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TOPIC | GUANGZHOU The 1st Asia Biennial and The 5th Guangzhou Triennial

최근 ‘아시아’라는 키워드는 서구에 대항하는 배타적인 개념이 아니라 동시대 글로벌 현상과 밀접하게 연동되며 다양한 시각을 제공하는 또 다른 움직임으로 주목받고 있다. 중국 남서부 광둥성의 성도(省都)인 광저우에 위치한 광둥미술관에서는 기존에 진행해온 <광저우트리엔날레>와 더불어 <아시아비엔날레>(2015.12.11~4.10)를 새롭게 개최했다. 이번 행사에는 17개국 50여 명의 작가가 참여해 지리적, 역사적 정의를 뛰어넘은 아시아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안했다.

아시아비엔날레가 의미하는 것

이슬비 본지 기자

중국 남서부에 자리 잡은 해양도시 광저우는 베이징, 상하이에 비하면 미술 관련 기관, 갤러리도 많지 않고, 새로운 미술에 대한 활동도 미미한 편이다. 하지만 이곳은 고대부터 해양실크로드의 거점이자, 중국이 영국의 끈질긴 통상 요구에 따라 외국에 개방한 최초의 개항장으로 서구 근대 문물을 가장 먼저 받아들이는 창구 노릇을 했다. 현재는 베이징, 상하이와 더불어 중국을 대표하는 도시이자 국제 무역 중심지 역할을 맡고 있다. 홍콩과 바로 인접한 지역에 위치하며 이른 시기부터 서양 문화를 받아들여 서구와 대결하는 장소이자 근현대 혁명의 발상지로서 앞으로 광저우 현대미술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광저우 현대미술의 대표 기관인 중국 광둥미술관(Guangdong Museum of Art)이 기획한 <제1회 아시아비엔날레/제5회 광저우트리엔날레>가 지난해 12월 11일 개막해 올해 4월 10일까지 계속된다. 1997년 개관한 광둥미술관은 2002년부터 광저우트리엔날레를 네 차례 개최했다. 이번에는 제5회 광저우트리엔날레이자 동시에 이번에 처음 열리는 아시아비엔날레를 통합한 행사로 진행됐다. 광둥미술관 뤄이핑(Luo Yiping) 관장은 “지금까지 미술 담론이 서구 중심으로 주도된 상황에서 아시아의 역사적 배경과 문화적 경험을 아시아의 관점으로 해석하는 비엔날레가 필요하다”며 이번 행사의 개최 사유를 밝혔다. 그의 발언에는 광저우가 아시아비엔날레를 통해 21세기 해양 실크로드의 중심이자 문화예술 허브로 발돋움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되어 있었다.
이번 비엔날레는 전시라는 하나의 축과 심포지엄과 세미나라는 학술적 행사가 또 다른 축으로 구성되었다. 미술관은 아시아에 관한 담론적 기반을 다지기 위해 2013년부터 국제적으로 활동하는 각국의 큐레이터 50여 명을 초청해 수차례 큐레이터 포럼과 국제 학술대회를 진행하며 아시아비엔날레의 당위성을 검토하고 이를 확립하고자 힘써왔다. ‘아시아 타임(Asia Time)’을 중심 주제로 내건 이번 행사는 ‘월드 타임(Wolrd Time)’으로 대변되는 서구적 시간에 대비되는 개념을 제시했다. 서구적 속도의 미학, 선형적 발전 개념에 대립되는 동양적 관조와 멈춤의 미학, 비진화론적 회귀의 지혜로 풀이할 수 있다. 행사에 참여한 많은 학자와 큐레이터들은 아시아 타임은 아시아의 독자적인 시간성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월드 타임과 긴밀한 연동관계 속에서 파악되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전시는 장칭(Zhang Qing) 중국국립미술관 학예연구부장, 헹크 슬래거(Henk Slager) 네덜란드 위트레히트 비주얼아트 및 디자인 대학원 원장, 김홍희 서울시립미술관장, 우테 메타 바우어(Ute Meta Bauer) 싱가포르 현대미술관장이 큐레이터로 참여했다. 헹크 슬래거는 월드 타임과 아시아 타임의 관계에 초점을 맞춰 동양 출신 작가, 서양 출신 작가의 구분을 넘어 시간성 자체에 대한 성찰을 보여주는 다양한 작업을 선보였다. 특히 뉴욕에서 거주하며 활동 중인 사라 지(Sarah Sze)는 신문 1면과 마지막 면에 등장하는 기사 사진을 자연 풍경 이미지로 대체하고 다양한 일상용품을 사용한 설치작업 <달력 시리즈(Calendar Series)>를 출품해 시공간을 인식하고 측정하는 방식에 관해 의문을 던졌다. 장칭은 그룹 Big Dipper, 페이융메이(PEI Yongmei) 등 특별한 주제는 없지만 현재 중국 미술계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작가를 중심으로 급격한 변화 속에서 빠르게 도약하는 중국 미술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우테 메타 바우어는 아시아 역사의 다양한 순간을 담은 5명의 작가/팀이 꾸미는 퍼포먼스를 선정해 이번 행사 폐막식에 선보일 예정이다. 김홍희 관장은 ‘아시아’와 ‘여성’을 서구 역사와 부계(父系) 문명에 기재되지 않는 비가시적 타자로 범주화하고, 이 둘의 애매모호한 특성에 내재된 전복적인 힘을 포착해 아시아 페미니즘을 재해석한 큐레이팅을 선보였다. 이 기획은 지난해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 <동아시아 페미니즘 : 판타시아전>에 압축적으로 선보인 것으로 국내 전시가 외국 미술관에 수출된 사례로 손꼽힌다.
특히 작가 함경아는 서양미술에서 가장 유명한 명화 <모나리자>를 매개로 탈북자들의 문화적 차이에 대한 경험을 인터뷰로 풀어낸 작업을 선보였다.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등 북한의 지도자 이외에 누구의 초상화를 그리는 것이 금지된 북한이기에 모나리자에 대한 개념은 쉽게 수용되기 힘들다. 작가는 서양 고전풍의 복식을 입은 탈북자들이 모나리자와 비슷한 포즈를 취하며 남북을 벗어나 새로운 영역에서 자신의 심경을 드러내도록 유도함으로써 현지의 주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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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민쥔 <묵의(Ink Shirts)> 혼합재료 2015 미술관 중정 계단에 먹물이 묻은 붓으로 칠한 셔츠를 걸어 거대한 구조물을 만들었다. 이 작업은 중국 동시대 미술에서 전통 문화와 사회주의 문화의 복합적인 관계가 어떠한 심리효과로 작용했는지 이야기한다.

아델 아비딘  비디오 16분2초 2015 작가는 팝 문화의 아이콘인 마이클 잭슨의 부활을 가정하는 가상 인터뷰를 통해 글로벌 시대 동시대 문화 전반을 지배하는 담론을 비판적으로 점검한다. Courtesy of the Artist, Work commisioned by Qutar museums Authority

아델 아비딘 <마이클> 비디오 16분2초 2015 작가는 팝 문화의 아이콘인 마이클 잭슨의 부활을 가정하는 가상 인터뷰를 통해 글로벌 시대 동시대 문화 전반을 지배하는 담론을 비판적으로 점검한다. Courtesy of the Artist, Work commisioned by Qutar museums Authority

‘아시아’라는 또 하나의 흐름
그러나 이번 비엔날레는 중국 특유의 검열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미술관 측은 이번 행사가 민감한 문제를 일으키지 않도록 출품작에 자체 검열을 시행한 것이다. 일상의 오브제들과 유사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파격적인 퍼포먼스를 통해 통상적인 성의 개념을 해체하는 작가 정금형의 <피트니스 가이드>는 외설적이란 이유로 퍼포먼스가 금지되어 설치와 영상작품만 선보였다. 또한 한국 입양아 출신 네덜란드 여성작가 사라 반 더 하이데(Sara Van Der Heide)의 프로젝트 <독일 평양 열람실 및 정보센터>는 제대로 된 홍보 없이 조용히 공개됐다. 주최 측이 남한과 북한, 중국과 북한 사이의 민감한 관계를 우려했기 때문이다. 작가는 전시기간 동안 쑨원도서관 3층에 있는 광저우 괴테 인스티튜트를 평양의 독일문화원으로 탈바꿈시켰다. 작가는 2004년 개관했다가 북한 정부의 압박에 의해 2009년 폐쇄된 평양 독일문화원 소장 도서색인카드와 동독의 서기장 에리히 호네커(Erich Honecker)와 김일성의 교류 문서, 세계 169곳에 있는 독일문화원 주소가 찍힌 괴테의 명함 등을 선보임으로써 서구 중심의 보편주의와 아시아의 상이한 맥락을 드러냈으며, 이와 관련해 분단과 통일, 남북한의 경계를 다룬 작가 10명의 작품을 함께 소개했다.
글로벌리즘 확산 이후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열린 비엔날레급 대형 미술행사들은 국제적이고 보편적인 동시대 미술을 확산시키는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최근 아시아 지역에서는 아시아의 특수성에 집중하는 흐름이 눈길을 끌고 있다. 물론 이 같은 흐름은 최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의 경제적인 급성장을 배경으로, 글로벌 맥락에서 아시아가 중요한 이슈로 대두되는 현상을 반영한다.
아시아는 더 이상 지리적 범주로서 구분되거나 서구에 대항하는 정치적 개념으로 기능하지 않는다. 아시아를 하나의 구호처럼 피상적으로 접근한다면 이것은 상상 공동체에 불과할 것이다. 하지만 아시아에 관한 탐구는 공동의 역사와 문화적 경험을 공유한 아시아가 자발적인 목소리를 모아 아시아의 다양한 가치를 함께 고민하고, 연대의 장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 할 수 있다.
다시 이번 행사 이야기로 돌아가서, 한 미술관에서 비엔날레급 행사를 하나만 진행하는 것만으로도 쉽지 않을 텐데 앞으로 비엔날레와 트리엔날레를 동시에 진행하겠다니 다소 무모해 보이기까지 했다. 비엔날레는 2년에 한 번씩, 트리엔날레는 3년에 한 번씩 열며, 두 행사가 겹치는 해에는 이번처럼 연합전으로 개최하겠다는 계획이다. 광둥미술관의 경우 1년에 60회의 전시가 열릴 만큼 국제적인 규모의 블록버스터전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열리고 있다. 비엔날레가 우후죽순 탄생과 소멸을 반복하는 중국의 현실에서 앞으로 이 미술관의 행보를 지켜볼 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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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융메이 <듀얼 타임 No.2> 캔버스에 유채 2015 급격한 정치, 경제, 문화적 변화와 맞물려 다양한 충돌과 모순을 경험하는 중국의 현재적 상황을 대변한다.

 

 

CRITIC 백현진 들과 새와 개와 재능

PKM갤러리 1.27~2.27

진휘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자유분방한 표현, 활달하고 거침없는 터치, 다양한 이미지의 조합, 강렬하고 경쾌한 색감 등으로 설명되는 백현진은 인디밴드를 이끌었던 대표적 홍대키드이다. 조소과에 입학했으나 대학교육 대신 주변의 젊은 문화에 관심을 가진 그는 실험성이 강한 어어부 프로젝트를 결성하면서 음악과 미술을 넘나드는 재능을 보여주었다. 최근 회화작품 위주로 활발하게 전시를 이어가는 백현진은 여전히 영화 음악가이자 작곡가, 연주자로 활동한다. 이런 이력은 그를 동시대 대중문화의 이단아, 융합・통합적 문화제작자의 표상이자 예술의 미래를 보여주는 캐릭터로 이해하게 만든다.
이번 PKM갤러리 개인전에서 그는 회화를 20여 점을 보여주는데, 대부분 앞서 서술된 보편적인 평가에 부합하는 모습이다. 모든 사물과 대상으로부터 거리를 두는 듯 보이는 무심함과 동시에 내면을 관찰하는 감성적이면서도 감각적인 성향이 잘 배합된 작품들은 다소 현란한 제목과 함께 전시되었다. SNS에 익숙한 관객들에게 그의 작품은 ‘회화로 그려낸’ 일상이자 수다의 소재들로, 심각하지 않지만 가볍지도 않은 내용들이다.
이런 동시대성을 갖는 그의 회화 안에는 의외로 20세기의 미술 사조들이 숨어있다.
초현실주의 작가로 미국에 이주, 추상표현주의를 태동시킨 아쉴 고르키가 보여준 유기체의 생명감이 부각되기도 하고, 활달한 브러시 워크와 대담한 구성은 추상표현주의의 액션페인팅과 색면추상의 특성을 드러내기도 한다.
또 추상적이거나 초현실주의적인 스타일 위에 일상에서 만나는 이미지들과 글자, 기호로 치환된 실루엣의 오브제가 섞여서 그의 작품은 팝아트 이후 익숙해진 대중적인 회화의 범주도 만족시킨다. 한마디로 백현진의 작품은 초현실-추상-팝(sur-abstract-pop)이 융합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그림을 완성한 후 붙인다는 긴 구절의 제목들은 작가의 심리적 상황을 따라가면서 작품을 개인적인 기록으로 제시하려는 의도를 반영하는데, 상황을 재치 있게 풀어낸 표현과 다소 긴 구절들은 인터넷 시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백현진 작품은 이런 다면적인 형식과 전통적인 미술의 역사를 개인적이고도 기록적인 대상으로 치환하고 오늘날의 친근한 어법으로 전환시킨다는 점에서, 동시대 문화 전반을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혼성모방과 다양한 레퍼런스 안에서 편집자로서의 ‘자기’를 드러내는 것은 현대 예술인에게 가장 익숙한 선택 방식이다. 단일한 어떤 것으로도 환원되기 어려운 복합성과 이질성의 공존은 그가 다른 장르의 예술에서도 추구하는 개별적이면서도 실험적인 성격과도 관계있다.
동시에 그를 둘러싼 환경에 존재하는 소비적인 소통방식, 첨단 기술과 욕망 안에서 개인이 느끼는 불안과 불편함, 또는 슬픔과 어두움에 대한 명상이 투영된다는 점에서도 형식과 내용, 제목의 결합이 설득력을 갖는다.
그런데 그의 개성 있는 활달한 터치, 산만하게 느껴질 정도의 스펙트럼 넓은 색의 사용, 소소한 디테일이 이번 전시에서는 밀도 높게 구현되지는 못한 듯 보인다. 구도의 무게와 구성의 전형성에 갇힌 그림은 자유로운 에너지를 발산하는 데 주저하는 듯하고, 화면 안에서 중심과 주변 간의 조화와 균형에 의존함으로써 소통을 유발하는 무수한 촉수를 잃은 듯한 모습도 보였다. 전달력을 잃지 않기 위한 자기경계의 확장이나 해체가 다시 한 번 진행될 수 있을지 주목해본다.

위 백현진 <어떤 동물에게 도구로 인식되기 이전의 물질>(가운데) 캔버스에 유채, 그래피티 2015

 

CRITIC 주도양 Insect Eyes

사비나미술관 1.15~3.18

장정민 미술비평, 한국사진문화연구소 연구원

주도양은 그동안 세계를 시각적으로 인지하는 다양한 방식을 제시해왔다. 그의 작업 대부분은 인간의 눈이 인지하는 방식과는 다르게 변주되어 있었다. 특히 둥근 원 안에 세계를 욱여넣은 것 같은 작업 방식은 언젠가부터 그의 대표적 기법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래서 <곤충의 눈- 시선의 기원>이라는 전시 제목은 그가 이번에는 곤충의 입장이 되어 세계를 재현했으리라 쉽게 짐작하게 한다. 문제는 곤충의 눈으로 본 세계를 재현한 이 ‘충감도(蟲瞰圖)’가 단지 또 다른 방식의 시각적 재현의 실험에 그치고 말았는지, 아니면 ‘보는 행위’와 관련된 의미 있는 문제를 제기했는지 살펴보는 일이다.
우선 주도양의 이번 작업은 인간중심적 사유 방식을 돌아보게 한다. 그의 작업이 단지 세계를 인지하는 다양한 방식들을 제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사실 지금까지 그의 사진을 수식하는 데 가장 빈번하게 사용된 말은 아마 ‘왜곡’이라는 단어였을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시각적 왜곡은 관객들에게 일종의 감각적 유희를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그의 관심은 왜곡을 통한 유희의 생성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시각적 왜곡’ 그 자체가 아닌 ‘본다는 것’, 즉 ‘시각적 인지’라는 개념 자체에 대한 문제의식이 항상 중심에 자리하고 있었던 것이다. 특히 이번 전시는 그의 작업 전반을 수식하던 ‘왜곡’이라는 말 자체가 얼마나 인간중심적인 것인지를 명확하게 드러낸다. 온통 일그러진 모습을 하고 있지만, 그것이 만약 곤충이 본 세계의 실상이라면 그것을 과연 왜곡된 것이라고 할 수 있는지 묻고 있다. 다시 말해 왜곡이란 말은 언제나 인간이라는 관찰자를 기준으로 삼아 사용될 뿐이며, 곤충의 입장에서는 인간의 시각적 인식이 왜곡된 것으로 전도될 수 있음이 드러나는 것이다.
더 나아가 주도양의 이번 전시는 융복합 매체로서의 사진에 대해 살펴볼 기회를 제공한다. 일차적으로 이번 전시는 예술과 과학의 융복합적 양상을 드러낸다. 실제로 그는 곤충의 시각적 인지 방식을 재현하기 위해 여러 곤충학자를 만났다. 이를 통해 곤충의 눈이 지닌 낱눈과 겹눈의 구조를 이해하고 그것을 사진 촬영에 적용하기 위해서였다. 좀 더 자세히 말해, 카메라 렌즈의 화각을 결정하고 기준점으로부터 몇 장의 사진을 찍을 것인지를 결정하는 일로부터, 핀홀 카메라의 제작을 위해 카메라로 사용될 원통에 몇 개의 구멍을 얼마만한 크기로 뚫을지 결정하는 일까지 ‘충감도’의 조건을 만족시키기 위해 그는 생물학에 많은 부분을 빚지고 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전시에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융복합적 특성일 뿐이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번 전시가 사진이라는 매체 자체가 지닌 융복합적 특성을 드러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주도양은 전시장 내에서 사진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원리를 체험해 볼 수 있도록 했으며, 이는 사진이 광학과 화학의 만남을 통해 비로소 탄생할 수 있었음을 깨닫게 한다. 그리고 이러한 깨달음은 이차평면에 인화된 이미지만을 가리켜 사진이라 하지 않는다는 인식으로 곧장 이어진다. 실제로 이번 전시와 동시에 발행된 책을 통해, 그는 ‘빛’의 작용을 이용한 것을 모두 사진이라고 보며, 메인보드 기판, 인쇄활자, 장판의 나무 무늬, 꽃무늬 벽지 등 다양한 형태로 사진이 활용되고 있다고 말한다.(주도양, 《곤충의 눈-시선의 기원》, 사비나미술관(2016.1), pp.192~193.) 다시 말해 사진은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될 수 있는 융복합적 성격을 이미 배태하고 있음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이번 전시는 ‘인간’이 ‘카메라’라는 도구를 빌려 ‘곤충’의 시각을 모방해 본 것에 불과하다 말할 수도 있다. 그것은 인간의 시각도 아니요, 곤충의 시각도 아니며, 결국 카메라의 시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시도를 단순한 모방으로 깎아내리는 것은 지나치다. 여기에는 분명 생물학적 근거, 작가의 상상력, 그리고 사진의 기계적 성질 등이 하나로 뭉쳐져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여기에는 인간과 곤충의 사이를 매개하는 수단이자 예술 작품의 생산 도구이기도 한 다재다능한 사진이 있다.

위 주도양 <LotusⅢ, Ⅱ> (왼쪽) C 프린트 2016

CRITIC 이주리 미끼대왕

갤러리 2 1.28~3.12

박경린 독립 큐레이터

이주리의 환상의 세계는 평면에서 시작해 공간으로, 애니메이션으로 그리고 다시 평면으로 향하는 실험 안에서 형태를 변화하며 모습을 드러내왔다. 그간의 작업에서 사회 구성원으로서 한 개인이 직면하는 부조리, 그 속에서 드러나는 개인의 감정, 그리고 작가의 개인적 경험이 충돌하는 지점을 시각적인 형태로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를 집중적으로 다루어왔다. 딱 잘라 정의하기는 힘들지만 암묵적인 형태로 존재하는 올바름에 대한 기준에 왠지 모를 불편함을 느끼고 틀 속에 오롯이 자신을 끼워 넣을 수 없었던 순간에서 비롯된 감정의 틈은 점차 확장되어 상상하는 어떤 세계-마치 디스토피아를 배경으로 하는 환상의 세계와 같은-에 곁을 내어주는 매개가 된다.
이주리의 두 번째 개인전 <미끼대왕>은 이러한 매개, 다시 말해 이질적인 두 세계가 만나는 틈을 낚는 미끼가 되고자 하는 작가의 욕망을 투영한다. 지그문드 프로이트가 햄릿 속 플로니우스를 빌려 언급한 “진실이라는 잉어를 낚아 올리는 허구적 미끼”로 정의된 환상성에 대한 정의는 작가가 전시장에서 보여주게 될 자신의 환상 세계에 대한 은유다. 동시에 윌리엄 골딩의 소설 《파리대왕》에서처럼 개인의 경험을 넘어 수많은 이분법적 대립이 충돌하는 무대로 이끌고픈 의지가 담겨 있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품들은 작가의 첫 번째 개인전 <다크 판타지>에서보다 색은 더 대담해졌고, 회화의 숨은 층은 늘어났으나 화면 그 자체는 보다 추상적으로 환원되었다.
전시장에서 처음 마주하게 되는 <골무인간 서식지>(2016)는 색에 관한 작가의 변화된 태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형광노랑색의 배경에 빨강색 선이 그어진 오브제들과 여타의 회화 이미지들로 채워진 그림이다. 지금까지 흑백을 주조색으로 하는 드로잉과 회화적 표현을 통해 비정형의 세계에 대한 탐닉을 보여주던 작업과는 확연히 대비된다. 색이 주는 강렬함은 뒤이어 선보이는 다른 작업에서 원색의 강렬한 대비를 통해 확장된다. 색의 충돌 속에서 물속에 가라앉았던 물건이 떠오르듯 회화 속 각 요소들은 형태를 가지되 이야기의 서사성은 거세되어 있다. 첫 번째 개인전에서 선보였던 드로잉 속 요소들, 부지불식간에 떠오르다가 사라진 이미지들을 자유연상법, 그리고 작가 개인의 집적된 자료들 속에서 추출했다. 이로써 이야기는 분절되고 작가가 의도하는 이야기를 관람객이 따라가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지 단위별로 보이거나 충돌되거나 관람객이 스스로 조합하거나 혹은 화면 그 자체만 남도록 한다. 관람객이 화면 앞에서 자기만의 상상으로 부족한 이야기를 채워 만들어내거나 회화가 만들어내는 이미지의 환영 그 자체에 보다 집중하게 하는 것이다.
비록 상상의 세계이지만 어디에 있든 그것은 적어도 작가에게만큼은 존재하는 세계다. 이전에 작가는 공사장, 꿈, 다크라이드와 같이 특정한 내러티브나 현실에 기댄 공감각적 경험을 통해 설명되지 않는 경험, 감정, 상상의 잉여물들을 설명하려 했었다. 그러나 이번 전시에서는 화면 안에서, 평면 그 자체로, 어떠한 이야기의 힘을 빌리지 않고 오롯이 상상의 세계를 통해 본인이 전달하고자 하는 부조리함의 세계로 미끼를 드리운다. 그것은 환상이자 곧 현실이다.

위 이주리 <골무인간 서식지>(오른쪽) 캔버스에 아크릴, 펜 2016

CRITIC 노순택 Dance of Order/Really Good, Mur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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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43 인버네스 스트리트 갤러리에서 열린 노순택 개인전 광경 아래 피츠로비아 갤러리에서 열린 노순택 개인전 광경

런던 43 Inverness Street 1.28~3.12/The Fitzrovia Gallery 1.21~2.26

임근혜 서울시립미술관 전시과장

2013년 북한의 미사일 발사 위협으로 한반도에 긴장감이 절정에 달하던 당시, 영국 BBC의 한 시사프로그램 기자가 대학생 방북단의 지도교수로 위장한 채 평양을 취재하여 논란을 일으킨 사건이 있었다. 취재가 발각될 경우 학생들이 위험에 빠질 수 있었기에 거센 항의가 이어졌음에도 불구하고, 프로그램은 논란만큼이나 시청률도 높아서 평소보다 약 70% 상승한 역대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텅 빈 공장과 병원, 기아 상태의 어린이들의 모습과 신으로 추앙받는 김일성과 후계자들의 모습 그리고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 장면을 남한의 부유하고 자유로운 모습과 번갈아 보여준 30분짜리 프로그램은 서구 언론이 북한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재현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이처럼 지극히 제한적인 시각에도 불구하고 북한을 비롯한 한반도의 정치적 상황은 ‘잠입 취재’ 등 약간의 흥미 요소를 곁들인 채 센세이셔널리즘으로 소비되곤 한다.
재영(在英) 큐레이터 이정은의 기획으로 런던시내 두 개의 갤러리에서 동시에 열린 노순택 사진전은 이처럼 제한된 정보와 검열로 왜곡되고 변질된 채 인식되는 북한의 이미지와 남한 속의 일상화된 정치적 폭력을 동시에 보여줌으로써 남북한이 “두 개의 무대에서 공연되는 하나의 무용처럼 상호 공존을 반영”하는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전시는 이미 한국과 독일 그리고 스페인에서 선보인 바 있는 작가의 대표작 시리즈 중 일부를 선별하여 소개한다.
43 인버네스 스트리트 갤러리는 북한이 대외 선전용으로 자랑하는 호화롭고 일사불란한 매스게임과 어둠 속에 홀로 빛나는 주체사상탑을 담은 <붉은틀>과 미군 주둔을 둘러싼 공권력과 주민 간의 대치상황을 군사시설인 레이돔과 정찰헬기를 통해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얄읏한 공>과 <블랙후크다운>로 구성된 한편, 피츠로비아 갤러리 전시는 살인 기계를 자랑스럽게 과시하는 남한의 국군의날 행사를 다룬 <좋은, 살인> 및 연평도 포격 사건 당시 화제가 되었던 안상수의 발언에 관한 <잃어버린 보온병을 찾아서>로 구성되었다. 남북한이 서로를 의식하고 자신을 표상하는 방식은 상호 유사하며, 극한의 이데올로기 대립과 군사 대치 상황 속에서도 체제 유지를 위해 서로를 필요로 한다는 불편한 진실을 아름다우면서도 블랙코미디적인 이미지를 통해 역설적으로 전달했다.
이처럼 파편화된 기억을 정치적 역사적 맥락으로 엮어내는 작가의 통찰력은 언어보다 강력한 이미지의 힘으로 한국의 상황에 익숙지 않은 영국인들을 매료시켰다. 갤러리와 런던대 SOAS에서 열린 아티스트토크에서는 전쟁 이후에도 여전히 분단이라는 정치적 상황이 지배하는 한반도의 일상과 남북한의 관계처럼 정치적 생존을 위해 적을 필요로 하는 상황이 지구촌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는 테러와 분쟁의 근본적인 원인과 맞닿아 있다는 사실과도 통하기 때문이다.

 

REVIEW

영상과 물질
경기도미술관 2.2~4.3

이 전시의 부제는 ‘1970년대 일본의 판화’다.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 14명의 작품을 선보이고 특히 판화를 통해 일본 아방가르드의 한 줄기를 살펴보고자 한다. 당시 이미 국제적인 양식을 구축한 일본 판화를 일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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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돈_송은아트큐브 (1)

정영돈 개인전
송은아트큐브 1.26~3.9

작가는 이번 전시 <의아한 산책>에서 지난 5년간 거주지인 파주 부근에서 발견한 다양한 사물 및 인물을 다룬 사진작업을 통해 군사지역이자 재개발 지역으로 규정된 파주의 특수성보다 도시 안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현상과 변화를 조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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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채강

전채강 개인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인사미술공간 2.19~3.19

‘밤의 아리아’로 명명된 부제가 아니더라도 조명탄 터지는 바다 이미지가 2014년 세월호 사고의 아품을 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사고와 관련한 이미지와 영상을 채집하여 망각 속으로 침잠하려는 당시의 상황을 현재로 소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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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혜진

조혜진 개인전
자하미술관 옆 터 2015.12.24~2.28

작가는 철거지역에서 수집한 나무 창틀에 홈을 파고 벽돌무늬를 새겼다가 태우기를 반복해 그곳에 살았던 사람들의 삶의 흔적을 지운다. 평창동이 내려다보이는 공터에 지워진 삶의 흔적을 복원하고 새로운 생명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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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원_플레이스막 (2)

박정원 개인전
플레이스막 2.12~22

여성의 은밀한 장소 탈의실 또는 남녀가 부둥켜안고 춤추는 장면 속에서 여성의 몸을 주목한다. ‘슬픈 몸’으로 명명된 이번 전시는 여성의 다양한 몸짓에 내재된 욕망과 좌절, 분출 등의 미묘한 감정이 특유의 필치와 뒤섞여 애잔함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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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림_메타포 (1)

신현림 개인전
갤러리 메타포 2.11~18

시인이자 사진가로 활동해 온 작가는 신간 《미술관에서 읽은 시》을 내고, 여행하면서 틈틈이 찍은 미술관 속 작가의 흔적과 사과로 <미술관 사과전>을 열었다. 사진을 통해 예술의 의미를 생각하고 그 근본을 성찰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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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2016 예감
선갤러리 2.25~3.17

갤러리가 발굴해 올해 주목받을 6명의 작가를 소개하는 전시. 남재현 문선미 문호 오상열 이상원 이영지가 참여했다. 이 전시는 올해 4번째를 맞이했다. 특히 올해는 나이에 제한을 두지 않아 다양한 작가의 작품성을 드러내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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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중

김범중 개인전
자하미술관 1.27~2.29

두꺼운 장지에 정교한 필체로 선을 그어 최소한의 재료에 집중하는 작가 김범중의 개인전. 연필로 그은선들이 겹겹이 쌓여 만들어낸 시간의 중첩 속에서 한지 특유의 질감 변화를 느낄 수 있다. 이를 통해 촉각적인 시선을 자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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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국

수평이동
탈영역 우정국 2.12~24

남민지 이슬기 임유정 허연화 4명의 작가가 참여한 이 전시는 반지하와 옥상에 작업실을 잡았던 작가들이 동일한 공간에 모여 일으키는 파열음을 담으려 했다. 각 작가가 작업실이라는 공간에서 받은 영향이 보이지 않을 듯 보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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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호전 (1)

문화적 대화
갤러리 LVS 2.16~3.5

한국과 오스트레일리아 작가 14명이 참여한 이 전시는 작품과 더불어, 그들의 심도있는 인터뷰도 만날 수 있다. 모두 자국에서 근현대미술사에 큰 획을 그은 바 있는 작가들이 참여한 이 전시는 3월부터 오스트레일리아에서도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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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정은 (2)

심정은 개인전
서울시립미술관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2.17~23

2개의 전시장으로 구성된 이번 전시의 타이틀은 ‘꿈꾸는 방’으로 명명된 바, 나무 위에 채색된 다양한 부조작업과 설치작업이 출품됐다. 작가는 불확실성과 불안에 사로잡힌 현대인이 꿈을 통해 치유받을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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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영김강자

박소영 개인전
갤러리 아띠 2.2~15

작가에 의하면 전시의 부제인 ‘아홉 혹은 아홉아닌(九不像)-려(麗)’은 작가의 첫 개인전 주제인 ‘사불상(四佛像)’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전통신앙에 기반을 둔 사불상에 작가의 상상력을 더해 이상적 인간성을 발현하는 새로운 상(像)을 마련한 셈이다.

PRIVIEW

김태수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2.19~6.6

한국 현대미술작가시리즈 건축분야 두 번째 전시로 김태수 개인전을 개최한다. 과천관을 설계한 건축가 김태수의 삶과 작품세계를 조명하는 회고전으로 한국 현대건축 흐름을 짚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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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수

누구에게나 시선은 열려있다
아트센터 화이트블럭 3.4~5.15

최근 몇 년 동안 미술현장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거나 창작에 눈뜬 젊은 작가 권빛샘 김희연 류민지 배윤환 이은새 전병구 전채강 정지현 최수진 최지원이 참여해 젊은 작가가 겪는 성장통을 타개하는 방법으로 자신만의 ‘어떤 시선’을 이야기한다. 각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시선을 공고히 해나가는 10명의 작가가 ‘어떤 시선’에 근거해 펼쳐나가는 내면의 지속적인 실험을 선보인다. 기억과 망각, 의식과 무의식이 엇갈리는 속에서 자기만의 조형언어로 사고와 감정을 표현하는 작가들은 각자 성향과 취향에 따라 보여주는 가능태가 다르지만 시선의 차이보다는 ‘누구에게나 시선은 열려있다’는 가정아래 다양하고 신선한 시각을 보여준다.
배윤환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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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월룡

변월룡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3.3~5.8

<백년의 신화>라는 제목 아래 변월룡의 삶과 예술을 소개한다. 연해주에서 태어난 변월룡은 한국 근현대사의 굴곡을 직접 겪은 역사의 증인으로 소수자이자 경계에 선 자로서 세상과 자기 내면을 향한 시선을 화폭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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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광익_지물

SOMA Insight : 지독한 노동
소마미술관 3.18~5.29

2016년, 소마미술관은 “‘몸’을 매개로 하여 예술과 삶의 관계를 조망하는 미술관”이란 미션을 품고 새로운 시작을 알리고자 사유와 행위의 주체이자 객체인 ‘몸’과 그에 투영된 동시대의 다양한 삶의 모습을 조명한다. 이번 전시 <지독한 노동>은 예술에서 ‘노동’, 특히 신체적 반복성, 수행성, 비합리적 목적성 등을 지닌 예술적 행위의 의미를 고찰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배윤환 서해영 송광익 유봉상 이세경 임선이 정원철 정재철 한영욱이 참여해 오랜 시간의 육체적, 정신적 노동의 결과물인 작품과 작품을 만들어내기까지 준비하고 조사, 수집, 기록하는 등 지난한 작업 과정을 함께 보여준다. 이를 통해 작가가 추구하는 ‘예술과 삶’을 다각적으로 통찰하고 예술이 갖는 노동의 힘과 몸이 갖는 예술적 움직임을 이해하는 기회를 마련한다.
송광익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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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치균

오치균
금호미술관 3.4~4.10

손가락을 이용해 아크릴 물감을 두껍게 쌓아올리는 기법의 풍경화로 잘 알려진 작가 오치균의 개인전. 물감의 텍스처가 주는 촉각적 감각과 풍성한 색감, 작가의 심리가 반영된 작품을 통해 30년에 걸친 작가의 인생 여로를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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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안 대구

10 YEARS OF PASSION LEEAHN GALLERY 2016
리안갤러리 대구 3.2~4.15

2007년 3월 앤디워홀 추모 20주년 기념전으로 개관한 리안갤러리는 10년차가 되는 오는 3월 그 동안의 시간을 되돌아보는 전시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그동안 리안갤러리에서 전시했던 작가들의 작품들과 갤러리 소장품으로 구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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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숙

이은숙
블루메미술관 3.12~6.19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퍼져나간 이산가족, 남과 북 등의 이야기들과 희로애락의 감정을 실과 빛으로 풀어내는 이은숙의 개인전. 작가는 복잡하게 얽혀있는 실처럼 맺거나 풀어야 할 관계의 여러 형태를 통해 삶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는 관계의 본질을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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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트-염지혜

언더 마이 스킨
하이트갤러리 2.26~5.21

양희아 염지혜 윤형민 이동근 이솝 이혜인 전혜림 함혜경이 참여해 젊은 세대가 만들어내는 다양한 서사와 작가들이 구축하고 있는 개인적 신화들을 회화, 설치, 영상 등 다양한 매체로 소개한다.
염지혜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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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민

정희민
프로젝트스페이스 사루비아다방 3.2~31

정희민의 개인전 <어제의 파랑>. 디지털 환경 속에서 생산, 소비되는 이미지가 오늘날 대상을 바라보는 방식과 대상을 향한 욕망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이미지의 조형성을 통해 탐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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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익

조용익
성곡미술관 2.26~4.24

한국 현대추상회화의 시작과 진행 과정을 한 자리에서, 한 작가의 작품 세계를 통해, 한 번에 조망할 수 있는 전시. <조용익, 지움의 비움>은 조용익 화백의 일생을 아우르는 작품세계로 한국 현대미술운동의 역사를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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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보는 공원-김혜나

처음보는 공원
원앤제이갤러리 3.4~5.15

풍경이 가진 익숙함과 생경함을 각각의 캔버스에 칠하거나 지우는 작가 김혜나 박민하 이정민의 그룹전. 3명의 작가는 페인팅 속 확장, 축소되는 공간에서 선과 색을 마주하며 새로운 풍경을 환기 시킨다.
김혜나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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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구

이한구
전주 서학동사진관 3.5~27

유년시절을 시골에서 보냈기에 자연스레 산, 물, 바람과 나뭇가지, 거미줄 같은 것들을 오래, 깊이 들여다보는 것이 습관이 됐다는 이한구의 사진전. 작가는 자신이 보고 듣고 경험하며 체득한 아름다움을 자신의 언어인 사진으로 풀어 사람들에게 다가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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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기

박선기
313아트프로젝트 3.10~4.8

형태와 이미지에 내재하는 존재의 본질을 형상화하는 설치미술가 박선기의 개인전 . 이번 전시는 전시 공간에 대한 이해와 새로운 소재에 대한 작가의 고심이 반영된 작품들로 구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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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민_Gray_Moments_oil_on_canvas_227.3x363.6cm_2014

LAND.IN.SIGHT
스페이스K_과천 3.14~4.29

익숙한 듯 낯선 풍경들에서 모티프를 얻는 두 작가 심우현과 장재민의 2인전. 두작가의 통찰이 내면화 된 풍경의 단편을 통해 일상의 스펙터클을 환기시키며 일상과 풍경을 재인식하고 사유하는 기회를 마련한다.
장재민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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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식

문성식
두산갤러리 3.9~4.2

세상과 그 안을 살아가는 인간에 대한 궁금증과 애정을 화면에 담는 문성식의 개인전. 이번 전시에서는 인물드로잉과 4m내외의 풍경화등을 통해 좋은 일들과 싫은 일들이 뒤섞여 돌아가는 알 수 없는 세계의 풍경과 그 안을 살아가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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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환

주재환
학고재갤러리 3.4~4.6

일상의 사물들과 현상들을 자신의 미학적 공간인 밤의 세계에 옮겨와 그것들을 새로운 감각적 환경에서 재구성하는 주재환의 개인전 <어둠속의 변신>. 이번 전시에서 매일 반복되는 순환의 시간이 단순한 물리적 시간이 아닌 종합적이고 복합적인 밤의 시간임을 경험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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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톤

스텝 드리센
갤러리 바톤 3.11~4.12

시간의 흐름과 낮과 밤의 교차, 계절의 변화 등이 빚어내는 유동적인 상황을 포착해 그려내는 벨기에 작가 스텝 드리센의 개인전. 자유분방하고 과감하며, 주관적 조형 의지에 대한 작가의 이론적 토대가 고히 반영된 신작들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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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수

박혜수
송은아트스페이스 2.23~4.9

자본주의에서 사라지는 개인 삶의 가치에 대해 통찰하는 박혜수의 개인전. 이번 전시 에서는 경쟁사회 속에서 ‘보통’의 삶을 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현대인의 심리적, 사회적 풍경에 대한 조형적 해석을 늘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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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

COLOR YOUR LIFE
대림미술관 2.25~8.21

‘색’을 주제로 동시대를 대표하는 디자이너와 세계적인 브랜드를 소개하는 . 이번 전시에서는 색이 다양한 소재를 이용한 창의적인 디자인과 접목되어 일상을 특별하게 변화시키는 오브제로 탄생되는 과정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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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봉림

최봉림
갤러리 룩스 3.10~27

사진평론가이자 전시기획자, 그리고 작가로서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는 최봉림의 네 번째 개인전 <아름다운 미망인의 봄>. 이번 전시는 풍경 사진의 시간적 내러티브와 존 케이지의 음악으로 구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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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성

이혜성
신한갤러리 광화문 3.17~4.21

화려하게 피어났던 꽃이 시들어가는 건초더미로 변하고 다시 그 자리에서 새로운 꽃이 자라나는 모습을 통해 작가는 생성과 소멸, 그리고 재생이라는 끊임없이 반복하는 시간을 묘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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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하-이재욱

Neue Empiriker 2016
자하미술관 3.4~27

물리적 공간이 가상의 공간으로 변화하고 예술의 의미는 감상에서 참여로 변화하는 시점에서 미디어의 예술적 가능성을 알아본다. 김정한 이재욱 임노아 폴주커가 참여해 서로 공유할 수 있는 가치들에 관한 실험을 펼쳐낸다.
이재욱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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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렁크-윤석남

김혜순브릿지
트렁크갤러리 3.3~29

시와 미술의 장르간 연계를 통해 여성 존재의 내면세계를 깊이 파고들어 여성성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유도한다. 윤석남 박영숙 정정엽 권은선 윤희수 류준화 방정아 김정욱 이피 김미루가 참여해 김혜순의 시를 조형언어로 풀어낸다.
윤석남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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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식

Practice Series 2016
갤러리팩토리 2.20~3.20

남이 신경 쓰지 않는 작은 부분에 오랜 시간 에너지를 쏟으며 자신만의 방법론과 태도를 발전시켜 온 세 명의 장인 김형식 이경수 김대균이 저마다의 키워드를 가지고 사진, 디자인, 건축영역의 구분을 넘는 작업의 방법론을 제시한다.
김형식 작

PREVIEW 2

강용석
부산 고은사진미술관 2.27~5.4

6·25전쟁 이후에 파생된 한국사회의 문제에 천착해온 사진가 강용석의 개인전 <부산을 사수하라>. 이번 전시는 6·25전쟁과 분단이라는 상황이 부산이라는 장소 곳곳에 만들어내고 있는 다양한 풍경을 포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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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끼부탁드려요)이유진

회화 그리고 회화
이유진갤러리 3.18~4.22

독일 신표현주의의 살아있는 두 거장 마르쿠스 뤼페르츠와 A.R.펭크의 2인전. 1960년대 이후 추상미술과 미니멀리즘이 주류를 이루던 분위기 속에서 반추상적 형상을 구축하며 신표현주의라는 미술사의 큰 흐름을 주도한 두 작가의 작품을 통해 독일 현대미술을 깊이 있게 들여다본다.
마르쿠스 뤼페르츠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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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광

조태광
갤러리 파비욘드 3.15~26

작가는 패턴화된 나무로 이색적인 숲과 자연을 구성함으로써 자연과 인공, 원초적 시각과 인간이 만든 시각 사이의 관계를 연구하며, 이를 통해 자연을 지배하려는 인간의 시각을 경계하면서도 유토피아적 풍경에 다다르고자 하는 소망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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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철1

권순철
대구미술관 2.16~5.22

일상에서 흔히 간과하는 역사적 맥락과 추이를 살펴보며 과거부터 현재까지 연속되는 한국 근현대사의 이면을 기억하고자 마련한 전시. 권순철의 60여년 작품세계를 한눈에 관람할 수 있도록 초기 습작부터 최신작까지 폭넓게 구성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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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승

정희승
페리지갤러리 3.11~5.7

대상이 지니는 본질에 대한 연구를 다양한 형태로 작업하는 정희승의 개인전.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어떤 대상을 판단하는 기준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보여주며 언어와 텍스트가 주는 고정된 관념의 한계 극복 방법을 모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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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g)손서현

Ways of Seeing
LIG아트스페이스 3.3~31

우리가 인지하지 못했던 부분을 예술가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포착해 캔버스에 재창조하는 손서현 신창용 작가의 2인전. 평면회화에 현실적으로 만들어낸 비정상적인 이미지를 입혀 우리가 미처 인지하지 못한 세상의 단면을 보여준다.
손서현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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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숙

박영숙
거제 유경미술관/사천 리미술관 3.1~30

박영숙 작가의 개인전 <꿈, 피어나다>.이번 전시에 목화꽃을 몽환적으로 그려낸 ‘내 영혼의 에피슈라’ 연작 21점을 선보여 관람객들에게 꿈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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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욱

류현욱
대구 갤러리 분도 2.29~3.19

류현욱의 개인전 <애도의 숲>. 이번 전시는 뛰어난 관찰력을 바탕으로 사실적인 재현을 하던 작가는 모호한 추상이미지로 변모하는 과정을 담았다. 이 과정에서 안으로부터, 바깥으로부터 받은 갈등을 담은 작품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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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근우,IM GOONOO,cosmos-고고학적 기상도,2016,100F(162.2x130.3cm),Acrylic  on canvas,(160203-01-100F)

임근우
국립춘천박물관 3.7~4.3 외 4곳

사람이 중심이 되는 유토피아를 그리는 임근우가 <춘천 고고학적 기상도>라는 타이틀로 춘천지역 5곳에서 동시에 개인전을 연다. 국립 춘천박물관을 중심으로 춘천문화예술회관과 춘천미술관 3.7~18, 갤러리4F와 춘천 상상마당갤러리에서 3.7~4.6에 걸쳐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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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서

김민서
울산문화예술회관 3.16~21

청정의 상징인 연꽃과 연꽃잎을 소재로 맑고 깨끗한 세상를 그려내는 김민서의 개인전. 작가는 그림을 통한 경이로움의 발견은 마치 자연의 정화기능과 같이 경이로운 경험이라고 생각하며 그 경험을 내면세계와 사회와의 소통으로 발전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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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나-하태범

There,
리나 갤러리 3.8~4.29

실재하거나 실재했던 장소를 내면의 탐색을 통해 새로운 현장으로 재구성하는 신선주와 하태범의 2인전. 두 작가는 실재하는 풍경을 심리적 감성으로 재구성한 비현실적인 공간을 창조하여, 보는 이들에게 간접적으로 공감대를 형성한다.
하태범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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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채민-또_다른_풍경-새디퓨져._100.0x65.1cm_._oil_on_canvas._2015

류채민
아트팩토리 3.10~30

스냅사진처럼 일상의 풍경을 포착해 담담하게 그려내는 류채민의 개인전. 작가는 잔잔한 붓질로 일상과 대상세계를 캔버스에 녹여내고 시적 상상력으로 보는 이의 상상을 북돋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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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철

오만철
통인화랑 3.2~20

‘화가’이자 ‘도예가’인 오만철은 수묵만이 지닌 특유의 깊이와 무한한 여백을 통해 현대인에게 담백한 메시지를 전한다. 이번 전시에 내건 그의 작품들 역시 철저한 장인적인 역량과 심원한 예술정신이 결합된 진정한 만남의 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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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훈

이병훈
드웰 디카페 2.16~3.25

무쇠로 프라모델을 만드는 이병훈의 개인전. 장난감에 담긴 가볍고 유머스러운 이미지를 버리기위해 무쇠로 장난감을 만들며 장난감과 그를 토대로 한 만화에 담긴 심오한 삶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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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현

이우현
갤러리 일호 3.16~29

고요하고 몽환적인 풍경을 그리는 이우현의 개인전. 작가는 긴 화면 속에 현실에 존재하지 않을 듯 한 보라색 숲과 그 숲을 덮고 있는 몽환적인 하얀 안개 뒤편을 잔잔하게 그려내 보는 이의 마음을 부드럽게 어루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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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SUNG CSC

이준일
군산 예깊미술관 3.2~29

이준일의 개인전<군산, 색을 입히다>. 이번 전시에서는 기존 누드작품을 비롯하여 군산의 낯익은 풍경에 여러 가지 색을 입혀 더욱 새롭게 선보이며 오프닝이벤트로 관람객과 함께하는 공개 누드크로키 시연회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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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공)중성지대김선두_作_느린풍경-사이

중성지대-실재와 허상사이
대전 이공갤러리 3.10~23

김선두 민성식 서용인 이만우 이민호 임춘희 전형주 허미자 홍원석이 참여해 ‘실재와 허상’이란 주제에 대해 깊이 사유하는 시간을 갖는다. 전시되는 작품 속에서 그 의미를 확인하는 기회를 갖고자 기획되었다.
김선두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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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광-황규응, 부산항 37.5x54.5cm 종이 위에 수채 1989

황규응
부산 미광화랑 3.18~4.18

자갈치시장, 남포동, 송도, 금정산, 을숙도 등 부산 근교의 다양한 정경을 화면에 옮긴 수채화작가 황규응의 회고전. 향토성에 바탕을 두고 자연스러운 구도로 소박하고 어눌한 필치로 그려낸 부산의 풍경을 만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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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hm-이상용

내가 보는 공간
UHM갤러리 3.10~31

젊은 새내기 작가들과 함께 성장하고자 기획된 신인작가 6인의 단체전 <내가 보는 공간>. 에너지 넘치는 20대 신인작가들이 자기만의 색으로 공간에 대한 신선한 이해를 펼쳐낸다.
이상용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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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근2

전영근
부산 갤러리 조이 3.9~4.9

여행과 길, 그리고 자동차를 테마로 작업하는 전영근의 개인전. 일탈을 꿈꾸면서도 현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욕망과 목표에 쫓기며 숨 가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잠시 여유와 행복을 느끼며 자신을 돌아볼 수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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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마중-에밀리영

봄마중
부산 갤러리 마레 3.3~19

서둘러, 마음으로 자연으로 다가오는 봄을 맞이하여 화사한 분위기의 작품들을 모은 전시. 봄꽃처럼 피어오르는 아름다운 작품들 앞에서 관람객은 이미 봄을 맞이하는 봄처녀의 마음을 느낄 것이다.
에밀리영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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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김민정

김민정
갤러리조은 3.3~4.2

‘도시 야경’을 동양화의 오랜 주제인 산수(山水)로 재해석하는 작업을 하는 김민정의 개인전 <강남도원(江南桃源) 2016, 서울>. 이번 전시에서는 특히, 인공의 불빛으로 뒤덮인 서울 강남 테헤란로를 ‘강남도원(江南桃源)’으로 탈바꿈시킨 최근작 20여 점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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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_곽훈,_Untitled,_2016_(1)

곽훈
대구 갤러리 신라 2.25~3.25

눈앞에 당장 포착되지 않는 불가시의 세계와 현재의 전후에 걸친 과거, 미래를 관통하는 양상들을 표현하는 곽훈의 개인전. 이번 전시에서는 “소리”라는 주제로 회화 작품 15점과 흙을 굽고 채색한 도자설치 작품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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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광식

안광식
부산 갤러리 아인 3.15~4.15

눈에 보이는 자연의 사실적인 형태로 시작해 추상적인 이미지까지 조형을 변주하는 작가 안광식의 개인전. 작가는 의식 속에 은폐된 순수성을 되살리며 각박한 현실 속에서 심신이 쉬어갈 수 있는 오아시스를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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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헌

윤주헌
사이아트스페이스 3.15~21

빛과 어둠이라는 추상적 이미지를 화판에 구현하는 윤주헌의 개인전. 작가는 거친 붓질로 거침없이 화면을 채우며 과감한 색의 대비를 통해 빛과 어둠의 세계, 어둠 속에 움트는 빛, 빛 뒤에 웅크린 어둠을 훔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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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하작가_지평-1611,__100x80cm,_acrylic_on_canvas

이장하
갤러리 시작 3.9~14

개인의 삶의 여정을 비정형적 형태의 조금은 낯선 공간으로 표현하는 이장하의 개인전 <지평너머-은유로서의 풍경>. 작가는 자연 안에서 변화하는 삶의 흐름을 추상화한 이미지로 화폭에 담아 <지평>연작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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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entomori_web

김선
대전 갤러리 쌍리 3.1~12

라틴어로 “죽음을 기억하라, 네가 죽을 것을 기억하라”는 뜻을 지닌 메멘토모리를 타이틀로 하는 김선의 개인전. 작가는 삶 안의 죽음을 받아들일 때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말하며 우리의 삶에 대한 깊은 사유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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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영,_Fauna,_91x116.8cm,_Oil_on_canvas,_2016

이제영
갤러리 가비 3.15~27
친숙했던 주변 환경이 어느 찰나의 인식 변화로 인해서 기존과 전혀 다른 상황으로 치닫는 것을 경험한 작가는 이것이 대상을 바라보는 주관적 인식의 방향이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보고, 대상을 해체, 재조합하여 유기적 형태를 가진 추상적인 형상으로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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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주아

서주아
갤러리 라메르 3.16~22

뜨거운 태양을 피하지 않는 해바라기의 모습에서 현대인의 모습을 떠올리는 작가 서주아의 개인전. 작가는 물감을 칠하고 흘리는 기법을 활용하여 대상의 해체된 형상을 표현하며 내재된 슬픔과 고통을 행위로서 표출한다.

최예선의 달콤한 작업실 6

저장강박증자의 물건 버리기

작업실에 가끔 들르는 만화가 선현경 씨는 쌓여있는 물건들을 그림으로 남기고 버리기로 작정했다. 스무 살이 된 딸이 어릴 적에 썼던 스푼부터 백만 년이 지나도 묵혀둘 것만 같은 옷가지(특히 양말)들을 꺼냈다. 버려도 버려도 물건은 끊임없이 나온다. 그녀의 책 《날마다 하나씩 버리기》는 버린 물건과 그에 얽힌 사연을 그림으로 기록한 것이다. 그러고 보면 인생이란 물건을 사들이고 정리하다가 버리는 일의 연속이 아닐까?
최근 몇 년 동안 서점에는 버리지 못해 쓰레기장을 방불케 하는 집에서 사는 사람들과 텅 빈 공간에서 아무것도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교대로 소개되곤 했다. 나는, 저장강박증 환자의 넋두리와 소유를 거부하는 미니멀리스트의 환희 사이에서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이다. 나는 누군가가 떠나버린 동네와 폐허가 된 건물들, 무용한 사물들의 이야기를 쓰곤 한다. 그런 내가 물건들이 싫증나고 불필요하다고 해서 쓰레기통에 던질 수 있을까? 한편, 나는 텅 빈 공간을 정말이지 좋아한다. 비어있기에 기억의 자락으로만 채울 수 있는 공간에서 전율을 느낀다. 특히, 빈 공간을 빈 채로 두는 것을 가장 좋아한다.
여백있는 공간이라고 자부했던 내 작업실이 더 이상 빈틈이라곤 찾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작업실이 미니멀했을 때는 벽과 바닥 공사를 끝낸 직후, 가구 두 개(미송 아일랜드와 자작나무 서가)만 달랑 놓여있던 그날뿐이었다. 지금 작업실은 책이 넘쳐 쏟아질 듯하고, 서랍은 종이들로 빽빽해서 열리지 않으며, 홍차통은 다 비운 만큼 새것이 채워져 결코 줄어들지 않는 데다, 잡동사니들이 창궐한다. 그러나, 잡동사니란 얼마나 귀여운가! 그야말로 삶에 활력을 주는 것들이다.
언젠가 필요할 것 같은 서류들, 원고 쓸 때 참고했던 자료들, 다시 읽지 않을 것 같지만 웬지 꽂아두어야 마음이 편한 책들은 그렇다치고, 깨지고 부서지고 망가졌지만 그 물건과의 첫 만남을 잊지 못해서 계속 갖고 있던 물건들도 자리를 꽤 차지한다. 내가 이름을 붙여준 것들, 한때 내 마음에 와닿은 것들이다. 기억을 공유하는 물건들과 헤어지는 일은 사람과 헤어지는 것만큼 힘들다. 하지만 이런 물건들도 있다. 작업실에 방문하는 사람 중에 차를 선물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나는 도저히 못 마시겠는데, 너라면 잘 마실 것 같아서”라면서. 그리고 이런 경우들.
“저는 안 쓰는데, 여긴 사람이 많으니까 필요할 것 같아서요.”
“버리기엔 너무 아깝잖아. 마켓 열 때 팔아서 수익 좀 내보면 어때?”
“이번에 나온 책이에요. 관심 있으실 것 같아서 가져왔어요.”
“이거 누구 전해줄건데, 못 만났지 뭐야. 그 친구 오면 전해주게 여기 두고 가도 되지?”
이런 물건들은 내 사물과 뒤섞여 어느새 하나의 잡동사니가 된다. 출간기념회나 송년 모임 등 많은 인원이 들고난 후에는 어김없이 휴대전화 충전기, 털목도리, 우산 등이 쌓인다. 이럴 때 작업실은 월세 내는 유실물 보관소다.
때가 왔다. 몰아치듯 단행본 원고를 끝내고 돌아서니, 해가 바뀌었다. 새 원고 집필에 들어가기 전에 묵은 먼지처럼 쌓인 것들과 이별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물건들에 매몰되고 싶지 않았고, 삶도 공간도 가볍게 하고 싶어졌다. 그동안 물건을 버리려고 하다가 실패한 적이 많지만, 지금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첫 번째 도전은 쉽게 무너졌다. 뒤죽박죽이 된 서랍을 다시 정리하고 보니, 분명 버려야 할 것이 버젓이 보이는데도 휴지통으로 들어간 건 아무것도 없었다. 서가에 꽂힌 책 중에서 읽을 것과 버릴 것을 골라내다가 모두 도로 집어넣었다. 현기증이 났다. 불안과 강박을 넘어서 심장을 도려내는 것 같은 아픔이 밀려온다.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도전! 이번에는 꼭 버려야 할 아이템을 정했다. 선현경 씨는 로고가 그려진 발목 양말부터 시작했으니, 나는 오래전 선물받고 여전히 뜯지도 않은 티백들을 꺼냈다. 그리고, 떨리는 손으로 몇 개를 휴지통에 넣었다. 어디선가 비명이 들리는 것 같지만 눈을 꼭 감고 뒤돌아보지 않았다. 그다음은 유리병과 유리용기들을 꺼냈다. 잼병이나 양초를 태우고 남은 유리병들, 화병으로 쓰려고 씻어둔 음료수병들, 어떻게든 써보려고 넣어둔 깨진 도자기 등을 꺼냈더니 탁자 위에 가득이다. 이런 빈 용기들 때문에 공간이 가득차 있었다니 약간 허탈해졌다. 꼭 필요한 몇 개만 남겨두고(!) 모두 재활용 박스에 담았다. 누군가의 선물이지만, 내 취향에 맞지 않아 꺼냈다 도로 넣어둔 접시와 그릇도 박스에 넣었다.
과연 마음의 상처를 덜 받으면서 물건을 버리는 방법이 있긴 한 모양이다. 사소한 물건들 때문에 욕망에 들끓던 시간이 가소롭게 느껴졌다. 살면서 그리 많은 물건이 필요하지 않다는 건, 살아가면서 더 잘 알게 된다. 좀 더 버리기로 한다. 작업실이 텅 빌 때까지. ●

ARTICLE

최정화, 아무나 아무거나 아무렇게나 2 (2004)

위 장용근 <도시채집-간판> 잉크젯프린트 100×150cm 2004 아래 최정화 <아무나 아무거나 아무렇게나> 2004

도시의 풍경에서 가장 많이 만날 수 있는 간판을 비롯한 홍보물들. 이들은 모두 익숙해진 우리 삶의 한 부분으로 자리했다. 《월간미술》은 이를 매개로 한 작업을 통해 우리 삶의 풍경을 인문학적 시각으로 풀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예일대 동아시아학센터에서 도시건축미술에 대해 연구하는 필자는 일상성에 대해 비판적으로 접근하는 것에 또 하나의 의문부호를 던지고 있다. 눈에 띄는 차이를 발견하기 힘든 일상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간판, 한국의 일상으로 들어오다

백승한 예일대 동아시아학센터 연구원

한국 도시의 길거리를 다니다 보면 흔히 접하게 되는 수많은 간판, 네온사인, LED 스크린, 전단지, 현수막, 포스터 및 각종 거리광고물들을 한곳에 모으면 어떤 시지각적 효과를 가져올까? 그리고 그렇게 조합된 광고물 이미지들을 가지고, 이제는 진부한 듯한 한국 도시의 ‘일상’이라는 화두를 다시 한 번 꺼낼 수 있을까? 사진작가 장용근과 작가 최정화는, 이처럼 간판으로 비롯되는 21세기 한국의 특수하면서 보편적인 도시와 일상에 대해 각자의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장용근의 <간판>(2004)은 수많은 간판 및 가로경관 이미지들로 구성된 포토 콜라주 작품이며, 최정화의 <아무나 아무거나 아무렇게나>(2004)는 작가가 직접 모은 ‘불법’ 현수막들을 대학로에 위치한 아르코미술관 외벽에 한시적으로 전시한 설치작품이다. 비록 표현 매체와 작업 방식은 상이하지만, 두 작가의 작품은 한국 도시경관의 특징적인 요소들 중 하나인 거리광고물을 주요 소재로 한다는 점에서 맥락을 같이한다. 21세기 도시풍경, 일상생활, 그리고 한국 현대미술의 접점에 대해 탐구하는 연재의 첫 에세이로서, 필자는 두 작가의 작품을 함께 읽음으로써 간판으로 뒤덮인 한국 도시공간에서 펼쳐지는 차이와 반복, 역동성과 다양성, 그리고 일회성과 특이성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대구에 오랫동안 거주해온 작가가 직접 도시 곳곳을 답사하면서 찍은 가로경관 사진들로 구성된 장용근의 <간판>은 가로 1.5m와 세로 1m의 직사각형 프레임 속에 100장이 훨씬 넘는 도시풍경 사진이 들어있다. 간판으로 뒤덮인 한국 도시경관의 혼란스럽고 무정부주의적인 특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장용근의 작품은 ‘대명보청기’, ‘한일사진관’, ‘롯데관광’, ‘주주뱅크’ 와 같이 거리를 걷다가 흔히 접할 수 있는 동네 구석구석에 설치된 간판들에 새겨진 일상적 언어들로 구성되어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도시공간에 친밀함을 느끼게 한다. 한편, 빈 공간 없이 현란한 간판 이미지들과 메시지들로 빼곡히 채워진 직사각형 화면은 한국의 도시공간이 철저히 자본의 논리에 의해 작동되는 과도한 소비의 공간임을 암시한다.
도시에 대한 깊은 애착과 동시에 상업화된 도시공간의 경험에서 비롯되는 소외감이라는 양가적 감정이 묻어나는 작가의 <도시채집> 시리즈 간판은, 종종 비평가들에 의해 “욕망의 이미지”, “비일상”과 “값싼 키치”의 공간, “일탈의 이미지” 혹은 “무감각한 도시의 이미지”를 반영하는 작품으로 논의되어 왔다. 이러한 견해들의 이면에는 간판을 아름다운 도시미관을 해치는 “시각공해”, 순수한 건축입면을 침해하는 저속한 표피적 장식, 도시경험의 역동성과 진동이 증발한 공허한 기표, “사회적 권력의 표상”, 특수성과 지역성이 희미해진 “포괄적인 도시”, “부드러운 공해”, “환각의 미학” 등의 개념을 통해 이해하고자 하는, 후기 자본주의 체제 내 스펙터클 사회에서의 소비문화와 도시소외 현상에 대한 뿌리깊은 비판적 담론들이 존재한다.1 하지만 장용근의 작품이 만약 소비문화로 점철되어 소외감을 불러일으키는 ‘비일상’의 공간을 표상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보다 의미있는 ‘일상’의 공간이 과연 어딘가에 따로 존재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면, 거꾸로 생각해서 온갖 종류의 간판언어들과 이미지들로 혼란스럽게 도배된 한국의 도시공간이, 비록 이상적이지는 않을지언정, 한국의 도시상황 속에서 불가피한 일상 공간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작품을 자세히 보면, 언뜻 무감각하게 반복되는 듯한 도시경관이 사실은 주어진 상업적 환경 내에서 다양하고 복잡한 방식들로 표현되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에서 간판이 종종 소규모 간판업체에 의해 비교적 획일적인 방법으로 제작되는 한편, 장용근의 작품에서 나타나는 간판 이미지들은 각기 다른 활자체, 평면 구성, 색채, 리듬 등에 의한 상업경관의 다양성과 복잡성을 풍부하게 보여준다. 활자체와 색채를 이용한 간판언어의 부분적 강조, 한글이나 영어나 한자와 같은 언어의 취사선택, 그리고 문자와 이미지를 조합하는 다양한 방식 등은 손님의 눈길을 끌기 위한 진부하고 기계적인 광고전략 이상이 아닐 수 있지만, 동시에 다양한 업종과 사업규모에 따른 상인 각각의 미적 취향과 도시공동체에서 개인의 윤리성이 파편적인 형태로 여실히 반영되는 핵심적 경관 요소들이다. ‘롯데관광’과 같은 여행사 간판은 여타 장식없이 직사각형 간판 위에 업체 상호와 규격화된 상징을 비교적 평이하게 새겨놓은 한편, ‘시집못간 암퇘지’와 같은 동네 고깃집 간판은 미묘한 성적 뉘앙스를 재치있게 간판 언어로 표현하여 지나가는 행인의 눈길을 단번에 끌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 이처럼 간판이 각기 다른 디자인과 언어표현을 통해 구성된다는 측면은 너무도 당연한 사실이지만, 바로 그 지점을 통해서만이 한국의 일상 도시공간을 특징짓는 개별성과 특이성, 그리고 정서성과 도시의 역동성을 파악할 수 있다.
간판이 광고 전달의 수단인 한편 각 상인의 미적 취향과 정서성이 투영되는 접점이라는 사실은 철학자 루드비히 비트겐슈타인이 말하는 일상생활의 다양성 논의와 맞닿아 있다. 비트겐슈타인이 그의 저서 《철학적 탐구》 (1953)에서 “하지만 얼마나 많은 종류의 문장이 존재하는가?”라는 스스로 던지는 질문에 대해 “수많은 종류가 있다”고 답할 때, 그는 단순히 문장의 개수에 대해 논의하기보다는, 개인의 즉각적인 생각과 감정을 문장의 형식을 통해 표현할 수 있는 다수성과 예측 불가능성, 즉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일상의 다채로운 “삶의 형태(forms of life)”에 대한 철학적 탐구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다.2 그리고 비트겐슈타인은 하나의 독립된 단어가 단순히 명사인지, 동사인지, 혹은 평문인지, 명령문, 혹은 감탄문인지 구분하기 힘든 모호성은 그 단어의 사전적이고 규범적 의미보다는 일상 생활의 맥락에서만이 충분히 이해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장용근의 작품에서 나타나는 겉보기에 균질화된 간판언어들은 한국 도시공간의 일상성을 탐구케 한다는 점에서 단순한 정보 전달 이상의 함의가 있다. 가령 그의 작품에 드러나는 ‘피카소 미용실’ 간판이 “(바로 그) 피카소(!) 미용실(이구나!)” 유의 감탄문을 지칭하는 것인지, 아니면 “(여기는) 피카소 미용실(입니다)”라는 평이한 문장의 축약형인지는 근본적으로 규정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그리고, 그러한 간판을 마주하는 불특정 다수의 해독 방식은 간판을 디자인하고 제작하는 사람들의 입장과는 근본적으로 같을 수 없기에, 겉으로 보기에 진부한 간판의 디자인이나 언어표현은 항상 여러 주체에 의해 생성되는 임의성과 애매성, 그리고 즉각성과 창의성을 포괄한다.
장용근의 작품은 시각적 스펙터클을 넘어서 끊임없이 사라져가는 일상 도시 경험의 순간성과 특이성을 반영하며, 그가 현지답사를 통해 순간순간 맞닥뜨리는 다양한 도시 경험의 시공간적 층위들을 2차원 평면에 압축적으로 투영시킨다. 장용근은 대체로 건물 외벽에 빛이 균일하게 투영된 정적이고 기하학적으로 안정된 순간들에 집중하는 한편, 바람에 펄럭이는 현수막이라든지 인접 간판에 의해 생성되는 그림자와 같은 일시적이고 가변적인 순간들 역시 놓치지 않는다. 이는 작가가 그림자나 바람과 같은 환경적 조건들을 건물의 자율적 입면구성을 방해하는 요소이기보다는, 일상 도시공간의 감각적이고 교감적인 차원을 경험하게 하는 중요한 부분으로 인식하였음을 나타낸다. 이처럼 장용근의 관심이 상업 도시경관이 체험되는 다양한 도시적 상황들에 있다는 점은 도시 경험과 근대성에 대한 논의에서도 중요한 부분이며, 이는 독일의 문예학자 발터 벤야민이 도시를 읽은 방식과도 밀접하게 연관된다. 영화감독 앨리스 아놀드가 자신의 다큐멘터리 영화 (2012)에서 언급하듯, 벤야민이 읽고자 한 도시 경험의 순간성과 특이성은 간판이 전달하는 ‘메시지’ 자체에 있기보다는, 가령 비가 오는 날에 간판이 아스팔트 바닥 물웅덩이에 반사되어 다가오는 ‘형식’, 혹은 미술사가 아론 비니거가 벤야민의 언어를 빌려서 말하는 “세속적 불빛(profane illumination)”에 있다.3
이러한 점에서, 장용근의 작품은 간판으로 점철된 한국의 도시풍경을 온전히 부정적으로만 바라보기보다는 일상생활의 역동성, 특이성, 차이와 반복, 유머, 정서성, 그리고 규율성을 그만의 미묘한 방식으로 담아내서, 보는 이로 하여금 한국 도시일상의 다층적 차원을 생각하도록 촉발하는 듯하다. ‘간판’이라는 제목의 본 작품은 따라서 분리 가능한 개별 사물로서의 간판을 지칭하기보다는, 간판과 같은 일상적 거리경관의 요소로서 특징지워지는 한국 도시공간에서 일상의 의미에 대해 편견없이 다시 한번 생각할 계기를 마련해준다. 장용근의 작품은 한국 간판경관이 아름답거나 아니거나, 혹은 상인들끼리의 과도한 경쟁이 도시의 미관과 공공성을 해치거나 아니거나의 미적이고 윤리적인 판단 문제에 대한 해답을 즉각적으로 제공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의 작품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간판으로 도배된 한국 도시 일상의 가치에 대한 미적이고 윤리적인 차원에 대한 성급한 가치판단을 긍정적인 측면에서 보류하게 하며, 그를 통해 사소하지만 경이롭고, 최정화 작가가 말하는 소비문화로 점철된 한국 도시 일상의 “눈이 부시게 하찮은” 순간들을 환기시켜 준다.

도시 일상 생활의 미묘한 차이와 반복
스스로를 “사물에 중독된 페티시스트”라고 소개하는 작가 최정화는, <아무나 아무거나 아무렇게나>를 완성하기 위해 버려졌거나 철거된 불법 현수막들을 시청이나 구청 등을 방문하여 직접 수집하였다. 그리고 그렇게 수집한 불법 현수막들을 한국 근대건축의 거장 김수근의 대표작 중 하나인 아르코미술관(1979) 외벽에 설치하였다. 붉은 벽돌의 외장재와 여러 개의 기하학적 매스의 유기적이고 리듬감 있는 접합이 특징이며, 또한 건축역사가 정인하의 표현에 의하면 “에워싸여져 있지만 끊임없이 연결되는 [내부] 공간” 디자인이 두드러지는 김수근의 시적인 건축작품은, 소위 한국의 팝아티스트 혹은 키치아티스트로 대변되는 작가 최정화에 의해, 비록 한시적이지만, 향락적이고 과도한 축제의 공간으로 탈바꿈하였다.4 다소 도발적이고 긴 작품 제목이 암시하듯, 최정화는 누구나 (아무나) 주변에서 발견할 수 있는 사물을 가지고 (아무거나), 일상생활 속에서 보고 느끼는 순간들을 작품이라는 형식을 빌려 갤러리 밖을 벗어나 비교적 자유롭게 (아무렇게나) 표현할 수 있음을 몸소 실천하여, 자칫 저급하고 저속한 상업광고로 여겨질 수 있는 현수막이 또한 예술적 표현의 수단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작품에서 최정화는 뮤지컬 공연, 아이돌 콘서트, 지역축제, 옷가게 창고 정리, 세계문화유산 선정, 대리운전, 신간 잡지, 불법주차단속 등의 다양한 홍보와 광고 현수막들을 한 공간에 모음으로써, 그가 한 인터뷰에서 말하였듯이, 한국식의 “바글바글”한 도시문화와 “알록달록”한 색채감을 시각적으로 공간적으로 표현한다. 마치 부처님 오신 날 사찰 내 공중에 매달려 있는 알록달록한 연등들과 그 밑에 주렁주렁 달려 있는 무수히 많은 기도 쪽지를 연상시키는 그의 설치작품은, 김수근 건축의 표면을 거의, 그러나 (가령 크리스토와 장 클라우드가 (1975, 베를린에 설치)를 통해 보여준 것과는 달리) 건물의 표면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완전히 뒤덮지는 않는다. 따라서, 그의 설치작품은 거장의 건축작품인 아르코미술관과, 공연장과 상점들로 둘러싸인 일상적 공간인 마로니에 공원의 역동적인 도시 분위기를 여러 개의 흩뜨러진 현수막들을 통해 느슨하게 연결시키는 듯하다.
최정화의 설치작품에 같은 종류의 현수막들이 반복적으로, 그러나 서로 다른 배열과 접합방식 등을 통해 나타나는 점은, 자본주의 체제 내에서의 경험적 다양성 측면, 다시 말하면 대량 생산 시스템에 의해 작동되는 도시공간의 일상적 경험을 통해 펼쳐지는 차이와 반복의 미묘한 관계에 대해 생각할 여지를 던져준다. 가령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에스티 로더 마스카라’ 광고 현수막은 적어도(필자가 관찰할 수 있는 한) 네 번 이상 반복된다. 그중 세 개는 같은 배열방향, 즉 광고문구가 시작하는 현수막의 왼쪽 부분이 아래로 내려오도록 설치되어있는 반면, 네 번째 현수막은 그 왼쪽 시작 부분이 위로 향해 있어서 보는 이의 시점에서 현수막이 180도 틀어지는 결과를 만들어낸다. 그런가 하면 뮤지컬 ‘여름밤의 꿈’을 홍보하는 현수막은 두 개가 같은 방향으로 나란히 붙어있지만 미묘하게 다른 높이로 배열되어 있다. 그리고 각 현수막은 다른 면들에 인접한 현수막들의 각기 다른 색깔, 위치 및 문자 등으로 인해, 그리고 현수막 바로 밑에 위치한 전봇대 전깃줄과 가로수 등의 환경적의 영향을 받음으로써 반복보다는 차이의 효과가 더 크게 다가온다.
이처럼 최정화의 작품에 나타나는, 언뜻 사소해 보이는, 차이와 반복의 시각적 효과는 신유물론자 제인 베넷이 “동일성은 왜곡을 통해 반복된다”라는 주장을 통해 제기하는 문화산업 체제 내에서의 경험의 불확정성을 반영한다.5 테오도르 아도르노와 막스 호르크하이머의 기념비적 에세이 <문화산업>(1944)을 비판적으로 재해석하는 베넷은, 그들이 1)대량생산 체제가 빈틈없이 완벽하다고 과장하는 경향이 있으며, 2)만약 그렇다 하더라도 그렇게 생산된 제품 혹은 도시의 하부구조는 개개인의 고유한 방식으로 경험된다고 주장한다. 반복되는 공장라인의 제품 생산구조나 거리의 대형 스크린이나 TV화면에서 반복되는 광고 이미지는 각 에이전트의 제작이나 홍보 시스템에 따라 기계적이고 전략적으로 작동할 지언정 (그마저 베넷은 우연성과 불확정성이 존재한다고 주장하지만), 그러한 제품을 소비하거나 이미지를 경험하는 불특정 다수의 사람은 광고의 메시지나 제품의 완전성과는 별도로, 각자의 삶의 궤적 안에서 선택과 소비를 자기 생활의 범주 안으로 끌어들인다고 볼 수 있다.
사실 최정화의 화려한 현수막 작품이 아도르노와 호르크하이머가 우려했던 것처럼 시각적 스펙터클에 위압감을 느끼고 수동적 관찰자/소비자가 되었는지, 아니면 그러한 스펙터클을 자기화하였거나 단순히 무시하고 스쳐지나갔는지 등은 신중하게 생각해 볼 부분이다. 가령, 본 작품에 대한 몇 장의 기록 사진은 화려하고 다채로운 입면의 구성과는 상반되는 당시 마로니에 공원의 차분한 일상의 모습들을 보여준다: 무심한 듯 그의 작품을 쳐다보는 남녀 한 쌍의 연인, 작품을 등지고 (작품의 시야를 너무도 대담하고 극적으로 가리는) 새빨간 파라솔 밑에서 호떡과 쥐포 등의 간이음식 장사를 하는 아저씨, 그 옆에서 일회용 컵에 담긴 다방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사람, 그리고 작품 앞 도로 아스팔트 바닥에 큼직하게 새겨진 “일방통행 차 없는 거리” 안내글자 등….
흥미롭게도, 이러한 기록 사진들은 작품의 화려함보다는 그 주변의 평온하고 심지어 무료해 보이는 일상생활의 흔적을 여실히 보여준다. 사실 길거리에 예술작품이 있다고 해서 모두가 감탄하며 경이로운 시선으로 바라볼 이유는 없지 않은가? 어쩌면 로버트 무질이 말한 것처럼 도시 곳곳에 설치된 기념비들은 그 거대함에도 불구하고 바쁜 일상 생활 내에서 종종 무심히 지나치는 경우가 많을 뿐만 아니라, 도시학자 제인 제이콥스의 주장처럼 도시는 마치 갤러리에서 관객들이 팔짱을 끼고 주의깊게 바라보는 예술작품이 될 수 없다.6 무심함이 최정화의 설치작품을 대하는 하나의 태도가 될 수 있다면, 현수막에서 뿜어져나오는 시각적 현란함이 온전히 보는 이를 현혹게 하여 궁극적으로 자율성을 잃게 한다는 아도르노식의 문화산업에 대한 비판은, 조금 더 열린 시각으로 재고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다음 호에서는 지금까지 논의한 한국의 도시와 일상에 대한 관심을 지속시키는 한편, 간판으로 점철된 한국 도시경관의 역동성과 다양성을 작동하는 주체는 누구인지, 그리고 그러한 주체(들)의 개입에 의해 펼쳐지는 힘의 관계성은 무엇인지를 비디오 작가 박준범의 작품 (2004)를 통해 이야기고자 한다.●

1 Theodor Adorno and Max Horkheimer, , 《Dialectic of Enlightenment》, translated by John Cumming(New York: Herder and Herder, 1972): p.162-163; Michel Serres, 《Malfeasance: Appropriation through Pollution?》 Translated by Anne-Marie Feenberg-Dibon(Stanford: Stanford University Press, 2011): p.41; Jean Baudrillard, 《Simulacra and Simulation》, translated by Sheila Faria Glaser(Ann Arbor: The University of Michigan Press, 1994): p.90; Neil Leach, 《The Anesthetics of Architecture》(Cambridge: The MIT Press, 2000): p.46-47; Rem Koolhaas, in 《S, M, L, XL》, edited by Rem Koolhaas and Bruce Mau(New York: The Monacelli Press, 1995): p.1250-51
2 Ludwig Wittgenstein, 《Philosophical Investigations》, translated by G. E. M. Anscombe(Malden: Blackwell Publishing, 2001): p.23.
3 Alice Arnold, (58 min, Icarus films, 2012); Walter Benjamin, , 《Reflection: Essays, Aphorisms, Autobiographical Writings》, edited by Peter Demetz and translated by Edmund Jephcott(New York: Schocken Books, 1978): p.87; Aron Vinegar, 《I am a Monument: On Learning from Las Vegas》(Cambridge: The MIT Press, 2008): p.31.
4 Jung In-ha, 《Architecture and Urbanism in Modern Korea》(Honolulu: University of Hawai’i Press, 2013): p.92
5 Jane Bennett, 《The Enchantment of Modern Life: Attachments, Crossings, and Ethics》(Princeton: Princeton University Press, 2001): p.126
6 Robert Musil, , 《Posthumous Papers of a Living Author》, translated by Peter Wortsman(New York: Penguin Books, 1995): p.62; Jane Jacobs, T《he Death and Life of Great American Cities》(New York: Vintage Books, 1992): p.3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