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LETTER

001 05 표지(엡손)

입장바꿔 생각하기

자연의 섭리는 언제나 어김없다. 때가되면 비를 내려 대지를 적시고 따사로운 햇빛으론 꽃을 피운다. 간혹 심술을 부릴 때도 있지만, 세상만물을 살아 움직이게 하는 그 조화는 그야말로 경이롭다. 지난겨울은 가뭄이 무척 심했다. 예년에 비해 눈도 조금 내렸고 비도 거의 오지 않은 까닭이다. 도시에 사는 사람 대부분은 실감하지 못했지만, 농사짓는 분들의 근심은 이만저만 아니었을 게다. 얼마 전 내린 비로 간신히 해갈은 됐다지만 ‘물’과 관련된 걱정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두어 달 전쯤 본 가뭄 실태를 전하는 뉴스화면. 항공 촬영으로 전하는 소양강댐 상류는 완전히 말라 거북등처럼 갈라진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더욱 놀란 건 (덕분이라고 말하기엔 찜찜하지만) 댐이 만들어 지면서 수몰되었던 마을이 물 밖으로 모습을 드러낸 광경이었다. 수십 년 동안 물 아래 잠겨 있던 마을은 폐허의 수준을 넘어 말 그대로 유령도시처럼 보였다. 집과 건물은 완전히 부서져 사라졌고 겨우 도로의 흔적 일부만 남아 이곳이 한때 사람들이 살던 마을이었음을 증명하고 있었다. 가슴속 깊은 곳이 먹먹했다. 마치 내가 깊은 물에 빠져 허우적대는 것 마냥 숨이 턱 막혔다. 새삼스레 인간이란 잔인한 동물이란 생각을 하게 된다. 누군가 잘 먹고 잘살겠다고 또 다른 누군가의 삶의 터전을 무지막지하게 통째로 물속에 빠트려 버리는 게 바로 사람이란 동물이니까. 여전히 ‘물’과 관련된 트라우마에서 온 국민이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요즘이어서일까. 뻔뻔한 인간(성)에 대한 혐오와 절망이 교차한다. 그럼에도 한편으론 인간에 대한 희망과 연민을 끝내 버리지 못하는 것은 또 무슨 조화란 말인가?
이번 특집 ‘동물원을 다시본다’는 이런 생각에서 비롯됐다. 뜬금없어 보이는 동물원이란 테마를 통해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부연하자면 인간의 시선과 가치관, 즉 세상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문제의식을 환기시키고자 한다. 지금 우리가 바라보는 세상은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미술은 아름다움의 성질을 보는 시선을 다루는 기술이다. 결국 시선의 정치는 이미지의 정치로 나타난다. 모든 의미화 정치에 대처하는 방법은 결국 관점 투쟁밖에 없다. 가치관을 어디에 어떻게 둘 것인가가 다시 인생의 최종 심급일 수밖에 없다.”(강성원, 《시선의 정치》, 시지락, 2004, p. 135)

미술이란 근대 이후 인간이 고안해낸 수많은 ‘발명품’ 가운데 하나다. 제도와 공간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미술은 일차적으로 물질과 시각에 의존한다. 같은 맥락에서 무엇인가를 컬렉션하고 진열-전시한다는 점에서 박물관/미술관과 동물원은 이란성 쌍둥이다. 컬렉션의 대상과 보여주는 방식이 조금 다를 뿐. 따라서 박물관/미술관은 유물/작품의 공동묘지이며, 동물원은 동물의 감옥이라는 과격한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처럼 박물관/미술관이나 동물원을 만든 주체도 인간이고 그것을 구경하는-바라보는 주체도 인간이다. 자아(自我)의 상대개념인 타자(他者)없이 인간은 세계에서 고립된 채 존재할 수는 없다. 결국 나 이외의 대상과 어떤 식으로든 관계 맺고 그것을 타자화해 바라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동물원을 ‘다시본다’라고 쓴 행간의 의미를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시선’으로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P.S. 이번 호부터 미술사학자 이태호 교수의 새 연재물을 선보인다. ‘진경산수화 톺아보기’라는 제목을 달았다. ‘톺아본다’는 뜻대로 옛 그림 속 현장을 직접 샅샅이 답사하며 추적한 흥미로운 글이다.
편집장 이준희 dam2@unitel.co.kr

CONTRIBUTORS

박소현박소현 도쿄대 미술관학 박사

이번 특집이 단순히 동물원을 다루는 데 그치지 않도록 풍부한 시각을 부여해준 주인공이다. 그녀는 한국과 일본의 근현대박물관과 미술관, 미술사의 제도적인 측면에 관심을 두고 활발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연세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이화여대 미술사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도쿄대 문화자원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양대 비교역사문화연구소 HK연구교수를 지냈으며, 현재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문화예술연구실 부연구위원으로 재직 중이다.

 

MM_CT조사라 광주비엔날레 홍보사업부

2013년 광주비엔날레 홍보사업부 언론홍보 담당으로 옮기기 전까지 8년 동안 《전남일보》 기자로 일했다. 그래서일까. 광주비엔날레 취재 때마다 기자가 원하는 정보를 정확히 집어내 제공해준다. 이번 박양우 대표이사 취재도 마찬가지였다. 전남대 신문방송학과와 동 대학원 미술학과 석사를 졸업하고 미술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아무리 바쁘더라도 늘 아름다운 미소를 머금고 기자를 대하는 명확하고 우아한 홍보담당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