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리오갤러리 , 홍대에 서울 2호점 개관

⠀⠀⠀⠀⠀⠀⠀⠀⠀⠀⠀⠀⠀⠀⠀⠀⠀⠀⠀⠀⠀⠀⠀⠀⠀⠀⠀⠀⠀⠀⠀⠀⠀⠀⠀⠀⠀⠀⠀⠀⠀⠀⠀⠀⠀⠀⠀⠀⠀⠀⠀⠀

지난달 24일, 아라리오 갤러리가 홍대거리에 서울 2호점을 개관했다. 천안, 서울 삼청동, 중국 상해점에 이은 4호점 갤러리로 공식 명칭은 ‘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 라이즈 호텔’ 이다. 갤러리는 예술, 패션, 음식의 조화를 추구하는 ‘라이즈 오트그래프 컬렉션(RYSE, Autograph Collection)’호텔 내부에 위치해, 건물에 문화예술을 불어넣는 구심점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아라리오갤러리가 새롭게 선보이는 공간이 ‘홍대’에 위치한 점을 주목해 볼 수 있다. 시간이 흘러 의미가 다소 퇴색했지만 , 여전히 홍대는 예술성이 짙은 장소로 여겨진다. 젊은 예술가의 열정과 예술에 대한 신념 등 지역이 표출하는 의미는 단순한 지리적 명명을 넘어선다. 아라리오갤러리는 국내 최초로 갤러리 전속 작가 제도를 도입하였다. 김창일회장은 지난 십 수년간 지속적으로 작가를 지원해왔다. 홍대에 아라리오갤러리를 설립해 단순한 지원이 아닌 작가가 자신의 작업을 선보일 수 있는 실험적이고 참신한 전시공간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리라 기대된다.

⠀⠀⠀⠀⠀⠀⠀⠀⠀⠀⠀⠀⠀⠀⠀⠀⠀⠀⠀⠀⠀⠀⠀⠀⠀⠀⠀

‘첫 개관전시 <기억하거나, 망각하는 Remembering, or Forgetting>’

개관을 기념하여 펼치는<기억하거나, 망각하는 Remembering, or Forgetting>는 아시아권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30대 중반에서 40대 초반의 작가들로 구성했다. 일본작가 아사미 키요카와, 아츠로 테루누마, 인도네시아 작가 우지 (하한) 한도코 에코 사푸트로, 중국작가 쉬 바청, 그리고 한국작가 김인배, 권하윤, 돈선필, 총 4개국 7인의 작가가 참여한다.

전시는 상상력이 발현되는 지점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한다. 보르헤스(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Jorge Luis Borges)는 상상력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난 상상력이 기억과 망각에 의해 만들어진다”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그는 우리의 정신은 망각으로 수많은 구멍들이 뚫어져 있으며 , 개개인은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를 만들어냄으로써 그 구멍을 조금씩 메울 수 있을 것이라 진단했다. 본 전시는 예술가를 사라져 가는 것들에 관해 이야기하는 이들, 즉 기억과 망각의 경계에 위치한 이들로 상정하고, 작가가 경계선에서 끊임없이 발굴하는 상상력을 펼쳐 보이는 하나의 장으로서 전시를 바라본다.

작가 아사미 키요카와는 기억이나 느낌에 기반해 특정 인물이나 대상의 기저에 깔린 무의식 지층을 끄집어내 자수와 바느질 작업으로 표출하는 작업을 선보인다. 아츠로 테루누마는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관계 연구에 천착하는 작가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대표 작품에서는 매일같이 과한 시각적 자극을 경험하는 현대인의 일종의 시각적 강박과 열등의식, 그리고 더 이상 아무것도 보고 싶어 하지 않는 작가의 열망을 표현했다. 인도네시아 작가 우지 하한은 2000년대 중 후반 미술시장 호황기를 바라보며 성장했던 기억에 기대어 당시의 희망과 그 이후의 좌절을 동시대 자본주의 구조에 대한 비판으로 치환했고, 이를 작가 특유의 만화적 묘사법에 기대어 표현했다.

중국작가 쉬 바청이 캔버스에 만들어낸 사회에는 도박에 미쳐가는 동시대 중국 사회에 대한 비판을 기저에 깔고, 작가적 상상력이 돋보이는 인물표현, 갖가지 은유, 알레고리적 형상들이 뒤죽박죽 뒤섞인 인간풍경이 담겨있다. 그림에는 현대인의 답답한 심리가 적나라하게 표출되어있다. 김인배의 작품은 작가가 오랫동안 천착해온 개념의 연장 선상에서, 정해진 구조나 규칙, 이미 정립되어버린 사고의 회로에서 물음과 의문을 끌어내고 사고의 확장을 유도하는 작업을 선보인다. 권하윤 작가는 비무장지대(DMZ)를 지배하는 집단 기억이 아닌 여러 사적 기억이 구성해내는, 실재하면서도 비현실적인 비무장지대를 상상력 넘치는 방식으로 소개한다. 마지막으로 돈선필 작가는 사물과 그 사물에 내재한 기억의 덩어리들을 닥치는 대로 쓰레기통에 버린 후, 기억과 망각의 경계선에서 혹은 기억과 발화의 경계선에서 꿈틀거리며 구조를 뚫고 나가려는 욕망과 시도들을 표현했다.

⠀⠀⠀⠀⠀⠀⠀⠀⠀⠀⠀⠀⠀⠀⠀⠀⠀⠀⠀⠀⠀⠀⠀⠀⠀⠀⠀

⠀⠀⠀⠀⠀⠀⠀⠀⠀⠀⠀⠀⠀⠀⠀⠀⠀⠀⠀⠀⠀⠀⠀⠀⠀⠀⠀

⠀⠀⠀⠀⠀⠀⠀⠀⠀⠀⠀⠀⠀⠀⠀⠀⠀⠀⠀⠀⠀⠀⠀⠀⠀⠀⠀

사진 | 아라라오갤러리 제공

글 | 김민경 (monthlyartmedia@gmail.com)

© (주)월간미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