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VIEW

‘쓸모’가 없으니 나가 주시겠습니까?

부산의 대안공간 오픈스페이스 배가 있던 산기슭이 곧 아파트 단지로 조성될 예정이란다. 가까운 지인들과 배의 마지막을 지켜본다는 생각으로 방문했다. 수십 년, 이곳에서 자라 울창함을 과시하던 나무들은 짧은 시간동안 몇 대의 포크레인과 불도저로 간단히 뽑히고 파쇄되어 쌓여 또 다른 산을 일구고 있었다. 덕분에 배에서 바다가 보인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사무동과 전시동 맞은편에 펼쳐졌던 수백 그루 배밭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언덕은 깎여서 멀리 보이는 고층 아파트의 절반 이상이 보일 정도였다. 파헤쳐진 산은 마치 수술대 위 개복(開腹)당한 환자가 내장을 드러내듯 뻘건 흙과 바위 덩어리를 노출하고 있었다.
몇 해 전, 수용과 개발을 알리는 빨간 깃발이 꽂힐 때부터 이곳의 소멸은 예정된 것이었다. 그만큼 불안감도 커졌지만 그것은 남의 일인양 작가는 전시를 열었고, 작업을 했으며, 이곳의 스태프들은 그저 자신의 일을 할 뿐이었다.
전시 오픈 후 뒷풀이의 왁자지껄함도, 초여름 전, 몇일 간만 핀다는 배꽃을 봤던 한량놀이도 이제 다 추억이 되어버렸다. 따뜻한 볕을 받으며 전날 술자리에서 침을 튀기며 한 많은 이야기의 복기(?)를 위한 티타임도 함께. 이런 시시콜콜한 추억이 사라지는 것도 아쉽지만 뭔가 굴복당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어 입맛이 쓰다.
어쩔 수 없다는 것은 안다. 현실을 부정할 정도로 순진하지도 않으니 말이다. 돈의 입장에서는 ‘그깟’ 레지던시 공간이나 전시장 하나보다 번듯한 아파트 하나를 세우는 것이 더 모양새 있을 것이다. 돈의 입장에서는 그것이 더 의미있는 일이며, 그것이 세상을 위해 더 쓸모있는 일이겠고. 그렇게 함으로써 자신의 몸집을 더 불릴 수 있을 것이다. 이 공간이 돈의 눈에는 생떼를 부리는, 이른바 ‘알박기’로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누군가 “예술은 쓸모로 부터의 거리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그 ‘거리’, 아주 적은 그 거리조차 허용하지 않는 현실을 받아들이라 하는, 사람의 끝을 알 수 없는 욕심이 폐허 같은 이곳의 풍경처럼 섬뜩하다.
황석권 anarchy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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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너님고속 (가운데) 혼합재료 2015 성북예술 창작터에서 열린 <퓨처스타일> (2015.12.9.~20) 전시광경 그룹 너님고속(김은정, 채윤진, 함금엽)은 인터넷에서 ‘미러링’이라는 기존의 혐오 언어들을 전사하고 되돌려주는 전략을 관찰하고 그 과정에서 만들어진 이미지들을 추출해 평면작업과 입체 조형물을 제작했다.

혐오의 시대

지난해 ‘여성 혐오’ 문제가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구었다. 여성 혐오 자체가 새로운 현상은 아니지만 남자들이 자신을 사회적 약자로 규정하고 여성 일반에 대한 혐오와 페미니즘에 대한 적대를 정당화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이슈로 제기되었다. 이에 반발하는 ‘여혐혐(여성 혐오에 대한 혐오)’ 문제를 넘어 최근에는 여성들에 의한 ‘남성 혐오’ 현상이 한창이다. ‘메갈리아(‘메르스(MERS)’와 남성과 여성의 위치가 정반대인 세계를 다룬 소설 ‘이갈리아의 딸들’의 합성어로 여성전용 커뮤니티를 말한다)’ 유저들이 여성 혐오 표현을 남성에게 되돌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김치녀’라는 용어는 ‘김치남’으로, ‘삼일한(여성은 삼일에 한 번씩 맞아야 한다)’에 맞서 숨쉴한(남성은 숨 쉴 때마다 한 번씩 맞아야 한다)으로 받아치는 것이다.
거울로 비추는 듯이 상대방의 행동을 그대로 따라해 일명 ‘미러링(mirroring)’으로 불리는 이들의 전략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응징하는 탈리오 법칙의 현재 버전이라 할 수 있다. 이 같은 방식은 여성 혐오 근절을 위한 전략적인 패러디로 메갈리아의 활동은 한국 페미니즘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건전하지 못한 언어 사용과 성적 비하 발언 때문에 단순한 남성 혐오로 전락했다는 비판도 피할 수 없다. 결국 ‘내 편’과 ‘네 편’을 가르는 갈등과 자극적인 내용이 증폭되어 거울과 거울이 마주하게 되면 그 끝은 무한대일뿐더러 인간에 대한 혐오감만 남게 된다. 거울이라는 반사경은 반복될수록 비추는 대상을 온전히 담아내지 못하고 일그러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근 남북 관계는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북한의 장거리미사일 발사에 남한 정부는 개성공단 가동 전면중단을 결정했고 이에 북한은 개성공단을 폐쇄했다. 그리고 남한의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가 지난 설날 연휴 때부터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하며 도마 위에 올랐다. 그러고 보면 현재 남북의 대응 역시 ‘미러링’ 방식과 닮아 보인다. 게다가 매번 계속되는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등 남북 대결과 군사적 충돌을 경험하면서 남한 사람들 특히 젊은 세대의 대북 의식이 과거의 ‘반북’을 넘어 ‘염북’, ‘혐북’으로 퍼지고 있다고 한다. 불안하고 불안정한 혐오의 시대에 탈출구는 그 무엇이 될 수 있을까?
이슬비 drizzlesb@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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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oul protest (24)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마감이 한참이던 지난 2월 24일 광화문 북쪽 광장에서 “집회시위의 자유”를 요구하는 유령들의 아우성이 퍼졌다. 국제인권단체인 엠네스티는 가로 10m, 세로 3m 크기의 투명 스크린을 세우고 홀로그램 영상을 비춰 시위를 진행했다. 오랜만에 서울의 심장부에서 집회가 열린다는 소식에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다. 시위의 목적보다 홀로그램을 활용한 시위라는 점과 서울시로부터 집회가 아닌 문화제 개최로 허가를 받았다는 이유로 경찰이 어떤 대응을 보일지에 관심이 집중됐다.
홀로그램 시위는 2015년 4월 10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시민 운동단체인 ‘홀로그램 포 프리덤’이 스페인 정부가 ‘공공시설 인근 시위금지법’을 사실상 통과 시킨 것에 항의하기 위해 처음 열린 후 이번이 두 번째다. 국제인권단체인 엠네스티의 한국지부에서 주최한 이번 시위에 참여한 120여명은 사전에 각자 제작한 피켓을 들고 “평화시위 보장하라” “집회는 인권이다” 등의 구호를 제창하며 행진하는 모습을 크로마키 촬영했다. 홀로그램 시위는 다수의 군중이 밀집해 물리적 광장을 점유하는 일반적인 시위와 달리 손으로 닿을 수 없는 가상현실 속 시위대가 목소리를 내기 힘든 현실의 누군가를 대변한다. 엠네스티 한국지부 관계자는 “가상공간의 시위에 경찰이 제재를 가한다면 이는 표현의 자유를 가로막는 퇴행적 행보를 인정하는 꼴이 된다”고 말했다. 아이러니한 상황에 놓인 시위와 경찰의 대치는 분리할 수 없는 두 현실의 공존 가능성을 시사한다. 같은 시간, 두 공간 속 목소리가 합쳐졌다 흩어지는 모습은 분명 변화된 공간인식 태도를 보여준다. 누군가는 시위가 ‘구경거리’로 전락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한다. 그러나 무엇이든 창작의 재료가 될 수 있는 오늘, 이러한 시도는 “집회시위의 자유”와 더불어 시위 자체의 “표현의 자유”도 함께 외치고 있다. 한동안 ‘검열’은 미술에서도 이슈였다. 그리고 미술의 검열에 대항하는 미술은 어떤 표현방식을 취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볼 만하다.
임승현 shlim987@gmail.com

HOT ART SPACE

백남준, 서울에서
갤러리 현대 1.28~4.3

올해는 백남준 타계 10주기를 맞는 해다.
이에 백남준을 추모하는 다양한 전시가 예정되어 있다. 이 전시는 고인이 생전에 한국에서 펼친 활동을 중심으로 그 의미를 살펴보는 내용으로 구성됐으며, 총 4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특히 갤러리 1층에는 1990년, 백남준이 각별한 사이었던 요셉 보이스를 추모하기 위해 갤러리 뒷마당에서 벌인 진혼굿 퍼포먼스 <늑대 걸음으로(A Pas de Loup)>에 사용된 각종 오브제들이 설치되어 백남준의 흔적을 돌아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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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아트센터 (1)

다중시간 1부
백남준아트센터 1.29~6.19

역시 백남준 타계 10주기를 기리는 전시로 1988년 서울올림픽을 기념하기 위해 고인이 벌였던 <손에 손잡고(Wrap around the World)> 내용의 연장선상에 있다. <손에 손잡고>는 위성을 이용, 냉전시대의 종말을 고하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가 숨어있다. 이에 이번 전시는 전 세계 인문, 사회, 과학, 미학, 미술에 몸담은 이들이 참여해 다양한 담론을 제기하고, 백남준과 연계한 작업을 펼쳐보이게 된다. 한편 2부 전시는 3월 3일부터 7월 3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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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사이드 (1)

이예승 개인전
갤러리 아트사이드 2.12~3.3

‘동중동·정중동(動中動·靜中動)’으로 명명된 작가의 개인전은 이전 작업처럼 오브제를 지나는 빛이 벽면에 투사되는 과정을 견지하고 있다. 갤러리 지하의 작업은 바로 그러한 작가의 맥락을 보여주는바, 실재와 그림자, 그리고 그것을 인식하는 관람객 사이의 간극에 대한 성찰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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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뉴올드
서울대미술관 1.28~4.17

미술관의 올해 첫 기획전으로 독일국제교류처, 큐레이터 폴커 알부스와의 협업으로 이룬 전시. 전시 타이틀이 암시하듯, 전통과 새로움이라는 대립항이 현대디자인에 어떻게 관계하고 있는지 살펴본다. 50여 점의 유럽, 미주권 작가 작품과 더불어 20여 점의 한국 작가 작품이 함께 출품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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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크74 (1)

74cm
누크갤러리 2.18~3.16

김도균 이은우 작가의 2인전으로 이 전시 타이틀은 일반적인 책상 높이에서 따왔다. 전시장에는 74cm를 기준으로 위 벽면에는 김도균이 건축물을 촬영한 모노톤 사진이, 그 아래에는 다채로운 색채의 기하학적 구조를 가진 이은우의 설치물이 자리했다. 색채와 구조의 대비를 관찰하는 경험을 제공하는 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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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강자

정강자 개인전
갤러리 H 1.20~26

1968년 세시봉에서 행한 <투명풍선과 누드>를 통해 한국 전위예술 활동에 큰 획을 그었던 작가의 회화전이다. 초현실적인 주제의 작품을 비롯, 다양한 주제를 구현하는 작품들이 전시장 전관을 가득 메웠다. 작가는 최근 자신을 덮친 병마를 이겨내는 과정을 담은 에세이집 《죽다, 살다》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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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서울

미술관이 된 구 벨기에영사관
서울시립미술관 남서울분관 2015.12.15~2.21

현재 서울시립미술관 남서울분관은 구 벨기에영사관을 리모델링하여 전시장으로 꾸민 것이다. 이 전시는 이 건물의 건립 110주년을 맞이해 장소의 역사와 특징을 조명하는 전시로, 근대 건축문화유산인 이곳의 역사와 주변의 관계성을 살피는 건축부문과 이 장소를 다양한 장르로 재해석한 참여 작가가 펼치는 미술부문으로 나뉘어 구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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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순철

변순철 개인전
금호미술관 2.18~28

‘본질을 묻다’를 부제로 한 작가의 개인전은 2015년 월별로 《전남일보》에 실린 프로젝트를 모아 한자리에 펼친 것이다. “대한민국 사회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본질이 무엇인지”를 살피자는 취지의 이 프로젝트에는 사회의 다양한 이들을 통해 지금 우리 사회가 추구해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를 환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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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호

최광호 개인전
갤러리 나우 2.10~23

올해 환갑을 맞은 작가의 개인전은 ‘육갑, 병신-비가 나를 맨발로 걸어가게 한다’로 명명됐다. 전시장은 그의 사진은 물론, 작업을 위해 제작한 오브제로 구성되었다. 6년째 강원도 평창에서 지내고 있는 작가가 자연과 교감하는 모습을 일견할 수 있는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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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렁크

한영수 개인전
트렁크갤러리 1.19~2.29

전시장에 들어서면 옛날 거리에서 흘러나오던 음악이 나지막히 들린다. 이와 함께 작가의 사진은 그 당시, 그 거리를 담고 있다. 1999년 타계한 작가는 바로 그 시절을 사진으로 기록하며, 그 시대를 증명한 것이다. ‘서울, 모던 타임스’로 명명된 이 전시는 작가의 작업을 관리하고 제작, 판매하는 체계를 구축하려는 시도도 담고 있다.

최예선의 달콤한 작업실 6

저장강박증자의 물건 버리기

작업실에 가끔 들르는 만화가 선현경 씨는 쌓여있는 물건들을 그림으로 남기고 버리기로 작정했다. 스무 살이 된 딸이 어릴 적에 썼던 스푼부터 백만 년이 지나도 묵혀둘 것만 같은 옷가지(특히 양말)들을 꺼냈다. 버려도 버려도 물건은 끊임없이 나온다. 그녀의 책 《날마다 하나씩 버리기》는 버린 물건과 그에 얽힌 사연을 그림으로 기록한 것이다. 그러고 보면 인생이란 물건을 사들이고 정리하다가 버리는 일의 연속이 아닐까?
최근 몇 년 동안 서점에는 버리지 못해 쓰레기장을 방불케 하는 집에서 사는 사람들과 텅 빈 공간에서 아무것도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교대로 소개되곤 했다. 나는, 저장강박증 환자의 넋두리와 소유를 거부하는 미니멀리스트의 환희 사이에서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이다. 나는 누군가가 떠나버린 동네와 폐허가 된 건물들, 무용한 사물들의 이야기를 쓰곤 한다. 그런 내가 물건들이 싫증나고 불필요하다고 해서 쓰레기통에 던질 수 있을까? 한편, 나는 텅 빈 공간을 정말이지 좋아한다. 비어있기에 기억의 자락으로만 채울 수 있는 공간에서 전율을 느낀다. 특히, 빈 공간을 빈 채로 두는 것을 가장 좋아한다.
여백있는 공간이라고 자부했던 내 작업실이 더 이상 빈틈이라곤 찾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작업실이 미니멀했을 때는 벽과 바닥 공사를 끝낸 직후, 가구 두 개(미송 아일랜드와 자작나무 서가)만 달랑 놓여있던 그날뿐이었다. 지금 작업실은 책이 넘쳐 쏟아질 듯하고, 서랍은 종이들로 빽빽해서 열리지 않으며, 홍차통은 다 비운 만큼 새것이 채워져 결코 줄어들지 않는 데다, 잡동사니들이 창궐한다. 그러나, 잡동사니란 얼마나 귀여운가! 그야말로 삶에 활력을 주는 것들이다.
언젠가 필요할 것 같은 서류들, 원고 쓸 때 참고했던 자료들, 다시 읽지 않을 것 같지만 웬지 꽂아두어야 마음이 편한 책들은 그렇다치고, 깨지고 부서지고 망가졌지만 그 물건과의 첫 만남을 잊지 못해서 계속 갖고 있던 물건들도 자리를 꽤 차지한다. 내가 이름을 붙여준 것들, 한때 내 마음에 와닿은 것들이다. 기억을 공유하는 물건들과 헤어지는 일은 사람과 헤어지는 것만큼 힘들다. 하지만 이런 물건들도 있다. 작업실에 방문하는 사람 중에 차를 선물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나는 도저히 못 마시겠는데, 너라면 잘 마실 것 같아서”라면서. 그리고 이런 경우들.
“저는 안 쓰는데, 여긴 사람이 많으니까 필요할 것 같아서요.”
“버리기엔 너무 아깝잖아. 마켓 열 때 팔아서 수익 좀 내보면 어때?”
“이번에 나온 책이에요. 관심 있으실 것 같아서 가져왔어요.”
“이거 누구 전해줄건데, 못 만났지 뭐야. 그 친구 오면 전해주게 여기 두고 가도 되지?”
이런 물건들은 내 사물과 뒤섞여 어느새 하나의 잡동사니가 된다. 출간기념회나 송년 모임 등 많은 인원이 들고난 후에는 어김없이 휴대전화 충전기, 털목도리, 우산 등이 쌓인다. 이럴 때 작업실은 월세 내는 유실물 보관소다.
때가 왔다. 몰아치듯 단행본 원고를 끝내고 돌아서니, 해가 바뀌었다. 새 원고 집필에 들어가기 전에 묵은 먼지처럼 쌓인 것들과 이별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물건들에 매몰되고 싶지 않았고, 삶도 공간도 가볍게 하고 싶어졌다. 그동안 물건을 버리려고 하다가 실패한 적이 많지만, 지금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첫 번째 도전은 쉽게 무너졌다. 뒤죽박죽이 된 서랍을 다시 정리하고 보니, 분명 버려야 할 것이 버젓이 보이는데도 휴지통으로 들어간 건 아무것도 없었다. 서가에 꽂힌 책 중에서 읽을 것과 버릴 것을 골라내다가 모두 도로 집어넣었다. 현기증이 났다. 불안과 강박을 넘어서 심장을 도려내는 것 같은 아픔이 밀려온다.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도전! 이번에는 꼭 버려야 할 아이템을 정했다. 선현경 씨는 로고가 그려진 발목 양말부터 시작했으니, 나는 오래전 선물받고 여전히 뜯지도 않은 티백들을 꺼냈다. 그리고, 떨리는 손으로 몇 개를 휴지통에 넣었다. 어디선가 비명이 들리는 것 같지만 눈을 꼭 감고 뒤돌아보지 않았다. 그다음은 유리병과 유리용기들을 꺼냈다. 잼병이나 양초를 태우고 남은 유리병들, 화병으로 쓰려고 씻어둔 음료수병들, 어떻게든 써보려고 넣어둔 깨진 도자기 등을 꺼냈더니 탁자 위에 가득이다. 이런 빈 용기들 때문에 공간이 가득차 있었다니 약간 허탈해졌다. 꼭 필요한 몇 개만 남겨두고(!) 모두 재활용 박스에 담았다. 누군가의 선물이지만, 내 취향에 맞지 않아 꺼냈다 도로 넣어둔 접시와 그릇도 박스에 넣었다.
과연 마음의 상처를 덜 받으면서 물건을 버리는 방법이 있긴 한 모양이다. 사소한 물건들 때문에 욕망에 들끓던 시간이 가소롭게 느껴졌다. 살면서 그리 많은 물건이 필요하지 않다는 건, 살아가면서 더 잘 알게 된다. 좀 더 버리기로 한다. 작업실이 텅 빌 때까지. ●

ART BOOK

동양예술에 담긴 인문사상의 핵심

주량즈 지음《인문정신으로 동양예술을 탐하다》 알마 2015

유교문화권이자 한자문화권에 속하는 우리에게 ‘동양’은 아이러니하게도 ‘낡음’과 ‘낯선’ 것인 오늘이다. 소개할 주량즈(朱良志)의 《인문정신으로 동양예술을 탐하다》는 동양의 철학에서 파생된 예술, 그 예술 속에 담긴 미학의 단초들을 살펴볼 수 있는 책이다. 불편한 한자들을 헤치며 책을 읽는 동안 ‘동양’의 개념이 얼마나 창조적이며, 현대적인 동시에 예술을 설명하기에 적합한 개념인지 깨달으며 더 이상 낡은 것이 아닌 더 알아야 할 ‘동양’으로 치환됨을 느낄 수 있게 된다.
애초에 동양에서는 삶과 철학, 그리고 예술이 크게 분리되지 않는다. “분산되어 있고 자유로워서, 마치 꽃을 앞에 두고 달을 감상한다든지 화로 앞에 앉아 차를 맛보는 것과 같은 식이다. 세 마디나 두 구절의 짧은 말 대부분은 지혜가 번뜩이고 한가로이 술잔을 기울이는 가운데 종종 정곡을 찌른다. 이러한 이론은 예술을 논하는 것이자 인생을 논하는 것이고, 이론이자 예술이기도 하다.”
저자는 동양예술의 본질을 몇 가지 요소로 정리하면서 동양예술과 중국예술을 혼용하여 표현하고 있는데 이것은 본고 서두에 언급한 한자문화권이자 유교문화권의 기초 철학이 중국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1강 ‘향기를 듣다’는 형신(形神)-형태와 정신에 관한 이야기다. 동양 예술은 기본적으로 형식미 자체에 머물지 않고, 그 너머를 추구한다. “그림을 그릴 때 겉모습만 비슷하게 그릴 수 있다면 어린아이의 수준과 다를 것이 없고, 시를 지을 때 문자의 뜻에만 머문다면 뛰어난 시인이 아니다. 그림은 정신을 그려내야 하고 시는 언어 너머에 있는 의미를 머금어야 한다.” 작가적 개념과 사유를 충분히 거친 창작이 더욱 의미있고, 가치있다는 현대적 미학 개념과 결코 다르지 않다. 2강 ‘춤을 보다’는 동정(動靜)-예술 작품에 있어 움직임과 고요함을 말한다. 단언하는 것에 신중하고 변화하는 것에 대한 넓은 시야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현대시각예술에서 식물성과 공존하는 동물성, 경계를 무너뜨리며 ‘이것도 되고 저것에도 해당하는’ 작품들과 비슷한 맥락이다. 3강 ‘굽이진 길 곡경’은 함축(含蓄)에 대한 설명이다. 산도 물도 제방도 회랑도 굽이지고 곳곳에 굽이진 풍경이다. 조원가가 이렇게 굽이지게 하는 것은 굽이진 물에서 푸른 바다의 광대함을 보고, 굽이진 회랑에서 구름까지 이어지는 느낌을 받고, 굽이진 난간에서 짙고 옅은(黑白) 자태가 가늘고 부드럽게 드러나고, 작은 돌의 굽이짐에서 천지를 하나로 관통하는 기세가 드러나도록 하기 위해서다. 4강 ‘작은 꽃 미화’는 이소견대(以小見大)-작은 것으로 큰 것을 표현한다는 독특한 동양식 표현이다. 이는 작은 꽃과 작은 돌에도 우주가 담겨있다는 뜻이며, “겨자씨 안에 수미산을 들인다(芥子納須彌)”는 관점이다. 5강 ‘마른 나무 고수’는 중국예술의 최고 개념을 드러내는 단어다. 즉, 대교약졸(大巧若拙)이란 표현의 함축어로 노자가 말한바 최고의 기교는 서툰 것처럼 보인다고 하는, 예술에서만 다룰 수 있는 치명적 명제다. 비슷한 명제인 6강 ‘텅 빈 산 공산’은 동양사상에서 현대예술에 가장 많이 인용되는 허실(虛實)의 문제다. 허와 실 모두 존재하는 것이며, 실이 있기 위해선 반드시 허가 받침이 되어야 하는 추상적인 명제의 구체화다. 서양에선 유사한 개념이 없으며 동양의 특유한 사상으로 현대미술을 비롯 예술을 설명할 때 비워져야 채울 수 있다는 개념만큼 창작 작품을 설명하기 좋은 명제도 드물다.
저자는 7강의 ‘차가운 달’과 8강의 ‘부드러운 바람’을 통해 동양예술을 탐닉하는 방식의 취미 부분을 다루었고, 9강의 ‘지혜의 검’에서 깨달음의 문제를 이야기한다. 10강의 마무리 지점에서 다루는 ‘조각배’는 하나의 상징물로 예술가의 마음을 담은 표현이다. “조각배는 예술가의 마음을 소풍 보내어 이상적인 세계로 향하게 하는데, 그곳이 바로 예술가의 정신이 머무는 곳이다… 예술은 기술이 아니라 마음을 평온하게 해주는 도구다.”라는 문장으로 예술에 있어 작가 정신의 깊은 부분을 다시 한 번 짚어주며 책을 맺는다.
이 책에 사용된 많은 단어나 문장의 공통점은 서로 다른 대척점이 아니라 각각 상대되는 개념이 있어 서로를 더욱 돋보이게 하거나(대대(待對)), 결국 모두 다를 뿐 틀린 개념이 아닌 것들이 조화롭게 공존하며 나름의 아름다움을 말하고(화해(和諧)), 생사(生死)를 나누지 않고 큰 자연의 틀에 넣고 보는 직관과 관통의 개념이 녹아있다. 무엇도 선명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엇도 틀린 것은 아니다. 이것은 한자의 숨은 괄호를 미처 새로운 현대어로 조어(造語)하지 못한 우리의 숙제일 뿐이다.
김최은영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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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F2B3206세상을 바꾼 미술
정연심 지음
시대의 철학 종교 사회가 반영되는 미술작품과 예술가의 긴밀한 관계를 조명하면서 미술을 통해 세계사를 읽어낸다. 종교, 권력, 테크놀로지, 여성 등 굵직한 주제로 나눠 인류 문명의 중요한 요소를 미술로 짚어본다.
다른 184쪽·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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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F2B3217화가 반 고흐 이전의 판 호흐
스티븐 네이페·그레고리 화이트 스미스 지음/최준영 옮김
대중적인 사랑을 받는 반 고흐의 일생을 《잭슨 폴록: 미국의 전설》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전기 전문 작가가 공동 집필했다. 반 고흐를 둘러싼 예술적 신화를 걷어내고 새로운 해석을 이끌어냈다는 평을 받는다.
민음사 972쪽·4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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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F2B3213리 컬렉션
이종선 지음
국내 국보급 문화재를 소장한 ‘삼성가의 컬렉션’을 주도하고 박물관 건립과 성장을 함께했던 저자가 지난 20년간의 수집 과정과 뒷이야기를 담았다. 문화재의 발굴부터 복원 연구 전시에 이르기까지의 숨은 이야기가 펼쳐진다.
김영사 320쪽·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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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F2B3220교회예술과 건축(외 2권)
헤더 손턱 맥레이 지음/최지원 옮김
〈세계 종교예술과 건축〉 시리즈 1권으로 그리스도교 회화와 건축 등을 도상학과 상징주의 관점에서 해석했다. 이 시리즈로 다른 저자들의 《이슬람 예술과 건축》, 《불교 예술과 건축》이 함께 출간되어 다양한 종교예술을 살펴볼 수 있다.
시그마북스 224쪽·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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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F2B3210사람을 사랑한 시대의 예술, 조선 후기 초상화
이태호 지음
초판본의 오류를 수정하고, 상태가 좋지 않던 도판들을 전면 교체해 재편집했다. 카메라 옵스쿠라가 조선 후기 초상화에 미친 영향을 살펴보고 초상화의 사실적 표현과 아름다움을 다루고 있다.
마로니에북스 424쪽·2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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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F2B3207디자인 미학
제인 포지 지음/조원호 옮김
전통적 미학의 범위를 디자인으로 포용해 디자인의 미학적 위치를 살펴본다. 예술작품과 디자인의 차이를 분명히 나누며 기능적인 물건에 투영되는 미적 호기심을 살펴보면서 ‘미적’이란 말의 의미를 분석한다.
미술문화 304쪽·2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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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F2B3214문화예술교육은 왜 중요한가
존 소렐 외 2인 지음/오수원 옮김
토니 블레어 정부부터 현재 데이비드 캐머런 정부까지 약 15년간 영국의 문화예술 교육을 이끈 세 전문가의 기록을 한 권의 책으로 묶었다. 정부와 민간, 지역 단위 교육정책이 추구하는 문화예술 교육의 청사진을 담았다.
열린책들 160쪽·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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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F2B3215스스로 조직하기
줄리 아울트 외 지음/박가희, 전효경, 조은비 옮김
2013년 오픈 에디션즈에서 출판한 《Self-Organised》 번역서. 북남미, 유럽, 아프리카 등에서 활동하는 동시대 시각예술가들의 경험과 담론적 연구를 바탕으로 ‘자기조직화(self-organised)’에 관한 해석과 시선을 담았다.
미디어 버스 232쪽·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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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F2B3218미술 철학사(전 3권)
이광래 지음
르네상스 이후부터 미술의 종말을 말하는 지금까지의 미술사를 철학적 문제의식을 지닌 미술가들을 중심으로 정리했다. 8400매에 달하는 원고에 1년 6개월간의 편집 과정을 거쳐 정리했으며 미술 철학사의 계보를 저술했다.
미메시스 992·832·832쪽·28,000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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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F2B3212고딕건축과 스콜라철학
에르빈 파노프스키 지음/김율 옮김
도상해석학자로 잘 알려진 저자가 “고딕건축 양식이 스콜라철학에 영향을 받았다”는 명제를 각종 사료를 통해 증명한 기념비적인 책으로 현대의 역사·사회학에 영향을 미치며 미술사의 학문적 지형을 넓힌 것으로 의미 있다.
한길사 252쪽·2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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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F2B3216모마 마시터피스
앤 템킨 엮음/강나은 옮김
뉴욕 현대미술관(이하 MoMA)의 3번째 아트북 시리즈로 대중적인 작품부터 생소한 작품까지 4000점 넘는 회화와 조소 컬랙션 중 217점을 소개하고 MoMA 컬렉션의 역사와 작품 보존 등에 대한 설명을 덧붙였다.
RHK 248쪽·5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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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F2B3211동물원이 된 미술관
니콜레 체프터 지음/오공훈 옮김
상류층의 재테크 수단, 시대풍조에 순응하는 미술가와 비평가 등 돈과 권력에 얽매인 현대미술의 모습을 파헤친다. 독일 미술잡지의 편집장이 현장에서 느끼고 경험한 내용을 바탕으로 ‘미술 증오’에 대해 설명한다.
자음과모음 208쪽·12,000원

ART JOURNAL

올해의 작가를 알립니다
김을 믹스라이스(조지은+양철모) 백승우 함경아〈올해의 작가상 2016〉후보로 선정

한국현대미술의 가능성과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작가를 후원하기 위해 제정된 〈올해의 작가상 2016〉 후보 작가 라인업이 공개됐다. 김을, 믹스라이스(조지은+양철모), 백승우, 함경아(사진 왼쪽부터)가 최종 4명(팀)으로 선정됐다. 선정위원으로는 바르토메우 마리 국립현대미술관 관장, 2015 이스탄불 비엔날레 예술감독을 역임한 캐를린 크리스토브 바카르기에브, 도쿄국립근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인 미카 구라야와 <2016 부산비엔날레> 감독을 맡은 윤재갑이 참여했다. 선정된 후보 작가 4명(팀)은 미술관과 협업으로 프로젝트를 준비해 8월 31일부터 12월 25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개최하는 〈올해의 작가상 2016전〉에서 신작을 선보일 예정이다. 작품 제작을 위해 각 4,000만 원의 창작후원금이 지원된다. 또한 SBS에서 수상 작가를 조망하는 다큐멘터리를 제작, 방영할 계획이다. 전시 기간 중 진행되는 2차 심사를 통해 ‘2016 올해의 작가’ 최종 수상 작가를 선정하고, 1,000만 원의 후원금을 추가 지원할 예정이다.
한편 국립현대미술관과 SBS문화재단은 올해부터‘올해의 작가상 해외 활동기금 제도’를 운영한다. 올해의 작가상 역대 참여 작가를 대상으로 해외 활동을 후원하기 위한 이 제도를 통해 향후 4년간 작가가 계획한 해외 주요 프로젝트를 심사해 각 2000만원의 작품 제작지원금을 후원한다. 2015년 12월 개최된 첫 번째 ‘해외활동기금’ 심사에서는 문경원+전준호, 이수경, 임민욱(이상 2012년 후원작가), 조해준, 함양아(이상 2013년 후원작가) 작가의 해외 프로젝트 후원이 확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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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뉴스 (2)

미술인들의 창작과 교류의 산실을 열다
전북도립미술관 창작스튜디오 개관

전북도립미술관(관장 장석원)은 완주군 상관면에 창작스튜디오 공간을 마련하고 2월 4일 현판식을 개최했다. 전북도립미술관 창작스튜디오(전북 완주군 상관면 신리로 49번지)는 1,583m2 대지에 연면적 723m2의 2층 건물로 완주군으로부터 5년간 무상 임차해 사용하게 된다. 과거 상관면사무소 건물을 리모델링하여 작년 12월에 공사를 마쳤다. 7개의 작업 스튜디오와 사무실, 식당, 전시 및 세미나를 위한 다목적 룸, 식당, 샤워실, 창고 등을 갖추고 있어 입주 미술가들이 작업에 전념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들과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데에도 큰 보탬이 될 전망이다. 전북도립 미술관은 공모와 자체심사 방식으로 4인의 입주작가(김진숙 강성은 최지연 박성수)를 선정했다. 또한 대만의 관두레지던시, 인도네시아의 루앙 게릴라, 중국 청두의 블루루프미술관 등과 연계한 아시아 각국 미술가들의 입주가 예정되어 있다. 창작스튜디오 개관과 더불어 〈전북청년 2015-16전〉도 개최되었다. 〈전북청년 2015전〉에 참여했던 김병철, 김성민, 이주리, 탁소연과 〈전북청년 2016전〉 전시작가로 선정된 박성수, 박재연, 박종찬, 홍남기 총 8명의 작품이 2월 26일까지 선보였다.
전주=최정환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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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트 마켓으로 나아가기
해외 미술시장 전문가 초청 특강 열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2015년 미술품 해외시장 개척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진행하는 <글로벌 아트마켓 프로젝트>를 지난 2월 26일 대학로 예술가의 집에서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그동안 부산 대구 전주 등에서 열린 릴레이 워크숍에 이은 마지막 프로그램으로 진행되었다. ‘국제 미술시장의 흐름과 국내 아트페어 및 갤러리의 전략 모색’이라는 주제하에 해외 미술 시장 전문가를 초청해 특강을 진행한 것이다. 이번 특강은 오클랜드와 홍콩에 기반을 둔 미술시장 전문 매체 《오쿨라》의 공동설립자 사이먼 피셔(Simon Fisher)(사진 오른쪽)와 아트바젤 홍콩의 전신인 아트 HK, 아트 센트럴 홍콩, 아트 13 런던 등을 비롯 유수의 아트페어를 공동 설립한 팀 에첼스(Tim Etchells)를 초대해 현장 경험과 국제 네트워크 구축 방법을 들었다. 한편 오는 4월, 미술품 해외시장 개척 지원사업의 취지, 의의, 진행 과정과 5개 심포지엄에서 오고 간 주요 내용을 정리한 자료집은 온라인으로 무료 배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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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_은주

부산_이윤주

마지막이 된〈부산청년미술상〉수상전
〈이윤주 은주 2인전〉열려

<부산청년미술상> 수상자인 이윤주와 은주 두 여성 작가의 공동전시가 2월 6일 해운대 공간화랑에서 막을 내렸다. 이번 전시에서 은주는 부조리한 현실과 예술의 상황이 지어내는 문제적 지점을 날카롭게 해부하고 분석하면서, 그 분석의 방식인 예술의 형식 자체마저도 해체하는 작업을 선보였다. 이윤주는 역사와 시간, 기억의 문제를 사적 사진과 역사적 사진을 직접 인용하여 환기했다. 역사와 현실의 시공간적 마찰을 개인적 시선으로 변주하는 동시에 공통의 삶으로 탈환하고 재배치하고자 했다.
은주는 1988년 부산에서 태어나 부산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했고, 이윤주는 1980년 부산에서 태어나 이화여대와 이화여대 대학원에서 회화를 전공했다. 한편 26회째 지속되어왔던 <부산청년미술상>은 이윤주와 은주의 전시로 막을 내린다. 이 상은 부산 공간화랑에서 주관하여 부산에 거주하는 만 35세 이하 작가 가운데 전년도 개인전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작가를 선정해 시상하고 다음 해 개인전을 열 수 있도록 후원하며 지금까지 수많은 작가를 배출했다.
부산=김은경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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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뉴스-박철호 (2)

천 위에 새겨진 흐린 기억의 이미지
박철호 개인전〈순환-깃〉열려

서양화가 박철호의 개인전 <순환-깃>이 봉산문화회관 기억공작소 기획으로 열렸다. 지난 1월 15일부터 오는 3월 13일까지 두 달간 진행되며 리넨 위에 작가가 판화 기법으로 찍어 새겼거나, 붓으로 그려 넣은 이미지를 공간 벽면에 설치한 새로운 시도의 전시다. 각각의 천에는 기본적으로 새와 그 깃의 모양이 다채롭게 표현되어 있고, 이 그림 천들이 엷은 회색과 붉은색의 조합으로 공간을 나눈다. 작가는 또 다른 벽면 어귀에 1999년 작품 <절망과 희망 (Despair&Hope)>을 걸었다. 이 작품을 포함한 <새> 연작은 작가가 뉴욕에서 활동을 하던 1990년대 말, 작업실 창 너머로 본 비둘기들에서 시작되었다.
옆 건물 창틀에 앉아 젖은 깃을 움직이던 비둘기에 감정 이입된 작가는 그 모습에서 용기와 희망을 찾을 수 있었다고 한다. 비둘기는 작가에게 절망으로부터 희망을, 순간으로부터 영원을 찾아 붙들어 맬 수 있는 매개가 되었다.
시간이 흐른 지금, 작가는 <순환-깃전>을 통하여 흐릿해진 당시의 이미지를 천에 새겨 넣고 겹치고 이어 붙여 커다란 볼거리로 펼쳐내었다. 그림은 액자나 완벽한 고정 장치 없이 벽면에 느슨히 붙어서, 빛과 공기 흐름에 따라 미세하게 요동하는 식으로 작가의 기억을 재현한다. 이 광경은 보는 이에 따라서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겠으나 현대판화의 선두주자 박철호의 기교와 전망, 그리고 회고적 의식이 담긴 결과 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대구=윤규홍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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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비엔날레_시떼 데자르 외관_Cité internationale des arts - Marais © A. Poupel

파리와 부산의 만남
부산비엔날레 시테 데자르 파견 프로젝트 시작

(사)부산비엔날레 조직위(이하 조직위, 집행 위원장 임동락)가 2월 15일 프랑스 파리의 시테 데자르에 부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젊은 예술가 김종권, 최한진 2명을 파견했다.
두 작가는 조직위가 지난 1월 만 40세 미만의 부산 지역 작가대상으로 자체 선정한 파일럿팀으로, 2월 15일부터 4월 3일까지 45일간 프랑스 파리 시테 데자르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김종권(1983년생)은 집의 구조와 인간의 욕망에 대한 작업을, 최한진(1981년생)은 기술의 발달, 사이보그(cyborg)에 대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조직위는 국내 작가의 해외 진출 교두보 역할을 하고자 했던 부산비엔날레의 초심에 다시 불을 지피기 위하여 이번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비롯 다양한 중장기적 국제 교류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조직위는 앞으로 비엔날레라는 전시를 넘어 국내 작가를 양성하고 해외 예술 기관들과의 협력 관계를 통해 문화적인 자산을 창출해나갈 계획이다. 향후 진행될 시테 데자르 파견 프로젝트에 대한 공모를 비롯한 세부 진행 사항은 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 공식 홈페이지 (www.busanbiennale.org)를 통해 지속적으로 공지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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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누끼그림책으로 태어난 윤석남의 회화
《다정해서 다정한 다정씨》출간

조각과 설치, 회화를 넘나들며 한국의 여성상을 고찰해온 작가 윤석남의 드로잉 32점이 담긴 그림책이 출간됐다.
이 책은 40이라는 늦은 나이에 작가로 데뷔해 현재까지 왕성한 활동을 펼치는 윤석남의 삶이 녹아있는 자전적인 글과 그림으로 구성되어 있다. 드로잉을 그림책으로 옮기면서 작품성을 유지하면서도 그림책만의 독특한 매체적 특징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2015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 〈2015 SeMA Green: 윤석남-심장전〉을 관람한 그림책 작가 한성옥이 책의 기획과 구성을 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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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작가를 응원합니다
〈2015 미래작가상전〉 열려

2015년 8월 전국 대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미래작가상 공모에 선발된 김영경 이택우 홍지윤이 6개월간의 튜터링 과정을 마치고 3월 9일부터 4월 3일까지 캐논갤러리에서 전시를 연다. 이번 전시는 박건희문화재단과 캐논코리아컨슈머이미징이 주최 및 주관했으며 튜터로는 구본창(마스터 튜터), 구성연, 변순철, 정희승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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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의 가치를 재고하기
〈락 더 브랜드전〉 열려

3월 2일부터 9일까지 인사동 한국미술센터에서 한국창의뮤지움연구소가 주최하는 전시 <락 더 브랜드>가 열린다. 이번 전시는 브랜드의 가치관을 생각해보고 현대 생활문화에서 새롭게 인식되는 브랜드와 소비문화를 돌아볼 예정이다. 이번 전시에는 이현아 박재연 홍경태 등 19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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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탐방 재능문화센터(JCC)

jcc (6)“전시기반의 교육기관을 향하여”

2015년 10월 혜화로터리 부근에 노출 콘크리트로 절제된 공간을 구현해내는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건물이 들어섰다. 수직 수평의 조합으로 기하학적인 아름다움을 자아내는 이 건축물은 2015년 새로 문을 연 재능문화재단의 복합문화 공간인 재능문화센터 (이하 JCC)(관장 안순모, 센터장 김정화)다. 지하 1~2층에는 콘서트홀이 있고, 지상 1층부터 4층까지 전시장이 이어진다. 설계 당시부터 용도에 맞게 지은 공연장과 달리 전시장은 완공 이후에야 용도가 정해졌다고 한다. 상황이 그러하다보니 건물 자체의 미적 취향에 눌려 전시 구현에 어려움이 많다. 안도 다다오 건축의 특징이기도 한 노출 콘크리트는 콘크리트 판을 만들 때 거푸집이 벌어지지 않도록 조인다고 한다. 이때 사용한 나사못으로 인해 구멍(콘)이 생기는데 이 콘은 건물 전체를 장식하는 하나의 패턴이 된다. 전시·공연·아카데미를 아우르는 JCC에서 전시를 담당하는 전시 기획실장 채영(사진)은 “미술작품을 벽면에 걸거나 조명등을 추가적으로 설치하기에 쉬운 구조는 아니어서 전시의 어려운 점이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고안해낸 방법이 각 콘에 네임태그를 만들어 나사처럼 끼우는 방식이다. 벽에 손상을 최소화하면서도 작품에 대한 설명과 건축물의 특징을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작품과 네임태그 사이에 거리가 있어 관람에 다소 불편하지만 건축을 최대한 살리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JCC의 첫 개관전은 <길 위의 공간>(2015.10.27~2.28)이다. 많은 예술가가 머문 혜화동의 지역적 특징과 새로운 문화공간인 JCC를 상호 “공간을 넘어서는 또 하나의 다른 공간”으로 해석하는 전시였다.
안도 다다오의 건물과 작가들의 작업 간 공통된 맥락을 이끌어낸 작가 9팀(금민정, 김종구, 김용관, 박여주, 신승백+김용훈, 양주혜, 이해민선, 정현, 프랑수아 패로딘)은 건물의 내·외부를 넘나들며 작품을 선보였다. 삼면에 창을 둔 4층 공간은 외부 경관을 내부로 끌어들이는 차경(借景을) 취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그곳에 작품을 설치한 작가 김종구는 안도 다다오가 자연을 추상하여 차경을 도입했듯 외부에 보이는 산수 실경과 쇳가루 풍경을 배치해 중의적으로 안도 다다오의 건축관과 자신의 작업관 사이의 교차점을 찾아갔다. 이뿐만 아니라 복도, 계단, 공연장 앞 벽까지 작업을 설치해 공간의 예술성에 대한 인식을 세우기 위해 노력했다. 건축의 가치를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이 공간의 궁극적인 목표는 교육기관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전시와 공연 연계교육을 넘어 스스로 주도적인 학습을 할 수 있는 디지털교육을 접할 수 있도록 디지털 리소스를 축적해 나갈 예정이다. 4월 초에 예정된 두 번째 전시는 장욱진, 이대원 등 혜화동에 거주했던 예술가를 중심으로 우리 근현대사 속 혜화동의 위치를 탐색해 나갈 예정이다. www.jeijcc.org
임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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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EFING

황현욱을 아시나요?

아주 오랫동안 미루고 있던 숙제를 해치운 듯 홀가분하다. 이번 특집을 두고 하는 말이다. 사무실 컴퓨터에 저장된 ‘편집회의 기획안’ 문서파일을 검색해보니, ‘황현욱’을 처음 제안했던 때가 2006년 3월호더라. 그러니 이 기사를 실현시키는데 10년 걸린 셈이다. 도대체 무엇이 나를 이토록 황현욱과 인공갤러리에 집착하게 했을까? (손발 오그라드는 표현이지만) 그건 아마도 나이가 많이 들어서도 마음속에서 잊지 못하는 ‘짝사랑’ 같은 감정 때문 아니었을까. 어디 나뿐이랴, 우리는 살면서 ‘그/녀는 나를 모르지만, 나는 그/녀를 알고 있는’ 경우를 자주 경험한다. 예컨대 전시를 보면서 작가와 작품을 혼자서 흠모한다거나 이런저런 책과 신문 잡지 따위를 훑어보며 온갖 잡다한 정보와 글귀를 마음속에 차곡차곡 담아 두듯이 말이다. 나에겐 황현욱과 인공갤러리, 그리고 특집제목으로 인용한 박명욱의 책 《너무~ 너무~》(박가서·장, 1998/그린비, 2004)가 그 가운데 하나다.
이번 특집을 준비하며 “내가 마치 형사가 된 것 같다”는 말을 여러 차례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머릿속에 막연한 계획과 밑그림만 그렸을 뿐, 단서하나 없이 백지 상태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글이야 어떻게든 받으면 될 테지만 문제는 이미지. 명색이 미술전문지인데 참고 이미지 하나 없어서야 되겠는가. 여기저기 수소문했지만 처음부터 허탕이기 일쑤였다. 그러면 그럴수록 황현욱이란 범인(?)을 꼭 잡고 싶다는 오기와 의지가 더욱 솟구쳤다. 이미지에 관한 첫 단서는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연구센터에서 찾았다. 거기서 인공갤러리 리플릿 자료가 쏟아져 나왔고, 이후 대구와 대전을 오가며 고인의 지인들이 간직하고 있던 먼지 쌓인 옛날 사진과 자료를 하나 둘씩 모으며 실마리를 풀어 나갔다.
한편으론 황현욱이라는 인물에 대해 여러 사람과 만나며 탐문(探問) 수사를 했다. 나는 이 과정에서 돈 주고도 배울 수 없는 ‘인생 공부’를 찐하게 했다. 죽은 사람은 말이 없지만 살아있는 사람은 말이 많은 법. 같은 사실을 두고 서로 다르게 해석하고 말하는 경우가 많았다. 마치 같은 산(山)을 저 마다 다르게 기억하고 설명하는 꼴이었다. 당연히 산을 바라보는 위치도 다르고 정상에 오르는 등산로도 저마다 달랐기에 그럴 만도 하겠다 싶었다. 하지만 문제는 죽은 이를 기억하는 살아있는 사람(끼리) 사이에 존재하는 미묘한 ‘신경전’과 ‘관계성’이었다. 역시나 인간관계란 참 어렵다!
아무튼, 아직 연초이고 하니 이 때쯤이면 ‘젊은 작가’나 ‘올해 주목 할 신진작가’ 같은 미래지향적인(?) 기사를 만들 법도 하지만 나는 오히려 뒤를 돌아본다. 황현욱도 물론이거니와 사진작가 정동석, 김지연 기사도 이런 맥락에서 만들었다. 그들은 애써 유명해지려고 안달부리거나 나대지 않았다. 묵묵히 혼자서 외길을 걸어 지금 여기까지 왔다. 공교롭게 故 황현욱, 정동석, 김지연 모두 1948년생. 나하고 20여 년 간극이 존재한다. 나는 20년 전부터 그들의 ‘의지’와 ‘작품’과 ‘삶의 태도’를 보며 성장했다. 이런 선배(세대)가 있다는 사실이 새삼 고맙다. 그런데 어느덧 나도 가끔씩 ‘꼰대’라는 말을 듣는 처지가 됐다. 말나온 김에 작정하고 꼰대 소리 한마디 하련다. 얼마 전 사석에서 ‘신생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느슨한 연대’라는 말을 들었다. 나는 ‘느슨한 연대’란 애당초 불가능한 미션이라고 생각한다. 왜냐면 혼자서 한없이 헐렁하게 자유로운 ‘느슨함’과 강철같이 굳은 동지애로 굳건하게 결집함으로써만 가능한 ‘연대’는 공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뜻에서 나는 ‘느슨한 연대’ 운운하는 일부 젊은 미술인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도저도 아니게 어정쩡하게 양다리 걸치는 기회주의적인 모양새로 보이니까. 물론 그들의 행보가 내 맘에 들어야 한다거나 그럴 필요도 없지만 어쨌든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편집장 이준희 dam2@unitel.co.kr

COLUMN

분단국가의 예술 창작

2014년 박근혜 대통령이 독일을 방문하고 평화통일을 위한 3가지 제안, 즉 ‘드레스덴 선언’을 하였을 당시 드레스덴 공대의 강당을 가득 메운 청중은 기립박수를 보냈으며, 이 기사는 독일 전역에 크게 보도되었다. 이번 2016년 드레스덴 시와 드레스덴 미협이 주체가 되어 열린 드레스덴 아트페어는 ‘한국’을 주제로 내세웠다. 독일 통일의 전문가들과 드레스덴 시장, 작센안할트주의 문화부 장관과 정치인들 그리고 미술계의 주요 인물들을 초청하여 남북한 예술과 분단을 주제로 대담회 자리를 마련한 것은 박 대통령의 드레스덴 선언 중 3번째 사항인 “예술과 문화 사업을 통하여 분단국의 이질감 극복을 위해 전적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선언과 일맥상통하는 행사로 볼 수 있다.
대담회 진행을 맡은 유어겐 카일 박사는 2003년부터 2005년까지 서울 괴테문화원 원장을 지내는 동안 북한을 20여 차례 방문하였으며, 북한 사회와 예술의 특성이 동독 시절의 분단체제와는 확연하게 다르다는 개회사로 청중에게 남북한 미술과 동서독 미술의 차이점에 대해 언급하였다.
전 드레스덴 공과대학 부학장이며 사회학 교수인 레베어크 교수는 동서독 분단체제하에 진행된 예술을 통한 ‘대리전쟁’ 현상에도 두 나라 예술가들이 체제에 반대하는 저항 미술로써 통일에 적극 기여하였으며, 통일 이후에는 오랜 분단으로 인한 사회적인 이질감 극복에 크게 기여했다고 분석했다. 이진 박사는 이러한 동서독 예술에 대한 연구에서 남북한도 배울 점이 있다고 했다.
동독 출신 작가 차브카는 동독체제에서 금지시되었던 마지막 ‘다다이스트’로 자신을 소개하며 통일 이전 동독의 사회주의 체제에서 중앙 중심의 엄격한 통제로 작가들의 자유를 제약하고 표현의 자유를 억압했으며, 수많은 동독의 작가가 이 억압에 대항하여 저항예술을 펼쳐왔음을 본인의 체험담을 통해 증언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이광 쿤스트페어라인64 대표는 북한 작가들에게는 동독에서 주어졌던 최소한의 표현의 자유마저 주어지지 않으며, 남한에서는 이러한 실상과 북한 미술의 특성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부족하다고 아쉬움을 전달했다.
그리고 이광 대표는 북한 예술의 정체성을 청중에게 설명하고, 프로파간다의 목적 아래 작업하는 북한 작가들과의 소통의 중요함을 언급하였다. 그리고 남한의 민중미술과 동서독 미술의 차이점을 설명하면서 서양미술, 특히 독일 표현주의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남한의 민중미술은 그 역사가 짧고, 마르쿠스 뤼퍼츠, 바젤리츠, 펭크, 안젤름 키퍼 등 독일의 저항 미술가들이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치는 반면, 남한 내에서 그 지도적 역할과 예술가의 본질적 측면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기에는 모자란 면이 많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한국미술의 전통성 회복이야말로 오랜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으로 인해 상실된 전통과의 맥을 다시 잇는 길이며, 남북한 공동으로 노력해야 하는 과제임을 언급하였다. 이를 위해서는 남북한 미술의 정체성에 대한 연구와 민중미술의 사회적 역할 확대, 남한 사회에서 소통의 중요성에 관한 인식의 전환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쿤스트페어라인64의 북한 관련 프로젝트 <반+반=한국(Halb+Halb=Korea)>을 소개하였다. 남북한, 독일 작가들이 베를린에 모여 한 아틀리에에서 작업을 하고 전시를 할 예정이며, 독일 작가로는 동독작가들로 섭외 중이다. 이러한 작은 문화의 통일이 특히 베를린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당위성은 이러하다. 베를린은 한 도시 안에서 분단과 통일의 역사를 생생히 보여주며, 두 체제 아래 이질감의 극복을 위해 예술가들이 치열하게 정체성을 탐구하고 대리전쟁을 치러내는 저항예술의 메카라고 할 수 있다.
끝으로 타국의 통일과 평화에 지대한 관심을 보여주는 데 대하여 독일 정부와 청중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면서 대담회를 마쳤다. 청중은 한 시간 반을 넘기는 대담회 내내 긴장을 늦추지 않고 집중했다. 그들의 호응은 한국의 분단 상황과 남북 예술의 교류가 독일의 경우처럼 ‘대리전쟁’이라는 예술 현상으로 나타날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를 심어주었으며, 예술가들의 사회적인 역할이 평화에 기여하고, 사회 내의 갈등을 완화시키며, 공동체로서의 소속감을 증진시킬 수 있다는 확신을 주었다.
이광 쿤스트페어라인64 대표

EDITOR’S VIEW

수사(修辭)와 행동

지난 해 12월 28일. 한국 정부와 일본 정부가 맺은 이른바 ‘한일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에 관한 협상’을 벌어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합의문 발표에 이어 아베 신조 총리는 이렇게 말했다고 전해진다. “일본국 내각총리대신으로서, ‘위안부’로서 많은 고통을 겪고 심신에 걸쳐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은 모든 분에 대한 마음으로부터 사죄와 반성의 마음을 표명한다.”
“위안부 피해자 분들의 명예와 존엄의 회복 및 마음의 상처 치유를 위한 사업을 착실히 실시해 나가겠다.” 박근혜 대통령은 또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일본의 잘못된 역사적 과오에 대해서는 한일관계 개선과 대승적 견지에서 이번 합의에 대해 피해자 분들과 국민 여러분들께서도 이해를 해 주시기 바란다”
일련의 소식이 전해지자 주한일본대사관 앞에 세워진 소녀상에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이번 합의에 소녀상 철거에 대한 내용이 있다는 이유였다. 소녀상 철거에 대한 합의가 있었는지 공식적인 확인은 되지 않았음에도 이렇게 사람들이 모여든 이유는 일본 언론이 “소녀상 이전과 철거해야 아베 총리가 말한 ‘위안부’ 지원 재단 설립비용 10억 엔을 지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렇게 모인 사람들 중, 대학생들은 현재도 노숙을 자청하며 밤을 새운다. 지독한 한파가 엄습했던 날도 그들은 그 자리에 있었다. 그리고 ‘미신고 집회’라는 이유로 대한민국 경찰의 조사를 받게 됐다. 1월 21일 인사동 입구 종로경찰서에 자진 출두한 그들은 경찰서 정문 앞에서 자신들의 입장을 표명하며, 경찰이 ‘표적수사’를 한다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수사의 향연이라는 외교 문구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왜 소녀상 곁을 지키고 있을까? 그것은 이번 외교 문구가 신뢰를 주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역사와 인권의 문제에 있어서는 아베 총리의 말대로(원하는 대로) “최종적이고, 불가역적” 합의는 없다. 또한 국익이라는 명분 아래 둘 것도 아니다. 그러고 보니, 누가 누구에게 사과했으며, 누가 누구를 용서했는지도 모르겠다.
황석권 anarchy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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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_3

반 고흐와 미디어 아트?

인상주의 전시는 매력적이지만 낚이기 쉽다. 한국에서 열리는 전시 출품작 대부분이 유명 작가의 대표작보다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이기 때문이다. 문화역서울284에서 열리고 있는 <반 고흐 인사이드: 빛과 음악의 축제>(1.8~4.17)에는 반 고흐뿐 아니라 터너, 모네, 르누아르 등의 주옥같은 명작들이 소개된다. 대신 회화 작품은 한 점도 걸려 있지 않다.
그동안 홍보대행사 측이 제공한 보도자료를 확인해보니 메일이 16통이나 된다. 그만큼 홍보에 심혈을 혼신을 기울이고 있는 셈이다. 어떤 전시인지 호기심에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음악과 함께 감상하는 미디어아트 전시라고 소개되지만 사실 놀이공원 분위기에 가깝다. 고흐의 작품에 들어갔다 온 것 같은 체험이 강조된다. 벽면, 천장, 기둥 등 전시장 전체를 스크린 삼아 영상을 쏘기 때문에, 고흐의 작품은 볼 수 없지만, 고흐의 이미지는 즐길 수 있다.
전시장을 나오면서 씁쓸했던 것은 진품이 없다는 사실보다 전시를 홍보하는 ‘미디어아트’라는 수식어 때문이었다. 언제부터인가 기술의 향연과 그 경계가 모호해졌지만 주최 측이 미디어아트라는 개념을 상업적으로 남용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사실 이번 전시에 작가라고 한다면 고흐가 아니라 화려한 스펙터클을 마련한 연출자와 영상 감독, 음향 감독 등일 게다. 이번 행사는 하나의 아이디어 상품이라 할 수 있다. 반 고흐의 작품은 하나의 소재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이 전시에 열광하는 대중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날이 갈수록 이 문제가 어렵게 느껴진다.
이슬비 drizzlesb@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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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구〈다시 오리지에서〉(부분) 종이에 아크릴릭, 포스터 215×391cm 2003

이종구〈다시 오리지에서〉(부분) 종이에 아크릴릭, 포스터 215×391cm 2003

보트크래프트:전쟁의 서막(vote craft: The Beginning 2016)

2016년 4월 13일. 제 20대 국회의원 선거일이다. 후보자 등록일(3.24~25)을 한참 남겨둔 1월부터 예비후보자들의 현수막이 거리에 등장했다. 지역 중심가에서 눈에 가장 잘 띄는 곳에 크게는 건물의 1/3까지 덮은 예비후보자의 얼굴이 하나 둘 늘고 있다. 선거철만큼 모르는 사람 얼굴이 떡하니 도시 중심부를 도배할 때도 없다. 선거를 위한 천편일률의 현수막과 포스터가 ‘센스 있게’ 소속 정당과 후보별 서로 다른 아이덴티티를 보여주거나, 자신이 출마하는 지역구의 고유한 특징을 드러내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이번 총선기간에도 ‘정치인 전용 얼짱각도’에 정당색만 입힌 일종의 ‘인물 공해’가 얼마간 도시를 장악해 갈 것이다. 사실 현수막이나 포스터가 단순한 선거 홍보 도구로서의 의미만 있는 것은 아니다. 특정 기간 도시를 채우는 생활 디자인이다. 좋은 선거용 현수막 및 포스터 디자인은 시대의 흐름을 담고 유권자의 목소리를 수용해 함축적으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간혹 선거용 전단지나 포스터가 새로운 시도로 주목 받은 경우가 있다. 지난 미국 대선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사용한 포스터는 한 예가 될 수 있겠다. 그는 성조기의 색을 적용해 자신의 얼굴을 덮음으로서 본인의 피부색을 지우고, 미국색을 입었다. 이후 이 포스터와 동일한 색과 디자인을 이미지에 적용할 수 있는 웹사이트가 만들어지면서 유권자들이 자신의 얼굴에 색을 입혀 SNS에 올리는 하나의 놀이가 이어지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간혹 파격적인 포스터를 통해 이슈가 된 정치인들이 있다. 그러나 이제 단발성 이슈를 위한 변화가 아닌 시각적인 이끌림과 적확한 정보를 전달하는데 효율적인 ‘아름다운 현수막과 포스터’를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임승현 shlim987@gmail.com

SIGHT & ISSUE 국립현대미술관 한국현대미술작가시리즈〈멋의 맛_조성묵〉

조성묵(11)

<빵의 진화> 폴리우레탄, 폴리프로필렌 2008~2015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제1원형전시실 2015.12.1~6.6

메신저-의자에 서린 삶의 메타포

김영호 중앙대 교수

원로 조각가 조성묵 선생이 1월 18일 오전 76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서둘러 찾은 그의 영정 앞에서 슬픔과 더불어 사모의 감정이 마음 한구석으로부터 솟아오른다. 중절모와 둥근 안경 그리고 바바리 코트를 즐겨 입던 생전의 선생은 진취적 성향을 지닌 화단 신사였다. 장신의 키에 여유로운 표정과 과묵한 언변 속에도 선생이 내놓는 전위적 작품들은 관객의 의식을 서늘하게 열어 주었다. 시류와 거리를 두면서 시대의 메신저로서 삶을 성찰하는 파수꾼의 태도는 후배들에게 언제나 존경의 대상이었다. 이제 영면으로 조각가로서 그의 삶의 마디가 완성되었다. 그리고 그가 남긴 작품들은 미술계의 별자리로 자리 잡아 발광(發光)을 시작할 것이다.
이별의 아쉬움은 그를 다시 만날 수 없다는 생각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육신의 죽음이 예술가에 대한 기억마저 사라지게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의 분신인 조각작품들이 세상에 남아 그의 일생을 영원으로 지속시켜줄 것이기 때문이다. 그가 거닐었던 공원에서 거리에서 미술관이나 도심의 건축물 안에서 그와의 만남은 계속될 것이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하듯 거장의 죽음은 미술사의 탄생으로 이어진다. 우리는 선생의 죽음을 계기로 그가 살았던 삶의 노정을 새롭게 반추할 것이다. 그리고 거장의 유작들 속에서 작가가 걸어온 인생노정의 멋과 가치들을 발견할 것이다.
시하 국립현대미술관에서는 개인전 <멋의 맛-조성묵 전>이 열리고 있다. 지난해 12월 1일 과천에서 개막해 금년 6월 6일까지 이어질 대규모 회고전이다. 한국미술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원로작가를 조명하는 ‘현대미술작가시리즈’의 맥락에서 기획된 전시다. 초대전은 선생이 미술계에 주는 더할 나위 없이 귀한 선물이 되었다. 그는 혼신을 다해 자신이 일군 예술세계를 펼쳐 보였고 연출을 끝으로 작가는 무대 뒤로 조용히 사라졌다. 과천의 국립현대미술관으로서도 감사할 일이다. 반년 동안 계속될 그의 회고 유작전이 미술관 사업의 차원에서 거장의 화력을 종합적으로 정리하고 나아가 한국 조각사의 지평을 넓힐 좋은 계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거장 조성묵 선생의 예술 노정은 몇 개의 굵은 마디로 짜여있다. 그중 의자 연작은 대표적인 결실로 기억될 것이다. 의자는 1980년대 이후 작가가 줄곧 다룬 소재이며 작가는 이 연작에 ‘메신저(messenger)’라는 제명을 붙였다.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일상적 오브제로서 의자는 작가의 손을 거치며 원래의 기능을 상실하고 새로운 메타포를 만들어내는 기호가 되었다. 골격만 남은 의자에 인체의 볼륨을 대입시키거나 청동 재질의 물성을 극대화하면서 거장의 의자는 유기적 의미를 지닌 오브제로 작동한다. 그의 의자들은 그것이 놓이는 상황과 조건에 따라 다양하게 읽힌다. 때로는 그물에 씌워진 모습으로 제시되고 한쪽 등받이가 날개로 변형되기도 하며 파괴된 전시장 벽면 사이에 폭력자처럼 배치되기도 한다. 채색된 채 공중에 매달린 종이의자 다발은 의식의 사냥터에서 포획해 온 희생 제물처럼 보인다.
1990년대 후반부터 작가는 국수라는 식품을 재료로 삼은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 연작을 내놓았다. 청동을 주로 사용하던 의자의 캐스팅 작업은 새로운 매체를 만나면서 독특한 형태의 선묘화를 구축했다. 작가는 연필로 종이에 선을 긋듯이 공간에 국수를 뿌리고 세우고 잘게 부수면서 자신의 조형세계를 독자적으로 세우기 시작했다. 기념비적 볼륨은 가변적 설치물로 바뀌었고 물성은 정신의 영역을 끌어안으면서 의자의 메타포가 한층 강화되었다. 30cm 남짓 길이의 국수는 전시장 공간에 수백만의 직선으로 작동하며 의자와 조명등과 침대를 비롯한 온갖 가구들을 조형의 세계로 드러내었다. 직선의 집합이 어느덧 정원의 잡초가 되고 고대의 탑신이 되며 전에 접하지 못했던 다양한 환상의 영역으로 보는 이들을 이끌었다.
2001년부터 시도한 <빵의 진화> 연작은 매체가 발화하는 삶의 메시지를 함축적으로 드러낸 경우다. 합성수지를 주재료로 삼아 빵의 질료감을 표현하고 이 기법을 의자를 비롯한 가구와 조명 기구의 형상에 적용한 것이다. 이때 빵의 진화란 빵이라는 일상적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의 진화를 은유한다. 작가가 만든 의자가 의자가 아니듯 그가 만들어내는 빵은 빵이 아니다. 그것은 의미를 품은 매체로 눈앞에 존재하는 어떤 것이며 주어진 조건이나 상황 속에서 열린 의미를 만들어내는 메신저일 뿐이다. 르네 마그리트의 파이프처럼 조성묵의 빵은 그렇게 삶의 다양한 의미를 나르는 기호가 되었다.
개인적으로 이번 회고전에서 처음 접하게 된 몇 점의 연필 드로잉은 조성묵 선생의 독자적 조형세계를 일괄하는 데 중요한 작품으로 보인다. 모두가 1962년에 제작된 것들로서 조각적 볼륨과 선묘의 평면성이 종이 위에 서로 어우러지면서 여태껏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시각체험을 불러일으킨다. 두 명 혹은 세 명의 인물이 등장하는 화면공간은 조각적 양괴감이 강조되고 있으나 특별히 세밀하게 묘사된 손가락의 표정은 등장인물의 심리적 상황을 극적으로 드러내는 요소로 작용한다. 무엇보다 신체의 볼륨을 채우는 반복적 단선은 후에 국수 면발로 표현된 단선의 출현을 암시하고 있다. 이 몇 점의 연필 드로잉은 평면과 입체를 넘어 일관된 세계를 유지하는 조각가의 인생 노정을 반영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담뱃불로 구멍 낸 드로잉을 대하면 작가의 유희와 재치에 감응되어 미소가 절로 난다.
국립현대미술관 회고 유작전에 전시된 90여 점의 작품은 말 그대로 작가의 분신이다. 청동 의자에서 라디오 의자 그리고 국수 의자에서 빵 의자에 이르는 의자 연작은 작가가 살아온 인생의 굴곡을 드러낸다. 원형 전시장을 팽팽히 긴장시키는 의자들은 저마다의 표정으로 관객의 의식을 사로잡는다. 전시공간을 한 바퀴 돌아보면 휠체어를 타고 작품 설치를 주도하고 있는 거장의 안경너머 번쩍이는 눈빛이 느껴진다. 마지막으로 작품을 펼쳐 보이는 작가의 모습을 곁에서 본 어느 후배는 ‘맹수처럼’ 이라 했다. 마지막 에너지를 모두 쏟아내고 그는 무대에서 퇴장했다. 이제 거장은 가고 없지만 그가 남긴 메시지는 한국미술사의 큰 얼개로 남아 있을 것이다.●

조 성 목 Cho Sungmook
1940년 출생으로 홍익대학 미술학부 조소과를 졸업했다. 미대 재학 중에 1960년 제9회 <국전>에서 특선을 수상해 미술계에 이름을 알렸다. 1960년대 순수 조각그룹인 원형회의 회원으로 활동했으며, 1970년대 한국아방가르드협회(AG)전에 참여하기도 했다. 동아미술제 조각부문 대상, 제8회 김세중조각상, 제4회 샤르자비엔날레 조각상 등을 수상했다.

故 조성묵은 1월 20일 운구돼 국립현대미술관과천관 전시실을 순회하고 장지인 충남 계룡시로 향했다

故 조성묵은 1월 20일 운구돼 국립현대미술관과천관 전시실을 순회하고 장지인 충남 계룡시로 향했다

 

HOT ART SPACE

박기원 개인전
313아트프로젝트 1.6~2.5

‘성장공간(成長空間)’이라는 부제가 달린 이번 개인전은 작품이 공간에서 어떻게 관람객을 맞이하는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 같다. 값싼 비닐로 벽면을 감싸면서 후면에 인공조명 혹은 자연광을 투사시키고, 캔버스는 아주 단순한 패턴으로 구성한다. 작가는 공간에 혹은 캔버스에 존재하는 듯 존재하지 않고, 작품은 공간을 지배하는 듯, 지배하지 않는다. 이 간극은 결국, 관람객의 참여로 메워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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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파크 (2)

답장.하는.방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1.14~2.14

뉴욕에서 활동하는 미디어아티스트 이한과 영화·뮤직비디오 감독이자 첼리스트인 성승한의 공동예술 프로젝트이다. 인터랙티브 작업으로 구성된 이번 전시에 이한이 2014년 뉴욕 개인전에 선보였던 작업과 신작이 함께 출품됐다. 또한 성승한과 함께 관객참여 형식의 합동 공연을 4차례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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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임채욱

임채욱 개인전
아라아트센터 1.6~3.22

독특한 사진기법으로 한국의 산을 카메라에 담아온 임채욱의 개인전이 아라아트센터 전관에서 열린다. 한지에 사진을 프린트한 후 이를 구겨서 입체감을 표현한 8m에 이르는 거대 규모의 설악산 사진은 설악의 풍경을 현장감있게 해준다. 한편 전시와 함께 설악산 사진과 인터뷰 기사 등을 담은 책 《설악산 : 아름다움에서 무한으로》(임채욱 지음, 도서출판 다빈치)도 출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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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석근_공간해방(1)

오석근 개인전
공간 해방 2015.12.30~1.13

‘기억투쟁’으로 명명된 개인전에서 작가는 강화 민간인학살사건, 금정굴 민간인학살사건, 월미도 미군 민간인폭격사건 등 한국 사회에서 있었던 국가폭력에 대한 기억을 들춰낸다. 사진, 미디어, 아카이브 작업을 통해 개인의 기억과 국가의 기억의 간극을 살피고 공식 역사에 기록되지 못한 채 망각되고 있는 한국의 트라우마를 직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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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사구용_북서울 (2)

구사구용(九思九容)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1.19~2.28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운영하는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9기 입주작가 21명이 지난 1년의 성과를 되돌아보는 리뷰전. 율곡의 《격몽요결》에서 인용한 전시 제목 ‘구사구용(九思九容)’은 아홉 가지 몸가짐과 아홉 가지 마음가짐이라는 뜻으로 예술가의 실험적인 태도와 예술적 표현이라는 의미로 사용하였다. 김은형, 박정기, 손혜민, 심래정, 이우성, 장민승 등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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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여숙 (2)

Encounter:the story begins with
박여숙화랑 2015.12.11~1.22

‘뜻밖의 조우’를 의미하는 전시 제목처럼 낯선 경험을 통해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직면하면서 겪은 에피소드를 작업의 원천으로 삼은 작품에 주목했다. 영국 유학 후 런던을 중심으로 국제적인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신미경, 권대훈, 배찬효 3인이 참여해 각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사진, 조각, 설치, 페인팅 등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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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균

김상균 개인전
갤러리 바톤 2015.12.11.~1.20

이번 전시에는 일제강점기 경성(京城)에 들어선 식민지풍 건축의 파사드를 마치 콜라주하듯 모아 선보였다. 이 건물들은 신문물의 전래를 의미하기도 하지만, 이른바 식민주의의를 합리화하는 선전물에 다름 아니었다. 작가는 이를 통해 우리의 과거 인식이 무비판적인 것은 아닌지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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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

김진 개인전
갤러리 분도 2015.12.14~1.9

부제가 ‘Isolated Garden’이다. 작가의 작업이 주로 실내 전경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그곳에서의 경험과 시간도 함께 녹아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니 그가 그린 공간은 그를 보호하지만 또 고립시키기도 한다. 그래서 그가 그린 대학 실기실의 광경은 그가 교수로서 또 다른 고립감에 사로잡혀 있지는 않은가 추론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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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KHH_오픈스페이스 배 (17)

KKHH(강지윤+장근희) 개인전
오픈스페이스 배 2015.12.19~1.24

두 작가는 지난 5년간 한 팀으로 작업하며 그 과정에 겪는 갈등과 균형 잡기에 관해 이야기해왔다. ‘제 몫(Sharing part)’으로 명명된 이번 전시에서 작가들은 상대방에 대한 배려보다 먼저 자신의 몫을 챙기고 각자의 자리에서 발생하는 충돌에 대해 집중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우리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선과 균형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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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회_김용택

빛깔그림창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 성공회빌딩 2015.12.23~1.12

그동안 한국의 민화적인 요소를 살린 회화작품을 주로 해온 작가 김용철의 스테인드글라스 전시가 열렸다. 이번 전시에 대한성공회 온수리 성베드로 성당을 위해 제작한 스테인드글라스 작품인 아치형태의 <빛깔그림창> 20여 점을 소개했다. 성베드로에 관한 성서 내용에 수탉, 단청, 한글, 한복 등의 이미지를 더한 그만의 독창적 표현이 돋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