가 맞서는 군사적 장면들을 세로 4.8m 가로7.5m 규모의 거대한 화면에 담아낸 서용선의 대작 〈동학농민운동〉 등에 이르기까지 작가들은 저마다 다양한 해석과 표현방식으로 동학을 이야기하였다. 비교해보는 것도 관람 포인트 중 하나이다.
양승수 소리문화의전당 문화부장

대전

대전의 국제예술가모임 DJAC를 아시나요?
〈제10회 정기 전시회〉 2016.12.8~13 우연갤러리

대전 수니혼2

수네 혼 〈 Bound by Fiction 〉 구리, 석고, 황동 15×17×23cm 2016

미국, 남아공, 아일랜드, 캐나다 등지에서 온 외국인들이 ‘대전’이라는 공통분모로 묶이는 ‘대전국제예술가모임(DaeJeon Arts Collective, 이하 DJAC)’을 만들었다. 모임이 결성된 2011년 당시엔 회원 대다수가 외국인이었지만 점차 한국 작가들도 참여하게 되었다. 조합 형태의 이 모임은 매년 봄가을에 정기전을 갖는데 지금까지 25명의 작가가 창작워크숍, 연극, 콜라보레이션 회화 등을 진행해왔다. 올해 전시에서는 협업으로 만들어진 작품과 관객 참여를 유도하는 인터랙티브 작업이 유독 눈에 띄었다. 전문 작가부터 아마추어 작가까지 DJAC는 어느덧 기량을 쌓은 작가를 다수 배출하며 대전 예술의 어엿한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
유현주 미술평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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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작가 최영림의 화골
〈최영림 드로잉전〉 2016.12.3~18 인디프레스 부산

부산
청사포에 위치한 인디프레스 부산에서 작가 최영림 탄생 100주년 기념 드로잉전이 열렸다. 최영림은 1930년대 후반 일본의 다이헤이요미술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후 일본 판화를 대표하는 무나카타 시코의 문하생으로 목판화를 익혔다. 또 그의 고향인 평양에서 박수근, 장리석, 황유엽 등과 주호회 동인으로 활동하였다. 이번 전시는 한국 근대미술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가 중
한 명임에도 100주년을 맞이한 이중섭, 유영국에 비해 저평가 된 최영림의 작품세계와 생애를 재조명하는 자리였다. 6·25전쟁 당시 고향에 두고 온 가족에 대한 그리움은 195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 검은색이 주조를 이룬 ‘흑색시대’를 이루었고, 이후에는 캔버스 위에 모래와 흙을 뿌려 표현한 ‘황색시대’가 이어졌다. 그림의 뼈대라고 하여 드로잉을 ‘화골(?骨)’이라고도 일컫는다. 이번 전시에는 황색시대에서 설화시대 사이, 1969년부터 1970년 사이에 제작된, 최영림 작품의 모티프라고 할 수 있는 드로잉 23점이 전시됐다. 나부, 선녀도, 여인과 소, 나부 군상, 불상, 보살, 심청전 등 최영림만의 자유분방한 필치가 두드러지며 대범한 선묘 사이에 무심한 듯 사용한 색, 스케치북이 겹치면서 생긴 그림 자국들이 각각의 작품에 희미하게 번진 모습 등이 흥미롭다.
박수지 독립큐레이터, 《비아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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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기억할 그리고 살아갈 역사 속에서 여성인권의 길을 찾다
〈자갈마당시각예술아카이브: 발화, 문장의 외부에 선 행위자들〉
2016.11.23~2016.12.4 봉산문화회관

대구 윤동희

윤동희 〈언니의 배〉 채색된 꽃신, 단채널 비디오 (각)45×197.5×54cm 가변크기 2016

대구에는 속칭 ‘자갈마당’이라는 성매매 집결지가 있다. 1908년 허가받은 매매춘, 즉 공창 지역이던 대구읍성 북서쪽(지금의 중구 도원동) 일대 야에가키조(八重垣町) 유곽에서 비롯되어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윤락행위등방지법’ ‘성매매특별법’ 등의 정책이 발효되었음에도 이곳에서는 여전히 종사 인원 200여 명에 달하는 40여 개의 업소가 영업 중이다. 100년 이상 존재해온 자갈마당이 비로소 폐쇄될 가능성이 커진 것은 불과 50m 떨어진 곳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기 때문이다. 자갈마당이 여성 인권 침해라는 당위성의 논리로 폐쇄되는 것이 아니라 도심 개발과 환경 개선의 일환으로 폐쇄된다면 이곳에서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여성들은 아무런 대책 없이 폭력적으로 밀려나게 된다. 대구여성인권센터는 지역 개발에 의해 기억에서 사라지거나 묻혀버리는 과거가 될 자갈마당을 통해 묵시적으로 방관되어온 성매매 문제의 본질을 이야기하고, 성매매 여성이 처한 비인권적 현실을 환기하고자 〈자갈마당_기억 변신 프로젝트〉를 주관하였다. 이번 프로젝트의 전시를 기획한 최윤정 큐레이터는 “자갈마당을 둘러싼 서사에서 철저한 ‘바깥의 행위자’로서” 연구자 또는 관찰자의 역할로 대상을 객관화하고자 하였다고 언급한다. 13팀의 참여작가가 함께 조사하고 연구한 과정들이 각자의 시선으로 담긴 작품들은 자갈마당이라는 장소와 역사, 인권문제에 대한 예술가들의 발언이다.
이민정 미술사

 

ART JOURNAL

끝나지 않은 〈미인도〉 위작 논란
검찰 vs 천 화백 유가족, 프랑스 감정업체 뤼미에르

국립현대미술관(관장 바르토메우 마리)이 소장하고 있는 고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가 25년간의 위작 논란에서 벗어나 ‘진품’이라는 최종 판결 받았다. 지난 5개월 동안 수사를 진행해온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형사 제6부(부장검사 배용원)는 지난 12월 19일 이 같은 결과를 발표했다. 그리고 정준모 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을 고 천 화백의 명예를 훼손한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고 바르토메우 마리 국립현대미술관장을 포한한 피고소·고발인 6명에 대해 무혐의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검찰이 〈미인도〉를 진품으로 판명한 근거는 다음과 같다. 1) 국가기록원에서 확보한 〈미인도〉의 소장 이력에 1980년 국립현대미술관으로 입고됐다는 사실이 파악된다. 2) 미인도가 석채, 두꺼운 덧칠, 압인선 등 천경자의 제작 방식과 동일한 방식으로 제작됐다. 3) 천경자의 작품 다수를 거의 전속 표구한 화랑의 화선지와 액자를 사용했다. 4) 〈미인도〉 제작 방식 분석 결과 ‘백반, 아교, 호분’ 성분으로 바탕칠을 하고 육안으로 보이는 색과 다른 색의 안료가 그림 밑층에 중첩 채색되었다. 이러한 두꺼운 덧칠과 함께 ‘석채’ 사용 등 천경자 제작방법이 그대로 구현됐다.
5) 육안으로 관찰되지 않는 압인선이 〈미인도〉와 천경자의 다른 작품에서 공통으로 발견된다. 6) 수정과 덧칠을 수차례 반복해 작품의 밀도와 완성도를 높이는 방식을 고수하는 천경자의 채색기법에 따라 그림 밑층에 부분적으로 다른 밑그림이 존재하는데, 〈미인도〉에서도 이 부분이 발견된다. 이에 더해 검찰은 〈미인도〉의 밑그림이 천 화백의 미공개 작품 〈차녀 스케치〉(1976)의 세부 표현방식과 매우 유사하다고 판단, 결국 〈미인도〉는 그 이듬해인 1977년에 그려졌다고 보고 있다.
천 화백의 유족과 공동 변호인단은 20일 반박문을 내며 검찰 발표에 즉각 반발했다. 그들은 검찰이 국제 과학감정전문기관인 프랑스 뤼미에르테크놀로지의 위작 결론을 100% 배제하고 주관적인 안목감정과 구색 맞추기식 자료를 첨부했다고 비판했다. 또 무엇보다 안목감정위원 명단과 자격을 공개할 것을 주장했다. 감정위원 중 이번 사건과 얽혀 있는 화랑협회나 국립현대미술관측 관련 인사가 포함됐다면 진품으로 진위판정을 몰고 가려는 의도가 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며 명단 공개를 거듭 주장했다. 이와 함께 프랑스 뤼미에르 테크놀로지 광학연구소도 27일 프레스센터에서 검찰의 〈미인도〉 진품판정결과에 대한 반박 기자회견을 열었다. 회견에 참석한 천 화백 사위 문범강은 “세계적인 명성의 뤼미에르의 정밀한 과학감정 결과를 완전히 묵살한 검찰의 결과에 조목조목 반박했다. 검찰의 주관적, 비과학적 결과는 내년 국제과학저녈에 위장 미인도 감정결과가 게재됨으로서 한국의 검찰의 위상은 세계적으로 추락하게 될 위기에 직면했다”고 말하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미인도〉 위작 논란은 1991년 4월 천 화백이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미인도〉에 대해 본인이 그린 작품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이에 대해 국립현대미술관의 외뢰를 받은 화랑협회 산하 감정위원회가 〈미인도〉를 ‘진품’이라 판정한 이후 위작 논란은 잠시 불식됐었다. 하지만 2016년 5월 천 화백의 차녀 김정희 씨가 국립현대미술관 측 전·현직 관계자 6명을 고소 · 고발하면서 위작 논란은 재점화되었다. 그 후 5개월이 흘러 검찰의 최종 수사결과 발표에도 불구하고 원고 측의 강한 반박으로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곽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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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SUNG CSC

국립현대미술관 2017년 계획안 발표
남은 임기 2년, 한국미술의 국제적 위상 강화 여부에 주목

국립현대미술관(관장 바르토메우 마리)은 지난 12월 5일 언론간담회를 열고 〈2017년 전시라인업과 중점사업〉을 발표했다. 이날 배포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국립현대미술관은 효과적인 업무 추진을 위해 의사 결정 과정 및 단계를 혁신하였다. 구체적으로 중 · 장기 전시전략 수립 체계를 확립해 2017~ 2019년 주요 전시 일정을 조기 확정하였으며 전시회의 시스템 심의단계를 5단계에서 3단계로 간소화했다. 좀 더 시의성 있는 기획전을 선보이겠다는 취지다. 학예사들의 전문역량을 강화해 전시의 내실화를 다지기 위해 5개 전문 분과회의를 활성화했다. 그리고 마리 관장이 지속적으로 강조해온 전시 관련 연구, 교육, 학술, 출판 연계 강화를 위해 공공프로그램과 출판프로그램을 진행할 담당자를 지정했다. 이에 국립현대미술관은 테이트 아시아 연구센터(Tate Research Center: Asia)와 테이트 미술관과 함께 〈MMCA 공공프로그램〉을 추진한다. 다방면의 미술계 종사자와 관객, 그리고 미술관이 더불어 현대미술 지식과 전시담론 생산 가능성을 모색하고 한국미술의 세계화를 도모한다. 또 작가들의 국제무대 진출을 위해 출판운영 협의체를 신설하여 한국미술 관련 영문 출판과 보급 사업을 중장기적으로 동시 진행할 예정이다. 현재 뉴욕현대미술관(MoMA)과 함께 《현대미술기초자료: 한국》 출간을 준비하고 있다.
이날 미술관이 발표한 2017년 국립현대미술관 전시 일정의 주안은 ‘덕수궁관, 과천관, 서울관 3관의 통합적인 전시 구성’과 ‘특수성을 반영한 특화 프로젝트 개발’이다. 전통과 모더니티 그리고 동시대를 모두 아우르는 국립 미술관으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하겠다는 목적이다. 보도자료에 올라와 있는 전시는 총 26개로 2018년까지 이어지는 전시도 포함됐다. 외국인 관장 선임에 대한 부정적 시선이 여전한 가운데 그가 세운 일련의 계획과 목표들이 잘 실행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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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계 수상 소식
〈2016 백남준아트센터 국제예술상〉 〈2016년 문화예술 발전 유공자〉 〈2016 올해의 금속공예가상〉

〈백남준아트센터 국제예술상〉의 5번째 수상자로 혼성 작가그룹 블라스트 씨어리((Blast Theory)가 선정됐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은 선정 이유에 대해 “1990년대 중반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미디어의 발전과 궤적을 같이하면서도 날카롭고 밀도 있는 심리분석이 탁월하다”고 밝혔다.
매트 애덤스(Matt Adams), 주 로 파(Ju Row Farr), 닉 탄다바니치(Nick Tandavanit)로 구성된 이 영국 작가 그룹은 1991년부터 연극, 라디오, 게임, 웹 등 다양한 미디어를 이용한 인터랙티브 작업을 통해 기술의 사회정치적 맥락과 상호 작용을 탐구해왔다. 시상식은 오는 2월에 열리며 상금 5만 달러(한화 약 6000만 원)가 수여된다. 2017년 하반기에 이들의 전시를 백남준아트센터에서 만날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조윤선)는 2016년 12월 20일 지난 한 해 동안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한 유공자로 ‘문화훈장’ 수훈자 18명, 〈제48회 대한민국 문화예술상(대통령상)〉 수상자 6명, 〈제24회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장관 표창)〉 수상자 9명 등 총 33명의 수상자를 선정 발표했다. 이 가운데 미술인으로는 화가 백영수와 사진작가 육명심이 은관문화훈장을 받았다. 한편 최고 영예인 금관문화훈장은 극단 산울림 임영웅 대표에게 돌아갔다. 시상식은 21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진행됐다.
〈2016 올해의 금속공예가상〉 시상식이 2016년 12월 14일 국가무형문화재전수교육관 내 민속극장 풍류에서 열렸다. 올해에는 김현성, 홍지희가 최종 수상자로 선정됐다. 이와 동시에 1회부터 3회까지 수상 작가 6인과 올해 수상자들의 작품을 통해 지난 4년간 본 상의 성과를 돌아보는 〈2013 – 2016 올해의 금속공예가상 수상작가 작품전〉이 22일까지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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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 갤러리개관 소식
K현대미술관, 피비갤러리, 필갤러리

2017년 새해를 맞아 새로 문을 연 전시 공간을 소개한다. 우선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지하 1층 지상 5층 총 6층 규모의 미술관, ‘K현대미술관’이 들어섰다. 지난 12월 16일 한국의 전통과 현대미술을 아우르는 개관 기념 특별기획전 〈Before the Beginning and After the End〉가 열렸다. 1980년대 이후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박생광, 전혁림, 육근병 등 총 7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미술관 1층 로비에는 옴니버스 형식의 개인전 〈로비스트 쇼〉가 동시 진행된다. 작가에게 집중해 적극적인 프로모션을 도모하고자 마련된 전시다. 강정헌, 고명근, 구성수, 박선기, 유봉상, 임상빈, 정현 등이 참여한다. 전시는 3월 31일까지 이어진다.
동시대 현대미술을 만나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전시공간, ‘피비갤러리’가 서울 종로구 북촌로에 2016년 12월 27일 문을 열었다. 개관 전시로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동시대적 관점으로 재해석해 온 이정배의 개인전 〈잠식(蠶食)〉이 오는 2월 25일까지 진행된다. 전시에는 신작을 포함해 사진, 조각, 입체작업 등 15점이 선보인다. 이정배는 과도한 욕망과 자본에 의해 자신의 본성과 의미를 상실한 자연에 주목한다.
지난 10월 서울 용산구 유엔빌리지길에 새롭게 오픈한 ‘필갤러리’의 개관전 〈연과 연 사이〉가 2016년 12월 21일까지 진행됐다. 18명의 중견 작가가 ‘일상에서의 성찰’을 주제로 각자 고유의 매체를 사용해 제작한 동양화, 서양화 30여 점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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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광사 오불도nnn

미국서 돌아온 〈송광사 오불도〉
환수 공개행사를 통해 언론에 선보여

18세기 조선불화 〈송광사 오불도((五佛圖)〉가 도난당한 지 40여 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와 지난 12월 14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4층에서 송광사 주지 진화스님과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 등이 참석한 가운데 언론에 공개됐다. 1725년 제작된 〈오불도〉는 세로 157cm 가로 117cm 크기로 7폭짜리 〈오십삼불도〉 중의 일부로, 1969년 말에서 1970년 초반 전남 순천 송광사 불조전 보수공사 과정에서 사라졌다. 이후, 〈오불도〉를 인사동에서 구입해 소장하던 미국인 로버트 마티엘리 씨가 2014년 포틀랜드박물관에 기증했고 기증자와 기탁박물관의 양해로 조건없이 원소장처 송광사에 반환됐다. 이번에 환수된 〈오불도〉는 송광사 불조전의 왼쪽 출입문 벽에 있던 것이다. 공개식을 마친 뒤 작품은 곧바로 원래 소장처 순천 송광사로 옮겨져 봄 개관 예정인 성보박물관에 봉안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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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미(트리콤nn)

사진작가 윤정미 《내셔널 지오그래픽》 표지 장식
인류학적 현상을 담은 작업에 주목해

남녀를 색으로 구분하는 사회적 제도를 주제로 작업해온 사진작가 윤정미의 〈핑크&블루 프로젝트〉가 미국의 다큐멘터리 잡지 《내셔널 지오그래픽(National Geographic》 1월호 스페셜 이슈 ‘젠더 레볼루션 (Gender Revolution)’에 소개됐다. 캐서린 주커만은 ‘컬러 코드(Color Code)’란 글에서 “아이들과 그들의 부모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대중문화 혹은 광고에서 영향 받았든, 파란색은 힘과 남성성을 상징하는 색이며 분홍색은 다정함과 여성성을 상징하는 색으로 규정한다”고 한 윤 작가의 말을 인용하며 “‘분홍은 여자아이 것, 파랑은 남자아이 것’. 미국은 색을 통해 성을 차별하는 일에 상당히 많은 기여를 해왔다”고 비판하였다. 그러나 이것이 비단 아이들에게만, 성에만 해당되는 이야기일까. 성별에 따른 색깔 코드는 결국 암묵적으로 강요하는 성정체성이자 소비 트렌드를 조장하는 일종의 사회적 경고로 작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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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예술창작센터

 

마음에 떠안은 환희와 고뇌를 글로써 풀다
조지훈 〈고요히 흔들리며 가노니展〉 열려

국회 매년 한 명의 지역 문인을 선정, 관련 자료들을 모아 전시하는 문인사기획전의 두 번째 주인공으로 조지훈(1920~1968)이 선정되어 〈고요히 흔들리며 가노니〉 제하의 전시가 2016년 11월 16일부터 12월 9일까지 성북예술창작터에서 진행됐다. 전시 제목은 그의 시 〈완화삼(玩花衫)〉에서 일부를 따와 지어졌다. ‘시의 숲’으로 구성된 1층 전시장에는 조지훈의 시와 문집 등 그의 작품세계를 직접적으로 살펴 볼 수 있다. 시가 쓰여 있는 긴 나무 구조물 사이를 오갈 수 있어 관람자의 신체적 경험을 유도하였다. 2층은 ‘돌의 미학’이란 부제로 조지훈의 작품에 대한 예술가들의 다양한 해석, 그에 관한 에피소드 등이 소개되며, 선비 조지훈을 형상화한 구조물을 전시장 한가운데 두었다. 외부 윈도우갤러리와 전시장 내부 곳곳에는 그의 내면세계를 예술적으로 해석한 정진화 작가의 시적 상상이 가득한 그림들이 함께 선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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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가헌 (1)

청운동에 새 둥지 튼 사진위주 류가헌
강운구 〈경주 남산〉 김흥구 〈좀녜〉 개인전 열려

사진위주 류가헌 流歌軒이 서울 종로구 통의동에 위치한 한옥의 전시공간을 정리하고 새로운 정주처, 종로구 청운동으로 이전하였다. 7년여간 300여 회의 사진전을 개최하며 상업과 대안의 중간으로서, 일반인에게는 사진과 좀 더 가까워질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서의 입지를 다져왔다. 새로운 둥지로 옮긴 후 갖는 첫 전시는 사진작가 강운구와 김흥구의 개인전으로, 2016년 12월 6일부터 오는 1월 8일까지 진행된다. 1관에서 진행 중인 강운구의 〈경주 남산〉은 디지털 이전 필름으로 촬영한 것을 흑백 프린트한 사진전으로, 경주 남산만을 오롯이 묶어 전시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색의 수려힘은 사라지고 모노톤으로만 드러난 사진에서 억겁의 시간을 품은 역사의 무게감을 느낄 수 있다. 2관에서는 류가헌 사진책전시지원으로 마련된 김흥구의 〈좀녜〉가 동시에 열리고 있다. 작가는 주어진 삶을 묵묵히 살아가는 해녀들의 모습을 왜곡 없이 담아내고자 해녀를 뜻하는 제주도 방언 ‘좀녜’를 전시 제목으로 택했다. 이번에 선보인 작품들을 모아 발간한 사진집도 전시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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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불폐막퍼포 (3)

〈한불수교 130주년의 해〉 성료
양국을 대표하는 예술가 6인의 아트콜라보

2년여간 진행된 〈2015 – 16 한불상호 교류의 해〉가 지난 12월 13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진행된 폐막 행사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행사는 패션 디자이너, 팝아티스트 장 샤를 드 가스텔바작 (Jean-Charles de Castelbajac)과 예술전시, 문화 콘텐츠 기획사 아트딜라이트가 함께 기획한 퍼포먼스로 진행됐다. 한불 양국의 각 세대와 다양한 분야를 망라한 예술가 6인(장 샤를 드 가스텔 바작, 듀오 작가 THTF, 강병인 이승엽, 천재용)이 참여해 130년간 이어온 두 나라의 우정을 현대미술로 승화시켰다. 저마다의 개성들이 모여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뤘고 이는 새로운 세상에 대한 열망과 가능성을 품은 강력한 에너지를 만들어냈다. 양국 간의 공식적인 교류 행사는 끝났지만 이것이 장기적인 문화교류의 씨앗이 될 전망이다.

ART BOOK

역사의 관절을 최대한 느슨하게 만드는 책

《광학적 미디어: 1999년 베를린 강의 – 예술, 기술, 전쟁》 프리드리히 키틀러 지음/ 윤원화 옮김 2011 현실문화

‘아트북 다이제스트’에 프리드리히 키틀러의 이 책을 소개한다는 건 일종의 형용모순이다.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한국어판에 붙여진 친절한 부제에 따르면, ‘예술’이 선두에 서있고 ‘기술’과 ‘전쟁’이 뒤따르는데, 카메라 옵스큐라와 투시도법에서 시작해 브뤼넬레스키와 알베르티를 언급하며 사진, 영화, TV로 이어지는 목차를 훑고 나면 언뜻 그렇게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순서와 위계를 전제로, 즉 ‘예술(사)’ 중심으로 이 책을 펼치면 오래 버티기 어렵고, 어렵사리 끝까지 꾸역꾸역 읽어냈다 해도, “저장, 전송, 처리의 일반원칙”이라는 공식 수준을 넘어 책의 중핵을 해명하는 이들을 보기도 쉽지 않다. ‘키틀러식 독일어’라는 표현이 시사하는 특유의 악명 높은 글쓰기 스타일, 특히 설명적이었으면 싶은 곳에서 ‘함축적’이다가, ‘이런 것까지 알아야 하나’ 싶을 정도로 구체적인 사실에 천착하는 독특한 진자 운동식 서술방식이 한 몫을 한다.
하지만 이 책이 여전히 불투명하게 보인다면, 그건 근본적으로 이 책이 전통적인 의미의 ‘예술/미술’이나 ‘예술사/미술사’를 ‘옹위’하는 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브레히트의 서사극(Episches Theater)을 설명하면서 발터 벤야민이 쓴 특유의 비유- 서사극의 서사(narrative)란 발레 강사가 학생들에게 주는 최초의 요구과제, 즉 자신의 관절을 최대한 느슨하게 풀어놓으라는 것과 같다-를 빌리자면, 이 책에서 언급되는 작품이나 인명, 미술사나 영화사의 에피소드들은 우리와 똑같이 생겼지만 전혀 다른 존재로 작동/부유하는 ‘발레리나(노)’ 같다. 너무나 친숙하고 당연해 보이는 지점에서 그들은 우리의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고 매끈하게 이어지는 것으로 보이던 분과학문의 교과서적인 역사는 어느새 지그재그로 분기하며 재배열된다.
예를 들어 브뤼넬레스키와 알베르티는 현실 속 대상과 닮은 이미지를 ‘재현’하는 도구인 카메라 옵스큐라를 통해 대상의 모방(Mimesis)이라는 플라톤적 체제를 이어간 ‘스승과 제자’로 보이지만, 구체적인 지형과 환경의 한계에 속박되어 대상을 그저 모사하는 데 그친 전자에 비해, 투시도법을 통해 시각적 활동을 비율의 문제로 ‘가상화’(혹은 탈영토화)하고, ‘그림 수학화’한 알베르티는- 호환이 불가능하던 아날로그 미디어의 삼분체제(축음기, 영화, 타자기)를 0과 1의 정보값으로 일원화한 ‘미디어의 미디어’인 컴퓨터로 직결되는 -전혀 다른 벡터에 속한다. 혹은 – 20세기 내내 크라카우어부터 바르트에 이르는 수많은 이론가가 따로 또 같이 지적한 것이지만- 도상적 코드화의 필터로 환원될 수 없는 ‘실재계’의 포획장치인 사진을, ‘상상계’, 즉 ‘그림’과 혼동해 ‘그림처럼’ 보이게 하려고 ‘아름다운 그림’을 뜻하는 ’칼로타입(Calotype)’을 만든 탈보트의 사례는, 대개 영화의 전신으로 간주되는 연속사진을 찍어놓고서도, ‘전직 화가’로서 이를 보다 정확한 대상의 모방이라는 목적에 우겨넣으려 했던 머이브리지와 함께, 전통적인 사진사와 영화사의 연속성으로부터 탈각되어 부유한다.
개별 분과학문의 역사 속에서 이들이 대개 ‘연속적’으로 보이는 건-파노프스키가 도상학(Iconography)과 구분하려 애쓴 ‘도상해석학(Iconology)’을 포함하는 커다란 의미에서 -우리가 그들을 무언가를 닮은 ‘도상(icon)’의 생산이라는 관점에서만 바라보는데 익숙하기 때문이다. 역시 아날로그적 ‘도상’의 차원에서 보통 (‘필름’으로서의) 영화와 연동되어 이해되지만, 불연속적인 점과 데이터의 집약적 효과로 ‘브라운관’에 번역되어 나타나는 전자공학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텔레비전 역시 영화와는 전혀 다른 계열의 역사에 속하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이 책을 ‘예술사’에 대한 ‘기술사’나 ‘매체사’ 혹은 ‘전쟁사’로 보충해 읽는 것보다 더 그럴듯한 오독은 없다. 그때 이 책은 ‘완독하기 힘든 책’에서 ‘완독할 필요가 없는 책’ 혹은 ‘완독할 필요는 없었던 책’으로 기억될 것이다.
미술과 건축, 사진과 영화, TV와 컴퓨터를 넘나들며 15세기부터 20세기 말까지의 서구 역사를 종횡무진하는 이 책을, 무엇보다 ‘지금’ 읽어야 한다면, 그건 이 정도의 분량으로, 이 책만큼 개별적인 분과학문들의 영토와 지도를 체계적으로 내파(implode)시키고, 생산적으로 교란시키는 책을-아직까지 한국어로는 구할 수 없기 때문이고, 어쩌면 보다 근본적으로 우리의 현실 혹은 역사 자체가 언제나 이미 그렇게 내파되고 교란된 것이었기 때문이다.
곽영빈  미술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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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의 고향
임종업 지음
작품 속 장소를 통해 작가의 삶과 그 장소에 깃든 역사,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삶까지 읽어낸다. 작가 12명의 고향을 찾아가 취재한 내용과 작품 이미지가 어우러져 풍성한 볼거리와 생각할 거리 등을 제공한다.
소동 200쪽 · 2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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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쪽빛의 세계
박남희, 이현경, 강지용 지음
아시아의 공예 전반에서 발견되는 특징인 ‘쪽빛’을 통해 한국, 중국, 인도네시아의 공예를 살핀다. 문화적 기술의 원형이자 생존의 중요한 수단이었던 공예를 통해 아시아의 정체성과 창작의 메커니즘을 재발견한다.
미술문화 352쪽 · 2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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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미켈란젤로
김광우 지음
동시대를 대표하는 예술가를 묶어 비교 분석하는 아티스트 커플 시리즈의 3편이다. 르네상스 시대의 두 거장을 꼽았다. 예술계의 르네상스를 완성한 그들의 발자취와 독자적인 업적을 정치·경제·종교와 연관 지어 살펴본다.
미술문화 416쪽 · 2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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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향기의 미술관
노인호 지음
시각으로만 감상하는 예술이 아닌 오감을 활용해 그림을 감상하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또한 자존, 고독, 혁신, 본질, 일상이라는, 인생을 관통하는 키워드를 통해 자신의 길을 소신 있게 걸어간 화가들의 삶을 들여다본다.
라고디자인 175쪽 · 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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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미래 예술
서현석·김성희 지음
1990년대부터 2016년 현재에 이르기까지 국내외에서 진행되어 온 공연예술, 이른바 ‘다원 예술’을 다룬다. 연극, 춤, 몸, 언어, 관객 등 다양한 시선으로 작품을 조망함으로써 공연예술의 현황을 파악하고 향후 행보를 함께 모색해본다.
작업실유령 624쪽 · 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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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흥, 손철주의 음악이 있는 옛 그림 강의
손철주 지음
옛그림과 소리를 함께 이야기한다. 옛사람들의 삶이 투영된 그림과 음악을 살펴보며 그리기와 부르기의 미묘한 접점은 어디에 있는지, 그림들이 연주, 가곡, 판소리로 어떻게 구현되는지를 알아본다.
김영사 284쪽 · 14,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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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디자인학
무카이 슈타로 지음/신희경 옮김
오랜 기간 무사시노미술대학에서 디자인학을 가르쳐온 저자가 퇴임 전에 한 마지막 강연을 기록한 책이자 그의 첫 번째 번역서이다. 일본 현대 디자인 이론의 시원(始原)인 그가 평생에 걸쳐 실천하고 다져온 디자인 철학, 정수를 담았다.
두성북스 512쪽 · 3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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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변태 미술관
야마다 고로, 고야마 준코 지음/이용택 엮음
미술평론가 야마다 고로와 카피라이터 고야마 준코가 서양 미술사에 대해 논한 대담이 책으로 출간되었다. 어디서부터 미술사를 공부해야 할지 모르는 이들을 위해 르네상스에서 인상파까지의 미술을 다룬다.
21세기북스 432쪽 · 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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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1세기 유럽의 현대미술
김수현 지음
밀레니엄 이후 9 · 11테러가 발생하기 전까지 유럽의 미술관 전시를 중심으로 과거, 현재, 미래를 잇는 현대미술의 개념 변화를 살펴본다. ‘또 다른 리얼리즘’, ‘확장된 영역으로서의 설치’, ‘추상과 반영’, ‘새로운 내러티비티’ 등을 다룬다.
눈빛 256쪽 · 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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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조형은 골법이다
김영길 지음
30여 년간 뉴욕에서 활동해온 화가답게 현장감 있는 필체로 현대적 조형원리를 이야기한다. 동양화의 조형원리 중 하나인 ‘골법(骨法)’을 ‘최소화와 경향성’으로 해석해 이를 서양 현대미술에 대입해 설명하였다.
기파랑 256쪽 · 2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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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북 (9) copy가난한 컬렉터가훌륭한 작품을 사는 법
엘링 카게 지음/주은정 엮음
내 집, 내 방에 걸어 놓고 싶은 작품을 찾는 예비 컬렉터들을 위한 안내서. 맨몸으로 직접 미술계에 뛰어든 저자의 아트 컬렉팅 경험을 바탕으로 초보 컬렉터가 흔히 할 수 있는 실수를 되짚어 재치 있는 에세이로 담아냈다.
디자인하우스 224쪽 · 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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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빈센트와 함께 걷다
류승희 지음
빈센트 반 고흐 삶의 궤적을 끈질기게 관찰하고 기록했다. 네덜란드, 영국, 벨기에, 프랑스 등 고흐의 흔적이 묻어 있는 21개 유럽 도시를 차례로 소개하며 그에 대한 섣부른 정의보다 저자에 눈에 비친 그대로를 담고자 하였다.
아트북스 392쪽 · 18,000원

최예선의 달콤한 작업실 10

친절한 브네 씨의 평온한 작업실

예술가의 작업실을 방문할 때는 기대하는 바가 있다. 영혼을 고취해줄 예술의 영감과 삶의 아우라! 몇 해 전 여름, 조각가 베르나르 브네(Bernar Venet)의 아틀리에를 취재하러 프랑스로 갈 때에도 그런 설렘이 있었다. 그의 작업실이 있는 남프랑스 르뮈(le Muy)는 관광지도 아니며 주민도 많지 않은 소읍이었다. 브네 씨는 계곡이 지나는 평평한 들판에 몇 채의 집과 너른 정원, 전시공간을 두고 작품 활동을 하며 사람들을 만났다.
르뮈는 베르나르 브네의 도시였다. 한마디로 ‘영지’였다. 취재팀 일행은 드넓은 벌판에 서서 기함할 수밖에 없었다. 예술의 영감 운운하기엔 실로 방대했기 때문이다. 브네의 철 조각의 규모를 떠올려보라. 그의 대표작이 전시된 두 채의 건물은 웬만한 시립미술관을 방불케 했고, 브네 씨가 소장해온 예술품들을 전시하는 게스트하우스 역시 박물관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었다. 프랭크 스텔라, 크리스토와 잔 클로드, 리처드 롱, 솔 르윗, 아르망, 엘스워스 켈리, 도널드 저드 등의 작품들이 지키는 사람도, 들어가지 말라는 표지판도 없이 벽에 걸려 있었다. 정원은 시민공원 정도의 규모였다. 연못과 계곡, 분수가 있는 정원에 브네의 대형 조각이 놓여 있었다. 그리고 브네 씨가 사랑하는 스포츠카도 눈에 띄었다. 부가티며 포르셰며…….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집에선 주눅이 들지 않았다. 수많은 예술작품(브네 씨는 “이거 친구들 젊었을 때 작품이에요”라고 했다) 외에는 화려한 살림살이도 없었고 위압감을 주는 그 어떤 장식도 없었다. 모든 게 개방되어 있었다. 공간은 넓지만 넉넉한 여백이 편안했고 관리자라고는 말수 적고 소심해 보이는 청년 알렉상드르뿐이었다.
당시 브네 씨는 일흔을 넘긴 나이였지만 그의 집에는 젊은 사람들이 자주 드나들었다. 사무를 도와주는 비서 알렉상드르 외에도 정원을 가꾸고 집안일을 하는 사람과 페인팅 스튜디오에서 일하는 조수 몇몇이 조용히 드나들며 이야기를 나눴다. 파트너이자 친구인 갤러리스트도 멀리서 찾아왔다. 조용조용 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후에 그들은 마치 자기 집처럼 자유롭게 그곳을 드나들며 개인적인 일을 했다.
브네 씨는 르뮈라는 한적한 동네를 한참 예찬한 후 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의 소중함을 이야기했다. 이 동네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다고, 이 집을 ‘진정한 집’이라고 말했다. 아름다운 자연과 소박한 인심이 있고 예술과 사람과 장소가 자연스럽게 어울린다고. 그러한 이유로 파리도 뉴욕도 아닌 조용한 외딴 마을에 아틀리에와 재단을 겸한 집을 갖게 되었다.
촬영 시간이 제법 길어졌다. 여러 장소를 직접 보여주고 설명하던 브네 씨도 슬슬 지쳤는지 정원에 놓인 작은 의자에 주저앉았다. 촬영팀도 한낮의 열기에 지쳐 제각각 쉴 자리를 찾아 들어갔다. 누군가는 햇볕을 피해 거실 안으로 들어가 소파에 드러누웠고, 또 누군가는 정원에 놓인 파고라 벤치에 앉아 분수를 바라보았다. 그는 비좁은 철재 의자에 앉아 우리를 도와주러 파리에서 온 한국인 갤러리스트와 작은 목소리로 소곤거렸다.
문득 그의 맨발이 보였다. 브네 씨는 신발을 벗고 맨발을 잔디 속에 묻고 있었다. 초록색 풀의 시원한 감촉이 전해졌다. 그는 셔츠를 느슨하게 풀고 이야기를 하다 말다 까무룩 눈을 감았다. 한낮의 여유를 충분히 만끽하고 있었다. 나는 브네 씨가 진정 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흙과 풀의 초록색이 묻은 맨발, 드문드문 이어지는 목소리, 그의 몸에 익숙하게 닿은 의자들, 가볍게 흐르는 물소리, 그리고 자연의 일부처럼 곳곳에 놓여있는 그의 작품. 자신이 사랑하는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배열된 곳이었다. 그의 삶도 행동도 모두 자연스러웠다. 그래서 그 집이 우리 모두에게 편안했던 것이다.
모든 게 자연스러워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할까? 나와 공간이, 나와 타인이 서로 겉돌지 않고 자연스러워지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내 삶과 나란 존재가 온전히 밀착되려면?
진정한 예술가란, 진정한 작가란, 몰두하는 대상과 던지는 말과 살아가는 방식이 일치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베르나르 브네의 작업실에서 나는 내 작업실을 떠올렸다. 작업실은 어쩌다 마주친 길모퉁이의 흔적이 아니라 내가 오래오래 걸어야 하는 인생의 한 부분이구나…싶었다. 나와 닮은 모습으로 내 이야기를 품고 드러낼 이 공간. 작업실과 내가 자연스럽고 평화롭게 공존하기를 진심으로 바랐다.
취재로 오랫동안 비워두었던 작업실 문을 열었다. 익숙한 냄새가 강아지처럼 달려들었다. 나는 취재 자료로 무거워진 가방을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작업실을 천천히 돌아보았다. 나를 기다려온 수줍은 연인 같은 이 공간에게 나는 안심한 얼굴로 인사한다.
나 다녀왔어. ●

ART BOOK

‘창신(暢神)’의 즐거움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엮음 / 전용훈 책임기획 《조선 사람의 조선여행》 글항아리 2012

예부터 우리 선조들은 독서와 여행을 통한 인격 수양과 경험의 가치를 중시해왔다. ‘독만권서 행만리로(讀萬卷書 行萬里路)’라는 말이 있다. 가슴 속에 독만권서(讀萬卷書)의 학식과 행만리로(行萬里路)의 기상을 담고서야 인생의 참뜻을 깨달을 수 있다는 의미이다. ‘독(讀)’과 ‘행(行)’을 모두 담은 책이 있는데, 바로 《조선 사람의 조선여행》이다.
이 책은 와유에 대한 글로 시작된다. 조선여행의 첫 모습이 ‘와유’로 나타난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와유’는 장자(莊子)의 소요유(逍遙遊)로부터 비롯되었으며, 종병(宗炳, 375~443)에 이르러 와유라는 용어로 한층 발전된 내용을 갖추어 제시된 것이다. 이 와유 개념은 산수화론 전개에 근간을 이루며 지식 계층 사이에 지속적이고 폭넓게 보편화되었다. 조선 문인들의 문예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와유’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이 책의 첫 장이 ‘와유’로 시작되는 것은 참으로 적절한 것 같다.
18세기 초에 이르면, 금강산으로 향하는 문인들의 유람 풍조가 열풍처럼 불게 된다. 조선 사람들은 금강산 여행의 감동을 화폭에 담았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금강산 여행 중에 그려진 금강산 그림의 사연을 만날 수 있다. 그 사연들 속에서 조선시대 예술론의 화두를 꺼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우리에게는 금강산 이상으로 특별한 백두산이 있다. 백두산은 민족의 영산(靈山)으로 불리며, 조종산(祖宗山)으로 인식되어 왔다. 최남선은 백두산을 ‘근참(覲參)’하고 민족 고대사의 기원에 접근해 갔다. 그의 백두산 여행길을 따라 가다보면, 어느새 우리 민족의 뿌리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여행은 여행 시점이나 여행자의 의식 수준에 따라 다양한 양상을 보인다. 《조선 사람의 조선여행》을 통해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여행이 있다. 바로 왕실의 온천 여행이다. 표면적으로 병구완의 목적으로 행해진 온천행일지라도 우리는 온천 여행의 논의 시점부터 궁으로 돌아오는 시점까지의 모든 상황의 행간을 꼼꼼히 읽어볼 필요가 있다. 왕실의 모든 행보는 정치적 시험의 장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조선의 정치사 가운데 우리의 기억 속에 강렬한 인상을 주는 두 가지 주제를 고르라 한다면, 암행어사와 유배인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책을 읽으며 암행어사의 행보를 따라가다 보면 19세기 조선 정치 체제의 한 단면을 만나게 된다. 또한 이 책에는 조선의 여인이 여행을 꿈꾸고 실천에 옮기는 여정이 담겨 있는데, 이를 통해 조선 여인을 틀 속에 가둔 것은 조선이 아닌, 우리의 닫힌 사고가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그동안 알려져 있지 않았던 조선 여인의 여행에 얽힌 이야기들을 한 올 한 올 엮어가다 보면, 조선 여인의 실제 삶에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가 그동안 조선의 실상에 대해 얼마나 모르고 있었던가 하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책에서 다루고 있는 여행의 범주는 우리의 관념을 넘어선다. 별자리 여행에 대한 글이 그 예이다. 하늘은 인류의 삶에 큰 영향을 미쳐왔다. 자연 현상으로서의 하늘뿐만 아니라 관념상의 하늘 모습 또한 인간의 삶에 큰 영향을 미쳤다. 조선 사람이 보았던 밤하늘의 모습은 어떠했을까? 우리 선조들의 별자리와 별에 대한 마음을 따라가다 보면, 동아시아의 ‘천문관(天文觀)’을 엿볼 수 있다.
여행의 즐거움은 여행을 계획하고 준비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우리는 여행을 통해 일상에 갇혀 있던 눈과 귀와 가슴이 활짝 열리는 경험을 하게 되고, 이로부터 옹색한 생각이 넓어지고 정신이 맑게 트이는 창신(暢神)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
《조선 사람의 조선여행》은 조선 사람이 여행을 통해 무엇을 보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를 보여준다. 우리 강산을 누비며 길 위에서 진정한 삶을 펼친 조선인들의 여행기는 우리에게 선조들의 삶을 이해하고 역사를 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줄 것이다.
김취정 고려대학교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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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북 (12)천경자 평전 찬란한 고독, 한의 미학
최광진 지음
삶의 고통과 역경을 예술로 승화시킨 천경자의 작품세계를 살펴본다. 50여 점의 주요 작품 사진과 그 안에 서린 사연 등을 통해 현실의 시련을 극복할 수 있는 지혜와 용기를 전하고자 했다.
미술문화 256쪽 · 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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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북 (2)글로벌 아트마켓 크리틱
정연심 외 8인 지음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진행한 〈글로벌 아트마켓 프로젝트〉가 오늘날 국내외 미술시장의 다양한 측면을 다룬 미술평론가 9인(정연심, 정종효, 심상용, 양정무, 김지연, 윤진섭, 정현, 함영준, 김해주)의 글을 엮어 발간한 책이다.
미메시스 235쪽 · 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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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북 (4)권력이 묻고 이미지가 답하다
이은기 지음
역사적 인물과 사건을 다룬 미술작품을 정치와 권력의 관점으로 바라보고 이를 통해 예술(가)과 권력(가)의 관계를 모색하고자 했다. 다양한 방식으로 정치적 함이를 표현하는 작품을 선별해 7가지 관점으로 살펴본다.
아트북스 320쪽 · 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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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북 (8)

사진이론
리즈 웰스 엮음/ 문혜진·신혜영 옮김
초판이 출간된 1996년 이래 5번째 개정판이 나올 정도로 사진이론 입문서로는 정평이 난 책을 번역했다. 사진 ‘찍기’보다 사진 이미지 ‘읽기’에 초점을 맞추어 사진사가 아닌 사진이론서라는 성격을 부각시켰다.
두성북스 544쪽 · 3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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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북 (6)이중섭, 떠돌이 소의 꿈
허나영 지음
이중섭 탄생 100주년이자 서거 60주년인 2016년을 맞아 이중섭의 삶을 살펴본다. 남겨진 기록이나 증언을 바탕으로 짧은 생을 살다 간 그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곳곳을 직접 찾아가면서 저자는 ‘인간’ 이중섭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한다.
아르테 280쪽 · 1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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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북 (7)명화가 내게 묻다
최혜진 지음
평범한 일상의 가치를 발견해 그것을 표현한 화가의 그림을 통해 “당연하다고 믿어왔던 것들의 당연하지 않음을” 이야기한 그림에세이. 나, 일, 관계, 마음에 대해 그간 저자가 느껴온 고민을 진솔하게 풀어냈다.
북라이프 352쪽 · 1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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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북 (3)내 생애 마지막 그림
나카노 교코 지음/이지수 옮김
15세기부터 19세기까지 유럽 미술을 이끌어온 15인의 작가가 남긴 최후의 작품에 주목해 그 속에 녹아있는 그들의 예술세계와 인생을 꿰뚫어보고자 했다. 작품을 통한 예술적 감동을 예술가의 인생으로 확장시켰다.
다산초당 284쪽 · 1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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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북 (9)그림 같은 여자 그림 보는 남자
유경희 지음
작가의 삶이 오롯이 녹아있는 작품을 통해 상처와 위기에 힘들어 하는 이들을 위로하고자 한 책. 인간의 삶을 ‘사랑, 인생, 가족, 성공, 취향’의 5가지 측면으로 나누어 살펴본다.
매경출판 313쪽 · 13,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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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북 (5)현대미술의 시공간과 존재의 미학
김성호 지음
시간과 공간, 존재와 부재의 문제에 천착하는 현대미술가 18인의 예술세계를 다뤘다. 그들이 탐구하는 작품의 존재론과 그 안에 담긴 인간의 존재론 등을 미술비평가 김성호만의 호흡으로 담아냈다.
시문난적 447쪽 · 2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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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북 (10)제주를 품다 예술을 낳다
고미 지음
제주도를 작업의 근간으로 삼은 작가 15인을 만나 삶과 예술세계에 대해 그들과 나눈 이야기를 담았다. 오랜 기간 제민일보의 문화부 기자로 활동해온 저자가 바라본 제주 예술의 현주소를 살펴볼 수 있다.
대숲바람 351쪽 · 2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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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북 (1)예술로서의 삶
재커리 심슨 지음/김동규·윤동민 옮김
니체 이후 현대미학의 원천을 삶의 영역으로 가져왔다. 창조적 삶의 의미와 가치를 통찰하고 예술가적 주체성은 무엇인지에 대한 니체, 하이데거, 메를로 – 퐁티 등철학자들의 통찰을 보여준다.
갈무리 500쪽 · 26,000원

ART JOURNAL

도시재생으로의 발돋움
백남준기념관 조성을 위한 〈헬로우 백남준〉 발대식 열려

故백남준의 생일인 지난 7월 20일, 서울 종로구 창신동 197번지에 소재한 백남준기념관 부지에서 기념관 조성사업의 발대식 〈헬로우 백남준〉이 열렸다. 서울시는 2015년 10월 창신동과 숭인 지역 주민들의 건의에 따라 음식점으로 사용되던 백남준 집터의 온 단층 한옥(연면적 93.9 m2, 약 28평)을 매입하고, 백남준기념관 조성 사업을 기획하였다. 이 사업은 현재 서울시립미술관이 조성 및 운영을 담당해 추진 중이며 백남준기념관은 건축가 최욱의 설계안을 바탕으로 올해 11월 완공을 목표로 해체, 보수 과정에 있다.
서울시립미술관의 사업경과보고와 함께 사업의 무사 완공을 기원하고자 마련된 이날 발대식에는 백남준의 예술적 영향을 오마주하는 후배 예술가들이 축하 공연과 퍼포먼스를 벌여 축제 분위기를 한껏 띄웠다. 미술작가이자 음악가로 활동 중인 백현진과 7명의 악사가 10여 종의 동서양 악기를 연주하는 길놀이 〈백방으로 안녕하세요〉로 발대식의 포문을 열고, 김홍희 서울시립미술관 관장의 경과보고와 함께 박원순 서울시장, 김영종 종로구청장, 유가족 등의 기념사 및 인사말 순서로 진행됐다. 또한 시각예술가 김상돈은 창조와 파괴의 합일, 관객 참여를 추구한 백남준의 작업개념을 재해석하여 창신동 주민, 문화계 인사과 함께 고사 퍼포먼스 〈百+Paik〉을 펼쳤다.
한편 올해 말 공식 개관 예정인 백남준기념관은 백남준의 삶과 예술을 대중에게 알리기 위해 음악과 시각예술이 결합된 그의 작품세계와 1930~1940년대 종로, 동대문 일대에 얽힌 문화적 기억의 연관관계를 탐색한 상설전을 개최할 계획이다.
백남준기념관 조성사업은 지역 주민과 함께한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 7월 15일 시각예술가이자 서울창의인성센터 입체미술 강사인 이강준은 창신초등학교 6학년 학생과 함께 〈나도 미래의 세계인!〉을 이미 한 차례 진행했으며 11월까지 지역 주민과 시민 대상의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9월에는 기념관 조성에 참여한 예술가와 연구자가 백남준의 예술세계와 1940년대 창신동에 대한 기억을 소개하는 대화의 시간이, 10월경에는 도슨트 지원자를 위한 교육이 이뤄진다. 그밖에 지속적인 공간 활용을 위해 관람객 휴식공간과 북카페가 조성될 예정이다.
곽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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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양산

양산시에 펼쳐진 예술과 일상의 만남
〈생활 속의 예술(Art in Life)전〉 열려

경상남도 양산시 최초의 미술공간 ‘갤러리 양산(대표 이상정)’이 지난 7월 22일 문을 열었다. 갤러리 이름은 양산시의 유일한 전문 갤러리라는 의미로 ‘양산’이란 지명을 그대로 사용하였다. 개관전으로 선보인 〈생활 속의 예술(Art in Life)전〉은 부제 ‘예술은 생활의 미래다(Art is the Future of Living)’에서도 밝혔듯이 미술이 얼마나 일상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지를 알리고자 마련된 기획전이다.
김남희, 김동유, 김중만, 배준성, 하봉호 등 총 5인의 작가가 전시에 참여하며 금람해, 백종환, 정희라, 한주환 등 가구디자이너 3인의 아트 퍼니처도 함께 선보인다. 전시는 8월 21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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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시립

청주시에 예술을 입히다
청주시립미술관 개관

청주시 사직동에 소재한 구 KBS 방송국 건물을 리모델링한 청주시립미술관이 지난 7월 1일 개관하였다. 개관전으로 〈여백의 신화: 청주 한국 현대미술의 초기 역사를 쓰다〉가 10월 3일까지 열린다. 김복진, 김기창, 박래현, 정창섭, 윤형근, 박노수, 김봉구 등 7인의 작가 유작 중 엄선한 80여 점과 드로잉, 사진자료, 친필원고 등을 함께 선보인다. 특히 유작이 거의 남아있지 않은 김복진의 〈여인입상〉(1924), 〈백화〉(1938), 〈소년〉(1940) 4점을 조각가 정창훈이 복원한 후 대형 홀로그램 영상설치작품으로 재탄생시켰다. 이는 공립미술관에서 최초로 시도된 것이다.
한편 청주시립미술관은 사직동 본관과, 문의에 있는 대청호미술관, 용암동에 있는 주미술창작스튜디오, 오창전시관 3개의 분관으로 운영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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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_스페이스_사루비아다방

작가와 공간과 지역의 공생관계를 꿈꾸다
대안공간 후원으로 동시대 미술에 활력 불어넣어

시각예술 창작자를 지원하기 위해 네이버문화재단이 마련한 창작자 지원사업 〈헬로! 아티스트 아트 어라운드〉가 7월 27일부터 2017년 1월 8일까지 국내 주요 대안공간에서 개최된다. 헬로!아티스트를 통해 소개된 작가 중 8인의 작가가 최종 선정돼 ‘작가와 공간의 공생’, ‘공간과 지역의 공존’을 주제로 소규모 대안전시를 마련하였다.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다방, 스페이스 캔&오래된 집, 스페이스 윌링앤딜링, 아마도예술공간 등 총 4곳의 대안공간이 이번 전시에 참여하며 릴레이 전시형태로 진행된다. 첫 번째 순서로 노상호, 신건우 작가의 〈서사의 간극〉(7.27~8.19)을 마련해 그동안 두 작가가 구축해온 서사 구조에서 벗어나 새로운 틀을 실험한 신작을 선보인다. 추후 차승언, 고재욱(10.5~11.4)/강현선, 호상근(11.11~11.30)/조혜진, 한성우(12.12~ 2017.1.8) 순서로 관객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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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화_Space launch

김원화 〈우주발사체〉 FRP, 포맥스, 에나멜 도장 67×67×350cm 2010

〈제16회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 8월 4일 열려
비디오아트, 대안영상, 실험영화 등이 한자리에

〈제16회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이하 네마프)〉이 8월 4일부터 12일까지 인디스페이스, 한국영상자료원, SMIT 시네마, 서교예술실험센터, 갤러리메이 아트스페이스오, 미디어극장 아이공 등에서 열린다. 네마프는 아시아 최초 뉴미디어아트 영상축제이자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미디어아트 영상축제로, 이번 기획전 주제는 ‘가상의 정치’이다. 20개국 118명의 미디어아티스트가 참여해 총 129편의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국내작가로는 김두진, 김세진, 김원화, 김황, 노재운, 신정균, 오용석, 유비호, 흑표범 등이 참가한다. 전시는 뉴미디어대안영화제, 뉴미디어아트전시제, 뉴미디어복합예술제 등 3개의 섹션으로 나뉘어 12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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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재. 녹우당에서공재를 상상하다_02

300년 시공을 초월한 예술적 교감
공재恭齋의 예술로 피어난 녹우당

공재 윤두서와 동시대 작가 18인이 함께하는 〈공재恭齋. 녹우당에서 공재를 상상하다 Gongjae. Remagined전〉이 7월 27일부터 10월 3일까지 해남 녹우당 충헌각에서 열린다. 공재가 생마지막 3년을 보낸 녹우당에서 최초로 시도되는 이번 전시는 그의 예술적 성과를 기리기 위해 행촌문화재단(이사장 김동국)과 전남문화관광재단(이사장 이낙연)이 2016년 남도특성화기획사업으로 진행하는 것으로, 40여 점의 작품이 전시된다. 같은 기간 인근 녹우당 영내 고산 윤선도 유물전시관에서는 국보 240호 〈공재 윤두서 자화상〉 진본과 공재의 진경산수 풍속화 특별전시를 볼 수 있다.
한편 이 전시 이후에는 9월 3일 〈2016 광주비엔날레〉 개막과 함께 〈2016 풍류남도 ART 프로젝트_ 해남전〉이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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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철

버려진 선박의 화려한 변신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 2016〉 개최

국립현대미술관과 뉴욕현대미술관이 공동 주최하는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 2016(YAP, Young Architects Program)〉이 7월 6일부터 10월 3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미술관 마당과 제8전시실에서 열린다. 신진 건축가를 육성하기 위해 1998년 뉴욕현대미술관에서 처음 시작한 이 프로그램의 올해 당선작은 신형철의 〈템플(Temp?L)〉로, 템포러리 (temporary)와 템플(temple)을 합성해 만든 신조어이다. 35년 된 폐선에 예술적 상상력이 더해져 새로운 건축물로 재탄생한 이 작품을 통해 작가는 각종 오염물질이 바다로 배출되어 극심한 환경문제를 낳는 현실을 환기하고자 했다. 7월 5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작가는 이번 작업에 대해 “‘설계했다’는 말보다 내부의 불필요한 것들을 ‘비워내는 과정’이었다”고 말하며 “ecologic과 economic이 합쳐진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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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익중 (1)

실향민의 아픔을 나누다
강익중, 런던 템스강에 신작 〈집으로 가는 길〉 선보일 예정

오는 9월 1일부터 한 달 동안 런던 템스강에 강익중의 신작 〈집으로 가는길(사진)〉이 설치된다. 이 작업은 올해로 20년을 맞은 런던의 문화행사 ‘토털리 템스(Totally Thames)’ 주최 측 의뢰로 제작되었다. 실향민의 그림 500장을 모아 조명등을 켠 형태의 상징물로 만들어 배에 띄운다. 이 위에 손전등을 든 로봇을 세워 통일에 대한 염원을 강조할 계획이다. 작가는 “‘난민’이라는 유럽의 사회적 이슈와 인도주의적인 차원의 실향민 이야기는 인권문제라는 공통된 연결지점이 있다”며 “‘강’은 이어지고 흘러가는 속성이 있기 때문에 축제 기간동안 많은 이의 공감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지난 7월 13일 서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아드리안 에반스(Adrian Evans) 토털리 템스 디렉터는 “런던의 대표적인 문화행사에 강익중의 작업을 메인 작품으로 선보이게 되어 기대된다. 치료, 연결, 포용 등 공공미술을 대하는 강익중의 태도가 이 페스티벌과 교집합을 이루는 부분이다”며 페스티벌의 의미와 강익중의 작업이 보여줄 희망의 메시지에 주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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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미나(7.7) 종합토론

집중된 이목만큼이나 뜨거웠던 취재 현장
미술품 유통 투명화 · 활성화 위한 세미나 개최

문화체육관광부 주최하고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주관한 미술품 유통 투명화 및 활성화를 위한 세미나가 국립고궁박물관 본관 강당에서 7월 7, 8일 이틀간 열렸다. 이번 세미나에서 프랑스전문감정가협회 부회장 미셸 르나드는 ‘프랑스의 감정 시스템과 감정사 제도’를, 미국감정가협회 회장 린다 셀빈은 ‘미국의 감정 교육 시스템’을 주제로 미술품 감정분야에 대해 발표했다. 이어서 프랑스 예술법 전문 변호사 알렉시스 푸놀은 ‘프랑스의 미술품 유통 시스템과 법제 사례’를, 이대희 고려대 법전원 교수는 ‘건전한 미술품 유통을 위한 법제화 방안’을 주제로 유통분야에 대해 발표했다. 종합토론 시간에는 미술관 및 갤러리 관계자와 학계 인사 등 400여 명의 미술인이 열띤 토론을 벌였다. 다음날 8일에는 ‘감정 교육과 감정의 법적 이슈’에 관한 워크숍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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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나무포럼 총회 (1)

문화예술의 전방위 지원을 기대하며
〈2016 예술나무포럼 총회〉 열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위원장 박명진)는 7월 20일 대학로 예술나무카페에서 〈2016 예술나무포럼 총회〉를 개최해 4년간의 포럼 활동을 공유하고 문화예술후원 활성화와 지원 확대를 기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번 포럼에는 박명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해 예술나무포럼 신임 회장으로 위촉된 김희근 벽산엔지니어링 회장, 윤은기 한국협업진흥 협회 회장 등 문화예술 후원기업 및 예술계 인사, 40여 명이 참석하였다. 〈예술나무포럼〉은 문화예술을 누리고 나누는 권리가 핵심 인권임을 강조하며 문화예술계뿐 아니라 기업 및 사회 각계에서 문화예술 창조와 나눔 활동에 적극 동참할 것을 목표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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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주

조각을 통한 삶의 활력 충전
〈2016 용인현대조각회전〉, 〈어떤 여행〉 개최

〈2016 용인현대조각회전〉이 지난 7월 12일부터 17일까지 용인포은아트갤러리에서 열렸다. 조각의 대중화를 위해 마련된 이번 전시에는 용인시에 거주하는 조각가 19명이 참여해 ‘화합하는 전시’를 주제로 다양한 작품을 선보였다.
또한 용인현대조각회 일원으로 활동하다 지난해 작고한 이영주 작가(1963~2015)의 유작전 〈어떤 여행〉이 같은 기간 열렸다. 이 작가는 서울대 조소과를 졸업하고 이탈리아 카라라국립미술원 조각과를 졸업했으며, 주로 회화적 표현으로 부조와 환조를 결합한 석조각을 선보여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