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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산향로

박산향로 博山香爐
bo-shan-xiang-lu(중)

산형(山形) 뚜껑을 가진 향로(香爐)의 일종. 대개는 하나의 버팀대와 용*(龍)이 장식된 기저부가 산형 뚜껑을 받치고 있다. 산형 뚜껑에는 야생동물과 이상하게 생긴 신기한 동물, 수렵꾼, 신선 같은 인물 등이 주출되어 있어서 중국의 신산(神山)을 조형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일부 기록에 의하면 ‘박산博山’을 본뜬 것이라고 하나 박산이 어느 산인지는 불분명하다. 산형 뚜껑에는 산봉우리 사이로 향연구(香煙口)가 뚫려 있어서 분향시에 향연(香煙)이 산의 서기(瑞氣)처럼 감싸며 피어오른다. 그리고 산형 뚜껑에 보이는 수렵문과 동물문에서는 유목미술의 영향을 엿볼 수 있다.
박산향로는 한漢 무제武帝 무렵부터 출토되기 시작하는데 섬서성陝西省 흥평현興平縣 무릉茂陵 1호묘에서 출토된 기원전 135년 명의 〈도금은죽절훈로鍍金銀竹節薰爐〉와 기원전 113년 이전의 것인 하북성河北省 만성滿城 1호 유승묘劉勝墓에서 출토된 〈금상감박산로金象嵌博山爐〉 등이 초기의 예이다.
한대(漢代)의 왕실은 청동제 박산향로를 가장 정교하게 제작해서 의식 중 분향시에 사용했고 무덤에도 많이 부장했다. 이후에는 간략해진 기형을 지닌 조악(粗惡)한 도기*(陶器)가 주로 부장품으로 출토되고 있으나, 불가(佛家)에 수용되어서는 불단(佛壇)을 장식하는 화려한 주요 기물로서 비상(碑像)이나 불상의 하단에 조각되었다.
중국에서 출토된 박산향로는 한대 이후에 점차 쇠퇴하는 추세를 보이는데 비하여, 정교한 기술수준과 다채로워진 물상(物像)을 보여주는 대형의 걸작이 한국에서 1993년에 발견되었다. 6세기말~7세기초의 것으로 추정되는 〈백제용봉향로百濟龍鳳香爐〉는 전체높이 64cm로, 하단에서 용틀임하는 용이 상단의 신산(神山)을 받치고 있으며 산꼭대기에는 봉황이 날아오르듯 날개를 펼치며 장엄하게 서 있는 위용을 보여준다.