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ITIC 이호진 공(空)의 매혹 Emptiness

이호진 (2)

1.11~2.24 갤러리 조선
민은주 | 미술비평

이호진의 회화는 일반적으로 추상표현주의의 범주에서 이야기되어 왔다. 초기 칸딘스키의 유동적인 작품을 설명하면서 사용되었던 이 단어는, 형식적으로는 추상적이나 내용적으로는 표현주의적이라는 의미에서 추상표현주의(Abstract Expressionism)라 칭하게 되었는데, 기하학적이거나 유기적인 형태의 형상이 표현되는 전통추상회화와는 달리, 화면의 원근감을 깨뜨리고 형상과 배경의 구분을 없애며 작가와 화면을 동일화 시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즉, 도구로서의 작가가 매체를 화면에 옮기는 행위와 과정이 작품의 일부로 나타나면서 작가의 ‘즉흥성’과 표현의 ‘우연성’은 현대 추상표현주의 회화를 설명하는 가장 두드러진 특징으로 설명되고 있다. 이호진의 작업이 최종 추상표현적인 회화로 나타나게 된 일련의 과정을 살펴보면, ‘작가가 존재하는 공간’에 대한 불안함이 지표로서 표현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초기 그의 작품은 그가 생활하는 일상적 공간과 경험에 대한 상징적인 기호를 바탕으로 전개가 되었는데, 시간을 거치면서 주관적 표현이 배제되며 공공화된 공간으로 보여져 왔음을 알 수가 있다. 이번 전시, 〈공(空)의 매혹〉은 작가의 주관적인 공간이 객관적인 공간으로, 그리고 부재하는 공간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통해, 그 공간에 대한 ‘존재성’의 불안감을 극복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제시가 되었음을 엿볼 수 있다. 작가는 프랑스의 철할자 장 그르니에 (?jean Grenier)의 소설에서 지칭하는 ‘부재’에 대한 사유를 지침으로 “자신이 보는 풍경 안에 실재의 자신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반복되는 타자로서의 삶을 받아들이며 존재가 없는 풍경을 만들어 간다”고 하였다. 이전의 작업들이 화면을 채워나가며 ‘존재성’을 확인하는 방법으로 불안함을 극복했다면, 이번 작업에서는 채워진 화면을 지워 나가며 ‘부재성’을 확인하는 방법으로 삶이 이루어지는 시공간에 대한 불안감을 극복하고, 즉흥적으로 드러나는 회화적 표현을 통해 궁극적으로 ‘초월하는 공간’을 지향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이러한 개념은 시공간의 흐름 속에서 서술적 의미와 본질을 찾아 내려는 많은 작가들의 고민에서도 일관되게 나타나는데, 이호진은 그의 추상적인 회화 속에서 존재하나 그 존재가 드러나지 않는 ‘정의 할 수 없는 어떤 것들’을 스스로 인식하면서 회화를 통한 미적 체험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작가의 이전 작업들이 특정한 주제를 가지고 캔버스를 채워나가는 작업이었다면, 이번 전시에서 소개되는 작품들은 채워진 화면을 비워나가는 과정을 보여주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비어있음’을 표현하기 위한 더 많은 작업이 필요했다는 점에서 ‘존재와 부재’가, 혹은 ‘채움과 비움’이 한 공간 안에서 이루어 질 수 밖에 없다는 예술적 딜레마를 안게 되었다. 순간의 시간과 공간, 그리고 도구로서의 작가의 즉흥적 행위가 만들어 내는, 존재와 부재의 오묘한 경계에서 이호진의 회화는 ‘존재’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 볼 만 하다. 이호진의 전시 〈공의 매혹〉은 작가의 즉흥적 표현이 발현되는 ‘순간’과 그 표현의 흔적으로서의 ‘회화’, 그리고 그들이 만나는 전시의 ‘공간’을 하나의 커다란 행위적인 예술로서 이해할 때, 진정한 ‘없음’의 미학을 경험해 볼 수 있겠다.

위 이호진 〈Vague memories〉 캔버스에 유채 112×162cm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