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역병의 해 일지

역병의 해 일지

아르코미술관 8.31~11.16

<역병의 해 일지전>은 2003년 봄 홍콩에 큰 영향을 미친 일련의 사건들인 사스(SARS・중증급성 호흡기 증후군)의 유행과 배우 장궈룽(張國榮)의 자살을 계기로 시작된 국제적 순회전시를 한국에 재구성한 것이다. 전염병과 죽음이 환기시키는 타자, 공포, 비가시성, 유령성 같은 키워드들에 대한 탐구를 지향하는 이 전시는 지금 국내에서 유행하는 여타 전시 및 프로젝트들과 나란히 놓인다. 이 전시를 개최한 아르코미술관에서 공연과 상영, 심포지엄을 병행하여 진행하고 있는 전통 재발견 프로젝트인 “Tradition (Un)realized,” 그리고 “귀신, 간첩, 할머니”라는 슬로건을 내건 <미디어시티서울 2014>를 떠올릴 수 있다. 이 모든 기획은 다음과 같은 공통분모를 갖는다. 아시아라는 지정학적 범주, 아시아 각국에서 진행되어 온 모더니티의 기획과 그 기획이 전통과 충돌하면서 만들어낸 타자들의 초대, 민족주의와 제국주의, 오리엔탈리즘과 탈식민주의를 포괄하는 이데올로기들의 경합, 이러한 타자들과 이데올로기들을 반영하는 문화적 기호들과 미디어 실천들, 이 기호들과 실천들을 재발견하고 탐구하는 작품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각 국가의 로컬한 맥락 속에서 초국적의 매트랙스로 재배치하고자 하는 큐레이팅의 전략이다. <역병의 해 일지전>은 최근 국내 미술계가 다소 강박적으로 느껴질 만큼 집중 및 투자하고 있는 이러한 공통분모들을 보여주는 한 사례다.
이런 문제의식을 가진 전시는 할 포스터(Hal Foster)가 말한 ‘아카이브적 충동(archival impulse)’에 따라 움직인다. 과거의 역사적 자료들과 정보를 망각되거나 잘못 자리한 것으로 간주하고 이들을 발견되는 동시에 재구성에 열려 있는 것으로 취급함으로써 관람자의 다양한 인지적, 감각적 연상을 촉진하고자 하는 충동이 그것이다. 포스터는 기존의 역사적 자료들과 문화적 인공물들로 작업하는 다양한 예술가들의 작업 경향을 가리키기 위해 이 용어를 썼지만, 사실 이 용어는 예술작품뿐 아니라 자료 및 인공물 자체에 대한 조사와 전시를 동반하는 큐레이팅의 구성 방식에도 적용될 수 있다. <역병의 해 일지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전시물들은 바로 과거 자료들의 조사와 재배치에 근거한다. 관동대지진, 731부대, 사스 등 우리에게 익숙한 동아시아 각국에서 벌어진 재난과 공포의 역사들이 다양한 사진자료와 신문기사, TV뉴스 리포트 영상을 통해 펼쳐진다. 황인종에 대한 제국주의적 응시가 투영된 푸 만추(Fu Manchu). 찰리 챈(Chalie Chan), 이소룡 등의 캐릭터들이 형형색색의 할리우드 영화 포스터들 속에서 오리엔탈리즘의 반복적 귀환을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역병의 해 일지>는 이 다양한 자료들을 제국과 타자, 폭력과 공포를 탐구한 예술작품 및 이에 대한 기록(퍼포먼스에 대한 사진자료 또는 기록영상)과 나란히 배열한다. 이를 통해 이 전시는 지역적 특수성과 아시아적 보편성 호소하고자 하는 초국적, 비연대기적 아카이브가 되고자 한다.
역사적 자료들의 조사와 재배치에 비하면 전시의 또 다른 축인 예술작품들의 규모와 스펙트럼은 상대적으로 만족스럽지 못하다. 앞서 거론한 황인종 영웅들의 포스터와 할리우드 영화의 동영상을 병치시킨   <중국인 탐정>(2012)으로 소개된 왕밍(Ming Wong)의 경우는 사실    <차이나타운>과 <화양연화> 등의 영화를 원작과는 다른 인종의 배우들을 캐스팅하여 원작에 기입된 인종적 스트레오타입을 수행적으로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리메이킹 영상작품’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이에 속하는 작품들을 소개했다면 전시가 더욱 풍부하고 다채로웠을 것이다. 이 전시에서 충분한 규모로 탐구할 수 있는 유일한 작가는 중국계 미국인인 제임스 T. 홍(James T. Hong)이다. 미국 내 멕시코인의 이미지를 세균과 개미로 은유한 작품, 홍콩에서 장궈룽의 유령적 현전을 전자온도계 영상으로 재해석한 작품, 센카쿠 열도와 독도의 역사를 2채널로 병치시킨 에세이적 작품 등에서 아시아의 역사와 지정학적 갈등, 서구에서의 비서구 인종의 왜곡된 정체성에 대한 작가의 일관된 시선을 만날 수 있다. 김지훈・중앙대학교 영화·미디어연구 교수

제임스 T.홍 <중국인의 기회(독도와 센가쿠)> 2채널 비디오 12분24초 2014

[curator’s voice] 최정화 – 총천연색

최정화 – 총천연색

문화역서울284 9.4~10.19

(구)서울역사(문화역서울 284)는 세상사의 오만가지 잡동사니가 섞여 있는 곳이다. 한국의 대표적인 근대성의 역사와 문화를 담고 있는 곳이기도 하지만 동시대의 풍경과 나란히 교차하고 있고, 서울의 중심이자 관문이면서도 묘하게 변두리의 풍경을 만들어내는 도심 속의 섬 같은 곳이자 온갖 신흥 종교의 퍼포먼스와 지난한 삶의 투쟁의 함성들이 기이하게 얽혀있는 곳이니 말이다. 여기에 일시적인 만남과 헤어짐이 수없이 반복되는, 혹은 유랑과 정주의 삶이 노숙인들과 기이한 비둘기들의 풍경으로 묘하게 은유되어 있어 역설적인 세상사의 풍경들을 만들어내는 공간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는 이처럼 속세의 많은 삶이 잡동사니처럼 압축된 이 공간의 속내를 더 깊이 사유하고, 그 색다른 시공간성의 응축된 양상들을 자양분으로 삼아 한바탕 요란한 굿이라도 벌이고 싶은 마음으로 기획되었다.
이 어수선하고 혼란한 시공간성을 깔끔하게 정돈하는 방식 대신, 이러한 혼종성을 더욱 숙성시키고 극화시킬 수 있는 어떤 작전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작년에 기획한 ‘근대성의 새발견’을 마무리짓고 싶은 마음도 더했다. 구서울역사는 근대성의 공간만이 아니라 비근대성의 근대성, 그리고 동시대성이 뒤섞여 있는 우리의 근대화, 아시아 근대성의 적나라한 공간이며, 그렇게 탈근대화의 공간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라는 인식 때문이었다. 그래서 선택한 작가가 최정화이다. 한국 동시대미술을 대표하는 개인으로서의 최정화가 아니라 속(俗)과 성(聖)을 넘나들면서 동시대 문화예술 전반을 종횡무진하고 총섭하는 이른바 멀티플한 최정화, 화려하고 대중적인 시각적 즐거움과 교감은 물론 그 너머의 깨달음마저 전할 수 있는 샤먼이나 스님 같은 존재로서의 최정화로서 말이다. 농담 반, 진담 반처럼 이번 전시의 의의를 이 속세의 절에서 작가의 이름처럼 한바탕 ‘정화’시킬 수 있기를 감히 꿈꾼 것이다.
그간의 유쾌하고 즐거운 최정화 전시에 더해, 큰 굿판이라도 벌려 이 혼성 공간을 살풀이할 수 있는 장으로 이번 전시의 가닥을 잡아가기로 하고, 이 혼란스러운 잡종의 장소성에 대한 접근을 폐허 개념으로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폐허처럼 과거의 환영과 동시대의 현혹적 환상이 서로 맞물려 있어 어떤 역설과 팽팽한 긴장감으로 충만한 곳으로 바라보고, 우리의 근대화의 빠른 속도감에 휩쓸려 지나간 바로 그 자리에서 마치 폐허에서 피는 꽃처럼 전시를 만들어가기로 한 것이다. 그래서 전시 전체의 내용적 얼개도 잡화엄식(雜華嚴飾), 곧 삼라만상의 꽃들로 공간들을 개화시키는 것과 같은 구조로 만들고자 했다. 하지만 꽃이라 해서 가장 고귀하고 화려한 것들만이 아니라 잡화(雜花)라 해서 갖가지 꽃들을 그 경중을 두지 않고 함께 어우르고자 했는데, 이는 그동안 작가 최정화가 일관되게 견지해 온 작업 방식이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일상의 비루하고 속된 것마저 의미 있고 소중한 것들로 재생, 재활(이른바 최정화식 생생활활)시켜온 대표적인 작가였으니 말이다. 인공의 색인 총천연색조차 자연의 빛일 수 있음을, 그리고 허접한 꽃들의 웅성거림이겠지만 세상은 이로 인해 빛이 나고 생명으로 거듭날 것이라 믿었기에, 이번 전시에 노숙자를 포함하여 이름 모를 숱한 대중의 손길과 그 즐거운 참여에 인색하지 않으려 했다.
작가의 일관된 작업 방식처럼 참여와 공감을 통해 공공 공간의 의미를 실현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렇듯 폐허로부터 시작하여 숱한 이들의 꽃들로, 우리 모두의 일상적인 삶을 심미화하고자 한 이번 전시를 통해 구서울역사 일원이 일종의 반(反)공간(contre-espaces), 곧 서로 구별되는 온갖 장소들에 맞서서 어떤 의미로든 그것들을 지우고 중화시키고 혹은 정화시키기 위해 마련된 장소로 거듭나고자 한 것이고, 그렇게 우리의 복잡하기만 한 삶이 침윤되어 주름지고 부식되어 있어 균질하지 않지만 어떤 변화의 가능성을 내포한 공간으로서 구서울역사를 다시 화(花,華,和,化)하고자 한 전시였다.
민병직・문화역서울284 전시감독

최정화  혼합재료 2014 서울역 광장 설치광경

최정화 <꽃의 매일> 혼합재료 2014 서울역 광장 설치광경

[preview] 10월 – 1

권경환ㆍ류장복ㆍ진시우

일민미술관 10.17~12.7

회화 혹은 회화적 미술이 대중과 소통하는 방식을 보여주는 작가 3인 권경환 류장복 진시우의 개인전을 각각 마련한다. 각인된 시선들을 특유의 유쾌함으로 전복시키는 권경환의 설치작업을, 류장복은 일상의 장면을 사생해오며 아카이브화된 창을 선보인다. 마지막으로 옥인콜렉티브 멤버로 활동해 온 진시우의 미술적 실천을 엿볼 수 있는 이번 전시는 회화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한 세 작가의 작품세계를 개별적이면서도 통합적인 하나의 풍경과 같이 아우른다. 이번 전시는 세작가의 기존의 작업과 함께 각자 새로운 작업으로 구성되며 드로잉, 유화 등 다양한 매체를 포괄하는 개념으로서의 회화를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다. 그 자체로 다양한 가능성과 변주를 띠고 있는 회화에 대한 담론이 일반에 대한 탐구로까지 확장될 수 있는 이번전시는 전시와 더불어 워크숍, 아티스트 토크 등 다양한 행사도 함께 진행된다. 권경환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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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두_BORAME DANCE HALL(detail) [Desktop Resolution]

아시아 현대사진: 왕칭송ㆍ정연두

대구미술관 9.21~2015.2.1

중국과 한국을 대표하는 두 작가 왕칭송과 정연두의 작품을 통해 두 나라의 현대사진에 대한 이해와 공감의 폭을 넓히고자 기획되었다. 사회 개방 후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는 중국사회를 냉소적인 시각으로 고발하는 왕칭송과 사람들의 꿈을 작품 안에서 현실화하는 정연두는 주어진 풍경이나 인물을 촬영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감독이 되어 장면이나 풍경을 연출하며 사진과 설치미술 등의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며 장르의 개방성을 탐색하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89점의 사진, 설치작품 전반에 녹아있는 인간에 대한 관심,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에 대한 새로운 인식의 계기를 마련한다. 또한 이번 전시를 통해 지리적 문화적으로 가까운 한국과 중국의 예술문화 교류를 확대하고, 현대사진의 정점에 위치한 두 작가를 통해 아시아 현대미술을 조망한다. 정연두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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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박영남

박영남

금호미술관 10.16~11.9

색채의 대비와 빛의 깊이에 대한 표현을 통해 부드러운 시각적 대비 효과를 만들어내는 박영남의 개인전이 열린다. 이번 ‘self Replica’ 전시는 복제의 복제를 통해 서로 닮았지만 같지 않은 300여 점의 크고 작은 연작으로 구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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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한글-김승영

세종대왕, 한글문화 시대를 열다

국립한글박물관 10.9~2015.3.1

국립한글박물관 개관 기념 특별전. 한글을 창제하여 우리 민족을 지성으로 이끈 세종의 업적을 유물에 현대미술을 접목해 새롭게 해석한다.「세종대왕어보」등 유물 108점과 작가 10인의 작품을 함께 전시해 전통과 현대의 만남을 도모한다. 김승영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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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키스미스

리안갤러리 서울 10.2~11.12

인간의 정신적 측면을 철학, 사회와 함께 다루는 키키 스미스의 개인전. 이번 전시에서는 세계미술의 독보적인 위치에서 활동해온 작가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갖는 회고전으로 90년대 후반부터 최근까지 그녀의 사유체계를 잘 담아낸 작품 13점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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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민병헌

 

민병헌

미메시스아트뮤지엄 9.13~12.14

정통 흑백사진 인화방식인 젤라틴 실버 프린트를 고수하는 사진가 중 한 명으로, 서정성과 독보적 형식미로 호평받아온 민병헌의 개인전.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의 사진작가 30년 여정을 한 자리에서 관람할 수 있는 자리로 총 170여 점의 흑백 사진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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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임충섭

임충섭

우민아트센터 9.17~11.15

자연과 문명의 경계를 가로지르는 작업을 해 온 작가는 한국과 미국, 과거와 현재, 예술과 삶, 자연과 사회 ‘사이’에서 끊임없이 접촉하며 그 ‘사이’의 관계 맺음 또는 ‘사이’의 대화를 지속한다. 이번 전시는 2000년부터 최근작을 포함한 26점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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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아름지기 최욱__0314

소통하는 경계, 문門

아름지기 통의동 사옥 10.8~11.12

전통문화를 현대적 관점에서 재해석하여 대중에게 소개해온 아름지기가 건축의 기본 요소 중 하나인 ‘문’을 주제로 <소통하는 경계, 문門>전을 개최한다. 전시는 전통 파트와, 현대 파트인 ‘건축가의 문’과 ‘제3의 문’의 3개 섹션으로 구성된다. 최욱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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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윤명로

윤명로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10.15~11.26

동양의 정신성을 서양의 조형어법에 대입시켜 독자적 추상의 세계를 추구해온 작가 윤명로의 개인전. 꽃의 향기, 눈 내리는 소리 등을 화폭에 담아 보고 싶다는 바람을 실현시킨 이번 전시는 오감이 한데 어우러지는 모습을 담은 다수의 신작으로 구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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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조습

조습

갤러리 조선 10.8~29

자신을 희화화한 이미지를 통해 무거운 이야기를 위트있게 풀어내 온 조습의 개인전.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현대를 사는 모두가 피해갈 수 없는 삶의 가려진 진실을 제주라는 장소를 배경으로 인물들의 과장된 몸짓과 행동을 통해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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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박경률_C의_드라마_Oil_~

박경률

커먼센터 10.11~11.9

무엇을 그리느냐에 대한 문제 해결을 위해 여러 방법을 시도하는 박경률의 개인전. 작가는 감정을 최대한 배제해기위해 언어적 재료를 시지각으로 번역해 보여주며 이번전시에서 또한 그 시도의 일환으로 읽어낼 수 있는 이미지를 구성한 ‘겹그림’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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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풀-최수연

끝장난 판타지

아트스페이스 풀 9.19~10.26

무기력과 분노, 그리고 막연한 불안과 공포가 사회적 위협을 조장하는 상황을 하나의 전시로 풀어낸다. 임유리가 제시하는 ‘감각 폭탄’, 최수연의 그림 속의 ‘신들린 사람들’ 이형주의 ‘비둘기’와 같은 작품의 소재를 통해 불안과 공포를 구체화한다.  최수연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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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임택

임택

갤러리 나우 10.8~21

<옮겨진 산수유람기>를 통해 동양화의 새로운 해석을 해 온 임택의 개인전. 이번 전시에서는 설치와 사진작업으로 선보인 작업을 유화로 ‘본뜬’작업을 선보인다. 대상의 본질을 파악하는 본뜨는 행위를 통해 본연의 마음에 더 가까이 가는 계기를 마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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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정미소-신건우

Canvas to Monitor

아트스페이스 정미소 9.19~10.19

이경미 신건우 성유진 정직성 김근중 강이연이 참여해 캔버스에서 모니터까지 발전한 회화의 변형과정을 담는다. 회화를 전공했거나, 동시대성을 머금고 회화로 자신의 세계를 구체적으로 펼쳐가는 작가들이 시각체계의 변화와 확장에 대해 서술한다. 신건우 작

[section_title][/section_title]10 - 마시밀리아노카멜리니

Italian Nostalgia

한미사진미술관 9.13~11.8

한국-이탈리아 수교 130주년을 맞아 열리는 이탈리아 작가 3인 체사레 디 리보리오, 마시밀리아노 카멜리니, 루카 질리의 그룹전. 아날로그와 디지털 감성이 뒤섞인 작품을 통해 새로운 현실과 사라지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
한다. 마시밀리아노 카멜리니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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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김성윤

김성윤

갤러리 현대 9.30~10.31

사라진 올림픽 종목들에 참가했던 선수들의 모습을 19세기 초상화가의 회화기법으로 풀어내는 작업을 해온 김성윤의 개인전. 이번 전시에서는 젊은 작가가 겪는 과도기적인 단절과 작품의 전개에 대한 고민과 회화 작가로서 당면한 고민들을 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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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차재민

차재민

두산갤러리 10.15~11.8

영상작업을 통해 사회적으로 불안정한 작가의 위치를 추상적으로 표현하는 작가 차재민의 개인전. 작가는 자신이 당면한 고민을 사회적인 시선으로 돌려 우리시대의 우리의 이야기로 치환 가능한 영상작업을 진행하며 굳은 시선을 환기시키는 계기를 마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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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조규성

조규성

갤러리 잔다리 10.16~11.7

<분리된 풍경_Divided Landscape>이라는 타이틀로 열리는 조규성의 개인전. 작가는 신작 <분리된 풍경>에서 제주도 바다와 백두산 하늘, 만날 수 없는 두 풍경의 만남을 사진 영상 설치 등을 통해 시도하며 대표작 <버블>시리즈도 함께 관람할 수 있다.

 

[preview] 10월 – 2

박찬원

갤러리 인덱스 10.1~7

염전에서 인간과 삶에 대한 풍성한 사유와 깨달음을 얻는다는 작가 박찬원의 개인전. 고향 대부도 염전을 100번 가까이 오가며 자연과 교감하며 카메라에 담은 나비, 날파리, 소금, 바닷물 등 2만 장 이상의 사진 중 18점을 골라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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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김썽정

김썽정

온유갤러리 9.27~10.25

화려한 색의 점묘를 통해 일상을 그려내는 김썽정의 개인전. 작가는 화면을 유연하게 구획하고 그 안을 점들의 반복으로 채워나가며 익살스러운 도상들의 적절한 조합과 배열에 따른 독특한 이미지를 색채와 마티에르의 향연으로 바꾸어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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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정선진-01

 

정선진

가나아트센터 10.1~7

1994년 첫 개인전을 이래 줄곧 수묵을 재료로 화면의 조형구성에 대한 작업을 진행해 온 정선진의 개인전. 이번 전시는 지난 20여 년간의 작품세계를 돌아보는 회고전 형식으로 작가가 꾸준히 관심을 보인 연의 형상을 중점적으로 다룬 수묵작업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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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성순희

성순희

갤러리 시작 9.24~10.12

자연과 삶의 하모니를 화폭에 담아
‘실내정경’이라는 독특한 조형세계를 구축해온 성순희의 <생의 화음>전. 서울예고 미술교사로 재직 중인 작가의 16번째 개인전. 작가는 일상의 소재를 바탕으로 민화를 재해석한 이미지를 선보이며 상상력을 형상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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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변웅필

변웅필

UNC갤러리 10.16~11.7

유학생 신분으로 불평등한 대우를 받으며 느낀 감정과 외면을 중요시하는 사회풍토를 이야기하는 변웅필의 개인전. 작가는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는 선입관이 사회 전반에 서려있음을 이야기하며 진실이 부재한 풍경을 통해 그 이면을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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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준혁

여인의 시간

갤러리 두 10.2~14

‘여인’을 주제로 한 기획전. ‘여인’이라는 모티프를 각기 다른 개성으로 해석하고 표현하는 작가 장준혁 조현종 프리야 이강이 참여해 페인팅부터 칠보공예까지 다채로운 작품을 선보인다. 고정되어 있지 않은 자유로운 표현을 통해 사유의 폭을 넓힌다. 장준혁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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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이승희_TAO_84x91cm_ceramic_2014

이승희

갤러리 이배 9.17~10.19

도자회화라는 새로운 장르를 구축한 이승희의 개인전. 2010년 갤러리 이배에서 연 첫 개인전 이후 4년 만에 부산에서 개최되는 이번 전시에서 자기만의 세계를 확고히 구축하여 작가의 내면적 울림을 도(道)로 승화시킨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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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이명돌

이명돌

한가람 아트갤러리 10.24~30

자신의 고향인 통영의 아름다운 산과 바다를 그리는 작가 이명돌의 개인전. 작가는 자신의 삶의 터전인 자연의 꾸미지 않은 아름다움을 그대로 표현하기위해 탁본 기법을 이용하여 보이는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전하기 위해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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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손기원

손기원

갤러리 아트피플 10.15~22

현대 미술을 종교적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아름다운 빛과 색채의 감각으로 표현하는 손기원의 개인전이 열린다. 작가는 종교적 도상과 자연물을 자연스럽게 구상한 단아하고 단정한 형상의 그림을 통해 마음으로 느낄 수 있는 감동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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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신승훈

신승훈

갤러리 이즈 10.1~7

남은 것, 유적, 잔해라는 의미를 지니는 <Remains>라는 제목으로 진행되는 신승훈의 3번째 개인전. 작가는 화석을 통해 지나 가버린 시간 속에 남겨진 고생물의 유해와 흔적에 주목하고 인간의 삶 속에서 나타나는 흔적과 시간을 동일시해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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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황미아

 

황미아

갤러리 올 10.8~15

긴 여행을 마치고 온 황미아의 개인전. 지구 반바퀴를 떠돌며 마주했던 삶의 모습들을 그려낸다. 화려하고 스펙터클한 이미지가 아닌 평온하고 소소한 이미지를 통해 삶의 소박함을 표현하며 인간의 몸이라는 유한성을 벗어나 무한한 세계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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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장세비

장세비

강릉시립미술관 10.22~28

일상의 삶을 여성의 얼굴을 통하여 나타내는 장세비의 개인전. 작가는 이 여성의 모습에 자신의 삶을 투영해 젊은 날 품었던 삶의 욕망을 그려내며 과거와 현재 혹은 일상과 욕망, 꿈이라는 삶의 경계 영역에 대해 지속적으로 질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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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안옥현 22

안옥현

대안공간 SPACE22 10.14~11.1

포트레이트 사진작업에 천착해 온 안옥현의 개인전. 인간의 동경, 욕망의 대상으로 다뤄지는 에베레스트라는 장소를 통해 늘 욕망하지만 닿을 수 없고, 이룰 수 없는 사랑의 이미지를 <에베레스트 정상에서 본 세상>을 통해 찾아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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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호

김성호

대구 전갤러리 9.23~10.18

빛을 그리는 화가 김성호의 개인전. 작가는 어두운 밤을 몰아내고 다가오는 어스름한 새벽녘의 푸른 빛을 통해 자신의 삶의 태도를 형상화한다. 세상 속 존재로서 인간의 나약함과 가능성, 위대함을 인정하며 자신을 바로잡는 시간으로서의 빛을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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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금천-지하루

놀이의 진화

금천예술공장 10.1~15

예술과 기술이 함께 즐거움을 주는 콘텐츠 개발을 목표로 서울문화재단에서 추진하는 미디어아트 전시프로젝트. 실생활에서 얻은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놀이와 예술을 오가는 인터랙티브 미디어 작품 5점을 선보이며 관객 참여형 전시로 꾸며진다. 지하루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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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장정

장정

미광화랑 10.14~22

부산 출산의 풍경화가 장정의 개인전. 제주에서 생활해온 작가는 제주의 자연에 매료되어 주로 바다를 배경으로 한 해풍, 파도, 바위 등을 소재로 작업에 몰두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를 두터운 붓질로 표현한 작품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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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이우림

이우림

롯데갤러리 영등포점 9.16~10.12

무의식과 의식의 경계를 넘나들며 몽환적인 세계를 담아내는 이우림 작가의 개인전. 이번 전시에서는 숲과 여인의 모습을 통해 현실과 비현실, 실상과 그림자를 통해 물질과 비물질의 사이를 교묘하게 표현해온 작가의 조각 및 부조작품을 최초로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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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장필교

장필교

갤러리 아인 10.7~11.7

8.5인치 목각인형을 위트있게 구성해 삶의 모습을 유쾌하게 풀어가는 작가 장필교의 개인전. 마치 서커스의 한 장면 같은 작업을 통해 인생의 모습이 결코 우울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이야기하며 삶을 고달프게만 생각하는 것에 대한 역설적인 반문을 제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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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양태모

 

양태모

AKA space gallery 10.8~17

급속한 발전에 황폐해진 자연, 돌아갈 자연을 상실한 것에 대한 감정을 작업으로 승화시키는 양태모의 개인전. 작가는 산업폐기물로 새로운 형상을 만들어내며 시들어버리고 변화된 모습을 통해 끊임없는 욕망이 만들어내는 고통을 형상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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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정영모

정영모

장은선갤러리 10.22~11.1

까치, 배꽃, 과수원 등 고향을 생각하게 하는 향토적인 소재를 통해 자연을 그리는 정영모의 개인전. 작가는 서정적인 소재를 이용해 고향의 이미지를 잔잔하게 풀어내며 고향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어머니라는 존재의 의미를 되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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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이숙휘작품전

이숙희

쌍리갤러리 10.16~31

일상생활 속에서 누구나 겪는 소소한 감정들을 음악을 통해 극대화하며 드라마틱한 연출로 구성해 다양한 감정을 작품에 담는 이숙희의 개인전. 작가는 작품 속에 다양한 색을 혼재하고 중첩시킴으로써 슬픔과 기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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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김준희

김준희

갤러리 조이 10.17~11.15

무의식에서 의식세계로 이끄는 ‘내면적 과정’을 형상화하는 김준희의 개인전. 그림에 몰두하는 일이 가장 행복하기 때문에 그림을 그린다는 작가는 본능적이고도 솔직한 내면의 풍경은 나와 이웃을 치유하고 구원해주는 풍경인 “사랑풍경”으로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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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강역단

강역단

서신갤러리 10.1~11

“Your texture”라는 타이틀로 열리는 강역단의 개인전. 사람의 인생에 녹아있는 나무와 천을 통해 삶의 전반을 되돌아본다. 이번 전시에서는 자연성을 대표하는 재료인 목재와 인공적 재료인 의류 및 천을 함께 사용해 새로운 의미를 창출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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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아마도-이혁발_몸의뜨거움을탓하지마라

Sex + Guilty Pleasure

아마도 예술공간 10.6~11.6

‘성(性)’에 대한 연속 기획의 첫 번째 전시. ‘성’과 ‘사회적 규범’에 대해 이야기한다. 최경태 이흥덕 정복수 이혁발 박지은 유목연 인세인박 이미정이 참여해 죄의식을 느끼면서도 계속 즐기게 되는 ‘은밀한’ 쾌락, 길티 플레저에 대해 이야기한다.이혁발 작

[World Topic] 마리나 아브라모비치

<512 Hours>

마리나 아브라모비치(Marina Abramovic)를 어떤 작가로 정의해야 할까? 퍼포먼스 아트의 대모? 전위의 여전사? 특정한 정의를 떠올리기 힘들 만큼 그녀의 작업세계는 극적이다. 그녀의 새로운 퍼포먼스 <512 Hours>(6.11~8.25)가 실연된 서펜타인 갤러리(Serpentine Gallery) 앞은 그녀와 함께 퍼포먼스에 참여하고 싶은 관람객들로 장사진을 이뤘다고 한다. 이 퍼포먼스에 직접 참여한 본지 통신원의 전언을 싣는다.

지가은  골드스미스 대학 비주얼 컬처 박사과정

올해 68세를 맞은 마리나 아브라모비치(Marina Abramovic)는 런던 서펜타인갤러리의 아담한 전시 공간에서 관객들을 맞이한다. 작가는 62일 동안 갤러리가 오픈하는 주 6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총 512시간 동안 오로지 작가 자신과 관객이 만들어가는 퍼포먼스를 마련했다. 직접 갤러리의 문을 열고 밖에 길게 줄지어 선 관객 한 사람 한 사람을 가벼운 아침 인사와 악수로 환대한다. ‘빈 몸으로 오라’는 작가의 요구에 따라 관객은 가방, 시계, 휴대전화, 카메라 등 모든 소지품을 전시장 밖에 내려놓아야만 그녀가 준비한 ‘빈 공간’ 안으로 들어설 수 있다. 입구에서 건네 받은 헤드폰을 쓰면 주변의 소리가 차단된다. 사람들은 입을 다물고 눈감은 채 앉아 있거나 벽을 보고 서서 부동자세이다. 더러는 눈을 가리고 한걸음씩 천천히 내디디며 소리와 손끝의 감각에만 의지한 채 갤러리 공간을 보행 중이다. 모든 것이 슬로 모션이다. 마치 엄숙한 제의에 참여하듯 관객들은 진지하고 행동 하나하나가 정성스럽다.
관객들은 아브라모비치가 지시한 미션을 수행 중이다. 갤러리 안에는 몇 가지 소품이 준비되어 있지만 미리 정해진 계획이나 스크립트는 없다. 작가는 이제 막 이 의식에 참여해 방황하는 낯선 관객에게 다가가 눈을 마주치고, 손을 이끌어 데려간 곳에서 귓속말을 속삭인다. 발을 맞추어 걷기도 하고, 등에 손을 가만히 얹고 체온을 느끼며 함께 한참을 서있기도 한다. 그녀뿐만 아니라 관객을 이끄는 안내자 퍼포머들도 이에 동참한다. 이들은 의자에 앉아 있던 관객의 손을 붙잡고 중앙에 자리한 낮은 단상 위에 올라 서서 함께 명상을 하기도 하고, 간이침대들이 마련된 방으로 데려가 이불을 덮어주며 편히 쉬라고 권하기도 한다. 물론 관객 스스로 자신이 원하는 행위에 몰입할 수 있다. 머무르고 싶은 만큼 머무르다가 언제든 떠날 수 있다.
걷고, 서고, 앉고, 자고, 생각하는 평범한 행위와 일상이 이 안에서는 중차대한 임무가 된다. 모든 디지털 기기와 시계마저 반납하고 시간 감각을 잊은 채 반복적으로 자신의 몸짓과 공간 속에 몰입해가는 과정은 생각만큼 쉽지가 않다. 훈련이 필요하며 계기가 주어져야 한다. 여기에는 참여자 스스로 자신의 내면과 마주하기를 독려하는 작가의 메시지와 의지가 담겨있다. 퍼포머와 관객의 친밀한 관계와 교감을 바탕으로 하는 512시간의 여정을 통해 아브라모비치는 내면으로 들어가는 문을 열어주는 안내자 역할을 자청하는 것이다. 그녀가 참여한 개개인의 내면의 문을 두드리는 것은 어떤 연유일까.
‘퍼포먼스아트의 대모’라 불리는 아브라모비치의 1970년대 초기 퍼포먼스는 꽤나 과격했다. 퍼포머와 관객의 관계 탐색도 지금보다 훨씬 과격한 방식으로 이루어졌는데, 대표적인 초기작으로는 <리듬 0(Rhythm 0)>(1974)이 있다. 관객은 테이블 위에 늘어놓은 빗, 음식, 총, 장미, 채찍, 립스틱과 같은 72개의 각기 다른 물건을 자유자재로 작가의 몸에 사용할 수 있고, 작가는 어떠한 반응도 없이 6시간 동안 관객에게 몸을 내맡겼다. 처음엔 머뭇거리며 행동을 주저하던 관객들도 시간이 갈수록 점점 과감해졌다. 옷을 벗기는가 하면 장미 가시로 몸에 상처를 내는 등 적극적으로 행위에 가담했고, 급기야 한 관객은 그녀의 관자놀이에 총을 겨누기도 했다. 아브라모비치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는 위험한 상황에 자신을 몰아넣고 신체적 취약성을 극단적으로 드러내는 퍼포먼스를 해왔다. 그녀의 작품에서는 신체 자체가 도구이자 매체이고 사회적, 정치적, 문화적 연결 통로가 되었다. 이에 관객들을 목격자로, 행위자로 참여시켜 직접적이고 직설적으로 소통하는 방식을 취한다. 목소리가 안 나올 때까지 소리 지르기, 고통을 느끼지 못할 때까지 자신의 몸에 채찍질하기, 몸을 일시적으로 마비시키거나 극도로 흥분하게 만드는 향정신성 약제 투여하기 등 때로는 육체와 정신의 한계를 시험하는 가학적인 퍼포먼스도 서슴지 않았다. 작가는 이러한 고통의 감내에 대해 신체적 한계 너머에 있는 의식의 영역에서 다른 차원의 자신과 그 내면을 바라보고자 하는 의지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여기에는 아브라모비치의 어린 시절 기억과 문화적 뿌리가 깊게 자리한다. 1946년 세르비아의 베오그라드(Belgrade) 태생인 아브라모비치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파르티잔(Partisan) (일명 빨치산)으로 구 유고슬라비아 건국에 앞장선 부모님 밑에서 자랐다. 유고연방의 티토(Josip Broz Tito) 대통령 정부에서 요직에 오른 부모님 덕에 유복했지만, 공산주의와 동방정교회 전통의 엄격한 생활방식과 어머니의 강박적인 훈육 방식으로 억압된 유년기를 보냈다. 유고연방이 붕괴된 이후에도 발칸반도는 다양한 민족과 종교, 이념의 혼재로 갈등과 분쟁이 끊이지 않았고, 크로아티아 전쟁(1991-1995), 보스니아 내전(1992-1995), 코소보 사태(1993-1999)를 겪으면서 여러 민족국가로 분리되었다. 아브라모비치는 조국의 내란과 민족분열, 전쟁과 학살이라는 비극적 역사를 목격하면서 폭력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몸으로 치열하게 표현하는 제의적이고 상징적인 퍼포먼스에 몰입하게 된다. <토마스의 입술(Lips of Thomas)>(1975/2005)에서 공산주의와 사회주의의 상징인 붉은 별을 자신의 배 위에 한 줄씩 면도날로 새겨 상처를 내고, 피를 흘리며 얼음으로 된 십자가 위에 알몸으로 누워 고통을 견뎌내다가 얼어붙은 자신의 등에 사정없이 채찍을 내려치는 그녀의 모습은 자신의 조국과 민족이 자행한 일에 대한 처절한 책임 의식을 지고 단죄를 거행하는 여전사이다. 같은 맥락에서 <발칸 바로크(Balkan Baroque)>(1997)에서는 소뼈 더미 위에 앉아 유고슬라비아 민요를 부르며 4일 6시간씩 피를 닦아냈다. 이 퍼포먼스로 베니스 비엔날레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깨어있는 한 개인이자 예술가의 목소리와 역할이 어떻게 현실을 적나라하게 직시하게 하는지, 또 어떻게 타인의 의식에 강렬한 울림을 줄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Marco Anelli Marina Abramovic Photograph © 2014 Marco Anelli

Marco Anelli Marina Abramovic Photograph © 2014 Marco Anelli

개인의 의식과 내면을 깨우다
아브라모비치는 신체적 고통과 위험을 감수하는 극단적인 퍼포먼스에서 점차 행위가 일어나는 시간성과 지속성, 여기에 참여하는 관객들과 맺는 관계의 과정에 더 집중하게 된다. 부드럽고 조용하지만 힘있고 따뜻하게 관객과 교류하고 퍼포먼스에 참여하는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것. 2010년 뉴욕 모마(MOMA)에서 열린 회고전 <예술가가 여기에 있다(The Artist is Present)>에서 아브라모비치가 보여준 소통의 방식이다. 하루 8시간씩 총 736시간 동안 침묵 속에 관객과 마주 앉아 눈빛으로만 소통하는 퍼포먼스에 뉴욕 시민들은 뜨거운 반응을 보냈다. 전시 기간 누적 관객 850만 명이 다녀갔다. 긴 기다림 끝에 그녀 앞에 앉은 사람들은 생전 처음 만나는 한 예술가에게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한 비밀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조용히 눈물을 훔치며 일어나기도 했다. 작가는 그저 아무 말없이 이를 들어주고 눈빛으로 화답할뿐이다. 조건 없는 만남이고 응시이고 경청이다. 관객들은 역시나 자신이 원하는 시간만큼 작가와 침묵의 대화를 나눌 수 있다.
마음 깊숙한 곳을 파고드는 그녀의 눈빛과 에너지 앞에 마음의 빗장이 풀리는 것일까. 아브라모비치의 옛 연인이자 동료인 울라이(Ulay)의 깜짝 등장으로 퍼포먼스의 여운은 더 진하게 남았다. 울라이라는 예명으로 더 잘 알려진 이 서독의 퍼포먼스 아티스트 우베 라이지펜(Frank Uwe Laysiepen)과 아브라모비치는 1976년부터 1988년까지 ‘다른 사람들(the others)’이라는 그룹명으로 활동하면서 공동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둘은 12년간의 공동 행보를 뒤로하고, 90일 동안 중국 만리장성의 양 끝에서 걸어와 중간에서 만나 포옹하고 각자의 길을 떠나는 퍼포먼스 <연인들(The Lovers)>을 끝으로 이별했다. 모마에서 두 사람은 30년 만에 재회한 것이다. 퍼포먼스 내내 담담했던 그녀의 눈시울이 붉어졌고 테이블 위에서 울라이와 손을 맞잡았다. 1분 남짓한 이 장면은 많은 사람의 마음에 큰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모마에서의 퍼포먼스는 얼마나 많은 이가 이런 애정어린 응시와 공감을 원하는지를 증명한 사건이었다. 이후 3년 만에 런던에서 열린 <512시간전>은 어떠한 방해 요소없이 가장 간결한 환경에서 관객과 조우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순수한 에너지의 상호 전이이다. 아브라모비치는 지난 25년간 자신의 퍼포먼스들이 이러한 지점에 도달하기 위한 과정이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표현했다. 그간의 퍼포먼스들과는 달리, 매순간 즉흥적으로 진행되는 <512시간>의 대장정은 시간의 흐름을 시계가 아니라 몸으로 느끼면서 점진적으로 지금, 여기 나의 의식의 세계에 오롯이 집중하는 것, ‘가득 찬 빈 공간’에 아직 드러나지 않았지만 존재하는 에너지를 스스로의 몸짓으로 일깨우는 것이다. 이 과정에는 물론 내면의 반항이 뒤따른다. 필자 역시 첫 방문에는 도무지 이 상황 자체에 녹아들기가 어려워, 갈피를 잡지 못하고 어정쩡하게 시늉만 하다가 어색한 몸사위와 더딘 시간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일찍 자리를 피했다. 다시 찾아간 두 번째 방문에서는 갤러리로 이르는 길에서부터, 입장하기 위해 기다리는 시간에도 자발적인 참여자가 될 마음의 준비를 시작했다. 그렇게 완전히 준비된 몸과 마음으로 작가의 손을 잡고 걸음을 옮겼다. 그녀의 묵직한 존재감과 카리스마에 압도되었다가도 이내 온기 찬 진심을 전달 받았다. 차차 다른 참여자들과 함께 공간의 기류를 나누고 있다는 촉각, 후각적 교감이 일어나고, 타인을 의식하는 단계를 지나면 오롯이 내 자신과 시간의 흐름만이 남는다. 기다림의 시간과 행위 자체에 몰입하는 일련의 과정이 모두 퍼포먼스의 일부가 된다.
스마트폰, SNS와 메신저가 손에서 떨어질 날이 없는 현대인은 얼굴을 마주하고 있어도 외로운 사람들이다. 타인과 직접적인 촉감 소통을 하거나, 자신에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할애하는 데에는 인색하다. 타인의 아픔이나 고통에 무관심한 ‘공감’ 능력 상실의 시대에 사는 우리는 이미 자폐적 소통에 익숙한지도 모르겠다. 목적과 명분을 잃어버린 전쟁과 인종갈등은 여전히 세계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고, 재난의 뒤편에 드리워진 무력감의 생채기도 현재진행중이다. 아브라모비치는 개개인의 의식과 내면이 깨어있는 순간만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신호탄이자 강력한 에너지가 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한다. 이 의식들의 상호 연대가 이루어질 때 진정한 공감이 일어나고 소통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상황을 방관하는 관찰자가 될 것인가 변화를 주도하는 참여자가 될 것인가는 결국 스스로의 선택이고 자각이다. <512시간>에서 그녀가 관객과 함께 이루고자 하는 지점은 바로 이렇게 스스로의 정신을 끊임없이 단련해가는 내면의 회복이고, 공감의 회복이다.●

Marina Abramovic  퍼포먼스 장면 Serpentine Gallery, London (11 June–25 August 2014) © 2014 Marco Anelli

Marina Abramovic 퍼포먼스 장면 Serpentine Gallery, London (11 June–25 August 2014) © 2014 Marco Anelli

 

[New Face 2014] 추미림

디지털 시대의 향수

픽셀아티스트, 시각예술가, 디자이너 등 추미림을 따라다니는 수식어는 유독많다.  그 중 가장 많이 알려진 연관검색어는 픽셀아티스트다.  이 표현은 한 매체에서  작가를 소개하면서부터 시작되었지만 사실 작가가 이 단어를 언급한 적은 없다. 처음엔 마치  픽셀만을 작업의 중심으로 삼는 듯한 어감을 주는 픽셀아티스트란 꼬리표에 거부감을 느끼기도 했다. 픽셀이란 컴퓨터 화면의 이미지를 구성하는데 기본이 되는 단위이다. 조각조각 쪼개진 이 작은 단위를 반복시켜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주제는 자신의 일상이다.
사람들이 정보를 검색 및 공유할 수 있는 정보 공간을 뜻하는 ‘웹’ 혹은 ‘인터넷’과 그녀의 생활공간인 ‘도시’가 그녀의 일상무대다. 이 두 장소는 가상과 현실을 넘어 차가운 매체로서 이해되고 해석되곤 한다. 그러나 도시에 성장기반을 둔 젊은 세대에게 어린 시절의 추억은 도시 내부에서 나타났고, 아련하고 아름다운 향수는 도시 속에서 벌어진 해프닝들로 가득찼다. 자연은 자연스럽지 않다. 그들에겐 오히려 길게 늘어선 아파트, 높은 빌딩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스카이라인, 그 사이로 뻗어나오는 야경이 일상속 자연스러운 생활공간이다.
웹 또한 마찬가지다. 어린 시절부터 인터넷 세상에서 궁금증을 찾아 헤매고 많은 사람과 소통하는 매개 역할을 해온 세대, 이들에게 웹공간은 차갑고 건조한 매체가 아니다. 웹은 나와 나를 둘러싼 환경으로 가상과 현실 속의 나 사이를 끊임없이 이어준다. 작가는 디지털 환경에서 발생하는 향수에 주목했다. 시뮬라크르의 세계를 시뮬라시옹의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이 작가의 목표는 아니다. 웹은 복제시대의 원본성을 잃은 무미건조한 세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디지털 세대는 웹상에서 자신을 투영하며 살아간다. 개인의 감성을 반영하고 다수의 감정이 오고간다. 심지어 오프라인의 물리적 감각이 웹에서 구현된 자아에 전이되기도 한다.  그리고 온라인상에서 감정표현은 오프라인상의 ‘나’에게 다시 반영된다.
10월 1일부터 21까지 윌링앤딜링에서 열리는 개인전에서 선보이는 작품은 이런 감정교차가 두드러진다. 어느 날 작가는 자신이 거주했던 파리 베르사유 지역을 인터넷 지도로 검색했다. 부감으로 찍힌 위성사진 속 도시는 자신이 유학생으로서 느낀 외로움과 고독이 깃든 공간이 아니었다. 화면 속에 비친 위성사진을 보면서 작가는 아름다운 기억들이 가득한 베르사유를 떠올렸다. 가상현실 속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감성, 왜곡되고 선택되는 기억을 작가는 가장 단순한 단위인 픽셀로 재탄생시켰다. 기억을 재조합하듯 지도는 자신의 흔적을 재확인시키고 재배열했다.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추미림은 디자인과 순수미술 사이의 경계에서 고민했다. 영화 포스터회사, 게임 회사에서 근무하기도 했던 그녀는 기존의 카테고리 안으로 밀어넣어 작가를 정의하려는 환경에서 갈등했다. 새로운 길을 찾고자 프랑스로 유학을 간 그녀는 장르 간 활발한 교차를 당연시하는 프랑스 교육과정에서 무수히 나눠지고 교차 및 집합하는 아이덴티티의 가능성을 엿보았다. 현재 작가는 미술전시 외에도 다양한 상업장르와의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하고 있다. 각종 패션 및 뷰티 제품과의 협업이 대표적이다. 작가로서의 정체성이 흐려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을법한데 작가는 “기존의 제품과 내 작업 사이의 콜라보레이션보다 둘 사이의 유기적이고 창조적인 제3의 무엇인가를 만들 수 있는 협업을 해보고 싶다”며 오히려 협업 자체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방식의 아쉬움을 토로한다.
추미림은 특정 범주로 구분되기를 거부한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녀는 지극히 일상적인 주변 환경에 관심을 가지고 이를 시각적으로 표현하고 우리에게 함께 나누기를 제안한다는 점이다.
임승현 기자

추미림은1982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단국대 시각디자인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베르사유 보자르에서 수학했다. 서울의 픽셀스페이스, 한국디자인공예문화진흥원 윈도우 갤러리, 싱가폴의 갤러리 스테프에서 두차례 개인전을 가졌다. 2012년부터 K-SWISS, LG 생활건강 등과 다양한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하고 있다.

 혼합재료 50x50cm 2014

<양평동> 혼합재료 50x50cm 2014

 

[New Face 2014] 조은주

함께 있는 외로움

흔히 작가 조은주를 ‘카페를 그리는 동양화가’로 인식하기 쉽다. 하지만 작가는 카페를 그리는 것이 아니라 카페 안에 있는 사람들의 관계를 표현한다고 강조한다. 한 공간에 있는 사람들의 관계를 담아내기 위해 다양한 장소를 물색하던 중 자연스럽게 사람이 모이고 흩어지는 공간으로서 카페를 선택하게 된 것이다. 같은 테이블이라도 어떤 사람들이 앉아 있느냐에 따라 다른 풍경이 된다. 카페마다 인테리어가 다르고 그 속에 각기 다른 사람들을 담아내면서 그녀의 그림은 다양한 변주가 가능해진다.
조은주는 인간의 다양한 감정과 복잡한 심리 상태 중에서도 특히 친밀해 보이지만 결코 친밀하지 않은 상태를 표현한다. 외로움은 혼자 있을 때보다 누군가 곁에 있지만 제대로 소통이 되지 않을 때 극대화된다. 그녀는 그 과정에서 느끼는 아쉬움이나 우울함이 바로 현대인의 일상적인 감정이라고 말한다. “카페에서 사람들을 자세히 관찰하다보면 연인인데도 생각보다 눈을 마주치고 있는 시간보다 딴 행동을 하는 것을 자주 볼 수 있어요. 같은 공간에서 함께 있어도 완벽하게 교감이 이루어지지는 않죠. 어쩌면 현대인은 항상 외로움을 느끼는 것 아닐까요?”
심지어 카페에 혼자 온 사람들조차 온전히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경우는 드물다. “휴대전화로 다른 사람과 끊임없이 메시지를 주고받거나, DMB를 통해 영상을 본다거나 계속해서 누군가와, 무엇인가와 소통하기를 원하죠. 실제로 그런 광경을 볼 때면 ‘사실은 혼자 있고 싶지 않구나’ 그런 생각이 들어요.”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우리는 사회적으로 수많은 사람과 연결된 것 같지만 정작 삶은 헛헛하기만 하다. 그녀의 그림 속 인물들은 먼지 입자처럼 건조하고 영혼이 없는 것처럼 공허해 보인다.
조은주의 작업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점은 비현실적으로 강렬한 색감이다. 다양한 색을 활용하던 그녀는 최근 더 케이갤러리에서 열린 네 번째 개인전 <개인적 공간>(9.3~16)에서부터 색을 절제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한 화면에 많은 것을 담기보다 하고 싶은 말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전시를 했을 때 어떤 분이 저에게 ‘굉장히 따뜻한 색을 썼는데 차갑네요’라고 말했는데 굉장히 기분이 좋았어요. 제가 표현하고 싶은 지점이 바로 그거거든요.” 조은주는 장지에 아크릴로 채색할 때 물감을 섞지 않는다. 대신 아주 묽게 칠하기 시작해 원색 그 자체가 두드러지도록 배경색의 경우 30번 이상 쌓아 올린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처럼, 물감과 물감의 관계 역시 결코 융합되지 않은 모습 그 자체를 표현하기 위해서다.
언젠가부터 조은주는 자신의 작업을 풍속화라고 표현하기 시작했다. “풍속화란 당시 사람이 어느 장소에서 무엇을 하는지를 표현한 그림이죠.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를 은밀하게 관통하는 풍속화를 그려 나만의 언어를 느낄 수 있는 흥미로운 작업을 만들고 싶어요. 그런 점에서 커피 한잔을 사고 잠시 머무르며 사람들이 관계 맺는 방식이 흥미로워요.” 하지만 그녀는 지금 다른 공간도 열심히 물색 중이다. 일단 사람이 모이는 장소는 모두 관심의 대상이다. 그중에서도 호텔 로비나, 공항, 기내 등은 무료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공간을 잠시 빌린다는 개념때문에  특히 매력적이라고 말한다.
이슬비 기자

조은주는 1987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덕성여대 동양화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현재 양주시립 777미술창작스튜디오 입주 작가로 활동 중이다. 네 번의 개인전을 열었으며 포천아트밸리, 갤러리 이레, 성남아트센터 등에서 열린 그룹전에 참여했다.

조은주 (3)

더 케이 갤러리에서 열린 개인전 <개인적공간> 광경<어떤, 기다림>(오른쪽 벽면 가운데) 장지에 채색 130.3×162cm 2014

 

 

[art book] 존 듀이의 교육미학

_MG_4516삶에서 예술을 찾으라

김연희 지음 《존 듀이의 교육미학》 교육과학사 2012

이 책은 존 듀이(John Dewey, 1859~1952)의  경험으로서의 예술(Art as Experience》(1934)을 바탕으로 예술적 배움의 핵심인 질적 사고(qualitative thought)의 개념과 탐구활동으로서 예술경험에 관한 이론을 정리한 책이다. 듀이에게 ‘교육’은 가르치는 일이 아니라 ‘배움’이며, 이는 경험의 성장과 완성을 통해 이루어진다. 듀이가 주장하는 미적 경험과 예술은 훌륭한 배움의 경험이다. 이 책은 이러한 관점에서 ‘교육미학’으로 이름지워졌고, 예술과 삶, 예술과 과학, 정서와 인식의 이분법을 넘어서는 존 듀이의 예술적 배움과 사고 이론을 통하여 오늘날 새롭게 조명되는 예술교육의 철학을 제시하는 심도있는 이론서이다.
듀이 미학사상의 출발점은 ‘직접적 경험론’으로 불리며 경험의 ‘연속성(시간)’과 ‘상황(공간)’을 강조하는 프래그머티즘 경험관이다. 우리에게 프래그머티즘은 퍼스(Charels Sanders Peirce, 1839~1914)와 제임스(William James, 1842~1910), 듀이 등을 주축으로 한 고유한 미국 사상으로 ‘실용주의(實用主義)’, 내지는 ‘실제주의(實際主義)’로 불린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실제적 유용성을 존중하는 사상이라는 우리의 통념보다 훨씬 심오한 사상이다. 프래그머티즘은 의미내용보다는 ‘방법’을 중시하고, 관념 형성에 있어 ‘행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진리 자체가 아니라 진리의 의미를 찾는 ‘과정’으로서의 사고를 철학의 중심으로 가져온다.
책의 구성은 우선 프래그머티즘 철학 속에서 듀이의 경험론과 예술론이 갖는 의미를 살펴본 후 제1부 ‘존 듀이, 이론적 탐색’을 통해 듀이의 이론에 대해 본격적으로 다룬다. 그리고 제2부에서는 ‘예술교육, 실제적 이론’이라는 주제하에 듀이의 경험과 예술의 개념이 미술비평이나 미술관 활동 등의 예술적 배움의 사례를 통해 20세기 말 지식 패러다임의 변화에 따른 새로운 예술교육의 방법론을 다루고 있다.
예술을 배움의 중심에 둔다는 것은 예술을 일상적 삶의 맥락에 위치시키는 일이기도 하다. 듀이의 예술론은 일상의 미학, 삶의 미학, 관람자 중심의 수용미학, 대중예술의 미학을 최초로 이론화한 매우 독창적인 예술론이다. 그런데 순수예술의 관념아래 모더니즘 예술관이 팽배했던 시절에는 예술은 일상과 분리되어 특별한 미적 지위가 부여되었고 예술품의 감상에도 예술작품의 가치와 관람자의 경험은 철저히 분리되어 있었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어떻게 그러한 패러다임에서 벗어날 수 있었을까? 이는 대상을 바라보는 방법과 그 방법에 대한 이론적 배경이 변화했기 때문이다. 듀이는 바로 이 지점에서 68혁명 이후 유럽에서 등장한 포스트모던 철학과 근친성이 있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21세기에 듀이 예술론이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지각적 사고를 강조하며 미적 경험을 사고가 완성된 표지로 본 듀이는 절대적이고 투명한 지식을 거부하고 지식의 상대성과 가변성을 인정하는 포스트모던 인식론을 예견했다.”
듀이가 활발하게 활동하던 시기는 모더니즘이 형성되던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이다. 이 시기는 급격한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기차나 자동차, 광학도구, 카메라가 발명되었고 사람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 혁명적으로 달라졌다. “19세기 이전에는 인간의 지각이 그들을 둘러싼 삶의 환경을 조화롭게 수용할 수 있었다. 그런데 19세기 기술의 발전이 보여준 지각세계의 급격한 변화로 사람들의 지각방식은 환경이 변화하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공황상태에 빠졌다. 따라서 예술은 순수예술과 모더니즘이라는 이름으로 도피하게 되었고 현실로부터 분리된 자유를 주장하게 되었다고 듀이는 진단했다. 이렇게 듀이는 인간을 둘러싼 총체적 환경의 변화가 지각방식의 변화와 유기적으로 맞물린다고 보았다.”  이는 순수예술과 모더니즘의 종말에 대한 일종의 ‘예견’이었다.
“박물관에 모셔져 있는 작품은 당시에는 순수예술이 아니었다. 우리의 삶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었다. 그러나 19세기 후반 지각방식의 변화에 매우 민감한 미술가들은 인상주의, 입체주의, 추상주의 등 모더니즘 실험 및 기술문명에 민감했던 20세기 초 아방가르디스트들의 예술실험이 등장했다. 이런 첨단 지각실험 행위가 순수예술을 낳았다. 듀이는 그런 측면에서 순수예술은 지각을 훈련하는 데 있어서 훌륭한 도구라고 본다. 이런 점에서 순수예술은 대단히 교육적이다.”
이 책은 저자가 박사논문을 준비하면서부터 시작한 10년 연구의 결산이다. 저자가 책을 펴내게 된 계기는 과거 국립현대미술관의 학예사로 근무했던 경험(1996~2001)에 기인한다. 교육에 대한 관심은 당시 관장이자 은사였던 임영방 선생의 영향이 컸다. 미학을 전공한 저자는 미술관 큐레이터를 하면서 미술현장과 학문 간 괴리를 많이 느꼈다고 한다. “현장에 이론을 끌어왔을 때 괴리감을 느끼지 않게끔 하는 다리 역할을 하고 싶었다. 보통은 어떤 미학이론에서 출발하여 그것의 예술사례를 찾아가는 과정이지만 나는 그 반대였다.” 미술의 교육적 기능을 해명하는 미학이론을 정립하려는 목표를 세우고 관련 논문을 섭렵하면서 넬슨 굿맨의 이론이 예술교육에 미친 영향을 알게 되었고 그 지점에서 존 듀이의 예술론도 알게 되었다고 한다. 나아가 프래그머티즘 미학의 맥락에서 굿맨의 예술론과 듀이 예술론의 유사성도 찾을 수 있게 되었다고.
앞으로 계획을 묻자 미술이론의 맥락에서 듀이의 예술론이 21세기를 향해 던진 예견들을 검토하고 싶단다. 이를 위해 다시 현대미술사 책과 씨름 중이다. “다음 저작은 참여(partici-pation)와 연관이 있을 것이다. 듀이에게 교육은 배움이다. 활동을 통해 주어진 상황에 대한 참여와 개입, 상호작용이 없으면 배움이 일어나지 않는다. 삶과 결합한 예술은 이러한 배움 그 자체인지도 모른다. 최근 미술의 트렌드에서 비상업적인 흐름은 듀이의 생각과 맞닿아 있다.”
황석권 수석기자

김연희는 1963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홍익대 예술학과와 서울대 대학원 미학과, 홍익대 대학원 미학과에서 각각 석사와 박사과정을 졸업했다.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서울대 교육연구소 연수연구원, 한국예술영재교육연구원 책임연구원으로 재직했다.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강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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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북 (7)이중섭평전

최열 지음

이중섭을 둘러싼 신화와 같은 이야기들이 난무한다. 미술사학자 최열이 인간 이중섭의 삶을 살펴보는 평전을 출간했다. 주요 문헌 500여 종을 분석하여 추려내 이중섭의 생애를 다층적으로 이해한 글로 그의 연구에 활기를 불러일으킨다.
돌베개 932쪽·4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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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북 (2)사진철학을 만나다

백승균 지음

사진철학이라는 생소한 분야를 설명한다. 특히 디지털로 바뀌는 사고방식에서 중요한 빌렘 플루서와 그의 대표저작 <사진의 철학>을 면밀히 분석한 3장과 플라톤, 데카르트, 칸트 등의 철학자와 플루서를 비교하며 설명한 마지막 장이 주목된다.
북길드 256쪽·2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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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북 (8)바티칸: 바티칸 회화의 모든 것

안야 그리브 지음/이상미 옮김

비티칸 미술관의 예술 컬렉션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회화, 프레스코, 태피스트리, 필사본을 포함해 총 976점의 예술작품을 소개한다. 작품에 대한 간략한 정보를 제공하고 중요 작품 180점에 대해서는 저자가 심도있는 설명을 덧붙였다.
시그마북스 526쪽·8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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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북 (4)라캉 미술관의 유령들

백상현 지음

라캉은 유령이미지를 품은 예술작품에 대해 한 발짝 다가선 작품들로 감상자에게 충격을 주고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고 이야기했다. 르네상스부터 20세기까지 이어지는 미술사 속 라캉이 말하는 유령이미지의 특징을 설명한다.
책세상 320쪽·1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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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북 (3)상징

조셉 피어시 지음/임상훈 옮김

블루투스, sns의 해시태그 등 일상 속 범람하는 기호와 상징을 역사적인 맥락으로 분석하고 의사소통의 도구로서 어떻게 사용되는지 살펴 본 책. 저자가 선택한 현대 이전부터 미래의 상징들을 짧고 간결한 글로 이어가 쉽게 읽힌다.
새터 280쪽·1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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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MG_4663사물의 이력

김상규 지음

가볍게 여길 수 있는 우리 주변 사물의 속성을 파고든다. 사물이 현재 모습을 갖게 된 역사 및 과정을 추적한다. 사라지는 것, 동물을 닮은 것, 도시의 일상 속의 것 등 6가지의 테마별로 사물들의 형상 변화 과정을 글로 살펴볼 수 있다.
지식너머 303쪽·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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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북 (5)위대한 망가

강상준 지음

한국 만화 전문웹진 ‘에이코믹스’인기 연재물 ‘강상준의 불가항력 만화방’ 망가에 대한 칼럼을 엮은 책. 32편의 일본만화에 대한 간단한 스토리 소개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각 작품을 예술작품으로서 진중하게 접근한 해석이 돋보인다.
로그프레스 392쪽·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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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북 (6)현대미술의 이해

홍창호 지음

동시대미술의 난해한 이론을 쉽고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 20세기부터 파헤친 책이다. 후기인상주의부터 팝아트까지 대표작가와 그들의 작품을 소개하며 동시대미술에 내포되어 있는 키워드를 간단, 명료한 글쓰기 방식으로 찾아 나간다.
양서원 210쪽·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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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북 (1)선을긋다

이흙·김용철 지음

젊은 예술가 김용철의 20년간의 예술 활동을 정리한 책. 림프암 4기임에도 불구하고 미술에 대한 고민과 열정을 보이는 그의 강렬한 예술혼이 담겨있다. 작품사진, 작업노트, 작업실 풍경 등 그의 예술 흔적을 상세하게 맛볼 수 있다.
굿플러스북 280쪽·18,000원

[art journal]

제주특별자치도에 아주 특별한 미술관 문열어

아리리오뮤지엄 제주 공식 개관전시 <By Destiny> 열려

세계적인 컬렉터이자 작가로도 활동하는 ㈜아라리오 김창일 회장이 또 다시 기자들의 스포트라이트 세례를 받았다. 지난 9월 1일, 건축가 故김수근이 설계한 공간사옥을 미술관으로 꾸민 ‘아라리오뮤지엄 인 스페이스’를 개관한지 꼭 한 달 만이다. 이번엔 제주도에서다. 미술계 괴짜로 통하는 김 회장이 제주도에 새로운 미술관 세 개를 동시에 오픈했다. 각 미술관의 명칭은 ‘아라리오뮤지엄 탑동시네마’(왼쪽), ‘아라리오뮤지엄 탑동바이크’(오른쪽 아래), ‘아라리오뮤지엄 동문모텔’(오른쪽 위). 이름 그대로 제주시 탑동에 있던 극장건물과 상가건물, 그리고 모텔로 사용되던 건물을 매입해 새로운 미술관으로 꾸민 것이다.
10월 1일 공식 개관한 아라리오뮤지엄 제주 개관기념전으로 열리는 <By Destiny>는 김창일 회장이 35년간 수집한 3,500여점의 컬렉션 가운데 150여점을 아라리오뮤지엄 탑동시네마와 아라리오뮤지엄 동문모텔에서 선보이는 전시다. 이와 별도로 아라리오뮤지엄 탑동바이크샵에서는 한국 원로작가 김구림의 개인전이 동시에 열린다.
지하 1층 지상 5층 규모의 아라리오뮤지엄 탑동시네마는 원래 4개의 상영관이 있던 복합상영관 건물의 뼈대를 그대로 유지하며 독특한 전시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여기에 설치된 인도작가 수보드 굽타의 <배가 싣고 있는 것을 강은 알지 못한다>(아래 사진)는 20미터가 넘는 초대형 설치작품으로 일반 화이트 큐브전시장에서 볼 수 없는 색다른 경험을 제공한다. 중국을 대표하는 아방가르드 작가 장환이 소가죽으로 만든 거대한 인체형상 작품 <영웅 No. 2> 또한 공간과 어울리는 스펙터클을 보여준다. 5층 전시장에서는 지그마르 폴케의 초대형 회화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탑동시네마 바로 뒤편에 있는 바이크샵에서는 1970년대부터 전위적인 작업을 선보여온 작가 김구림의 작품 27점이 집중 소개되고 있다.
아라리오뮤지엄의 또다른 컬렉션을 보여주는 동문모텔은 탑동시네마에서 도보로 약 10분 거리, 제주 동문시장과 산지천 사이에 위치해있다. 역시 숙박시설로 사용됐던 건물의 구조를 최대한 살려 여러 개로 나뉜 전시실로 꾸며졌다. 내년 3월에는 근처에 또 다른 여관 건물을 활용한 ‘아라리오뮤지엄 동문모텔 Ⅱ’를 개관할 예정이라고.
한편 아라리오뮤지엄 제주의 탄생은 서귀포와 중문관광단지 등 제주 남부지역 중심으로 형성된 제주미술 지형도를 보다 넓게 확장하고 다양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제주=이준희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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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미술대전 (2)

우울한 이 시대의 인간을 그리다

배윤환, <제36회 중앙미술대전> 대상 수상

국내 신진작가 등용문으로 역사가 깊은 <제36회 중앙미술대전>에서 배윤환(가운데) 작가가 대상을 수상했다. 수상작 <클리프 행어>는 가로 8m의 캔버스에 70개의 액자그림을 그려 넣은 대작으로 일그러지고 괴기스러운 표정의 이 시대 지하철 안 군상을 표현한 작품이다.
JTBC가 주최하고 포스코가 후원한 이번 중앙미술대전은 올 2월 공모를 시작해 지원자 190명의 포트폴리오 심사를 거쳐 20명을 선정해 프리젠테이션 심사를 치른 후 그중 10명을 선정했다. 최종 선정된 10인을 대상으로 6개월간의 제작기간을 주고 완성한 신작을 공개하도록 했다. 대상을 수상한 배윤환, 우수상을 수상한 유목연을 포함 최종 선정된 10인 작가(김민호, 박경종, 유목연, 윤병주, 이윤희, 임지윤, 장재민, 정지연, 최은정)의 신작은 9월 1일부터 10일까지 예술의전당에서 전시된 바있다. 최종심사는 김복기 아트인컬처 대표, 유진상 계원예대 교수, 미술평론가 정현이 맡았다. 대상에는 1000만 원, 우수상에는 500만 원의 상금이 수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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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아프 (1)

국내 최대 미술시장이 열리다

2014한국국제아트페어 개최

국내외 미술시장의 동향을 살펴보는 2014한국국제아트페어(KIAF)가 9월 25일부터 29일까지 5일간 삼성동 코엑스 전시관에서 열렸다. 한국화랑협회가 주최하는 이 행사는 2002년 시작해 13회를 맞이했다. 올해는 국내 126곳, 해외 22개국 60곳의 화랑이 참여했으며 이우환, 김창렬, 백남준, 오치균, 데미안 허스트, 수보드 굽타, 야요이 쿠사마, 자비에 베이앙 등 국내외 유명 작가 900여명의 작품을 살펴볼 수 있었다.
특히 올해는 최근 미술시장에서 부상하는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6개국이 주빈국으로 참가해 주목됐다. 싱가포르의 STPI와 챈 함프, 인도네시아의 에드윈스 갤러리 등 13곳의 화랑이 작품 200여 점을 소개했으며 아시아 미술시장의 흐름을 살펴보는 강연과 세미나도 진행했다. 또한 미디어특별전 <2014 아트플래쉬>에는 이명호, 에브리웨어, 한성필&백진욱, 폴씨(조홍래), 하이브의 인터랙티브한 미디어아트를 선보여 관객 참여를 이끌어냈다. 이외에도 행사 기간 중 관람객과 VIP를 위한 도슨트 및 강연이 이어져 미술시장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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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계에 퍼지는 수상소식

<올해의 작가상> <양현미술상><구본주미술상> <아마도전시기획상>

9월은 다양한 비엔날레 개최 소식만큼이나 미술상 수상 뉴스도 넘쳐났다. 우선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올해의 작가상2014> 최종 수상자로 노순택이 선정됐다. 사진작가가 올해의 작가상에 선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수상작 <무능한 풍경의 젊은 뱀> 외 그의 작품들은 11월 9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 <올해의 작가상>은 동시대미술을 후원하기 위해 제정된 상으로 3회째를 맞았다. 은 올해는 SBS문화재단과 국립현대미술관이 공동 주최했다.
올해로 7회째를 맞은 <양현미술상>은 태국의 현대미술가이자 영화감독인 아피찻퐁 위라세타쿤을 수상자로 선정했다.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영국 테이트 모던 관장 크리스 더콘과 미국 휘트니 미술관장 애덤 와인버그는 아핏찻퐁을 “정글의 세르게이 아이젠슈타인”이라며 “설치미술, 사진, 아티스트 북 등 다양한 장르를 통해 영상의 새로운 시학을 정립한 작가”로 평가했다. 시상식 및 수상작가 강연은 11월 11일 국립중앙박물관 대강당에서 개최된다. 한편 조각가 구본주의 예술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제4회 구본주예술상 제4회 수상의 영예는  임승천에게 돌아갔다. 심사위원들은 “한국 사회를 직시하는 비판적 리얼리즘과 마술적 리얼리즘이 혼재한 임승천의 작품은 방향을 상실한 채 부유하는 우리사회를 잘 드러낸다”고 선정이유를 밝혔다. 그의 작품은 아라아트센터에서 열린 <구본주의 친구들전>에서 9월 5일부터 16일까지 전시되었으며 시상식은 전시 첫날인 9월 5일에 개최됐다.
작가들에게 주어지는 상 외에 기획자를 위한 시상식도 열렸다. 아마도예술공간은 기획자를 양성하고 미술의 담론을 형성하기 위해 올해 아마도 전시기획상을 제정했다. 첫 번째 수상자인 김수정은 글로벌 시대에 발생하는 한국 사회 내 정체성의 혼란을 다자간의 시선으로 살펴본  < 제3의 국적>으로 주목 받았다. 이 전시는 9월 1일부터 한 달간 아마도예술공간에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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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사진 (29)

현대사진의 경향을 한눈에

<대구사진비엔날레 2014>

국내 최대 사진전시인 <대구사진비엔날레2014>가 9월 12일에 개막해 10월 19일까지 주전시장인 대구문화예술회관을 비롯해 대구예술발전소와 대구시내 30여 개의 화랑에서 계속된다.  이번 전시는 <Photographic Narrative>라는 주제로 구본창, 이명호, 구동희 등의 국내 작가와 마르코스 로페즈, 루이스 곤잘레스 팔마, 안젤리카 다스 등 31개국 250여 명의 작품이 전시된다. 주전시는 스페인 출신 사진기획자 알레 한드로 카스테오테가 맡아 ‘기원, 기억 패러디’를 주제로 사진의 시작에서부터 이미지를 통한 잊혀진 기억의 환기 및 흩어지는 이미지의 재조합에 대한 이야기를 전달한다. 사진의 역사적 흐름과 우리 시대 이미지에 대한 지각적 인식을 보여주는 거대한 이야기의 전개다. 사진이라는 하나의 매체로 다각도의 방향을 전달하기 위한 노력이 돋보인다. 그동안 국내에 자주 소개되지 않았던 중남미, 아프리카 지역의 작가가 대거 참여했고 ,콜라주, 비디오, 대형 포토그램 등 사진에 대한 다양한 시각적 유희를 꾀하려 한 점이 인상적이다. 무한 확장 가능한 주제와 확장된 시각적 스펙트럼은 열린 해석의 가능성을 제시해 주목할 만하다. 그렇지만 전시가 물 흐르듯 이어지는 연결성은 부족하다는 점,  주제 전달이 모호하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한편엘리오 그라치올리가 기획한 <이탈리아 현대사진전>은 주목할 만하다. 이 전시는 바스코 아스콜리니 , 다비데 브라만테, 비토리아 두소니 세 작가의 작품을 통해 현대 이탈리아 사진이 가진 독특한 미학적 감수성을 전달한다.
전시와 함께 9월 13, 14일 이틀간 대구 인터불고호텔에서는 포트폴리오리뷰를 진행했다. 이 행사에는 아아린 아팅거,(프랑스 유럽사진미술관 출판팀장), 엘리나 하이카(핀란드 사진미술관장)를 포함한 국내외 사진전문가가 24명이 리뷰어로 참여했다. 작가들과 작품에 대한 심도있는 이야기를 나눈 후 우수 작가 4인을 선정했다. 우수 작가로 선정된 권도연, 최현진, 윤아미, 정지현 작가는 2016년 대구사진비엔날레의 전시 기회를 갖는다.
대구=임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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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박-전시실 23

한글의 무한변주

<국립한글박물관> 개관

한글날인 10월 9일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경내에 한글의 역사와 가치를 되새기기 위한 국립한글박물관이 개관한다. 상설전시실에는 <한글이 걸어온 길>을 주제로 한글 역사에서 중요한 <훈민정음 해례본>과       <용비어천가>, <월인석보>를 포함 700여 점의 유물들이 전시된다. 개관에 맞춰 열리는 기획전시<세종대왕, 한글문화 시대를 열다>에는 정연두, 이지연 함경아 등의 현대미술 작가들이 해석하는 한글을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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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함경1입체

진달래로 수놓은 《아함경》

김혜련이 그린 《학담평석 아함경》 표지

한길사 창립 38주년을 기념해《  학담평석 아함경》을 기획출판했다. 30년 전 기획을 시작해 저자가 집필에만 4년의 시간을 쏟은 중요한 불교경전이다. 전12권의 표지는 작가 김혜련이 맡았다. 표지를 장식한 작품 <초봄>은 진달래를 그린 작품이다. 불교의 상징적 꽃인 연꽃을 그리기 보다 작가의 경험이 내포된 ‘진달래’를 그림으로서 신선한 발상으로 현대적 해석과 감각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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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달진

한국근현대미술사의 기초자료 정립

《한국미술 전시자료집1945~1969》

한국미술의 아카이브 구축 및 활성화의 일환으로《  한국미술 전시자료집1945~1969》가 발간됐다. 이 책은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고 김달진미술연구소와 문화체육관광부가 공동 발행했다. 1945~69년 국내외에서 개최된 1천624건의 전시가 열린 장소, 일시 등을 수집한 미술사 연구의 중요한 기초자료로서 앞으로 다양한 2차 연구의 귀중한 자료로 확장될 가능성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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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아트 (2)

모여 만든 공간, 모여 펴낸 문화비평지

부산 협동조합 ‘비아트’, 전시공간 스페이스 비아트 개관

부산 미술인을 중심으로 한 협동조합 ‘비아트(Bart)’가 마련한 전시공간 스페이스 비아트가 8월 30일 개관했다. 약 30명의 조합원으로 결성된 ‘비아트협동조합’은 기존 비영리공간이나 대안공간이 드러낸 문제점을 극복해보고자 결성됐다. 협동조합은 자생성이나 운영의 지속성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할 수는 없지만 보다 많은 인원이 책임감을 갖고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형태다. 이에 10개월에 걸쳐 조합원을 모집하고 운영방안을 모색한 결실로 마침내 부산 청사포 해월정사 앞(부산광역시 해운대구 청사포로 73-3)에 스페이스 비아트를 개관하기에 이르렀다. 개관전에는 37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한편 비아트협동조합은 2012년 휴간된 미술문화비평지《  비아트》를 재창간했다.《   비아트》는 격월간지로 간행주기를 바꿔 발간된다. 이와 연계해 예술인문아카데미  ‘아트랩B’도 운영한다.  문의 magazinebart@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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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MPOSIUM

• SeMA 비엔날레 미디어시티서울 2014와 경기문화재단이 공동주최하는 <괴력난신(怪力亂神)을 말하라>라는 주제의 콘퍼런스가 10월 23~30일 서울시립미술관과 계원예술대학교에서 개최한다. 강연뿐 아니라 워크숍, 공연도 진행하는 복합적인 형식으로 박찬경, 양혜규, 정도련, 박노자가 참여하는‘왜 귀신 간첩 할머니인가?’, 리앙, 최원준, 권헌익이 참여하는‘괴력난신’ 등 6가지 주제로 나눠 진행한다. 콘퍼런스 장소에 따라 서울시립미술관은 www.mediacityseoul.kr , 계원예술대학교는 www.ggcf.kr에서 참여신청할 수 있다.
• 2014 아르코미술관 전통 재발견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9월 26,27일 이틀간 대학로 예술가의 집에서 국제심포지엄 <<Tradition (Un)Realized>가 열렸다. 아시아의 전통을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해 동시대의 문화비평적 관점에서 살펴보는 것에 집중했다. 26일에는 윤영도, 전지영, 정은영, 모은영, 메이 아다돌 인가완지가 발표하고 27일에는 자랄 투픽, 샤비르 무스타파, 안젤링 프랑케, 데이비드 테가 발표를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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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엠 (3)

갤러리 탐방 | 스페이스 비엠

찰떡궁합 두 디렉터의 전시공간

외향적이고 시원시원한 성격의 벨라 정(왼쪽)과 단아하고 차분한 인상의 이승민, 두 디렉터가 만났다. 국제갤러리에서 함께 근무하면서 인연을 맺은 두 동갑내기가 2012년 12월 12일 자신들만의 공간인 ‘갤러리101’을 열었다. 파격적인 행보였다. 주변에서는 미술시장이 어려울 때 갤러리를 차린다는 이유로 우려 섞인 시선이 많았다. 더욱이 그들이 마련한 공간은 갤러리 밀집지역이 아닌 미술공간 불모지인 동빙고동이다. 필리핀, 레바논, 쿠웨이트대사관 등이 있는 조용한 동네다. 위치가 이렇다보니 전시를 보기 위해 멀리서 찾아오는 이들이 관람객의 주를 이룬다. 이들은 2013년 초 ‘스페이스 비엠(SPACE BM)’으로 이름을 바꾸고 지금까지 다채로운 전시로 미술계에 신선한 공기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위험부담이 큰 시기에 의외의 장소에 갤러리를 열면서도 그들만의 뚜렷하고 확고한 색깔과 전략을 가지고 시작한 것은 아니라고 한다.
벨라 정 디렉터는 “우리 갤러리가 추구하는 색깔, 우리 공간의 정체성을 아직은 하나로 정의내리고 싶지 않다. 저희의 전시 행보로서 다른 사람들 입을 통해 우리의 특색을 듣고 싶다”라고 말했다. 스페이스 비엠은 작년에 8차례의 전시를 기획했고 올해는 12월에 있을 오픈파티를 포함하여 6차례의 전시가 진행될 예정이다. 사실 처음 공간 문을 열 때 갤러리 역할보다 미술관련 업무를 시도하는 사무실의 개념이 앞섰다. 두 사람의 사무실로 시작한 이 공간은 미술사업의 지향성을 나타내기 위해 ‘갤러리’라는 타이틀을 부여하면서 화랑으로 방향을 잡았다. 그들은 오랜 기간 미술계에서 갤러리스트로 일을 해온 경험을 십분 발휘하면서 그 아이덴티티를 놓치지 않으려 한다. 두 사람은 공동 회의를 통해 작가 선정 및 전시기획을 하며 각자 담당하는 전시의 서문을 직접 쓴다. 또 편안한 살롱 같은 분위기의 공간을 활용하여 소규모 아카데미 프로그램을 단발성으로 진행하기도 했다. 내년에는 이를 구체적으로 계획하여 진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최근에 문을 연 신생 갤러리 중에는 미술계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이들이 자신들만의 공간을 꾸리는 곳이 종종 있다. 스페이스 비엠도 이에 해당된다. 이승민 디렉터는 “실무를 담당하던 이들이 세운 갤러리들끼리 보이지 않는 네트워크가 있다. 서로 의지하고 도움을 주며 상생의 관계를 맺고 있다”며 신생 갤러리들 사이의 풍속도를 살짝 언급했다. 갤러리를 오픈하면 힘든 고비에 맞딱뜨리게 마련이다. 그러나 마음이 잘 맞는 동료와 함께하기 때문에 어려울 때 서로 의지가 된다고 한다. 성향이 다르기에 각자의 역할이 뚜렷하여 서로를 침범하지 않는다는 두 사람은 얼굴을 맞대고“이제 부부 같은 기분이다”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임승현 기자
문의 spacebm.com 02-797-30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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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환 미술관 부지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이우환미술관’

‘만남의 미술관-이우환과 그 친구들’ 건립 찬반 양론

예술가도 예술에서 비롯된 문제를 예술적으로 풀 수 없다. 대구시가 진행 중인 <만남의 미술관-이우환과 그 친구들>(이하, 이우환미술관) 건립을 두고 찬반 양론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이 논란은 예술계 내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할 능력을 잃은 채, 언론과 정치권 등으로 확산돼 쟁점의 불이 범시민권으로 번졌다.
이와 관련해 얼마 전 당사자인 이우환 작가가 한 일간지를 통하여 자신과 관련된 대구의 미술관건립에 관하여 비판적인 견해를 밝힌 바 있다. 또한 새로 취임한 권영진 대구시장이 이우환미술관 건립을 모든 면에서 재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힌 이후 문제는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여기에 더하여, 지역의 미술 주체들이 공식적으로 혹은 비공식적으로 이우환미술관 건립에 반대 입장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미술관 건립 준비는 이미 수년간 계속되었다. 대구 달서구 두류공원 내 약 2만5000㎡의 땅에 지상 2층, 지하 1층으로 설계된 이우환미술관을 올해 중 착공할 예정이었다. 건설에 들어가는 비용은 300억 원에 가까우며, 이 가운데 상당액은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맡은 기본 설계비 등으로 이미 지출 된 상태이다.
논란이 거세지자 지난 9월 11일 대구시청에서는 <이우환과 그 친구들 미술관> 건립과 관련된 설명회가 열리기에 이르렀다. 이 자리에서 이우환 작가는 “대구에 지어질 미술관은 세계를 빛낼 것”이라며 건립에 긍정적인 뜻을 밝혔다. 이러한 태도는 얼마 전 신문에 보도된 그의 입장과 달라진 결과이므로, 번복된 그 속사정에 긍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이우환미술관을 둘러싼 논쟁은 지역에서 현대미술과 정통미술, 정치적 진보와 보수, 미술 전문가 집단과 일반 시민이 등 합종연횡하는 양상을 띠면서 더욱 복잡해졌다. 반대 측 입장은 “지역 출신 이인성 화가의 미술관도 못 짓는 마당에 엄청난 돈이 들어가는 이우환미술관이 웬 말”이라는 구호에 집약 표현돼 있으며, 찬성 쪽은 “이우환 개인의 미술관이 아니라 세계 최고의 미술가들이 한자리에서 만나는 장”이라는 논리를 내세워 지금 건립하지 못하면 다시는 기회가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문제는 결국 대구시장으로 상징되는 외부의 중재나 개입으로 일단락될 것으로 보이지만 건립 여부 결정은 여론이 가라앉아 무관심으로 돌아설 때까지 시간을 끌 것이 분명하다. 또한 다음 선거 혹은 차기 인사 승진이나 선출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정치인, 행정가, 예술 이익단체장 등은 찬반 양 진영 가운데 자신들의 입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쪽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보상책을 지금부터 궁리하는 게 괜찮은 출구전략일지도 모른다.
대구=윤규홍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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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2)

강암의 문인화 정신을 엿보다

<강암 송성용 선생 탄신 101주년 기념 특별전>

<강암 송성용(1913~ 1999) 선생 탄신 101주년 기념 특별전>이 9월 18일 개막해 10월 12일까지 전북도립미술관에서 계속된다. ‘강암(剛菴)은 정신이다’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 특별전에는 전주 강암서예관 소장 작품 77점과 개인 소장작 58점 등 135점이 전시되었다.
강암 선생은 김제시 백산면 상정리 요교마을에서 태어나 부친 유재 송기면(宋基冕 1882~1956) 선생으로부터 유년 시절부터 한학과 서예를 배우고, 중국의 여러 법첩과 한국의 갖가지 서예 자료는 물론 화보를 중심으로 그림을 익혀, 전서, 예서, 해서, 행서, 초서 등 5체와 사군자와 소나무, 연, 파초 등을 주요 소재로 하는 독자적 문인화를 개척했다. 강암은 안분(安分), 본립이도생(本立而道生, 근본이 서야 방법이 생긴다), 이검양덕(以儉養德, 생활을 검소하게 하여 남에게 덕을 베풀자), 법고창신(法古創新, 옛것을 본받아 새로운 것을 창조(創造)한다)을 좌우명으로 삼고 왕성한 창작활동을 했다.
전시는 5개의 주제로 기획됐으며 주제별로 작품을 묶어 4개의 전시실에 분산 배치했다. 제1전시실은 ‘삶이 아름다워 예술이 더욱 빛나다’라는 주제로 소박한 삶을 살았던 강암의 의복, 붓, 벼루, 서신 등 유품을 모았다. 제2전시실은  실용적 서사를 위한 서예와 예술적 표현을 위한 서예 사이를 가늠해보는 ‘서사(書寫)와 서예(書藝) 사이’와 강암의 전서와 초서를 프리미티비즘과 추상표현주의와 연계시킨 ‘원시주의와 추상주의 서예’라는 두 가지 주제 아래 작품을 서보였다. 제3전시실에서는 ‘교감(交感)의 창(窓)’이라는 주제로 특별한 일을 기념하거나 위로할 때 받는 사람의 이름까지 써서 낙관을 하는 쌍낙관(雙落款) 작품을 한곳에 모았고 제4전시실에서는 ‘문기(文氣)를 그리다’라는 주제로 강암의 문인화를 선보였다.
개막식에는 김병기 전북대 중어중문학과 교수가 ‘강암 한·중·일 삼국서예의 화이부동 (和而不同)과 강암서예의 정신’을 주제로 특강을 했다.
전주=최정환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