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LETTER

001 3월호 표지

잘 알지도 못하면서

벌써 14년이 지났네요. 2001년 9월11일, 세계가 놀란 세계무역센터 폭파·붕괴 사건이 일어 난지 말입니다.
이 끔찍한 사건으로 3천여 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됐다지요.
여객기가 쌍둥이 빌딩에 처박히던 때 맨해튼은 이른 아침이었어요. 같은 시각 지구 반대편에서 저는 일찌감치 저녁을 먹고 아파트 상가 호프집에서 생맥주 잔을 부딪치고 있었고요. 공교롭게 그날이 제 생일이었거든요. 아무리 그래도 당시 저의 모습은 그야말로 한심하기 짝이 없었답니다. 실시간으로 중계되는 CNN 화면을 보면서 낄낄댔고, 심지어 ‘우와~(멋있다)!’라는 감탄사를 내뱉기도 했으니 말입니다. 처음엔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실감하지 못한 까닭이었죠. 지금 생각해도 정말 부끄럽습니다.
사실 호프집 TV에서 긴급속보로 접한 뉴스는 너무나 비현실적이었습니다. 건물이 무너지고 아수라장이 된 현장을 두 눈으로 보면서도 선뜻 믿어지지 않았으니까요. 그건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았습니다. 똑같은 장면을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보면서 차츰 제정신을 차렸답니다. 이처럼 9.11은 한동안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었습니다. 리얼이 지나치면 오히려 초현실적으로 느껴지는 것처럼 말입니다.
이 사건 이후, ‘오사마 빈 라덴’, ‘알 카에다’, ‘테러’, ‘이라크’ 같은 낯선 말들이 뉴스에서 오랫동안 회자 됐습니다. 그러던 중 2011년 빈 라덴이 사살되면서 이른바 ‘테러와의 전쟁’이 종지부를 찍는듯했지요. 하지만 사정은 여전히 그렇지 못한 것 같습니다. ‘IS’, ‘참수’, ‘화형’, ‘보복’… 처럼 더 무시무시한 용어가 새로 등장했으니 말입니다. 전선戰線도 미국을 넘어 유럽 등 전 세계 여러 지역으로 확대되는 추세인 것 같습니다. 게다가 그동안 강 건너 불구경하듯 뒷짐만 짓고 있던 우리도 이제 이 싸움이 남의 일이 아닌 처지가 됐습니다. 자발적으로 IS에 가담했다는 ‘김군(君)’ 소식 들으셨죠?
잘은 모르지만, 이 전쟁의 본질은 (극악무도한 일부) 이슬람 테러집단과의 단순한 싸움 같지는 않습니다. 그것보다는 21세기에 벌어지는 종교전쟁인 동시에 뿌리깊은 역사의 갈등에서 비롯된 문명의 충돌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볼때, 앞서 언급한 모든 사건의 중심에 ‘이슬람’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슬람에 대해 너무나 모르고 있더군요. 사정이 이렇다보니 이슬람과 그 문화를 무조건 배척하거나 적대시하는 경향도 없지 않은 것 같습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말입니다. 그래서 이제라도 이슬람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아보고 궁금증을 풀어보고자 부랴부랴 특집기사를 준비했습니다. 시사주간지도 아닌 미술 전문지에서까지 웬 이슬람 타령이냐고 불편해하시는 분도 계시겠죠. 하지만 미술 역시 세상만사의 한 부분입니다. 미술과 사회를 따로 떼어 놓고 볼 수는 없습니다. 부족하더라도 이번 특집기사가 그동안 잘 몰랐던 이슬람과 그 문화를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계기가 되기 바랍니다.(글 제목은 홍상수 감독의 영화제목을 인용했습니다)
편집장 이준희 dam2@unitel.co.kr

CONTRIBUTORS

임병필
명지대 중동문제연구소 HK연구교수
이번 이슬람 미술 특집기사는 이슬람 전공자들의 절대적인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임 교수는 이슬람문화 용어 사전 집필에 참여해 이슬람 문화의 안내자 역할을 톡톡히 수행했다. 특히 본문 글제목을 아랍 문자로 표기해주었다. 부산외대 아랍어과를 졸업하고 한국외대 대학원에서 아랍문학 전공으로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아랍세계의 헌법 번역과 이슬람법 샤리아를 연구하고 있다.

이필문현주
대구미술관 홍보마케팅팀장
대구미술관 문현주 팀장은 바쁜 와중에도 침착하고 꼼꼼하게 취재진을 응대하고, 기자간담회를 무리없이 진행했다. 대기업 홍보팀을 박차고 대학원에 진학했고, 미술관 개관때 부터 미술관이 자리를 잡아가는 모습을 지켜봐왔다. 대구미술관의 영문 MI(부처 아이덴티티)인 ‘dam’을 보고 ‘수자원공사 건물’이냐고 진지하게 묻던 한 관객이 유난히 기억에 남는다고. 앞으로 대구미술관의 존재를 제대로 알리는 유능한 홍보우먼으로 남으시길.

IMG_0947이필
홍익대 미술대학원 교수
마감 직전 지면상 불가피하게 원고 분량이 늘어날 때가 있다. 순발력 있게 글 내용을 보완해준 노고에 감사드린다. 홍익대 서양화과와 동 대학원 미학과를 졸업하고 시카고대 미술사학과에서 현대미술과 사진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시카고대와 아트 인스티튜트 시카고 대학(SAIC)에서 강의했으며, 스마트 미술관과 아트 인스티튜트 시카고(AIC)에서 큐레이터 경력을 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