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ITIC 때時 깔色, 우리 삶에 스민 색깔

때깔 (1)

2016.12.14~2.26 국립민속박물관

김용주 | 국립현대미술관 전시운영디자인 기획관

때時깔色, 우리 삶에 스민 색깔〉. 흥미로운 제목과 주제에 한껏 부푼 기대감을 가지고 현장에서 마주한 전시의 첫인상은 명료했다. 전시기획 방향과 공간 전개 방식은 본 전시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흐름을 군더더기 없이 전달하고 있었다. 기획전시실로 연결되는 복도는 모든 색의 합인 블랙으로 도색되어 있어 과연 이 전시가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관람자의 기대를 한층 고조시킨다. 블랙 컬러의 복도를 지나 전시실에 들어서면 시각적으로 대비되는 하얀 공간을 마주하게 된다. 전시에서 하고자 하는 ‘색깔’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들려주기 위해 잠시 우리의 시선에서 색을 지워내는 듯하다. 그리고 얼마 후 하얗던 공간엔 각 영역에서 들려줄 색과 관련된 이미지와 텍스트들이 영상으로 투사되며 전시에 생기를 돋운다. 본 전시는 ‘우리의 삶 속에 스민 색깔’을 3개의 중주제, 11개의 소주제로 구성하며 전시실은 크게 7개의 물리적 영역으로 나뉜다. 단색(單色, monochrome)을 다루는 다섯 개의 영역과 배색(配色, color scheme)을 다루는 두 개의 영역, 그리고 다색(多色, polychrome)을 다루는 마지막 영역으로 구성된다. 각 색의 영역은 중앙 복도를 중심으로 대칭 배치되어 있다. 이러한 배치의 공간 구조는 전시의 질서를 형성시켜주는 장치 구실을 하게 된다. 중앙에는 전시에 대한 전체 설명과 각 색 영역에 대한 배치도가 있어 관람 정보를 제공한다.
먼저 백(白)색 영역으로 들어서면 사물과 재질에 따라 백색의 빛깔이 같은 듯 다른 느낌으로 조화를 이루며 유물과 작품에 적용된 색의 미감과 의미를 전한다. 백색의 전시영역에서는 흑백(黑白)의 배색(配色) 조화를 함께 만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으며 공간 너머 반대 색인 흑(黑)색의 전시영역과 시각적 병치를 이룬다. 두 개의 반대되는 단색 전시영역 중간에 배색 전시영역을 배치하는 구성은 각 색의 미감과 의미를 전달하는 데 더욱 풍부한 설명이 되어준다. 예를 들면 하나의 단어를 이해하기 위해 유의어와 활용어 그리고 반대어를 함께 제시하는 방식과 같다고 볼 수 있다. 그 밖에도 각 색의 공간에서는 유물과 현대작품, 동시대 사람들에게 익숙한 주변 사물과 더불어 색을 나타내는 다양한 언어, 한시, 속담 등을 통해 우리 삶에 스민 색의 의미와 정서를 유??·???무형 콘텐츠를 활용해 다양한 방식으로 관람자에게 전한다. 단색(單色)과 배색(配色)의 전시 관람을 끝으로 마지막에 배치되어 있는 다색(多色) 영역에 들어서면 공간적 개방감과 함께 색동과 이월오봉도 등 유물과 작품이 한눈에 펼쳐진다. 다색(多色) 영역의 오픈형 디스플레이 방식을 통해 앞서 들려주던 하나, 하나의 개별 이야기들이 합쳐져 절정을 이루듯 색의 클라이맥스를 느끼게 한다.
또한 이곳에는 관람자들이 미디어 매체를 통해 색 구성을 체험할 수 있도록 참여 코너가 마련돼 있다. 전시실에 들어서며 받은 첫인상이 전시를 다 둘러보고 나오는 마지막 발걸음까지 이어졌다. 어느 곳 하나 과함이 없는 구성은 명료했다. 전시디자인을 할 때 가장 어렵고 중요한 점은, 과하지 않게 전시 주제를 효과적으로 어떻게 드러낼 것인지에 대한 문제이다. 여러 전시 중 기획 의도와 디자인 콘셉트가 맞지 않아 전시 주제가 무엇인지 모호한 경우를 종종 본다. 전시디자인은 실내 장식이 아니다. 그리고 멋스러운 가구나 첨단 매체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전시 콘텐츠와 기획의도를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공간적, 시각적 논리를 만드는 것이 바로 ‘전시디자인’이다.
이렇게 기획된 전시는 새로운 관계와 의미를 형성한다. 즉 기획 스토리와 전시 공간구조의 관계, 공간과 관람자 움직임의 관계, 작품(유물)과 작품 사이 관계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관계들은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내고 주제는 같을 지라도 차별화된 전시를 가능하게 한다. 사실 그동안 ‘색(色)’을 주제로 한 전시는 여러 곳에서 있어왔다. 그러나 이번 전시가 차별화되어 관람자의 기억에 스미는 이유는, 전시 기획과 공간구조가 조화를 이뤘기 때문이다. 전시실을 거닐고 구획된 영역을 드나드는 행위는 책을 읽으며 책장을 넘기는 무의식적인 행위와 같다. 그리고 이 행위는 전시를 읽어내는 필요조건이 되며 전시실에 계획된 시선의 대비와 순차적 전개는 이야기를 전달하는 화자의 방식과 같다. 한동안 색과 관련한 전시라 하면 먼저 〈때時깔色, 우리 삶에 스민 색깔〉을 떠올릴 듯하다.

위〈때時깔色, 우리 삶에 스민 색깔〉 전시장 입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