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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왕

명왕 明王 Vidya-raja(범)

‘명’은 지식을 나타내는 말로, 주문진언, 다라니를 가리킨다. 명왕은 주문을 관할하는 왕자(王者) 혹은 주력을 가진 지명자(持明者) 중에서 가장 훌륭한 자를 말한다. 불교에서는 ‘위노왕威怒王’ ‘분노왕忿怒王’이라고 하며 지혜의 작용에 의해 중생을 구제하는 방편불(方便佛)이다. 부처의 명령으로 교화하기 어려운 중생과 이교의 신들을 항복시키기 위하여 다비의 공포스러운 형상으로 나타난다. 종교적인 의미에서 본다면 인간의 심성에 강한 의지를 심어주는 부처님의 다른 형상이라고 할 수 있다. 명왕은 밀교가 성립하면서 등장하였고, 5세기경 공작명왕이 최초로 등장하였다. 공작명왕은 독초나 해충을 잡아먹는 공작을 신격화한 것으로 모든 중생의 정신적인 번뇌를 제거하여 안락함을 주는 존상으로 명왕의 일종이지만 형상이 분노형이 아니고 자비로운 보살형으로 공작을 타고 있다.
한국에서는 고려시대의 동경*(銅鏡)이나 범종*(梵鐘)과 같은 불교 공예품에서 볼 수 있다. 7세기 이후에 등장하는 명왕은 모두 분노형으로 다면다비(多面多臂)상의 형상을 하고 있어 일반적인 도상*의 특징을 나타낸다. 이 중에서 오대명왕이 유명한데, 금강계(金剛界) 5불(佛)의 명령을 받아 교화하기 어려운 중생과 내외의 악마를 항복시키기 위하여 나타나는 5개의 명왕을 말한다. 중앙의 부동명왕(不動明王)은 대일여래(大日如來), 동방의 항삼세명왕(降三世明王)은 아촉불(阿閦佛), 남방의 군다리명왕(軍茶利明王)은 보생불(寶生佛), 서방의 대위덕명왕(大威德明王)은 아미타불(阿彌陀佛), 북방의 금강야차명왕(金剛夜叉明王)은 불공성취불(不空成就佛)의 방편불로 각각 배치된다.
한편 천태계(天台界)에서는 금강야차 대신에 오추사마(烏蒭沙摩)명왕을 넣은 경우도 있다. 오대명왕은 인도에서 성립 발전되었으나, 한 짝을 이루며 나타난 것은 8세기 중국 당唐나라에 이르러서이다. 한국에서는 삼국시대에 부동명왕을 만들었다는 《삼국유사三國遺事》기록이 전하나 실제로는 고려시대의 금강경이나 동경 등에서 볼 수 있다. 오추사마명왕에 관한 신앙 또한 고려시대에 있었으나 조형으로 나타난 것은 19~20세기 초의 신중탱화에서이다. 석가여래의 화현이며 더러움을 제거하는 기능을 가졌기 때문에 신중탱화의 주존으로서 중요한 위치에 놓였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