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RATOR’S VOICE

DDP_생각하는 손 (5)

생각하는 손 〈고 김근태 3주기 추모전〉DDP 갤러리 문 2014.12.4~21
미술을 통해 무엇을 어떻게 ‘추모’할 수 있을까?
한 인물이 아니라 그가 전하고 싶었던 것, 자신의 육신을 돌보지 않고 꼭 이루려 했던 것, 그가 더 많은 이들과 공감하려고 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고민했다. 우리는 그의 ‘따뜻한 시장경제’라는 화두에 공감했다. 김근태 서재공간을 통해, 서른 개가 넘는 기술자격증으로 상징되는 노동현장의 청년 김근태가 ‘따뜻한 시장경제론’으로 나아가는 발자취를 되짚어 봄과 동시에, 미술인들은 이를 화두로 우리시대의 노동문제를 작품으로 풀어냈다. 이를 통해 현대문명이 잃어버린 ‘생각하는 손’의 부활을 꿈꿨다.
작가들을 초대할 때, 2가지 기준이 있었다. 하나는 고 김근태선생과 생전에 친했던 미술가들 보다는 잘 몰랐지만 김근태 정신을 공유할 수 있는 작가들과 함께 하고자 하였다. 김근태 정신의 확장에 대해 고민했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의 화두와 관련되어 ‘노동’ 문제에 대하여 지속적인 작업을 하고 있는 미술가들과 함께 하고자 하였다. 특히 현재 각각의 현장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생각하는 손’들과 같이 하고 싶었다. 돌아가신 과거의 고 김근태선생이 아닌 지금 현장에서 김근태의 정신이 여전히 유효한가 묻고 싶었다.
김진송, 박서원, 배윤호, 심은식, 안지미, 옥인콜렉티브, 이부록, 리무부아키텍쳐, 이윤엽, 임민욱, 전소정, 정정엽, 콜트콜텍기타노동자밴드, 이렇게 많은 작가들이 함께 해주셨다. ‘생각하는 손’이라는 화두가 함축하고 있듯이, 이번 기획에서는 미술 장르 간의 차별적 가치를 주지는 않았다. 영상 및 설치 작가, 화가뿐만 아니라 목수 김씨가 초대되었고, 이번 전시 도록을 디자인 한 안지미, 전시 관련 시각디자인을 총괄한 박서원은, 갤러리 안에 전시된 다른 작가들과 나란히 참여작가로 소개되었다.
참여 작가들도 장르를 넘나들었다. 리무부아키텍쳐는 재활용된 나무들도 ‘근태가 살던 방’을 꾸몄다. 유품들이 낱개의 자료로 존재하다, 이 공간에 놓여짐으로써 김근태로 부활하는 과정을 체험할 수 있었다. ‘파견 미술가’ 이윤엽은 노동 운동의 현장에서 노동자들과 함께 ‘생각하는 손’으로의 부활을 꿈꾼다.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콜트콜텍기타노동자밴드(이하 콜밴)’, 에서도 이윤엽의 손은 어김없이 등장한다. 생각하는 손을 지닌 노동자들도 당당히 예술가로서 초대되었다. ‘노동자가 예술가’, ‘노동이 예술’이라는 개념이 싹트고 있는 콜밴은, 농성 도구로 구축된 설치작품을 통해 자신들이 ‘생각하는 손’으로 변모되어가는 과정의 역사를 보여주었다. 희망지킴이의 <쌍용차 해고노동자 자동차를 만들다, H-20000 프로젝트>도 전시되었다. H는 Heart를, 20000은 자동차란 이만개의 부품이 조립되는 고도로 정교한 과정임을 상징한다. 전시 오픈날에는 코란도를 만들었던 쌍용자동차의 이창근실장이 예술가로서 무대에 올라 노동자이자 장인이었던 자신들이 코란도를 만드는 과정은 ‘생각하는 손’이 부활하는 과정이었음을 이야기하였다.
옥인콜렉티브의 작품에서 드러나는 ‘콜밴’의 상처들, 배윤호가 기러기 아빠와 주말 부부들에게 보내는 화두. 가족을 위해 떠나지만 결국 정주하지 못하고 쓰러져 죽을 우리 세대들에게 보내는 화두의 쓸쓸함에 대하여, 임민욱, 정정엽은 ‘이들의 상처를 어떻하지?’ 되묻게 하였다. 정정엽은 <생각하는 손>이 꿈꾸는 세상은 연약한 것, 소심하고 섬세한 것, 소수의 생명이 함께 노래하는 세상임을 이야기 하였고, 임민욱은 추모전 개막 퍼포먼스를 통해 김근태의 마음을 담아냈다.
이번 기획을 준비하며 계속된 질문은 ‘애도’를 표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미술을 통해 무엇을 어떻게 ‘추모’할 수 있을까? 였다. 말이 가장 위로가 된다고 하지만, 말로 해도 다 설명되지 않는 것, 다 말할 수 없는 것, 말로는 정의내릴 수 없는 것을 미술로는 보여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이미지로 세상을 설명하는 방식은 관람객들에게 이야기를 각인시키는 것이 아니라 관객들의 고민과 고뇌에 우리가 보여주는 이미지가 섞여서 또 다른 열린 시각들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래서 다양한 성향의 매체가 이번 전시를 각자의 시선으로 읽어내고, 다양한 연령의 관객들이 찾아온 전시장 풍경이 기획자들을 행복하게 했다.
박계리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